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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역사가의 생애와 저술로 조명한 근대 역사학
역사책을 읽기 위해서는 역사가를 먼저 알아야 하고, 역사가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서는 역사가를 낳은 사회를 알아야 한다. 이는 카(E.H. Carr)가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우리에게 주는 매우 유용한 조언이다. 역사가는 자신의 시대적 맥락에 얽혀 있으며, 그가 연구하는 대상도 과거의 사회적 관계에 따라 형성된 사실이다. 카가 강조하는 역사와 역사가, 역사가와 사회의 이러한 밀접한 관계는 역사가의 생애와 저술을 통해 근대 역사학을 조명하려는 이 책, 『역사학의 거장들 역사를 말하다』의 전제이기도 하다. 이 역사가들은 카의 말대로 그들 사회의 산물이다. 역사가들의 삶이란 그들이 살았던 시대가 기록한 이야기이며, 그들의 연구로 축적된 역사학이란 그 시대의 문제의식이 정리한 담론이다. 역사가와 시대, 역사학과 역사의 상관성은 결국 역사가로서 시대를, 시대로서 역사가를 알게 하며, 역사학으로서 역사를, 역사로서 역사학을 파악하게 한다.
『역사학의 거장들 역사를 말하다』는 지난 두 세기 반 동안 근대 역사학의 태동과 발전을 주도했던 역사가 중에 거장을 선별하여 그들의 고전적인 저술을 통해 역사학의 역사를 개관한다. 이 책에서 독자는 역사학의 거장들이 그들 시대의 특징으로 과거의 모습을 재구성해온 과정을 탐색하며, 근대 역사학으로 고안한 그들 자신의 현재를 인식하고, 앞으로 역사학의 지평이 어떻게 확장되는지 추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거장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며, 결국에는 그 대화에 동참하는 것을 의미한다.
역사책을 읽기 위해서는 역사가를 먼저 알아야 하고, 역사가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서는 역사가를 낳은 사회를 알아야 한다. 이는 카(E.H. Carr)가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우리에게 주는 매우 유용한 조언이다. 역사가는 자신의 시대적 맥락에 얽혀 있으며, 그가 연구하는 대상도 과거의 사회적 관계에 따라 형성된 사실이다. 카가 강조하는 역사와 역사가, 역사가와 사회의 이러한 밀접한 관계는 역사가의 생애와 저술을 통해 근대 역사학을 조명하려는 이 책, 『역사학의 거장들 역사를 말하다』의 전제이기도 하다. 이 역사가들은 카의 말대로 그들 사회의 산물이다. 역사가들의 삶이란 그들이 살았던 시대가 기록한 이야기이며, 그들의 연구로 축적된 역사학이란 그 시대의 문제의식이 정리한 담론이다. 역사가와 시대, 역사학과 역사의 상관성은 결국 역사가로서 시대를, 시대로서 역사가를 알게 하며, 역사학으로서 역사를, 역사로서 역사학을 파악하게 한다.
『역사학의 거장들 역사를 말하다』는 지난 두 세기 반 동안 근대 역사학의 태동과 발전을 주도했던 역사가 중에 거장을 선별하여 그들의 고전적인 저술을 통해 역사학의 역사를 개관한다. 이 책에서 독자는 역사학의 거장들이 그들 시대의 특징으로 과거의 모습을 재구성해온 과정을 탐색하며, 근대 역사학으로 고안한 그들 자신의 현재를 인식하고, 앞으로 역사학의 지평이 어떻게 확장되는지 추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거장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며, 결국에는 그 대화에 동참하는 것을 의미한다.
목차
근대적 역사서술의 개척자 -에드워드 기번
근대 역사학의 창시자 -레오폴트 랑케
민족적 숭배를 비판한 민족 역사가 - 쥘 미슐레
역사적 연구와 문학적 구성을 결합하다 -테오도르 몸젠
예술을 역사적으로 맥락화한 문화사가 -야코프 부르크하르트
임박한 사회적 변혁을 역사적으로 유추하다 -카를 마르크스
역사학의 거장이 된 사회학의 창시자 -막스 베버
고대사의 이해를 확장시킨 선구자 -미하엘 로스톱체프
역사서술의 한계를 넘어선 문화사가 -요한 하위징아
대중에게 다가간 진보사학파 역사가들 - 찰스 비어드|제임스 로빈슨
학문적-정치적 진실을 보증하는 지식인 -마르크 블로크
20세기의 긴장과 비극이 투영된 중세사가 -에른스트 칸토로비츠
유럽중심주의에 도전한 과학사가 -조지프 니덤
새로운 종류의 사회사와 경제사 -페르낭 브로델
대중 독자를 확보한 고대사가 -모지즈 핀리
전후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독창적인 역사가 -프랑코 벤투리
마르크스주의 역사가의 세계사 서술 -에릭 홉스봄
사회사의 이정표를 세우다 -로렌스 스톤
사건의 역사를 기억의 역사로 쓴 중세사가 -조르주 뒤비
아프리카 역사학읙 개척자 -필립 커틴
개념사의 탄생 -라인하르트 코젤렉
영국적 절충주의를 구현한 노동운동사가 -에드워드 톰프슨
금기의 역사를 해부한 탈근대주의자 -미셸 푸코
역사학과 인류학의 만남 -나탈리 데이비스
정치이론을 역사화하다 -존 포콕|퀜틴 스키너
근대 역사학의 창시자 -레오폴트 랑케
민족적 숭배를 비판한 민족 역사가 - 쥘 미슐레
역사적 연구와 문학적 구성을 결합하다 -테오도르 몸젠
예술을 역사적으로 맥락화한 문화사가 -야코프 부르크하르트
임박한 사회적 변혁을 역사적으로 유추하다 -카를 마르크스
역사학의 거장이 된 사회학의 창시자 -막스 베버
고대사의 이해를 확장시킨 선구자 -미하엘 로스톱체프
역사서술의 한계를 넘어선 문화사가 -요한 하위징아
대중에게 다가간 진보사학파 역사가들 - 찰스 비어드|제임스 로빈슨
학문적-정치적 진실을 보증하는 지식인 -마르크 블로크
20세기의 긴장과 비극이 투영된 중세사가 -에른스트 칸토로비츠
유럽중심주의에 도전한 과학사가 -조지프 니덤
새로운 종류의 사회사와 경제사 -페르낭 브로델
대중 독자를 확보한 고대사가 -모지즈 핀리
전후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독창적인 역사가 -프랑코 벤투리
마르크스주의 역사가의 세계사 서술 -에릭 홉스봄
사회사의 이정표를 세우다 -로렌스 스톤
사건의 역사를 기억의 역사로 쓴 중세사가 -조르주 뒤비
아프리카 역사학읙 개척자 -필립 커틴
개념사의 탄생 -라인하르트 코젤렉
영국적 절충주의를 구현한 노동운동사가 -에드워드 톰프슨
금기의 역사를 해부한 탈근대주의자 -미셸 푸코
역사학과 인류학의 만남 -나탈리 데이비스
정치이론을 역사화하다 -존 포콕|퀜틴 스키너
출판사 리뷰
역사가의 생애와 저술로 조명한 근대 역사학
“역사란 인간에 대한 우리 지식의 총체요,
인간의 삶을 이해하는 유일한 길이다.” - 레오폴트 랑케
역사책을 읽기 위해서는 역사가를 먼저 알아야 하고, 역사가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서는 역사가를 낳은 사회를 알아야 한다. 이는 카(E.H. Carr)가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우리에게 주는 매우 유용한 조언이다. 역사가는 자신의 시대적 맥락에 얽혀 있으며, 그가 연구하는 대상도 과거의 사회적 관계에 따라 형성된 사실이다. 카가 강조하는 역사와 역사가, 역사가와 사회의 이러한 밀접한 관계는 역사가의 생애와 저술을 통해 근대 역사학을 조명하려는 이 책, 『역사학의 거장들 역사를 말하다』의 전제이기도 하다. 이 역사가들은 카의 말대로 그들 사회의 산물이다. 역사가들의 삶이란 그들이 살았던 시대가 기록한 이야기이며, 그들의 연구로 축적된 역사학이란 그 시대의 문제의식이 정리한 담론이다. 역사가와 시대, 역사학과 역사의 상관성은 결국 역사가로서 시대를, 시대로서 역사가를 알게 하며, 역사학으로서 역사를, 역사로서 역사학을 파악하게 한다.
『역사학의 거장들 역사를 말하다』는 지난 두 세기 반 동안 근대 역사학의 태동과 발전을 주도했던 역사가 중에 거장을 선별하여 그들의 고전적인 저술을 통해 역사학의 역사를 개관한다. 이 책에서 독자는 역사학의 거장들이 그들 시대의 특징으로 과거의 모습을 재구성해온 과정을 탐색하며, 근대 역사학으로 고안한 그들 자신의 현재를 인식하고, 앞으로 역사학의 지평이 어떻게 확장되는지 추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거장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며, 결국에는 그 대화에 동참하는 것을 의미한다.
당시의 역사학과 그 이후 세대의 역사가에게 자극을 준 학자들
이 책은 독일의 베크출판사에서 출간한 각 학문분과별 거장 총서 가운데 역사학 분야에 해당한다. 역사학의 역사를 연구해온 저명한 학자 루츠 라파엘의 기획 아래 현재적 영향력, 역사학계 내에서의 자극, 저서, 시대경험을 기준으로 27명의 거장 역사가가 선정되었다. 각 역사가에 대한 전문연구자들이 역사가의 생애, 저술, 영향을 중심으로 각 장을 기술했다. 이 거장들은 역사학 분야의 학문적 토론에서 탁월성을 인정받는 저술로 현재까지 영향력을 발휘하는 역사가들이며 당시의 역사학과 그 이후 세대의 역사가에게 중요한 자극을 준 학자들이다. 동시에 이들은 탁월한 문장가이며, 역사적 소재를 생생하고 입체적으로, 각각 특별한 연출법으로 다룬 위대한 이야기꾼이다. 그러나 저자들은 역사학의 거장들을 결코 시대를 초월한 불후의 인물로 그리지 않는다. 그동안 역사학은 어떠한 저자나 저술을 신성화하려는 시도에 회의적인 자세를 견지해왔다.
특수한 역사가의 좁은 범주를 넘어서는 역사학의 거장들
거장의 지위에 대한 최소한의 전제조건은 현재 이 분야의 학문적 토론에서 탁월성을 인정받는 저술이나 저자로서 수행하는 역할의 중요도다. 그것은 저술이 광범한 대중의 도서시장에서 계속 팔리는 문제와는 다른 차원이다. 이는 지속적으로 읽히는 책을 통해 저술과 저자를 현재화하는 작업, 즉 그리하여 일정한 역사학의 표준을 만드는 작업이다. 기번, 랑케, 몸젠같이 그 시대의 전형적 관점에 따라 거장으로 선정된 역사가와 코젤렉이나 데이비스같이 이제야 이 지위에 오른 역사가가 이 책에서 공존하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이 기준에는 다음과 같은 요인도 포함된다. 현재적 저술의 영향이 주제나 연대적으로나 지리적으로 특수한 역사가의 좁은 범주를 넘어서는가, 거장들이 보편사적 관심도 일깨울 수 있었고 현재에도 그럴 수 있는가, 그들의 현존이 역사학의 세부분야와 특수영역 사이의 폐쇄된 경계 너머로 감지되는가 등이다.
“역사는 우리가 갖고 있는 근본적 신념의 기원을 밝힘으로써
우리의 사고를 자유롭게 하여
솔직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이바지할 것이다.” - 제임스 로빈슨
역사가가 아니면서 사회과학자로서 역사적 주제를 작업한 연구자들
이 책에서 다루는 거장들은 당시의 역사학과 그 이후 세대의 역사가에게 중요한 자극을 준 학자들이다. 거장들이란 20세기 역사학의 방법론과 주제와 개념의 발전에 눈에 띄게 영향을 미친 자들이어야 한다. ‘자극을 주는 자’로서 거장은 역사학의 역사에서 본다면 매우 다양한 모습의 인물이다. 현재 역사학의 방법론과 개념과 주제의 상당 부분은 역사가가 아니면서 사회과학자로서 역사적 주제를 작업한 연구자들이 정립한 것이다. 지난 40년 동안 역사학에서 전공분야의 경계선을 넘는 정신교류가 전 세계적으로 중요해졌다. 역사학 외부의 인물로서 역사학에 자극을 제공했던 사람은 의심할 여지없이 오랫동안 가장 중요하게 평가된, 그러나 가장 논란이 되고 언제나 격렬하게 극복의 대상이 되어온 마르크스다. 근대 역사학 안에서 하나의 아주 독자적인 사조가 배타적으로 그에게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는 역사학의 연구를 위해 사회학, 민족학, 사회철학의 주요 거장을 끌어들이는 것이 국제 주류 역사학의 특징이 되었다. 역사학의 이러한 이론적, 개념적 사정을 고려한다면 거장의 선정을 직업역사가들로만 국한할 수 없다. 그리하여 마르크스뿐 아니라 역사가 ‘길드’에 들지 않는 베버와 푸코도 그들의 제반사상이 미친 폭넓은 영향과 그들의 역사서술 작업으로 인해 여기에서 근대 역사학의 거장으로 소개한다.
시대의 특징으로 과거의 모습을 고안해내다
역사학의 거장들도 역사의 변화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그들이 겪은 역사적 시기는 다음과 같이 네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1) 혁명의 시기 또는 1750~1850년의 ‘안착기’.(Sattelzeit): 개념사가 코젤렉이 붙인 신조어 ‘안착기’는 근세에서 근대로 들어서는 과도기요, ‘문턱의 시기’(Schwellenzeit)이며 혁명의 시기였다. 이 시기에 태어난 역사가들(기번, 랑케, 미슐레, 몸젠, 부르크하르트, 마르크스)에 의해 근대 역사학이 출발하며 역사서술에서도 새로운 고안이 시작된다.
2) 고도의 산업화, 제국주의, 제1차 세계대전 국면: 산업화는 제국주의와 제1차 세계대전으로 향하는 서양의 팽창에 추동력을 제공했다. 유럽에 가려진 비서양 사회를 세계사적으로 조명하는 데 몰두한 커틴은 『세계와 서양』에서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주민들이 유럽제국주의 시대에 어떤 문화적 변화과정을 겪었는지, 유럽의 도전에 어떻게 반응했는지 주변부의 시각에서 고찰했다. 근대 직업 역사가들의 첫 세대(베버, 로스톱체프, 하위징아, 비어드, 로빈슨)가 이 시기를 경험하면서 역사에 대한 질문을 역동적으로 제기했다.
3) 양차 세계대전 시기: 유럽이 중심에서 주변으로 밀려난 데는 제1차 세계대전만으로 충분했다. 그러나 더 가공할 제2차 세계대전으로 유럽은 자기 파괴의 지경에 이르렀다. 마르크 블로크는 『이상한 패배』에서 무사안일했던 프랑스에 대한 통렬한 자기 고발을 통해 유럽에 자기 비판을 가했다. 1875년에서 1905년 사이에 태어나 정치적, 군사적으로 고조된 긴장에 휘말렸던 이 시기의 역사가들(블로크, 칸토로비츠, 니덤, 브로델)에 의해 유럽중심주의적인 연구모델의 획일성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4) 전후시대를 겪으며 양 진영의 대립과 냉전이 특징적으로 부각된 기간: 전후시대는 경제부흥과 ‘기적’을 통해 급속도로 회복되는 듯했다. 그러나 경제적 안정과 냉전구도에서의 안전에 막강한 보루로 보였던 국가 및 기존체제의 권위는 1960년대 말의 학생운동을 견디지 못했다. 68운동의 주요인물이기도 한 푸코는 『지식의 고고학』에서 권력 구조에 매몰된 담론적 구성을 발굴하는 지적 작업을 시도했다. 탈권위주의 운동은 냉전은 물론 일상문화에 직접 영향을 미쳤으며, 1905년에서 1930년 사이에 태어난 역사가들(핀리, 벤투리, 홉스봄, 스톤, 뒤비, 커틴, 코젤렉, 톰프슨, 푸코, 데이비스, 포콕, 스키너)의 인식에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모든 역사적 과정은 파괴와 변형과 재건을 의미한다.
모든 쇠퇴 속에 진보의 기회가 놓여 있다.” - 에드워드 기번
위대한 역사학의 거장들로 그려낸 역사학 지도
이 책의 목적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연구의 논거, 시각, 연구주제를 서술하는 대신 한정된 몇몇 뛰어난 대표자를 통해 역사학의 단면도를 그린다. 여기에 제시되는 거장들은 21세기 초에 역사학의 개념, 이론, 방법론, 작업 유형에서 대표적인 본보기다. 그러므로 독자는 이 책을 읽으면서 역사학의 여러 단면을 두루 여행하게 되며, 이러한 의미에서 여기에 소개되는 모든 저자와 저작은 여전히 현재적이다.
둘째, 역사학의 통일을 변론한다. 책에 등장하는 역사가들은 이전 시대를 개괄하는 네 명의 보편사가(부르크하르트, 기번, 미슐레, 하위징아), 세 명의 고대사가(몸젠, 로스톱체프, 핀리), 세 명의 중세사가(뒤비, 칸토로비츠, 블로크), 열두 명의 근대사가(브로델, 랑케, 홉스봄, 커틴, 스톤, 데이비스, 비어드/로빈슨, 스키너/포콕, 코젤렉, 벤투리), 한 명의 과학사가(니덤)이다. 이들의 주제영역은 인간이 살아온 과거의 거의 모든 지역과 시대를 망라한다. 근대 역사학의 발전에서 대표적이며 영향력 있는 탁월한 역사가들을 선정하여 제시하는 것은 상이한 특수영역 사이의 수많은 상호연결을 명확하게 해주며, 이 연결을 고착된 세부분야의 경계 너머로 확대시킬 것이다.
셋째, 이 거장들을 선정하는 이유는 근대 역사학의 국제성을 설명하기 위한 시도다. 여기에서 중요시하는 것은 국가적 차원의 거장들의 명부가 아니라 가능한 한 다국적인 모습의 군상이다. 근대 역사학이 민족별 특유의 시각과 문제제기에 비중을 두었는데도 국제적이었으며 지금도 그러하다는 사실에 충실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 국제성은 분명히 19세기와 20세기 들어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일어난 유럽식 역사연구와 서술 모델이 확산되고 풍토에 적응한 결과다. 여기에서 유럽중심주의가 비롯되었는데, 역사학의 경우에는 지난 30년 동안에야 비로소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 만일 2030년에 이 책과 똑같은 선정 기준에 따라 역사학자들을 선별한다면 훨씬 더 국제적인 학자들이 거장으로 지목될 것이다.
“역사란 인간에 대한 우리 지식의 총체요,
인간의 삶을 이해하는 유일한 길이다.” - 레오폴트 랑케
역사책을 읽기 위해서는 역사가를 먼저 알아야 하고, 역사가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서는 역사가를 낳은 사회를 알아야 한다. 이는 카(E.H. Carr)가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우리에게 주는 매우 유용한 조언이다. 역사가는 자신의 시대적 맥락에 얽혀 있으며, 그가 연구하는 대상도 과거의 사회적 관계에 따라 형성된 사실이다. 카가 강조하는 역사와 역사가, 역사가와 사회의 이러한 밀접한 관계는 역사가의 생애와 저술을 통해 근대 역사학을 조명하려는 이 책, 『역사학의 거장들 역사를 말하다』의 전제이기도 하다. 이 역사가들은 카의 말대로 그들 사회의 산물이다. 역사가들의 삶이란 그들이 살았던 시대가 기록한 이야기이며, 그들의 연구로 축적된 역사학이란 그 시대의 문제의식이 정리한 담론이다. 역사가와 시대, 역사학과 역사의 상관성은 결국 역사가로서 시대를, 시대로서 역사가를 알게 하며, 역사학으로서 역사를, 역사로서 역사학을 파악하게 한다.
『역사학의 거장들 역사를 말하다』는 지난 두 세기 반 동안 근대 역사학의 태동과 발전을 주도했던 역사가 중에 거장을 선별하여 그들의 고전적인 저술을 통해 역사학의 역사를 개관한다. 이 책에서 독자는 역사학의 거장들이 그들 시대의 특징으로 과거의 모습을 재구성해온 과정을 탐색하며, 근대 역사학으로 고안한 그들 자신의 현재를 인식하고, 앞으로 역사학의 지평이 어떻게 확장되는지 추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거장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며, 결국에는 그 대화에 동참하는 것을 의미한다.
당시의 역사학과 그 이후 세대의 역사가에게 자극을 준 학자들
이 책은 독일의 베크출판사에서 출간한 각 학문분과별 거장 총서 가운데 역사학 분야에 해당한다. 역사학의 역사를 연구해온 저명한 학자 루츠 라파엘의 기획 아래 현재적 영향력, 역사학계 내에서의 자극, 저서, 시대경험을 기준으로 27명의 거장 역사가가 선정되었다. 각 역사가에 대한 전문연구자들이 역사가의 생애, 저술, 영향을 중심으로 각 장을 기술했다. 이 거장들은 역사학 분야의 학문적 토론에서 탁월성을 인정받는 저술로 현재까지 영향력을 발휘하는 역사가들이며 당시의 역사학과 그 이후 세대의 역사가에게 중요한 자극을 준 학자들이다. 동시에 이들은 탁월한 문장가이며, 역사적 소재를 생생하고 입체적으로, 각각 특별한 연출법으로 다룬 위대한 이야기꾼이다. 그러나 저자들은 역사학의 거장들을 결코 시대를 초월한 불후의 인물로 그리지 않는다. 그동안 역사학은 어떠한 저자나 저술을 신성화하려는 시도에 회의적인 자세를 견지해왔다.
특수한 역사가의 좁은 범주를 넘어서는 역사학의 거장들
거장의 지위에 대한 최소한의 전제조건은 현재 이 분야의 학문적 토론에서 탁월성을 인정받는 저술이나 저자로서 수행하는 역할의 중요도다. 그것은 저술이 광범한 대중의 도서시장에서 계속 팔리는 문제와는 다른 차원이다. 이는 지속적으로 읽히는 책을 통해 저술과 저자를 현재화하는 작업, 즉 그리하여 일정한 역사학의 표준을 만드는 작업이다. 기번, 랑케, 몸젠같이 그 시대의 전형적 관점에 따라 거장으로 선정된 역사가와 코젤렉이나 데이비스같이 이제야 이 지위에 오른 역사가가 이 책에서 공존하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이 기준에는 다음과 같은 요인도 포함된다. 현재적 저술의 영향이 주제나 연대적으로나 지리적으로 특수한 역사가의 좁은 범주를 넘어서는가, 거장들이 보편사적 관심도 일깨울 수 있었고 현재에도 그럴 수 있는가, 그들의 현존이 역사학의 세부분야와 특수영역 사이의 폐쇄된 경계 너머로 감지되는가 등이다.
“역사는 우리가 갖고 있는 근본적 신념의 기원을 밝힘으로써
우리의 사고를 자유롭게 하여
솔직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이바지할 것이다.” - 제임스 로빈슨
역사가가 아니면서 사회과학자로서 역사적 주제를 작업한 연구자들
이 책에서 다루는 거장들은 당시의 역사학과 그 이후 세대의 역사가에게 중요한 자극을 준 학자들이다. 거장들이란 20세기 역사학의 방법론과 주제와 개념의 발전에 눈에 띄게 영향을 미친 자들이어야 한다. ‘자극을 주는 자’로서 거장은 역사학의 역사에서 본다면 매우 다양한 모습의 인물이다. 현재 역사학의 방법론과 개념과 주제의 상당 부분은 역사가가 아니면서 사회과학자로서 역사적 주제를 작업한 연구자들이 정립한 것이다. 지난 40년 동안 역사학에서 전공분야의 경계선을 넘는 정신교류가 전 세계적으로 중요해졌다. 역사학 외부의 인물로서 역사학에 자극을 제공했던 사람은 의심할 여지없이 오랫동안 가장 중요하게 평가된, 그러나 가장 논란이 되고 언제나 격렬하게 극복의 대상이 되어온 마르크스다. 근대 역사학 안에서 하나의 아주 독자적인 사조가 배타적으로 그에게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는 역사학의 연구를 위해 사회학, 민족학, 사회철학의 주요 거장을 끌어들이는 것이 국제 주류 역사학의 특징이 되었다. 역사학의 이러한 이론적, 개념적 사정을 고려한다면 거장의 선정을 직업역사가들로만 국한할 수 없다. 그리하여 마르크스뿐 아니라 역사가 ‘길드’에 들지 않는 베버와 푸코도 그들의 제반사상이 미친 폭넓은 영향과 그들의 역사서술 작업으로 인해 여기에서 근대 역사학의 거장으로 소개한다.
시대의 특징으로 과거의 모습을 고안해내다
역사학의 거장들도 역사의 변화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그들이 겪은 역사적 시기는 다음과 같이 네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1) 혁명의 시기 또는 1750~1850년의 ‘안착기’.(Sattelzeit): 개념사가 코젤렉이 붙인 신조어 ‘안착기’는 근세에서 근대로 들어서는 과도기요, ‘문턱의 시기’(Schwellenzeit)이며 혁명의 시기였다. 이 시기에 태어난 역사가들(기번, 랑케, 미슐레, 몸젠, 부르크하르트, 마르크스)에 의해 근대 역사학이 출발하며 역사서술에서도 새로운 고안이 시작된다.
2) 고도의 산업화, 제국주의, 제1차 세계대전 국면: 산업화는 제국주의와 제1차 세계대전으로 향하는 서양의 팽창에 추동력을 제공했다. 유럽에 가려진 비서양 사회를 세계사적으로 조명하는 데 몰두한 커틴은 『세계와 서양』에서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주민들이 유럽제국주의 시대에 어떤 문화적 변화과정을 겪었는지, 유럽의 도전에 어떻게 반응했는지 주변부의 시각에서 고찰했다. 근대 직업 역사가들의 첫 세대(베버, 로스톱체프, 하위징아, 비어드, 로빈슨)가 이 시기를 경험하면서 역사에 대한 질문을 역동적으로 제기했다.
3) 양차 세계대전 시기: 유럽이 중심에서 주변으로 밀려난 데는 제1차 세계대전만으로 충분했다. 그러나 더 가공할 제2차 세계대전으로 유럽은 자기 파괴의 지경에 이르렀다. 마르크 블로크는 『이상한 패배』에서 무사안일했던 프랑스에 대한 통렬한 자기 고발을 통해 유럽에 자기 비판을 가했다. 1875년에서 1905년 사이에 태어나 정치적, 군사적으로 고조된 긴장에 휘말렸던 이 시기의 역사가들(블로크, 칸토로비츠, 니덤, 브로델)에 의해 유럽중심주의적인 연구모델의 획일성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4) 전후시대를 겪으며 양 진영의 대립과 냉전이 특징적으로 부각된 기간: 전후시대는 경제부흥과 ‘기적’을 통해 급속도로 회복되는 듯했다. 그러나 경제적 안정과 냉전구도에서의 안전에 막강한 보루로 보였던 국가 및 기존체제의 권위는 1960년대 말의 학생운동을 견디지 못했다. 68운동의 주요인물이기도 한 푸코는 『지식의 고고학』에서 권력 구조에 매몰된 담론적 구성을 발굴하는 지적 작업을 시도했다. 탈권위주의 운동은 냉전은 물론 일상문화에 직접 영향을 미쳤으며, 1905년에서 1930년 사이에 태어난 역사가들(핀리, 벤투리, 홉스봄, 스톤, 뒤비, 커틴, 코젤렉, 톰프슨, 푸코, 데이비스, 포콕, 스키너)의 인식에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모든 역사적 과정은 파괴와 변형과 재건을 의미한다.
모든 쇠퇴 속에 진보의 기회가 놓여 있다.” - 에드워드 기번
위대한 역사학의 거장들로 그려낸 역사학 지도
이 책의 목적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연구의 논거, 시각, 연구주제를 서술하는 대신 한정된 몇몇 뛰어난 대표자를 통해 역사학의 단면도를 그린다. 여기에 제시되는 거장들은 21세기 초에 역사학의 개념, 이론, 방법론, 작업 유형에서 대표적인 본보기다. 그러므로 독자는 이 책을 읽으면서 역사학의 여러 단면을 두루 여행하게 되며, 이러한 의미에서 여기에 소개되는 모든 저자와 저작은 여전히 현재적이다.
둘째, 역사학의 통일을 변론한다. 책에 등장하는 역사가들은 이전 시대를 개괄하는 네 명의 보편사가(부르크하르트, 기번, 미슐레, 하위징아), 세 명의 고대사가(몸젠, 로스톱체프, 핀리), 세 명의 중세사가(뒤비, 칸토로비츠, 블로크), 열두 명의 근대사가(브로델, 랑케, 홉스봄, 커틴, 스톤, 데이비스, 비어드/로빈슨, 스키너/포콕, 코젤렉, 벤투리), 한 명의 과학사가(니덤)이다. 이들의 주제영역은 인간이 살아온 과거의 거의 모든 지역과 시대를 망라한다. 근대 역사학의 발전에서 대표적이며 영향력 있는 탁월한 역사가들을 선정하여 제시하는 것은 상이한 특수영역 사이의 수많은 상호연결을 명확하게 해주며, 이 연결을 고착된 세부분야의 경계 너머로 확대시킬 것이다.
셋째, 이 거장들을 선정하는 이유는 근대 역사학의 국제성을 설명하기 위한 시도다. 여기에서 중요시하는 것은 국가적 차원의 거장들의 명부가 아니라 가능한 한 다국적인 모습의 군상이다. 근대 역사학이 민족별 특유의 시각과 문제제기에 비중을 두었는데도 국제적이었으며 지금도 그러하다는 사실에 충실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 국제성은 분명히 19세기와 20세기 들어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일어난 유럽식 역사연구와 서술 모델이 확산되고 풍토에 적응한 결과다. 여기에서 유럽중심주의가 비롯되었는데, 역사학의 경우에는 지난 30년 동안에야 비로소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 만일 2030년에 이 책과 똑같은 선정 기준에 따라 역사학자들을 선별한다면 훨씬 더 국제적인 학자들이 거장으로 지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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