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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의 역사 - 비너스, 미와 사랑 그리고 욕망으로 세상을 지배하다 (2023)

동방박사님 2024. 1. 2.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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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인간은 왜 여신을 원하는가?
비너스의 역사로 보는 인간 욕망의 일대기


- 아프로디테 신전에서 이루어진 충격적인 매춘 행위
- 플라톤이 극찬한 그리스 여류 시인 사포는 아프로디테의 사제였다?
- 클레오파트라 7세는 왜 비너스처럼 꾸몄을까?
- 보티첼리의 그림 [비너스와 마르스]에 숨겨진 정치적 의도
- 전능한 신이었던 비너스는 언제부터 벌거벗은 여인이 되었을까?

역사가 기록되기 전부터 인간은 여신을 원하고, 상상해내고, 사랑했다. 여신은 생존이 위협받았던 선사시대에는 생명과 다산의 상징으로, 학문이 발달한 고대 그리스에서는 신화 속 미와 사랑의 화신으로 나타났다. 로마인들에게 비너스는 사상과 정치의 핵심이었고, 르네상스 시대 인문주의자들에게는 영감을 주는 뮤즈였다. 때로는 전능한 신이었으며, 때로는 여성을 억압하는 도구가 되었던 비너스는 이름과 형태만 바뀐 채로 재탄생해 오늘날까지 우리를 매혹하고 있다. 여신은 미와 사랑, 섹스, 전쟁, 폭력 등 인간이 욕망을 투영하는 대상이었다. 따라서 여신의 역사는 곧 인간 욕망의 역사다.

저자는 수십 년간 여신의 자취를 따라 그리스 신전과 중동의 발굴터, 폼페이의 가정집 등 수많은 유적지를 직접 찾고 조사했다. 그렇게 얻은 생생한 역사적 기록을 이 책에 담았다. 현장감과 생동감이 넘치는 묘사 덕분에 책을 읽으며 역사 기행을 하는 듯한 설렘을 느낄 수 있다. 저자는 신화를 비롯한 고대 문헌과 예술, 고고학 연구와 철학적 사유를 촘촘히 엮어 비너스 뒤에 감춰진 진실을 파헤친다. 그 여정을 함께한다면 인간을 움직이는 욕망의 비밀을 깨닫게 될 것이다.

목차

프롤로그 5

1. 여신의 탄생: 인류의 욕망이 수면 위로 드러나다 11
2. 성애와 전쟁의 여신: 사랑과 파괴의 욕망을 관장하는 무시무시한 힘 23
3. 파티 퀸: 생기 넘치고 관능적인 아프로디테 숭배의 현장 45
4. 매춘하는 여신, 매춘하는 여성: 만물을 뒤섞는 여신의 본성 61
5. 타 아프로디시아: 성을 바꾸다 83
6. 마니코스 에로스: 광기 어린 사랑 93
7. 비너스와 무한한 제국: 로마 세계관의 중심에는 늘 비너스가 있었다 113
8. 동양의 여왕: 클레오파트라가 탐낸 여신의 권력 127
9. 중세의 비너스: 성모 마리아의 모습으로 살아남다 141
10. 르네상스를 빛낸 비너스: 인문주의자들의 뮤즈가 되다 161
11. 흥행 보증수표가 된 비너스: 전능한 신에서 억압의 상징으로 전락하다 175
12. 아주 현대적인 여신: 우리는 왜 비너스를 기억하는가 197

에필로그 211
감사의 글 219
참고문헌 222
도판 출처 229
 

저자 소개

저 : 베터니 휴즈 (Bettany Hughes)
 
역사학자이자 저술가, 방송인으로 지난 25년간 대중에게 역사를 알리는 데 힘썼다. 고대 및 중세사와 문화를 전문 분야로 옥스퍼드대학교와 케임브리지대학교, 코넬대학교 등 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했으며, 현재 킹스칼리지 런던의 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그녀의 저서는 평단의 찬사와 세계적인 성공을 거머쥐었다. 헬레네에 관한 역사서 《트로이의 헬레네(Helen of Troy)》는 10개국에서 출간되었으며, 소크라...

역 : 성소희

 
서울대학교에서 미학과 서어서문학을 공부했다. 글밥아카데미 수료 후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고전 추리 범죄소설 100선』, 『여름날 바다에서』, 『키다리 아저씨』, 『베르토를 찾아서』, 『하버드논리학 수업』, 『미래를 위한 지구 한 바퀴』, 『알렉산더 맥퀸: 광기와 매혹』, 『이디스 워튼의 환상 이야기』, 『코코 샤넬: 세기의 아이콘』 등이 있으며, 철학 잡지 [뉴 필로소퍼]...

책 속으로

때 이른 죽음을 맞이할 가능성이 매우 컸던 시대, 원래 ‘생명의 순환’을 상징했던 여신들은 죽을 운명을 예고하는 존재가 되었다. 이처럼 전쟁과 열정의 난폭함이 여성의 모습으로 표현되자 중동 전역에는 전쟁과 성욕을 관장하는 혈기 왕성하고 음탕한 여신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들은 수메르에서는 이난나라는 이름으로, 아카드와 바빌로니아에서는 이슈타르(Ishtar)로, 페니키아에서는 아스타르테(Astarte)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이런 여신들은 갓 세워진 도시에서 특히나 열렬히 숭배받았다. 이난나를 모시는 지성소는 바빌로니아의 수도 바빌론에만 180군데 넘게 있었다. 《길가메시 서사시》를 보면,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도심 속 이슈타르 사원은 경배의 장소일 뿐만 아니라 상품이 거래되고 사상과 지식이 오가는 곳이었다.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 아멘호테프 3세는 병에 걸리자 아시리아의 수도 니네베(오늘날의 이라크 모술)에 있는 이난나 사원에서 여신상을 꺼내 룩소르의 나일강 강둑으로 가져와달라고 요청했다. 파라오는 흉포한 여신의 힘으로 목숨을 구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 것이다.
--- p.28

확실히 이 여신들은 마음을 달래주는 편안한 존재가 아니었다. 통제와 피, 공포, 지배, 황홀감, 정의, 아드레날린, 희열을 향한 열망은 전쟁을 일으키거나 성행위로 이어지기도 하며, 세상을 뒤흔들고 바꿀 수 있다. 호메로스 시대부터 줄곧 작가들은 군사 침공을 가리키는 말과 성기 삽입을 표현하는 말을 하나로 생각해왔다. 호메로스 시대 그리스에서 ‘미그뉘미’는 군사 침략과 성기 삽입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다 가지고 있었다. 고대 세계에서 에로스(사랑과 열정, 욕망)는 에리스(분쟁, 불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였다.

격렬한 열정의 여신들을 향한 숭배가 고대 사회에 널리 퍼져 있었던 것으로 보아 고대인들은 욕망이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음을 이미 알아차렸던 것 같다. 아프로디테의 조상들은 이러한 깨달음의 화신이었다. 고대 문명의 여러 이야기들을 보면 아프로디테의 조상들은 아주 아름다운 존재였지만, 빛과 어둠을 함께 지닌 살벌하고 끔찍한 신이었다. 아프로디테와 비너스는 공포를 주는 여신들의 후손인 것이다.
--- p.33

하지만 아프로디테는 선사시대의 기원이 암시하듯이 단순한 사랑의 여신을 넘어선 훨씬 더 강력한 ‘믹시스’의 화신이었다. 고대 그리스인은 믹시스가 만물을 융합하는 촉매라고 믿었다. 그들은 믹시스가 세상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있어 친분과 성교, 관계와 연결, 협력을 장려한다(때로는 강제한다)고 믿었다. 아프로디테는 인간, 다시 말해 마을과 도시, 국가에서 함께 모여살기로 선택한 생명체를 언제나 눈여겨보았다. 여성과 남성이 육체적으로, 문화적으로, 감정적으로 어울리도록 권장한 이가 바로 아프로디테였다. 크고 작은 경계를 넘어서 관계를 맺도록 인간을 자극한 이가 아프로디테였다. 아프로디테는 인간을 사회적 존재로 만들었고, 시민 공동체의 화합을 격려했다. 아프로디테의 관심사는 뜨거운 본능에 충실한 디오니소스 같기도 했으나, 한편으로는 고상하고 온화한 아폴론과 비슷했다. 극작가부터 철학자까지 고대의 저술가들은 인간을 하나로 묶고 공동체를 장려하는 아프로디테의 힘이 우주에서 가장 강력하며 다른 신들의 힘을 뛰어넘는다고 주장했다.
--- p.66~67

아프로디테가 바다와 성애 모두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그녀가 항구 도시의 여신이며 또한 매춘부의 여신이었다는 것이 별로 놀랍지 않다. 고대 그리스?로마의 문헌에는 정말 사람들이 아프로디테를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의 수호성인으로 여겼다는 내용이 나온다. 로마 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고대 로마 초기의 문인 엔니우스가 남긴 글이 그 예다. 그리스 문학에 깊은 관심을 보였던 엔니우스는 고대 그리스의 유헤메로스가 지은 작품을 번역하면서 비너스는 원래 매춘을 처음 고안해낸 여성이었으나 나중에 여신으로 숭배받게 된 것이라고 단언했다.
--- p.72~73

로마인들은 카르타고와 혹독했던 포에니전쟁을 치르는 동안, 아프로디테의 동양 출신 할머니이자 북아프리카 여신인 아스타르테를 카르타고의 비너스라고 믿었다. 그래서 시칠리아 에리체산에 있는 카르타고인 정착지에서 여신상을 빼앗아 로마로 가져갔다. 이 동양 출신 비너스를 모시는 사원이 로마의 카피톨리노 언덕에 들어섰다. 비너스가 어떤 모습이든, 토착 여신이든 외국 여신이든, 로마인은 이 여신의 군사력과 전쟁을 일으키는 충동을 제 것으로 만들고 싶어 했다. 아프로디테가 다스리던 땅을 식민지로 삼는 일은 로마가 세계 정복 계획을 따라 의도적으로 먼저 수행한 과업이었다. 그리고 비너스는 정말 로마의 정복 과정에서 강력한 협력자가 되어주었다.
--- p.118

하지만 4천 년이나 된 여신을 하룻밤에 폐위시키기란 어려운 법이다. 아프로디테는 파멸하지 않았다. 그저 다시 한번 모습을 바꾸었을 뿐이다. 아스타르테에서 아프로디테 그리고 비너스가 되기까지 이 여신은 4천 년 동안 끈질기게 생명을 이어갔다. 이 불굴의 생명력을 보면, 사람들은 초자연 세계의 중재자로서 자극과 위안을 주는 강력하고 연민 어린 여성을 언제나 원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아프로디테는 기독교 풍토 속에서 종교 혁명을 거치고도 목숨을 잃지 않았다. 이번에는 아프로디테가 다름 아닌 동정녀 마리아의 외피를 두르고 재탄생했다.
--- p.150

셰익스피어가 처음으로 출간한 작품은 선정적이고 통속적인 이야기 시 《비너스와 아도니스(Venus and Adonis)》다. 이 시는 1593년에 발표된 후 몇 년 안에 무려 여섯 번이나 재판되었는데, 꽤 체제전복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1592년에 전염병이 돌면서 런던의 극장들이 문을 닫자 셰익스피어는 돈을 벌어야 한다는 필사적인 심정으로 이 작품을 썼을 것이다). 셰익스피어는 이 작품에서 성욕에 대비되는 사랑의 정신적 영향을 다루면서도, 수심 가득한 아도니스를 쫓아다니다가 마침내 손아귀에 넣는 비너스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작품 속 비너스는 박력 넘치고, 온몸으로 땀을 흘리고, 성행위를 주도하는 지배자다. ‘상사병에 걸린 비너스’는 욕망에 사로잡힌 여자다. 어쩌면 셰익스피어는 비너스를 이렇게 묘사하며 남자가 지배하는 세상 속 홀로 두드러지는 여성 통치자, 당대 영국을 다스렸던 나이 든 엘리자베스 1세를 교묘하게 비꼰 것일지도 모른다.
--- p.177~178

아프로디테-비너스는 동양 문화에서나 서양 문화에서나 관념이자 이미지로서 우리 일상에 존재한다. 이 여신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아주 쉽게 변하는 문화적 요소다. 우리는 최음제나 에로티시즘, 강렬한 소유욕, 화장품, 음란함을 이야기할 때 아프로디테를 기억한다. 그렇지 않기를 바라지만 성병을 이야기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최근 아프로디테는 다시 한번 선사시대처럼 여성의 섹슈얼리티가 가진 힘과 잠재력을 고취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아프로디테는 여전히 불멸의 존재인 듯하다.
--- p.209

출판사 리뷰

인류가 만든 욕망의 집합체, 비너스
여신의 역사는 곧 인간의 역사다!


흔히 비너스 하면 벌거벗은 여인 이미지나 그리스 로마 신화를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비너스는 최초로 문명이 탄생한 때부터 지금까지 인류 역사의 모든 순간을 함께했다. 인간은 왜 여신을 만들어냈을까? 그리고 왜 지금도 우리는 여신과 같은 아름다운 무언가를 욕망하고 있을까? 저자는 역사적 증거로 그 답을 풀어간다.

중동의 한 지방에서는 도끼에 갈비뼈와 다리가 베이고, 화살에 두개골이 뚫린 청동기시대 유골 수백 구가 발견되었다. 이처럼 전쟁과 폭력이 난무했던 당시 중동에서는 인간의 파괴적 충동을 설명하기 위해 죽음과 전쟁의 여신들을 만들어냈다. 한편, 서구 세계에서도 여신이 탄생했다. 그리스인들은 미와 사랑을 향한 불같은 욕망을 신화로 설명했다.

동서양이 교류하면서 중동의 여신들, 그리스 여신, 지역 토착 여신이 하나로 혼합되어 아프로디테가 태어났다. 로마가 그리스를 정복한 후에도 그리스 전역에 퍼졌던 아프로디테 숭배 문화는 이름만 비너스로 바뀐 채 계속되었다. 비너스는 로마 시대에는 세계 정복의 야심을 후원하는 존재로, 르네상스 시대에는 인문주의자들의 뮤즈로 빛을 발했다. 형태를 바꾸어 재탄생한 여신은 그 시대를 반영하는 최고의 역사적 증거인 셈이다.

비너스에 숨겨진 비밀,
인간의 끝없는 탐욕을 파헤치다


우리에게 익숙한 벌거벗은 비너스는 비교적 최근에 나타났다. 근대에 들어서자 비너스는 욕정을 자극하는 인간 모델로 전락했다. 여성들은 과거 여신들이 가졌던 위엄과 능력은 가질 수 없었으나, 여신의 아름다운 육체는 본받아야 했다. 비너스는 여성을 수동적인 존재로 보는 억압과 차별의 구실로 사용되었다. 지금도 비너스는 알게 모르게 우리의 일상에 들어와 있다. 밸런타인데이가 되면 아프로디테의 꽃 ‘장미’를 선물하며, 피부를 가꾸기 위해 비너스의 새 ‘비둘기’가 그려진 비누를 쓰고, 비너스의 과일 ‘석류’와 아름다운 여자를 연관 짓는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여신과 같은 어떤 대상을 사랑하고, 욕망하고, 바라고 있다.

미와 사랑, 섹스, 폭력, 정복 등 고대부터 인류가 여신을 통해 욕망했던 것들은 지금도 변하지 않고 유효하다. 욕망은 우리가 존재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자극하는 삶의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여신은 인류가 사회를 이루고 협력하도록, 서로 관계를 맺도록 돕는 존재였다. 고대인들에게 비너스는 매춘과 육체적 만남을 수호하는 신이자 동시에 사랑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매개체였다. 비너스가 수호하는 아름다움은 육체적인 것뿐 아니라, 정신적이고 철학적인 아름다움도 포함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랫동안 철학가와 예술가, 심리학자들에게 비너스는 영감을 주는 흥미로운 주제였다. 그러니 서구 문명과 그 영향 아래 있는 지금 이 시대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여신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

신화와 예술, 고고학과 철학 속
비너스의 흔적을 찾아가는 매혹적인 여정


저명한 역사학자이자 다큐멘터리 제작자 베터니 휴즈는 지난 40년간 여신의 자취를 직접 발로 뛰며 조사했다. 웅장한 그리스 신전과 사이프러스 바닷가, 중동의 고고학 발굴터와 폼페이의 가정집을 방문해 얻은 생생한 연구 기록들을 책에 담았다. 증거를 추적해가는 전개 방식과 생동감 넘치는 묘사 덕분에 독자들은 현장에 있는 것처럼 몰입하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와 함께 포탄이 떨어지는 중동의 발굴터로, 지중해의 햇살이 쏟아지는 그리스로, 비밀스러운 수도원으로 역사 기행을 떠나보자. 여정을 떠날 때마다 새롭게 밝혀지는 비너스의 비밀에 설렘과 전율을 느낄 것이다. 게다가 저자는 고고학 연구뿐만 아니라 그리스 로마 신화를 비롯한 고대 문헌과 예술품들을 분석해 다채로운 여신의 모습을 그려낸다. 신화학, 고고학, 철학, 미학을 넘나들며 촘촘히 엮어놓은 흥미로운 여신의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통찰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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