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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코로나19로 마음껏 누리지 못하는 그곳,
제주를 그린 거의 모든 그림을 담은 한 권의 책이 선사하는
와유(臥遊)의 즐거움, 사라져버린 옛 제주 풍경과의 조우
‘코로나 19’로 인해 해외 여행이 전면 중단된 이후 제주를 찾는 여행객들은 하루 평균 약 4만여 명에 이르고, 그로 인해 제주는 가는 곳마다 인산인해라는 뉴스가 연일 오르내린다. 그러나 누구나 코로나19 이전처럼 자유롭고 홀가분하게 제주를 찾을 수는 없다. 혹시 길을 나선다 해도 여러 모로 조심하고 주의할 것이 많아 마음 편히 여행을 만끽할 수 없다.
미술사학자 최열의 신간 『옛 그림으로 본 제주』는 코로나19로 발이 묶인 이들에게 무엇보다 책을 통한 와유(臥遊)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굳이 비행기를 타고 제주로 향하지 않아도 책을 펼치면 조선 시대 그려진 제주의 풍광을 총 집성한 다양한 그림과 이야기가 페이지마다 가득하다. 방 안에 앉아서 오히려 실재하지 않는, 이미 사라져버린 옛 제주의 풍경과 마음껏 조우할 수 있으니 눈 밝은 독자라면 굳이 제주에 가지 않아도 그에 못지 않은 즐거움을 이 책을 통해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제주를 그린 거의 모든 그림을 담은 한 권의 책이 선사하는
와유(臥遊)의 즐거움, 사라져버린 옛 제주 풍경과의 조우
‘코로나 19’로 인해 해외 여행이 전면 중단된 이후 제주를 찾는 여행객들은 하루 평균 약 4만여 명에 이르고, 그로 인해 제주는 가는 곳마다 인산인해라는 뉴스가 연일 오르내린다. 그러나 누구나 코로나19 이전처럼 자유롭고 홀가분하게 제주를 찾을 수는 없다. 혹시 길을 나선다 해도 여러 모로 조심하고 주의할 것이 많아 마음 편히 여행을 만끽할 수 없다.
미술사학자 최열의 신간 『옛 그림으로 본 제주』는 코로나19로 발이 묶인 이들에게 무엇보다 책을 통한 와유(臥遊)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굳이 비행기를 타고 제주로 향하지 않아도 책을 펼치면 조선 시대 그려진 제주의 풍광을 총 집성한 다양한 그림과 이야기가 페이지마다 가득하다. 방 안에 앉아서 오히려 실재하지 않는, 이미 사라져버린 옛 제주의 풍경과 마음껏 조우할 수 있으니 눈 밝은 독자라면 굳이 제주에 가지 않아도 그에 못지 않은 즐거움을 이 책을 통해 누릴 수 있지 않을까.
목차
ㆍ 책을 펴내며_탐라의 오늘과 제주의 어제를 보며 꿈꾸는 이 땅의 미래
서장 “제주, 이곳은 신과 자연의 나라, 이 땅의 사람들을 품어주는 오름과 바람의 세상”
01 제주를 돌아보고 바람을 따라 우도까지
나라를 세우고 개혁을 꿈꾸던 이들의 영토, 도봉
태조 이성계, 천년왕국을 꿈꾸다 | 젊은 조광조가 사랑한 땅, 그곳에 들어선 도봉서원
제주는 섬이라네, 바다로 둘러싸였다네
섬과 뭍 사이, 그곳에 바다가 있네 | 저 바다를 건너면 만나는 류큐
천년왕국 수도, 제주에 도착한 발걸음이 먼저 향하는 곳
탐라도성, 사라진 천년왕국의 꿈 | 옛 도성을 가득 채운 문명의 요소 | 눈앞에 드러난 탐라의 궁성
제주, 천지개벽과 문명진화를 주재하는 신들의 나라
조선 정부의 수령, 제주의 신당을 없애다 | 신화의 나라가 남긴 빛나는 걸작, 《내왓당 무신도》 | 신당을 태우는 그림 속 검은 연기 | 조선 왕조, 왕의 다스림이 온 나라에 물들기를 바라다 | “집 안에 귤나무가 자라면 끓는 물을 부어 죽이는 형국”
취병담에서 듣는 용두암 전설, 사라진 포구에서 떠올리는 옛 모습
용두암이 제주 앞바다에 머문 사연 | 삼별초의 기억 화북포구, 제주의 옛 관문 조천포구
제주의 땅끝, 그곳에서 기억해야 할 역사의 순간
용암동굴, 아득하여 넋마저 빼앗길 황홀한 지옥 | 아름다운 별방진, 그러나 경치에만 취할 수 없는 아픔 | 잠녀의 투쟁, 기억하지 못한 여성 독립운동사
우도, 땅끝 건너 바다에 누운 소 한 마리
우도에 가서 보아야 할 열 가지 풍경 | 충암 김정, 우도에 이르러 「우도가」를 부르다
ㆍ 《탐라순력도》, 제주 전역을 그린 순력의 기록화
02 성산의 바다에서 산방의 산으로
신선의 피서지 성산, 수산에 떠도는 소녀의 슬픔
“성산은 만 가지 천 가지 모습을 이루 다 기록하기 어렵다” | 수산고성의 슬픔, 혼인지의 기쁨
제주의 동쪽, 그 땅과 기운이 말해주는 것
제주의 동쪽 일대를 관할하던 땅, 정의 | 성읍에서 떠올리는 제주의 예인들
폭포와 섬들이 서로 다투는 낭만의 해안, 서귀포
이곳에 들어서면 온화한 기운이 온몸을 감싸네 | 서귀포 앞바다에 떠 있는 네 개의 섬 | 18세기 김남길과 20세기 이중섭의 그림으로 만나는 서귀포
“이 빼어난 경치를 세상 사람이 못 보니 자못 안타까운 일이다”
정방폭포를 찾는 이들이 갖춰야 할 자세 | “천지연폭포, 기이하고 씩씩하고, 깊이 있고, 괴이한 곳” | 옥황상제의 일곱 딸이 노닐던 곳, 천제연폭포
구럼비에서 흘리는 눈물, 새로운 세상을 향한 발걸음의 출발
제일강정, 군주의 기운이 흐르는 천하제일의 터전 | “강정아, 너는 이 땅에서 가장 작지만 너에게서 평화가 시작되리라”
“육지에서 보지 못할 저토록 다른 모습, 산방산”
홀로 우뚝 선 산방, 이를 둘러싼 송악, 가파도, 마라도 | 산방산이 품은 입처럼 거대한 산방굴
ㆍ 제주의 십경도들, 제주미술사를 구성하는 핵심 줄기 《탐라십경도》, 《영주십경도》, 《제주십경도》
03 이름 어여쁜 모슬포에서 어느덧 애월에 이르다
모슬포에서는 자꾸만 눈물이 흐른다
알뜨르 비행장, 일본제국주의 만행의 흔적 | 제주의 비극, 인공동굴 그리고 백할아버지한무덤
유배객의 발자취 뚜렷한 땅, 대정
산방산 서쪽 마을, 대정 | 대정의 유배객, 추사 김정희 | 임금 광해와 신하 정온의 운명 | 제주 대정 인성리 사람 이재수 장군
어느 곳인들 바람 없을 리 있으랴, 서쪽 바람은 유난도 하다
왜적을 방어하던 땅, 일본군의 요새가 되다 | 차귀도에 간다면 무엇을 보고 오랴
명월포에 겹겹이 흐르는 신과 인간, 자연의 사연
원나라 목호 세력과 치른 처절한 전투 현장 | 선비의 마을로 그 이름 드높은 땅 | 동쪽에는 만쟁이굴, 서쪽에는 협재굴 | 또 하나의 동굴, 빌레못굴 | 이시돌목장 그리고 맥그린치 신부 | 제주의 가장 큰 굿판, 영등굿
제주도를 한바퀴 돌아오니 애월에 이르다
해외를 드나들던 아름다운 관문 | 삼별초의 대몽항쟁 거점
ㆍ 《제주십이경도》, 완전한 아름다움을 갖춘 열두 폭 그림
04 은하수에 이를 만큼 우뚝한 봉우리, 한라산
“고래가 달려도 작은 줄 모르고 붕새가 일어나도 좁다 못하네”
“어찌 이곳을 관광이나 제공하는 산들과 비길 수 있겠는가” | 드넓은 우주의 요람, 백록담
한라산의 서남쪽 허리를 부르는 이름, 영곡 430
제주를 그린 십경도에서 영곡을 보다 | 말 키우는 사람 김만일과 유배객 광해의 인연
제주도는 곧 하나의 오름 446
오름의 왕국, 제주 | 오름을 오르다, 설문대할망을 만나다
ㆍ 《영주십경도》, 제주의 안팎이 만나 조화를 이루다
부록 옛 그림 속 제주와 인연을 맺은 인물들
서장 “제주, 이곳은 신과 자연의 나라, 이 땅의 사람들을 품어주는 오름과 바람의 세상”
01 제주를 돌아보고 바람을 따라 우도까지
나라를 세우고 개혁을 꿈꾸던 이들의 영토, 도봉
태조 이성계, 천년왕국을 꿈꾸다 | 젊은 조광조가 사랑한 땅, 그곳에 들어선 도봉서원
제주는 섬이라네, 바다로 둘러싸였다네
섬과 뭍 사이, 그곳에 바다가 있네 | 저 바다를 건너면 만나는 류큐
천년왕국 수도, 제주에 도착한 발걸음이 먼저 향하는 곳
탐라도성, 사라진 천년왕국의 꿈 | 옛 도성을 가득 채운 문명의 요소 | 눈앞에 드러난 탐라의 궁성
제주, 천지개벽과 문명진화를 주재하는 신들의 나라
조선 정부의 수령, 제주의 신당을 없애다 | 신화의 나라가 남긴 빛나는 걸작, 《내왓당 무신도》 | 신당을 태우는 그림 속 검은 연기 | 조선 왕조, 왕의 다스림이 온 나라에 물들기를 바라다 | “집 안에 귤나무가 자라면 끓는 물을 부어 죽이는 형국”
취병담에서 듣는 용두암 전설, 사라진 포구에서 떠올리는 옛 모습
용두암이 제주 앞바다에 머문 사연 | 삼별초의 기억 화북포구, 제주의 옛 관문 조천포구
제주의 땅끝, 그곳에서 기억해야 할 역사의 순간
용암동굴, 아득하여 넋마저 빼앗길 황홀한 지옥 | 아름다운 별방진, 그러나 경치에만 취할 수 없는 아픔 | 잠녀의 투쟁, 기억하지 못한 여성 독립운동사
우도, 땅끝 건너 바다에 누운 소 한 마리
우도에 가서 보아야 할 열 가지 풍경 | 충암 김정, 우도에 이르러 「우도가」를 부르다
ㆍ 《탐라순력도》, 제주 전역을 그린 순력의 기록화
02 성산의 바다에서 산방의 산으로
신선의 피서지 성산, 수산에 떠도는 소녀의 슬픔
“성산은 만 가지 천 가지 모습을 이루 다 기록하기 어렵다” | 수산고성의 슬픔, 혼인지의 기쁨
제주의 동쪽, 그 땅과 기운이 말해주는 것
제주의 동쪽 일대를 관할하던 땅, 정의 | 성읍에서 떠올리는 제주의 예인들
폭포와 섬들이 서로 다투는 낭만의 해안, 서귀포
이곳에 들어서면 온화한 기운이 온몸을 감싸네 | 서귀포 앞바다에 떠 있는 네 개의 섬 | 18세기 김남길과 20세기 이중섭의 그림으로 만나는 서귀포
“이 빼어난 경치를 세상 사람이 못 보니 자못 안타까운 일이다”
정방폭포를 찾는 이들이 갖춰야 할 자세 | “천지연폭포, 기이하고 씩씩하고, 깊이 있고, 괴이한 곳” | 옥황상제의 일곱 딸이 노닐던 곳, 천제연폭포
구럼비에서 흘리는 눈물, 새로운 세상을 향한 발걸음의 출발
제일강정, 군주의 기운이 흐르는 천하제일의 터전 | “강정아, 너는 이 땅에서 가장 작지만 너에게서 평화가 시작되리라”
“육지에서 보지 못할 저토록 다른 모습, 산방산”
홀로 우뚝 선 산방, 이를 둘러싼 송악, 가파도, 마라도 | 산방산이 품은 입처럼 거대한 산방굴
ㆍ 제주의 십경도들, 제주미술사를 구성하는 핵심 줄기 《탐라십경도》, 《영주십경도》, 《제주십경도》
03 이름 어여쁜 모슬포에서 어느덧 애월에 이르다
모슬포에서는 자꾸만 눈물이 흐른다
알뜨르 비행장, 일본제국주의 만행의 흔적 | 제주의 비극, 인공동굴 그리고 백할아버지한무덤
유배객의 발자취 뚜렷한 땅, 대정
산방산 서쪽 마을, 대정 | 대정의 유배객, 추사 김정희 | 임금 광해와 신하 정온의 운명 | 제주 대정 인성리 사람 이재수 장군
어느 곳인들 바람 없을 리 있으랴, 서쪽 바람은 유난도 하다
왜적을 방어하던 땅, 일본군의 요새가 되다 | 차귀도에 간다면 무엇을 보고 오랴
명월포에 겹겹이 흐르는 신과 인간, 자연의 사연
원나라 목호 세력과 치른 처절한 전투 현장 | 선비의 마을로 그 이름 드높은 땅 | 동쪽에는 만쟁이굴, 서쪽에는 협재굴 | 또 하나의 동굴, 빌레못굴 | 이시돌목장 그리고 맥그린치 신부 | 제주의 가장 큰 굿판, 영등굿
제주도를 한바퀴 돌아오니 애월에 이르다
해외를 드나들던 아름다운 관문 | 삼별초의 대몽항쟁 거점
ㆍ 《제주십이경도》, 완전한 아름다움을 갖춘 열두 폭 그림
04 은하수에 이를 만큼 우뚝한 봉우리, 한라산
“고래가 달려도 작은 줄 모르고 붕새가 일어나도 좁다 못하네”
“어찌 이곳을 관광이나 제공하는 산들과 비길 수 있겠는가” | 드넓은 우주의 요람, 백록담
한라산의 서남쪽 허리를 부르는 이름, 영곡 430
제주를 그린 십경도에서 영곡을 보다 | 말 키우는 사람 김만일과 유배객 광해의 인연
제주도는 곧 하나의 오름 446
오름의 왕국, 제주 | 오름을 오르다, 설문대할망을 만나다
ㆍ 《영주십경도》, 제주의 안팎이 만나 조화를 이루다
부록 옛 그림 속 제주와 인연을 맺은 인물들
저자 소개
출판사 리뷰
명실상부 제주를 그린 그림을 집대성한 국내 최초의 저작,
단 한 번 주류에 편입한 적 없는, 변방의 예술로 여겨진
그곳, 제주를 그린 그림만을 전면에 내세운 이전에 없던 책의 탄생!
제주를 그린 그림을 비롯한 약 135여 점의 작품을 통해
기존의 편견을 전면적으로 뒤집는 발상의 대전환!
코로나19와 관계 없이 제주는 아름답고 이국적인 풍광으로 수많은 육지 사람들에게 늘 향하고 싶은 곳이었다.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명해져 수많은 여행자들로 북적이던 곳이었다. 그러나 과연 제주는 풍경을 즐기는 여행지로서의 의미만 있는 곳일까. 그럴 리 없다. 이곳에도 역사는 흐르고,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그곳을 그린 이들이 있었고, 그들이 남긴 그림이 있다. 하지만 지금껏 제주를 그린 그림은 미술사는 물론 조선 실경의 범주 안에서 제대로 다뤄진 예가 없다. 제주의 예술은 조선미술사의 주류를 차지해온 문인화 및 육지 화가들의 작품에 비해 속화나 민화의 범주로만 여겨졌고, 근본적으로는 한낱 변방의 것으로 치부되어 왔다.
제주와 관련 있는 그림으로 유명한 것 역시 제주의 예술가들이 남긴 작품이 아닌, 유배객으로 제주에 머문 김정희의 〈세한도〉를 꼽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작품을 제외하고 다른 그림을 머리에 떠올린다면 어떤 게 있을까. 제주를 그린 그림에 대한 우리의 관심의 정도는 거기에서 멈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제주를 그린 그림을 바라보는 지금까지의 시선은 과연 온당한 것일까.
미술사학자 최열의 신간 『옛 그림으로 본 제주』는 조선 시대 제주 출신 예술가들이 그린 제주의 그림을 비롯, 약 135여 점의 그림과 그림지도를 총망라하여 제주를 그린 그림들의 예술적 성취와 가치를 전면에 내세운다. 압도적인 작품 수와 이전에 보지 못한 전혀 새로운 형태의 그림을 책 전면에 제시함으로써 기존의 편협한 인식, 주입된 주류 위주의 사고를 전면적으로 뒤집는 발상의 전환 기회를 제공한다. 이로써 우리는 그동안 제대로 살필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던 제주 그림의 독창적 예술 세계와 최초로 마주할 기회를 비로소 획득하게 되었다.
제주를 그린 거의 모든 그림의 집성,
그 시작은 20여 년 전 미술사학자 최열의 눈앞에 등장한《탐라순력도》,
그 이후 그를 이끈 제주를 그린 무수히 많은 그림들,
그림을 통해 제주 섬 전체를 한바퀴 돌아보는 새로운 경험
이 책의 시작은 어디에서 비롯한 걸까. 약 20여 년 전 저자가 《탐라순력도》를 처음 만난 그 순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18세기 제주목사로 부임한 이형상의 순력길에 동행한 제주 화가 김남길이 남긴 41폭의 그림으로 구성된 《탐라순력도》는 미술사학자로 조선 실경 및 문인화에 익숙한 최열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 역시 처음에는 이 그림을 민화나 속화의 범주로 여겼으나 차츰 그것이 지닌 독창적인 예술 세계에 매료되었고, 언젠가 이 그림들에 관한 글을 써보겠다고 다짐하기에 이른다. 그 다짐을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그의 눈앞에 제주를 그린 수많은 그림들이 연달아 등장했고, 그때마다 그는 제주를 그린 그림들이 펼쳐내는, 육지와 다른 예술 세계를 깊이 탐닉했다.
제주의 예술가들은 제주의 명승을 ‘십경’ 또는 ‘십이경’으로 꼽아 그리기를 즐겼고, 그 결과 같은 장소를 그린 화가들의 다양한 그림들이 전해져온다. 그러나 최열 이전까지 이러한 그림들은 거의 주목 받지 못했다. 그는 이러한 제주의 예술가들이 남긴 그림들을 집중적으로 모아 살피기 시작했고, 조선 실경 연구에 집중한 지난 20여 년 동안 제주 지역의 그림 연구를 빼놓지 않았다. 그렇게 오랜 시간 축적한 공부의 결과를 한곳에 모아 펴낸 책이 바로 『옛 그림으로 본 제주』다.
이 책은 제주를 그린 다양한 그림지도는 물론 책에서 살펴볼 거의 모든 그림을 서장에서 우선 일별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로써 그동안 익숙한 조선 실경의 그림과 제주를 그린 그림의 차이를 한눈에 이해하고, 이후 만나게 될 그림과 그와 관련한 이야기들의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후 이어지는 본격적인 여정은 오늘날 제주시 원도심의 핵심이자 조선 시대 제주목의 중심이었으며 거슬러 탐라 왕국의 왕성이었던 곳에서 시작한다. 이후 조천과 화북을 거치면서 용두암과 취병담을 살피고 제주의 지형적 특징인 용암동굴을 거쳐 우도를 향한다. 이후로 성산을 지나 산방산을 거친 뒤 모슬포와 대정, 비양도와 명월, 애월을 거쳐 다시 제주로 돌아온 뒤 마지막으로 한라산과 오름을 살피는 것으로 대장정을 마무리한다. 이러한 저자의 안내를 따르다 보면 어느덧 제주 전역을 그림을 통해 일주하게 된다.
이러한 여정의 바탕에 조선 시대 그려진 무수히 많은 그림은 물론 곳곳에 즐비한 사연 가득한 그림들이 씨줄과 날줄로 정교하게 배치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이로써 독자들은 수백 년 전 그려진 그림을 통해 지금 우리 눈앞에 펼쳐진 제주의 원형을 만나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은 물론, 파편적인 이미지로 각인되던 제주를 전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조선 시대 제주를 그린 그림을 살피되
회화라는 칸막이 밖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저자 최열의 전방위적 학문의 경지,
그림마다에 배어 있는 약 200여 명 등장인물의 흔적과 그들이 남긴 이야기
평생 미술사를 공부해온 최열에게 그림은 결코 회화라는 칸막이 안에 갇히지 않는다. 그에게 그림은 곧 역사이며 사람이다. 그림을 통해 그림을 이야기하는 것은 물론 그림을 둘러싼 시대, 그림을 통해 알 수 있는 온갖 이야기를 독자에게 갈무리해 전한다. 어디 그뿐인가. 그는 제주라는 지역이 품고 있는 역사적 배경과 사연에도 각별한 관심을 갖는다.
그가 펼치는 여정은 조선 시대 그려진 제주목의 그림을 펼쳐놓고 제주국제공항에 내린 여행자의 시선으로 이곳을 먼저 둘러볼 것을 제안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그가 꺼내는 이야기의 시작점은 조선 시대 제주가 아닌, 오래전 독립국가였던 탐라왕국의 역사이며 그 이전 신화의 세상까지 아우른다.
제주는 신화의 땅이며 신들의 영토였다. 나아가 독립 정부를 세우고 유지한 탐라 왕국이 이 땅의 원형이다. 제주 사람들에게는 너무 익숙한 이야기이겠으나 제주를 찾는 외지인들에게는 낯선 세계일 수밖에 없는 제주의 신화, 탐라 왕국의 역사는 그가 펼쳐놓은 그림 속 이야기를 통해 그저 흘러간 옛일에서 벗어나 지금 우리 눈앞에서 만나는 제주의 원형이라는 의미를 저절로 획득한다.
그렇게 탐라로부터 시작한 이야기는 여정이 계속되면서 끝도 없이 이어져 고려를 거쳐 조선 시대를 관통하고,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 ‘4ㆍ3항쟁’을 거쳐 개발을 둘러싼 오늘의 모습까지 어느 것 하나 허술하게 지나치지 않으며 제주의 역사를 조망케한다.
그러한 역사의 이야기 속에는 16세기 제주로 유배온 충암 김정의 이야기와 그가 남긴 그림이, 〈세한도〉로 유명한 김정희의 제주 유배 시절이, 그를 만나기 위해 먼 길 제주를 찾은 허련과 초의선사가, 제주에서 벼슬을 하거나 유람을 다니며 글과 그림을 남긴 학산 윤제홍과 김상헌, 정온 등을 비롯해 시대를 초월한 약 200여 명의 인물들이 적재적소에 등장해 이곳에 살았거나 머물렀던 이들의 사연을 깊고 진하게 펼쳐놓았다. 여기에 더해 해안선마다 바위마다 전해지는 전설을 통해 제주인들의 욕망과 좌절, 한계와 극복의 의지를 엿볼 수 있게 한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이 책의 장점이다.
역사라는 커다란 그림 속에 담긴 이 땅에 새겨진 기억들,
거시와 미시를 종횡무진 누빔으로써 복기하는 제주 땅에 새겨진 숱한 순간들,
겉으로 볼 때는 미처 몰랐던 이곳의 매우 구체적인 실재!
아름다운 땅 제주는 그러나 그 아름다움으로 인해 외지인들의 침략에 끝없이 시달려야 했다. 제주 섬 바깥의 힘 있는 외지인들은 이곳을 끊임없이 욕망했고, 침략의 대상으로 삼았다. 왜적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 해안선을 타고 들어와 민인들을 거침없이 약탈했고, 진, 당, 송, 원의 황제들은 불로초를 구해오라고 신하를 보내기도 하고, 제주의 혈을 끊으라고 술사를 보내기도 했으며 목호 세력을 통해 실질적인 주인 행세를 하기도 했다. 제주를 탐낸 것은 이들만이 아니었다. 육지의 새로운 왕조가 들어설 때마다 그들은 제주를 복속시키려 했고 마침내 고려 왕조 이후 제주는 육지의 일부로 편입되기에 이른다.
그런 과정에서 제주 민인들은 술사의 계략을 막기 위해 신들을 동원하여 물리친 신화를 기억하고 있으며, 왜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해안선마다 구진을 설치하고, 성을 쌓아 방어한 역사를 이루어왔다. 또한 중앙 정부의 착취 세력에 대항하는 봉기를 불사했으며 일제강점기에는 민인과 잠녀들이 주축이 되어 독립운동을 펼쳤다. 해방 이후에는 ‘4ㆍ3항쟁’을 거치며 비극적인 근현대사의 아픈 현장이 되기도 했다. 최영 장군과 원나라 목호 세력과의 격전장이자 삼별초 최후의 격전지였던 것도 이 땅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순간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또한 이곳은 설문대할망과 내왓당 무신도를 비롯한 다양한 신들의 나라로 여전히 제주 곳곳에는 그들의 이야기가 풍광과 함께 한덩어리로 흐르고 있다.
이렇듯 그림을 매개로 제주라는 지역의 역사와 신화, 이곳에서 기억해야 할 무수히 많은 기억들을 종횡무진 누빔으로써 제주 땅에 새겨진 숱한 순간들을 복기하게 하는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그저 감상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던 제주의 매우 구체적인 실재와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낯선, 그러나 독특한, 그리고 아름다운 제주의 그림을
독자들에게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고민하다,
그림에 실린 한문 화제 원문 수록 및 번역 작업을 통해
제주의 그림을 집대성한 최초의 책에 어울리는 의미 있는 자료로서의 가치를 담다
제주를 그린 그림은 지금껏 보아온 어떤 그림과는 다른 독특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조선 시대 그림의 일반적인 화풍과는 현저한 차이가 있기 때문으로, 대부분의 독자들은 이러한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경험이다.
이 책의 편집은 그러한 특징을 감안하여 최대한 그림을 잘 보여주는 것에 집중했다. 서장을 통해 책에 수록한 그림을 작은 크기로 모아 배치하여 일별케함으로써 우선 전반적인 형태와 특징을 이해하도록 하고, 개별 장에서 그림을 가급적 크게 확대 배치하여 그림의 세부를 비교적 잘 드러내도록 하였다.
또한 《탐라순력도》 41폭 하단에 실린 순력의 주요 내용의 한문 원문과 한글 풀이를 수록하고, 원문의 단어 풀이 등을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별도로 추가하였다. 이뿐만 아니라 그동안 어떤 책에서도 본격적으로 정리한 바 없던 각 ‘십경도’와 ‘십이경도’를 종류별로 각 장 끝에 각각 배치하여 여러 종류로 전해지는 그림들의 개별 특징을 따로 설명하고, 여기에 그림 상단에 배치된 한문 원문과 함께 그 뜻을 번역하여 게재하였다. 이로써 이 책은 제주를 그린 그림을 감상하려는 독자들을 위한 책이면서 동시에 이후 제주 지역에 관한 다양한 분야 연구자들에게도 유용한 자료로서 기능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의 배려는 이걸로 다가 아니다. 책 뒤에 부록으로 ‘옛 그림 속 제주와 인연을 맺은 인물들’을 두어 책에 실린 주요 인물들의 상세한 이력과 그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 모아놓았다. 이러한 일별을 통해 독자들은 이미 알고 있던 작가와 작품부터 책을 통해 처음 만난 작가의 특징과 작품의 경향까지 한눈에 알 수 있게 되었다. 다시 말해 옛 그림을 담은 책을 만나는 오늘의 독자를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동원하여 이 책을 살피는 유용한 네비게이션을 제공하려 한 것이다. 또한 본문에서 언급한 거의 모든 등장인물들의 색인을 따로 두어 이 책이 그림과 역사, 나아가 사람의 이야기에 주목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 역시 그 네비게이션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다.
단 한 번 주류에 편입한 적 없는, 변방의 예술로 여겨진
그곳, 제주를 그린 그림만을 전면에 내세운 이전에 없던 책의 탄생!
제주를 그린 그림을 비롯한 약 135여 점의 작품을 통해
기존의 편견을 전면적으로 뒤집는 발상의 대전환!
코로나19와 관계 없이 제주는 아름답고 이국적인 풍광으로 수많은 육지 사람들에게 늘 향하고 싶은 곳이었다.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명해져 수많은 여행자들로 북적이던 곳이었다. 그러나 과연 제주는 풍경을 즐기는 여행지로서의 의미만 있는 곳일까. 그럴 리 없다. 이곳에도 역사는 흐르고,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그곳을 그린 이들이 있었고, 그들이 남긴 그림이 있다. 하지만 지금껏 제주를 그린 그림은 미술사는 물론 조선 실경의 범주 안에서 제대로 다뤄진 예가 없다. 제주의 예술은 조선미술사의 주류를 차지해온 문인화 및 육지 화가들의 작품에 비해 속화나 민화의 범주로만 여겨졌고, 근본적으로는 한낱 변방의 것으로 치부되어 왔다.
제주와 관련 있는 그림으로 유명한 것 역시 제주의 예술가들이 남긴 작품이 아닌, 유배객으로 제주에 머문 김정희의 〈세한도〉를 꼽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작품을 제외하고 다른 그림을 머리에 떠올린다면 어떤 게 있을까. 제주를 그린 그림에 대한 우리의 관심의 정도는 거기에서 멈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제주를 그린 그림을 바라보는 지금까지의 시선은 과연 온당한 것일까.
미술사학자 최열의 신간 『옛 그림으로 본 제주』는 조선 시대 제주 출신 예술가들이 그린 제주의 그림을 비롯, 약 135여 점의 그림과 그림지도를 총망라하여 제주를 그린 그림들의 예술적 성취와 가치를 전면에 내세운다. 압도적인 작품 수와 이전에 보지 못한 전혀 새로운 형태의 그림을 책 전면에 제시함으로써 기존의 편협한 인식, 주입된 주류 위주의 사고를 전면적으로 뒤집는 발상의 전환 기회를 제공한다. 이로써 우리는 그동안 제대로 살필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던 제주 그림의 독창적 예술 세계와 최초로 마주할 기회를 비로소 획득하게 되었다.
제주를 그린 거의 모든 그림의 집성,
그 시작은 20여 년 전 미술사학자 최열의 눈앞에 등장한《탐라순력도》,
그 이후 그를 이끈 제주를 그린 무수히 많은 그림들,
그림을 통해 제주 섬 전체를 한바퀴 돌아보는 새로운 경험
이 책의 시작은 어디에서 비롯한 걸까. 약 20여 년 전 저자가 《탐라순력도》를 처음 만난 그 순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18세기 제주목사로 부임한 이형상의 순력길에 동행한 제주 화가 김남길이 남긴 41폭의 그림으로 구성된 《탐라순력도》는 미술사학자로 조선 실경 및 문인화에 익숙한 최열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 역시 처음에는 이 그림을 민화나 속화의 범주로 여겼으나 차츰 그것이 지닌 독창적인 예술 세계에 매료되었고, 언젠가 이 그림들에 관한 글을 써보겠다고 다짐하기에 이른다. 그 다짐을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그의 눈앞에 제주를 그린 수많은 그림들이 연달아 등장했고, 그때마다 그는 제주를 그린 그림들이 펼쳐내는, 육지와 다른 예술 세계를 깊이 탐닉했다.
제주의 예술가들은 제주의 명승을 ‘십경’ 또는 ‘십이경’으로 꼽아 그리기를 즐겼고, 그 결과 같은 장소를 그린 화가들의 다양한 그림들이 전해져온다. 그러나 최열 이전까지 이러한 그림들은 거의 주목 받지 못했다. 그는 이러한 제주의 예술가들이 남긴 그림들을 집중적으로 모아 살피기 시작했고, 조선 실경 연구에 집중한 지난 20여 년 동안 제주 지역의 그림 연구를 빼놓지 않았다. 그렇게 오랜 시간 축적한 공부의 결과를 한곳에 모아 펴낸 책이 바로 『옛 그림으로 본 제주』다.
이 책은 제주를 그린 다양한 그림지도는 물론 책에서 살펴볼 거의 모든 그림을 서장에서 우선 일별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로써 그동안 익숙한 조선 실경의 그림과 제주를 그린 그림의 차이를 한눈에 이해하고, 이후 만나게 될 그림과 그와 관련한 이야기들의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후 이어지는 본격적인 여정은 오늘날 제주시 원도심의 핵심이자 조선 시대 제주목의 중심이었으며 거슬러 탐라 왕국의 왕성이었던 곳에서 시작한다. 이후 조천과 화북을 거치면서 용두암과 취병담을 살피고 제주의 지형적 특징인 용암동굴을 거쳐 우도를 향한다. 이후로 성산을 지나 산방산을 거친 뒤 모슬포와 대정, 비양도와 명월, 애월을 거쳐 다시 제주로 돌아온 뒤 마지막으로 한라산과 오름을 살피는 것으로 대장정을 마무리한다. 이러한 저자의 안내를 따르다 보면 어느덧 제주 전역을 그림을 통해 일주하게 된다.
이러한 여정의 바탕에 조선 시대 그려진 무수히 많은 그림은 물론 곳곳에 즐비한 사연 가득한 그림들이 씨줄과 날줄로 정교하게 배치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이로써 독자들은 수백 년 전 그려진 그림을 통해 지금 우리 눈앞에 펼쳐진 제주의 원형을 만나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은 물론, 파편적인 이미지로 각인되던 제주를 전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조선 시대 제주를 그린 그림을 살피되
회화라는 칸막이 밖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저자 최열의 전방위적 학문의 경지,
그림마다에 배어 있는 약 200여 명 등장인물의 흔적과 그들이 남긴 이야기
평생 미술사를 공부해온 최열에게 그림은 결코 회화라는 칸막이 안에 갇히지 않는다. 그에게 그림은 곧 역사이며 사람이다. 그림을 통해 그림을 이야기하는 것은 물론 그림을 둘러싼 시대, 그림을 통해 알 수 있는 온갖 이야기를 독자에게 갈무리해 전한다. 어디 그뿐인가. 그는 제주라는 지역이 품고 있는 역사적 배경과 사연에도 각별한 관심을 갖는다.
그가 펼치는 여정은 조선 시대 그려진 제주목의 그림을 펼쳐놓고 제주국제공항에 내린 여행자의 시선으로 이곳을 먼저 둘러볼 것을 제안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그가 꺼내는 이야기의 시작점은 조선 시대 제주가 아닌, 오래전 독립국가였던 탐라왕국의 역사이며 그 이전 신화의 세상까지 아우른다.
제주는 신화의 땅이며 신들의 영토였다. 나아가 독립 정부를 세우고 유지한 탐라 왕국이 이 땅의 원형이다. 제주 사람들에게는 너무 익숙한 이야기이겠으나 제주를 찾는 외지인들에게는 낯선 세계일 수밖에 없는 제주의 신화, 탐라 왕국의 역사는 그가 펼쳐놓은 그림 속 이야기를 통해 그저 흘러간 옛일에서 벗어나 지금 우리 눈앞에서 만나는 제주의 원형이라는 의미를 저절로 획득한다.
그렇게 탐라로부터 시작한 이야기는 여정이 계속되면서 끝도 없이 이어져 고려를 거쳐 조선 시대를 관통하고,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 ‘4ㆍ3항쟁’을 거쳐 개발을 둘러싼 오늘의 모습까지 어느 것 하나 허술하게 지나치지 않으며 제주의 역사를 조망케한다.
그러한 역사의 이야기 속에는 16세기 제주로 유배온 충암 김정의 이야기와 그가 남긴 그림이, 〈세한도〉로 유명한 김정희의 제주 유배 시절이, 그를 만나기 위해 먼 길 제주를 찾은 허련과 초의선사가, 제주에서 벼슬을 하거나 유람을 다니며 글과 그림을 남긴 학산 윤제홍과 김상헌, 정온 등을 비롯해 시대를 초월한 약 200여 명의 인물들이 적재적소에 등장해 이곳에 살았거나 머물렀던 이들의 사연을 깊고 진하게 펼쳐놓았다. 여기에 더해 해안선마다 바위마다 전해지는 전설을 통해 제주인들의 욕망과 좌절, 한계와 극복의 의지를 엿볼 수 있게 한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이 책의 장점이다.
역사라는 커다란 그림 속에 담긴 이 땅에 새겨진 기억들,
거시와 미시를 종횡무진 누빔으로써 복기하는 제주 땅에 새겨진 숱한 순간들,
겉으로 볼 때는 미처 몰랐던 이곳의 매우 구체적인 실재!
아름다운 땅 제주는 그러나 그 아름다움으로 인해 외지인들의 침략에 끝없이 시달려야 했다. 제주 섬 바깥의 힘 있는 외지인들은 이곳을 끊임없이 욕망했고, 침략의 대상으로 삼았다. 왜적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 해안선을 타고 들어와 민인들을 거침없이 약탈했고, 진, 당, 송, 원의 황제들은 불로초를 구해오라고 신하를 보내기도 하고, 제주의 혈을 끊으라고 술사를 보내기도 했으며 목호 세력을 통해 실질적인 주인 행세를 하기도 했다. 제주를 탐낸 것은 이들만이 아니었다. 육지의 새로운 왕조가 들어설 때마다 그들은 제주를 복속시키려 했고 마침내 고려 왕조 이후 제주는 육지의 일부로 편입되기에 이른다.
그런 과정에서 제주 민인들은 술사의 계략을 막기 위해 신들을 동원하여 물리친 신화를 기억하고 있으며, 왜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해안선마다 구진을 설치하고, 성을 쌓아 방어한 역사를 이루어왔다. 또한 중앙 정부의 착취 세력에 대항하는 봉기를 불사했으며 일제강점기에는 민인과 잠녀들이 주축이 되어 독립운동을 펼쳤다. 해방 이후에는 ‘4ㆍ3항쟁’을 거치며 비극적인 근현대사의 아픈 현장이 되기도 했다. 최영 장군과 원나라 목호 세력과의 격전장이자 삼별초 최후의 격전지였던 것도 이 땅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순간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또한 이곳은 설문대할망과 내왓당 무신도를 비롯한 다양한 신들의 나라로 여전히 제주 곳곳에는 그들의 이야기가 풍광과 함께 한덩어리로 흐르고 있다.
이렇듯 그림을 매개로 제주라는 지역의 역사와 신화, 이곳에서 기억해야 할 무수히 많은 기억들을 종횡무진 누빔으로써 제주 땅에 새겨진 숱한 순간들을 복기하게 하는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그저 감상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던 제주의 매우 구체적인 실재와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낯선, 그러나 독특한, 그리고 아름다운 제주의 그림을
독자들에게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고민하다,
그림에 실린 한문 화제 원문 수록 및 번역 작업을 통해
제주의 그림을 집대성한 최초의 책에 어울리는 의미 있는 자료로서의 가치를 담다
제주를 그린 그림은 지금껏 보아온 어떤 그림과는 다른 독특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조선 시대 그림의 일반적인 화풍과는 현저한 차이가 있기 때문으로, 대부분의 독자들은 이러한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경험이다.
이 책의 편집은 그러한 특징을 감안하여 최대한 그림을 잘 보여주는 것에 집중했다. 서장을 통해 책에 수록한 그림을 작은 크기로 모아 배치하여 일별케함으로써 우선 전반적인 형태와 특징을 이해하도록 하고, 개별 장에서 그림을 가급적 크게 확대 배치하여 그림의 세부를 비교적 잘 드러내도록 하였다.
또한 《탐라순력도》 41폭 하단에 실린 순력의 주요 내용의 한문 원문과 한글 풀이를 수록하고, 원문의 단어 풀이 등을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별도로 추가하였다. 이뿐만 아니라 그동안 어떤 책에서도 본격적으로 정리한 바 없던 각 ‘십경도’와 ‘십이경도’를 종류별로 각 장 끝에 각각 배치하여 여러 종류로 전해지는 그림들의 개별 특징을 따로 설명하고, 여기에 그림 상단에 배치된 한문 원문과 함께 그 뜻을 번역하여 게재하였다. 이로써 이 책은 제주를 그린 그림을 감상하려는 독자들을 위한 책이면서 동시에 이후 제주 지역에 관한 다양한 분야 연구자들에게도 유용한 자료로서 기능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의 배려는 이걸로 다가 아니다. 책 뒤에 부록으로 ‘옛 그림 속 제주와 인연을 맺은 인물들’을 두어 책에 실린 주요 인물들의 상세한 이력과 그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 모아놓았다. 이러한 일별을 통해 독자들은 이미 알고 있던 작가와 작품부터 책을 통해 처음 만난 작가의 특징과 작품의 경향까지 한눈에 알 수 있게 되었다. 다시 말해 옛 그림을 담은 책을 만나는 오늘의 독자를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동원하여 이 책을 살피는 유용한 네비게이션을 제공하려 한 것이다. 또한 본문에서 언급한 거의 모든 등장인물들의 색인을 따로 두어 이 책이 그림과 역사, 나아가 사람의 이야기에 주목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 역시 그 네비게이션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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