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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이 사랑한 사람들 - 누가 빅토리아 시대를 만들었나 (2023)

동방박사님 2023. 12. 16.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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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가장 권위 있고 가장 로맨틱한
빅토리아 여왕 전기!

영국 역사상 제일 위대한 여왕 빅토리아,
전기문학의 거장이 유쾌하게 되살려낸
사랑스러운 여왕과 그의 시대를 만든 사람들

제임스 테이트 블랙 메모리얼상 수상작

리턴 스트레이치 이후로 전기문학은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됐다. _『가디언』

감옥에서 스트레이치의 전기를 읽다가 너무 크게 웃는 바람에 간수에게 경고를 받았다.
_버트런드 러셀

여왕의 어머니 켄트 공작부인, 가정교사 레첸, 남편인 앨버트 공, 정치적 숙적 혹은 동반자였던 멜버른과 파머스턴, 디즈레일리. 여왕과 여왕이 사랑하고 증오했던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정치 드라마가 전기문학의 대가 리턴 스트레이치의 필치로 부활한다.

꾸며진 위인을 거부하는 사실주의적 전기의 창시자인 스트레이치가 재창조한 빅토리아 여왕은 고집불통에 때로는 멍청하고, 지나치게 감정적인 데다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이 모든 점을 관통하는 진실성은 빅토리아 여왕이 왜 그렇게 영국 국민에게 사랑받았는지 증명한다. 이것은 여왕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여왕을 사랑하게끔 만드는 이야기다.

목차

1 왕위 계승 배경
2 어린 시절
3 멜버른 경
4 결혼 생활
5 파머스턴 경
6 여왕 부군의 말년
7 미망인 시절
8 글래드스턴과 베컨즈필드 경
9 노년
10 결말


참고문헌

저자 소개

영국의 전기작가이자 비평가. 전기문학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받는다. 인물에 대한 압축적이고 날카로운 묘사와 유머러스한 필치로 명성을 얻어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케임브리지대학 트리니티칼리지에서 수학했고 버지니아 울프, 존 케인스, E. M. 포스터 등과 함께 20세기 초 런던의 지식인 모임인 블룸즈버리 그룹에서 활동했다. 『프랑스 문학의 이정표Landmarks in French Literature』로 문단에...
 
역 : 김윤경
한국외국어대학교 인도어과를 졸업한 후 영상을 번역하며 여러 편의 영화를 우리말로 옮겼다. 주관심사는 역사와 인문, 소설이며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춤추는 식물』 『마이클 부스의 유럽육로여행기』 『적색 수배령』 『돌아온 희생자들』 『감정의 식탁』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점과 선: 기초수학에 담긴 사랑 이야기』 등이 있다.

책 속으로

국민은 여왕이 실제로 자신들과 아주 비슷하다고 느꼈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빅토리아의 거부할 수 없는 진실성을 느끼고 거기에 반응했다. 이는 실제로 아주 사랑스러운 특징이었다.
--- p.373

여왕이 긴 무명 생활에서 벗어나 일순간 모습을 드러냈을 때, 그 인상은 깊고 즉각적이었다. 첫 어전회의에 참석한 내각 대신들은 여왕의 태도에 놀라움과 감탄을 금치 못했다. (…) 대중은 몹시 열광했다. 감상과 낭만이 유행하기 시작했고, 순진하고 겸손하며 금발에 뺨이 발그레한 어린 여왕이 마차를 타고 수도를 지나가는 광경은 구경꾼의 가슴을 애정 어린 충성심의 환희로 물들였다.
--- p.73

여왕의 눈이 아무리 참담해도 입보다는 덜했다. 작고 툭 튀어나온 치아와 작고 후퇴한 턱에 고인 아집은 그 어떤 강인한 턱이 예고하는 것보다 더한 낭패감을 주었다. 그것은 쉽게 동요하지 않고 불가해하며 우둔한 아집, 다시 말해 옹고집과 위험할 정도로 흡사한 아집이었다. 군주의 옹고집은 일반인과 차원이 다른 법이다.
--- p.106

어느 날, 화가 난 앨버트가 방문을 걸어 잠그고 나오지 않자 못지않게 화가 난 여왕이 문을 두드리며 들어가게 해달라고 했다. “누구시오?” 그가 물었다. “영국 여왕입니다.” 하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고 여왕은 다시 문을 쾅쾅 두드렸다. 동일한 질문과 대답이 수차례 반복되었다. 그러다 마침내 침묵이 흐르고, 다시 문을 가볍게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누구시오?” 앨버트가 끈질기게 물었다. 이번에는 다른 대답이 돌아왔다. “당신 부인이에요, 앨버트.” 그러자 즉시 문이 열렸다
--- p.151

당시 사람들 사이에서 그녀는 새로운 시대의 화신이자 살아 있는 정점이었다. 18세기의 마지막 잔재는 사라졌다. 냉소주의와 미묘함은 가루가 되어 흩어졌고 대신 의무와 근면, 도덕, 가정이 승리를 거두었다. 심지어 한낱 의자와 탁자조차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순응력으로 단정하고 견고한 형태를 띠었다. 빅토리아 시대가 한껏 꽃을 피웠다.
--- p.179

이 시대가 낳은 모든 개혁 중 가장 중요한 개혁이라 할 수 있는 여성 해방을 여성 군주인 그녀가 지지했을 것이라고 가정할 수 있겠지만, 정반대로 그녀는 이 말만 들어도 머리에 피가 쏠렸다. (…) “짐은 말을 하고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을 전부 동원해, 불쌍하고 허약한 여성이 여자다운 감정과 예절의 의미를 완전히 잊고 힘을 쏟고 있는 이 ‘여성의 권리’라는 사악하고 터무니없는 주장과 그에 수반되는 모든 공포를 저지하고 싶어 미칠 지경이오.”
--- p.306

이보다 은밀하고 못지않게 신성한 또 다른 사당이 존재했는데, 바로 앨버트가 윈저성에서 쓰던 스위트룸이었다. (…) 이곳의 모든 것은 앨버트 공이 임종할 당시 그대로 유지되었고, 빅토리아는 마치 남편이 아직 살아 있는 것처럼 매일 저녁 그의 옷을 침대에 새로 놓고 대야에 물을 준비시키는 등 이해하기 힘든 집착을 보였다. 이 믿기 힘든 의식은 거의 40년간 어김없이 수행되었다.
--- p.362

장수는 국민의 인기를 얻는 데 거의 없어서는 안 될 자질이었는데, 그녀는 영국 민족의 가장 훌륭한 특성 중 하나인 끈질긴 생명력을 몸소 증명했다. 그녀는 60년간 나라를 통치하면서도 쉬지 않고 일했다. 게다가 품성이 고결했다. 그녀의 천성은 골자가 확연히 들여다보였고 심지어 왕좌를 감싸고 있는 안개 속에서도 분명히 드러났다. 여왕의 친숙한 모습은 별 어려움 없이 대중의 상상 속에 확실히 각인되었다.
--- p.379
 

출판사 리뷰

20세기의 거장이 다시 쓴
19세기의 아이콘 빅토리아 여왕


영국의 한 시대를 대변하는 불굴의 아이콘 빅토리아 여왕을 전기문학의 거장 리턴 스트레이치(Lytton strachey)의 글로 만나본다. 리턴 스트레이치는 전기문학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거장으로 찬양 일색의 전기를 거부하고 그간 부각되지 않았던 역사적 인물의 새로운 면모를 발굴해냈다. 그가 부활시킨 여왕은 거대한 영연방을 호령하던 군주, ‘태양이 지지 않는 나라’ 영국 그 자체였던 인물과는 거리가 멀다. 역사적 대변혁의 중심에 있었으나 그 자신은 매우 보수적이었고, 여제라는 칭호까지 얻고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으로 존경받았으면서도 사실은 권력이 매우 빈약했으며, 왕좌에 앉아 근엄한 표정을 짓기보다는 시시때때로 종종거리고 감정을 폭발시켰다. 또한 여성 참정권이라는 굉장히 혁명적인 화두가 떠오른 시대의 ‘여성’ 군주였으나 여성들의 새로운 목소리를 혐오했고 스스로 평생 여인이길 자처했다.

그렇다면 빅토리아 여왕을 여왕이도록 만든 것은 무엇인가? 스트레이치는 이를 밝히기 위해 여왕과 여왕이 열렬히 사랑하고 혹은 지독히 증오했던 일곱 명의 인물을 불러낸다. 이들은 여왕의 어머니 켄트 공작부인, 가정교사 레첸, 남편 앨버트 공, 그리고 정치적 동반자 혹은 숙적이었던 멜버른, 파머스턴, 글래드스턴, 베컨즈필드 경이다. 켄트 공작부인과 레첸은 공주 시절 왕의 후계자로서 빅토리아의 제왕적 가치관을 형성했고, 앨버트 공은 밤새워 춤추기를 즐기던 빅토리아를 책상과 독서등, 서류 더미 앞으로 불러냈으며, 멜버른, 파머스턴, 글래드스턴, 베컨즈필드는 고집불통에 제 멋대로인 여왕과 때로 힘 겨루기를 하고 때로는 힘을 합치며 국가적 난관을 돌파해냈다. 이들이 공적으로, 또 사적으로 여왕과 맺은 은밀하고 절절한 관계가 역사, 정치, 로맨스의 장르를 넘나들며 펼쳐지고, 이들은 결국 빅토리아 자신과 함께 영국 국민이 사랑해 마지않은 ‘빅토리아 여왕’을 만들어내고 결국에는 ‘빅토리아 시대’라고 불리게 된 시대를 일구어내는 데 이른다.

하지만 빅토리아가 단순히 만들어진 여왕이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스트레이치는 한편에서 빅토리아 여왕의 ‘진실성’을 조명한다. 어린 시절 유별날 정도로 정직한 아이였던 빅토리아는 죽을 때까지 그 진실성을 간직했으며, 언제나 자신의 감정을 가족과 정치인, 국민 앞에 숨김없이 드러냈다. 그런 면에서 빅토리아는 아주 보기 어려운 정치인, 나아가 드문 미덕을 지닌 인간이었다. 빅토리아의 사랑도, 증오도, 애달픔도, 그리고 군주로서의 자부와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고집까지도 모두에게 낱낱이 드러났으며, 이는 재위 기간 몇 번이나 위기와 갈등을 불러왔으면서도 결국 대중이 그녀에게 공감하고 그녀를 깊이 사랑하게 했다. 스트레이치의 가감 없는 서술로 여왕의 우스꽝스러운 면모와 한계점, 즉 툭 튀어나온 입과 거기에 고인 아집, 군주답지 않게 촐싹거리는 걸음걸이와 지나치게 감정적인 태도, 뛰어나지 않은 지적 능력과 제국주의적인 사고방식 등이 나열되는데도 불구하고, 그의 글 속에서 우리는 영국이 왜 그렇게 빅토리아 여왕을 사랑하고 존경했는지 이해하게 된다.

새로운 역사적 글쓰기―
‘리턴 스트레이치’라는 이름


『여왕이 사랑한 사람들』의 저자 리턴 스트레이치는 19세기 말에 태어나 20세기 초의 런던을 거닐며 버지니아 울프, E. M. 포스터, 존 케인스 등과 철학, 예술을 논했고, 이들은 런던의 지식인 모임 ‘블룸즈버리 그룹’을 결성하며 이후 예술과 학문에 빼놓을 수 없는 영향을 끼쳤다. 스트레이치 또한 20세기 전반의 새로운 예술사적 흐름 속에서 자신만의 전기(傳記) 스타일을 창조하며 이후 전기문학의 향방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가디언』에서는 “리턴 스트레이치 이후로 전기문학은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됐다”는 말로 그를 평하기도 했다.

스트레이치는 훌륭한 인물의 업적을 시간순으로 나열하는 위인전식의 전기 대신 인물 심리에 대한 통찰과 연민이 돋보이는 압축적이면서도 대단히 신랄하고 유머러스한 전기를 창조했다. 결과적으로 스트레이치의 전기 속 인물들은 이전과 다르게 빛과 그림자가 뚜렷한 입체적이고 현실적인 모습을 띠게 되었다. 또한 스트레이치 특유의 유머가 글 전반에 스며 있어 버트런드 러셀은 “감옥에서 스트레이치의 전기를 읽다가 너무 크게 웃는 바람에 간수에게 경고를 받았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역설, 아이러니, 과장 등이 버무려진 스트레이치의 전기 서술은 지금의 관점으로 보아도 파격적이며, 역사적 진실과 소설적 상상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벌이는 듯 보인다. 전기문학, 더 광범위하게는 역사적 글쓰기의 규범을 가볍게 비웃고 불손함을 거름 삼고 위트를 벗 삼아 써 내려간 그의 익살스러운 작법은 지금의 우리에게도 신선한 즐거움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