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폭력연구 (독서)/1.국가폭력

박만순의 기억전쟁 2 (2022)

동방박사님 2022. 10. 30.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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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72년 전 국가의 이름으로 자행된 폭력과 인권침해,
묻혀버린 진실을 추적하는 냉철하고 따뜻한 기록!


20여 년 동안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사례를 수집하고 알리기 위해 노력해 온 저자의 네 번째 결실이다. 모두 9장으로 구성된 『박만순의 기억전쟁2』는 충남 홍성군과 태안군, 아산군, 경산 코발트광산, 인천 월미도, 경기도 김포군과 여주군 등의 민간인 학살 사례를 주로 다루었다. 철저한 답사와 인터뷰를 통해 집단 군경에 의한 학살 사례는 물론 적대세력에 의한 보복학살과 유족들의 연좌제 피해 사례를 입체적으로 담았다.

『박만순의 기억전쟁2』에서 두드러진 사례는 ‘부역 혐의자 학살’이다. 북한군이 점령했던 인공 시절에 감투를 썼거나 인민위원회의 심부름을 했던 이들에게 부역 혐의의 굴레를 씌워 학살한 것이다. UN군 수복 후 군검경합동수사본부가 설치되긴 했으나, 이런 형식적인 절차와 무관하게 지역별로 ‘빨갱이 사냥’이 이루어졌다. 법과 이성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간의 갈등, 마을과 마을간의 갈등, 집안과 집안과의 갈등이 동시에 작용해 이루어진 ‘보복살인’ 형태가 많았다. 노인과 여성, 2~3세 미만의 아이를 학살한 경우도 많았고, 심지어 당사자가 도피하고 없는 경우 가족을 대신 죽이는 대살(代殺)도 횡행했다. 사람을 소 다루듯 코를 꿰어 끌고 가서 총살하거나 불에 태운 시신을 전시하는 등, 상상을 초월한 잔학행위가 국가권력의 묵인 하에 자행되었음을 유족의 진술과 증언을 통해 밝히고 있다. 특히 미군의 네이팜탄 폭격으로 죽거나 삶의 터전에서 쫓겨난 후 아직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월미도 원주민의 사례는 국가폭력이 아직도 진행형임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저자는, 한국전쟁 전후 ‘국가’의 이름으로 자행된 폭력과 인권침해의 상처를 되짚는 것 자체가 고통의 시간이었음을 고백하며, 진정 ‘살 만한 사회’로 가기 위해 국가의 역할이 무엇인지 묻고, 시민들이 아픈 역사를 망각하지 않고 기억해줄 것을 촉구한다.

목차

제1장 예비검속

대전형무소 최초 학살
정부 기록으로 확인된 백낙용 보도연맹 서천군지부장의 죽음

젖먹이 두고 아버지 대신 죽은 어머니
충북 영동군 양강면, 독립운동가 장준 가족이 겪은 한국전쟁

제2장 부역

“남편 어디 있어?”… 임산부에게 총구 겨눈 경찰
충남 홍성군 보도연맹 학살 피해자 이강세 이야기

쫓겨나듯 이민 떠나고, 육체노동 전전…전쟁 통 아버지의 죽음 그후
충남 홍성군 보도연맹원 학살과 유족들의 삶

좌익 신랑, 우익 신부… 사랑으로 극복한 이념 갈등
충남 홍성군, 적대세력에 의한 민간인 학살 사건

추석 쇠러 왔다가 끌려간 세브란스 의사의 죽음
충남 홍성군 민간인 학살 유족회 김동규·이기만의 사연

사람을 소 다루듯… 철사로 코를 꿰어 끌고 간 순경
충남 홍성군 홍성읍 옥암리 민간인 희생 사건

좌우 합작 주장한 독립운동가, 빨갱이로 몰려 죽다
전 서울시 교육위원 최홍이의 가족사

제3장 수류탄

가족도 숨겨줄 수 없었던 부역 혐의자, 결국 죽음의 길로
충남 태안군 민간인 학살 피해자 박병칠의 유족 박민교 이야기

“애들은 풀어줘!” 한마디에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난 소년들
충남 태안군 소원면 민간인 학살 유족 정만호 이야기

석유 뿌려 태워 죽이고 시신 전시까지
충남 태안군 소원면 모항리의 민간인 학살

민간인 살상에 수류탄 투척한 특무상사의 광기
충남 태안군 근흥면의 민간인 학살

“아버지와 큰오빠, 작은오빠까지 경찰 손에 다 죽었어”
충남 태안군 민간인 학살 피해자 유족 지만월·배광모 이야기

“안 가르쳤으면 안 죽었을 텐데”… 가슴 치는 부모
충남 태안군 민간인 학살 피해자 유족 가청과 한원석의 사연

지나가다 먹은 소고기 한 점, 그것 때문에 죽은 아버지
충남 태안군 이북면, 의용군 징집자 조재관·조용호 부자 이야기

제4장 몰살

죽은 사람 묻어줬다고 빨갱이로 몰려 죽다
충남 아산군 민간 우익단체의 민간인 학살

일가족 열 명 몰살 후에 화병으로 죽은 아버지
충남 아산군 배방면 맹억호의 삶

지주 살려준 인민위원장… 목숨 구한 지주는 ‘빨갱이 사냥’
충남 아산군 영인면 신운리 하수홍의 사례

빨갱이로 몰려 죽은 아버지… 남겨진 가족은 뼈만 남았다
충남 아산군 민간인 학살 피해자 하상훈 가족이 살아온 이야기

“인민군에 부역” 허위 밀고에 독립운동가 집안 풍비박산
충남 아산군 탕정면 김주원 집안이 겪은 민간인 학살

‘청백리’ 아버지 뜻 이어 140억 장학재단 세운 아들
충남 아산군 탕정면 이한영과 아들 이상설의 한국전쟁

도망간 남편 대신 부인과 다섯 살 아이를 죽였다
충남 아산군 탕정면에서 벌어진 ‘대살’

제5장 해골광산

“군인들 눈이 빨개 흉측했다”… 1800명 죽어나간 ‘해골광산’
기자 강창덕과 최승호의 경산 코발트광산 진실규명 투쟁기

“3대 독자 남편이 총 맞아 죽었을 때가 내 나이 스물둘”
경산 코발트광산 학살 희생자 유족 이금순의 이야기

“우리는 이승만 정부가 만든 이산가족”
경산 코발트광산 학살 피해자 나윤상의 자녀 나정태·나점순의 상봉기

공개 총살 당한 남자의 허위진술에 학살 당한 아버지
경산 코발트광산 학살 피해자 손세종의 아들 손계홍의 파란만장 인생

‘죽음의 광산’, 그곳에서 살아 나온 사람들 216
경산 코발트광산에서 희생된 충북 영동군 보도연맹원들

제6장 유골가루

약재로 팔린 유골가루, 알고 보니 학살 피해자
민간인 희생자 진주 유족 이야기 1

태풍 지나가자 드러난 유해들, 참혹하게 뒤엉킨 죽음
민간인 희생자 진주 유족 이야기 2

남편과 친정아버지를 잃은 어머니, 그 기막힌 삶
민간인 희생자 진주 유족 이야기 3

한국전쟁 발발 후 독립운동가는 왜 학살 당했을까
김승일 전 조선대 음대학장의 아버지 명예회복 투쟁기

제7장 네이팜탄

월미도에 네이팜탄 쏟아부은 미군… 민간인에 기총소사까지
월미도 폭격 사건 피해자 이범기의 증언

내 고향 월미도, 언제쯤 돌아갈 수 있을까
인천상륙작전의 시작, 월미도 폭격 사건 그 후 72년

먹을 것 가지러 간 남편이 폭탄을 맞았다
월미도 폭격 희생자 정용구의 유족이 살아온 이야기

‘월미도 며느리’ 한인덕의 끝나지 않은 싸움
월미도 폭격 이후 쫓겨난 원주민들의 귀향 투쟁

제8장 변신

우익에서 좌익, 다시 우익으로… 한 살 아기까지 살해했다
경기도 김포군 고촌면 천등고개의 비극

구덩이에서 나온 신학생복과 묵주… 공산주의자로 몰려 죽은 선교사
경기도 김포군 고촌공소 송해붕의 죽음

이장을 했다는 이유로… 국군 수복 후 그들은 죽었다
경기도 김포군 양촌면 민간인 학살 피해자 유족 정봉운·최용선

두개골이 사라진 아버지의 시신… 기나긴 여정의 시작
경기도 김포군 하동 정씨 집성촌 정금모의 진실 찾기

‘빨갱이’를 쫓아다니는 ‘도둑고양이들’
신원조회와 감시로 평생 고통받은 김포유족회 회장 민경철

첫날밤의 불청객, 중앙정보부가 형님을 잡아갔다
38년 만에 무죄 선고받은 민경욱 간첩 사건

제9장 창고

도망간 아버지 대신 보초 선 아들, 군경 손에 목숨 잃다
경기도 여주군 민간인 학살 유족 김수영·김인식·김병옥 삼부자 이야기

아버지 갇힌 창고 앞에서 보초를 서야 했던 아들
경기도 여주군 대신면 후포리 사람들이 겪은 한국전쟁

국군에게 총 맞고 인민군에 치료받은 기구한 이야기
경기도 여주군 용은리 사람들의 전쟁 피해

4월 혁명에 참여한 엿장수, 신원조회·감시에 붙들린 삶
한국전쟁 때 어머니와 여동생 잃은 여정수의 인생역정

전쟁 때 가족을 잃은 이들의 생존법
경기도 여주군 차경자·재경 자매와 김규석·박수빈 부부

남몰래 우익인사 풀어준 인민위원장, 부역 혐의로 처형
경기도 화성군 태장면 최병기 일가가 겪은 한국전쟁
 

저자 소개

저 : 박만순
 
- 지은이 박만순은 2002년도에 창립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충북대책위원회> 운영위원장을 맡았다. 충북도내 마을조사, 문헌자료 수집 및 연구, 구술조사를 하고 있다. 2018년 현재 <충북역사문화연대>와 <사단법인 함께사는우리> 대표를 맡고 있다. - 6.25 당시 억울하게 희생된 이들의 아픔을 공유하기 위해 16년 동안 발품을 팔았다. 2007년도에는 청원군 1,054개 자연마을을 돌아다녔...
 

추천평

‘박만순의 기억전쟁’ 시리즈는 72년전 우리 가족과 이웃들의 삶의 터전을 파괴하였던 전쟁과 인권침해의 현장을 생생하게 기록한 것이다. 피해자와 유족들의 절절한 사연들이 이 책에 짙게 배어 있다.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기꺼이 고통을 함께 나누려고 하는 진정성이 희생자들을 그리워하는 유월의 찔레꽃보다 더 향기롭다.
- 정근식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

박만순의 장점은 사실에 충실하다는 점이다. 역사 문제를 다루는 작가들은 누구나 자신이 진실을 추구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자기의 관점에 맞춰 역사적 사실들을 재편집하기 쉽다. 박만순은 어떤 특정 사상이나 이론 혹은 편견에 빠지지 않고 명백한 진실만을 냉철하게, 그러나 따뜻하게 기록한다. 그의 주제의식은 인간애에 있지 관념적 명제에 매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고통스런 과거사임에도 박만순의 글을 읽으며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이유이다.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은 책이다.
- 안재성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