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폭력연구 (책소개)/1.국가폭력

골령골의 기억전쟁 (2020 박만순)- 대전형무소 민간인 학살 사건의 실상을 찾아서

동방박사님 2022. 10. 30.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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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발로 쓰고 가슴으로 다시 쓴, 또 하나의 ‘기억전쟁’

박만순 씨의 『골령골의 기억전쟁』이 출간됐다. 저자는 20여 년 동안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의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해 왔다. 2018년 충북지역 민간인 학살의 진상을 밝히는 책 『기억전쟁』을 출간한 바 있으며, 『골령골의 기억전쟁』은 그 두 번째 결실이다.

『골령골의 기억전쟁』은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사건 중에서도 ‘민간인 학살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대전형무소 재소자들에 대한 진실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당시 대전형무소는 전국 주요 정치·사상범의 집결지였다. 제주 4.3사건 관련자, 여순사건 관련자들 상당수가 이곳에 수감돼 있었고, ‘조선정판사 위조지폐 사건’으로 검거된 거물 정치인 이관술과 송언필도 이곳에 있었다. 한국전쟁 발발 직후 한 달여 동안 5000~7000여 명이 집단 학살됐다는 사실이 보도된바 있지만, 피해자 개인의 삶과 유족들의 삶까지 담긴 기록은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유형별로 피해자들의 자료를 수집하고, 50여 명의 유가족 및 사건 목격자들을 수소문해 찾아다니며 인터뷰했다.

목차

제1부 대전형무소 재소자/국민보도연맹원/부역 혐의자

제1장 대전형무소 재소자

감옥에서 땅 500평 기부한 독립운동가, 그의 비극적인 최후
―화폐 위조범으로 몰려 학살된 독립운동가 이관술

해방 전에 죽어야 독립운동가?… 포상 미루는 보훈처의 이상한 ‘기준’
―미결수 신분으로 학살…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 정상윤

마취도 없이 허벅지 살 잘라내 어머니에게 이식한 아들
―이념보다 뜨거웠던 임우영 집안의 가족애

새파란 젊은이가 상노인 뺨을…경찰보다 더했던 태극청년단
―국가폭력의 피해자, 이경종 집안 사람들

빨갱이 잡겠다며 14살 소녀 목에 총 겨눈 경찰
―공주경찰서에 끌려간 신석호 집안이 겪은 6.25

말 타고 땅 관리하던 땅부잣집은 왜 몰락했나
―충남 논산군 광석면 윤여병 씨 가족 이야기

손주뻘에게 매타작…집성촌에서 벌어진 광기 어린 소동
―청주시 미원면 김동수 집안의 비극

“허리 깊이까지”…형에게 동생 묏자리 파게 한 군인
―한국전쟁 시기 청년방위대원들의 악몽

“너는 붉은 씨앗”… 아이에게 평생 상처가 된 한마디
―『만다라』 작가 김성동 식구가 겪은 한국전쟁

한밤중에 경찰서를 습격한 아버지…남은 가족의 삶은
―신탄진지서 습격 사건과 갈밭리 사람들이 겪은 고통

총살된 건 맞지만 희생자는… 두 국가기관의 다른 결정
―진실화해위 ‘불법학살’ 결론이 법원에서 뒤집힌 한해수 사건

제2장 국민보도연맹원

서울대·연대·고대 돌며 ‘도둑강의’ 듣던 남자
―대전 산내 학살 유가족 허상균… 그에게 전쟁이 없었다면

수천 구 시신 속에서 남편 찾던 여성, 그녀의 마지막 소원
―북한군 따라 산내 학살 현장에 시신 수습하러 간 사연

“동생 안 내놓으면 니가 죽는다”… 공포의 서북청년회
―대전 산내에서 학살된 문문흥·문육봉 형제와 그 유족

‘빨갱이 가족’이라면 여성도 벗겨 폭행한 경찰
―강은모 가족의 비극

만삭의 몸으로 하루 종일 시신을…그날 골령골에서 있었던 일
―아버지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전순옥·선옥 자매의 삶

충남 최고의 권투선수가 인민위원장이 된 사연
―한국전쟁이 갈라놓은 삼형제

제3장 부역 혐의자

살인 누명 쓴 아버지… 62년 만에 진실 밝힌 딸
―전숙자의 ‘진실을 노래하라 1’

“날 보러 왔다 붙잡혀 학살당한 아버지…그래도 나는 살아 냈다”
―전숙자의 ‘진실을 노래하다 2’

어머니는 화병, 아버지는 끝내… 한 가족을 파괴한 판결
―산내에서 학살된 문상국 가족 이야기

“내 남편 돌려줘” 경찰서에 항의했다고 사형 당한 여성
―국가에 의해 부모 모두 잃은 송석윤의 눈물

“매일 밤 미군이 강도·강간”…그들이 대둔산에 올라간 이유
―한국전쟁 때 6명이 사망한 윤석중 가족

인민군 피해 땅굴에 숨어 살던 남자, 국군 총에 죽었다
―기관사 우종석의 짧았던 삶

제2부 4.3사건 관련자

아버지는 대전, 할아버지는 광주… 제주 사람들이 왜 거기서 죽었을까
―연좌제에 고통받았던 양성홍 씨 이야기

아버지 사망신고 위조한 아들, 그 배후엔 경찰이
―김명훈·김차수 부부의 4.3, 그리고 숨은 의인들

남편 죽은 줄도 모르고 30년 동안 무당 찾아다닌 부인
―4.3 유족 양남호 집안 이야기

“아버지뻘 노인 결박하고 턱수염 태워…그 뒤엔 무차별 학살”
―대전형무소에서 죽은 피해자와 그 유족들의 삶

“음식 찌꺼기 얻어먹으며”… ‘빨갱이 가족’으로 지목된 삶
―96세 양춘영과 아들 정문현이 살아온 길

아버지는 동쪽, 아들은 서쪽으로…생과 사가 갈렸다
―고영홍·고처옥 부자의 한라산 도주기

어머니뻘에게 반말…여성들 데려다 군사훈련 시킨 경찰
―제주 ‘입산자’ 가족들이 겪은 고통

몰살된 4형제…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영화 「지슬」 주연배우의 가족사

제3부 여순사건 관련자

빨갱이 삼촌 잡으려고 밤마다 보초 선 열세 살 조카
―1년 6개월간 대한청년단 수용소에 감금된 구례군 광의면 온당리 주민들

“사람 목을 잘라 죽창에”…소녀가 본 끔찍한 장면
―여순사건으로 복역하다 학살된 군인 박정환과 그의 가족 이야기

아들 면장 됐다고 춤췄는데… 두 달 후 무기징역 선고
―여순사건 후 산내에서 학살된 채금동과 그의 아들 채성묵의 삶

쌀 3가마 모자라 빨갱이로 몰린 낙지잡이배 선원
―반란군에 협조 혐의로 희생된 김운경과 그의 동생 김운택

열여섯 살에 제비뽑기로 끌려간 군대…난데없는 황천길
―여순사건 학살 사병 정기동과 그의 가족 이야기

흙 묻은 운동화 신었다고 사람을 끌고 가 죽이다니
―광양군청 산감 김형용의 연행과 처형

“아들 대신 나를 죽여라”…둘 다 쏴 죽인 경찰
―여순사건으로 세 명이 목숨 잃은 윤상수 가족

혼인신고도 못 하고 학살…남은 자식에겐 공부도 사치
―김상수의 ‘하류인생’

무슨 죄인지도 모른 채 생지옥으로 끌려간 남자
―여순사건 때 아버지를 잃은 유인수의 고단한 삶

6.25 때 죽은 남편, 제삿날이 세 번 바뀐 이유
―죄가 없어 당당했던 김태수 일가의 비극

제4부 적대세력에 의한 사건/가해자/기타 학살사건

제1장 적대세력에 의한 사건


‘의사 아들’이란 이유로 우물에서 학살된 남자
―충남 온양 용화리의 통곡

제2장 가해자

주저하는 부하 다리에 사격…3200명 학살하고 승승장구한 군인
―대전 산내 학살사건의 주범, 심용현을 다시 생각한다

제3장 기타 학살사건

부여 백마강에서 떠내려간 22구의 시신을 아시나요?
―부여에서 벌어진 예비검속과 부역 혐의 학살

가출, 구걸, 깡패, 검거…인생을 밑바닥으로 끌고 간 사연
―이중훈 부자가 겪은 국가폭력

빨갱이 구하려고 탄원서 돌린 우익들…이런 일도 있었다
―한국전쟁 때 신탄진에서 벌어진 ‘선행의 선순환’
 

저자 소개

저 : 박만순
 
- 지은이 박만순은 2002년도에 창립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충북대책위원회> 운영위원장을 맡았다. 충북도내 마을조사, 문헌자료 수집 및 연구, 구술조사를 하고 있다. 2018년 현재 <충북역사문화연대>와 <사단법인 함께사는우리> 대표를 맡고 있다. - 6.25 당시 억울하게 희생된 이들의 아픔을 공유하기 위해 16년 동안 발품을 팔았다. 2007년도에는 청원군 1,054개 자연마을을 돌아다녔...
 

출판사 리뷰

『골령골의 기억전쟁』은 죽은 사람들과 죽지 못해 살아온 유족들의 이야기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체포와 죽음으로 삶이 꺾여버린 피해자, '빨갱이 가족'이란 굴레를 쓰고 연좌제의 고통 속에 살아온 유족들의 삶과 천신만고 끝에 억울한 죽음을 규명하는 과정을 실감나게 재구성했다. 누군가의 아버지이고 삼촌이며 형이며 동생이었던 사람들. 그들은 왜 영문도 모르고 죽어야 했는지, 누가 죽였는지, 얼마나 죽였는지, 기억하고 질문하고 규명하지 않는다면, 불편하다는 이유로 그들의 목숨을 이대로 어둠 속에 방치한다면 우리는 이 비극으로부터 끝내 아무것도 배우지 못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간절하게 전하고 있다.

총성과 포성이 멎었다고 전쟁이 끝난 건 아니다. 아직도 분단은 현실이고, 현실은 안개 속 진흙탕이다. 진실을 규명하려는 노력은 갈등을 조장해 전쟁을 연장하려는 게 아니라 전쟁을 끝내려는 몸부림이다. 어떻게든 전쟁을 끝내고 싶어서, 진실에 가까이 가려는 것이다. 『골령골의 기억전쟁』은 학살 가해자를 밝혀내서 처벌하자는 게 아니라 피해자의 아픔을 공감함으로써 민족 공동체의 집단적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작업임을 일깨운다. 그래야 용서도 하고 화해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늦기 전에, 정말 늦기 전에 말이다. ‘기억하는 자만이 미래를 꿈꿀 수 있다’는 저자의 외침은 그런 면에서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 잊지 말아야 할 경구로 다가온다.

추천평

한국전쟁 발발초기 대전 충청지역은 전쟁 전시기를 통해 가장 많은 민간인이 학살당한 현장이었다. 특히 대전 산내 지역은 한국전쟁 최대의 민간인 학살의 참극이 발생한 장소였다. 이곳의 3000, 7000여 명 등으로 거론된 학살규모가 우리에게 주는 충격보다, 학살당한 한 사람 한사람의 비극적 삶과 남은 가족들의 사건 이후의 처절한 고난, 가해자들이 이후 대한민국에서 누린 권력과 부에 대해 더 큰 충격, 분노, 그리고 비애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박만순의 지난 수십 년 동안의 철저한 현장 조사와 자료수집, 그것에 기초한 지역사 정리는 한국전쟁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을 뛰어넘는 훌륭한 역사 재구성 작업이며, 숫자나 추상적 상황 설명으로만 그친 기존의 연구나 보고서에 색을 칠하고 생명을 불어넣은 작업이었다.
- 김동춘(성공회대 교수)

지난 20년 동안 그는 한국전쟁 중 충북지역 민간인 희생자들과 함께 ‘전쟁’을 치러 왔다. 충북 전역을 돌며 2000여 곳 마을에서 6000여 명의 유가족을 만나 피맺힌 사연을 들었고, 유해 매장지를 찾아 헤맸다. 2018년 펴낸 『기억전쟁』은 그 노력의 결과물이다. 이번엔 ‘감옥에서 끌려간 사람들’을 만났다. 1950년 대전 골령골에서 희생된 여순 항쟁, 제주 4.3 항쟁, 보도연맹 희생자 유가족을 두루 만나 응어리진 가슴 속 기억을 풀어 헤쳤다. 피해자들이 ‘말하게’ 한 자체로 전쟁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회복시키는 심리치료사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 셈이다. 그는 피해자들의 기억에서 역사의 진실을 찾아 꿰는 능력이 탁월하다. 과거와 현재의 얽히고설킨 이야기에서도 역사의 진실을 밝힐 작은 기억의 파편도 놓치지 않는다. 근현대사에 대한 전문성과 통찰력이 없으면 해낼 수 없는 일이다. 글쓰기에 앞서 증언을 분석, 추적하고 꼼꼼한 추가 조사와 보완을 반복한다. 이런 점에서 그의 글은 증언 채록을 넘어 새로운 역사 쓰기의 본보기라 할 만하다. 그의 글은 살아 숨 쉬듯 생생하다. 피해자의 기억과 언어는 물론 감정까지 살려 전달하고 있다. ‘발로 쓰고, 가슴으로 또 한 번 썼다’고 평가 받는 이유다. 전쟁에 대한 기억은 과거의 회상에 그쳐서는 안 된다. 성찰과 미래 세대에게 전하는 평화의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골령골의 기억전쟁』은, 과거 교과서에서 배운 승리와 영웅 중심의 전쟁의 기억을 인권과 평화 중심으로 재구성하는 데에 뚜렷한 이정표가 되리라 믿는다.
- 심규상(오마이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