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서양사 이해 (책소개)/5.르네상스시대

르네상스를 만든 사람들 (2001) - 르네상스 저작집 1

동방박사님 2023. 9. 7. 20:24
728x90

책소개

읽는 시오노 나나미, 보는 르네상스.
이미 충분히 많이 팔린 그녀의 역사 소설들 사이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이젠 당신의 눈까지 즐겁게 해주겠다는 것일까. 어찌보면 다들 비슷비슷하다는 것이 그녀의 책들에 대한 나의 솔직한 심정이지만 이 책은 열외로 두고 싶다.

이 책에서도 대화체로 차분히, 꼼꼼하게 흘러가는 그녀의 말투나 은근한 상상력은 변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러한 상상력들이 고급 아트지에 섬세하게 인쇄된 사진, 그림들과 함께 재현되자 여전히 막연하기만 하던 르네상스 시대가 퍽이나 친근하고 또 실감나게 다가온다. 상상력을 자극하고 또 그 해답 역시 보여주는 그림들이 촘촘하다.

여전한 그녀의 글쓰기를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이 책의 보는 즐거움이 덤이겠지만 나처럼 그녀의 전작들이 조금 지루했던 사람에게는 전혀 새로운, 시오노 나나미의 재미있는 책이다.

목차

독자들에게

1. 피렌체에서 생각한다
2. 로마에서 생각한다
3. 키안티 지방의 그레베에서
4. 베네치아에서 생각한다

르네상스의 주역들

저자 소개

저 : 시오노 나나미 (Nanami Shiono,しおの ななみ,鹽野 七生)
 
1937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1963년 가쿠슈인대학 문학부 철학과를 졸업한 뒤, 1964년 이탈리아로 건너가서 1968년까지 공식 교육기관에 적을 두지 않고 혼자서 르네상스와 로마 역사를 공부했다. 1968년에 집필 활동을 시작하여 『르네상스의 여인들』을 잡지 《주오코론(中央公論)》에 연재하면서 작가로 데뷔했다. 1970년부터 이탈리아에 정착하여 40여 년 동안 고대 로마와 르네상스에 천착해왔으며, 기존의 관념...

역 : 김석희

 
서울대학교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 국문학과를 중퇴했으며, 198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어 작가로 데뷔했다. 영어,불어,일어를 넘나들면서 존 파울즈의 『프랑스 중위의 여자』, 허먼 멜빌의 『모비 딕』,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알렉상드르 뒤마의 『삼총사』, 쥘 베른 걸작선집(20권),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15권) 등 많은 책을 번...

예스24 리뷰

류혜숙 ruru100@yes24.com
『로마인 이야기』로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시오노 나나미는 30여 년간 르네상스, 고대 로마 연구에 천착해 온 일본 작가다. 『르네상스의 여인들』, 『로마인에게 묻는 20가지 질문』 등 로마, 그리스 관련서를 꾸준히 집필해 온 그녀의 저서들은 로마에 대한 풍부한 상식을 제공하기는 해도 엄격하게 말해 역사서는 아니라는 평가를 받곤 하지만 기존의 역사 해석을 뛰어넘는 독특한 시각과 정황 판단에 기반한 소설적 상상력으로 국내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오히려 기존 학설에 짓눌리지 않고, 자신만의 관점으로 독특하게 역사를 풀어 보이는 태도야말로 그녀를 특별히 돋보이게 하는 매력이다.

『르네상스를 만든 사람들』 역시 기존의 저서들에서 보이는 그녀의 열정적 로마 연구와 맥을 같이 하고 있지만 `내 작품을 읽어준 분들에게는 기억을 되살리고, 아직 읽지 않은 분들에게는 내 작품을 좀 더 이해시키기 위해' 라고 서문에서 집필 동기를 밝히고 있듯, 르네상스에 대한 이전의 연구 내용을 다시금 정리하며 르네상스를 이끈 인물들에 대해 진술해 나간다. 기존의 저서들과 내용면에서 차별화되는 점은 별로 눈에 띄지 않지만 다소 독특하다고 하면 문답식의 대화체로 서술하여 좀더 읽기 편하고 이해하기 쉽다.

“르네상스 시대는 보고 싶고, 알고 싶고, 이해하고 싶은 인간이 그 이전 시대에 비하면 폭발적이라 해도 좋을 만큼 많이 배출된 시대입니다...”

“그러면 보고 싶고 알고 싶고 이해하고 싶다는 욕망이 왜 하필이면 그 시대에 분출했던 것일까요?”

“그 때까지 1천년 동안 줄곧 억눌려 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

“누가 억눌렀는데요?”

“기독교회지요.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 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입니다. 요컨대 천국은 믿는 자에게만 열려 있다는 것이지요. 그 반대는 의심하는 겁니다. 당신이 `왜'를 연발하는 것은 당신에게 이미 `르네상스 정신'이 갖추어져 있다는 뜻입니다.”

플라톤이나 소크라테스, 마키아벨리가 그랬던 것처럼 가공의 대담자를 만들어 자신과 대화하게 만드는 구성은 집중력을 높이고 요지를 분명히 할 수 있다. 저자는 `르네상스란 도대체 무엇이었나'라는 본질적인 질문으로 시작하여 60여 명에 이르는 르네상스 인들을 본격적으로 탐구해 나간다.

보통 최초의 르네상스 인으로 불리는 시인 단테나 화가 조토를 제쳐 두고, 시오노 나나미는 종교인 성 프란체스카와 정치가 프리드리히 2세를 최초의 르네상스 인으로 꼽는데 이러한 시각에는 분명히 독창적인 근거가 있다. 르네상스를 보고 싶고, 알고 싶다는 인간 욕망의 분출로 이해할 때 르네상스를 단순히 그 꽃망울이 활짝 피었을 때로 한정시키기보다는 그 꽃이 개화할 수 있게 비옥한 토양과 충분한 물, 햇빛을 마련하게 한 과정을 좀더 주목하여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미완성의 창작자 레오나르도 다 빈치, 종교가 마르틴 루터, 정치가 토마스 모어, 소설가 세르반테스 등 르네상스를 만든 사람들의 삶과 태도, 업적을 시오노 나나미 특유의 시각으로 접근해 빠져들다 보면 그녀가 매료된 르네상스 정신의 본질이 쉽고 재미있게 다가온다. 또한 특질 컬러판에 르네상스 시대를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사진 자료까지 첨부하여 르네상스 정신의 창조자들과 당시의 예술품들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다.

`왜'라고 하는 르네상스 정신을 깊이 존중하면서도 자신에게 “르네상스에 대해 왜 관심을 갖게 되었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 때면 “30년이나 르네상스에 대해 써 왔는데 아직도 알아주지 않나” 하고 속으로 절망한다는 저자는 『르네상스를 만든 사람들』을 통해 그녀가 로마인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다시금 털어 놓고 있다.
 

책 속으로

'묻고 싶은 게 하도 많아서, 무엇부터 먼저 물어봐야 좋을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군요. 그래서 눈을 질끈 감고 돌파하는 기분으로, 머리에 줄곧 달라붙어 떠나지 않는 것부터 묻겠습니다. 르네상스란 도대체 무엇이었습니까?'

'처음부터 본질적인 질문을 하는군요. 그렇다면 나도 역사적 종교적 정치적 경제적 요인에 대한 설명은 뒤로 미루고, 본질적인 대답으로 응수하겠습니다. 보고 싶고, 알고 싶고, 이해하고 싶다는 욕망의 분출, 바로 그것이 나중에 후세인들이 르네상스라고 부르게 된 정신운동의 본질이었습니다.
--- p.23
로마에서 르네상스의 꽃을 피우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다. 메디치 은행이 파산하여 메디치 재벌도 해체된 상태에서는 사재를 쓰고 싶어도 남은 재산이 없다. 그래서 교황 레오10세가 궁리해낸 방법이 면죄주라는 것을 파는 일이었다. 금화를 넣어 딸랑하는 소리가 나면 그 사람에게는 죽은 뒤 천국의 자리가 예약된다는 것이다. 이런 말에 속을 이탈리아인은 없었지만 독일의 순박한선남선녀들은 속았다. 물론 천국의 자리를 예약한 돈은 로마르 보내져 미켈란젤로가 설계한 산 피에트로 대성당이나 라파엘로가 그리는 걸작이나 레오 10세의 화려한 생활로 바뀌었다.
--- p.228
거의 사흘마다 바람이 불어서 비둘기집 지붕이 날아가버리고, 세금을 내기 위해 가축을 처분해야 하고, 태풍이 불면 포도밭이 엉망진창이 되지 않을까, 과수원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안심하고 창작에 전념할 수가 없습니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가난 속에서 죽는 편이 낫습니다.

메디치 집안의 가장은 이 말에 껄껄 웃으면서 도나텔로가 돌려준 농장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매달 농장에서 들어오는 수입을 계산하여, 그보다 조금 많은 돈을 매달 말일에 메디치 은행에 개설한 도나텔로 명의의 계좌에 입금시키라고 지시했습니다. 예술가가 이번에야말로 진심으로 만족한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 p.159
같은 시기에 피렌체 시정에 깊이 관여한 조반니 빌라니는 힘찬 걸음을 내딛기 시작한 조국 피렌체를 자랑스럽게 서술한 『연대기』를 쓰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단테도 『신곡』을 쓰기 시작하지요. 1300년 무렵에는 혼란과 동요에 차 있었을지 모르나, 그 때문에 오히려 새로운 시대의 숨결이 모든 분야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고대 로마의 연대기 작가들이 자기네 일상어로 글을 썼듯이 자기도 일상어인 이탈리아어로 글을 쓰겠다고 공언한 조반니 빌라니. 성직자가 쓰는 라틴어를 싫어하여 이탈리아어로 글을 쓴 단테. 그들의 기백은 얼굴 표정이나 자세에 그대로 드러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빌라니의 객관적이고 냉철한 서술은 당시 지식인의 뛰어난 문장력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단테의 『신곡』은 언어를 통한 표현의 가능성이 얼마나 깊은가를 보여주는 유례없는 작품입니다. '지옥편'의 한 에피소드에서 단테는 음탕한 죄로 지옥에 떨어져있는 파올로와 프란체스카를 만납니다. 두 사람은 사랑해서는 안 될 사이인데, 단둘이 방에 있을 때 파올로가 아서 왕 이야기를 읽고 프란체스타는 거기에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아서 왕의 아내 귀네비어와 원탁의 기사 중의 하나인 랜슬롯의 로망스는 그것을 읽고 듣는 두 사람에게 가슴 속 깊은 곳에 숨어 있던 연정을 깨닫게 합니다. 두 사람은 떨면서 입을 맞춥니다.여기까지 털어놓은 파올로는 단테에게 마지막으로 말합니다. '그날 우리는 더 이상 읽어 나가지 못했다.' 단 한 줄이지만, 그 후 두 사람이 겪은 불행을 생각나게 만드는, 얼마나 절절한 말입니다. 속어라고 경멸당했던 이탈리아어가 벌써 이만한 수준에 도달해 있었습니다. 후세의 이탈리아 국어가 700년 전인 이 시대의 피렌체 사람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말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될 정도입니다. "
" 계속 상승하던 피렌체도 1348년에 페스트의 유행으로 호된 타격을 받게 되지요. "
" 인구가 3분의 2로 줄어들었다니까, 그야말로 지옥이었겠지요. 조반니 빌라니도 그 때 죽었습니다. "
--- p.1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