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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 일본과 식민지 조선의 근대도시 형성 (2013)

동방박사님 2024. 3. 28.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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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 책은 일제강점시 시대의 수탈론 VS 근대화론의 대립적 사고를 넘어 생산적인 학문 토론과 이론 정립을 위해, 식민지 시기 근대도시에 관한 비교 연구를 실었다. 식민지 시기에는 근대도시와 도시공간의 근대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어지고는 있었지만 정작이를 비교하기 위한 대상이나, 특히 일본의 근대 도시에 대한 국내 연구는 거의 이루어 지지 않고 있다. 책은 식민지 시기 근대도시에 대한 논의는 식민지 조선과 일본 양자의 근대도시 사이에서 어떤 질적인 차이가 있었는지, 아울러 근대도시의 공통점은 무엇인지 명확하게 제시하고 이분법적 사고는 철저히 배제 했다. 식민지 시기 일본 국내에서 실시되었던 근대 도시 계획론과 도시개발사업을 살펴보며 위와 같은 논의와 사업이 조선에 유입, 변용되는 과정에 주목했다.

목차

머리말

제1부 도시계획론의 이상과 도시개발사업의 실제

제1장 도쿄의 ‘제도(帝都)’ 부흥 계획과 고토 심페이-박삼헌
1. 들어가며
2. 고토 심페이의 제도부흥론
3. 제도부흥원의 제도부흥계획 수립
4. 임시의회의 제도부흥계획 승인
5. 나오며

제2장 근대도시 오사카의 도시계획론과 도시계획사업-박진한
1. 일본의 근대도시와 오사카
2. 1900년대 도시 인구의 증가와 도시문제의 발생
3. ‘도시계획’의 등장과 ??도시계획법??(1919)의 제정
4. 1920년대 ‘전원도시론’의 수용과 위성도시론
5. 오사카 도시계획사업의 실제와 한계
6. 전시체제의 돌입과 국토 계획(1940)으로의 수렴

제3장 1920년대 경성의 도시계획과 도시계획운동-박세훈
1. 한국 근대도시계획에서 ‘도시계획운동’의 의미
2. 도시계획운동의 외부적 기원: 일본에서 도시계획의 성립과 식민지적 수입
3. 도시계획운동의 내부적 기원: 경성의 도시 발달과 도시문제
4. ?경성도시계획연구회?의 결성과 활동
5. 도시계획이란 무엇인가?: 도시계획 쟁점에 대한 상반된 인식
6. 근대도시계획의 확립과 좌절

제4장 식민지 도시 인천의 도시계획과 도시 공간의 확장-염복규
1. 들어가며
2. 강제 병합 전후 인천의 도시적 위상 변화와 도시 개발 문제
3. 제1차 행정구역 확장과 시가지계획안의 입안·시행
4. 제2차 행정구역 확장과 공업용지·주택지 사업
5. 나오며

제2부 제국과 식민의 기념 공간

제5장 메이지신궁(明治神宮)과 제국 일본의 ‘국체(國體)’ 공간-박삼헌
1. 들어가며
2. 메이지신궁 건설에 대한 두 가지 논리
3. 봉찬회의 메이지신궁 외원 건설
4. 나오며

제6장 오사카성(大阪城) 천수각(天守閣) 재건 사업과 기념 공간의 형성-박진한
1. 문화적 기억과 도시 정체성
2. 성곽의 파괴와 보존
3. 천수각 재건 사업과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대한 향수
4. ‘대오사카’의 새로운 상징과 기념의 욕망
5. ‘충군애시(忠君愛市)’의 표상

제7장 조선신궁과 신민지 동화주의의 공간 정치-김백영
1. 천황제 제국과 식민지 신사
2. 조선신궁의 건설과 남산의 변화
3. 황민화 정책의 전개와 경성의 신사 체제 강화
4. 남산에 남겨진 식민지 유산

제8장 인천대신궁 공간 변용과 재인천 일본인-박진한·김창수
1. 들어가며
2. 인천대신궁 건립과 재인천 일본인 사회
3. 국민적 통합과 제국주의 승리의 기념 공간
4. 조계지 인근의 유흥장과 식민 지배의 전망대
5. 한일 병합 이후 신자 조직의 결성과 인천신사로의 전환
6. 나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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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 : 염복규 (Yum Bok-Kyu,廉馥圭)
 
한국 근현대 도시사 전공, 서울시립대학교 국사학과 교수
 
저 : 박진한 (Park Jin-Han)
 
인천대학교 지역인문정보융합연구소 소장, 일본지역문화학과 교수. 연세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교토대학에서 역사문화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도시는 역사다』 (2011), 『제국 일본과 식민지 조선의 근대도시 형성』 (2013), 『인천, 100년의 시간을 걷다: 근대 유산과 함께하는 도시 탐사』 (2019) 등의 저서와 『쇼군, 천황, 국민- 에도시대부터 현재까지 일본의 역사』 (2012)의 번역서가 있다. ...

저 : 박세훈 (Park Se Hoon,朴世訓)

국토연구원 연구위원(현). 일본 도쿄대학 객원연구원(전). 서울대학교에서 행정학 박사 학위(도시계획 전공)를 받았다. <식민국가와 지역공동체>, <한국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정책의 비판적 성찰>, <문화클러스터를 활용한 도시문화전략의 가능성과 한계> 등 도시 사회, 역사, 문화에 관련된 논문이 다수 있다.

책 속으로

공간을 시간의 종속물로 바라본 프랑스 철학자 베르그송에 대한 푸코의 비난이 대변해 주듯이 근대 학문에서 ‘시간’은 인간과 사회, 사물의 변화를 역동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그 무엇처럼 여겨진 반면, ‘공간’은 인간의 역사와 활동이 전개되는 장소 내지 사물의 시간과 자취가 머문 곳 정도로 생각되었다. 이러한 점에서 ‘시간’ 담론의 주된 발화자로 학문적 권위를 유지해 온 역사학자들이 공간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에 와서의 일이다. 시간과 함께 인간의 역사가 발전한다는 근대적인 진보사관에 대한 회의야말로 이들로 하여금 공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만든 주된 요인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p.4

세계사적으로 볼 때, 근대도시계획은 기술관료들과 중산층의 이해관계에 의해 제도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영국의 ?공중위생법(public health act)? 제정 과정은 산업화의 주요 희생자였던 노동계급을 기존의 사회질서 내로 포섭시키는 과정에 다름 아니었다. 레비나우(Rabinow)가 지적한 바와 같이 근대도시계획은 노동계급을 순화시키기 위한 일종의 ‘순치(順治)의 사회적 기술(social technology of pacification)'로 등장했다(Rabinow, 1989).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대도시계획이 산업화에 수반한 도시문제의 희생자였던 기층 민중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수용하는 통로가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도시의 병리적 현상을 기술적인 처방으로 치유할 수 있다는 사고는 노동계급 및 도시의 하층민들을 적극적인 사회정책의 대상으로 부상시켰던 것이다. 즉 근대도시계획은 기본적으로 ‘위로부터의 힘’에 의해 탄생한 것이지만 그것을 추동했던 것은 ‘아래로부터의 힘’이었던 것이다.
--- p.108

강제 병합 이후 ‘세계와 한국의 만남’이라는 장소성을 잃어버린 인천의 도시적 위상은 주로 일본으로의 미곡 이출항, 경성 부근의 관광지?행락지의 성격으로 제한되었다. 1920년대까지 인천의 도시계획 논의가 부진한 것, 시구개수조차 거의 추진되지 못한 것에는 이러한 이유도 작용했다. 그런데 1930년대 제국 일본의 대륙 침략이 본격화되면서 인천의 도시적 위상은 변화했다. 대륙 침략의 기지로서 인천의 ‘중요성’이 역설적으로 부각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인천시가지계획의 전개 및 행정구역의 확장에 대전제가 되었다.
--- p.137

첫째 메이지신궁의 외원이 근대 시민의 레크레이션(recreation) 공간=공원의 형식을 취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신민(臣民)’이 근대 일본의 ‘국체’ 관념을 ‘감화(感化)’받도록 만들어진 교화(敎化) 공간이었다는 점, 둘째 민간단체인 봉찬회가 모금한 헌금으로 건설된 메이지신궁 외원이 근대 일본에서 만들어진 국체(國體) 관념을 공간적으로 실현하려는 장소인 점을 밝히고자 한다. 여기서 국체란, 세계에 유래 없이 한 번도 대가 끊어지지 않은 천황이 지배하는 근대 일본의 국가 체제로서 과거와 현재는 물론 앞으로도 계속적으로 존재되어야만 할 이념적인 천황제 국가를 의미한다.
--- p.144

제국 일본이 만든 국가신도의 성지에 한국 민주주의의 상징물을 앉히고자 한 이승만 정권의 발상, 그 자리에 현존하는 안중근의사기념관과 그 위에 우뚝 세워진 고도성장기 서울의 랜드마크 남산타워, 그리고 이제는 부재할 뿐만 아니라 대중의 기억에서조차 거의 잊혀져 버린 천황제 제국의 상징물 조선신궁. 20세기 남산이 식민화와 탈식민화 과정에서 경험한 극적인 장소성의 변천사는 인구 천만의 초거대도시로 탈바꿈한 서울이라는 도시 공간 전체가 경험한 압축적 고도성장의 현장 곳곳에 그 역사적 흔적을 남기고 있다.
--- p.224

출판사 리뷰

근대 학문 내부의 인식 전환과 함께 최근 들어 급속히 전개되고 있는 도시화는 더 이상 공간에 대해 무관심할 수 없게끔 만드는 현실적인 이유가 되고 있다. 유엔 사회경제이사회에 따르면 전 세계의 도시화율은 2007년에 이미 50%를 넘어서 지난해의 경우 무려 52%에 달했다고 한다. 이처럼 인류의 과반수가 좁은 공간에 밀집해 거주하게 되면서 과밀한 주거와 복잡한 교통, 획일적인 도시 개발과 인간소외 같은 도시 문제는 뉴욕이나 런던, 도쿄, 서울 같은 메갈로폴리스뿐만 아니라 지구촌 어느 곳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 되었다.

지난 2008년 국내에서도 뒤늦게나마 ‘공간 담론’에 대한 학문적 논의와 ‘도시 문제’에 대한 실천적 접근을 모색하고자 ‘도시사학회’가 결성되었다. 도시사학회에서는 역사, 사회, 지리, 건축, 공학 등의 다양한 전공과 학문 영역에 속한 연구자들이 한데 모여 매년 특정한 주제를 정해 논의를 전개해 오고 있다. 그리고 그 성과물은 일반인의 편의를 위해 단행본 형태로 정리해 출간해 왔다. 이 책은 그러한 성과물로서 제3회 도시사학회 연구총서로 발간되었다.

이 책의 제1부에서는 1920~30년대 도쿄(東京), 오사카(大阪), 경성, 인천이 경험했던 도시개발론의 ‘이상’과 도시개발사업의 ‘실제’에 주목했다. 1920~30년대는 제국 일본뿐만이 아니라 조선에서도 근대도시의 경관과 내용을 일신하기 위해 다양한 도시개발사업이 추진된 시기였다. 제2부에서는 식민지 시기 일본과 조선에 새로이 조성된 기념 공간에 대해 주목했다. 도시는 삶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염원하고 시간의 변화 속에서 기억을 보존하고 기념하기 위해 도시 설립자, 역사적 건축물, 관공서, 광장, 기념비, 또는 제의와 축제 등을 통해 집단적인 기념 공간을 만들어 간다. 이 같은 기념 공간은 과거의 머나먼 ‘기원’ 또는 ‘영광스런 어느 한 순간’을 재현해 냄으로써 집단 기억을 통해 도시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마지막으로 기왕의 수탈론/근대화론에서 간과된 중앙과 지방의 관계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였다.

최근 들어 세계화와 지방자치화의 물결 속에서 자본과 사람을 유치하려는 지역 간 경쟁이 점차 가열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여러 지방자치단체들은 ‘하이서울페스티벌’이나 ‘무주반딧불축제’, ‘여주,이천,광주세계도자기비엔날레’ 같은 지역 축제를 개최하거나 ‘인천아시아게임’, ‘평창동계올림픽’ 같은 국제 경기를 유치함으로써 단기간에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지역 이미지를 재고시킬 수 있을 것처럼 선전하곤 한다. 그러나 저자는 “실제는 어떠한가?”라고 묻는다. 그리고 지역의 역사와 문화,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경제성 위주로 도시 개발 사업이 추진될 때 얼마나 큰 후유증을 남기는지 깨달을 것을 각성시킨다. 나아가 이처럼 빈궁한 상상력에서 벗어나 “지역의 역사와 개성에 근거한 도시 정체성 수립과 주민 생활, 환경 보존을 우선시하는 도시 재생은 과연 불가능한 것일까?”라는 화두를 우리에게 던져 준다.

이 책은 종래의 수탈론 대 근대화론의 이항대립적 교착 상황을 넘어서 보다 생산적인 학문 토론과 이론 정립을 위해, 식민지 시기 근대도시에 관한 비교사 연구를 제안한다. 식민지 시기 근대도시와 도시공간의 근대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양되고 있지만 정작 이를 비교하기 위한 연구 대상, 특히나 제국 일본의 근대도시에 대한 국내 연구는 거의 이루지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식민지 시기 근대도시에 대한 논의는 식민지 조선과 제국 일본 양자의 근대도시 사이에 어떠한 질적 차이가 존재했는지 아울러 근대도시의 동질성은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고찰 없이 단순히 수탈/개발의 이분법적 고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 책에서는 식민지 시기 일본 국내에서 시행되었던 근대적인 도시계획론과 도시개발사업을 살펴보고 이 같은 논의와 사업이 시간차를 두고 조선에 유입, 변용되는 과정에 주목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