27.사회학 연구 (책소개)/2.여성젠더

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 (2024) - 서로의 레퍼런스가 된 여성들의 탈직장 연대기

동방박사님 2024. 2. 16.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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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여초 직업 서사의 기원과 진실을 사회구조 차원에서 집요하게 밝히다!
정세랑(『보건교사 안은영』 작가) · 김희경(『에이징 솔로』 저자) 추천

지금까지 여자들은 자신의 직업을 ‘선택’했을까? 사회/젠더 전문 기자 이슬기와 교사 출신 작가이자 성교육 활동가 서현주가 여자들이 갖기 좋은 직업의 세계에 진입하였다가 알을 깨고 나간 여성들의 경로를 연구한 다학제적 결실을 내놓는다. 이들 연구의 스펙트럼은 유년 시절 교실 뒤에 붙어 있던 직업 포도송이로 거슬러 올라가 2023년 가을 아이슬란드 여성 총파업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졌다.

『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은 여성 종사자가 남성 종사자보다 압도적으로 많아 여초 직업이라 일컬어져 온 교사, 간호사, 승무원, 방송작가 직군에서 왜 여성들이 많이 일하게 되는지 진로 선택 단계부터 가해져 온 억압의 기원을 파헤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여자가 갖기 좋은 직업이라는 사회적 인식으로 포장되어 온 교사, 간호사, 승무원, 방송작가가 진정으로 여자가 하기 좋은 직업이었는지를 과거와 현재에서 서로 공명하는 퇴직/재직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끈질기게 추적한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서현주는 당사자로서 교직 생태계의 부조리를 폭로한다. 한편, 9년 동안 《서울신문》, 《오마이뉴스》 등의 지면에서 사회문화의 경계와 여성주의 혁신을 탐사해 온 이슬기 기자가 교사 자살과 태움 등 여초 직군에서 벌어지는 문제의 유인을 개인 차원이 아닌 사회구조 차원에서 찾는다. 두 저자는 교권 보호 4법 개정안, 간호법 제정안 폐기 사태, 유보통합 등의 법안 동향 분석과 향후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며 구체적인 개선안까지 『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에 녹여 냈다.

목차

프롤로그
의원면직합니다 ― 현주
당신 근처의, 가장 가까운 레퍼런스 ― 슬기

1장 우리는 왜 여초 직업을 선택했을까

1. 내가 교사를 택한 이유 ― 현주
2. ‘K-도터’들의 착한 선택 ― 현주
3. 좌절당하는 여성의 욕망 ― 슬기
4. ‘여자 하기 좋은 직업’은 왜 따로 있을까 ― 슬기

2장 여초 직업의 기쁨과 슬픔

1. 나는 왜 여교사로 살기를 포기했는가 ― 현주
2. 여초 직업의 열악한 현실 ― 슬기

3장 경직된 시스템 안에서 부서지고 있는 여자들

1. 교사가 교육할 권리, 어떻게 침해되고 있나 ― 현주
2. 간호법과 유보통합 ― 슬기
3. 노동을 바꾸는 여자들 ― 슬기

4장 알을 깨는 여자들

1. 불합리에 맞서, 혹은 비껴서 산다: 소민, 도도
2. 전직을 밑거름 삼아 창업에 나서다: 주영, 은지
3. 취미로만 그렸던 그림, 업이 되다: 규아, 원진
4. 팍팍한 현실 속, 나를 보듬으며 사는 법: 승희, 수정
5. 프리랜서 ‘N잡러’의 삶: 미나리, 채운

에필로그
또 하나의 ‘알깨녀’, 나를 인터뷰했다 ― 현주
‘직때녀’를 쓰다 직때녀가 되었을 때 ― 슬기
 

저자 소개 (저 : 이슬기

글 쓰고 말하며 사는 기자, 칼럼니스트. 1988년 대구 출생, 창원 출신. 한양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서울신문》에서 9년간 사회부, 문화부, 젠더연구소 기자로 일했다. 현재는 프리랜서 기자로 《오마이뉴스》에 〈이슬기의 뉴스 비틀기〉를 연재 중이다. 여성의 눈으로 세상의 행간을 읽는 일에 관심이 많다.
 
저 : 서현주
 
작가, 성교육 활동가. 1985년 서울 출생. 청주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2009년부터 2022년까지 서울 초등교사로 재직했다. 지은 책으로는 『내 아이를 지키는 성인지 감수성 수업』, 『오늘의 어린이책』 시리즈(공저)가 있다.

책 속으로

우리가 만난 사람들은 중도 탈락자가 아니다. 그러나 개척자라고 하기도 아직은 어렵다. 단순 이분법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그저 자신의 욕구에 비교적 더 집중한, 조금은 용기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신의 내부 세계와 외부 세계를 세밀하게 관찰한 명민한 사람들이었다. 홧김에 때려치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가 진지했고,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었다.
--- p.8

2023년 7월 18일, 서울 서초구의 서이초등학교에서 20대 여성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교사들의 극단 선택 소식이 연이어 나오고, 교사들이 거리로 나와 ‘교권 침해’ 문제를 거듭 수면 위로 떠올렸다. 우리가 취재하던 간호사와 유치원·어린이집 교사들 사이에서는 간호법 제정안 폐기 사태, 유보통합(영유아 교육·보육 통합) 국면에서 정작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소외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었다. ‘직때녀’뿐 아니라, 현장에 남아 있는 여자들의 목소리도 함께 들어야겠다는 판단이 섰다. 여전히 그 자리에 버티고 선 여자들의 노동을 바꾸려는 노력을, 이들 여초 직업군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문제점과 해법을 구조적으로 짚어야 했다.
--- p.12~13

교대생이라는 동은의 신분은 시간 대비 고소득의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과외 알바의 배경이 되는 장치이며 안정적인 직업의 대명사다. 동은의 양육을 포기한 친모가 동은이 교사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놀라는 반응은, ‘선생’이 보통 노력이 아니면 얻기 힘든 직업으로 여겨지기 때문일 거다.
--- p.31

부모님은 무조건 빨리 졸업할 수 있는 2년제 대학에 가라고 ‘푸시’했다. 집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부산에 있는 대학에 1년 장학금을 받는 조건으로 합격했지만, 생활비가 많이 들 것을 염려한 부모님은 가지 못하게 했다.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합격 통지서를 내 손으로 막 찢으면서 울었던 기억이 나.” 결국 수능 가나다군 지원이 다 끝나고 2차 지원을 통해 집에서 버스로 20분 거리의 전문대 아동청소년복지과에 진학했다. “거기를 졸업하면 보육교사 2급 자격증이 나온다 하더라고.” 고등학교 야간자율학습 시간 내내 라디오를 들으며 라디오 작가의 꿈을 키우던 수정이었지만, 그런 건 고려 대상이 되지 않았다.
--- p.57~58

사직 서류가 처리되고 ‘저 이제 다음 달부터 출근 안 해요’라고 전하고 동료 선생님들이 ‘그래, 자기라도 빨리 떠나’라고 뒷말을 씁쓸하게 흐릴 때 나는 들었다. ‘여긴 희망이 없어’ 콕 찝어 말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직업을 선택할 때의 기대와 현재의 나의 상황이 많이 뒤틀려 있었다는 것이다.
--- p.96

방송작가는 여성 비율만 94.6%에 달하는 ‘여초의 세계’다. 방송 현장에서 작가는 가족 구성원처럼 젠더화된 역할을 수행해야 했다. 한별의 분석에 전직 방송작가인 승희, 현제도 일정 부
분 공감했다. 시사·교양 프로그램 작가로 9년을 일했던 승희는 “PD랑 작가 관계는 약간 가부장적인 수직적 요소가 있는 거 같긴 해. 일단 대부분 PD는 정규직이기도 하고 작가는 비정규직이니까 그런 데서 오는 위계도 다르고, 일 생기면 일단 작가가 먼저 나서서 마사지 같은 걸 좀 해야 해. 집에서 엄마가 자질구레한 일 도맡듯이. 하다못해 출연자가 ‘펜 없어요?’ 하면 제일 먼저 찾아다 줘야 하고.” 승희는 연예인 패널의 입맛에 맞는 도시락을 찾느라 동분서주했던 막내 작가 시절을 떠올리며 “심부름하는 막내딸 맞네”라고 말했다.
--- p.99~100

‘엄마 역할’의 다른 말은 ‘감정 쓰레기통’이라고, 우리가 만난 여러 여초 직업 종사자들은 증언했다. 집에서 엄마가 이유 없이 짜증을 부려도 되는, 감정적 샌드백 역할을 하는 것처럼. 반대로 아빠에게는 그러지 않는 것처럼. 남자 고등학교의 수학교사였던 도도는 학생들이 자신에게 거는 그런 기대가 고통이었다. “많은 여성 교사들이 느끼는 것 중에 하나가 선생님을 ‘엄마’처럼 대하는 거 있잖아요. 그러니까 학생들 입장에서 ‘교사에게 좀 짜증은 내도 되지만 대화는 하고 싶지 않다…
--- p.101

간호사와 유치원·어린이집 교사들의 공통점 하나. 사람의 생명을 다루고 성장을 돌보는, 공공성이 높은 직업들이다. 그러나 최소 인원을 투입해 최대 효율을 내는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에 입각해 쉽게 ‘착즙되는’ 직업들이기도 하다. 이들 직군이 말하는 처우 개선 해법이 똑같은 까닭이 여기에 있다. 간호사는 1인당 환자 수를 줄이고, 교사는 1인당 학생 수를 줄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 p.159~160

학교나 병원 같은 ‘여초’ 직장들, 여성들이 많이 속한 요양이나 돌봄 쪽 비정규직 직장 구성원들의 노조 편입이 늘며 생겨난 추세다. 기존에 노조가 없던 이들 작업장들을 대상으로 양대 노총이 조직력을 발휘한 결과이기도 하다.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일하는 여성’으로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차별받고 있다는 자각이 직종을 넘어선 연대를 강화하기도 했다. 2022년, 양대 노총을 포함한 6개 단체는 ‘여성노동연대회의’를 출범시켰다.
--- p.167

서이초 사건이 ‘학부모 혐의 없음으로 종결’되는 것을 바라봤다. 이제는 언론에서 다루어지기 어려울 영원히 퇴근하지 못한 서이초 선생님의 그 이야기가, 우리가 만난 인터뷰이들의 목소리와 함께 다시 재생되고 상기되었으면 좋겠다.
--- p.261

출판사 리뷰

진로 선택에서 퇴직까지 여성의 전 생애에 도사린 돌봄의 의무와 사회적 기대
여초 직장인의 A to Z를 치밀하게 연구해 기록한 본격 여초 직업 르포르타주


저자들은 당사자성에서 출발해 주된 학업 성취와 진로 선택이 이뤄지는 청소년기에 유독 ‘교사’와 ‘간호사’가 추천되었던 사회적 분위기를 면밀하게 분석한다. IMF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로 고용불안의 강한 영향력 아래 성장한 1980년대에서 1990년대생 여성들은 교사 혹은 간호사의 직업적 가치가 가장 높았던 교실에서 직업적 안정성을 위시하여 대학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방학과 유급 휴직이 보장되는 교사와, 자격증이 있는 전문직으로 재취업이 용이한 간호사는 부부가 맞벌이를 하더라도 주로 여성이 겪는 경력 단절에서 자유로운 직종이었다.

또한 이슬기 저자는 클라우디아 골딘의 연구를 통해 같은 직종에서 일하는 부부 사이에서도 연차가 쌓일수록 급여와 승진에서 누적된 격차가 생기는 현실을 지적한다. 저자들은 이에서 더 나아가 자신들의 가정과 인터뷰이들의 사례를 비춰보며 한국에서의 특수성을 발견하게 된다. 가정 내에서 기혼 여성에게 작용한 핸디캡뿐 아니라 미혼 여성인 ‘딸’에게 가해졌던 과도한 사회적 기대다. 직장에서 일하는 기혼 여성들은 유독 남편보다 가정의 돌발 상황에 대비하는 ‘온콜on-call’ 상태가 요구되는데, 딸들 역시 그랬던 것이다. 게다가 딸들은 그들의 남자 형제였던 아들들에 비해 재수 입시 기회와 교육비 등 생애 주기에서 가장 주요하게 지원받아야 했던 경제적 자원은 물론, 부모의 지지나 격려와 같은 긍정적인 환경을 포괄하는 정서적 자원을 충분히 제공받지 못했을뿐만 아니라 상한선을 제한당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경향은 지방으로 갈수록 심화되는데, 지방 여성들의 경우 입결이 더 높은 곳에 합격했음에도 출생지가 아닌 타 도시 소재의 학교라는 이유만으로 진학할 권리를 박탈당했다. 장학금을 받는 조건으로 타 도시 소재 대학에 합격했지만, 부모의 압력으로 거주지에서 가까운 대학을 택해 보육교사로 진로가 좁혀진 수정의 사례는 많은 지방 여성들이 가장 공감할 이야기일 것이다.

다른 일을 꿈꿨고, 잘하는 것이 많았음에도 여자가 하기 좋은 직업을 선택한 인터뷰이들의 입을 통해 증명된 이른바 ‘가성비’ 서사도 놀랍다. 그렇게 가성비를 따져 여초 직장으로 진입한 이들이 일터에서도 돌봄의 의무를 부여받아야만 했다. 여초 직군 여성들의 연결되는 미시사도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방송작가는 여성 비율이 94.6%에 달하는 ‘여초의 세계’다. 인터뷰이 한별과 승희, 현제는 작가가 가족 구성원처럼 젠더화된 역할을 수행해야 했던 방송 현장을 떠올린다. 학교에서도 여성들은 교사의 수많은 업무 중 ‘돌봄’의 의무를 전담하고 있다. 돌봄의 손길이 필요한 초등학교 저학년 담임에 젊은 여성 교사들이 배정되는데, 이에는 엄마 역할에 대한 기대가 저변에 깔려 있다. 용변 후 뒤처리, 급식 지도, 머리 묶어주기 같은 보살핌부터 맞벌이·저소득층·한부모 가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돌봄교실 행정 업무도 여교사들 몫이다. 이는 학교폭력이나 과학 및 정보, 체육 교과 관련 업무를 남성 교사가 담당하는 현실의 레이어를 겹쳐 살펴볼 때 교사 개인의 성향이나 역량에 관계없이 젠더에 따라 업무분장이 이뤄지는 학교의 실상을 알 수 있다. 가정에서 딸이나 아내의 역할을 수행해 온 여성들은 직장에서도 돌봄의 의무를 이행하며 이중적인 억압을 감당해 나갔다.

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 그들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는가?
교사 의원면직에서 간호사 태움까지… 여성의 언어로 여성의 일을 말하다


2023년 7월 18일 서울 서초구의 초등학교에서 자살한 여성 교사는 1학기 동안 26명의 학부모와 총 1,039회 연락했다. 교사들의 우울증 유병률은 일반 성인의 4배에 이르고 있다. 『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이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는 교사의 우울증 문제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서현주 저자는 교사 4명 중 1명이 정신과 상담을 받은 적 있다는 통계를 지적한다. 교육부는 교사들의 근무 여건 개선을 위해 2016년 이후 동결이던 담임수당을 2023년 12월 53.8% 인상하기로 결정했지만 이도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객관적인 수치를 통해 증명된다. 담임 수당이 한 달에 20만 원이라는 것은 하루에 1만 원꼴, 통상적인 한 반 학생 수가 30명임을 상기할 때 학생당 일 333원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자신이 받았던 실제 민원 사례를 통해 한 반에서도 상충하는 다수의 민원을 교사 한 사람이 소화하는 게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서이초 교사의 사례처럼 앱을 경유한 공식적인 연락 외에도 개인 연락처까지 노출되며 학부모의 공격적인 민원에 지속적으로 시달려 온 교사들은, 가르치는 일을 좋아함에도 교사로서의 소명과 연금 수령을 포기하면서까지 의원면직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

저자들은 인터뷰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이들이 종사하는 직종이 매우 다름에도 해당 직군의 수직적인 위계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왔다는 사실을 목격했다. 이슬기 저자가 분석한 바로는, 한국의 간호사 1인당 병상 수는 1,000명당 12.8개로 OECD에서 가장 많으며 OECD 평균 병상 수인 4.3개의 3배를 웃돈다. 더 충격적인 것은 매년 간호사 1인당 병상 수는 늘어가는 데 반해, 간호 인력은 점점 줄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신규 간호사들이 전문적인 간호 인력으로 투입되어 진료를 수행하는 급박한 환경에서도 태움은 수련이라는 이름하에 늘 존재하지만 이의 실체는 구조적인 문제가 야기한 감정적 화풀이다. 심각한 수위로 일상적으로 행해지면서도 견디고 버텨야 할 통과의례로 받아들여지는 태움은 간호사들에게 형언하기 어려운 정도의 고통을 준다고 인터뷰이는 회상한다. 과밀 병상 문제와 폭력적인 태움의 복합적인 작용은 간호 인력의 국내 탈출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과밀 병상과 과밀 학급 이슈는 결국 여성 착취와 잇닿아 있으며, 이는 의료 공공성·교육 공공성 강화와 성별임금격차 해소의 필요성으로 귀결된다.

서현주 저자는 수동성과 능동성을 초월한 영역에 있었던 여성들의 진로 선택 문제를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를 통해 짚어 냈다. 여성들의 진로 선택은 젠더뿐만 아니라 계급에서도 분화된다. 연진과 사라가 기상캐스터와 화가라는 화려한 직업을 가진 데 비해 평범한 세탁소집 딸인 혜정이 승무원을, 동은이 교사를 택한 이유를 『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을 통해 사회구조적 측면에서 파악할 수 있다.

교사, 간호사, 승무원, 방송작가는 전문적인 직능보다 돌봄과 서비스의 수준에서 소환되어 왔다. 이슬기, 서현주 두 저자와 32명의 인터뷰이가 여성의 언어로 여성의 일을 말하는 『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은 입직 서사는 물론, 우리가 그동안 쉽게 접하지 못한 퇴직 서사 레퍼런스를 수혈한다. 여성들이 직업을 때려치우기로 선택한 이유는 빼앗긴 삶을 주체적으로 조율하겠다는 선택이자 실천이었다. 지난 11월 무혐의로 종결된 서이초 교사 사건을 비롯한 수많은 교사 자살 사건은 재점화되어야만 한다. 『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이 오늘도 지옥보다 어둡고 두려운 출근길로 걸어 들어가는 여성들을 지금보다 안전하고 차별이 완화된 직장으로 안내할 랜턴이 되기를 기대한다.

추천평

한 사람의 욕망과 선택은 어디까지가 그 사람 고유의 것일까? 10대 후반 진로를 결정할 때, 얼마만큼이 안쪽의 동기로 이루어지고 또 얼마만큼이 외부의 압력으로 이루어질까? 개인과 사회, 가능성과 제약이 복잡하게 얽힌 지점을 들여다보며 선택을 다시 짚어보는 여자들이 여기 있다. 꺼내기 어려웠던 말들을 꺼내기로 마음먹고는 멈추거나 물러서지 않는다. 이 길지 않은 책 안에 오래 묵은 구조와 미래의 방향성까지 모두 담겼다. 이 책이 전국 고등학교 교실마다 놓이길 바란다.
- 정세랑 (『보건교사 안은영』, 『시선으로부터,』 작가)
어릴 때부터 교사, 간호사가 ‘여자에게 좋은 직업’이라는 세평을 들을 때마다 슬쩍 반발감이 일었는데 그 감정의 이유를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됐다. ‘여자에게 좋은 직업’이란 여자가 일터와 집 양쪽 모두에서 끝없는 돌봄의 전담자인 것이 당연한 양 포장하는 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그 포장지를 찢고 나와 ‘나에게 좋은 일’을 찾아 나선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은 이 책은 자기 본연의 모습으로 살기를 열망하는 독자들에게 귀한 참조가 될 것이다.
- 김희경 (『이상한 정상가족』, 『에이징 솔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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