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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1800여 전쟁 이야기로 되새기는 역사의 교훈
미국의 저술가 조지 차일즈 콘이 편집한 『세계 전쟁사 사전』은 4천 년 인류 역사에 걸쳐 동서양 기록 속에서 나타난 전쟁에 관한 모든 정보를 담았다. 이 책은 기원전 1700년에 일어난 히타이트 전쟁부터 최근에 벌어진 아프가니스탄 전쟁까지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전쟁, 혁명, 봉기, 분쟁과 내전, 군사 폭동, 학살, 포위공격, 독립운동, 원정 등 1,800여 전쟁을 다룬다. 전쟁의 발발 원인부터 전개 상황, 그리고 종전까지의 과정을 다뤘다. 주로 군사적인 상황을 중심으로 전쟁을 소개하지만 여기에 영향을 끼친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요인을 다양하게 함께 서술한다. 말하자면 전쟁을 넘어 무력을 동원한 모든 집단행동을 다룬다. 전쟁 범위의 철학적인 확대다. 이 책은 이렇게 넓은 범위의 무력 동원을 대상으로 그 전개 과정과 결과를 다루면서 인류 의사 결정 과정의 합리성과 비합리성을 고찰한다.
미국의 저술가 조지 차일즈 콘이 편집한 『세계 전쟁사 사전』은 4천 년 인류 역사에 걸쳐 동서양 기록 속에서 나타난 전쟁에 관한 모든 정보를 담았다. 이 책은 기원전 1700년에 일어난 히타이트 전쟁부터 최근에 벌어진 아프가니스탄 전쟁까지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전쟁, 혁명, 봉기, 분쟁과 내전, 군사 폭동, 학살, 포위공격, 독립운동, 원정 등 1,800여 전쟁을 다룬다. 전쟁의 발발 원인부터 전개 상황, 그리고 종전까지의 과정을 다뤘다. 주로 군사적인 상황을 중심으로 전쟁을 소개하지만 여기에 영향을 끼친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요인을 다양하게 함께 서술한다. 말하자면 전쟁을 넘어 무력을 동원한 모든 집단행동을 다룬다. 전쟁 범위의 철학적인 확대다. 이 책은 이렇게 넓은 범위의 무력 동원을 대상으로 그 전개 과정과 결과를 다루면서 인류 의사 결정 과정의 합리성과 비합리성을 고찰한다.
저자 소개
출판사 리뷰
“전쟁을 막으려면 전쟁의 역사에서 배워야 한다”
전쟁은 인간의 생존양식
‘법보다 주먹이 먼저’라는 오래된 속담이 있다. 이 원초적인 속담은 인류가 오래전부터 문제 해결에 무력을 우선적으로 동원해왔음을 보여주는 증거일 것이다. 문제가 생기거나, 불만이 있을 경우 무력을 사용해 자신의 의지를 상대방에게 강요해온 게 사실이다. 개인 사이에 힘을 사용하면 싸움일 뿐이지만 집단 간에 무력을 동원해 싸움을 벌이면 전쟁이 된다.
이러한 전쟁의 역사는 곧 인류가 긴 세월 살아온 길이다. 하나의 문제 해결 방식이기도 하다. 인류는 까마득한 옛날부터 끊임없이 전쟁을 벌여왔으며 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왔다. 한 집단의 의지를 다른 무리에게 강요하고, 인간끼리의 분쟁을 힘으로 해결하려는 욕망을 가진 순간부터 인류는 전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전쟁은 그 비극적인 속성에도 불구하고 인류 생존 양식의 하나가 되어왔다.
1800여 전쟁 이야기로 되새기는 역사의 교훈
미국의 저술가 조지 차일즈 콘이 편집한 『세계 전쟁사 사전』은 4천 년 인류 역사에 걸쳐 동서양 기록 속에서 나타난 전쟁에 관한 모든 정보를 담았다. 이 책은 기원전 1700년에 일어난 히타이트 전쟁부터 최근에 벌어진 아프가니스탄 전쟁까지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전쟁, 혁명, 봉기, 분쟁과 내전, 군사 폭동, 학살, 포위공격, 독립운동, 원정 등 1,800여 전쟁을 다룬다. 전쟁의 발발 원인부터 전개 상황, 그리고 종전까지의 과정을 다뤘다. 주로 군사적인 상황을 중심으로 전쟁을 소개하지만 여기에 영향을 끼친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요인을 다양하게 함께 서술한다. 말하자면 전쟁을 넘어 무력을 동원한 모든 집단행동을 다룬다. 전쟁 범위의 철학적인 확대다. 이 책은 이렇게 넓은 범위의 무력 동원을 대상으로 그 전개 과정과 결과를 다루면서 인류 의사 결정 과정의 합리성과 비합리성을 고찰한다.
전쟁은 충돌 그 자체로 끝나지 않는다. 지리적으로는 주변 국가나 집단까지 영향을 미치며 시간적으로도 몇 세대까지 뒤흔들어 놓을 수 있다. 그래서 전쟁은 역사 전개에서 하나의 변곡점을 이룬다. 전쟁을 하나의 비극적인 무력 동원을 넘어 인류 역사의 한 과정으로 관찰해야 하는 이유다. 편집자 조지 차일즈 콘은 이 책에서 충실하게 이런 방식으로 전쟁을 관찰하고 있다.
제1차 세계대전 발발 100주년을 맞아 살펴보는 ‘전쟁이란 무엇인가’
예를 들어보면, 올해로 발발 100주년을 맞는 ‘제1차 세계대전’은 대전 전체의 개관을 소개하는 ‘제1차 세계대전(본문 908쪽)’과 함께 ‘제1차 세계대전, 동부전선(본문 909쪽)’, ‘제1차 세계대전, 메소포타미아(본문 910쪽)’, ‘제1차 세계대전, 발칸반도(본문 911쪽)’, ‘제1차 세계대전, 서부전선(본문 912쪽)’, ‘제1차 세계대전, 이집트(본문 913쪽)’, ‘제1차 세계대전, 이탈리아 전선(본문 913쪽)’, ‘제1차 세계대전, 팔레스타인(본문 914쪽)’ 등의 항목을 별도로 두고 있다. 서로 다른 지역에서 각각의 양상으로 전개됐던 거대전의 상황을 별도로 서술함으로써 이 전쟁의 여러 면을 고루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제2차 세계대전’도 이와 같이 각각의 항목으로 나누어 서술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각 전쟁 항목에서는 그 전쟁의 전조나 원인, 또는 그 결과 재연된 다른 전쟁이나 전투 항목을 소개해 분쟁을 입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쟁이 다른 전쟁을 부르거나 잘못된 전쟁 처리가 긴장이나 또 다른 분쟁을 일으킬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하겠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하나의 전쟁사 사전을 넘어 전쟁에 대한 역사관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역사서라고 할 것이다. 그것은 무력을 통해 결코 문제를 명쾌하게 해결할 수 없다는 교훈이다. 아울러 전쟁은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거대한 비극을 낳는다. 자원이 넉넉해진 산업혁명 이후의 전쟁이 인류에게 어떠한 비극적인 결과를 가져왔는지 이 책은 웅변한다. 총기, 대포, 대형 군함, 철도, 탱크, 항공기, 미사일, 핵무기까지 현대 문명이 개발한 무기들은 인류를 몇 차례 절멸시키고도 남을 정도다. 제1차 세계대전의 참호 속에서 그 비극을 겪고도 인류는 제대로 교훈을 얻지 못하고 결국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졌다.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전쟁으로는 아무런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다
전쟁은 한 집단의 생존투쟁이며 총체적인 힘의 발현이다. 전쟁의 역사는 그 어떤 집단도 목숨을 걸고 달려드는 상대 집단을 간단히 제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압도적인 승리조차도 큰 대가가 따른다. 반면 아무리 강한 집단 앞에서도 힘과 지혜를 다해 생존을 위해 장렬하게 맞서 싸운다면 공동체를 지킬 수 있다는 사실도 함께 보여준다. 결국 이 책은 무력을 통한 문제의 해결이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전쟁의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는 이 지혜를 왜 전쟁을 결정하는 사람들만 모르는지 알 수가 없다. 무력으로 자신의 의지를 강요하려다 수렁에 빠진 대표적인 경우들은 굳이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 바로 우리 시대, 바로 우리 눈앞에서 뉴스가 생중계했던 그 전쟁들이 바로 살아 있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아프가니스탄 전쟁(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본문 325쪽)’과 ‘이라크 전쟁(미국의 이라크 침공, 본문 328쪽)’은 이 책이 출간되는 시점에서도 상황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고 있다. 비극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그러면서 이 책은 전쟁의 군사적인 측면만 살핀 일반적인 전쟁사 책과 달리 전쟁의 속성과 이면을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세밀한 정보도 함께 담고 있다. 간략하지만 세밀한 부분까지 빠뜨리지 않는 전쟁사 서술 과정을 통해서다. 예로 ‘한국 전쟁(본문 1221쪽)’ 항목에선 반공포로 석방과 함께 “미국군 포로 21명이 공산주의자들과 함께하기로 결정했다”고 서술함으로써 과거 한국전쟁사에서 다루지 않았던 이면도 함께 볼 수 있도록 했다. “1953년 7월 27일에 판문점에서 양쪽은 정전협정에 서명했다. 그러나 종전협정은 체결되지 않았다”는 부분은 전쟁의 정치적·냉전적 성격을 압축하는 대목이다.
전쟁을 알아야 평화의 길을 찾을 수 있다
전쟁사 서술에서 빠뜨릴 수 없는 게 현대에 들어와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전쟁의 성격이다. 과거 전쟁에선 군인만 개입했으나 현대에 들어와서는 민간인도 전쟁 과정에서 부수적인 피해자가 되거나 심지어 직접적인 공격 대상이 되기도 한다. 비정규 군사나 테러 조직이 아예 공격하기 쉬운 민간인을 상대로 학살극을 벌이기도 한다. 아울러 정치적이거나 군사적인 목표 없이 학살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삼아 공포를 유발하는 테러리즘도 극성을 부린다. 전쟁 연구가 군사 작전 분야를 넘어서서 시대별·지역별 사회 상황은 물론 인간 본성의 문제까지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전쟁사는 곧 문명사인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목적에 충실하다.
이 책이 갖는 또 하나의 미덕은 전쟁과 관련된 인물에 대한 상세한 목차다. 이를 바탕으로 하나의 주제나 역사적 사건과 관련한 전쟁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전쟁을 중심으로 한 시대의 역사를 입체적으로 살펴보는 훌륭한 참고도서 역할을 한다. ‘사전’이란 형식이 갖는 1차 사료적인 역할에 충실한 것이다.
전쟁의 다섯 가지 철학
『세계 전쟁사 사전』의 항목을 하나하나 살피다 보면 전쟁에 관한 지은이의 전쟁에 대한 철학이 읽힌다.
첫째, 전쟁은 인간 본성에서 비롯한다는 점이다. 인류는 역사 이래로 문제 해결의 수단으로 무력에 의한 직선적인 방식을 선호해왔다. 이는 인간의 감정적인 측면에서 비롯한다. 집단 지성이나 결단력 있는 지도자의 리더십에 의해 이성적인 판단을 함으로써 전쟁을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책에 등장하는 1800여 전쟁은 우리에게 웅변한다. 게다가 인류의 무력에 대한 본성을 희석시킬 방법도 여럿 있다. FIFA 2014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스포츠 행사가 그중의 백미일 것이다. 인간 본성은 교육과 배출구 마련이라는 또 다른 노력을 통해 얼마든지 바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는 사실을 역사는 우리에게 가르친다.
둘째, 전쟁은 어떤 명분을 내걸어도 비극적이라는 사실이다. 종교, 민족주의, 명예 등 그 어떠한 그럴싸한 명분을 내걸어도 결국 전쟁은 인간에 의한 인간 살육일 뿐이다. 특히 사랑이나 공동체, 인류애를 내세우는 종교가 지금 일부 세력에게 악용돼 상대에 대한 증오와 유혈 참극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은 인류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셋째, 전쟁으로는 아무런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제1차 세계대전은 세계 최고의 물질적·정신적 문명을 자랑하는 나라끼리 맞붙은 전쟁이었다. 그들이 온갖 지혜를 다 짜냈어도 전쟁으로 아무런 문제 해결의 성과를 얻지 못했다. 전쟁의 결과는 원래 추구했던 것과는 달랐다. 엄청난 대재앙과 함께 독일제국,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 오스만제국, 러시아제국의 몰락이라는 역사적 변곡점만 만들었을 뿐이다. ‘모든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전쟁’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 전쟁은 그 별명에 걸맞은 결과를 내지도 못했다. 결과적으로 이 전쟁은 아무런 전쟁도 끝내지 못했다. 오히려 무리한 전후 처리는 더욱 비극적인 제2차 세계대전의 원인만 제공했을 뿐이다. 결과적으로 어느 쪽도 자신의 의지를 상대에게 강요하지 못했고 아무런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다. 문제 해결은 오히려 인내와 상호 이해, 그리고 대화와 타협에서 나왔다. 유럽연합(EU)의 결성이 그것이다.
넷째, 전쟁의 역사를 살펴보면 평화를 얻는 법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 나타난 1800여 전쟁의 원인, 과정을 살펴보면 ‘어리석음’이라는 단어가 맨 처음 떠오를 것이다. 왜 처음부터 전쟁을 했어야 했는지 명확하게 보여주는 전쟁이란 없기 때문이다. 얼마든지 다른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었는데도 이를 미처 찾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인류는 어리석지만은 않다. 평화 만들기의 길로 가는 방안을 찾는 것도 역사 속에서 인류가 해온 미덕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전쟁을 평화의 필요성과 이를 얻는 방법을 알려주는 가장 확실한 길의 하나일 것이다.
다섯째, 전쟁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전쟁의 역사를 기억하는 것이라는 교훈이다. 전쟁을 알아야 우선 전쟁을 막을 대비를 확실히 할 수 있다. 역사는 전쟁에 대한 철저한 사전 대비와 무력 확보야말로 전쟁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가르친다. 아울러 공동체를 지켜야 한다는 구성원들의 신념도 중요하다. 어느 공동체도 구성원들의 정신력과 물질적 준비가 없이는 전쟁을 막을 수 없었다. 전쟁의 역사를 기억하지 않으면 전쟁을 다시 겪을 수 있다는 교훈이다. 이와 함께 전쟁 개전을 막는 외교적 수단도 필수적이다. 아무리 철저히 대비해도 외교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 비극을 막기 힘들 수 있음을 역사는 가르친다. 전쟁으로 가는 길과 평화로 가는 길의 교차로에서 전쟁을 기억하는 사람의 선택은 자명하다. 전쟁을 막으려면 전쟁의 역사가 주는 교훈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어리석은 역사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전쟁의 역사를, 그리고 그 기억을 후손들에게도 끊임없이 가르쳐야 한다. 틀림없이, 분명하게.
결국, 전쟁을 알아야 전쟁을 막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지은이는 제3판의 서문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1986년에 초판이 발행되고 1999년에 개정판이 나온 『세계 전쟁사 사전』의 주된 목적은 고대부터 현재까지 세계의 중요한 분쟁에 관하여 유익하고도 편리한 한 권짜리 참고도서를 제공하자는 것이었다. 제3판의 목적도 같다. 크고 작은 전쟁과 반란, 혁명, 봉기, 침입, 폭동에 관하여 명료하고 필수적이며 정확한 역사적 정보를 제시하려는 것이다. 오늘날 많은 나라와 지역은 여러 호전적 당파가 벌이는 분쟁에 휩싸여 있다. 이들은 전투적 과격분자나 반체제 인사, 무장 반군이나 폭도, 게릴라, 지하디스트, 파시스트, 분리주의자, 탈퇴주의자 등 다양한 이름을 갖고 있다. 어떤 곳에서는 분쟁이 영향력과 권력을 추구하는 정치적·종족적·종파적·종교적·인종적 집단들 간에 벌어진 내부 분쟁의 일부이거나, 그러한 분쟁들과 연결되어 있다.
현대의 전투와 군사적 조건은 변화를 겪고 있다. 대체적인 이유는 국내와 국제사회에서 테러와 폭력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테러리스트나 광적인 반란자들, 범죄 집단은 지도부가 종종 분열되어 있고 단결력이 떨어지며 때로 상당한 무기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의 목적은 조직된 국가와 규율을 갖춘 군대의 전쟁 목적과는 다르다. 테러리스트들은 지역의 안정을 저해하고 폭력을 위한 폭력만을 원할 수도 있다. 두려움을 모르는 젊은이가 대부분인 이 테러리스트들은 방어할 힘이 없는 무고한 민간인을 죽임으로써 영광을 얻으려는지도 모른다. 이들은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존중하지 않으며 자유와 민주주의의 가치라는 이상에 관심이 없다. 국내 테러리스트들은 큰 사회 불안과 소요를 촉발했으며, 체첸과 앙골라, 부룬디, 르완다, 소말리아, 이라크, 터키, 인도,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수단, 페루, 시에라리온 등 여러 곳에서 대량학살과 제노사이드(집단학살)를 자행했다. 국제 테러리스트들은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에스파냐, 미국, 영국 등지에서 대규모의 유혈극을 초래했으며, 이들의 숫자는 증가하고 있다. 아마도 우리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전술적인 ‘테러에 맞선 전쟁’을 경험하고 있다. 이 전쟁은 테러리스트들이(호전적인 반란자들이든 범죄자들이든, 종교적·민족적·이데올로기적 광신자들이든) 진압되거나 격퇴되어 그 특유의 포악한 행위를 그만둘 때까지 수십 년간 지속될 수도 있다.
1991년 냉전이 종식되고 소련이 해체된 뒤 러시아가 독립국가로 출현한 이래, 세계 도처에서 발생한 많은 분쟁과 참사는 이러저러한 방식으로 종교와 연관됐다. 예를 들면, 지난 15년간 이슬람교도와 그리스도교도는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 수단, 아제르바이잔, 키프로스,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코소보에서 산발적으로 서로를 죽였다. 스리랑카에서는 힌두교도인 타밀족과 불교도인 신할라족이 서로를 죽였다. 북아일랜드에서는 프로테스탄트와 가톨릭교도가 가끔 서로에게 총질을 해댔다. 이집트와 알제리,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지에서는 이슬람교 광신자들이 주기적으로 무고한 민간인과 이슬람교도인 동포를 학살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에서는 유대인과 이슬람교도가 서로를 죽였다. 인도와 파키스탄, 카슈미르에서는 힌두교도, 이슬람교도, 그리고 때로는 시크교도가 서로를 죽였다. 사랑과 친절, 인류애를 신봉하는 종교가 증오로 가득한 수많은 유혈 충돌에 뒤얽힌 이유는 무엇인가. 이는 모순인 동시에 사람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난제다. 그러나 종교는 늘 사람들을 갈라놓았다. 종교적이고 민족적인 싸움과 박해, 살인에 대한 설명은 고대부터 십자군과 이단재판소, 종교 전쟁, 기타 종교개혁 시기의 분쟁, 30년 전쟁, 이슬람교도의 지하드, 태평천국의 난, 러시아의 유대인 학살, 아르메니아인 학살, 유대인의 홀로코스트, 크메르루주의 ‘킬링필드’, 카슈미르의 유혈사태, 그리고 특히 르완다의 제노사이드까지 추적할 수 있다.
일부 인간들은 서로 총을 쏘아대거나 죽일 핑계를 늘 찾고 있을 것이기에 전쟁은 어느 곳에서나 언제든 창궐할 것이다. 잡지와 신문, 텔레비전, 인터넷은 전쟁과 학살이 토해낸 주검들을 계속해서 보도하고 생생하게 사진과 화면으로 보여줄 것이다. 역사의 교훈도 테러나 전쟁, 제노사이드를 멈추지 못할 것이며 시간 역시 전쟁을 중단시키지 못하고 그 상처를 치유할 수 없을 것이다. 싸움의 뿌리는 인간의 본성에 있다. 인간의 투쟁 본능에서 야만성과 기괴성, 악을 보았던 철학자 조지 산타야나(1863∼1952)는 이를 “피를 보고 희열을 느끼는 깊숙이 숨어 있는 감정”이라고 말했다. 산타야나는 그의 에세이 「전쟁론」에서 이렇게도 말한다. “한 국민의 재부를 낭비하고 그 산업을 메마르게 하며 그 전성기의 쇠퇴를 초래하고 그 동정심을 줄 것이며 야심가들의 지배를 받게 하며 작고 허약한 불구자들에게 다음 세대의 양육을 맡기는 것, 그것이 바로 전쟁이다.” 산타야나에 따르면 인류가 전쟁광들이나 테러리스트들이 초래한 상처와 위험, 폐해, 해악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진정한 용기와 선량함에 더하여 올바른 이성을 해독제로 쓸 줄 알아야 한다. 산타야나는 역사를 망각하지 말라는 유명한 경고도 내렸다.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들은 역사를 되풀이할 운명에 처해 있다.(본문 5, 6, 7쪽)”
결국, 전쟁을 알아야 전쟁을 막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전쟁을 막는 건 인류의 희망이다. 전쟁을 다룬 이 책이 희망의 책으로 읽히는 이유다.
‘법보다 주먹이 먼저’라는 오래된 속담이 있다. 이 원초적인 속담은 인류가 오래전부터 문제 해결에 무력을 우선적으로 동원해왔음을 보여주는 증거일 것이다. 문제가 생기거나, 불만이 있을 경우 무력을 사용해 자신의 의지를 상대방에게 강요해온 게 사실이다. 개인 사이에 힘을 사용하면 싸움일 뿐이지만 집단 간에 무력을 동원해 싸움을 벌이면 전쟁이 된다.
이러한 전쟁의 역사는 곧 인류가 긴 세월 살아온 길이다. 하나의 문제 해결 방식이기도 하다. 인류는 까마득한 옛날부터 끊임없이 전쟁을 벌여왔으며 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왔다. 한 집단의 의지를 다른 무리에게 강요하고, 인간끼리의 분쟁을 힘으로 해결하려는 욕망을 가진 순간부터 인류는 전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전쟁은 그 비극적인 속성에도 불구하고 인류 생존 양식의 하나가 되어왔다.
1800여 전쟁 이야기로 되새기는 역사의 교훈
미국의 저술가 조지 차일즈 콘이 편집한 『세계 전쟁사 사전』은 4천 년 인류 역사에 걸쳐 동서양 기록 속에서 나타난 전쟁에 관한 모든 정보를 담았다. 이 책은 기원전 1700년에 일어난 히타이트 전쟁부터 최근에 벌어진 아프가니스탄 전쟁까지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전쟁, 혁명, 봉기, 분쟁과 내전, 군사 폭동, 학살, 포위공격, 독립운동, 원정 등 1,800여 전쟁을 다룬다. 전쟁의 발발 원인부터 전개 상황, 그리고 종전까지의 과정을 다뤘다. 주로 군사적인 상황을 중심으로 전쟁을 소개하지만 여기에 영향을 끼친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요인을 다양하게 함께 서술한다. 말하자면 전쟁을 넘어 무력을 동원한 모든 집단행동을 다룬다. 전쟁 범위의 철학적인 확대다. 이 책은 이렇게 넓은 범위의 무력 동원을 대상으로 그 전개 과정과 결과를 다루면서 인류 의사 결정 과정의 합리성과 비합리성을 고찰한다.
전쟁은 충돌 그 자체로 끝나지 않는다. 지리적으로는 주변 국가나 집단까지 영향을 미치며 시간적으로도 몇 세대까지 뒤흔들어 놓을 수 있다. 그래서 전쟁은 역사 전개에서 하나의 변곡점을 이룬다. 전쟁을 하나의 비극적인 무력 동원을 넘어 인류 역사의 한 과정으로 관찰해야 하는 이유다. 편집자 조지 차일즈 콘은 이 책에서 충실하게 이런 방식으로 전쟁을 관찰하고 있다.
제1차 세계대전 발발 100주년을 맞아 살펴보는 ‘전쟁이란 무엇인가’
예를 들어보면, 올해로 발발 100주년을 맞는 ‘제1차 세계대전’은 대전 전체의 개관을 소개하는 ‘제1차 세계대전(본문 908쪽)’과 함께 ‘제1차 세계대전, 동부전선(본문 909쪽)’, ‘제1차 세계대전, 메소포타미아(본문 910쪽)’, ‘제1차 세계대전, 발칸반도(본문 911쪽)’, ‘제1차 세계대전, 서부전선(본문 912쪽)’, ‘제1차 세계대전, 이집트(본문 913쪽)’, ‘제1차 세계대전, 이탈리아 전선(본문 913쪽)’, ‘제1차 세계대전, 팔레스타인(본문 914쪽)’ 등의 항목을 별도로 두고 있다. 서로 다른 지역에서 각각의 양상으로 전개됐던 거대전의 상황을 별도로 서술함으로써 이 전쟁의 여러 면을 고루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제2차 세계대전’도 이와 같이 각각의 항목으로 나누어 서술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각 전쟁 항목에서는 그 전쟁의 전조나 원인, 또는 그 결과 재연된 다른 전쟁이나 전투 항목을 소개해 분쟁을 입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쟁이 다른 전쟁을 부르거나 잘못된 전쟁 처리가 긴장이나 또 다른 분쟁을 일으킬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하겠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하나의 전쟁사 사전을 넘어 전쟁에 대한 역사관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역사서라고 할 것이다. 그것은 무력을 통해 결코 문제를 명쾌하게 해결할 수 없다는 교훈이다. 아울러 전쟁은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거대한 비극을 낳는다. 자원이 넉넉해진 산업혁명 이후의 전쟁이 인류에게 어떠한 비극적인 결과를 가져왔는지 이 책은 웅변한다. 총기, 대포, 대형 군함, 철도, 탱크, 항공기, 미사일, 핵무기까지 현대 문명이 개발한 무기들은 인류를 몇 차례 절멸시키고도 남을 정도다. 제1차 세계대전의 참호 속에서 그 비극을 겪고도 인류는 제대로 교훈을 얻지 못하고 결국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졌다.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전쟁으로는 아무런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다
전쟁은 한 집단의 생존투쟁이며 총체적인 힘의 발현이다. 전쟁의 역사는 그 어떤 집단도 목숨을 걸고 달려드는 상대 집단을 간단히 제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압도적인 승리조차도 큰 대가가 따른다. 반면 아무리 강한 집단 앞에서도 힘과 지혜를 다해 생존을 위해 장렬하게 맞서 싸운다면 공동체를 지킬 수 있다는 사실도 함께 보여준다. 결국 이 책은 무력을 통한 문제의 해결이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전쟁의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는 이 지혜를 왜 전쟁을 결정하는 사람들만 모르는지 알 수가 없다. 무력으로 자신의 의지를 강요하려다 수렁에 빠진 대표적인 경우들은 굳이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 바로 우리 시대, 바로 우리 눈앞에서 뉴스가 생중계했던 그 전쟁들이 바로 살아 있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아프가니스탄 전쟁(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본문 325쪽)’과 ‘이라크 전쟁(미국의 이라크 침공, 본문 328쪽)’은 이 책이 출간되는 시점에서도 상황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고 있다. 비극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그러면서 이 책은 전쟁의 군사적인 측면만 살핀 일반적인 전쟁사 책과 달리 전쟁의 속성과 이면을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세밀한 정보도 함께 담고 있다. 간략하지만 세밀한 부분까지 빠뜨리지 않는 전쟁사 서술 과정을 통해서다. 예로 ‘한국 전쟁(본문 1221쪽)’ 항목에선 반공포로 석방과 함께 “미국군 포로 21명이 공산주의자들과 함께하기로 결정했다”고 서술함으로써 과거 한국전쟁사에서 다루지 않았던 이면도 함께 볼 수 있도록 했다. “1953년 7월 27일에 판문점에서 양쪽은 정전협정에 서명했다. 그러나 종전협정은 체결되지 않았다”는 부분은 전쟁의 정치적·냉전적 성격을 압축하는 대목이다.
전쟁을 알아야 평화의 길을 찾을 수 있다
전쟁사 서술에서 빠뜨릴 수 없는 게 현대에 들어와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전쟁의 성격이다. 과거 전쟁에선 군인만 개입했으나 현대에 들어와서는 민간인도 전쟁 과정에서 부수적인 피해자가 되거나 심지어 직접적인 공격 대상이 되기도 한다. 비정규 군사나 테러 조직이 아예 공격하기 쉬운 민간인을 상대로 학살극을 벌이기도 한다. 아울러 정치적이거나 군사적인 목표 없이 학살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삼아 공포를 유발하는 테러리즘도 극성을 부린다. 전쟁 연구가 군사 작전 분야를 넘어서서 시대별·지역별 사회 상황은 물론 인간 본성의 문제까지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전쟁사는 곧 문명사인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목적에 충실하다.
이 책이 갖는 또 하나의 미덕은 전쟁과 관련된 인물에 대한 상세한 목차다. 이를 바탕으로 하나의 주제나 역사적 사건과 관련한 전쟁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전쟁을 중심으로 한 시대의 역사를 입체적으로 살펴보는 훌륭한 참고도서 역할을 한다. ‘사전’이란 형식이 갖는 1차 사료적인 역할에 충실한 것이다.
전쟁의 다섯 가지 철학
『세계 전쟁사 사전』의 항목을 하나하나 살피다 보면 전쟁에 관한 지은이의 전쟁에 대한 철학이 읽힌다.
첫째, 전쟁은 인간 본성에서 비롯한다는 점이다. 인류는 역사 이래로 문제 해결의 수단으로 무력에 의한 직선적인 방식을 선호해왔다. 이는 인간의 감정적인 측면에서 비롯한다. 집단 지성이나 결단력 있는 지도자의 리더십에 의해 이성적인 판단을 함으로써 전쟁을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책에 등장하는 1800여 전쟁은 우리에게 웅변한다. 게다가 인류의 무력에 대한 본성을 희석시킬 방법도 여럿 있다. FIFA 2014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스포츠 행사가 그중의 백미일 것이다. 인간 본성은 교육과 배출구 마련이라는 또 다른 노력을 통해 얼마든지 바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는 사실을 역사는 우리에게 가르친다.
둘째, 전쟁은 어떤 명분을 내걸어도 비극적이라는 사실이다. 종교, 민족주의, 명예 등 그 어떠한 그럴싸한 명분을 내걸어도 결국 전쟁은 인간에 의한 인간 살육일 뿐이다. 특히 사랑이나 공동체, 인류애를 내세우는 종교가 지금 일부 세력에게 악용돼 상대에 대한 증오와 유혈 참극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은 인류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셋째, 전쟁으로는 아무런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제1차 세계대전은 세계 최고의 물질적·정신적 문명을 자랑하는 나라끼리 맞붙은 전쟁이었다. 그들이 온갖 지혜를 다 짜냈어도 전쟁으로 아무런 문제 해결의 성과를 얻지 못했다. 전쟁의 결과는 원래 추구했던 것과는 달랐다. 엄청난 대재앙과 함께 독일제국,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 오스만제국, 러시아제국의 몰락이라는 역사적 변곡점만 만들었을 뿐이다. ‘모든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전쟁’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 전쟁은 그 별명에 걸맞은 결과를 내지도 못했다. 결과적으로 이 전쟁은 아무런 전쟁도 끝내지 못했다. 오히려 무리한 전후 처리는 더욱 비극적인 제2차 세계대전의 원인만 제공했을 뿐이다. 결과적으로 어느 쪽도 자신의 의지를 상대에게 강요하지 못했고 아무런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다. 문제 해결은 오히려 인내와 상호 이해, 그리고 대화와 타협에서 나왔다. 유럽연합(EU)의 결성이 그것이다.
넷째, 전쟁의 역사를 살펴보면 평화를 얻는 법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 나타난 1800여 전쟁의 원인, 과정을 살펴보면 ‘어리석음’이라는 단어가 맨 처음 떠오를 것이다. 왜 처음부터 전쟁을 했어야 했는지 명확하게 보여주는 전쟁이란 없기 때문이다. 얼마든지 다른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었는데도 이를 미처 찾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인류는 어리석지만은 않다. 평화 만들기의 길로 가는 방안을 찾는 것도 역사 속에서 인류가 해온 미덕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전쟁을 평화의 필요성과 이를 얻는 방법을 알려주는 가장 확실한 길의 하나일 것이다.
다섯째, 전쟁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전쟁의 역사를 기억하는 것이라는 교훈이다. 전쟁을 알아야 우선 전쟁을 막을 대비를 확실히 할 수 있다. 역사는 전쟁에 대한 철저한 사전 대비와 무력 확보야말로 전쟁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가르친다. 아울러 공동체를 지켜야 한다는 구성원들의 신념도 중요하다. 어느 공동체도 구성원들의 정신력과 물질적 준비가 없이는 전쟁을 막을 수 없었다. 전쟁의 역사를 기억하지 않으면 전쟁을 다시 겪을 수 있다는 교훈이다. 이와 함께 전쟁 개전을 막는 외교적 수단도 필수적이다. 아무리 철저히 대비해도 외교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 비극을 막기 힘들 수 있음을 역사는 가르친다. 전쟁으로 가는 길과 평화로 가는 길의 교차로에서 전쟁을 기억하는 사람의 선택은 자명하다. 전쟁을 막으려면 전쟁의 역사가 주는 교훈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어리석은 역사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전쟁의 역사를, 그리고 그 기억을 후손들에게도 끊임없이 가르쳐야 한다. 틀림없이, 분명하게.
결국, 전쟁을 알아야 전쟁을 막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지은이는 제3판의 서문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1986년에 초판이 발행되고 1999년에 개정판이 나온 『세계 전쟁사 사전』의 주된 목적은 고대부터 현재까지 세계의 중요한 분쟁에 관하여 유익하고도 편리한 한 권짜리 참고도서를 제공하자는 것이었다. 제3판의 목적도 같다. 크고 작은 전쟁과 반란, 혁명, 봉기, 침입, 폭동에 관하여 명료하고 필수적이며 정확한 역사적 정보를 제시하려는 것이다. 오늘날 많은 나라와 지역은 여러 호전적 당파가 벌이는 분쟁에 휩싸여 있다. 이들은 전투적 과격분자나 반체제 인사, 무장 반군이나 폭도, 게릴라, 지하디스트, 파시스트, 분리주의자, 탈퇴주의자 등 다양한 이름을 갖고 있다. 어떤 곳에서는 분쟁이 영향력과 권력을 추구하는 정치적·종족적·종파적·종교적·인종적 집단들 간에 벌어진 내부 분쟁의 일부이거나, 그러한 분쟁들과 연결되어 있다.
현대의 전투와 군사적 조건은 변화를 겪고 있다. 대체적인 이유는 국내와 국제사회에서 테러와 폭력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테러리스트나 광적인 반란자들, 범죄 집단은 지도부가 종종 분열되어 있고 단결력이 떨어지며 때로 상당한 무기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의 목적은 조직된 국가와 규율을 갖춘 군대의 전쟁 목적과는 다르다. 테러리스트들은 지역의 안정을 저해하고 폭력을 위한 폭력만을 원할 수도 있다. 두려움을 모르는 젊은이가 대부분인 이 테러리스트들은 방어할 힘이 없는 무고한 민간인을 죽임으로써 영광을 얻으려는지도 모른다. 이들은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존중하지 않으며 자유와 민주주의의 가치라는 이상에 관심이 없다. 국내 테러리스트들은 큰 사회 불안과 소요를 촉발했으며, 체첸과 앙골라, 부룬디, 르완다, 소말리아, 이라크, 터키, 인도,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수단, 페루, 시에라리온 등 여러 곳에서 대량학살과 제노사이드(집단학살)를 자행했다. 국제 테러리스트들은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에스파냐, 미국, 영국 등지에서 대규모의 유혈극을 초래했으며, 이들의 숫자는 증가하고 있다. 아마도 우리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전술적인 ‘테러에 맞선 전쟁’을 경험하고 있다. 이 전쟁은 테러리스트들이(호전적인 반란자들이든 범죄자들이든, 종교적·민족적·이데올로기적 광신자들이든) 진압되거나 격퇴되어 그 특유의 포악한 행위를 그만둘 때까지 수십 년간 지속될 수도 있다.
1991년 냉전이 종식되고 소련이 해체된 뒤 러시아가 독립국가로 출현한 이래, 세계 도처에서 발생한 많은 분쟁과 참사는 이러저러한 방식으로 종교와 연관됐다. 예를 들면, 지난 15년간 이슬람교도와 그리스도교도는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 수단, 아제르바이잔, 키프로스,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코소보에서 산발적으로 서로를 죽였다. 스리랑카에서는 힌두교도인 타밀족과 불교도인 신할라족이 서로를 죽였다. 북아일랜드에서는 프로테스탄트와 가톨릭교도가 가끔 서로에게 총질을 해댔다. 이집트와 알제리,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지에서는 이슬람교 광신자들이 주기적으로 무고한 민간인과 이슬람교도인 동포를 학살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에서는 유대인과 이슬람교도가 서로를 죽였다. 인도와 파키스탄, 카슈미르에서는 힌두교도, 이슬람교도, 그리고 때로는 시크교도가 서로를 죽였다. 사랑과 친절, 인류애를 신봉하는 종교가 증오로 가득한 수많은 유혈 충돌에 뒤얽힌 이유는 무엇인가. 이는 모순인 동시에 사람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난제다. 그러나 종교는 늘 사람들을 갈라놓았다. 종교적이고 민족적인 싸움과 박해, 살인에 대한 설명은 고대부터 십자군과 이단재판소, 종교 전쟁, 기타 종교개혁 시기의 분쟁, 30년 전쟁, 이슬람교도의 지하드, 태평천국의 난, 러시아의 유대인 학살, 아르메니아인 학살, 유대인의 홀로코스트, 크메르루주의 ‘킬링필드’, 카슈미르의 유혈사태, 그리고 특히 르완다의 제노사이드까지 추적할 수 있다.
일부 인간들은 서로 총을 쏘아대거나 죽일 핑계를 늘 찾고 있을 것이기에 전쟁은 어느 곳에서나 언제든 창궐할 것이다. 잡지와 신문, 텔레비전, 인터넷은 전쟁과 학살이 토해낸 주검들을 계속해서 보도하고 생생하게 사진과 화면으로 보여줄 것이다. 역사의 교훈도 테러나 전쟁, 제노사이드를 멈추지 못할 것이며 시간 역시 전쟁을 중단시키지 못하고 그 상처를 치유할 수 없을 것이다. 싸움의 뿌리는 인간의 본성에 있다. 인간의 투쟁 본능에서 야만성과 기괴성, 악을 보았던 철학자 조지 산타야나(1863∼1952)는 이를 “피를 보고 희열을 느끼는 깊숙이 숨어 있는 감정”이라고 말했다. 산타야나는 그의 에세이 「전쟁론」에서 이렇게도 말한다. “한 국민의 재부를 낭비하고 그 산업을 메마르게 하며 그 전성기의 쇠퇴를 초래하고 그 동정심을 줄 것이며 야심가들의 지배를 받게 하며 작고 허약한 불구자들에게 다음 세대의 양육을 맡기는 것, 그것이 바로 전쟁이다.” 산타야나에 따르면 인류가 전쟁광들이나 테러리스트들이 초래한 상처와 위험, 폐해, 해악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진정한 용기와 선량함에 더하여 올바른 이성을 해독제로 쓸 줄 알아야 한다. 산타야나는 역사를 망각하지 말라는 유명한 경고도 내렸다.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들은 역사를 되풀이할 운명에 처해 있다.(본문 5, 6, 7쪽)”
결국, 전쟁을 알아야 전쟁을 막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전쟁을 막는 건 인류의 희망이다. 전쟁을 다룬 이 책이 희망의 책으로 읽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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