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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읽다 보면 알게 된다. 이렇게 쓰려면 어떻게 기록해야 했을지.”
르포문학의 고전 중의 고전
존 리드가 기록한 가난한 농민과 노동자들을 위한 헌사
“이 혁명은 말입니다. 잊지 마세요.
이 혁명은 부자들에 맞선 빈자들의 싸움입니다.”
“우리는 자유를 위해서 싸워. 정의를 위해서도 싸우지.”
존 리드, 진실을 쓰는 기자. 1917년 현장에서 러시아혁명을 목도하고 쓴 『세계를 뒤흔든 열흘』로 불멸의 이름을 남긴 기자다. 이 작품은 러시아혁명에 대한 가장 훌륭한 르포르타주로 알려져 있고, 지금까지 널리 읽히고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 그가 멕시코혁명을 기록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한국 최초로 완역해 출간한 『반란의 멕시코』는 르포 기자로서 존 리드의 출발을 알리는 뛰어난 작품이다. 존 리드가 1913년에 이 기록을 남겼으니 정확히 100년 만에 한국에 출간되는 셈이다.
존 리드는 1913년 12월 뉴욕 잡지 『메트로폴리탄』의 특파원 신분으로 멕시코로 향한다. 당시 멕시코는 혁명의 열기로 불타 있었다. 그는 3개월을 넘는 기간 동안 멕시코 북부의 사막, 산악, 평원 지대를 누볐다.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자꾸만 전투가 벌어지는 현장을 취재하겠다고 자청했다(“넌 진짜 운 좋은 거야. 진짜 전투를 보게 됐잖아. 이제 굉장한 기사를 쓸 수 있게 됐어.” “이건 굉장한 경험이야. 뭔가 쓸 게 생겼어.”). 그는 전투 현장만을 기록하려고 간 게 아니었다. 그의 주된 관심사는 땅을 잃은 농부, 한 끼 먹을 음식을 늘 걱정하는 가난한 민중들의 삶이었다. 그는 내내 그들과 함께하며 그들의 삶을 꼼꼼하게 기록으로 남겼다. 그래서 그의 글에는 삶의 움직임들로 넘쳐난다. 멕시코 민중들의 따뜻한 동지애, 유머, 낙천적인 모습들, 혁명에 대한 생각, 춤과 노래, 무모한 대담성, 여성의 현실 등이 생생히 기록되어 있다. 무엇보다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멕시코 땅에 대한 묘사는 가히 백미라 할 만하다. 즉 존 리드에게 『반란의 멕시코』는 ‘멕시코와 멕시코 민중에게 바치는 헌사’였다고 할 수 있다. 그를 멕시코로 보냈던 『메트로폴리탄』의 에디터 칼 호비는 “이보다 더 좋은 글은 없을 것이다”라며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읽다 보면 알게 된다. 이렇게 쓰려면 어떻게 기록해야 했을지. 르포의 기본은 대단한 통찰력과 문장력이 아니다. 성실하고 꼼꼼한 기록이다. 취재하는 동안 어느 한순간도, 어느 한마디도, 사소한 대화나 행동도, 상대의 표정과 목소리의 변화도, 상황이 펼쳐지는 장소와 풍경도, 보고 듣고 감각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기록을 멈추지 않는 것. 탁월한 르포는 그 사소하고 지난한 기록들이 쌓인 뒤에야 촘촘한 그물로 엮일 수 있다. 수첩과 펜을 손에서 떼지 않는 일. 그 단순한 기본이 르포문학의 고전을 쓸 수 있었던 그의 진짜 실력이라고 나는 믿는다.”(이문영, 「추천의 글」 중에서)
르포문학의 고전 중의 고전
존 리드가 기록한 가난한 농민과 노동자들을 위한 헌사
“이 혁명은 말입니다. 잊지 마세요.
이 혁명은 부자들에 맞선 빈자들의 싸움입니다.”
“우리는 자유를 위해서 싸워. 정의를 위해서도 싸우지.”
존 리드, 진실을 쓰는 기자. 1917년 현장에서 러시아혁명을 목도하고 쓴 『세계를 뒤흔든 열흘』로 불멸의 이름을 남긴 기자다. 이 작품은 러시아혁명에 대한 가장 훌륭한 르포르타주로 알려져 있고, 지금까지 널리 읽히고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 그가 멕시코혁명을 기록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한국 최초로 완역해 출간한 『반란의 멕시코』는 르포 기자로서 존 리드의 출발을 알리는 뛰어난 작품이다. 존 리드가 1913년에 이 기록을 남겼으니 정확히 100년 만에 한국에 출간되는 셈이다.
존 리드는 1913년 12월 뉴욕 잡지 『메트로폴리탄』의 특파원 신분으로 멕시코로 향한다. 당시 멕시코는 혁명의 열기로 불타 있었다. 그는 3개월을 넘는 기간 동안 멕시코 북부의 사막, 산악, 평원 지대를 누볐다.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자꾸만 전투가 벌어지는 현장을 취재하겠다고 자청했다(“넌 진짜 운 좋은 거야. 진짜 전투를 보게 됐잖아. 이제 굉장한 기사를 쓸 수 있게 됐어.” “이건 굉장한 경험이야. 뭔가 쓸 게 생겼어.”). 그는 전투 현장만을 기록하려고 간 게 아니었다. 그의 주된 관심사는 땅을 잃은 농부, 한 끼 먹을 음식을 늘 걱정하는 가난한 민중들의 삶이었다. 그는 내내 그들과 함께하며 그들의 삶을 꼼꼼하게 기록으로 남겼다. 그래서 그의 글에는 삶의 움직임들로 넘쳐난다. 멕시코 민중들의 따뜻한 동지애, 유머, 낙천적인 모습들, 혁명에 대한 생각, 춤과 노래, 무모한 대담성, 여성의 현실 등이 생생히 기록되어 있다. 무엇보다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멕시코 땅에 대한 묘사는 가히 백미라 할 만하다. 즉 존 리드에게 『반란의 멕시코』는 ‘멕시코와 멕시코 민중에게 바치는 헌사’였다고 할 수 있다. 그를 멕시코로 보냈던 『메트로폴리탄』의 에디터 칼 호비는 “이보다 더 좋은 글은 없을 것이다”라며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읽다 보면 알게 된다. 이렇게 쓰려면 어떻게 기록해야 했을지. 르포의 기본은 대단한 통찰력과 문장력이 아니다. 성실하고 꼼꼼한 기록이다. 취재하는 동안 어느 한순간도, 어느 한마디도, 사소한 대화나 행동도, 상대의 표정과 목소리의 변화도, 상황이 펼쳐지는 장소와 풍경도, 보고 듣고 감각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기록을 멈추지 않는 것. 탁월한 르포는 그 사소하고 지난한 기록들이 쌓인 뒤에야 촘촘한 그물로 엮일 수 있다. 수첩과 펜을 손에서 떼지 않는 일. 그 단순한 기본이 르포문학의 고전을 쓸 수 있었던 그의 진짜 실력이라고 나는 믿는다.”(이문영, 「추천의 글」 중에서)
목차
추천의 말│“그래서 당신은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습니까?”_이문영
해설│“비야는 살아 있다! 투쟁은 계속된다!”_박정훈
국경에서
1부. 사막의 전투
1장 우르비나의 땅
2장 두랑고의 사자가 사는 집
3장 출정하는 장군
4장 행진하는 헌정군
5장 라사르카의 잠 못 드는 밤
6장 “누구냐?”
7장 혁명의 전초기지
8장 다섯 소총수
9장 마지막 밤
10장 콜로라도의 기습
11장 도망가는 미스터
12장 엘리사베타
2부. 프란시스코 비야
1장 메달을 받는 비야
2장 산적의 등장
3장 정치에 뛰어든 페온
4장 인간적 면모
5장 아브라함 곤살레스의 장례식
6장 비야와 카란사
7장 전쟁법
8장 판초 비야의 꿈
3부. 히메네스와 서부 전초기지
1장 도냐 루이사의 호텔
2장 새벽의 결투
3장 손목시계가 구한 목숨
4장 멕시코의 상징
4부. 무장한 민중
1장 “토레온으로!”
2장 예르모의 군대
3장 첫 희생
4장 대포기차에서
5장 고메스팔라시오를 눈앞에 두고
6장 다시 만난 동지들
7장 피로 물든 새벽
8장 포병대가 오다
9장 전투
10장 전투가 잠깐 멈춘 사이에
11장 작전 중인 전초기지
12장 콘트레라스 부대의 공격
13장 야간 기습
14장 고메스팔라시오를 함락하다
5부. 카란사─인상
1장 카란사를 만나다
6부. 멕시코의 밤
1장 엘코스모폴리타
2장 행복한 계곡
3장 목동들
옮긴이 후기
해설│“비야는 살아 있다! 투쟁은 계속된다!”_박정훈
국경에서
1부. 사막의 전투
1장 우르비나의 땅
2장 두랑고의 사자가 사는 집
3장 출정하는 장군
4장 행진하는 헌정군
5장 라사르카의 잠 못 드는 밤
6장 “누구냐?”
7장 혁명의 전초기지
8장 다섯 소총수
9장 마지막 밤
10장 콜로라도의 기습
11장 도망가는 미스터
12장 엘리사베타
2부. 프란시스코 비야
1장 메달을 받는 비야
2장 산적의 등장
3장 정치에 뛰어든 페온
4장 인간적 면모
5장 아브라함 곤살레스의 장례식
6장 비야와 카란사
7장 전쟁법
8장 판초 비야의 꿈
3부. 히메네스와 서부 전초기지
1장 도냐 루이사의 호텔
2장 새벽의 결투
3장 손목시계가 구한 목숨
4장 멕시코의 상징
4부. 무장한 민중
1장 “토레온으로!”
2장 예르모의 군대
3장 첫 희생
4장 대포기차에서
5장 고메스팔라시오를 눈앞에 두고
6장 다시 만난 동지들
7장 피로 물든 새벽
8장 포병대가 오다
9장 전투
10장 전투가 잠깐 멈춘 사이에
11장 작전 중인 전초기지
12장 콘트레라스 부대의 공격
13장 야간 기습
14장 고메스팔라시오를 함락하다
5부. 카란사─인상
1장 카란사를 만나다
6부. 멕시코의 밤
1장 엘코스모폴리타
2장 행복한 계곡
3장 목동들
옮긴이 후기
책 속으로
나는 그들과 함께 싸울 것인가? 나는 어디서 왔는가? 그리고 무얼 하고 있나? 부대원 대부분은 기자가 무엇인지도 몰랐고, 어떤 사람은 내가 그링고인 데다 디아스파니까 총으로 쏘아버려야 한다고 했다.
--- p.73
의사선생은 거울에 비친 자기를 슬쩍 보더니 콧수염을 비비 꼬았다. “이 혁명은 말입니다. 잊지 마세요. 이 혁명은 부자들에 맞선 빈자들의 싸움입니다.”
--- p.59
페르난도 대위가 몸을 숙여 내 팔을 쳤다. “이제 자네는 인민과 함께야. 혁명이 승리하면 우리는 부자들의 정부가 아니라 인민의 정부를 세울 거야. 우리는 인민의 땅을 달리고 있어. 이 땅은 부자들의 것이었지만 이제는 나와 동지들의 것이야.”
“대위님은 계속 군대에 계실 겁니까?” 내가 물었다.
그의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혁명이 승리하면 군대는 없어질 거야. 인민들은 군대라면 지긋지긋해하지. 디아스 정권은 군대를 동원해 인민을 약탈했어.”
--- p.74
“우리는 자유를 위해서 싸워.” 이시드로 아마요가 말했다.
“자네가 말하는 자유란 뭔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게 자유지.”
“그럼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할 수도 있잖아?”
그는 베니토 후아레스*의 말을 인용해 반격했다.
“평화는 다른 사람의 권리를 존중하는 거라고!”
--- p.79
사랑하는 땅, 싸워서 지켜야 할 땅, 멕시코였다. 갑자기 노래하기 좋아하는 이들이 끝도 없이 긴 노래 〈투우〉를 부르기 시작했다. 노래 속에서 소는 연방군 장군들이고 투우사는 헌정군 장군들이다. 용감하게 싸우기 위해 자신의 삶과 안락한 일상을 버린 이 명랑하고 사랑스럽고 겸허한 사나이들을 보며, 나는 비야가 첫 난민기차로 치와와를 떠나는 외국인들에게 했던 짧은 연설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여러분이 고국에 전할 멕시코의 마지막 소식은 이것입니다. 이제 멕시코에는 궁궐은 없을 겁니다. 가난한 이들의 토르티야는 부자들의 빵보다 낫습니다. 자아!!……”
---- p.100
이렇게 손님을 대접하는 것은 펠리페에게는 정말 큰 희생이었다. 특히 음식이 그러해서 그는 양철 트렁크의 자물쇠를 열고 숭배할 정도로 소중히 여기는 소중한 설탕과 커피까지 내주었다. 펠리페는 다른 페온처럼 찢어지게 가난한 형편인데도 가진 것을 아끼지 않고 손님 대접을 했다. 자기 침대를 내준 것 역시 가장 큰 대접이었다. 아침에 내가 돈을 주려 하자 그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 p.148
“멕시코 대통령이 되기에는 배운 게 없는” 무식한 전사, 비야를 움직이게 만드는 열정과 꿈이 무엇인지는 흥미로운 주제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새 공화국이 세워지고 나면 멕시코엔 군대가 없을 거요. 군대는 독재의 가장 큰 버팀목이지. 군대가 없다면 독재자도 없을 거요.”
--- p.205
“우리 걸 빼앗으려는 건 미국 부자들이에요. 멕시코 부자들이 우리 걸 탐내는 것과 마찬가지죠. 부자가 가난한 사람들을 등쳐먹으려는 건 전 세계 어디에서나 똑같아요.”
노인은 몸을 떨면서 좀 더 모닥불 가까이로 쇠약한 몸을 옮겼다. 그리고 차분하게 말했다. “그렇게 많이 가진 부자들이 왜 그렇게 더 갖고 싶어 하는지 늘 궁금했다오. 가진 것 없는 가난뱅이들은 바라는 게 정말 별것 없는데 말이요. 염소 몇 마리면 되는데……”
--- pp.232~233
“우리는 삼십오 년 동안 우리 인민, 순진하고 가난한 인민들이 빼앗기는 것을 봤습니다. 에? 우리는 지배층과 포르피리오의 군대가 우리 형제와 아버지를 쏘아 죽이는 것을, 정의가 그들을 구원하지 못하는 것을 봐왔습니다. 손바닥만 한 땅을 빼앗기고 모두가 노예로 팔려가는 것을 봤습니다, 에? 우리는 살 집과 공부할 학교를 원합니다. 놈들은 우리를 비웃었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간섭받지 않고 살고 일하며 우리나라를 좋은 나라로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는 정말 속는 것은 지긋지긋해요……”
--- p.73
의사선생은 거울에 비친 자기를 슬쩍 보더니 콧수염을 비비 꼬았다. “이 혁명은 말입니다. 잊지 마세요. 이 혁명은 부자들에 맞선 빈자들의 싸움입니다.”
--- p.59
페르난도 대위가 몸을 숙여 내 팔을 쳤다. “이제 자네는 인민과 함께야. 혁명이 승리하면 우리는 부자들의 정부가 아니라 인민의 정부를 세울 거야. 우리는 인민의 땅을 달리고 있어. 이 땅은 부자들의 것이었지만 이제는 나와 동지들의 것이야.”
“대위님은 계속 군대에 계실 겁니까?” 내가 물었다.
그의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혁명이 승리하면 군대는 없어질 거야. 인민들은 군대라면 지긋지긋해하지. 디아스 정권은 군대를 동원해 인민을 약탈했어.”
--- p.74
“우리는 자유를 위해서 싸워.” 이시드로 아마요가 말했다.
“자네가 말하는 자유란 뭔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게 자유지.”
“그럼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할 수도 있잖아?”
그는 베니토 후아레스*의 말을 인용해 반격했다.
“평화는 다른 사람의 권리를 존중하는 거라고!”
--- p.79
사랑하는 땅, 싸워서 지켜야 할 땅, 멕시코였다. 갑자기 노래하기 좋아하는 이들이 끝도 없이 긴 노래 〈투우〉를 부르기 시작했다. 노래 속에서 소는 연방군 장군들이고 투우사는 헌정군 장군들이다. 용감하게 싸우기 위해 자신의 삶과 안락한 일상을 버린 이 명랑하고 사랑스럽고 겸허한 사나이들을 보며, 나는 비야가 첫 난민기차로 치와와를 떠나는 외국인들에게 했던 짧은 연설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여러분이 고국에 전할 멕시코의 마지막 소식은 이것입니다. 이제 멕시코에는 궁궐은 없을 겁니다. 가난한 이들의 토르티야는 부자들의 빵보다 낫습니다. 자아!!……”
---- p.100
이렇게 손님을 대접하는 것은 펠리페에게는 정말 큰 희생이었다. 특히 음식이 그러해서 그는 양철 트렁크의 자물쇠를 열고 숭배할 정도로 소중히 여기는 소중한 설탕과 커피까지 내주었다. 펠리페는 다른 페온처럼 찢어지게 가난한 형편인데도 가진 것을 아끼지 않고 손님 대접을 했다. 자기 침대를 내준 것 역시 가장 큰 대접이었다. 아침에 내가 돈을 주려 하자 그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 p.148
“멕시코 대통령이 되기에는 배운 게 없는” 무식한 전사, 비야를 움직이게 만드는 열정과 꿈이 무엇인지는 흥미로운 주제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새 공화국이 세워지고 나면 멕시코엔 군대가 없을 거요. 군대는 독재의 가장 큰 버팀목이지. 군대가 없다면 독재자도 없을 거요.”
--- p.205
“우리 걸 빼앗으려는 건 미국 부자들이에요. 멕시코 부자들이 우리 걸 탐내는 것과 마찬가지죠. 부자가 가난한 사람들을 등쳐먹으려는 건 전 세계 어디에서나 똑같아요.”
노인은 몸을 떨면서 좀 더 모닥불 가까이로 쇠약한 몸을 옮겼다. 그리고 차분하게 말했다. “그렇게 많이 가진 부자들이 왜 그렇게 더 갖고 싶어 하는지 늘 궁금했다오. 가진 것 없는 가난뱅이들은 바라는 게 정말 별것 없는데 말이요. 염소 몇 마리면 되는데……”
--- pp.232~233
“우리는 삼십오 년 동안 우리 인민, 순진하고 가난한 인민들이 빼앗기는 것을 봤습니다. 에? 우리는 지배층과 포르피리오의 군대가 우리 형제와 아버지를 쏘아 죽이는 것을, 정의가 그들을 구원하지 못하는 것을 봐왔습니다. 손바닥만 한 땅을 빼앗기고 모두가 노예로 팔려가는 것을 봤습니다, 에? 우리는 살 집과 공부할 학교를 원합니다. 놈들은 우리를 비웃었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간섭받지 않고 살고 일하며 우리나라를 좋은 나라로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는 정말 속는 것은 지긋지긋해요……”
--- p.242
출판사 리뷰
“읽다 보면 알게 된다. 이렇게 쓰려면 어떻게 기록해야 했을지.”
르포문학의 고전 중의 고전
존 리드가 기록한 가난한 농민과 노동자들을 위한 헌사
“이 혁명은 말입니다. 잊지 마세요.
이 혁명은 부자들에 맞선 빈자들의 싸움입니다.”
“우리는 자유를 위해서 싸워. 정의를 위해서도 싸우지.”
존 리드, 진실을 쓰는 기자
존 리드. 1917년 현장에서 러시아혁명을 목도하고 쓴 『세계를 뒤흔든 열흘』로 불멸의 이름을 남긴 기자다. 이 작품은 러시아혁명에 대한 가장 훌륭한 르포르타주로 알려져 있고, 지금까지 널리 읽히고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 그가 멕시코혁명을 기록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한국 최초로 완역해 출간한 『반란의 멕시코』는 르포 기자로서 존 리드의 출발을 알리는 뛰어난 작품이다. 존 리드가 1913년에 이 기록을 남겼으니 정확히 100년 만에 한국에 출간되는 셈이다.
존 리드는 1913년 12월 뉴욕 잡지 『메트로폴리탄』의 특파원 신분으로 멕시코로 향한다. 당시 멕시코는 혁명의 열기로 불타 있었다. 그는 3개월을 넘는 기간 동안 멕시코 북부의 사막, 산악, 평원 지대를 누볐다.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자꾸만 전투가 벌어지는 현장을 취재하겠다고 자청했다(“넌 진짜 운 좋은 거야. 진짜 전투를 보게 됐잖아. 이제 굉장한 기사를 쓸 수 있게 됐어.” “이건 굉장한 경험이야. 뭔가 쓸 게 생겼어.”). 그는 전투 현장만을 기록하려고 간 게 아니었다. 그의 주된 관심사는 땅을 잃은 농부, 한 끼 먹을 음식을 늘 걱정하는 가난한 민중들의 삶이었다. 그는 내내 그들과 함께하며 그들의 삶을 꼼꼼하게 기록으로 남겼다. 그래서 그의 글에는 삶의 움직임들로 넘쳐난다. 멕시코 민중들의 따뜻한 동지애, 유머, 낙천적인 모습들, 혁명에 대한 생각, 춤과 노래, 무모한 대담성, 여성의 현실 등이 생생히 기록되어 있다. 무엇보다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멕시코 땅에 대한 묘사는 가히 백미라 할 만하다. 즉 존 리드에게 『반란의 멕시코』는 ‘멕시코와 멕시코 민중에게 바치는 헌사’였다고 할 수 있다. 그를 멕시코로 보냈던 『메트로폴리탄』의 에디터 칼 호비는 “이보다 더 좋은 글은 없을 것이다”라며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읽다 보면 알게 된다. 이렇게 쓰려면 어떻게 기록해야 했을지. 르포의 기본은 대단한 통찰력과 문장력이 아니다. 성실하고 꼼꼼한 기록이다. 취재하는 동안 어느 한순간도, 어느 한마디도, 사소한 대화나 행동도, 상대의 표정과 목소리의 변화도, 상황이 펼쳐지는 장소와 풍경도, 보고 듣고 감각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기록을 멈추지 않는 것. 탁월한 르포는 그 사소하고 지난한 기록들이 쌓인 뒤에야 촘촘한 그물로 엮일 수 있다. 수첩과 펜을 손에서 떼지 않는 일. 그 단순한 기본이 르포문학의 고전을 쓸 수 있었던 그의 진짜 실력이라고 나는 믿는다.”(이문영, 〈추천의 글〉 중에서)
“다들 무엇을 위해 싸웁니까?”
“다들 무엇을 위해 싸웁니까?”
존 리드가 혁명군 병사들을 만날 때마다 묻는 말이다. 멕시코 병사들은 진지하게 말하기도 하고 농담조로 받아치기도 한다. “이 혁명은 말입니다. 잊지 마세요. 이 혁명은 부자들에 맞선 빈자들의 싸움입니다.” “우리는 자유를 위해서 싸워.” “왜냐. 싸우는 게 좋아서지. 광산에서 일하지 않아도 되니까!” “나는 싸우는 게 일하는 것만큼 힘들지 않아서 싸웁니다.” “저이가 싸우니까요.” 역으로 질문을 받기도 한다. “자네는 우리랑 같이 싸울 건가?” 존 리드는 “아니. 나는 기자야. 기자는 싸우지 못하게 돼 있어”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실존적인 질문이 이어진다. 혁명의 현장에 와 있는 나는 누구인가? 나는 그들과 함께 싸울 것인가? 후반으로 갈수록 이런 질문은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그들이 왜 싸우는지 알기 때문이고, 자신이 무엇을 기록해야 할지 알기 때문이다. 배우지 못한 멕시코 민중보다 우월한 지식인이자 기자, 미국인이라는 정체성이 드러날 법도 하지만, 이 책에서는 이런 걸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는 싸우는 사람들의 입장에 서서 그들의 목소리 하나하나를 소중히 기록한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혁명 지도자도 아니고, 혁명 그 자체도 아닌 가난한 농민과 노동자들의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과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우정을 쌓아나간다. “나는 이 순수한 이들을 향한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꼈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아닌가.”(306쪽)
존 리드는 멕시코혁명을 통해 자신을 재발견했다고 썼다. 그리고 이 『반란의 멕시코』를 통해 급진적인 언론인으로서 명성을 얻었다. 이후 그는 1914년 러들로 학살 현장인 미국 콜로라도주로 향한다. 러들로 학살은 존 데이비슨 록펠러 소유의 광산에서 일하던 광부들과 그 가족들이 파업을 벌이자 콜로라도주 방위군과 회사에 고용된 민병대가 수십 명의 광부와 그 가족들을 학살한 사건을 말한다. 존 리드는 이 사건을 취재해 〈콜로라도 전쟁〉이란 글을 남겼다. 그리고 제1차 세계대전을 취재하기 위해 유럽으로 향했고, 이 전쟁은 “상인들의 전쟁”일 뿐이지 “우리들의 전쟁은 아니다”라고 썼다. 1917년 볼셰비키가 권력을 잡았을 때는 러시아 페트로그라드에 있었고, 그 현장을 목격하고 『세계를 뒤흔든 열흘』이란 유명한 작품을 남겼다. 이렇게 세계사적 사건이 터질 때마다 그는 늘 현장에 있었고, 민중의 시선으로 평화의 시선으로 이 사건들을 바라보고 글을 썼다.
“존 리드. 짧은 생애를 뜨겁게 살았다. 특정 매체와 좁은 출입처에 묶이지 않고 세계사적 현장을 옮겨 다니며 보고, 쓰고, 참여했다. 총알 날아다니는 사막과 세계대전의 전쟁터, 노동자들의 전쟁 같은 파업과 이념의 지형도를 바꾼 혁명 등 그의 출입처는 전 세계였고 그의 소속 매체는 그 자신이었다. 그의 기록하는 자세와 추구했던 저널리즘과 꿈꿨던 세상은 가난하고, 권력과 거리가 멀고, 차별받는 사람들을 향해 있었다.”(이문영, 〈추천의 글〉 중에서)
존 리드는 1920년 모스크바에서 티푸스에 걸려 사망했다. 33세의 젊은 나이였다. 1981년 워렌 비티는 존 리드의 일생을 담은 영화 〈레즈〉를 만들었다.
멕시코혁명의 중요성
『반란의 멕시코』가 담고 있는 멕시코혁명은 당시에는 그 세계사적인 의미가 제대로 파악되지 못한 사건이었다. 1917년의 러시아혁명이 갖는 세계적 영향력이 강력한 나머지 그보다 앞선 1910년의 멕시코혁명의 중요성이 가려졌다. 하지만 멕시코혁명은 ‘제3세계 농업 국가에서 발생한 최초의 사회혁명’이었다. 이 혁명은 20세기 내내 식민지는 물론이고, 독립국이지만 제국주의 열강이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던 ‘신식민지’ 곳곳에서 발생하게 될 사회적 격동을 미리 보여주는 것이었다.
1910년부터 무려 10여 년 동안 진행된 멕시코혁명의 파란만장은 크게 4막으로 나뉜다. 1막에서 독재체제에 맞선 민중봉기로 민주정부가 수립되지만, 2막에선 민주정부에 맞선 쿠데타가 발생해 대통령이 살해된다. 3막에선 쿠데타 세력과 민중 지도자들이 결전을 치르고 마침내 혁명은 승리로 귀결된다. 하지만 4막에서는 혁명 세력 내부의 권력투쟁으로 민중 지도자들이 비운의 최후를 맞는다. 짜임새가 탁월한 한 편의 고전 희비극과도 같은 멕시코혁명의 드라마는 20세기 세계 곳곳에서 발생한 혁명의 예고편처럼 보인다.
멕시코혁명이 발발한 직접적인 계기는 33년간 전횡을 일삼던 포르피리오 디아스의 약속 파기였다. 독재자 디아스는 “이제 멕시코 민중은 민주주의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발언해놓고도, 프란시스코 마데로가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자 그를 구속해버렸다. 이에 마데로는 탈옥을 감행했고, 민중봉기로 독재를 타도하자고 호소했다. 마데로의 호소에 화답한 이들 중에는 북부 산악의 산적 판초 비야, 남부 평원의 농민 에밀리아노 사파타가 있었다. 제1막은 무장투쟁이 승리해 늙은 독재자 포르피리오 디아스가 파리로 도주하면서 마감된다. 그는 도주 직전 “마데로가 호랑이 한 마리를 풀어놓았군”이라고 시니컬한 조롱을 남겼다고 한다.
혁명의 제2막은 1911년 11월 마데로가 멕시코 민중의 압도적인 지지로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시작된다. ‘민주주의의 사도’라고 칭송받는 마데로였지만 막상 집권 이후에는 이렇다 할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는 언론과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의회에 행정부를 견제할 권한을 부여하는 등의 정치 개혁을 추진했다. 하지만 토지 분배를 기다리던 농민들을 실망시켰고,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던 노동자들이 경찰과 시가전을 벌이는데도 속수무책이었다. 군대와 경찰 등 독재체제의 유산을 개혁하지도 못했다.
결국 1913년 2월 마데로 대통령은 자신이 군 총사령관으로 임명한 독재체제의 잔당 빅토리아노 우에르타의 손에 부통령 피노 수아레스와 함께 살해됐다. 디아스가 언급한 ‘호랑이’가 그 실체를 드러낸 것이다. 마데로의 비극은 자신의 봉기 호소에 응답한 민중의 뜻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했다. 그는 혁명의 근본적 원인에 둔감했다. 독재자 디아스 집권기는 멕시코의 상류층 과두들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동맹을 맺어 멕시코를 근대국가·산업국가로 변모시키려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은 대지주에겐 ‘황금시대’였지만, 농민과 노동자들에게는 ‘지옥에서 보낸 한철’이었다. 디아스 정부의 토지 소유권 확립 정책은 농민들에게 큰 원성을 샀다. 이 정책은 경자유전의 관례로 보유해온 농민 혹은 농민공동체의 토지를 대지주들이 모조리 강탈하도록 부추겼다. 이 책에도 등장하는 치와와주의 테라사스 가문은 벨기에와 네덜란드를 더한 면적보다도 더 큰 사유지를 보유했고, 그 땅을 횡단하는 데 기차로 꼬박 하루가 걸릴 정도였다고 한다. 반면 자기 토지를 잃고 농업노동자가 된 농민들은 대지주가 농장 구역 내에 설치한 직영상점의 고리대금업으로 다시 착취당했다. 농노와 다를 바 없던 이들은 ‘페온’으로 불렸는데 멕시코혁명의 주역들이자 이 책의 주인공들이기도 하다.
디아스 정부의 노동운동 탄압도 악명이 높았다. 1906년 6월 국경도시에서 구리 광산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였을 때, 멕시코 정부는 “미국인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해 미국 군대를 파견하라고 요청했고, 멕시코 경찰과 공조하여 파업 노동자들을 유혈 진압했다. 그해 12월 한 방직공장에서 파업이 발생했을 때는 약 600명의 노동자를 학살하고 이들의 주검을 바다에 유기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농민과 노동자들이 혁명군의 주역이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통령 마데로는 이런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하지만 마데로의 비극적인 죽음이 그를 멕시코혁명의 순교자로 만들어주었다. 그래서 2차 혁명군이 마데로파라 불리기도 한다.
이제 혁명은 가장 극적인 사건들이 펼쳐지는 제3막으로 넘어갔다. 마데로가 살해되자마자 코아윌라 주지사 베누스티아노 카란사는 쿠데타 정부를 ‘찬탈자’라고 비난하고, 헌법에 입각한 정부 수립을 요구하는 ‘헌정주의 혁명’을 주창했다. 여기서 ‘헌정군’이라는 용어가 탄생했다. 이 시기에 혁명은 시작부터 내부에 품고 있던 이중적 모습을 드러냈다. 하나는 독재체제를 해체하는 정치 개혁의 비전이었고, 다른 하나는 사회경제혁명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열망이었다. 이는 멕시코의 미래를 두고 각축을 벌이는 두 가지 비전이었다. 카란사가 대표하는 정치 개혁 세력은 대체로 강력한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민주적이고 진보적인 민족국가를 건설하고자 했고, 판초 비야와 에밀리아노 사파타 등 사회혁명의 지도자들은 사회정의와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지역자치공동체를 추구했다. 그런데 카란사와 같은 보수주의자들에겐 사회혁명의 의지가 없었고, 비야와 사파타에겐 국가권력에 대한 의지와 비전이 없었다.
에밀리아노 사파타는 ‘토지와 자유’를 내걸고 대농장을 불태운 뒤 농민들에게 토지를 분배했다. 그는 1914~1915년까지 모렐로스주에서 농촌자치공동체를 조직했다. 1912년에 당시 군 총사령관 우에르타에 의해 체포되어 사형선고를 받았던 판초 비야는 대통령 마데로의 도움으로 탈옥에 성공한 뒤 1913년 4월까지 미국 텍사스주 엘패소에 은신했다. 마데로의 사망 소식을 들은 비야는 8명의 부대원을 데리고 리오그란데강을 건너 멕시코로 잠입했다. 그는 곧 치와와 산악지역에서 목장과 농장의 농업노동자들인 페온, 노동자들을 규합해 군대를 조직하고 ‘북부사단’이라 명명했다. 비야는 그해 11월 마침내 치와와주의 수도 치와와시에서 연방군을 몰아냈다. 멕시코에 귀환한 지 8개월 만의 쾌거였다. 곧 비야는 30만 명의 치와와 주민들을 대상으로 ‘비범한 정치 실험’에 몰두했다. 비야는 대지주를 타도한 뒤 토지를 분배했고, 고리대금업자들을 몰아냈으며, 치와와 곳곳에 학교를 세웠다.
한편, 패주한 연방군은 텍사스 프레시디오와 마주한 멕시코 국경도시 오히나가로 도피했다. 바로 그즈음, 1913년 12월 말에 미국인 기자 존 리드가 멕시코혁명을 취재하기 위해 급파되었다. 존 리드는 오히나가에 고립된 연방군 대장과 인터뷰하기 위해 리오그란데강을 건넜다. 이 책은 이때부터 2차 혁명의 성사 여부를 결정지은 토레온 전투까지를 다루고 있다. 토레온은 멕시코 북부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로서 멕시코시티로 가는 길목에 있었다. 그곳에서 ‘북부사단’의 화력과 연방군의 최정예부대가 결전을 벌였고 비야의 가난한 민중 군대가 2주간의 혈투 끝에 승리를 거뒀다. 즉 『반란의 멕시코』는 멕시코혁명의 제3막, 즉 제2차 혁명 중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시기를 다루고 있다. 치와와주에서 연방군을 몰아낸 판초 비야의 ‘북부사단’이 토레온 전투에서 승리를 거둬 멕시코혁명을 최종 승리로 이끄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르포문학의 고전 중의 고전
존 리드가 기록한 가난한 농민과 노동자들을 위한 헌사
“이 혁명은 말입니다. 잊지 마세요.
이 혁명은 부자들에 맞선 빈자들의 싸움입니다.”
“우리는 자유를 위해서 싸워. 정의를 위해서도 싸우지.”
존 리드, 진실을 쓰는 기자
존 리드. 1917년 현장에서 러시아혁명을 목도하고 쓴 『세계를 뒤흔든 열흘』로 불멸의 이름을 남긴 기자다. 이 작품은 러시아혁명에 대한 가장 훌륭한 르포르타주로 알려져 있고, 지금까지 널리 읽히고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 그가 멕시코혁명을 기록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한국 최초로 완역해 출간한 『반란의 멕시코』는 르포 기자로서 존 리드의 출발을 알리는 뛰어난 작품이다. 존 리드가 1913년에 이 기록을 남겼으니 정확히 100년 만에 한국에 출간되는 셈이다.
존 리드는 1913년 12월 뉴욕 잡지 『메트로폴리탄』의 특파원 신분으로 멕시코로 향한다. 당시 멕시코는 혁명의 열기로 불타 있었다. 그는 3개월을 넘는 기간 동안 멕시코 북부의 사막, 산악, 평원 지대를 누볐다.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자꾸만 전투가 벌어지는 현장을 취재하겠다고 자청했다(“넌 진짜 운 좋은 거야. 진짜 전투를 보게 됐잖아. 이제 굉장한 기사를 쓸 수 있게 됐어.” “이건 굉장한 경험이야. 뭔가 쓸 게 생겼어.”). 그는 전투 현장만을 기록하려고 간 게 아니었다. 그의 주된 관심사는 땅을 잃은 농부, 한 끼 먹을 음식을 늘 걱정하는 가난한 민중들의 삶이었다. 그는 내내 그들과 함께하며 그들의 삶을 꼼꼼하게 기록으로 남겼다. 그래서 그의 글에는 삶의 움직임들로 넘쳐난다. 멕시코 민중들의 따뜻한 동지애, 유머, 낙천적인 모습들, 혁명에 대한 생각, 춤과 노래, 무모한 대담성, 여성의 현실 등이 생생히 기록되어 있다. 무엇보다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멕시코 땅에 대한 묘사는 가히 백미라 할 만하다. 즉 존 리드에게 『반란의 멕시코』는 ‘멕시코와 멕시코 민중에게 바치는 헌사’였다고 할 수 있다. 그를 멕시코로 보냈던 『메트로폴리탄』의 에디터 칼 호비는 “이보다 더 좋은 글은 없을 것이다”라며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읽다 보면 알게 된다. 이렇게 쓰려면 어떻게 기록해야 했을지. 르포의 기본은 대단한 통찰력과 문장력이 아니다. 성실하고 꼼꼼한 기록이다. 취재하는 동안 어느 한순간도, 어느 한마디도, 사소한 대화나 행동도, 상대의 표정과 목소리의 변화도, 상황이 펼쳐지는 장소와 풍경도, 보고 듣고 감각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기록을 멈추지 않는 것. 탁월한 르포는 그 사소하고 지난한 기록들이 쌓인 뒤에야 촘촘한 그물로 엮일 수 있다. 수첩과 펜을 손에서 떼지 않는 일. 그 단순한 기본이 르포문학의 고전을 쓸 수 있었던 그의 진짜 실력이라고 나는 믿는다.”(이문영, 〈추천의 글〉 중에서)
“다들 무엇을 위해 싸웁니까?”
“다들 무엇을 위해 싸웁니까?”
존 리드가 혁명군 병사들을 만날 때마다 묻는 말이다. 멕시코 병사들은 진지하게 말하기도 하고 농담조로 받아치기도 한다. “이 혁명은 말입니다. 잊지 마세요. 이 혁명은 부자들에 맞선 빈자들의 싸움입니다.” “우리는 자유를 위해서 싸워.” “왜냐. 싸우는 게 좋아서지. 광산에서 일하지 않아도 되니까!” “나는 싸우는 게 일하는 것만큼 힘들지 않아서 싸웁니다.” “저이가 싸우니까요.” 역으로 질문을 받기도 한다. “자네는 우리랑 같이 싸울 건가?” 존 리드는 “아니. 나는 기자야. 기자는 싸우지 못하게 돼 있어”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실존적인 질문이 이어진다. 혁명의 현장에 와 있는 나는 누구인가? 나는 그들과 함께 싸울 것인가? 후반으로 갈수록 이런 질문은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그들이 왜 싸우는지 알기 때문이고, 자신이 무엇을 기록해야 할지 알기 때문이다. 배우지 못한 멕시코 민중보다 우월한 지식인이자 기자, 미국인이라는 정체성이 드러날 법도 하지만, 이 책에서는 이런 걸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는 싸우는 사람들의 입장에 서서 그들의 목소리 하나하나를 소중히 기록한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혁명 지도자도 아니고, 혁명 그 자체도 아닌 가난한 농민과 노동자들의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과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우정을 쌓아나간다. “나는 이 순수한 이들을 향한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꼈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아닌가.”(306쪽)
존 리드는 멕시코혁명을 통해 자신을 재발견했다고 썼다. 그리고 이 『반란의 멕시코』를 통해 급진적인 언론인으로서 명성을 얻었다. 이후 그는 1914년 러들로 학살 현장인 미국 콜로라도주로 향한다. 러들로 학살은 존 데이비슨 록펠러 소유의 광산에서 일하던 광부들과 그 가족들이 파업을 벌이자 콜로라도주 방위군과 회사에 고용된 민병대가 수십 명의 광부와 그 가족들을 학살한 사건을 말한다. 존 리드는 이 사건을 취재해 〈콜로라도 전쟁〉이란 글을 남겼다. 그리고 제1차 세계대전을 취재하기 위해 유럽으로 향했고, 이 전쟁은 “상인들의 전쟁”일 뿐이지 “우리들의 전쟁은 아니다”라고 썼다. 1917년 볼셰비키가 권력을 잡았을 때는 러시아 페트로그라드에 있었고, 그 현장을 목격하고 『세계를 뒤흔든 열흘』이란 유명한 작품을 남겼다. 이렇게 세계사적 사건이 터질 때마다 그는 늘 현장에 있었고, 민중의 시선으로 평화의 시선으로 이 사건들을 바라보고 글을 썼다.
“존 리드. 짧은 생애를 뜨겁게 살았다. 특정 매체와 좁은 출입처에 묶이지 않고 세계사적 현장을 옮겨 다니며 보고, 쓰고, 참여했다. 총알 날아다니는 사막과 세계대전의 전쟁터, 노동자들의 전쟁 같은 파업과 이념의 지형도를 바꾼 혁명 등 그의 출입처는 전 세계였고 그의 소속 매체는 그 자신이었다. 그의 기록하는 자세와 추구했던 저널리즘과 꿈꿨던 세상은 가난하고, 권력과 거리가 멀고, 차별받는 사람들을 향해 있었다.”(이문영, 〈추천의 글〉 중에서)
존 리드는 1920년 모스크바에서 티푸스에 걸려 사망했다. 33세의 젊은 나이였다. 1981년 워렌 비티는 존 리드의 일생을 담은 영화 〈레즈〉를 만들었다.
멕시코혁명의 중요성
『반란의 멕시코』가 담고 있는 멕시코혁명은 당시에는 그 세계사적인 의미가 제대로 파악되지 못한 사건이었다. 1917년의 러시아혁명이 갖는 세계적 영향력이 강력한 나머지 그보다 앞선 1910년의 멕시코혁명의 중요성이 가려졌다. 하지만 멕시코혁명은 ‘제3세계 농업 국가에서 발생한 최초의 사회혁명’이었다. 이 혁명은 20세기 내내 식민지는 물론이고, 독립국이지만 제국주의 열강이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던 ‘신식민지’ 곳곳에서 발생하게 될 사회적 격동을 미리 보여주는 것이었다.
1910년부터 무려 10여 년 동안 진행된 멕시코혁명의 파란만장은 크게 4막으로 나뉜다. 1막에서 독재체제에 맞선 민중봉기로 민주정부가 수립되지만, 2막에선 민주정부에 맞선 쿠데타가 발생해 대통령이 살해된다. 3막에선 쿠데타 세력과 민중 지도자들이 결전을 치르고 마침내 혁명은 승리로 귀결된다. 하지만 4막에서는 혁명 세력 내부의 권력투쟁으로 민중 지도자들이 비운의 최후를 맞는다. 짜임새가 탁월한 한 편의 고전 희비극과도 같은 멕시코혁명의 드라마는 20세기 세계 곳곳에서 발생한 혁명의 예고편처럼 보인다.
멕시코혁명이 발발한 직접적인 계기는 33년간 전횡을 일삼던 포르피리오 디아스의 약속 파기였다. 독재자 디아스는 “이제 멕시코 민중은 민주주의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발언해놓고도, 프란시스코 마데로가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자 그를 구속해버렸다. 이에 마데로는 탈옥을 감행했고, 민중봉기로 독재를 타도하자고 호소했다. 마데로의 호소에 화답한 이들 중에는 북부 산악의 산적 판초 비야, 남부 평원의 농민 에밀리아노 사파타가 있었다. 제1막은 무장투쟁이 승리해 늙은 독재자 포르피리오 디아스가 파리로 도주하면서 마감된다. 그는 도주 직전 “마데로가 호랑이 한 마리를 풀어놓았군”이라고 시니컬한 조롱을 남겼다고 한다.
혁명의 제2막은 1911년 11월 마데로가 멕시코 민중의 압도적인 지지로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시작된다. ‘민주주의의 사도’라고 칭송받는 마데로였지만 막상 집권 이후에는 이렇다 할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는 언론과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의회에 행정부를 견제할 권한을 부여하는 등의 정치 개혁을 추진했다. 하지만 토지 분배를 기다리던 농민들을 실망시켰고,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던 노동자들이 경찰과 시가전을 벌이는데도 속수무책이었다. 군대와 경찰 등 독재체제의 유산을 개혁하지도 못했다.
결국 1913년 2월 마데로 대통령은 자신이 군 총사령관으로 임명한 독재체제의 잔당 빅토리아노 우에르타의 손에 부통령 피노 수아레스와 함께 살해됐다. 디아스가 언급한 ‘호랑이’가 그 실체를 드러낸 것이다. 마데로의 비극은 자신의 봉기 호소에 응답한 민중의 뜻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했다. 그는 혁명의 근본적 원인에 둔감했다. 독재자 디아스 집권기는 멕시코의 상류층 과두들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동맹을 맺어 멕시코를 근대국가·산업국가로 변모시키려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은 대지주에겐 ‘황금시대’였지만, 농민과 노동자들에게는 ‘지옥에서 보낸 한철’이었다. 디아스 정부의 토지 소유권 확립 정책은 농민들에게 큰 원성을 샀다. 이 정책은 경자유전의 관례로 보유해온 농민 혹은 농민공동체의 토지를 대지주들이 모조리 강탈하도록 부추겼다. 이 책에도 등장하는 치와와주의 테라사스 가문은 벨기에와 네덜란드를 더한 면적보다도 더 큰 사유지를 보유했고, 그 땅을 횡단하는 데 기차로 꼬박 하루가 걸릴 정도였다고 한다. 반면 자기 토지를 잃고 농업노동자가 된 농민들은 대지주가 농장 구역 내에 설치한 직영상점의 고리대금업으로 다시 착취당했다. 농노와 다를 바 없던 이들은 ‘페온’으로 불렸는데 멕시코혁명의 주역들이자 이 책의 주인공들이기도 하다.
디아스 정부의 노동운동 탄압도 악명이 높았다. 1906년 6월 국경도시에서 구리 광산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였을 때, 멕시코 정부는 “미국인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해 미국 군대를 파견하라고 요청했고, 멕시코 경찰과 공조하여 파업 노동자들을 유혈 진압했다. 그해 12월 한 방직공장에서 파업이 발생했을 때는 약 600명의 노동자를 학살하고 이들의 주검을 바다에 유기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농민과 노동자들이 혁명군의 주역이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통령 마데로는 이런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하지만 마데로의 비극적인 죽음이 그를 멕시코혁명의 순교자로 만들어주었다. 그래서 2차 혁명군이 마데로파라 불리기도 한다.
이제 혁명은 가장 극적인 사건들이 펼쳐지는 제3막으로 넘어갔다. 마데로가 살해되자마자 코아윌라 주지사 베누스티아노 카란사는 쿠데타 정부를 ‘찬탈자’라고 비난하고, 헌법에 입각한 정부 수립을 요구하는 ‘헌정주의 혁명’을 주창했다. 여기서 ‘헌정군’이라는 용어가 탄생했다. 이 시기에 혁명은 시작부터 내부에 품고 있던 이중적 모습을 드러냈다. 하나는 독재체제를 해체하는 정치 개혁의 비전이었고, 다른 하나는 사회경제혁명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열망이었다. 이는 멕시코의 미래를 두고 각축을 벌이는 두 가지 비전이었다. 카란사가 대표하는 정치 개혁 세력은 대체로 강력한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민주적이고 진보적인 민족국가를 건설하고자 했고, 판초 비야와 에밀리아노 사파타 등 사회혁명의 지도자들은 사회정의와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지역자치공동체를 추구했다. 그런데 카란사와 같은 보수주의자들에겐 사회혁명의 의지가 없었고, 비야와 사파타에겐 국가권력에 대한 의지와 비전이 없었다.
에밀리아노 사파타는 ‘토지와 자유’를 내걸고 대농장을 불태운 뒤 농민들에게 토지를 분배했다. 그는 1914~1915년까지 모렐로스주에서 농촌자치공동체를 조직했다. 1912년에 당시 군 총사령관 우에르타에 의해 체포되어 사형선고를 받았던 판초 비야는 대통령 마데로의 도움으로 탈옥에 성공한 뒤 1913년 4월까지 미국 텍사스주 엘패소에 은신했다. 마데로의 사망 소식을 들은 비야는 8명의 부대원을 데리고 리오그란데강을 건너 멕시코로 잠입했다. 그는 곧 치와와 산악지역에서 목장과 농장의 농업노동자들인 페온, 노동자들을 규합해 군대를 조직하고 ‘북부사단’이라 명명했다. 비야는 그해 11월 마침내 치와와주의 수도 치와와시에서 연방군을 몰아냈다. 멕시코에 귀환한 지 8개월 만의 쾌거였다. 곧 비야는 30만 명의 치와와 주민들을 대상으로 ‘비범한 정치 실험’에 몰두했다. 비야는 대지주를 타도한 뒤 토지를 분배했고, 고리대금업자들을 몰아냈으며, 치와와 곳곳에 학교를 세웠다.
한편, 패주한 연방군은 텍사스 프레시디오와 마주한 멕시코 국경도시 오히나가로 도피했다. 바로 그즈음, 1913년 12월 말에 미국인 기자 존 리드가 멕시코혁명을 취재하기 위해 급파되었다. 존 리드는 오히나가에 고립된 연방군 대장과 인터뷰하기 위해 리오그란데강을 건넜다. 이 책은 이때부터 2차 혁명의 성사 여부를 결정지은 토레온 전투까지를 다루고 있다. 토레온은 멕시코 북부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로서 멕시코시티로 가는 길목에 있었다. 그곳에서 ‘북부사단’의 화력과 연방군의 최정예부대가 결전을 벌였고 비야의 가난한 민중 군대가 2주간의 혈투 끝에 승리를 거뒀다. 즉 『반란의 멕시코』는 멕시코혁명의 제3막, 즉 제2차 혁명 중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시기를 다루고 있다. 치와와주에서 연방군을 몰아낸 판초 비야의 ‘북부사단’이 토레온 전투에서 승리를 거둬 멕시코혁명을 최종 승리로 이끄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추천평
기록의 임무를 받고 투입되는 사람이 기록할 사건을 선택할 순 없을지 모르지만 사건을 기록하는 위치는 선택할 수 있다. 같은 사건을 기록하더라도 어느 위치에서 기록하느냐에 따라 현장은 무수히 쪼개진다. 사건은 주어지는 것이지만 현장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멕시코혁명이란 사건의 한가운데서 존 리드가 선택한 현장은 가난한 농민과 노동자들이었다. 평생 빼앗겨온 사람들이었다. 『반란의 멕시코』는 혁명군의 기세가 최고조였던 시기를 포착하고 있으나 책의 주인공은 혁명 지도자도 혁명 그 자체도 아니다. 존 리드가 세밀하게 그려내는 주인공은 땅을 잃고, 한 끼 먹을 음식이 없으며, 살 집과 공부할 학교를 얻기 위해 혁명에 동참한 사람들이다. 제대로 된 무기도 없이 싸우는 그들의 삶과 죽음, 가난과 불평등, 웃음과 눈물, 환대와 나눔, 춤과 노래, 혁명 안에서조차 달라지지 않는 여성들의 현실이다. 총소리, 신음 소리, 들판을 뒤덮은 시체 냄새 속에서 그들과 걷고 먹고 자는 시간들이 존 리드가 열어간 현장이었다.
읽다 보면 알게 된다. 이렇게 쓰려면 어떻게 기록해야 했을지. 르포의 기본은 대단한 통찰력과 문장력이 아니다. 성실하고 꼼꼼한 기록이다. 취재하는 동안 어느 한순간도, 어느 한마디도, 사소한 대화나 행동도, 상대의 표정과 목소리의 변화도, 상황이 펼쳐지는 장소와 풍경도, 보고 듣고 감각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기록을 멈추지 않는 것. 탁월한 르포는 그 사소하고 지난한 기록들이 쌓인 뒤에야 촘촘한 그물로 엮일 수 있다. 수첩과 펜을 손에서 떼지 않는 일. 그 단순한 기본이 르포문학의 고전을 쓸 수 있었던 그의 진짜 실력이라고 나는 믿는다.
- 이문영 (기자, 『노랑의 미로』 저자)
읽다 보면 알게 된다. 이렇게 쓰려면 어떻게 기록해야 했을지. 르포의 기본은 대단한 통찰력과 문장력이 아니다. 성실하고 꼼꼼한 기록이다. 취재하는 동안 어느 한순간도, 어느 한마디도, 사소한 대화나 행동도, 상대의 표정과 목소리의 변화도, 상황이 펼쳐지는 장소와 풍경도, 보고 듣고 감각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기록을 멈추지 않는 것. 탁월한 르포는 그 사소하고 지난한 기록들이 쌓인 뒤에야 촘촘한 그물로 엮일 수 있다. 수첩과 펜을 손에서 떼지 않는 일. 그 단순한 기본이 르포문학의 고전을 쓸 수 있었던 그의 진짜 실력이라고 나는 믿는다.
- 이문영 (기자, 『노랑의 미로』 저자)
그때부터 존 리드는 3개월 넘는 기간 동안 멕시코 북부의 사막, 산악, 평원 지대를 누비며, 가난한 사람들로 구성된 군대와 부대꼈다. 그들과 함께 먹고 자고 술과 담배를 나누며 춤을 추고 포옹했다. 빈민의 군대가 전투에서 패배하면 벗들을 한꺼번에 잃기도 하고, 사막의 도망자 신세가 되어 추격당하기도 했다. 판초 비야의 병사들 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병사들과 교류한 존 리드는 마침내 “이상한 땅의 이상한 사람들”을 사랑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리드는 멕시코혁명을 통해 “자신을 재발견”했다고 썼다. 피비린내 속에서 탄생하는 혁명의 전장을 뛰어다니면서 26세의 풋내기 기자는 세계적인 저널리스트로 성장해갔다. 리드는 착취와 억압에서 벗어나기 위해 혁명전쟁에 뛰어든 가난한 농민과 노동자들과 부대끼면서 공산주의자로 발전해갔다. 그래서 존 리드에게 《반란의 멕시코》는 자신을 새롭게 발견할 기회를 준 ‘멕시코와 멕시코 민중에게 바치는 헌사’였다.
- 박정훈 (『역설과 반전의 대륙』저자)
- 박정훈 (『역설과 반전의 대륙』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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