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국제평화 연구 (독서)/1.국제정치

유럽 변방으로 가는 길 (2017) - 캅카스·동유럽·발칸·중앙아시아 정치·경제 현안 답사기

동방박사님 2024. 2. 7.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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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유럽 변방의 중심을 파고들다
유라시아를 축으로 맞춰본 국제정세의 맥락

유럽 강대국의 입장에서 보면 변두리에 있는 나라들을 돌아다니며 지역 이슈와 현지인들의 이야기를 정리한 책이다. 중앙아시아·캅카스·동유럽·발칸반도·흑해 주변에 위치한, 국내에 잘 소개되지 않은 25개국의 사정을 발로 뛰며 담았다. 현직 기자이면서 학자이기도 한 저자는 저널리스트다운 저돌성과 학자적인 치밀함으로 우리에게 생소한 나라들의 꺼풀을 하나둘 벗겨낸다. 유라시아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동서 진영의 충돌 속에서 양자택일의 기로에 놓인 약소국들이 어떠한 정략적 선택을 하고 있는지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통해 확인할 수 있고, 각국 최고 지도자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도 들어볼 수 있다. 국가 생존과 주권 유지를 위해 몸부림치는 유럽 변방국들의 모습이 주변 4대 강국 및 북한에 둘러싸인 한국의 지정학적 숙명과 닮았다고 지적한 저자는 유럽 변방국들이 찾은 생존법에서 한국이 나아갈 길을 찾는다

목차

1부 숨죽인 캅카스를 가다

아제르바이잔
유가 하락에 고민 커진 석유 도시 바쿠/착한 아제르인도 “우리의 적은 아르메니아!”/3대 집권을 꿈꾸는 알리예프 가문/무기력한 도시, 간자에서 헤매다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마주친 어두운 흔적들/풍운아 사카슈빌리의 종착역은 어디에

아르메니아
가해자만 침묵하는 제노사이드/바쿠 혐오와 전쟁 무용담에 취한 시민들/화약고가 된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만난 현직 총리


2부 친러시아 벨트를 가다

헝가리
경제성장 좀먹는 부다페스트의 파워 정치/‘작은 나라의 큰 정치인’ 꿈꾸는 오르반

세르비아
미운 오리 새끼가 된 옛 유고연방의 맹주

몰도바
친푸틴 승부수 띄운 유럽의 최빈국/닮고 싶은 분단의 모델 트란스니스트리아

벨라루스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


3부 신냉전의 심장부를 가다

우크라이나
시민혁명 3주년, 갈피 못 잡는 개혁의 길/속절없는 영토 분리에 대책 없는 키예프/힐러리를 응원한 우크라이나의 슬픈 운명

루마니아
차우셰스쿠 향수에 젖은 부쿠레슈티/루마니아가 NATO의 최전선이 된 이유

불가리아
사기꾼들을 피해 따스한 나라로/소피아에 중요한 건 대외 관계보다 내치/경제를 살리려면 부패의 싹부터 없애라

리투아니아
방위비 인상 압박에 서둘러 처신한 발트해의 소국

코소보
독립 10년을 앞둔 코소보, 발칸의 계륵 되나


4부 미완의 중앙아시아를 가다

우즈베키스탄
장기 집권자의 죽음을 슬퍼한 민초들/시늉뿐인 변화는 이제 그만/기이함에 덧댄 테러 유발 국가라는 불명예

카자흐스탄
나자르바예프 후임은 아직 오리무중/‘자원의 저주’가 만든 졸부도시 아스타나/실크로드의 유산, 차세대 먹거리는 물류/유라시아경제연합, 위기 극복의 열쇠될까

키르기스스탄
지하경제가 60%인 나라에서 살아남기/부패 악습을 넘어 중앙아시아 민주주의의 보루로


5부 반서방 주변 대국을 가다

터키
테러 위험을 뚫고 도착한 이스탄불/무소불위의 권력과 마주한 터키/셈법이 복잡한 술탄의 국제정치

이란
터키와 다른 길을 간 이란의 비극/트럼프 시대를 불편해하는 테헤란

러시아
2018년 대선은 푸틴에게 물어봐/‘위기는 없다’ 오만한 자존심의 항변

저자 소개 

저 : 김병호
 
『매일경제신문』에 공채 입사해 차장 기자로 있다. 2016년 8월부터 1년간 카자흐스탄의 알마티 소재 키맵(KIMEP) 대학교에서 수학하며 알마티를 베이스캠프로 해서 주변의 25개국을 돌아다녔다. 단순한 관광 차원이 아니라 나라별로 정치·경제·사회적 현안들을 살펴보기 위함이었다. 현지의 길거리 시민들과 얘기를 나누었고, 가는 곳마다 전문가 그룹과 인터뷰를 시도했다. 기자적 사명감에서 중앙아시아와 캅카스, 동유럽,...

책 속으로

이 책에서 다루는 나라들은 서구 유럽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변두리에 위치해 있다. 대다수는 유럽 강대국들과 관계를 맺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들이다. 이로 인해 이들은 어떤 식으로든 유럽 어딘가에 다리 한쪽을 걸치려고 하고 있다. EU와 NATO에 이미 가입한 경우도 있지만 거기에 들어가기 위해 꾸준히 추파를 던지는 나라들도 많다. --- p.11

“여기 대통령의 고민이요? 가장 큰 일은 아르메니아와 나고르노-카라바흐 분쟁이고, 경제 회복은 그 다음 순서죠.” 바쿠에 있는 아제르바이잔 전통 음식점에서 만난 김창규 조지아·아제르바이잔 대사는 ‘최근 알리예프의 주된 관심사가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나고르노-카라바흐 사정이 한국의 독도 문제와 흡사하다고 했다. “아제르바이잔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당연히 자기들 땅이라고 여기는데 이걸 국제사법재판소(ICJ)로 들고 가서 해결할 리 만무하죠. 그러다 보니 알리예프 대통령은 빼앗긴 나고르노-카라바흐와 그 주변의 일곱 개 지역에 대해 주기적으로 공격을 가할 수밖에 없어요. 이것마저 하지 않으면 경제도 안 좋은데, 대통령이 뭐하고 있느냐며 국민 반발이 더 커질 겁니다. --- p.34

오르반에게는 러시아가 필요한 이유가 하나 더 있는데 그것은 정치적인 거예요. 오르반은 헝가리가 EU 내에서 제 목소리를 내고, 러시아와 EU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하죠. 그는 EU 28개 회원국 지도자 중 하나에 머무르길 거부해요. 오르반이 ‘나는 작은 국가에서 큰 지도자가 되려고 한다’고 하는데, 그러려면 자기가 그만한 힘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해요. 그 수단이 러시아인 것이죠. 예컨대 ‘난 러시아와 친하다. 내게는 EU 말고도 러시아가 있으니 브뤼셀(EU)로부터 독자 노선을 갈 수도 있다. 나한테 까불지 마라. 퍽 유(Fuck you), 브뤼셀!’ 뭐 이런 것이죠. 난민 문제도 EU를 견제하는 수단으로 활용한 측면이 큽니다. 오르반은 정치적인 전쟁을 좋아하고, 또 스스로를 실제보다 큰 정치인으로 여기기 때문에 강대국 사이에서 존재감을 높이는 것을 즐기고 있어요. 물론 푸틴에게도 EU 내에 헝가리와 같은 친러시아 국가가 있다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반갑겠죠. 러시아가 크림을 합병하고 나서 푸틴은 EU 정상들 가운데 오르반하고만 단독 회담을 했어요. 푸틴은 EU 국가 중에도 자신을 지지해주는 지도자가 있다는 점을 과시하고 싶었던 것이죠. 양국 간 밀월은 최고 지도자들 간 이해가 일치한 결과예요. --- p.150

푸틴과 트럼프 간의 친밀 관계를 감안한다면 향후 동부 정세가 키예프 정부에 낙관적으로 흘러가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레쉬첸코 부소장은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정책에 대해 오바마를 따라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오바마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뭐라고 했는지 아십니까?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이해 지역이 아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위해 싸우지 않겠다. 그것은 러시아의 이해 지역일 뿐이다.’ 트럼프가 따라간다는 것이 바로 이러한 오바마 독트린입니다. 철저한 무관심과 무시하는 전략이죠.” --- p.249

카리모프의 죽음과 뒤이은 미르지요예프의 승계에 대해 우즈베키스탄 정치권에서는 저항도 없었고 시민들도 동요하지 않았다. “지도자가 사망했으니 당연히 슬프죠. 어떻게 마음이 좋을 수 있겠어요.” 알마티의 한인 민박집에서 일하는 20대 후반의 우즈베키스탄 여성인 율랴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 나는 카리모프의 죽음이 슬프다는 그녀의 말에 “그는 나라를 망친 독재자예요. 그 인간 때문에 안디잔에서도 그렇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지 알잖아요”라고 소리를 쳤다. 하지만 율랴는 “아니에요. 그분 때문에 우즈베키스탄은 평화롭고 조용했어요. 우리는 불만이 별로 없어요”라고 했다. 나도 물러서지 않았다. “대통령으로서 시도조차 한 게 없고 해놓은 일이 없으니 평화로웠겠죠. 외부 세계에 문을 닫고 수십 년간 자기 왕국만 지켰으니 조용할 수밖에 없는 거잖아요. 소련 때만 해도 우즈베키스탄이 중앙아시아 최대 국가였는데 지금은 카자흐스탄이잖아요. 그게 왜죠? 카리모프는 지도자 역량이 그만큼 안 된다는 거예요.” 내가 따발총을 쏘듯 계속 지적을 해대자 율랴는 “저는 복잡한 정치 문제는 싫어해요. 하지만 우리들은 대통령의 죽음을 진심으로 애도하고 있어요. 물론 돈 많은 사람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 불안에 떨고 있겠지만요.” --- p.349~350

대학 구내에 도착해 두 명의 여학생에게 사회과학 건물이 어디인지를 물었다. 불어과 2학년생인 그들은 내게 그곳까지 안내해주겠다고 했다. 그들 얘기론 테헤란 대학교에서 외국어 전공은 영어가 가장 인기가 많고 다음은 스페인어와 프랑스어, 독일어 순이다. “이란 사람들은 미국을 싫어하는가”라는 질문에 둘 다 “미국이 우리를 괴롭혀왔기 때문에 썩 좋아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하지만 한 학생은 “미국하고 트럼프는 싫지만 오바마는 좋다”면서 “그가 소수자들의 권익을 지킬 줄 아는 민주주의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란은 민주주의 국가인가”라고 묻자 그 학생은 “우리에겐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진정한 민주사회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다른 학생은 “무슨 소리냐. 나는 충분히 내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데”라며 “이란은 미국보다 나은 민주국가”라고 반박했다. 결국 두 학생은 계속해서 티격태격했고, 말싸움으로 번지면서 사회과학동까지 안내해주겠다는 약속도 잊고 둘 다 그냥 가버렸다. --- p.510~511

우리가 남북통일만 된다면 전체 인구도 8000만 명 내외의 터키나 이란과 비슷해진다. 불행히도 인구 대국인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어 있는 탓에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는 것일 뿐 한국의 국력 크기는 결코 무시당할 수준이 아니다. (……) 어쩌면 5000만 명이 넘는 인구와 전 세계 10위권의 무역 규모를 가진 나라가 주변국들로부터 이렇게 많이 휘둘리는 경우는 지구상에서 한국이 유일할 것이다. 우리 정도의 국가 사이즈라면 이란이나 터키는 물론이고 영국, 프랑스처럼 그 지역의 운명을 좌우하는 키플레이어가 될 수 있는데 우리는 뻗어나갈 주변부가 없는 데다 인근 4강 외에 북한까지 더해 ‘4+1’에 막혀 있으니 참 답답한 노릇이다. (……) 태생적으로 불행한 이 지정학적 숙명을 어쩌면 우리는 영원히 안고 살아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서글픔마저 느끼게 된다. (……) 이 책에 나온 약소국들은 오랫동안 외세의 지배를 받았지만 끈질기게 살아남았고, 그 과정에서 나름의 해법을 찾아냈다. 서방에 줄을 서든지, 아니면 러시아에 붙든지 해서 확실한 안보동맹을 구축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점을 깨우쳤다. 한반도의 상황은 좀 더 복잡하지만 이 나라들로부터 국가 안보 확립의 중요성과 이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명쾌한 국론 통일을 이루었던 점은 작은 교훈으로 삼았으면 좋겠다.
--- p.539~541

출판사 리뷰

▶ 유럽 변방에서만 들을 수 있는 이야기

저자는 2016년 8월부터 1년간 카자흐스탄의 알마티 소재 키맵(KIMEP) 대학교에서 수학하며 알마티를 베이스캠프로 해서 주변 25개국을 돌아다녔다. 답사한 대부분의 나라는 유럽 강대국 입장에서 보면 변두리에 있는 나라들이다. 이 변방국들은 그동안 언론을 통해 주로 부패와 경기 침체, 독재 정치가 만연한 모습으로 그려져왔다. 보도된 내용만 보면 당장이라도 파국을 맞을 것 같아 보이지만 저자가 직접 겪은 유럽 변방의 나라들은 정치적·사회적으로 나름대로 안정되어 있었고, 국민의 불만 정도가 선진국보다 덜하기도 했다. 이들은 스스로 처한 역사적·민족적·사회구성적 맥락에서 나름 합당한 방식을 찾아 국정을 운영하고 있었다. 서방 언론이 독재자라고 욕하는 최고 지도자에 대해 국민들은 ‘우리 대통령’이라며 칭찬과 지지를 아끼지 않았다.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서방이 권위주의 체제로 비판해온 나라에 가보면 사회가 들썩이기는커녕 매우 안정되어 있고, 그 안에서 국민은 평안함을 누리고 있었다. 저자는 이처럼 유럽 변방에 가야만 들을 수 있는 이야기를 모아 답사기 형식으로 엮었다. 외국 서적이나 논문, 보도자료 등을 1차 자료로 해서 가공해놓은 책이 아니라 특정 국가나 지역 이슈에 대해 우리가 직접 현장에서 체득한 내용을 담은 책을 만들고 싶었다.

▶ 총리실과 노점을 오가는 좌충우돌 정치·경제 현안 답사기

총리실이나 고급 레스트랑에서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국제 정세를 논하던 저자가 사기꾼에게 돈을 뺏겨 울분을 토하거나, 환전을 잘못해 도시락 라면을 봉지에 싸들고 매연과 먼지가 가득한 길거리 헤매는 모습은 애잔하기도 하면서 웃기기도 하다. 이 답사기의 가장 큰 매력은 이렇게 고급과 저급이 오가는 가운데 그 나라의 실체가 드러난다는 데 있다. 기자이자 학자인 저자는 때로는 저돌적으로 때로는 치밀하게 정부 고위 관료와 전문가, 민중에 접근한다. 현직 총리에서부터 차기 대통령 후보, 대학 교수, 싱크탱크 소장, 택시기사, 호텔 주인, 노점상까지 각 분야의 현지인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 과정에서 정부 고위 관료가 심어놓은 그 나라에 대한 환상을 민중이 깨버리기도 하고, 민중이 깨버린 조각을 전문가가 분석하기도 한다. 이미 다섯 권의 러시아 관련 서적을 집필한 저자가 보충해주는 관련 문헌들과, 직접 번역한 안내 자료 등은 이 책의 사료적 가치를 높인다.

▶ 유럽 변방에서 찾은 한국의 생존법

저자는 변방 중의 변방을 방문하기도 한다.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의 분쟁 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를 찾아 한국의 독도 문제를 그곳과 연결시킨다. 아르메니아가 고대로부터 점유해왔던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은 소비에트 연방이 구성되면서 아제르바이잔에 넘어갔다. 나고르노-카라바흐가 아제르바이잔에 넘어간 것은 민족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자결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도 있다. 나고르노-카라바흐를 구성했던 대다수 아르메니아인들은 아제르바이잔에 속하는 것을 원치 않았고, 아르메니아공화국이 소련 당국과 실질적인 동등한 주체로서 협의를 통해 영토를 넘긴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것이 일제강점기에 불법적인 짧은 점유만으로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과 유사하다면서 나고르노-카라바흐의 총리와 외교장관 등의 입장을 들어본다.
저자는 또 다른 변방 중의 변방인 몰도바 내 친러 자치공화국인 트란스니스트리아에도 간다. 여기서는 한국의 분단문제를 병치시킨다. 트란스니스트리아는 몰도바와 전쟁을 치루면서 인명과 재산, 사회 기반시설을 많이 잃었다. 하지만 전쟁 이후 정권이 안정되면서 국지적인 무력 충돌은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 몰도바에 있는 친구들을 만나러 매주 국경을 넘기도 하고, 몰도바 사람과 결혼하는 것을 정부가 막지도 않는다. 간단한 신고만 하면 된다. 그러면서도 EU나 NATO에 들어가려는 몰도바와 정치적인 입장 차이가 분명하다면서 통일은 거부한다. 저자는 ‘닮고 싶은 분단의 모델 트란스니스트리아’라는 소제목을 붙여 이곳을 그대로 한반도에 적용시키기는 힘들겠지만, 오래된 분단 상황을 극복하는 중간 단계로서 참고할 만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처럼 변방국의 생존 방식에서 한국이 나아갈 길에 대한 힌트를 찾는다. 안보동맹 구축에서 경제 협력, 국제사회를 상대로 한 정략적인 움직임까지 유럽 변방국들이 취하고 있는 모든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기록한다. 이들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은 주변 4대 강국과 북한에 둘러싸인 한국의 지정학적 숙명과 닮아 있어 더 간절하게 읽힌다.

추천평

유라시아라는 지리명이 이제 우리에게도 그리 낯설지는 않다. 저자가 다녀온 유럽의 변방은 바로 우리가 지금 신북방 정책이라는 이름을 지워 관심을 갖는 바로 그 유라시아다. 우리는 흔히 학문적 글과 저널리즘 글을 구분하곤 한다. 글의 논리적 치밀성과 방법론적 엄격함을 전자가 강조한다면, 후자는 글의 시의성과 현장성에 더 중점을 둔다. 학자이면서 현직 기자인 저자는 최근에서야 학문적 토대가 만들어진 유라시아학의 토대 위에서 신북방 정책의 정책적 적실성을 더해줄 현장감을 균형감 있게 풀어내고 있다. 유라시아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큰 도움이 되는 책이다. - 엄구호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장, 아태지역연구센터 소장)

오늘날 중앙아시아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높다.?러시아는 구소련 구성 국가와의 관계 증진을 가장 중요한 외교 목표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고, 최근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을 비롯해 미국, 일본, 인도도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관계 강화를 위한 별단의 정책을 수립 시행하고 있다.? 왜 그럴까에 대한 답을 이 책은 말해주고 있다. 특히 이미 다섯 권의 러시아 관련 서적을 집필한 저자가 현지에서 많은 사람을 접하고 정세를 논하고 문제를 파고든 결과가 이 책에 담겨 있음을 높게 평가한다. 기자의 예리한 관찰력과 요점을 찌르는 문장력이 러시아권 지역에 대한 전문가의 시각에 더욱 두터운 신뢰감을 주고 있다. - 이규형 (삼성경제연구소 고문, 前 주러시아·주중국 대사)

유라시아 패권 장악을 둘러싼 동서 진영의 충돌로 그 사이에 낀 약소국들은 양자택일의 기로에서 고민이 깊어진다. 나토와 유럽연합의 거침없는 동진(東進)으로 수세에 몰렸던 러시아가 전통적 세력권을 되찾기 위해 반격을 시작한 것이다. 김병호 기자는 유라시아 체스판의 지정학적 단층선에 있는 나라들을 직접 찾아가, 유럽의 변방국들이 국가의 생존과 주권 유지를 위해 발버둥치는 지난(至難)한 몸부림을 현장에서 취재해 생생한 육성의 언어로 전한다. 주어진 안식년을 스스로 고생년(?)으로 탈바꿈시킨 김 기자의 지적 탐구 정신에 찬사를 보낸다.


홍완석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前 슬라브·유라시아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