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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2024) - 살아내고 말하고 저항하는 몸들의 인류학

동방박사님 2024. 10. 1.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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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것은 수족처럼 부리던 몸뚱이가 아니라
삶의 근본인 몸에 대한 이야기다

“이 책은 '내 몸은 나의 것'에서 '몸이 곧 나'로 생각을 바꾸어준다.
저자의 윤리의식과 글쓰기 방법론이 돋보이는 역작이다.”
★정희진 추천★

중독된 몸, 상처 입은 몸,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몸…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는 이상한 몸들의 인류학
문화와 사회가 만든 이상한 몸들의 이면을 들여다보다

우리는 흔히 몸이 정신의 영향권 아래에 있다고 생각한다. 몸은 뇌가 시키는 대로 움직일 뿐이며, 강한 정신력이 몸을 지배한다는 생각으로 몸을 방치하거나 혹사하는 경우마저 있다. 그렇게 의지력과 뇌에 대한 책이 쏟아지는 요즘, 이 책은 반대로 우리의 몸에 새겨진 역사와 신체 그 자체에 주목한다. 이 책은 '삶의 수족처럼 부리던 몸뚱이가 아니라 삶의 근본인 몸에 대한 이야기'다. 카페인과 니코틴에 중독된 몸, 상처 입고 다친 몸,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몸까지… 의사이자 의료인류학자인 김관욱 교수는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이상한 몸들의 인류학을 다루며, 사회의 아픔이 어떻게 우리 몸에 반영되어 구부러지고 아픈 몸이 되는지를 이야기한다. 오랜 역사 속에서 만들어진 몸의 슬픔, 사회와 문화가 만든 몸들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내 몸은 나의 것'이 아니라 '몸이 곧 나'라는 것을 깨닫게 해줄 것이다.

『몸,』은 김관욱 교수가 13년의 현장 경험과 강의를 통해 다듬은 몸에 대한 인류학적 소결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아픈 사람과 그 아픔을 초래하는 모든 것을 탐구하는 의료인류학자로서 우리 사회의 출발이자 바탕인 ‘몸’ 그 자체를 돌아보고자 했다. 그를 위해 몸에 거주하지만 그 몸이 뒤틀리는 것을 모른 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들려주는 몸의 목소리들을 담았다. 의학과 문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인간의 몸’을 말하는 인류학자의 연구를 통해 우리가 얼마나 몸에 무지한지,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폭력과 착취의 역사가 인간의 몸에 얼마나 깊고 선명하게 새겨지는지 알게 된다.

목차

들어가며_ 세 개의 몸, 그리고 목소리 인류학

1부 몸을 모르는 사회

1. 문화라는 렌즈로 굴절되는 몸
2. 통증은 보편적인 것일까
3. 영혼이 부패하지 못하게 시신을 보호하라
4. 우리는 함께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치유된다

2부 몸을 증강시킨 사회

1. 슈퍼인간 혹은 좀비
2. 설탕, 그 달콤한 폭력
3. 담배 이전의 몸, 담배 이후의 인류
4. 통제할 수 없는 상처 통제하는 식욕

3부 몸이 변혁시킨 사회

1. 우리 몸이 발명해 낸 질환, 체념증후군
2. 포옹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가
3. 최면과 선동이라는 터널을 벗어나는 법
4. 몸이 기억하고 말하는 폭력

4부 몸에 거주하는 사회

1. 관계 속의 몸, 몸의 자세가 곧 문화다
2. 보이는 몸, 집이고 때로는 감옥이 되는
3. 문화적 시간이 흐르는 몸

나오며_ 몸들의 목소리, 결국 드라마다
 

저자 소개

저 : 김관욱
덕성여자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이자 가정의학과 전문의. 군의관 시절 군병원에서 병사들의 금연교육, 금연상담 등을 해오면서 흡연 연구를 시작한 것이 시초가 되어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석사과정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흡연을 연구했다. 이후 영국 Durham University에서 의료인류학을 전공으로 박사를 마치고 서울대, 한양대,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강의했다. 흡연과 관련해서는 여성흡연, 궐련형 전자담배, 청소년 흡연,...

책 속으로

나는 나의 글들이 알렉시예비치의 소설처럼 하나의 ‘목소리’ 이기를 바라본다. 몸에 거주하며 그 몸이 뒤틀리는 것을 모른 채 살아가는 이들에게 그 몸이 짊어온 오래된 새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목소리 인류학’이었으면 한다. 사회에 만연한 잿빛을 전부 걷어낼 수는 없을지언정 그곳에서 언제든 아우라가 발광할 수 있는 몸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우린 몸에 대해 정말 너무나 많은 것을 아직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 「들어가며」 중에서

아주 단적인 예로, 한국의 길거리에서 임신한 산모가 담배를 피우거나, 유모차를 끌면서 보호자가 담배를 피우고 있으면 주변 사람들의 관심을 끌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이다. 하지만 영국에서 (적어도 10년 전 내가 공부를 했던 곳에서는) 산모가 길 위에서 흡연을 하거나 유모차를 끌면서 부모가 흡연을 해도 많은 사람들이 무관심했다. 이러한 차이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두 나라의 시민들이 공유하는 보편적 생활양식에 엄연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 「문화라는 렌즈로 굴절되는 몸」 중에서

“좀비를 만드는 약이 있다고?”
조금은 섬뜩한 이야기이지만, 1982년 하버드 대학교 인류학자 리처드 에번스 슐츠(Richard Evans Schultes) 교수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당시 전설적인 아마존 일대 식물탐험가로 알려진 슐츠 교수는 부두교(Vodou)로 유명한 아이티 국가에 좀비가 실제 존재한다고 믿었다. 실제로 당시 아이티에서는 부두교 마법사들이 죽은 사람을 무덤에서 살려내는 힘을 지니고 있고, 그렇게 되살린 시체들을 노예로 팔아넘긴다고 이야기가 전해졌다. 하지만 슐츠 교수는 아이티 일대에 특수한 약물(혹은 독약)을 통해 사람의 몸을 일정 기간 사망한 것처럼 만들고, 이후 다시 깨어나(무덤에서 나와) 이성이 없는 좀비 상태로 노예처럼 살아가는 것이라고 추측했다.
--- 「슈퍼인간 혹은 좀비」 중에서

이렇듯 그 모든 몸이 들려준 목소리는 결국 드라마였다. 이것이 13년간 인류학자로 타인의 몸을 목격하고 내 몸으로 경험하며 얻은 짧은 결론이다. 생명을 가진 그 모든 것은 순서를 쫓아간다. 그것을 멈추거나 포기할 때 비로소 생명이 중단된다. 그 어떤 몸도 그들만의 드라마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나오며」 중에서

출판사 리뷰

사회의 아픔은 어떻게 우리 몸에 새겨지는가

김관욱 교수는 전작 『사람입니다, 고객님』에서 콜센터 근무자들의 몸에 일어나는 변화를 연구하며 사회 문제가 그들의 몸에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일으켰는지 파헤쳤다면, 이번 책에서는 범위를 넓혀 현대 사회에 일어나는 각종 문제들과 우리가 겪는 몸의 통증, 아픔의 관계를 광범위하게 다룬다. 그 몸들은 전쟁 이후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아이들이 걸리는 체념증후군, 커피와 설탕에 쉽게 중독되는 사람들, 폭력과 착취가 몸에 새겨지는 여러 사례들까지 시대나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하다.

전체적으로 총 4부로 이루어진 책의 1부에서는 몸을 ‘모르는’ 사회를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몸을 생리적·생물학적으로 보편적인 존재라고 이해하지만, 그것은 몸을 너무나 모르는 이야기라고 저자는 말한다. 몸은 문화에 따라 언제든 다르게 인식될 수 있고 그 맹점에 대해 의사였던 본인의 경험담을 기반으로 정확하게 짚어준다. 2부에서는 카페인, 설탕, 니코틴 등 여러 화학물질로 몸을 ‘증강시킨’ 현대 사회에 대해 이야기한다. 슈퍼인간이 되기를 희망하는 인류의 욕망은 온갖 약물과 물질의 발명으로 본래 몸이 지닌 한계를 변화시켜 왔다. 그 과정에서 피로와 배고픔, 그리고 고통을 잊어야만 하는 존재로 변형되어 온 현실을 보여줄 것이다. 3부에서는 반대로 몸이 ‘변혁시킨’ 사회를 다룬다. 인류의 역사가 무지와 욕망 속에 몸에 폭력을 가하는 동안 몸은 그 스스로 생존의 길을 선택한다. 폭력에 짓밟히면서도 몸은 우리의 이성이 이해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해결책을 제시한다. 끝으로 4부는 몸에 ‘거주하는’ 사회로, 그동안 인류학자로서 목격하며 배운 몸의 근간에 대해 말한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타인에게 보여지고, 관계 맺고, 살아내고 있는 몸은 항상 자세이자, 공간이며, 시간이다. 결국 우리 몸은 저마다 곧 한편의 드라마이며, 드라마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살아내고, 말하고, 저항하는’ 몸들의 인류학

저자인 김관욱 교수는 병원 밖으로 나와 인류학자로서 현장 연구를 하면서 수많은 사람들과 그들의 아픈 몸을 만났다. 그 과정에서 “내 몸은 나의 것인가? 나는 내 몸을 얼마만큼 소유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질문에 부딪혔다고 말한다. 이 책은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꼭 인류학자가 아니라도 우리는 주변에서 다양한 몸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아파도 애써 담담한 척하는 몸, 숨이 차올라도 별일 아닌 듯 다음 배송지로 이동하는 몸, 온갖 가시 돋친 답변들에도 웃으면서 전화를 끊지 않는 몸. 그 몸들은 미세한 눈가의 떨림으로, 숨도 쉬기 버거운 몸놀림으로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다. 이 책은 수없이 많은 몸들이 ‘살아내고, 말하고, 저항하는’ 울림들을 기록한 것이다. 지금 당장이라도 조금만 몸을 기울여 다가가면 일상은 온통 아픈 몸들의 소리 없는 반향으로 가득 차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우리는 어쩌면 타인의 몸에 대해서도, 자신의 몸도 너무나 모르고 있지 않을까. 이 책을 통해 한 명이라도 많은 사람들이 주변의 몸들에게 귀 기울일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저자는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