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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합니다, 하느님을 사랑한 사람들 (2023)

동방박사님 2023. 11. 19.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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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행복합니다, 하느님을 사랑한 사람들』
심리학자 이나미가 만난 교회의 별들

융 심리학으로 탐구하는
삶의 자리


교회의 역사에 한 획을 남긴 성인들의 삶은 보는 이들에게 교훈과 감동을 준다. 범접할 수 없을 것 같아 보이기도 하는 삶이 가능했던 것은 그들이 지닌 ‘종교심宗敎心’에 기인한 것일지도 모른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삶의 인연 속에 얽힌 아픔과 기쁨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데 종교심宗敎心만큼 도움이 되는 이론은 없”기 때문이다.

정신 건강 의학과 전문의이자 융 분석 전문가인 이나미 박사는 성인과 현자들의 이야기를 분석 심리학적 관점으로 풀어내어 그들이 삶으로 증명한 메시지를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전해 준다. 신앙과 삶에 관한 깊은 묵상과 지혜에 더해 통렬한 자기반성과 현대 문명에 대한 회고回告는 위기의 시대를 사는 신앙인들이 ‘참자기’를 찾는 여정에 적극적으로 투신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줄 것 이다. 

목차

감수자의 말 교회의 별들과 함께 떠나는 내적 순례 여행의 가이드 4
머리말 어둠 속에서 교회의 별들을 만나며 10

제1부 사랑과 헌신의 삶

근현대 시대
역경을 딛고 사랑의 길을 발견한 작은 꽃 소화 데레사 성인 21
선으로 악을 이긴 아우슈비츠의 성자 막시밀리안 마리아 콜베 성인 28
용서와 포용의 덕으로 빛나는 마리아 고레티 성인과 그 가족 36
기꺼이 고행의 길을 걸은 사막의 은수자 샤를 드 푸코 성인 42
흔들림 없는 강인함과 겸손 루르드의 베르나데트 수비루 성인 48
죽음도 무릅쓴 사랑과 헌신의 성인들 몰로카이의 다미안 성인과 마리안느 성인 55
거룩함으로 억압을 이겨 낸 성인들 김효임 골룸바 성인과 김효주 아녜스 성인 62

고대와 중세 시대
자비와 치유의 성인 마르티노 데 포레스 성인 70
편견과 차별의 세상에 전하는 화해의 메시지 후안 디에고 성인 77
고통받는 이들의 수호성인 리드비나 성인 84
어머니의 모범 모니카 성인 90
베풂과 겸손의 미덕을 선물한 미라의 주교 니콜라오 성인 95
인종과 국경을 넘은 신앙과 희생 라우렌시오 루이즈 성인 100
일본에서 먼저 피어난 순교의 꽃 조선의 첫 가톨릭 신자들 107

제2부 지성과 영성의 삶

근현대 시대
과학과 신앙의 통합을 향해 나아간 테야르 드샤르댕 119
고통받는 인류의 역사에 동참한 에디트 슈타인 성인 127
고통 속으로 자신을 던진 시몬 베유 135
격변기에 교회의 중심을 잡은 레오 13세 교황 142
꿈을 삶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품어 안은 돈 보스코 성인 149
호연지기의 리더십 김대건 안드레아 성인 159

중세 후기와 근세 시대
고통 속에서 사랑의 불꽃을 피워 낸 십자가의 요한 성인 168
내적 체험을 외적 실천으로 확장해 간 로욜라의 이냐시오 성인 176
세상 속에서도 신앙의 신념과 원칙을 지켜 낸 토마스 모어 성인 185
중세 교회를 밝힌 따뜻한 인본주의자 로테르담의 에라스뮈스 192
공동체의 평화와 화해를 위한 삶 니콜라오 데 플뤼에 성인 198
진실하고 용감하게 사랑하라 시에나의 가타리나 성인 204

중세 중기 이전 시대
금욕 속에 피워 낸 세상을 향한 사랑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 211
광대한 학문적 성취를 넘어 하느님만으로 충분했던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 221
‘나’를 버리고 ‘하느님’과 하나 되는 신비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233
중세를 밝힌 신비로운 불꽃 빙엔의 힐데가르트 성인 241
겸손과 봉사로 하느님의 길을 찾은 대교황 그레고리오 성인 250
혼탁한 사회에서 정의를 지켜 낸 지혜 동방 정교회의 테오도라 성인 256
지성과 신앙으로 선과 악, 자유 의지를 탐구한 아우구스티노 성인 261

참고 문헌 269
 

저자 소개

저 : 이나미
 
정신 건강 의학과 전문의이자 뉴욕에서 수련을 끝낸 융 분석가입니다. 정신 의학사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종교 심리학 석사이기도 합니다. 현재 서울대학교 병원 공공 진료 센터와 시스템 의학과에서 진료와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인생이라는 멋진 거짓말』, 『그림책의 마음』, 『성경으로 배우는 심리학』, 『슬픔이 멈추는 시간』, 『괜찮아 열일곱 살』, 『당신은 나의 상처이며 자존심』 등 이십여 권의 책을 냈습니다. ...

책 속으로

이 책에서 서른세 항목에 걸쳐 전하는 성인聖人과 현자賢者들이야말로 그리스도교 2천여 년의 역사 속에서 우리 교회의 귀한 보물이라고 할 창조적 소수입니다. 이 책의 저자이자 정신 의학과 심층 심리학의 전문가인 이나미 선생님은 ‘지금 여기’의 세상을 위해, 특히 마음의 병이나 모듬살이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교회 역사 속 중요한 인물들을 균형 있게 선정하고 명철明哲하게 안내하고 있습니다.
---「감수자의 말, 4-5쪽」중에서

한편으로는 융의 심리학과 관련짓고 다른 한편으로는 ‘지금 여기’라는 삶의 자리를 의식하면서, 심신의 병고나 세상의 풍파로 힘들어하는 우리네 삶의 문제가 어떻게 존재론적 차원의 물음과 해답을 통해 근원적으로 풀릴 수 있는지, 성현들의 삶과 죽음이 어떻게 우리들에게 근본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설득력 있고 호소력 있게 전해 졌던 것입니다.
---「감수자의 말, 9쪽」중에서

분석 심리학의 대가 칼 융(Carl Jung, 1875-1961년)은 종교적 관점에서도 방대한 공부를 하여 많은 업적을 남겼습니다. 특히 인간이면 누구나 갖고 태어나는 심리적 행동 유형인 원형archetype을 이해하기 위해 종교에 대한 이해는 매우 긴요했습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삶의 인연 속에 얽힌 아픔과 기쁨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데 종교심宗敎心만큼 도움이 되는 이론은 없으니까요.
---「머리말, 11쪽」중에서

저는 융의 큰 그림과는 조금 다르게 구체적으로 교회사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일생과 그 사상을 좀 더 겸손하고 꼼꼼하게 들여다보아 종교적 심성이 개인의 삶을 어떻게 완성하는지, 또 그런 체험이 공동체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보려고 했습니다. 교회사 속 인물들 이 삶의 질문을 어떻게 풀어 나갔는지 배우고 생각하며 쓰다 보면, 저의 무지와 답답한 아집의 감옥으로부터 빠져나와 새로운 마음의 지평으로 향할 수 있을 것도 같았습니다.
---「머리말, 13쪽」중에서

우리와는 참 많이 달랐던 고결한 이들이 걸었던 삶의 궤적과 사상의 형성 과정을 찾아 감히 흉내라도 내 보려 한다면, 그저 막연해 보였던 ‘참자기 찾기’라는 고귀하면서 말로 설명하기 힘든 여정의 시작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머리말, 15쪽」중에서

제1부 사랑과 헌신의 삶

어쩌면 소화 데레사를 닮고 싶어 하는 이들이 지금도 어딘가에서 자신의 슬픔에 머물지 않고 신앙심을 깊게 해서 사랑을 나누려고 노력하고 있는지 모른다. 정신 의학에서는 이를 회복력resilience, 즉 고통에서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정신력의 차이로 설명하는데, 영성의 힘으로 고통을 의미 있는 행복으로 바꾼 데레사 성인이 정신적 치유의 궁극적인 모델이 되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소화 데레사 성인, 26쪽」중에서

콜베 신부는 죽음을 앞둔 극한 상황에서도 하느님의 신비스런 섭리를 믿고 사랑했기에 고결한 선택을 할 수 있었다. 그의 선택은 단순히 동정이나 세속적인 죄의식에서 비롯한 선행, 이데올로기에 휘둘린 영웅 심리로 자신을 희생한 것이 아니었다. 그의 죽음은 죄 없는 유대인 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나치라는 악의 화신에 사로잡힌 독일인들의 죄를 대신 보속한 것이었고, 더 나아가서는 평화 대신 전쟁을 선택해 스스로 악인이 되었고 모두를 악인으로 매도했던 인류 전체에 다시금 믿음과 희망을 보여 준 것이다.
---「막시밀리안 마리아 콜베 성인, 33-34쪽」중에서

고레티처럼 성모 마리아를 닮은 성인들을 역사에 품은 가톨릭을 ‘마리아교’라며 성모님에 대한 흠모와 사랑을 폄훼하는 개신교 신자들을 가끔 만난다. 하지만 정작 개신교의 교리가 여성적인 측면보다는 하느님의 남성적이고 논리적인 측면만 지나치게 강조했기 때문에 서구의 제국주의, 물질 지상주의, 마초적 가부장제의 폐해가 극에 달했던 것이라는 시각이 오히려 설득력이 있다. 최근 들어 미국과 서유럽에서는 가톨릭의 성모 마리아와 불교의 관세음보살 신앙이 갖고 있는 여성적 평화와 사랑의 상징들에 다시 관심을 기울이는 이들이 늘었다. 반면 주로 미국 남부의 보수적인 교리를 추종하는 한국 개신교 신자 중에는 여성성을 배제하는 도그마dogma적 믿음을 고수하는 이들도 일부 있다.
---「마리아 고레티 성인과 그 가족, 39쪽」중에서

오래전 일이지만,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서울이라는 공간에서 벌어 졌던 과거라 그 장면이 생생하게 재현되는 것 같아 끔찍하고 가슴이 아프다. 천주교를 믿는다고 누구를 해친 것도 아니고, 오히려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고 더 순수하고 선하게 살겠다는 힘없는 사람들을 당시 위정자들은 왜 그렇게 박해했던 것일까. 다만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순결을 지키며 남을 위한 봉사의 삶을 살고자 하는 꿈밖에 없던 힘없는 여성들을 왜 그토록 혹독하게 다루었을까?
---「김효임 골룸바 성인과 김효주 아녜스 성인, 64쪽」중에서

답답한 한일 관계뿐 아니라 국가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에 대한 질문은 임진왜란 당시 일본으로 끌려가 가톨릭으로 귀의해 그곳에서 고초를 겪은 우리 조상들에게까지 다다른다. 일본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영토를 늘리겠다는 애국심으로 고취된 당시 젊은이들이 훈장이나 사냥감처럼 조선인 포로들을 데려간 것이겠지만, 국토를 유린당하고 고향을 떠나야 했던 우리 조상들의 끔찍한 시간들을 상상해 보면 가슴이 아프다. 그것은 결국 20세기에 우리나라에서 다시 일어났던 일들이고, 지금도 지구촌 어딘가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피난민과 유민流民들에게도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다.
---「조선의 첫 가톨릭 신자들, 108쪽」중에서

제2부 지성과 영성의 삶

테야르 드샤르댕은 신앙과 과학을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대비하는 대신, 참으로 꼼꼼하고 성실하게 신학과 과학을 동시에 탐구했다는 점에서 21세기 융복합 시대에 빛을 발할 인물이라 하겠다. 다윈처럼 생물학에만 방점을 찍는 대신, 고생 인류를 비롯한 물리학, 수학, 문학, 철학 등을 다양하게 섭렵했고 다방면의 학자들과 교류했다. 또한 유럽 중심의 사고와 경험에 머물지 않고 몽골, 중국, 이집트와 기타 아프리카 국가들, 자바 등에 직접 가서 현장 중심의 학문을 지향했으며 철학적 깊이 역시 웅숭깊었다. 신학 이외의 분야까지 섭렵해서 다시금 자신의 신학 영역을 넓히고 통합하는 그의 인생 여정 자체가 어쩌면 진정한 의미의 성취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테야르 드샤르댕, 122쪽」중에서

뛰어난 학자들은 시몬 베유의 가치를 알아본 반면, 정치인들은 그 반대의 의견을 표명했다는 사실만 보아도 그가 우리에게 보여 준 가치의 지점이 어디에 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타락한 속세의 눈으로 보자면 시몬 베유는 실패했거나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지만, 진정한 삶의 가치를 추구하는 영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성인이자 훌륭한 철학자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 아닌가. 유대인이었지만 유대 전통에 충실하지 않았던 점을 들어 그를 반유대주의자라고 비난하기도 하고, 고통에 동참하기 위해 음식을 거부했음에도 그것을 거식증이었다고까지 폄하하는 이들은 끝내 사랑과 헌신의 마음을 결코 이해하지 못한 채 그를 왜곡하여 혐오의 대상으로 보는 것은 아닌지.
---「시몬 베유, 140쪽」중에서

최고 권력의 자리까지 올랐으니 왕의 권위에 도전하지 않고, 적절하게 타협하여 왕의 개인적인 잘못은 슬쩍 넘어가 주었다면 아마 가족과 더불어 행복하고 평화로운 노년을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참수형에 처할 줄 뻔히 알면서, 또 그 때문에 그가 정성을 다해 교육하고 돌보았던 자손들이 박해를 받게 될 것임을 예측하면서도 자신이 믿는 신념과 원칙을 버리지 않았다. 신앙인으로서 원칙을 지킨 이러한 삶이 20세기에 들어 결국 모어를 성인품에 오르게 만들었을 것이다. 또한 사회적으로도 법조인으로서의 원칙을 지켰던 토마스 모어와 같은 인물이 있었기에, 오늘날 영국은 왕정이 단절되지 않고 이어져 오고 있음에도 민주주의가 모범적으로 자리 잡아 그 전통이 명맥을 이어 오고 있는 것이 아닐까.
---「토마스 모어 성인, 189-190쪽」중에서

에라스뮈스가 주장했던 ‘개인’과 ‘자유 의지’ 등 근대정신의 핵심은 어쩌면 아직까지도 완성되지 못한 채 현대 사회에 여전히 중세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것 같다. 칼 융은 개인의 자기실현 과정에서 가장 큰 난관 중 하나를 집단 무의식collective unconsciousness이라고 했다. 집단 무의식은 집단의 콤플렉스 형태로 나타나서 인종주의, 차별, 혐오, 전쟁 등 다양한 폭력적인 사회 상황을 유발한다. 루터가 끝내 자유 의지를 부인한 것도 어찌 보면 당시의 집단 무의식의 힘에 함몰되었던 탓일지 모른다. 반면 책을 읽고 자유롭게 묵상하며 자신의 개성을 실현해 나갔던 에라스뮈스는 인문학적 성찰의 힘으로 집단 무의식이 만들어 내는 콤플렉스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던 것은 아니었을까. 기술은 현저하게 진보했지만, 정신의 성숙은 오히려 퇴보한 것처럼 보이는 현대인에게 에라스뮈스의 인본주의적 태도는 꼭 필요한 덕목인 것 같다.
---「로테르담의 에라스뮈스, 198-197쪽」중에서

심리학자 칼 융은 이런 힐데가르트 성인의 신비 체험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특히 ‘우주의 핵egg of the universe’으로 해석되는 성인의 그림으로 연금술 이론을 심리 분석 과정과 연결시켜 설명했다. 불교의 만다라 상징과 힐데가르트 성인의 그림이 개성화 과정의 상에 가장 근접해 보인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꽤 여러 지역을 다니며 강연도 하며 나름 유명세를 탔던 힐데가르트 성인이 후대 연금술사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예컨대 성인의 기록과 연금술의 경전들을 비교해 보면 동일하게 인간을 소우주microcosmos로 세계를 대우주macrocosmos로 묘사한다. 방탄소년단의 노래 중 ‘소우주Mikrokosmos’라는 제목의 노래가 있다. 혹시 힐데가르트 성인이 성가와 성극 등에서 인간을 소우주로 묘사한 것과 방탄소년단의 ‘각자의 방에서 빛나는 우리’라는 표현 사이에는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닐까?
---「빙엔의 힐데가르트 성인, 243쪽」중에서

평범한 사람도 그렇지만 특히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는 항상 긍정과 부정이 공존한다. 테오도라 역시 한편에서는 중세의 가장 지혜로운 정치가로, 한편에서는 천한 출신, 이단을 믿었던 여성, 반대편을 무자비하게 몰아낸 정치인으로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국가, 이데올로기, 종교, 가치관 등의 차이로 반목과 분열을 보이고 있는 21세기 세계의 상황은 어쩌면 동로마와 서로마, 귀족과 천민, 로마 시민과 이방인, 예수에 대한 신앙의 차이 등 극단적인 분열로 치달은 로마 제국의 분열기와 비슷하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칼 융은 극단적 대립이 통합되는 대극의 합일을 할 수 있어야 비로소 성숙한 인간이고 건강한 집단이 될 수 있다고 여러 번 강조했는데, 교리나 세계관의 차이가 정치적 반목이나 억압의 잘못된 도구로 쓰이지 않기를 소망해 본다.
---「테오도라 성인, 259-260쪽」중에서
 

출판사 리뷰

어둠 속에서 만난
교회의 별들


우리는 알지 못하는 무지의 상태를 흔히 ‘어둠’에 비유하기도 한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라는 문구는 문자 그대로 칠흑 같은 어둠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가야할 바를 모르는 경우에도 통용된다. 마찬가지의 이유로 우리는 ‘빛’을 지혜나 해결책의 상징으로 여기기도 한다. 만화적 상상력에서 좋은 생각이 떠올랐을 때 캐릭터의 머리 위에 떠오르는 불이 켜진 전구의 이미지를 기억해 보자. 어둠을 가르는 ‘한 줄기 빛’이 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이자 구원의 동아줄처럼 여겨지는 것은 비단 시각적 효과만은 아닐 것이다.

『행복합니다, 하느님을 사랑한 사람들』의 내용을 감수한 예수회 심백섭 신부는 ‘감수자의 말’에서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이렇게 정리했다. ‘교회의 별들과 함께 떠나는 내적 순례 여행의 가이드’ 이는 곧, 우리의 삶에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아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를 때, 그 무지의 어둠을 밝혀 줄 별빛들로 인해 우리 안의 신앙의 힘이 일깨워져 해답을 찾아낼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게 변화된 우리 내면의 힘은 마치 밤하늘의 북극성처럼 우리 각자의 삶에서 어두운 길을 헤쳐 나갈 수 있는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 준다.

‘데레사 효과’,
내 안의 보석 찾기


하버드대학교 의과 대학 연구팀은 마더 데레사 성인의 전기를 읽거나 그의 영상을 보기만 해도 인체의 면역력이 유의미하게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를 ‘데레사 효과’라고 명명했다. 즉, 존경받아 마땅한 성인의 삶을 관조하는 것만으로도 실제적인 좋은 영향을 준다는 의미이다. 심백섭 신부는 “그 데레사 효과와 같은 것을 저는 이 책을 감수하며 읽을 때 자주 실감한 것입니다.”라고 말하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물론 우리가 건강을 위해 책을 읽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그것은 빵 부스러기에 불과한 것입니다. 그냥 끌리듯이 교회의 역사 속 보물을 바라보는 눈은 뜻밖의 선물을 만난 듯 내 안의 보석으로 이끌립니다.” 이는 곧 이 책의 독자가 책을 읽으면서 만나는 성인들을 통해 자기만의 보석을 찾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임을 의미한다.

그 보석은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막연한 만족감일 수도 있지만, 이 책의 저자 이나미 박사가 융의 분석 심리학적 관점으로 재해석한 교회의 성인과 현자들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도 특별한 시도이며, 성현들의 이야기에서 우리가 사는 오늘의 모습을 어떻게 읽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함께 다루고 있기에, 이를 통해 세상을 사는 지혜까지도 얻을 수 있는 경험이기도 하다. 이는 융의 심리학적 분석으로 성현들을 이해하고, 이어 ‘지금 여기’ 삶의 자리를 인식하면서 그들의 삶과 죽음이 오늘 우리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알려 주는 풍성한 체험이다.

‘종교심’ 탐구에서
‘참자기 찾기’까지의 여정


심리학계의 두 거두 프로이트와 융의 가장 큰 차이 중의 하나는 종교와 종교심에 대한 관점이다. 프로이트가 종교와 종교심을 일종의 ‘병적 증상’으로 본 반면, 융은 종교심을 “인간의 원형적 특징으로 매우 중요한 본능”이며, “삶 저 너머에 있는 죽음을 인식하고 자신의 한계를 의식하는 종교심이야말로 인간과 타 생명체를 구별하는 인간 존재의 의식적 중심”으로 보았다. 융 심리학을 전공한 저자는 이에 따라 교회사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의 삶과 사상을 꼼꼼히 들어다보고, 개인의 삶과 공동체에 종교심이 미친 영향에 대해 분석한다. 그리고 그 분석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사회의 구성원인 우리 모두는 자기 자신과 공동체에 책임감을 갖고 더욱 성숙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힘을 보태야 한다고 역설力說한다.

범인凡人들의 삶에서는 자아를 찾아 떠난다는 사뭇 거창해 보이기도 하는 수사가 때로는 그 자체로 부담으로 다가온다. ‘자아 혹은 자기를 찾는 법’이 구체적으로 특정된 무엇이 있는 것은 아니기에, 우리는 다양한 방법으로 탐색을 시도한다. 색다른 취미를 찾거나,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저자는 교회사의 중요 인물인 성인과 현자들의 삶을 톺아보며, 그들의 삶을 묵상하는 것이 최선의 치유책이자 길잡이라고 제안하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우리와는 참 많이 달랐던 고결한 이들이 걸었던 삶의 궤적과 사상의 형성 과정을 찾아 감히 흉내라도 내 보려 한다면, 그저 막연해 보였던 ‘참자기 찾기’라는 고귀하면서 말로 설명하기 힘든 여정의 시작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성현의 삶을 보고
내 삶의 여백을 채운다


『행복합니다, 하느님을 사랑한 사람들』은 성현들의 삶을 톺아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들이 태어나 자라는 과정에서 맞닥트린 선택과 그 선택에 따른 결과를 보는 것은 후세를 살면서 그들의 삶에서 교훈을 얻으려는 이들이 가진 특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선으로 악을 이긴 아우슈비츠의 성자’ 막시밀리안 마리아 콜베 성인의 이야기(28-35쪽)를 사례로 들어 보자. 성인은 1894년 가난하지만 가톨릭 신앙이 깊은 집안에서 태어났다. 특히 어머니와의 유대가 남달랐는데, 이는 성인이 이후에 갖게 될 성모 신심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저자는 분석한다. 콜베 성인은 특유의 명민함으로 학업에서도 뛰어난 성취를 거두었다. 이는 가난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걸어간 이들에게서 공통으로 볼 수 있는 자기 극복의 과정으로 보인다. 반反교회 단체들의 폭거와 공산주의의 출현으로 위기에 처한 교회를 보면서 성인은 “세상의 악과 반교회 세력들을 원죄 없으신 성모님의 전구를 통해 회개로 이끌기 위해” ‘성모 기사회’를 조직했다. 그들은 무기 대신 순종과 겸손의 삶으로 세상에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평화를 위한 성인의 노력은 제2차 세계 대전이라는 전쟁의 업화에 직면해 위기에 처하고 만다. 유대인도 아니었고, 독일인 아버지를 둔 폴란드인으로 마음먹기에 따라 전쟁을 피해 제3국으로 도피할 수 있었음에도 성인은 독일에 남아 유대인을 수도원에 숨겨 주고 탈출을 도왔으며, 그들을 위해 라디오 방송으로 정보를 전달했다. “철학 박사이자 신학 박사였지만 상아탑 속에 안주하지 않고 대중 매체를 통해 정의롭지 않은 사회에 적극적으로 바른 목소리를 냈던 것이다.” 성인의 선택은 이와 같았다. 그렇게 정의를 위해 헌신하던 성인은 결국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갔고, 그곳에서 다른 이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 선택을 한다.

콜베 성인의 숭고한 삶을 그대로 따라 살기란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삶에 있어 마주한 갈림길에서 성인의 선택을 보고, 이해하며, 그 궤를 흉내 내 보려는 노력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한 과정을 거쳐 우리 각자의 삶도 집착을 버리고, 지금보다 더 성장하여, 예수님을 닮은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저자인 이나미 박사는 콜베 성인의 삶이 오늘의 우리에게 주는 영향에 대해 이렇게 서술하며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콜베 신부의 태도는 작은 자아, 내 집단, 내 것에만 사로잡혀 오로지 자신의 소망, 성취욕, 성공, 애정 욕구, 건강 등을 하느님처럼 섬기며 붙잡고 사는 21세기 우리와는 참 많이 달라 보인다. 가장 낮고, 힘없고, 외로우며, 고통받는 이들과 항상 함께하시고 마침내 그 안에 현존하시는 하느님의 뜻을 모르는 이들에게 고통스런 고문과 아사에 이르는 마지막을 선택한 콜베 신부의 결정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콜베 신부는 자아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예수님의 죽음을 닮는imago Dei 선택을 해서 마침내 하느님과 일체가 되려는 큰 자기를 지향함으로써 진정한 자기실현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보여 준, 이 시대 우리 마음에 여전히 살아 있는 성인이다. (3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