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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같이 생각하고 싶은 문제를 질문으로 제시하고 이에 대한 답을 찾는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정답이라고 내 주장을 우기기보다는 답을 찾는 과정을 독자와 같이하고 싶다. … 역사는 재미있고 매력 있다는 것을 전하고자 한다. 최대한 역사와 관련된 구체적인 사례 속에서 그 방향을 찾아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책이 의미 있지 않을까 한다.”(13쪽)
2024년 현재, 일반적인 한국인에게 역사 공부는 크게 두 가지를 목표로 한다. 하나는 수능의 ‘한국사’ 과목에서 등급 컷을 맞추는 것, 다른 하나는 공공기관 취업이나 임용고시 합격에 필요한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급수를 따는 것.
후자의 시험에는 지원자가 많아 접수 대란이 일어나기도 하고, 관련 교재나 인강의 스타 강사는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역덕’(역사 덕후)의 한국사능력검정시험 합격 수기도 올라오고, 초등학생 가운데도 한국사 마니아가 꽤 있어서 도전기가 종종 회자된다. 반면, 수능 관련해서는 ‘한국사’가 필수 과목인데, 암기가 어려워 어릴 때부터 ‘역포자’(역사를 포기한 사람)가 되었다는 하소연도 들린다.
경중의 차이는 있겠으나, 현재 역사 공부의 중심에는 ‘시험’이 있다. 그리고 시험이 목표가 된 역사는 암기과목으로 다가갈 공산이 크다.
도서출판 따비의 신간 『역사를 읽는 법』에서 저자 류시현은 이야기한다. “역사가 주는 지혜를 찾아야 한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확인되는 내용은 대부분 정보에 해당한다. 이렇게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은 굳이 외워야 한다는 부담을 느낄 필요가 없다. 시험의 방식으로 묻는 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341쪽)
2024년 현재, 일반적인 한국인에게 역사 공부는 크게 두 가지를 목표로 한다. 하나는 수능의 ‘한국사’ 과목에서 등급 컷을 맞추는 것, 다른 하나는 공공기관 취업이나 임용고시 합격에 필요한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급수를 따는 것.
후자의 시험에는 지원자가 많아 접수 대란이 일어나기도 하고, 관련 교재나 인강의 스타 강사는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역덕’(역사 덕후)의 한국사능력검정시험 합격 수기도 올라오고, 초등학생 가운데도 한국사 마니아가 꽤 있어서 도전기가 종종 회자된다. 반면, 수능 관련해서는 ‘한국사’가 필수 과목인데, 암기가 어려워 어릴 때부터 ‘역포자’(역사를 포기한 사람)가 되었다는 하소연도 들린다.
경중의 차이는 있겠으나, 현재 역사 공부의 중심에는 ‘시험’이 있다. 그리고 시험이 목표가 된 역사는 암기과목으로 다가갈 공산이 크다.
도서출판 따비의 신간 『역사를 읽는 법』에서 저자 류시현은 이야기한다. “역사가 주는 지혜를 찾아야 한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확인되는 내용은 대부분 정보에 해당한다. 이렇게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은 굳이 외워야 한다는 부담을 느낄 필요가 없다. 시험의 방식으로 묻는 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341쪽)
목차
1장 기원과 시간성
기원에 관한 호기심 / 과거 시간의 재조명 / 과거의 새로운 해석 / 역사의 ‘불가역성’
시대착오와 시간 지체
2장 시대적 맥락
시대착오성과 영토 민족주의 / 전통시대와 시대 읽기 / 근현대와 시대 읽기
시간적 감각과 맥락 읽기 / 가치와 교환가치의 맥락 읽기
문학으로 공간과 시간을 깊게 읽기 / 정치적 선택과 맥락
3장 시기를 나눈다는 것
공동체의 시간과 개인의 시간 / 사관과 시기 구분 / 근대와 시간의 압축
일제강점기와 전시체제기 / 분단시대와 전환시대 / 세대론과 시대 공존
4장 사료의 선택
사료와 역사적 상상력 / 문학작품과 그림의 해석 / 사진 자료의 해석
감추어진 이미지와 자료
5장 사료의 활용
익숙한 사료와 낯선 사료 / 사료의 범위와 선택 / 이미지의 활용 / 원전의 번역과 윤문
개념의 번역과 해석 / 문헌의 변천 과정 / 텍스트 분석과 검열
6장 역사의 서술
역사가의 객관성 / 역사가의 과거 해석 / 역사가의 연구 주제 / 동학농민운동의 연대 의식
한말 의병과 안중근의 의거 / 역사 서술과 용어의 선택 / 칭기즈칸을 통한 몽골 이해
역사가의 역할과 선택
7장 우연과 필연
역사적 사건의 원인과 결과 / 연쇄적인 인과관계의 구성 / 우연과 필연의 관계
안중근과 이재명의 의거, 그리고 김산 / 광주학생운동 재구성해보기 / 특수성과 보편성
8장 누구의 관점인가
다양한 해석과 관점 / 관점에 따른 다양한 시선 / 남성의 시선과 여성의 시선
민족사와 민족문화의 구성 / 민중과 대중의 관점 / 역사가의 관점 세우기
9장 인물의 평가
위인의 등장과 위인전의 구성 / 위인의 삶과 변곡점 / 왕건의 정치적 포용력
태종 이방원의 역사적 역할 / ‘쓰러지지 않는’ 부도옹 흥선대원군
순종의 죽음과 6. 10 만세운동 / 인물에 대한 세상의 평가와 기억
인물의 성공과 실패 / 인물 평가의 균형 잡기
10장 좋아하는 인물
20살에 만난 22살의 전태일 / 갈림길과 신채호의 선택 / 실천을 앞세운 안창호
큰 물결 방정환 / 바다의 바람 심훈 / 태평천국운동의 스다카이와 공자의 제자 자로
권위의식 없는 2인자 이관술 / 역사적 인물에 관한 기억
11장 역사교육과 상상력
역사 수업과 추체험 / 역사교육과 역사 교과서 / 제국주의와 식민지의 상반된 역사 서술
교양 역사와 역사 수험서 / 조선 미술과 야나기 무네요시 / 〈세한도〉와 관련 인물 이야기
역사 대중화의 공과
12장 역사의 현재성
전쟁에 관한 역사적 교훈 / 제국주의의 오리엔탈리즘 / 공간의 재해석과 스펙터클
장소에 대한 사랑 / 타자의 역사와 타자와의 소통 / 사실(史實)의 지혜와 교훈
역사 공부와 탈신화
기원에 관한 호기심 / 과거 시간의 재조명 / 과거의 새로운 해석 / 역사의 ‘불가역성’
시대착오와 시간 지체
2장 시대적 맥락
시대착오성과 영토 민족주의 / 전통시대와 시대 읽기 / 근현대와 시대 읽기
시간적 감각과 맥락 읽기 / 가치와 교환가치의 맥락 읽기
문학으로 공간과 시간을 깊게 읽기 / 정치적 선택과 맥락
3장 시기를 나눈다는 것
공동체의 시간과 개인의 시간 / 사관과 시기 구분 / 근대와 시간의 압축
일제강점기와 전시체제기 / 분단시대와 전환시대 / 세대론과 시대 공존
4장 사료의 선택
사료와 역사적 상상력 / 문학작품과 그림의 해석 / 사진 자료의 해석
감추어진 이미지와 자료
5장 사료의 활용
익숙한 사료와 낯선 사료 / 사료의 범위와 선택 / 이미지의 활용 / 원전의 번역과 윤문
개념의 번역과 해석 / 문헌의 변천 과정 / 텍스트 분석과 검열
6장 역사의 서술
역사가의 객관성 / 역사가의 과거 해석 / 역사가의 연구 주제 / 동학농민운동의 연대 의식
한말 의병과 안중근의 의거 / 역사 서술과 용어의 선택 / 칭기즈칸을 통한 몽골 이해
역사가의 역할과 선택
7장 우연과 필연
역사적 사건의 원인과 결과 / 연쇄적인 인과관계의 구성 / 우연과 필연의 관계
안중근과 이재명의 의거, 그리고 김산 / 광주학생운동 재구성해보기 / 특수성과 보편성
8장 누구의 관점인가
다양한 해석과 관점 / 관점에 따른 다양한 시선 / 남성의 시선과 여성의 시선
민족사와 민족문화의 구성 / 민중과 대중의 관점 / 역사가의 관점 세우기
9장 인물의 평가
위인의 등장과 위인전의 구성 / 위인의 삶과 변곡점 / 왕건의 정치적 포용력
태종 이방원의 역사적 역할 / ‘쓰러지지 않는’ 부도옹 흥선대원군
순종의 죽음과 6. 10 만세운동 / 인물에 대한 세상의 평가와 기억
인물의 성공과 실패 / 인물 평가의 균형 잡기
10장 좋아하는 인물
20살에 만난 22살의 전태일 / 갈림길과 신채호의 선택 / 실천을 앞세운 안창호
큰 물결 방정환 / 바다의 바람 심훈 / 태평천국운동의 스다카이와 공자의 제자 자로
권위의식 없는 2인자 이관술 / 역사적 인물에 관한 기억
11장 역사교육과 상상력
역사 수업과 추체험 / 역사교육과 역사 교과서 / 제국주의와 식민지의 상반된 역사 서술
교양 역사와 역사 수험서 / 조선 미술과 야나기 무네요시 / 〈세한도〉와 관련 인물 이야기
역사 대중화의 공과
12장 역사의 현재성
전쟁에 관한 역사적 교훈 / 제국주의의 오리엔탈리즘 / 공간의 재해석과 스펙터클
장소에 대한 사랑 / 타자의 역사와 타자와의 소통 / 사실(史實)의 지혜와 교훈
역사 공부와 탈신화
책 속으로
“이렇게 확인할 수 있는 정보는 굳이 외우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최초, 최고最古가 누구이고, 무엇인지를 너무 의식하지 않아도 좋다. 역사적 사건과 인물의 중요성은 첫 번째가 아니더라도 호기심을 충족할 이야기가 존재하는 데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
--- p.22
“이른바 ‘기미己未 이후’라는 시간적 인식이 있다. 기미년은 3. 1 운동이 일어난 1919년을 가리킨다. 이에 조선인들은 “기미 이후 일본 유학을 갔다.” “기미 이전에 집을 샀다.” 등의 표현을 썼다. 당대를 살았던 사람의 시간을 기억하는 방법은 1917년, 1918년, 1919년 등이 아니라 ‘기미’였던 것이다.”
--- p.90
“일례로, 1910년대 공주헌병대 본부와 충청남도 경무국은 충청남도 공주의 주막에서 일어난 대화를 탐지하고 기록했으며 심지어 화장실의 낙서까지도 기록했다. 가장 많고 일상적이었던 낙서가 ‘이완용 식당’이었다. 화장실을 식당에 비유한 것이다. 나는 위의 논의를 통해 일제 통치의 균열이 존재함을 확인하고, 이러한 ‘긴장관계’를 찾는 것을 과제로 설정할 수 있었다.”
--- p.112
“농민층은 이러한 민중 신앙과 동학을 바탕으로 후천개벽을 꿈꾸는 다양한 실천 활동을 전개했다. 지배층의 입장에서 이러한 행동은 세상을 어지럽게 만드는 ‘난亂’이지만, 농민을 비롯한 민중의 입장에서는 ‘전쟁’이자 ‘혁명’이었다.”
--- p.161
“역사의 서술에서 서술 용어의 선택은 매우 중요하다. 1980년대에 일제강점기 항일 단체인 신간회의 결성과 활동에 관해 공부할 때, ‘해소’되었다는 표현을 낯설게 마주했던 기억이 있다. … 당대 신간회 활동과 관련해서, ‘해산’이라고 하면 조직을 해체한다는 뜻이지만, ‘해소’라고 하면 새로운 변화 혹은 다시 조직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마무리라는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이후 신간회를 설명할 때면 ‘해소되었다’라고 표현해왔다.”
--- p.171
“역사학은 이미 일어난 일에 관한 연구인지라, 과거 사건의 결과를 알고 있다. 동학농민운동은 실패했고, 5. 16 쿠데타는 ‘성공’했고, 6월 항쟁은 성공했다. 성공과 실패는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 5. 16의 경우,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이들이 권력을 잡은 것은 사실이니 ‘성공’이라고 한 것이다. 어쨌든 역사의 현장에서 성공의 확신을 가지고 행동하는 것은 아니다. 가능성과 믿음을 전제로 움직이는 것이다. 불안감은 연대로 극복할 뿐이다. 따라서 역사학에서는 성패에 관한 질문이 의미가 없다.”
--- p.191~192
“당파성에 입각한 역사 서술은 독자에게 대중적인 동의를 얻어내려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 극단에 ‘국뽕’이 있다. … ‘국뽕’은 국가 간 군사력 비교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일본이나 중국, 북한 등 주변 국가와 전쟁을 가정하고 그때 ‘우리’가 이길 수 있다는 논리가 주로 전개된다. 매우 위험하다.”
--- p.229
“세계사 교과서를 구성할 때는, 제국을 경험한 나라와 제국을 경험하지 않은 나라 혹은 식민지를 경험한 나라 사이에 내용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 p.309
“관계를 대립보다는 평화로, 갈등보다는 공존으로 풀어나가려면 역사적 경험에서 도움을 받아야 한다. 정답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불평하지 말자. 여러 가능성 속에서 가장 나은 방안을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 p.345
“역사학자로서 평소 깊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 미국의 사회학자 배링턴 무어Barrington Moore의 말을 항상 명심하며 살고자 한다. 배링턴 무어는 “인간 사회를 탐구하는 모든 학도들에게 역사 과정의 희생자에 대한 동정과 승리자의 주장에 대한 회의는 필수불가결한 방패가 되어 그들을 지배적인 신화에 기만되지 않도록 보호한다.”라고 주장했다. … 특히 승리자의 주장은 무오류의 ‘신화’의 형태를 띠고 있다. 신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 p.22
“이른바 ‘기미己未 이후’라는 시간적 인식이 있다. 기미년은 3. 1 운동이 일어난 1919년을 가리킨다. 이에 조선인들은 “기미 이후 일본 유학을 갔다.” “기미 이전에 집을 샀다.” 등의 표현을 썼다. 당대를 살았던 사람의 시간을 기억하는 방법은 1917년, 1918년, 1919년 등이 아니라 ‘기미’였던 것이다.”
--- p.90
“일례로, 1910년대 공주헌병대 본부와 충청남도 경무국은 충청남도 공주의 주막에서 일어난 대화를 탐지하고 기록했으며 심지어 화장실의 낙서까지도 기록했다. 가장 많고 일상적이었던 낙서가 ‘이완용 식당’이었다. 화장실을 식당에 비유한 것이다. 나는 위의 논의를 통해 일제 통치의 균열이 존재함을 확인하고, 이러한 ‘긴장관계’를 찾는 것을 과제로 설정할 수 있었다.”
--- p.112
“농민층은 이러한 민중 신앙과 동학을 바탕으로 후천개벽을 꿈꾸는 다양한 실천 활동을 전개했다. 지배층의 입장에서 이러한 행동은 세상을 어지럽게 만드는 ‘난亂’이지만, 농민을 비롯한 민중의 입장에서는 ‘전쟁’이자 ‘혁명’이었다.”
--- p.161
“역사의 서술에서 서술 용어의 선택은 매우 중요하다. 1980년대에 일제강점기 항일 단체인 신간회의 결성과 활동에 관해 공부할 때, ‘해소’되었다는 표현을 낯설게 마주했던 기억이 있다. … 당대 신간회 활동과 관련해서, ‘해산’이라고 하면 조직을 해체한다는 뜻이지만, ‘해소’라고 하면 새로운 변화 혹은 다시 조직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마무리라는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이후 신간회를 설명할 때면 ‘해소되었다’라고 표현해왔다.”
--- p.171
“역사학은 이미 일어난 일에 관한 연구인지라, 과거 사건의 결과를 알고 있다. 동학농민운동은 실패했고, 5. 16 쿠데타는 ‘성공’했고, 6월 항쟁은 성공했다. 성공과 실패는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 5. 16의 경우,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이들이 권력을 잡은 것은 사실이니 ‘성공’이라고 한 것이다. 어쨌든 역사의 현장에서 성공의 확신을 가지고 행동하는 것은 아니다. 가능성과 믿음을 전제로 움직이는 것이다. 불안감은 연대로 극복할 뿐이다. 따라서 역사학에서는 성패에 관한 질문이 의미가 없다.”
--- p.191~192
“당파성에 입각한 역사 서술은 독자에게 대중적인 동의를 얻어내려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 극단에 ‘국뽕’이 있다. … ‘국뽕’은 국가 간 군사력 비교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일본이나 중국, 북한 등 주변 국가와 전쟁을 가정하고 그때 ‘우리’가 이길 수 있다는 논리가 주로 전개된다. 매우 위험하다.”
--- p.229
“세계사 교과서를 구성할 때는, 제국을 경험한 나라와 제국을 경험하지 않은 나라 혹은 식민지를 경험한 나라 사이에 내용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 p.309
“관계를 대립보다는 평화로, 갈등보다는 공존으로 풀어나가려면 역사적 경험에서 도움을 받아야 한다. 정답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불평하지 말자. 여러 가능성 속에서 가장 나은 방안을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 p.345
“역사학자로서 평소 깊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 미국의 사회학자 배링턴 무어Barrington Moore의 말을 항상 명심하며 살고자 한다. 배링턴 무어는 “인간 사회를 탐구하는 모든 학도들에게 역사 과정의 희생자에 대한 동정과 승리자의 주장에 대한 회의는 필수불가결한 방패가 되어 그들을 지배적인 신화에 기만되지 않도록 보호한다.”라고 주장했다. … 특히 승리자의 주장은 무오류의 ‘신화’의 형태를 띠고 있다. 신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 p.353
출판사 리뷰
개념의 이해와 역사의 매력
『역사를 읽는 법』은 다른 색깔로 비칠 수 있는 두 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역사의 매력을 알려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역사 용어와 개념을 보다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전하는 것이다. 정보의 암기에서 벗어나 다양한 사료를 통해 낯선 과거와 만나고 소통한다면, 과거를 통해 현재를 성찰하고 미래를 바라본다면, 두 가지 과제가 결코 다른 길 위에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개념을 분명히 한다는 것은 개념을 자신의 언어와 표현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과거 인간의 삶 속에 투영된 낯선 언어와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줄곧 질문을 던진다.
광주교대에서 예비 교사들에게 역사를 가르치는 저자는 학생들과의 수업에서 “고조선의 영토를 그려보라”는 질문을 던지고, “국경은 무엇인가?” “근대적 국가 개념에 입각한 영토 개념을 고조선의 역사에 적용할 수 있는가?”라며 질문을 이어간다. 질문은 책 곳곳에서 등장한다.
“역사학에서는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는 ‘불가역성’에 관한 논의가 있다. 그렇다면 20세기 초반의 ‘파시즘’은, ‘홀로코스트’는 다시 되풀이되지 않을까?”
“5. 18의 원인은 5. 17일까, 12. 12일까? 혹은 10. 26일까? 아니면 1970년대 박정희의 유신 독재일까?” “김재규가 박정희를 죽이지 않았다면, 전두환의 쿠데타와 5. 18은 없었을까?”
이러한 ‘역사적 가정historical if’ ‘역사 추체험’을 통해 인물과 사건, 시대를 좀 더 풍부하게 읽어내자고 제안한다. 즉, 역사적 상상력을 통해 시대를 읽어내며 ‘역사적 사건의 원인과 결과’ ‘우연과 필연의 관계’ 등을 되짚어, 개념을 단단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인간의 이야기와 다양한 사료를 읽어내는 관점과 맥락
『역사를 읽는 법』에는 많은 역사적 인물이 등장한다. 왕건, 세종, 고종 등 익히 알려진 왕부터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 앞장선 김구, 안중근, 신채호, 안창호, 그리고 현대의 전태일까지. 물론 그들의 일대기를 다시 서술하지는 않는다. 견훤과 궁예에 비해 군사력도 세력도 두드러지지 않았던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할 수 있었던 리더십과 포용성을, 세종이 찬란한 업적을 쌓는 데 뒤에서 힘이 돼주었던 태종의 조력을 주목하면서 맥락 읽기를 강조한다. 또한, 김구와 이승만, 이광수와 최남선과 홍명희를 묶어서 살펴보며 시대의 갈림길에서 어떠한 선택을 하는지, 그 의미는 무엇인지 묻는다.
나아가, 안중근과 함께 이토 히로부미 암살을 꾀했던 우덕순의 이야기, 이재명과 함께 이완용 암살을 도모했다가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았던 때에 15년 만에 잡힌 이동수의 이야기, 2인자의 위치에 있었지만 자신만의 길을 걸었던 이관술과 스다카이, 자로 등 잘 알려진 역사적 사건 속에서 가려져 있던 인물들을 길어올리며, “잊어서는 안 되는 존재를 기억하는 것이 역사가의 책무”라고 다짐하기도 한다.
인물들의 이야기와 더불어 저자는 다양한 사료의 활용을, 사료 선택과 활용 시 시대적 맥락을 살피며 읽어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예컨대, 일제강점기에는 고려 말에 피해를 끼친 ‘왜구倭寇’ 대신 ‘해구海寇’라고 표현했으며 임진왜란에 관한 서술도 쉽지 않았다고 하는데, 일제강점기에 쓴 글이나 책을 해방 후 다시 출판할 때는 책의 서술 내용을 다시 살펴보아야 한다.
또한, 이미지 안에 숨은 상징을 읽어내는 것도 강조한다. 일례로, 비누를 사용한 흑인 아이가 흰색으로 변한다는 내용의 비누 광고를 통해, 서구의 근대와 식민지의 근대는 선악, 강약, 백과 흑, 깨끗함과 더러움 등으로 대비되었음을 읽어내고, 최근까지도 이어져온 사례를 언급한다.
이렇듯 저자는 인물 이야기와 다양한 사료를 짚어가면서 ‘사료의 선택과 활용’ ‘개념의 번역과 해석, 검열’ ‘역사의 서술’ ‘다양한 해석과 관점’이라는 역사학의 방법론을 살펴본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
『역사를 읽는 법』은 ‘기원과 시대착오’ ‘시대적 맥락과 시기 구분’ 등 역사의 시간 개념을 다시 생각해보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역사학은 조각나고 시간적으로 단락이 존재하는 사료를 연결시켜 이야기를 만드는 학문이기에, 과거를 살피는 동시에 현재의 물음에 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멀지 않은 세대 간에도 나타나는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저자는 현대사 관련 수업을 할 때를 예로 든다. 1987년 6월 항쟁에 관한 수업을 할 때, 가르치는 이에게 1987년은 직접 경험한 시대인 반면, 배우는 이들에게는 아직 태어나기 전에 일어났던 사건이다. 즉, 선생에게는 과거의 ‘경험’이고 학생들에게는 과거의 ‘역사’라는 것이다. 학생들은 자신을 기준으로 태어나기 이전의 사건을 역사로 이해한다. 20살의 나이에 1987년을 겪은 이들에게 1950년 6. 25 전쟁은 37년 전 역사이고, 2024년 20살인 이들에게는 1987년 6월 항쟁이 37년 전 역사다. 역사를 대할 때는 세대마다 이해가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반면, 최근 우리는 과거 제국을 경험했던 국가들에서 급진적인 세력들이 일으키는 폭력 사태를 자주 접하게 된다. 저자는 ‘과거의 부활’이라는 영광에 매달리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화려한 영광을 부활하자면서, 당대의 모순을 감추고 타자에 대한 공격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라떼’로 대표되는 일상의 언어 역시 마찬가지다. “이렇듯 황금기를 과거로 설정해 불행하고 비참한 당대가 대비되었다. 과거가 현재를 집어삼켜버린 것이다. 심지어 미래까지 위험할 수 있다.”(353쪽)
결국 역사는 당대의 과제, 즉 현재성의 물음을 해결해야 하기에, ‘역사적 교훈’ ‘역사의 현재성’ ‘역사교육과 상상력’을 살펴보며 역사 공부의 의미를 새겨봐야 한다.
『역사를 읽는 법』은 다른 색깔로 비칠 수 있는 두 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역사의 매력을 알려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역사 용어와 개념을 보다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전하는 것이다. 정보의 암기에서 벗어나 다양한 사료를 통해 낯선 과거와 만나고 소통한다면, 과거를 통해 현재를 성찰하고 미래를 바라본다면, 두 가지 과제가 결코 다른 길 위에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개념을 분명히 한다는 것은 개념을 자신의 언어와 표현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과거 인간의 삶 속에 투영된 낯선 언어와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줄곧 질문을 던진다.
광주교대에서 예비 교사들에게 역사를 가르치는 저자는 학생들과의 수업에서 “고조선의 영토를 그려보라”는 질문을 던지고, “국경은 무엇인가?” “근대적 국가 개념에 입각한 영토 개념을 고조선의 역사에 적용할 수 있는가?”라며 질문을 이어간다. 질문은 책 곳곳에서 등장한다.
“역사학에서는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는 ‘불가역성’에 관한 논의가 있다. 그렇다면 20세기 초반의 ‘파시즘’은, ‘홀로코스트’는 다시 되풀이되지 않을까?”
“5. 18의 원인은 5. 17일까, 12. 12일까? 혹은 10. 26일까? 아니면 1970년대 박정희의 유신 독재일까?” “김재규가 박정희를 죽이지 않았다면, 전두환의 쿠데타와 5. 18은 없었을까?”
이러한 ‘역사적 가정historical if’ ‘역사 추체험’을 통해 인물과 사건, 시대를 좀 더 풍부하게 읽어내자고 제안한다. 즉, 역사적 상상력을 통해 시대를 읽어내며 ‘역사적 사건의 원인과 결과’ ‘우연과 필연의 관계’ 등을 되짚어, 개념을 단단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인간의 이야기와 다양한 사료를 읽어내는 관점과 맥락
『역사를 읽는 법』에는 많은 역사적 인물이 등장한다. 왕건, 세종, 고종 등 익히 알려진 왕부터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 앞장선 김구, 안중근, 신채호, 안창호, 그리고 현대의 전태일까지. 물론 그들의 일대기를 다시 서술하지는 않는다. 견훤과 궁예에 비해 군사력도 세력도 두드러지지 않았던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할 수 있었던 리더십과 포용성을, 세종이 찬란한 업적을 쌓는 데 뒤에서 힘이 돼주었던 태종의 조력을 주목하면서 맥락 읽기를 강조한다. 또한, 김구와 이승만, 이광수와 최남선과 홍명희를 묶어서 살펴보며 시대의 갈림길에서 어떠한 선택을 하는지, 그 의미는 무엇인지 묻는다.
나아가, 안중근과 함께 이토 히로부미 암살을 꾀했던 우덕순의 이야기, 이재명과 함께 이완용 암살을 도모했다가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았던 때에 15년 만에 잡힌 이동수의 이야기, 2인자의 위치에 있었지만 자신만의 길을 걸었던 이관술과 스다카이, 자로 등 잘 알려진 역사적 사건 속에서 가려져 있던 인물들을 길어올리며, “잊어서는 안 되는 존재를 기억하는 것이 역사가의 책무”라고 다짐하기도 한다.
인물들의 이야기와 더불어 저자는 다양한 사료의 활용을, 사료 선택과 활용 시 시대적 맥락을 살피며 읽어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예컨대, 일제강점기에는 고려 말에 피해를 끼친 ‘왜구倭寇’ 대신 ‘해구海寇’라고 표현했으며 임진왜란에 관한 서술도 쉽지 않았다고 하는데, 일제강점기에 쓴 글이나 책을 해방 후 다시 출판할 때는 책의 서술 내용을 다시 살펴보아야 한다.
또한, 이미지 안에 숨은 상징을 읽어내는 것도 강조한다. 일례로, 비누를 사용한 흑인 아이가 흰색으로 변한다는 내용의 비누 광고를 통해, 서구의 근대와 식민지의 근대는 선악, 강약, 백과 흑, 깨끗함과 더러움 등으로 대비되었음을 읽어내고, 최근까지도 이어져온 사례를 언급한다.
이렇듯 저자는 인물 이야기와 다양한 사료를 짚어가면서 ‘사료의 선택과 활용’ ‘개념의 번역과 해석, 검열’ ‘역사의 서술’ ‘다양한 해석과 관점’이라는 역사학의 방법론을 살펴본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
『역사를 읽는 법』은 ‘기원과 시대착오’ ‘시대적 맥락과 시기 구분’ 등 역사의 시간 개념을 다시 생각해보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역사학은 조각나고 시간적으로 단락이 존재하는 사료를 연결시켜 이야기를 만드는 학문이기에, 과거를 살피는 동시에 현재의 물음에 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멀지 않은 세대 간에도 나타나는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저자는 현대사 관련 수업을 할 때를 예로 든다. 1987년 6월 항쟁에 관한 수업을 할 때, 가르치는 이에게 1987년은 직접 경험한 시대인 반면, 배우는 이들에게는 아직 태어나기 전에 일어났던 사건이다. 즉, 선생에게는 과거의 ‘경험’이고 학생들에게는 과거의 ‘역사’라는 것이다. 학생들은 자신을 기준으로 태어나기 이전의 사건을 역사로 이해한다. 20살의 나이에 1987년을 겪은 이들에게 1950년 6. 25 전쟁은 37년 전 역사이고, 2024년 20살인 이들에게는 1987년 6월 항쟁이 37년 전 역사다. 역사를 대할 때는 세대마다 이해가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반면, 최근 우리는 과거 제국을 경험했던 국가들에서 급진적인 세력들이 일으키는 폭력 사태를 자주 접하게 된다. 저자는 ‘과거의 부활’이라는 영광에 매달리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화려한 영광을 부활하자면서, 당대의 모순을 감추고 타자에 대한 공격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라떼’로 대표되는 일상의 언어 역시 마찬가지다. “이렇듯 황금기를 과거로 설정해 불행하고 비참한 당대가 대비되었다. 과거가 현재를 집어삼켜버린 것이다. 심지어 미래까지 위험할 수 있다.”(353쪽)
결국 역사는 당대의 과제, 즉 현재성의 물음을 해결해야 하기에, ‘역사적 교훈’ ‘역사의 현재성’ ‘역사교육과 상상력’을 살펴보며 역사 공부의 의미를 새겨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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