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생각의 힘 (독서>책소개)/2.한국사회비평

레트로 대한민국 : 왜 우리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는가 (2023) - 한 외교관이 본 대한민국의 민낯

동방박사님 2024. 8. 12. 08:32
728x90

소개

대한민국의 역사는 거꾸로 가지 않는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변화를 개선과 진보로 보았지만, 플라톤은 변화를 이데아로부터 멀어진 몰락과 부패, 즉 ‘레트로’로 보았다. 바로 지금 한국의 변화가 그렇다. 붉은 사상에 물든, 무능하고 뻔뻔하고 부패한 정치 집단이 우리를 시나브로 반동의 시대로 몰아가고 있다.

대한민국이 추락하고 있다. 5백 년 왕조 역사를 단절하고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거듭난 나라, 5천 년 가난의 질곡으로부터 벗어나 세계 경제사를 새로 쓴 나라,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올라선 세계 유일의 나라가 추락 중이다. 추락을 넘어서, 국가와 민족, 그리고 개인이 해체되고 있다. 국가의 경제적 성공이 그 사회를 내부적으로 갉아먹는다. 바로 번영의 패러독스다.

활보하는 간첩들과 구멍 난 안보, 저급한 정치와 성장 없는 경제, 과도한 복지와 국가, 기업, 개인이라 할 것 없이 쌓여 가는 빚더미, 복수複數의 정치가 실종된 모지리 국회와 50억 클럽의 오명을 쓰고 법치가 아니라 법치문란의 가운데에 선 법원, 그리고 한국판 괴물 리바이어던이 된 선거관리위원회, 마약과 조폭으로 얼룩져 이미 남미 꼴이 난 사회와 소갈머리 없는 젊은이들, 시민 없는 시민 단체와 노동 없는 노동 단체, 과거로만 치닫는 역사 인식, 지속가능 하지 않은 에너지믹스 등등. 대한민국의 현주소이자 우리의 민낯이다. 자, 이제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가? 대처할 방법이 있기나 한 건가?

괴테의 시대가 그보다 수백 년 전인 루터의 시대보다 더 가난하고 비참했다. 십 년 후, 이십 년 후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아스라이 스러져 간 반세기 전의 한강의 기적을 돌아보며 후회막급해 하지는 않을지. 36년 동안 세계를 다닌 한 외교관이 대한민국의 실상을 관찰하고, 가감 없는 비판과 고언을 쏟아 내었다. 마르크스의 『자본론』과 사회적 시장경제의 단초를 제공한 알프레드 뮐러-아르막 교수의 『경제지도와 시장경제』가 나온 지성의 도시 함부르크에서 만난 사계의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이 책에 담았다. 저자는 힘주어 말한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지만, 역사는 결코 거꾸로 가지 않는다고. 그의 출간의 변이다.

우연한 계기에 일본 외교관인 가와사키 이치로河崎一郞 대사가 쓴 『추악한 일본인』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이 나온 지는 50년이 넘었다. 원제목은 『Japan Unmasked』인데, 한글 번역이 다소 원색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가와사키 대사는 이 책에서 전후 일본 사회의 미성숙성이나 부패상 또는 후진적 관행 같은 것을 비교적 여과 없이 비판했다. 당시 일본 국내에서는 이 책을 두고 ‘국치선언문’이라는 성토와 ‘반성교본’이라는 지지 여론이 혼재하면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고 한다. 나도 그렇지만 외교관들이 해외를 다니다 보면 자연스레 자신의 조국은 어떤가 돌아보게 된다.

흔히들 한국이 경제 발전과 민주화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허상이자 착각이다. 지금 뉴스 시간을 도배하다시피 하는 한 정치인과 그를 결사옹위하는 한 정당의 실체만 보더라도 “민주화는 개뿔”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 정치인은 정치인이 아니고 그 정당은 정당이 아니다. 이제 대한민국도 우리가 알던 그 대한민국이 아니다. 개인이든 국가든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그 해결이 시작된다. 이 책은 추락하는 대한민국을 구하기 위한 바로 그 조그만 헌신이다.

외교관은 외교가 본연의 직책이긴 하지만 외교란 것도 조국이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을뿐더러 외교관이란 직업도 존재할 수 없다. 오대양 육대주를 떠도는 방랑자이지만 그 혼은 언제나 그의 조국에 머무른다. 그렇기에 외교관이 국내문제를 다루는 것을 금기시한다면 그것은 외교관의 본질적 속성에 대한 몰이해일 것이다. 외교관이 오히려 바깥세상에서 좀 더 객관적으로 자신의 조국을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이 책을 쓰면서 나의 오랜 해외 생활로 국내 실정을 잘 모르는 가운데 의욕만 앞세운 건 아닌지 하는 두려움도 있었다. 가 보지 않은 길, 실수가 있었다면 독자들의 큰 혜량을 구한다.

목차

들어가면서 · 005

Part 1. 어른거리는 전체주의의 망령 / 정치

보수의 가치를 외면하는 보수 언론 · 017
민주주의 경착륙의 현장, 대한민국 · 020
미국 대선과 정치적 양극화 · 025
파시즘은 우리의 마음을 파고든다 · 028
정체성 정치의 덫에 빠진 한국 정치 · 033
자유주의에 관한 아침 단상 · 037
스스로를 ‘닫힌 사회’에 가두는 사람들 · 040
유토피아는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 043
‘신화적 사고 세력’의 출현을 경계한다 · 046
한국의 참주僭主는 누구인가? · 051

Part 2. 헌법은 정치의 시녀인가?

독일 국민은 국민투표를 하지 않는다 · 057
도루묵이 된 「공직선거법」 개정 · 062
‘막말’ 논란과 표현의 자유 · 065
국민 저항권은 자연권이다 · 069
일선 법관에 대한 탄핵은 헌법의 남용이다 · 072
헌법정신과 헌법의 파괴를 우려한다 · 074
『법치주의를 향한 불꽃』 서평 · 078
신박한 ‘검수완박’ · 086

Part 3.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재판, 공정했는가?

박근혜 대통령 재판 최종심과 비겁한 법원 · 091
“탄핵을 묻고 가자고?” -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의 위헌/위법성 · 095
촛불 시위는 혁명이 아니다 · 103

Part 4. 부실 선거가 아니라 부정 선거다

조슈아의 절규는 대한민국의 눈물이다 · 109
부정 선거 외면하는 기성 언론 · 110
한국판 ‘리바이어던’, 선거관리위원회 · 114
배춧잎 투표지와 권위가 땅에 떨어진 대법정 · 119
2023년 2월 베를린 재선거를 보면서 · 122

Part 5. 디지털화와 4차 산업혁명, 그리고 민주주의

페이스북은 민주주의를 훼손하는가? · 129
디지털화와 4차 산업혁명 · 132
정의를 속도와 바꿀 수 없다 - 글로벌 디지털세 · 137
Own Your Data! 당신의 데이터를 소유하라! · 141
4차 산업혁명 준비, 어디까지 왔나? · 145

Part 6. 지방분권과 다문화 사회는 한국모델이 아니다

‘지방분권국가’ 개헌안을 반대한다 · 151
“독일은 없어진다는데, 한국은 괜찮을까?”- 외국인 정책 비판 · 157
혼란과 부작용을 초래한 연방국가 미국의 대선 · 164
백 년 전 스미르나 참사와 흥남 철수 작전 · 167
스레브레니차 학살과 다문화 사회 · 171
“난민은 좋지만, 난민촌 이웃은 싫다” · 175

Part 7. 민족주의 패러독스

왜 무력 저항을 하지 않았나? - 삼일절 100주년에 부쳐 · 183
임시정부는 임시정부일 뿐이다 - 건국절 논란에 부쳐 · 186
외교공관 보호와 국제법상의 ‘상당한 주의 의무due diligence’ · 190
언어 민족주의에서 벗어나자 - 한글날 단상 · 194
『내 마음의 안중근』 - 안중근 장군 의거 111주년에 부쳐 · 198
잘난 역사도, 못난 역사도 다 우리 역사다 · 203
일제 ‘강점기’인가, 일제 ‘시대’인가? · 207

Part 8. 대한민국 리더십

유학儒學의 죄를 고발한 청년 이승만의 『독립정신』 · 217
검소한 초대 영부인, 프란체스카 리 · 223
그리운 박정희 대통령 · 225
불멸의 공공성을 창조한 5.16 혁명 · 231
인천공항을 이승만-박정희 공항으로 · 234

Part 9. ‘고객정치’는 망국병이다 / 사회

‘고객정치’가 우리 사회를 망친다 · 241
인적 ‘네트워킹’에 올인하는 한국 사회 · 244
‘기부’나 ‘후원’은 ‘부패’와 동의어다 · 248
봉건 귀족화된 ‘민중민주’ 세력 · 250
교통사고 후진국 유감 · 254
백신 패스제는 위헌이다 - K-방역의 허실 · 257
강력한 경찰력은 시민의식과 함께 · 261
1834년 예루살렘 성묘교회와 2022년 이태원 · 264
세속화는 성공모델이다 · 268
동물학대는 국가의 품격을 떨어뜨린다 · 271

Part 10. 마르크스가 욕한 자본주의는 더 이상 이 세상에 없다 / 경제

히든챔피언과 가파GAFA · 279
박물관에 있는 밀레 자동차 · 281
최저임금이 복지가 되려면 · 286
주인의식 저해하는 스튜어드십 코드 · 289
독일 가족기업의 기업가 정신과 공익재단 · 292
국제 물류 운송력은 국력의 척도 · 296
‘사회적 시장경제’는 사회적 경제가 아니라 시장경제다 · 300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와 세계화의 반전 · 306
마르크스가 욕한 자본주의는 더 이상 이 세상에 없다 · 311
기본소득제는 과연 세계적 추세인가? · 315
노동이사제는 한국에서 성공할 수 없다 · 319

Part 11. 균형재정은 신성한 암소다 / 재정

균형재정은 신성한 암소다 · 327
신용(빚)이 자본주의의 본질인가? · 330
균형재정을 위한 독일식 헌법 규정 신설을 제안한다 · 333
채무 ‘엑셀제’를 도입한 ‘거꾸로’ 한국형 재정준칙 · 338
난센스 광화문광장 공사와 국가부채 · 340
상속세인가, 사망세인가? · 343
현찰을 선호하는 독일인 · 348

Part 12. 잿빛 공포에 갇혀 버린 한국 / 환경, 에너지

독일의 가장 큰 환경단체는 녹색당이다 · 355
주범은 중국이다 · 358
깨끗한 디젤은 허구였다 · 362
화석연료 시대의 종언을 예고한 글래스고 기후회의 · 365
한국 원전, 어디로 가야 하나? · 368
환경보호, 나의 실천이 먼저다 · 376

나오면서 · 380
참고 및 인용 문헌 목록 · 384

저자 소개 

저 : 장시정
서울대학교에서 학사, 석사를 마쳤다. 지난 36년간 오대양 육대주를 넘나들며 외교 일선에 몸담았다. 수차에 걸친 독일어권 근무 중 독일의 정치, 경제, 사회에 걸쳐 나타나는 모델적 제도와 현상에 관심을 갖고 관찰했고 2017년 《한국 외교관이 만난 독일모델》을 저술했다. 동 저서는 2018년 상반기 세종도서 교양 부문, 사회과학 분야에 선정됐다. 퇴직 후에는 2019년 홋카이도 대학 방문 학자로 일본에 머물렀고,...

책 속으로

선거제도는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버팀목이다. 이 버팀목을 부정하고 훼손하는 반국가적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큰 의미 없는 가십성 보도만을 퍼 나르는 언론을 진정한 보수 언론이라 할 수 없다. 민주주의와 좋은 정부의 첫째 조건은 바로 언론의 자유와 이에 걸맞은 책임이다.
---「보수의 가치를 외면하는 보수 언론」중에서

청년 이승만이 주장하는 바는, 구습을 타파하여 정신 혁명으로 나아가자는 ‘자유의 도’와 ‘나라를 세움에 있어 교육과 문화를 근본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의 소원은, 우리의 혀끝을 2천만 조각으로 내어 2천만 동포들의 귀에다 대고 소리를 우레같이 질러 어두운 잠에서 시시때때로 깨워 주는 것이다”라며, 2천만 동포 중 단 한 사람이라도 죽지 않고 살아남는다면 끝까지 태극기를 받들어 앞으로 나아가 한 걸음도 뒤로 물러나지 말 것을 천만번 맹세하자는 그의 목소리가 100년이 지난 지금도 나의 귓가를 맴돈다.
---「유학儒學의 죄를 고발한 청년 이승만의 『독립정신』」중에서

자유무역의 이점보다는 자유로운 국가 주권을 택한 영국의 브렉시트로 던져진 반세계화의 물결이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제일주의를 거쳐 이번 중국 바이러스 사태로 변곡점을 맞게 되었다. 더욱이 이러한 반세계화가 디지털화로 인해 세계 무역의 역동성이 감소하는 구조적인 전환기에 우리를 덮쳐 오고 있다는 사실은 예사롭지 않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와 세계화의 반전」중에서

지금 국가채무나 가계채무 그리고 기업채무까지 공히 천정부지로 늘어가는 마당에 우리의 씀씀이를 보면 빚의 무서움을 너무 모른다. 가는 곳마다 공공기관의 사옥은 거의 신축 건물이다. 일부 지자체는 호화 청사라는 비판을 들을 정도다. 독일이나 일본의 공공기관 사옥이나 역사驛舍 같은 공공시설물들은 무척이나 허름하다. 돈 쓸 줄 몰라서가 아니다. 그들은 빚의 무서움을 잘 아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후대까지 부담을 지운다는 사실까지도.
---「신용(빚)이 자본주의의 본질인가?」중에서

안전하고, 리스크가 적으며, 지속가능한 에너지 공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가급적 다양한 에너지원으로 구성된 에너지믹스가 필요하며, 기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화석 연료와 원자력을 동시에 떠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프랑스만이 아니라 미국도, 일본도, 스페인도 기존의 원자로 수명을 경쟁적으로 연장하고 있는 데서 보듯이 전 세계적으로 원자력이 다시 인정받고 있는 이유다. 원자력은 인류가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 조건이다.
---「한국 원전, 어디로 가야 하나?」중에서

출판사 리뷰

지금 우리나라 사회 전반에 걸쳐 목도되고 있는 반동적인 현상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우리가 이제 오만해진 것일까? 우리는 한동안 큰 어려움을 모르고 발전해 왔다. 그래서인지 한강의 기적을 일으켰던 한 세대 앞의 그 긴장감은 이제 찾아볼 수 없다. 한강의 기적은 라인강의 기적과도 비교할 수 없는 세계경제사의 찬란한 금자탑이다. 독일은 원래 갖고 있던 유有의 크기를 늘렸을 뿐이지만 우리는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했다. 우리가 오만해졌다면 이제는 옷깃을 다시 여밀 때가 아닐까? 달도 차면 기울지 않는가.

36년의 외교관 생활 중 절반 이상을 독일문화권에서 지낸 저자는, 그들 사회 밑바닥에 쌓여 있는 정신을 알게 되었다. 법치주의와 계약 정신, 기업가 정신, 지속가능한 사고방식, 소임을 다하는 전문 직업 정신, 사회공헌 등 시민 정신, 사회적 연대 정신과 이익의 균형 기제 등등. 위기에 맞닿아 있는 우리에게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는 독일모델의 정신이다. 두 세기 전, 『독일론』을 쓴 프랑스인 마담 드 스탈de Stael은 독일과 북구의 나라들을 사상의 조국이라고 불렀고, 정신의 독립이 국가 독립의 토대가 될 것이라 했다. 『레트로 대한민국 - 왜 우리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는가』를 통해 정치, 사회, 재정, 환경 등 우리 생활 곳곳에 잘못 쌓아 온 폐단이 무엇인지 마주하고, 바른 토대를 다시 쌓아 올리는 발돋움이 일어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