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문화예술 입문 (독서요약)/1.건축세계

대전 건축 여행 (2025) - 일상의 풍경 속에서 살아있는 근대의 시간을 걷다

동방박사님 2025. 4. 25.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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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시간을 품은 건축물에서 목격한 근대의 순간들
건물을 스쳐간 사건과 인물을 알게 되면, 사랑하게 된다

『서울 건축 여행』 작가 김예슬이 발굴한 건축 여행지 38곳
대전, 청주, 공주, 옥천에서 일상의 풍경을 새롭게 보다

김예슬은 10년 넘게 1000곳이 넘는 전국의 건축물을 여행지 삼아 오래된 이야기를 발굴해 온 ‘건축 여행자’다. 

서울의 근현대 건축물을 다룬 『서울 건축 여행』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번에는 한층 깊어진 시선으로 대전과 그 인접 도시들을 여행한다. 

대전은 철도가 깔리며 발전한 근대 도시다.

 충청도 곳곳에는 근대 조선에 온 선교사들의 거점 역할을 했던 집과 성당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이 땅에서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과 같은 격동의 시간을 지나온 건물들은 조용히 과거를 증언하고 있다.

아름다운 근대 건축으로 알려진 충남도청사 본관, 성심당의 출발점이 된 대흥동성당, 김수근 건축가의 건물들, 벽돌 벽에 기와지붕을 얹은 한양 절충식 가옥까지. 

낯설고도 아름다운 공간들이 역사적 이야기와 함께 펼쳐진다. 

작가는 벽돌과 타일, 유리 창문과 나무 천장을 들여다보며 시간의 흔적을 읽어낸다. 

무수한 발걸음 끝에, 대중에 공개되지 않은 건물들의 문을 두드리고 이야기를 들었다. 

건물을 오랫동안 지켜온 사람들의 입을 통해 잊혔던 이야기들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목차
프롤로그. 알면 사랑하게 된다

[대전]

기차로 도착한 대전
1. 소제동 철도 관사촌
2. 대전근현대사전시관(구 충남도청 본관)
3. 대흥동 뾰족집
4. 대흥동 성당

일제 강점기와 수탈의 역사
5. 헤레디움(구 동양척식주식회사 대전점)
6. 한국전력공사 대전보급소
7. 구 대전형무소 망루
8. 한밭교육박물관

도시를 만든 사람들
9. 오정동 선교사촌
10. 테미오래
11. 한밭복싱체육관(구 대전부청사 창고)
12. 동화극장

근현대 건축가들의 작품
13. 대전창작센터
14. 국립중앙과학관

[청주]

청주에 도착해 만난 김수근 건축가
15. 옛청주역사전시관(구 청주역)
16. 학천탕
17. 국립청주박물관

학교 건축 여행
18. 주성교육박물관 (구 청주공립보통학교 강당)
19. 대성고등학교 본관
20. 탑동 양관
21. 충북대학교

충청북도청 소재지를 여행하는 법
22. 충청북도청 본관
23. 충북문화관(구 충북도지사 관사)

이야기에서 발견한 아름다움
24. 우리예능원
25. 청주 성공회 성당
26. 운보의 집
27. 문화제조창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동부창고)

[공주]

도심을 내려다보는 두 개의 언덕
28. 중동성당
29. 충청남도역사박물관(구 국립공주박물관)

구도심에서 열린 문화유산 야행
30. 구 공주읍사무소
31. 중학동 구 선교사 가옥

골목길 건축 여행
32. 건축 여행자를 위한 카페, 식당, 숙소
33. 나태주풀꽃문학관
34. 공주제일감리교회 기독교박물관

[옥천]

시인의 고향
35. 정지용문학관
36. 죽향초등학교와 향수길 산책
37. 구 옥천여중 교무실
38. 옥천성당


저자 소개
저 : 김예슬 
근현대 어디쯤을 걷고 찍는 건축 여행자. 

휴가를 내지 않고도 주말을 여행자처럼 쓰기 위해 건축 여행을 시작했다.

 2015년부터 오래된 건축물을 찾아 전국을 여행하며 SNS에 기록했다. 

1000곳이 넘는 건물 중 서울에 있는 근현대 건축물만 모아 『서울 건축 여행』을 썼다. 

건물에 담긴 시간과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책 속으로
이번 여행에도 준비물이나 자격은 없다. 

사소한 부분도 들여다보는 태도, 가본 적 없는 길로 들어서 보려는 마음이면 충분하다. 

우리는 같은 건물을 바라보겠지만 앎에서 사랑으로 번지는 지점은 각자 다를 것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아름다운 만큼 마음은 불편해진다.

 조선을 향한 자신들의 계획이 영원하고 완벽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느껴져서일까. 

조선총독부는 시간과 비용이 배로 드는 건축 재료인 타일을 다양하게 사용하며 야욕과 권위를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그래서 나에게 이 건물의 부제는 ‘타일 전시장’이다.
--- 「대전 - 대전근현대사전시관」 중에서

가본 적 없는 시대 속 사람들과 시선을 맞춰본다. 

직접 와보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다.

 근현대 건축물을 찾아가서 관찰하면서 만나보지 못한 인물을 떠올리고, 장면을 상상하는 이 시간. 

편안한 의자, 알맞은 조명, 적절한 음악과 함께 책장을 넘기는 독서 시간처럼 완전히 다른 시공간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이런 의미에서 건축 여행은 적극적인 독서다.
--- 「대전 - 대흥동 뾰족집」 중에서

사람들로 북적이는 성심당 앞 대흥동성당에서는 12시와 18시에 어김없이 종소리가 울려퍼진다. 

종에게 목소리가 있다면 아마 이렇게 외쳤을 것 같다. 

사랑으로 직조된 삶은 언제나 아름다웠다고. 대전 안에서 어제와 똑같이 울려퍼지는 이 소리의 의미는 모든 걸 해내는, 힘이 센 사랑이라고.
--- 「대전 - 대흥동성당」 중에서

밝게 빛나는 일본인 밀집 지역을 바라보며 도시 외곽으로 밀려난 조선인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환한 밤을 당연하다는 듯 누리며 이런 상상을 하니 과거에서 지금까지 흘러온 시간이 전광석화처럼 스쳐가며 그 속도에 잠시 어지러워진다. 

건축 여행을 하면서 떠나지 않고도 멀리 도착하는 법을 터득했다. 

일상 속에서 근현대 건축물 구경을 핑계 삼아 짧은 여행을 계속할 수 있는 건 시대와 시간을 이리저리 마음대로 옮겨 다니면서 느꼈던 자유로움 때문이다.
--- 「대전 - 한국전력공사 대전보급소」 중에서

가까이 가서 보니 적벽돌로 쌓아 올린 단면이 보인다.

 출입구 문이 떨어져 나간 덕분에 2층 전망대로 올라가는 내부 계단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망루 상부는 돌출된 발코니 형식으로 만들어 360도 사방을 둘러볼 수 있도록 했다. 

건물을 올려다보다가 저 위에서는 동네가 어떻게 보일지 궁금해졌다.

 도시 전망대와 교도소 망루는 한 끗 차이가 아닐까.
--- 「대전 - 구 대전형무소 망루」 중에서

우리가 알아보지 못하고 스스로 놓아버린 수수한 아름다움을 모아보면 얼마나 드넓을까. 

토끼풀꽃이 펼쳐진 새하얀 들판처럼 말이다. 

한 명이 품고 있는 마음이 여러 개 모이면 시간을 돌릴 수 있고, 원하는 방향으로 도시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
--- 「대전 - 오정동 선교사촌」 중에서

중세 시대의 스테인드글라스는 빛으로 신의 형상을 그리기 위한 방법이었다면, 20세기 이후의 스테인드글라스는 건축물에 무게감을 주기 위해 사용하는 요소다. 

‘여기에 중요한 사람 산다’, ‘중요한 건물이다’ 화룡정점을 찍듯 표시하는 것이다.

 장식도 권력이던 시절에 지어진 충남도지사 관사는 무용하고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무언의 메시지를 드러낸다.
--- 「대전 - 테미오래」 중에서

목욕탕 손님이 되어 현관부터 샤워 부스까지 들어오는 상상을 해본다. 

커다란 물방울 속으로 뛰어들어서 흐르는 물길을 따라 작은 기포에 빨려들어가는 느낌이었을까. 

목욕탕을 개조한 카페를 여럿 방문해 봤지만, 이처럼 건축적 사유를 불러일으키는 공간은 드물다.

 한 끗 차이에 대한 건축가의 세심한 고민, 시공 과정을 관리한 사람들의 노력이 녹아있음을 깨닫는다.
--- 「청주 - 학천탕」 중에서

민노아 기념관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2층 한편의 방 하나가 밴드부 연습실로 쓰이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 집 방 중에서도 천장이 가장 멋지고 벽난로도 있는 방이었다. 

창문으로 동네 일대가 잘 보여 전망도 좋았다. 

오래된 건물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과자를 먹고, 청소를 하고, 악기를 연주하는 일상이라니. 

평생 기억에 남는 빛나는 10대 시절, 그 기억 속 배경이 이렇게 멋진 건물이라면 특별한 어른으로 자라지 않을까.
--- 「청주 - 탑동 양관」 중에서

100년 된 집을 가꾸는 마음은 어떨까. 그동안은 상상해 보려 해도 도저히 가늠이 되질 않았다.

 100년 넘은 일양식 가옥에서 사는 분을 만나보니 그 마음은 결심과 닮은 듯했다.

 오랜 세월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이어받아 운명처럼 살게 된 이 공간을, 이곳과 얽힌 기억을 가진 누가 와도 비빌 언덕이 될 수 있도록 관리하겠다는 결심. 보통 내 집이 생기면 마음대로 못을 박을 수 있다는 걸 장점으로 꼽는데, 이런 결심은 정반대의 마음이다. 

못자국을 내는 게 아니라 못자국까지 어여삐 보겠다는 마음이라고 할까.
--- 「청주 - 우리예능원」 중에서

내부에서는 2층 창문과 1층 문에 빨간 물감이 번진 듯한 유리창을 볼 수 있다. 

이남규 작품에 비해 훨씬 더 현대적이고 추상적인 느낌을 풍기는 이 작품은 2024년 새로 설치된 세계적인 화가, 김인중 신부의 작품이다. 

그의 작품은 예수님의 피와 성령을 상징하는 붉은색, 성모님의 순결과 소망을 상징하는 푸른색이 여러 색과 어우러져 독특한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것이 특징이다.
--- 「공주 - 중동성당」 중에서

아치형 현관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중앙 계단이 나온다. 

계단 위에는 거대한 벽이 있고, 양옆으로 계단이 갈라진다. 

이 벽은 무령왕릉 내부의 벽돌 모양과 쌓기는 물론 꽃봉오리 모양의 등불 자리 장식까지 그대로 가져왔다. 

‘백제다움’을 명확히 드러내는 부분이다.
--- 「공주 - 충청남도역사박물관」 중에서

아담한 규모의 집을 담장 안에서, 담장 밖 개천 옆에서 눈에 담아본다. 

정지용의 아버지는 한약 약재상을 했다.

 그 덕에 집안에는 언제나 약재 향이 진동했다. 

집 앞 흙 마당에 쪼그려앉아 풀때기를 뜯으며 노는 어린 지용을 상상한다.

 어린 시절 지용을 생각하면 『정지용 전집 2 : 산문』에 실린 「장난감 없이 자란 어른」이 떠오른다. 

‘소년쩍은 고독하고 슬프고 원통한 기억이 진저리 나도록 싫어진다’는 문장은 일제 강점기 때문이기도, 어린 시절 모든 걸 앗아간 홍수 때문이기도 했다.
--- 「옥천 - 정지용문학관」 중에서

어둠이 있어야 빛이 있듯 아픈 과거는 역경을 극복해 온 역사이기도 하다.

 암흑 속에서 우두커니 멈춰선 시간이 아니라 모든 것을 내던지고 광명을 찾아 치열하게 걸어온 길이다.

 먹고살기 힘든 상황에서도 아름다움을 곁에 두고 싶어했던 이들과 미래에 꿈을 품었던 세대가 있다. 

이 모든 이야기가 건물에 여전히 고여있다. 

말끔하게 정돈된 문화재뿐만 아니라 골목에 방치된 옛집, 학교 안에 남아있는 벽돌 건물 잔해, 오래되어 보이는 교회까지.
--- 「에필로그」 중에서

출판사 리뷰
대전과 인접 도시를 목적지 삼아 떠나는 건축 여행
애정과 성실함으로 찾아낸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과거의 풍경

대전은 많은 사람들이 경유지로 지나치는 도시다. 

어딘가로 가는 길에 잠시 들르거나, 유명한 빵집에 가기 위해 머문다. 

그러나 김예슬은 이 도시에서 낯선 시간을 발견했다.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건물들 안에는 근현대의 사건과 인물들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들여다볼 준비가 된 사람에게 도시는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대전 건축 여행』은 『서울 건축 여행』 이후 김예슬 작가가 두 번째로 펴낸 건축 여행기다. 

작가가 전국의 근대 건축을 여행하며 쌓아온 경험이 더욱 깊이 있게 드러난다. 

대전과 청주, 공주, 옥천을 걸으며 발굴한 38곳의 건축물을 중심으로 도시가 지나온 시간을 되짚는다.

작가는 ‘건축 여행은 적극적인 독서’라고 말한다. 

건물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만나보지 못한 인물을 떠올리고, 보지 못한 장면을 상상하며 다른 시공간 속으로 빨려들어가기 때문이다. 

이처럼 특별한 경험을 만든 것은 작가의 애정과 성실함이다. 

같은 장소를 여러 번 찾아가고, 오래된 기록을 뒤지고, 건물을 지켜온 사람들에게 말을 건 끝에 비로소 건물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작가가 무수한 발걸음 끝에 발굴한 이야기를 읽고 나면, 도시를 보는 눈이 달라진다. 

낡고, 지루하고, 투박하다고 여겼던 건물 앞에 멈춰 서게 된다. 호기심을 품은 ‘건축 여행자’가 되는 것이다.

* 출처 : 예스24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456016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