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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국가와 학문의 경계를 넘어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한국 고대사 연구
우리나라의 고대사는 때때로 냉철한 학술적 토론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민족의 우열에 입각한 차별의 논리가 난무하는 장이 되고는 한다. 이 책은 새로운 고대사 연구를 제안하기 위하여 공고한 경계선을 뛰어넘는다. 지리적인 경계를 넘어 고대 한반도가 주변 국가·지역과 끊임없이 접촉하여 긴밀한 관계를 맺었음을 밝히고, 학문적인 경계를 뛰어넘어 고고학과 자연과학을 이용한 역사학 연구의 새 지평을 보인다. 이로써 한국 사회가 타자를 존중하는 통합의 길로 가야 함을, 그리고 역사학 연구가 인접 학문 분야를 적극 활용하는 통섭의 길로 가야 함을 말한다.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한국 고대사 연구
우리나라의 고대사는 때때로 냉철한 학술적 토론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민족의 우열에 입각한 차별의 논리가 난무하는 장이 되고는 한다. 이 책은 새로운 고대사 연구를 제안하기 위하여 공고한 경계선을 뛰어넘는다. 지리적인 경계를 넘어 고대 한반도가 주변 국가·지역과 끊임없이 접촉하여 긴밀한 관계를 맺었음을 밝히고, 학문적인 경계를 뛰어넘어 고고학과 자연과학을 이용한 역사학 연구의 새 지평을 보인다. 이로써 한국 사회가 타자를 존중하는 통합의 길로 가야 함을, 그리고 역사학 연구가 인접 학문 분야를 적극 활용하는 통섭의 길로 가야 함을 말한다.
목차
책을 내며
I 들어가며
1 고대사 연구와 대중역사학
2 유사 역사학과 역사 대중화
3 한국 고대사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II 자료 확보를 위한 끝없는 노력
1 문헌 자료의 가치를 다시 본다
2 고대사 연구의 희망, 목간의 출현
3 문자 자료로 보는 고대의 디아스포라
III 비교사적 시각의 필요
1 고대 동남아시아와 다문화 사회
2 페르시아 문명과 고대 한국
3 유라시아 쿠르간을 찾는 여정
IV 융복합적 연구의 중요성
1 역사학과 토목공학의 융복합
2 역사를 풀어내는 기생충과 동물
3 뼈가 들려주는 고대사
4 뼈를 통한 역사 연구의 지평
5 과학적 연구가 바꾼 무령왕릉 이야기
6 역사 연구에 레이더를 활용하는 시대
V 한일 관계사에 대한 새로운 인식
1 한반도의 전방후원형 고분과 일본 열도의 ‘도래인’
2 백제 주민이 대거 이주 정착한 오오미 지역
3 화산 폭발에서 고대 한일 관계사로
4 일본 열도로 이주한 한반도계 주민의 발자취
VI 초원과 사막의 길을 통한 유라시아 교섭
1 사카와 오손의 땅으로
2 소그드와 튀르크의 땅으로
3 페르시아의 영광과 고대 실크로드
VII 바닷길을 통한 동서 교섭
1 해상 실크로드와 고대 한국
2 다낭에서 만나는 참파
3 장보고 해상 교역의 실체
VIII 나오며
한국 고대사 연구와 교육의 목적을 다시 생각하다
참고문헌
찾아보기
I 들어가며
1 고대사 연구와 대중역사학
2 유사 역사학과 역사 대중화
3 한국 고대사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II 자료 확보를 위한 끝없는 노력
1 문헌 자료의 가치를 다시 본다
2 고대사 연구의 희망, 목간의 출현
3 문자 자료로 보는 고대의 디아스포라
III 비교사적 시각의 필요
1 고대 동남아시아와 다문화 사회
2 페르시아 문명과 고대 한국
3 유라시아 쿠르간을 찾는 여정
IV 융복합적 연구의 중요성
1 역사학과 토목공학의 융복합
2 역사를 풀어내는 기생충과 동물
3 뼈가 들려주는 고대사
4 뼈를 통한 역사 연구의 지평
5 과학적 연구가 바꾼 무령왕릉 이야기
6 역사 연구에 레이더를 활용하는 시대
V 한일 관계사에 대한 새로운 인식
1 한반도의 전방후원형 고분과 일본 열도의 ‘도래인’
2 백제 주민이 대거 이주 정착한 오오미 지역
3 화산 폭발에서 고대 한일 관계사로
4 일본 열도로 이주한 한반도계 주민의 발자취
VI 초원과 사막의 길을 통한 유라시아 교섭
1 사카와 오손의 땅으로
2 소그드와 튀르크의 땅으로
3 페르시아의 영광과 고대 실크로드
VII 바닷길을 통한 동서 교섭
1 해상 실크로드와 고대 한국
2 다낭에서 만나는 참파
3 장보고 해상 교역의 실체
VIII 나오며
한국 고대사 연구와 교육의 목적을 다시 생각하다
참고문헌
찾아보기
책 속으로
앞으로 고대사 연구는 전통적인 문헌학적 방법만으로는 금방 한계에 부딪힐 것이다. 고고학 자료의 활용 없이는 전진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21세기에 들어와 대한민국 영토 안에서 이뤄진 유적 발굴 조사는 매년 1,800-2,000건에 달한다. 출토되는 유물의 양은 짐작조차 어려울 정도이다. 반면 『삼국사기』 와 『삼국유사』 와 같은 묵직한 사료는 더 이상 발견되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그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그렇다면 땅에서 새로 발견되는 빅데이터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한국 고대사 연구의 성패가 좌우될 것이다. 그런데 이 작업은 역사학자와 고고학자만으로는 이뤄 낼 수 없다. 자연과학과 공학, 의학 등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연구 주제와 방법론을 고민해야 한다.
--- p.20
다양한 인종의 혼혈과 문화의 접촉을 일찍부터 경험한 동남아시아의 역사는 우리에게 교훈을 준다. 동남아시아의 고대 항시국가들은 교역을 위해 내방한 인도 상인과 재지인의 결합을 통해 발전했다. 인도 상인의 역할은 훗날 중국, 일본, 태국, 유럽 사람이 대신했다. 외지 남성과 현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이들을 일컫는 ‘페라나칸(Peranakan)’은 말레이어로서 ‘현지에서 태어난 아이’란 뜻이다. 처음에는 다양한 외국인과 현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모든 혼혈인을 의미했으나, 15세기 이후 중국 남부의 남성 노동자들이 동서 교역의 최대 거점인 말라카로 몰려들면서 중국계 페라나칸이 압도적 다수를 점하게 되었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는 말레이계, 인도계, 중국계와 페라나칸이 평화롭게 공존하고 각자의 고유한 문화를 계승·발전시키는 모범적인 사례이다.
--- p.61
오래전부터 부여와 익산 등 왕도에서는 흙으로 구워 만든 변기가 발견되었다. 모습부터 남성용과 여성용으로 구분된 변기는 서민들이 사용하던 것이 아니라 왕족과 귀족, 승려 등 사회적 체면의 유지가 필요한 계층을 위한 것이었다. 은밀한 곳에서 변기에 처리한 오물은 자연으로 돌아갔을까? 아니면 엄격한 하수 체계에 따라 처리되었을까? 의문은 꼬리를 문다. 변기가 출토된 유적은 당시의 최고 지배층들이 거주한 곳이란 논리도 그럴듯하게 성립된다. 이동식 변기와 고급스러운 화장실보다 더 소중한 것은 오물이 잔뜩 담겨 있던 익산의 화장실이다. 오물이야말로 보물이기 때문이다. 기생충 알의 분석을 통해 당시 사람들의 위생 상태, 음식의 종류와 조리 방법을 알 수 있다. 덜 소화되어 배출된 각종 식물 유체를 통해 음식을 섭취한 계절, 식물의 종자도 파악할 수 있다. 간혹 실수로 흘린 생활용품이 썩지 않고 보존되는 경우도 있다. 화려한 금관이 묻혀 있는 왕릉으로는 풀 수 없었던, 고대의 환경과 위생 상태를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화장실 고고학의 매력이다.
--- p.93~94
신라 고분에서 자주 발견되는 유리 용기는 형태만으로 로만 글라스인지 사산조 페르시아 글라스인지 구분할 수 있으나, 작은 유리구슬 연구는 화학적인 분석 없이는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 한반도와 일본 열도에서 발견된 인도-태평양 유리구슬 중 가장 많은 부류는 안정제로서 산화알루미늄(Al2O3)의 비율이 5퍼센트를 넘고, 산화칼슘(CaO)의 비율은 그 이하인 高 알루미나 소다유리이다. 특히 백제 고분에서 발견된 유리구슬은 대부분 이 부류에 속한다. 분석 결과, 옥에오에서 채집한 유리구슬의 성분은 이와 정확히 일치했다. 한 번의 분석만으로 속단할 수는 없으나 동일한 화학 조성은 한반도와 일본 열도에서 출토되는 인도-태평양 유리구슬이 옥에오에서 제작되었거나, 아니면 제3의 장소에서 제작된 후 옥에오와 한반도, 일본 열도에 공급되었음을 의미한다. 백제 성왕이 일본에 보낸 물품에 유리구슬이 섞여 있을 가능성이 높아졌음은 물론이고, 고대의 한반도가 섬처럼 고립된 곳이 아니라 바닷길을 통해 동남아시아와 인도, 아라비아와 연결되었음을 새삼 인식하게 되었다. 중국 동해안까지 연결된 바닷길이 백제와 신라의 해상 활동에 의해 한반도와 일본 열도로 확장된 점이 밝혀짐으로써 훗날 등장할 장보고의 해상 활동을 그려 볼 수 있었다.
--- p.230~231
고대사 연구의 목표와 주제, 방법론 모두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주변 이웃을 차별하는 논리에 정당성을 부여하던 역사학의 시대는 끝내야 한다. 역사학자 혼자서 연구실에 틀어박혀 문헌과 씨름하던 시대는 지났다. 미래의 역사학자는 때로는 암석학자, 때로는 화학자와 머리를 맞대고 국내는 물론이고 중국과 일본, 나아가 유라시아 곳곳을 누비면서 종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깊은 미지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야 한다. 이미 우리의 젊은 연구자들은 과거 선배들이 금기시하던 영역에 들어서고 있으며, 넘지 못하던 선을 뛰어넘고 있다.
--- p.20
다양한 인종의 혼혈과 문화의 접촉을 일찍부터 경험한 동남아시아의 역사는 우리에게 교훈을 준다. 동남아시아의 고대 항시국가들은 교역을 위해 내방한 인도 상인과 재지인의 결합을 통해 발전했다. 인도 상인의 역할은 훗날 중국, 일본, 태국, 유럽 사람이 대신했다. 외지 남성과 현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이들을 일컫는 ‘페라나칸(Peranakan)’은 말레이어로서 ‘현지에서 태어난 아이’란 뜻이다. 처음에는 다양한 외국인과 현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모든 혼혈인을 의미했으나, 15세기 이후 중국 남부의 남성 노동자들이 동서 교역의 최대 거점인 말라카로 몰려들면서 중국계 페라나칸이 압도적 다수를 점하게 되었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는 말레이계, 인도계, 중국계와 페라나칸이 평화롭게 공존하고 각자의 고유한 문화를 계승·발전시키는 모범적인 사례이다.
--- p.61
오래전부터 부여와 익산 등 왕도에서는 흙으로 구워 만든 변기가 발견되었다. 모습부터 남성용과 여성용으로 구분된 변기는 서민들이 사용하던 것이 아니라 왕족과 귀족, 승려 등 사회적 체면의 유지가 필요한 계층을 위한 것이었다. 은밀한 곳에서 변기에 처리한 오물은 자연으로 돌아갔을까? 아니면 엄격한 하수 체계에 따라 처리되었을까? 의문은 꼬리를 문다. 변기가 출토된 유적은 당시의 최고 지배층들이 거주한 곳이란 논리도 그럴듯하게 성립된다. 이동식 변기와 고급스러운 화장실보다 더 소중한 것은 오물이 잔뜩 담겨 있던 익산의 화장실이다. 오물이야말로 보물이기 때문이다. 기생충 알의 분석을 통해 당시 사람들의 위생 상태, 음식의 종류와 조리 방법을 알 수 있다. 덜 소화되어 배출된 각종 식물 유체를 통해 음식을 섭취한 계절, 식물의 종자도 파악할 수 있다. 간혹 실수로 흘린 생활용품이 썩지 않고 보존되는 경우도 있다. 화려한 금관이 묻혀 있는 왕릉으로는 풀 수 없었던, 고대의 환경과 위생 상태를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화장실 고고학의 매력이다.
--- p.93~94
신라 고분에서 자주 발견되는 유리 용기는 형태만으로 로만 글라스인지 사산조 페르시아 글라스인지 구분할 수 있으나, 작은 유리구슬 연구는 화학적인 분석 없이는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 한반도와 일본 열도에서 발견된 인도-태평양 유리구슬 중 가장 많은 부류는 안정제로서 산화알루미늄(Al2O3)의 비율이 5퍼센트를 넘고, 산화칼슘(CaO)의 비율은 그 이하인 高 알루미나 소다유리이다. 특히 백제 고분에서 발견된 유리구슬은 대부분 이 부류에 속한다. 분석 결과, 옥에오에서 채집한 유리구슬의 성분은 이와 정확히 일치했다. 한 번의 분석만으로 속단할 수는 없으나 동일한 화학 조성은 한반도와 일본 열도에서 출토되는 인도-태평양 유리구슬이 옥에오에서 제작되었거나, 아니면 제3의 장소에서 제작된 후 옥에오와 한반도, 일본 열도에 공급되었음을 의미한다. 백제 성왕이 일본에 보낸 물품에 유리구슬이 섞여 있을 가능성이 높아졌음은 물론이고, 고대의 한반도가 섬처럼 고립된 곳이 아니라 바닷길을 통해 동남아시아와 인도, 아라비아와 연결되었음을 새삼 인식하게 되었다. 중국 동해안까지 연결된 바닷길이 백제와 신라의 해상 활동에 의해 한반도와 일본 열도로 확장된 점이 밝혀짐으로써 훗날 등장할 장보고의 해상 활동을 그려 볼 수 있었다.
--- p.230~231
고대사 연구의 목표와 주제, 방법론 모두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주변 이웃을 차별하는 논리에 정당성을 부여하던 역사학의 시대는 끝내야 한다. 역사학자 혼자서 연구실에 틀어박혀 문헌과 씨름하던 시대는 지났다. 미래의 역사학자는 때로는 암석학자, 때로는 화학자와 머리를 맞대고 국내는 물론이고 중국과 일본, 나아가 유라시아 곳곳을 누비면서 종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깊은 미지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야 한다. 이미 우리의 젊은 연구자들은 과거 선배들이 금기시하던 영역에 들어서고 있으며, 넘지 못하던 선을 뛰어넘고 있다.
---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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