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전쟁연구 (박사전공>책소개)/7.국가정보기관

일본의 스파이 전쟁 (2024)

동방박사님 2024. 10. 25.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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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기타무라 국장은 이 책에서 사실상 일본의 국가정보기관인 경찰청 외사정보부에서 근무하면서 다루었던 수많은 안보 사건의 경험을 자전적으로 기술했다. 그가 다룬 주요 사건의 내용은 책의 목차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목차
추천의 글 i
역자 서문 vi
저자 서문 ix

제 1 장 「요코타 메구미」 ‘가짜 유골’ 사건 1
해설 1 일본인 납치는 북한 대남공작의 일환 20

제 2 장 「일본 적군」과의 싸움 23
해설 2 김포공항에 착륙한 적군파 납치 항공기 41

제 3 장 옴진리교 ‘러시아 커넥션’ 43
해설 3 러시아의 영향력 공작 및 정보 조작 57

제 4 장 경제안전보장 -중국 기업 「화웨이」의 위협 59
해설 4 미국의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 72

제 5 장 불법수출을 적발하라 - 북한 75
해설 5 전략물자 수출통제 체제 88

제 6 장 러시아의 신분세탁 스파이 89
해설 6-1 러시아의 흑색 스파이 Illegal 101
해설 6-2 Dead Drop 103

제 7 장 「푸틴」의 스파이와 공방 105
해설 7 보가텐코프 스파이 사건 117

제 8 장 3 · 11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관련 미일 협력 119
해설 8 정보협력의 중요성 134

제 9 장 재일 코리안 조총련-민단 ‘통일계획’ 137
해설 9 탈북민은 대한민국 국민 150

제 10 장 「야마구치구미」 마피아 정상회담계획 153
해설 10 야쿠자와 한국 조폭의 차이 167

제 11 장 중국 스파이의 TPP 방해 공작 169
해설 11 중국의 샤프 파워와 영향력 공작 182

제 12 장 특정비밀보호법안에 직을 걸었다 185
해설 12 간첩죄가 없는 이상한 나라 202

맺음말 204
부록 - 『외사경찰 비록』 관련 연표 206

저자 소개 
저 : 기타무라 시게루 
전 국가안전보장국장 1956년 12월 27일 출생, 도쿄도 출신 도쿄대 법학부 졸업 1980년 4월 경찰청 입청 1983년 6월 프랑스 국립행정학교(ENA) 유학 1992년 2월 주프랑스대사관 1등서기관 이후, 경비국 외사정보부 외사과장/총리 비서관(제1차 「아베」내각)/경비국 외사정보부장 등 역임 2011년 12월 「노다」내각에서 내각정보관 취임. 제2차~제4차 「아베」 내각에서 유임. 특정비밀보호...

출판사 리뷰
역자 서문

먼저 이 책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일본은 미국 등 서구 선진국들이나 한국처럼 통합된 형태의 국가정보기관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설명드린다. 그 대신 일본은 외사경찰이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으로 정보기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데 이는 제2차 세계대전 패전 관련 군부와 보안정보기관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거부감, 미국의 점령정책과 세계전략, 경제발전 우선주의 등 일본의 국가전략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저자인 기타무라 시게루 전 국가안보국장은 일본 경찰청 외사과장, 외사정보부장 등 외사경찰의 최고요직을 거친 후 국가정보원의 카운터 파트로 간주되는 내각정보조사실의 수장인 내각정보관에 약 8년, 국가안보실장격인 국가안보국장에 2년여 재임하는 등 전례 없이 화려하고도 전설적인 경력을 가진 인물이다. 더군다나 기타무라 국장이 당초 2011년 12월 민주당 정부에서 내각정보관으로 임명되어 2012년 12월 자민당으로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계속해서 그 직책을 수행한 것은 본인의 탁월한 역량은 물론 아베 총리와의 각별한 인연 등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도 있겠으나 국가정보기관(과 그 수장)을 특정 정권의 도구가 아니라, 정권을 초월한 국가안보의 公器로 간주하는 일본 지도자들의 인식을 보여주는 것으로 남북이 첨예하게 대치 중인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독특한 경력을 거친 인물이 자신의 재임 중 직접 경험한 사례 등을 생생하게 소개한 책자를 발간한 것은 일본에서도 매우 드문 경우로 2024년 6월 말 기준 3만부 이상이 판매되는 등 유사 장르 서적 중에는 호평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일본의 국가정보체계 변천 연구’ 제하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역자의 견해로는 이 책에 소개된 12개 사례가 부분적으로는 한국의 외사경찰이나 방첩사령부, 정보사령부 등 부문 정보기관의 업무에 해당되기도 하나 대다수의 사안이 국가정보원의 업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12개 장으로 구성된 본문은 대략 북한 문제(일본인 납치, 일본의 대북 불법수출), 일본 적군, 옴진리교, 중국의 위협(화웨이의 위협, TPP 방해공작), 러시아 스파이 적발, 미일 정보협력, 조총련의 ‘민단 통일계획’, 일본 야쿠자-마피아 정상회담, 일본의 방첩체계 강화 노력 등으로 대별된다.

국가정보원 홈페이지는 방첩, 대테러, 산업보안, 방위산업보호, 해외정보, 국제범죄, 사이버안보, 안보조사, 대북정보, 우주안보정보, 국가보안, 북한 이탈주민보호 등을 소관 업무로 소개하고 있는데 그 업무 범위가 본문의 12개 사례를 모두 망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남북한 대치 등 엄중한 안보환경에 처해있는 한국의 보안정보기관 요원들은 재직 중에는 물론 퇴직 후에도 업무상 지득한 비밀을 철저하게 엄수해야 하는 엄격한 직업 윤리와 법 적용을 받고 있어 이러한 부류의 책자가 국내에서 발간된 사례가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비록 이 책자가 일본의 사례를 소개한 것이긴 하나 한국의 안보와도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사안들을 취급하고 있는데다 이 책을 빌려 간접적으로나마 우리 정보보안기관 요원들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음지에서 소리 없이 헌신하고 있다는 점을 알려야겠다는 일종의 의무감에서 번역을 결심하였으며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원저에는 없는 해설을 추가하였다.

한일 양국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이웃나라로서 자유민주주의이념과 시장경제체제의 가치를 공유하고 북한을 비롯한 공통의 위협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에 비록 과거사 문제 등으로 갈등을 겪는 경우가 있더라도 공동번영을 위해서는 상호 긴밀하게 협조해야만 하는 필연적 관계에 있음은 새삼 말할 필요도 없다.

이 책 본문 중에 ‘위기 시에 정보(intelligence)는 무기가 된다’는 내용이 있다. 이 책을 통해 정보보안기관의 빈틈없는 정보역량이 국가와 국민의 안위와 직결된다는 점을 공감하게 된다면 더없이 고마운 일이 되겠다.

저자 서문

외사경찰을 관장하는 경찰청 외사정보부는 2004년 4월 외사과와 국제 테러리즘대책과의 2개과 체제로 발족하였다. 경찰법에 따르면 외사정보부는 ‘경비 경찰에 관한 일’ 중 ‘외국인 또는 그 활동의 본거지가 외국에 있는 일본인에 관한 것을 담당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그렇지만 해당 법 조항만을 보고 곧바로 외사경찰의 실상을 모두 이해하기는 어렵다.

외사경찰의 정보활동과 법 집행의 중요한 측면을 예를 들어보면 방첩(Counter Intelligence, CI), 국제테러리즘 대책(Counter Terrorism, CT), 대량살상무기 관련 물자 등의 비확산(Counter Proliferation, CP) 등이 있다. 외사경찰의 역사는 오래되었고 그 발족은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제반 법령을 정비하고 치외법권의 완전 철폐를 달성한 18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또한, 전후의 외사경찰은 경찰의 경비공안 부문의 출발보다 늦어진 수년 후 1952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발효로 일본의 독립이 회복되는 해에 재출발하였다. 이 하나만 봐도 외사경찰이 일본의 국가 존립 및 국익과 밀접한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제2차세계대전 전의 외사경찰은 국방의 일익을 담당하기 위해 적성 국가의 첩보 ·모략 활동으로부터 일본의 권익을 수호하는 것을 주임무로 하여 1941년 ‘조르게 사건’ 적발 등 여러 가지 빛나는 성과를 이뤄왔다.

태평양전쟁 이후 북한과 중국에서 연달아 공산주의 정권이 탄생하자 일본은 소련을 포함한 공산권 진영에 둘러싸여 동서 냉전의 최전선에 위치하게 되었다. 이런 정세에 전후 외사경찰은 방첩 법령이 정비되지 않은 상황 속에서 일반법령을 적용하여 소련 · 중국 · 북한이 관여한 스파이 사건을 다수 적발하고 각국 정보기관의 대일 유해활동(스파이 활동) 실태를 밝혀 왔다.

베를린 장벽 붕괴 후 세계 규모의 동서 갈등구도는 소멸했지만, 냉전적 대립구조가 잔존하는 한반도에서는 납치 ·핵 ·미사일 같이 일본의 안보에 직결되는 여러 현안이 존재하고 있다. 게다가 대만해협을 사이에 두고 중국과 대만의 군사적 대치가 계속되는 등 극동 정세는 여전히 긴장에 휩싸여 있는 상황이다.

2001년 9월 1일 발생한 ‘9 ·11 테러’는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후 각국에서 테러대책이 강화된 결과로 ‘이라크 레반트 이슬람 국가(ISIL, The Islamic State of Iraq and the Levant)’ 등은 최고지도자를 포함한 다수의 간부가 사망하는 등 큰 타격을 입었지만, 그 활동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2022년 2월 24일에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우크라이나의 공고한 저항에 국제사회의 단합된 제재조치와 지원의 결과로 러시아가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 이 전쟁은 미중의 전략적 경쟁과 아시아에 대한 영향을 포함해 국제정세에 큰 변화를 초래하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을 ‘신냉전’이라고도 한다.

이렇게 크게 변모하고 있는 국제정세 속에서 외사경찰은 일본의 존립 및 국익을 수호하기 위한 임무를 은밀하게 계속 수행하고 있다. 나는 · 1992년부터 1995년까지 주프랑스 대사관 1등서기관 · 1995년부터 1997년까지 경찰청 경비국 외사과 및 경비기획과의 이사관 ·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외사정보부 외사과장 · 2010년부터 2011년까지 외사정보부장 · 2011년부터 2019년까지 내각정보관 · 2019년부터 2021년까지 국가안전보장국장 등 20년에 걸쳐 외사경찰과 정보업무에 종사해왔다.

원래 이 분야는 기밀보호 차원에서 많은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 이 책은 보안문제 등 매우 엄격한 제약 속에서 헤이세이(일본 연호, 1989.1.8.~2019.4.30.)의 이면사를 형성해 온 외사경찰의 진면목을 실제 몸담았던 사람의 눈을 통해 가능한 범위에서 전하기 위한 것이다.

정보업무 현장에 있을 때 오감은 맑고 예리해진다. 지금도 가끔 뇌리를 스쳐 가는 것은 프랑스 파리의 카르티에 라탱과 사람의 온기를 느끼게 해주는 학생용 싸구려 숙소, 방탄 SUV로 질주했던 이른 봄의 베카밸리, 베이루트와 달밤에 떠오르는 칠흑 같은 폐허, 동트기 전 고려호텔과 군청색 평양 시가, 남산이 내려다보는 엄동의 서울, 작열하는 방콕 시내의 극채색 교통정체, 버지니아주 매클레인에서 본 바람에 살랑이는 산뜻한 단풍, 러시아 도모데도보공항 속 회색의 VIP 대기실, 조어대 국빈관과 거대한 유리 너머로 연못이 보이는 만찬회 등 ……. 다양한 임무를 띠고 눈 앞에 마주했던 몇 가지 정경들이다.

추천의 글

우리에게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다. 먼 나라로 여겨지는 것은 우리 국민의 의식 속에 아직도 쉽게 치유되기 어려운 역사적 상처가 잔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19세기 말의 조선이 아니다. 피해자로서 과거 상처에만 지나치게 연연할 필요가 없는 당당한 나라로 우뚝 서 있다. 때문에 21세기 한일 양국관계는 가까운 이웃나라, 미래를 같이 가꾸어 나가는 관계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그렇게 되어야 하는 이유는 설명이 필요없이 자명하다. 또한 이는 21세기 시대 흐름에 부합하는 역사의 순리이며 역사적 당위다.

특히 최근 들어 국가 안보적 측면에서 한일 협력관계가 강화되어야 할 필요성이 부쩍 증대되고 있다. 핵을 움켜 쥔 러시아, 중국, 북한이 뭉쳐서 동북아 정세를 더욱 고압적으로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은 공히 동북아 정세의 안정과 한반도의 평화유지에 사활적 이해관계를 지니고 있다. 때문에 이 위협에 공동으로 대처해야 할 필요성이 한일 양국 모두의 시급한 국가안보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 상위권의 국력을 지닌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안보협력을 통한 힘의 시너지 효과는 동북아 정세에 대한 어떤 위협에도 단단한 방화벽이 될 수 있다.

최근 이런 인식을 강화시켜 주는 좋은 책이 출간되었다. 기타무라 시게루 전 일본 국가안보국장이 쓴 ‘외사경찰비록’의 번역서다. 기타무라 국장은 40여 년간 정보업무에 종사한 전설적인 정보 프로다. 그는 일본 최고 대학인 동경대 법학부를 졸업했고 1980년부터 일본 경찰에 투신했으며 일본 경찰의 인재 양성 프로젝트에 따라 프랑스에서 유학했다. 프랑스 대사관에서 일등서기관으로 근무한 경력도 가지고 있다. 이처럼 그의 메인 커리어는 골수 정보맨 커리어다. 일본의 최고 방첩기구인 일본 경찰청 외사정보부에서 수십 년간 경력을 쌓은 후 외사정보부장이라는 최고위직에 올랐고 이를 바탕으로 후에는 우리의 국정원장격인 내각정보관, 그리고 우리의 국가안보실장격인 국가안보국장을 역임했다.

이러한 입지전적 경력 배경이 그가 쓴 이 책의 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일본은 평화헌법에 따라 자위대뿐만 아니라 정보업무도 방어적 성격인 방첩에 주력하는 정보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때문에 우리를 포함한 다른 나라처럼 통합적이고 독립적인 국가정보기구를 가지고 있지 않다. 대신 일본경찰청 외사정보부가 방첩(counter intelligence)과 대테러 (counter terrorism)와 같은 국가보위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경찰 외사정보부라는 명칭 자체는 국가정보업무와 무관해 보이지만 일본 경찰 외사정보부는 치안조직이 아니라 사실상의 정보기관이다.

기타무라 국장은 이 책에서 사실상 일본의 국가정보기관인 경찰청 외사정보부에서 근무하면서 다루었던 수많은 안보 사건의 경험을 자전적으로 기술했다. 그가 다룬 주요 사건의 내용은 책의 목차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대부분 우리에게도 익숙한 사건이다. 요코타 메구미 가짜 유골 사건, 일본 적군과의 싸움, 옴진리교의 러시아 커넥션, 중국기업 화웨이의 위협, 북한의 불법수출 적발, 러시아 신분세탁 스파이, 푸틴의 스파이 공방, 3 · 11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관련 미일 협력, 재일 코리안 조총련-민단 통일계획, 야마구치구미-마피아 정상회담계획, 중국 스파이의 TPP 방해계획 등 책 목차만 보아도 이 책의 질적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이 책은 목차 항목에 따라 어느 스파이 소설보다도 생생하고 흥미롭고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를 전개하고 있다. 그 스토리에는 정보관리로서 일하면서 느꼈던 저자의 고뇌와 애환도 녹아 있다. 국정원장을 역임한 나로서는 기타무라 국장의 고뇌와 애환을 있는 그대로 공유한다.

나는 재미있는 읽을거리라는 측면에서도 이 책을 읽는 독자가 결코 실망치 않으리라고 장담한다. 그러나 이 책의 가치는 단순히 재미있는 책이라는 차원을 훌쩍 뛰어 넘는다.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의 사실적 기술이라는 측면에서 역사성을 갖추고 있을 뿐더러 이 책에서 다룬 안보 사안이 일본 안보에만 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안보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쳐 온 사안들이고 지금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잠재적 현재성을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보자. 우리 모두 알다시피 북한 정보당국은 오랫동안 일본을 대남침투 정보기지로 활용해 왔었다. 조총련은 이를 위한 전진기지였다. 이런 조총련이 민단을 흡수하여 확대하려는 움직임은 우리 안보에 심각한 우려를 던져줄 수 있었다. 2006년에 있었던 이런 움직임을 저지한 기타무라 국장의 에피소드는 우리의 안보에도 영향을 끼친 사례로도 평가할 수 있다. 또한 이 사례는 한국과 일본이 안보 사안에 관한 한 가히 안보공동체라고 불려도 될 정도로 밀접하게 연계되어 작동하는 현실을 반영한다. 북한의 핵실험 또는 미사일 개발은 우리 안보뿐만 아니라 일본 안보에도 심각한 위협이다. 때문에 우리 국정원과 일본 정보당국과는 밀접한 정보협력관계를 오랫동안 유지해 왔다. 2015년 내가 국정원장으로 취임한 일주일 만에 기타무라 당시 내각정보관이 나를 찾아 왔었다. 국정원장으로 취임하자마자 달려온 일본 정보책임자의 발 빠른 움직임은 한일 양국의 정보협력의 밀도를 상징한다. 한국과 일본 간 정보협력의 중요성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증대될 것이다.

기타무라 국장은 이 책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일본 내 정보노력을 ‘조용한 침략(silent invasion)’이라고 표현했다. 침략이라는 어휘를 동원할 정도로 이들의 정보노력이 심각하다는 의미다. 이 표현은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우리 안보의 위협은 북한의 위협만이 아니다. 중국과 러시아의 노력 특히 영향력 공작이나 산업스파이 관련 위협은 사실상의 침략이다. 이런 측면에서도 이 책은 교훈적이다. 또한 우리 안보 당국이 경시할 수 없을 정도로 경고적이기도 하다.

위에서 지적한 여러 연유 때문에 나는 이 책을 많은 사람이 읽기를 바라며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평소 일본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진 일반인들뿐만 아니라 특히 안보업무에 종사하는 국정원 직원, 군인, 외교관, 경찰관, 학계 인사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최고의 번역서이다. 좋은 번역서는 읽기 편하다. 전문 서적의 번역은 일본어의 해독 역량 외에 해당 분야의 전문적 지식과 경험이 필수다. 이 책을 번역한 정지운 박사는 오랫동안 관련 분야에서 근무한 유능한 베테랑이다. 뿐만 아니라 ‘일본의 국가정보체계 변천 연구’ 제하의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에서는 이 책을 번역하는 데 더 이상 적합한 사람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앞에서 지적한 대로 한국과 일본은 자유민주주적 가치를 공유하는 안보공동체로 새롭게 요동치고 있는 동북아 질서위협에 공동으로 대처해야 할 입장에 있다. 이 책은 일본의 여러 안보부서가 일본의 국가안보현안을 그간 어떻게 다루었는지 그 대처 방식과 상호작용을 현장감 있게 기술한 책이라는 측면에서 일본 국가안보체계에 대한 교과서라고도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우리나라의 최고 전문가가 번역한 이 소중한 책을 많은 사람이 읽게 되기를 바란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이제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에서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당당한 나라가 되었다. 무엇보다 일본은 앞으로 우리나라에게 닥칠 안보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협력해야 할 필수적 안보 파트너다. 우리의 국가안보이익을 위해 우리가 용일(用日)해야 할 대상이기도 하다.

과거 16세기 영국과 프랑스는 100년 전쟁을 치렀다. 제2차세계대전 당시 독일과 프랑스 관계도 상호 용서할 수 없는 앙숙관계였다. 그러나 현재 이들 국가는 공동 번영을 위해 과거를 극복했다. 한일 관계도 이제 이런 유럽의 미래지향적 협력을 벤치마킹할 때가 되었다. 단단한 한일 협력관계는 모든 면에서 우리나라의 미래번영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이는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합리적인 현실인식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이웃국가인 일본을 보다 잘 이해하고 미래를 공동으로 만들어 나가는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넓히는 데 기여하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 그래서 필독을 권하고 추천한다.

* 출처 : 예스24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33891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