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국제평화 연구 (박사전공>책소개)/2.외교국제정치

한국 외교관이 만난 독일모델 (2017)

동방박사님 2024. 8. 12.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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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헤르만 지몬 회장은 이 책을 이렇게 추천한다.

나는 『히든챔피언 글로벌 원정대』에서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될 만한 모델적 특성들을 찾고자 했지만, 이 책의 저자는 놀랍게도 나의 이러한 경제적 관점을 사회적·정치적 구도로까지 확장했다. 그는 ‘독일모델’에 대한 국경을 뛰어넘는 거시적 통찰을 통해 한국에 접목시킬 수 있는 성공요소들을 밝히려 시도했다. 이 책은 저자가 10년 이상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외교관으로 활동하며 관찰하고 경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한다. 저자는 큰 지적 호기심에 이끌려 독일 사회를 이해하고 독일의 성공 요인들을 밝히고자 했다. 이 책에 포함된 여러 분야의 전문가나 학자들과의 대화 내용들은 독자들이 독일모델을 명료하게 이해하고 심도 있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이 책은 독일모델에 관한 것이다. 독일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패턴적 현상을 관찰하고 찾았다. 연방제, 합의제 의회정치, 법치주의, 사회국가, 사회적 시장경제, 균형재정, 미텔슈탄트, 공동결정제, 지식과 교육, 듀얼시스템, 에너지 전환 같은 제도적 현상을 소개하고 한자정신, 종교개혁 등 전통과 신성로마제국으로부터 바이마르공화국과 히틀러의 제3제국을 거쳐 전후 과거사 극복과정 그리고 통일 후 두 번의 경제기적을 이룩하기까지의 역사적 발전과정이 이러한 제도적 현상에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밝히고자 시도했다. 독일의 정치, 경제, 역사, 사회와 그것을 관통하는 연성적 요소 등 결국 독일의 모든 것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독일에 대하여 좀 더 진지하게 알고자 하는 독자들이라면 결코 무료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울러 이 책의 전반에 걸쳐 간간히 수록된 저자의 외교관 생활로부터 경험한 에피소드들은 독자들이 이 책의 무거운 주제에도 불구하고 결코 무겁지 않게 이 책을 접근하도록 도와줄 것이다.

이 책에는 저자가 빈(wien)과 함부르크(Hamburg)에 주재하면서 만난 100여 명이 넘는 사계의 전문가들의 강연이나 견해가 수록되어 있다. 저자는 그들의 시각을 통하여 독일모델로부터 나타나는 다양한 현상들에 심층적으로 접근함으로써 독일의 정치, 경제, 사회에 대하여 지금까지 국내에서 논의되어온 피상적인 관찰과 해석을 넘어서는 드물고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이런 가운데 저자는 독일이라는 거울을 빌려 우리의 모습은 어떤지를 비춰보려 시도했다. 특히 독일모델의 기저를 이루는 연성적 요소들이 한국에 어떤 함의를 갖는지를, 그것이 설령 부정적이라 하더라도 가감 없이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려 시도했다. 생각과 대화문화, 네트워킹 열풍, 칸막이 없는 사회, 저신뢰 사회, 낮은 국제화 수준, 지속가능하지 않은 완벽주의, 동물학대 등 문제에 있어 비판적 시각을 감추지 않고 있다. 아울러 통일문제에 대하여도 독일 학자들의 전향적 입장을 소개하고 있다. 이것은 분명, 저자 소개에서 말했듯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국가 진로 설정에 기여하고자 하는 저자의 절실한 마음의 발로일 것이다. 저자는 주장한다. “어떤 설명도 비교 없이는 또렷해지지 않는다. 비교를 두려워할 필요가 있겠는가?”

이 책은 독일을 알고자 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작금 우리가 부딪히고 있는 지구적 추세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도 일독을 권하고 싶다. 왜냐하면 독일의 모델적 특성이란 다름 아닌 전 지구적인 이슈들을 거의 모두 망라하기 때문이다. ‘세계화는 우리에게 득인가 실인가?, 기본 소득제는 합리적 대안인가?, 4차 산업혁명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는가? 종교개혁 500년을 맞이한 현대인에게 종교는 어떤 의미를 갖나? 관료제와 관료주의는 현대국가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와 같은 주제 외에도 우리 사회에 만연한 고객정치와 정경유착에 대한 경고와 함께 민영화의 한계, 우편함회사를 통한 조세 회피, 구글세 논쟁, 고액 연봉의 적정선과 사회의 재봉건화, 히든챔피언과 GAFA, 재벌의 경쟁력 한계, 인구와 난민문제, 탈원전과 에너지 전환, 유럽연합의 장래 등 세계적인 주제에 관하여도 독일의 사례에 비추어본 통찰력을 제공한다. 아울러 일본이 과거사를 대하는 시각에 대하여 우리의 입장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하여도 이야기한다. 독일의 과거사 극복과정은 곧잘 일본의 그것과 비교되며 이것은 향후 우리가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한 일말의 단초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150년 전 일본은 명치유신 이후 서양을 무섭게 따라잡았지만, 우리는 서양문물을 받아들이는 데 실패했다. 남을 보고 배우는 국가와 민족이 마침내 성공한다. 일본은 명치유신을 하고 유럽과 미국에 이와쿠라 사절단을 보내고 탈아입구(脫亞入歐)의 기치하에 국가개조에 성공했다. 당시 일본의 개방은 우리보다 불과 20년 정도 앞섰다. 페리(Matthew C. Perry) 제독의 함포외교로 일본이 문을 열게 된 때가 1854년이었고 우리가 운양호의 위협으로 문을 열었을 때가 1876년이니 산술적으로만 보면 22년의 차이다. 이 22년이 종주국과 식민지라는 큰 국력의 격차를 가져왔다는 사실은 불가사의하기까지 하다고 했다. 저자는 이것이 정신은 도외시하고 기술만 배우겠다는 ‘동도서기(東道西技)’의 패착이라고 단언한다. 그러면서 독일모델을 보고 이해하면서 그 기저를 이루는 정신을 우리 생활에 접목시키려는 의식과 그것에 조화로운 행동이 우선일 것이라며, 더 이상 “business as usual”은 없다며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과 결연한 행동”을 요구한다.

윌킨슨(Endymion Wilkinson)은 도쿄에서 유럽경제공동체(EEC) 공관을 창설하고 후일 주중국 유럽연합(EU) 대사를 지낸 영국인 외교관이다. 그는 『일본 대 유럽(Japan versus Europe)』이란 책을 썼고 서문에서 “6년간의 일본 근무 후 어느 날 일본을 떠나야 할 시간이 임박했음을 알게 된, 그 ‘엄청난 순간(awful moment)’과 마주했을 때 내가 일본에 근무하는 동안 무엇을 배울 수 있었는지에 대해 자문하게 되었고 이것을 쓰는 것만이 유일한 방도였으며 그 결과가 이 책이다”라고 소박한 집필 동기를 말했다. 그런데 그 ‘엄청난 순간’이 저자에게도 닥쳐왔다. 저자는 한 해외임지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36년 몸담아왔던 조직을 떠나는 ‘더욱 엄청난 순간’을 맞았다. 대가가 아닌데 책을 써서 독자들에게 괜한 혼란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겸양지덕의 가르침에 안주하고자 했던 저자이지만 이제 더 미루면 기회가 없으니 대가가 아니면서도 책을 쓰게 된 것을 인간적으로 양해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목차

추천의 글(헤르만 지몬)/ 들어가는 말: 내가 본 독일모델과 한국

제1부 독일은 어떤 나라인가: 독일의 과거와 현재
제1장 젊은 나라 독일
제2장 성공적인 과거사 극복은 독일모델의 중추
제3장 독일,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제2부 무엇이 독일모델인가
제4장 무엇이 독일적인가?
제5장 한자정신과 루터의 종교개혁
제6장 연방, 의회민주주의, 법치국가, 관료제
제7장 지식과 교육은 공공재
제8장 독일은 사회적이기에 강하다
제9장 사회적 시장경제는 사회적인가?
제10장 균형재정은 신성한 암소다
제11장 미텔슈탄트와 빅챔피언 가파
제12장 대외무역과 세계화
제13장 환경과 에너지 전환

제3부 독일모델은 지속가능한가
제14장 쏟아지는 경고
제15장 유럽통합과 독일

제4부 독일모델과 한국
제16장 독일모델과 한국

에필로그/ 생각을 나누어주신 분들/ 주/ 찾아보기
 
저자 소개 
저 : 장시정
서울대학교에서 학사, 석사를 마쳤다. 지난 36년간 오대양 육대주를 넘나들며 외교 일선에 몸담았다. 수차에 걸친 독일어권 근무 중 독일의 정치, 경제, 사회에 걸쳐 나타나는 모델적 제도와 현상에 관심을 갖고 관찰했고 2017년 《한국 외교관이 만난 독일모델》을 저술했다. 동 저서는 2018년 상반기 세종도서 교양 부문, 사회과학 분야에 선정됐다. 퇴직 후에는 2019년 홋카이도 대학 방문 학자로 일본에 머물렀고,...

책 속으로

1960년대 초반부터 촉발된 ‘극복되지 않은 과거사’에 대한 비판은, 1960년대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일어난 학생운동으로 탄력을 받고 과격화되었다. 1940년대에 출생한 세대는 1930년대 출생하여 포탄을 나르면서 단편적이나마 전쟁을 체험했던 ‘회의적 세대’와는 달리 전쟁과 나치에 대한 자신들의 기억이 없는 세대였다. ‘68세대’로 불린 그들에게 그것은 경험의 단절이었고 그런 연유로 부모 세대의 상황에 대한 고려나 이해가 부족했다. 그들은 부모들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침묵해야 하는 분위기에서 성장했으나, 아이히만 재판이나 프랑크푸르트 아우슈비츠 재판은 그동안 숨겨져 왔던 상상치 못할 만큼의 거대한 범죄에 대한 혐오와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이것은 그들이 소아적부터 가져온 사회에 대한 원초적인 신뢰를 무너뜨리기에 충분했고, 더 나아가 기존 세대로부터의 거리두기와 새로운 자아성찰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85쪽: 제2장_“성공적인 과거사 극복은 독일모델의 중추” 中)

“이 문제는 당시 사회에서 금기였다. 이 전시회를 둘러싸고 논쟁이 벌어지게 된 원인이기도 하다. 전시회는 1995~2004년 사이 여러 도시를 돌며 순회전시 형태로 진행되었다. 총 150만 명의 관객이 이 전시회를 찾았다. 내용적으로는 독일이 점령했던 지역에서 자행된 폭력적 범죄에 대한 것이었으며, 특히 폴란드에서 벌어졌던 폭력에 대한 것이었다.” 유라이트 박사는 장성 등 군부엘리트만이 아니라 일반 병사들도 전쟁 범죄에 깊게 연루되었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당시 나치의 기반을 지탱한 것이 소수 권력이 아니라 전체 국민들이었다는 인식이 생겨났다고 했다. 이로 인한 사회적 반향은 실로 엄청났고 이 전시회가 사회적 논의의 전체적 양상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거의 모든 독일인 가족 내에 국방군 복무경력을 가진 조부가 있었다. 독재정권이나 최대 10만 명 수준인 친위대 등 특수부대만으로는 대량학살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당시 국방군은 1800만 명 정도였다. (96쪽: 제2장_“성공적인 과거사 극복은 독일모델의 중추” 中)

독일의 제조업은 우선 산업 비중 면에서 2000년부터 22% 선을 유지해오고 있다. 미국이나 영국은 제조업 비중이 11% 정도로서 인더스트리 4.0 추진 시 우선 제조업 생산능력부터 확장해야 하나 독일은 그럴 필요가 없다. 산업로봇 설비율 측면에서도 독일은 1만 개의 공장당 282대가 투입되고 있으나 중국은 14대에 불과하다. 결국 디지털 기술을 가진 자가 아니라 기계를 가진 자, 즉 제조업을 가진 자가 궁극적인 승자가 된다. 독일은 여기에다 국가적 차원의 관심과 잘 조직된 조합주의 경제를 겸비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정보통신 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제조업이 강한 한국도 4차 산업혁명의 선두 대열에 설 수 있는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 문제는 현실적인 준비에 있다. 이를 위해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의 시행 과정은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 서두르기보다는 독일의 시행착오를 관찰하면서 면밀한 준비하에 시작한다면 혼란을 줄일 수 있다. (156쪽: 제3장_“독일,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中)

내각책임제가 잦은 불신임 투표나 의회 해산으로 대통령제보다 불안정하다는 평가는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다. 독일 총리는 68년 동안 8명뿐이었다. 평균 재임기간이 8년이 넘는다. 콜 총리는 16년을, 아데나워 총리는 14년을 재임했고 메르켈 총리는 집권 12년차로서 2017년 9월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콜 총리에 버금가는 16년 집권에 도전할 수 있다. 정치 안정과 일관된 정책의 장기 연속성은 경제적 성과와 직접 연결된다. 2004년 정당과 경제적 성과 간의 상관관계를 말해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어떤 방향의 정책이든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일관성 있게 그리고 정치, 교육, 재정 등 여러 분야에서 입체적으로 진행되어야 효과적이라는 사실이다. 사민당은 인적자본이나 기반시설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기민당은 시장에 더 큰 자율성을 부여하는 정책으로 성장을 도모했다. 이들 중 어떤 방법을 선택하느냐의 문제보다는 어떤 쪽이 되었건 일관성 있게 장기간에 걸쳐 정책기조를 유지하는 ‘계열적 일관성’이 관건이라는 것이다. (251쪽: 제6장_“연방, 의회민주주의, 법치국가, 관료제” 中)

독일은 무상교육에 더해 “연방교육촉진법”에 따라 정부 재원의 ‘바펙’ 장학금으로 학생들을 지원한다. 독일 대학은 학비가 없으므로 바펙은 생활비를 지원하는 것이다. 30세 이전의 대학생들과 직업훈련을 받는 도제를 지원 대상으로 하며, 10학년 이상의 집을 떠나 유학하는 고등학생과 외국인 학생이라도 영주권이 있거나 5년 이상 체류하면 수혜 대상이다.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주는 바펙 장학금은 고등학생들에게는 무상으로 지급하며, 대학생들에게는 반은 무이자 대출로, 반은 무상으로 지급한다. 대출 상환은 대출이 끝난 후 5년 후부터 시작하여 20년까지 분할 상환하며, 실제 대출받은 금액의 과다에 상관없이 개인당 최대 1만 유로까지만 갚으면 된다. 졸업 후 취업을 하지 못하거나 월수입이 1070유로에 못 미칠 때는 상환치 않아도 된다. 도제는 대출금을 상환 일정보다 조기에 갚을 경우에는 50%까지 감면해준다. …… 이 정도면 자식들 교육을 부모가 시키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시키는 셈이다. 일반 바펙 외에도 ‘마이스터 바펙’도 있고, 직장인들의 계속 교육을 지원하는 ‘교육프리미엄’도 운영한다. 교육 천국이다. 최소한 교육 여건 측면에서는 그렇다. (291쪽: 제7장_“지식과 교육은 공공재” 中)

다만 예외적인 국가 두 곳이 있는데, 바로 선도적 수출국인 독일과 중국이다. 이 두 국가는 무엇이 다른가. 중국에서는 전체 수출의 68%가 직원 수가 2000명이 안 되는 기업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독일도 대략적으로 볼 때 전체 수출의 3분의 2가 중소기업에서 이루어진다. 다시 말해 ‘좋은’ 수출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대기업이 필요하지만, ‘탁월한’ 성적을 내려면 대기업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수출량이 큰 강한 중소기업이 필요하다. 한국의 성장 둔화에는 세 가지 요인이 있다. 첫 번째는 수출에 역점을 둔 중소기업의 부재이고, 두 번째 요인은 인구구조이다. 한국 기업들이 성장하고자 한다면 한국 내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한국의 출산율이 독일이나 일본과 같은 수준으로 낮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발전 과정에서 기인한 것이기는 하지만, 한국 기업들이 가격요인에 민감한 시장에서 활동 중이라는 점이다. (462쪽: 제11장_“미텔슈탄트와 빅챔피언 가파” 헤르만 지몬 인터뷰 中)

엘베 강은 침식과 퇴적으로 인한 하상의 변천으로 범람이 잦아지고 수로 확보에 애로가 생기면서 19세기부터 치수사업이 반복적으로 시행되어왔으며 현재 추진 중인 9차 치수사업은 이미 2002년에 사업신청이 이루어졌다. “연방수로관리법”에 따라 2007년까지 치수사업을 완료할 예정이었으나 각 환경단체, 지역자치단체, 개인 등 약 5200건의 이의제기가 있은 후 독일자연보호연맹의 소 제기에 따라 2012년 연방행정법원이 사업 중단을 결정했다. 2015년 유럽법원에서 “엄격한 일정 조건하에서만 가능하다”라고 함으로써 독일 국내법원의 판단에 따라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으나 2017년 2월 라이프치히 연방행정법원은 또 다시 확정 판결을 미루고 말았다. 이유인즉 함부르크 엘베 강 어귀에서만 자란다는 “쉬어링스 물회향초”란 멸종위기 식물의 보호를 위해, 치수사업으로 인해 강물의 염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되면 이 염도 확인, 조치 작업에 최대 반년 정도가 더 소요되고 이 작업 후 재신청과 재검토가 반복된다면 결국 사업이 추진되더라도 2020년이 지나야 사업이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 (533쪽: 제13장_“환경과 에너지 전환” 中)

그러나 문제는 이제부터다. 이제 독일 내 이민자 사회는 급격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2015년 한 해에만도 100만 명의 난민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물론 등록되지 않은 비공식적으로 들어온 난민들의 숫자도 상당할 것이다. 이들은 정교분리를 표방하는 터키가 아닌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같은 보다 근본주의적인 이슬람국가들 출신이다. 독일 사회가 이들에 대한 통합에 실패할 경우 그 파급력은 상상하기 어렵다. 아울러 향후 페기다 운동과 같은 반이민자, 반외국인 정서가 확산되고 이것이 이민자 사회나 외국인들과 충돌되는 상황이 올 경우 문제가 한층 심각해질 것이다. 독일 사회 발전의 지속가능성 여부에 관한 핵심적 사안인 동시에 이주노동자 사회의 규모가 커져가는 우리나라에도 분명 고민거리를 던져주고 있는 문제임을 인식해야 한다. (593쪽: 제14장_“쏟아지는 경고” 中)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제1부 독일은 어떤 나라인가: 독일의 현재에 대한 평가로서 “젊은 나라”를 소개하고 과거의 역사적 배경이 독일모델과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설명하고자 시도했다

1990년 독일통일로 플레스너가 주장한 “지각생의 국가”는 사라졌고 독일 땅에는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건설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진정한 민주적 단일민족국가, “젊은 독일”이 새로이 탄생했다. 하지만 독일은 결코 젊지 않은 나라다. 과거의 역사적 단락마다 현재의 독일을 만들고 있는 전통이 생겨났고 지금까지 면면히 내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인들에게는 과거가 곧 현재이고 또 미래다. 나치와 인종절멸이라는 특별한 과거사가 현재에도 미래에도 독일의 운명을 지배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바로 과거극복을 위한 역사가 아니라 현재를 위한 역사다. 역사에 대한 자아적 성찰이야말로 독일을 강하게 만들고 있다.

제2부 무엇이 독일모델인가?: 독일의 정치, 경제, 사회 등 제반 분야에서의 모델적 특성을 선별하여 소개했다. 이 모델적 특성에는 영미형의 자유주의적 시장경제에 대응하는 사회적 시장경제 개념이 그 기초가 되고 있다

오스트리아인으로서 네덜란드의 대학에서 가르치고 있는 웅어 교수는 뒤셀도르프의 경제사회연구소에서 일할 때 독일인들이 자신들에게만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그들에게 거울을 주고 다른 사람들이 그들을 어떻게 보는지를 알려주려고 독일모델 연구과제를 시행하게 되었다. 이 연구를 통해 단순한 국가적 모델을 넘어서 초국가적인 모델로서 독일모델이 존재하는 것을 확인했고, 기업과 다른 주체들 간의 협력을 지원하는 제도적 하부구조가 경제성과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었다.
미국의 자유주의적 시장경제의 모범이 서부 개척시대 골드러시에서 일확천금을 꿈꾸는 모험적 창업가라면 독일의 질서적 시장경제의 토대는 피와 땀과 눈물을 기반으로 하는 정직한 기업가 정신이 아닐까? 이러한 흐름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세계적 거대 혁신기업이라는 ‘GAFA(구글Google, 애플Apple, 페이스북Facebook, 아마존Amazon)’만 해도 모두 미국 기업이다. 이들 기업이 엄청난 창의력과 주식모집을 통한 대규모 투자를 기반으로 하는 반면 독일의 히든 챔피언들은 가족중심적으로 조달가능한 금융 범위 내에서 투자하며 기존의 기술을 ‘조금씩 진전시켜’ 특화된 시장에 맞는 실용적 상품을 만들어낸다.

제3부 독일모델은 지속가능한가?: 독일과 독일모델의 향후 장래 전망에 대하여 인구/난민문제와 유럽연합에 초점을 두고 평가했다

유럽연합은 너무 빨리 커졌고, 유로화의 도입은 정치적인 틀이 결정되지 않은 채 이루어졌다. 성급하게 내려진 이 결정들은 시차를 두고 문제가 되어 되돌아왔다. 브렉시트와 그리스 사태에서 보듯이 유럽연합의 결속력 약화와 유로존의 위기는 독일에게 가장 중요한 도전과제가 되고 있으며, 국내적으로는 인구감소, 투자부족, 커지는 빈부격차와 사회정의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독일은 악순환에 빠져 있다. 지난 30년간 경제적 결함으로 인한 문제들은 해결되지 않았고 그 사이 세금부담은 커졌고 국가부채는 불어났다”라거나 “독일경제는 생각만큼 좋지 않다. 기업들은 해외투자를 선호하고 기반시설은 낙후되었으며 교육에 대한 투자가 부족하고 이자율이 낮아 독일인들은 그저 근근이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라는 비판과 경고음이 들린다.

제4부 독일모델과 한국: 독일모델의 기저를 이루는 연성적 요소들을 한국 사회의 해당 분야에서 나타나는 특성들과 비교했다. 생각과 대화문화, 네트워킹 열풍, 칸막이가 없는 사회, 저신뢰 사회, 낮은 국제화 수준, 지속가능하지 않은 완벽주의, 동물학대 등 주제에 있어 비판적 시각을 감추지 않고 있다. 아울러 통일문제에 대한 전향적 입장도 소개하고 있다.

각 국가마다 자신들의 역사적·문화적·사회적 환경에 맞게 발전시켜온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 시스템이 존재하며, 이러한 국가 시스템은 경제적 성과와 사회적 복지라는 국가목표를 효율적으로 그리고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달성하는 관건이다. 아울러 국가 시스템은 현대 사회에서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국제적으로 인정된 “최선의 관행(Best Practices)”을 지향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다른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는 시스템의 특장점을 벤치마킹하는 것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 개인이든 국가든 서로 보고 배우며 발전해가기 때문이다.
독일 사회 각 분야의 모델적 요소들은 하나같이 좋아 보이지만, 역사적 전통이나 사회문화적 배경과 맞물려 있어 한국 사회가 이것들을 수용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의 새로운 국가모델을 지향함에 있어서 독일모델적 요소들의 함의와 그 수용가능성을 생각해보는 것은 결코 무익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