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여행박사 (독서>책소개)/5.세계여행

7개 코드로 읽는 유럽 도시 (2021) - 돌·물·피·돈·불·발·꿈으로 풀어낸 독특한 시선의 인문 기행

동방박사님 2024. 1. 9. 07:09
728x90

책소개

기원전 5세기 아테네부터 2020년 밀라노 두오모 성당까지,
돌·물·피·돈·불·발·꿈 7개 코드로 유럽 도시의 역사를 읽다!


이 책은 매우 독특한 방식으로 유럽 도시의 현재와 과거를 들여다본다. 돌·물·피·돈·불·발·꿈 7개 코드를 따라 여행하다가 유럽 역사 속 한 시대 한 공간에 독자를 데려다놓는다. 상징적인 하나의 공간에서 출발해 도시 전체의 역사를 살핀다. 오래된 유럽 도시가 감춰놓은 과거 도시의 기억이 영문학자인 저자를 통해 한 편 한 편 완결성을 갖추며 7코드 7갈래로 이루어진 49가지 이야기로 재탄생한다. 유럽 도시의 현재 모습을 담은 아름다운 사진과 과거 역사의 흔적을 추적할 수 있는 단서가 담긴 도판이 독자의 눈을 맑게 한다.

독자들은 「코드1 돌」에서 라벤나 산비탈레 교회의 반짝이는 모자이크를 보며 유스티니아누스 황제 부부의 애틋한 사랑을, 「코드3 피」에서 아름답게만 생각했던 부다페스트 광장 한복판에 고여 있는 탱크에 맞선 군중들이 피를 떠올리고, 「코드5 불」에서는 드레스덴 폭격의 참혹한 현장을 살펴보며, 「코드6 발」에서는 지금도 바르셀로나의 중세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바리 고틱을 걷는다. 코로나 19로 발이 묶여버린 지금,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수치와 영광, 아름다움과 추함이 공존하는 유럽 도시를 여행하며 언젠가 반갑게 재회할 순간을 즐겁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목차

여행을 시작하며 | 돌·물·피·돈·불·발·꿈에 담긴 도시의 역사를 따라 걷다

CODE 1 돌
01 (2·16·18세기 | 로마 판테온) 돌들이여 말하라, 신들이 어디 갔는지!
02 (6세기 | 라벤나 산비탈레 성당) 나의 황후를 나를 대하듯 존중하라
03 (12세기 | 볼로냐 두에 토리) 내 이웃은 내 적이다
04 (13세기 | 시에나 대성당) 이 도시를 당신께 바치오니, 우리를 도우소서!
05 (16·18세기 | 런던 서머싯 하우스) 건축자재가 없다고? 교회를 폭파해 그 돌을 가져다 써!
06 (18·19세기 | 바르셀로나 스위터델러) 방벽을 헐자, 치욕을 지우자
07 (3·12·19· 21세기 | 파리 몽마르트르와 노트르담 대성당) 누가 노트르담을 야만스럽다 할 것인가

CODE 2 물
01 (기원전 5~4세기 |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와 피레아스) 남성 시민을 위하여, 오직 그들만을 위하여
02 (13~14세기 | 피렌체 산조반니 세례당) 그곳에 나는 시인으로 돌아가
03 (15세기 | 베네치아 아카데미아 미술관) 시민과 도시, 상업과 종교는 한 몸이다
04 (1·17세기 | 로마 나보나 광장) 물만 나오면 다인가, 아름답게 꾸며야지
05 (17~18세기 | 프랑크푸르트 작센하우젠) 독일은 맥주? 프랑크푸르트는 사과주
06 (19세기 | 프라하 블타바 강) 흐르는 강물의 음향은 매 순간 사라지고 다시 태어난다
07 (13·20세기 | 피렌체 산타크로체 성당) 대홍수에 조롱당한 치마부에의 십자가상

CODE 3 피
01 (기원전 5세기 | 아테네 디오니소스 극장) 피를 보지 않더라도 삶은 충분히 비극적이다
02 (1세기 | 로마 인술라와 콜로세움) 가난한 자들을 물 대신 피로 회유하라
03 (18~19세기 | 파리 콩코르드 광장) 조부가 만든 공원에서 왕의 목이 잘리다
04 (18~19세기 | 런던 스미스필드 축산시장) 도살장의 짐승 피야 어쩔 수 없지 않소
05 (12·18~20세기 | 프라하 유태인 묘지) 이이야말로 카프카적 아이러니 아닌가!
06 (19~20세기 | 부다페스트 벰 광장) 콘크리트와 철근 사이사이로 붉은 피가 흘러내리다
07 (15·21세기 | 피렌체 산타크로체, 산 타마리아 노벨라, 산스피리토 성당) 세 대가의 세 십자가상이 한자리에 모이다

CODE 4 돈
01 (15세기 | 베네치아 카도로) 우리의 도시를 위하여 나의 집을 짓다
02 (15세기 | 피렌체 산마르코 수도원) 코시모 데 메디치, 빈곤한 당신의 영혼을 위해
03 (14~16세기 | 로마 성베드로 대성당) 아름다움을 위해서라면 천 년의 역사쯤은 허물 수 있다
04 (15~16세기 | 방카 몬테 데이 파스키 디 시에나) 긍휼의 산성으로 고리대금업에 맞서라
05 (16~17세기 | 안트베르펜과 암스테르담) 한 도시는 지고 한 도시는 뜨고
06 (17세기 | 암스테르담 담 광장) 미술도 사업, 동업자끼리는 서로 돕고 삽시다
07 (18~19세기 | 런던 럿게이트 힐과 서더크) 누군가 대신 빚을 갚을 때까지 채무자를 감옥에 가두라

CODE 5 불
01 (14~15세기·20세기 | 프라하 베틀렘스카 예배당) 순교자 후스의 이름으로 도시를 불태워라
02 (15세기 | 피렌체 시뇨리아 광장) 세속의 허영을 모두 불태워도 예술은 계속된다
03 (18세기 | 프라하 스타보보스케 극장과 빈 궁정극장) 참회하라 돈 조반니, 지옥 불이 너를 기다린다
04 (18~19세기 | 런던 블룸스버리) 버려지는 석탄재도 벽돌을 만들면 돈이 된다네!
05 (19세기 | 파리 생라자르 기차역) 여인 뒤의 하얀 연기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06 (20세기 | 드레스덴 성모교회) 폭격기에서 내려다보면 도시의 참혹함은 보이지 않는다
07 (15~16·19~20세기 | 피렌체 산로렌초 광장과 아레초 그란데 광장) 비스테카는 센 불에, 트리파는 약한 불에

CODE 6 발
01 (14·19세기 | 바르셀로나 바리 고틱) 앞 못 보는 이들도 냄새로 길을 알더라
02 (4·16~17세기 | 파리 퐁 뇌프 다리) 파리는 가톨릭 미사랑 바꿀 만해!
03 (18세기 | 런던 웨스트민스터 다리) 고상한 건축물 위에서 나누는 완벽한 사랑
04 (17~19세기 | 나폴리 보메로와 제수 누오보 광장) 윗동네는 공기 좋고, 아랫동네는 맛 좋고
05 (19세기 |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눈길 따라 발걸음을 떼다
06 (20세기 | 로마 아피아 가도) 2,000년 전 그들이 다시 행진하다
07 (18~19세기·21세기 | 니스 프롬나드 데 장글레) 휴양지에서도 빈민 구제는 마땅히 할 일이오

CODE 7 꿈
01 (11세기·13~14세기 | 피렌체 산미니아토 알 몬테) 교회의 발 아래로 도시가 펼쳐지듯
02 (16세기 | 바티칸 시스티나 경당) 심판의 날에 저의 죄를 묻지 마소서
03 (18~19세기 | 빈 케른트너토어 극장) 선생님, 연주가 끝났는데요
04 (19세기 | 맨체스터 시청사) 계급 갈등의 산사태를 무엇으로 막을 수 있겠소?
05 (20세기 | 마르세유 시테 라디우스) 균등하게, 반듯하게, 단조롭게
06 (20세기 | 런던 본드 가) 나는 런던 산책을 아주 사랑한답니다
07 (17·21세기 | 밀라노 두오모 대성당) 전염병에 감금당한 도시들의 하늘 위로

여행을 끝맺으며
참고문헌
도판 출처
  •  

저자 소개

저 : 윤혜준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 연세대학교 인문학연구원장을 역임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프랑스어 부전공) 졸업 후, 서울대학교 대학원 영문과를 거쳐 뉴욕주립대학교 버펄로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위 기준 전공분야는 19세기 영국소설이지만, 근래에는 주로 18세기 영국지성사와 비교문학을 연구하고 강의하고 있다. 지난 30여 년간, 서구 근대문명에 대한 종합적이고 깊이 있는 탐구를 시도하며 문학과 함께 역...

책 속으로

황제는 이미 본처가 있던 터라 테오도라를 곧바로 정실로 맞이할 수 없었지만, 본처가 죽자마자 그 즉시 그녀를 황후로 앉힌다. 사람들이 행여나 테오도라의 과거를 들먹이며 뒤에서 수군댈까 봐 유스티니아누스는 항상 황제와 황후를 동등한 자격으로 대우할 것을 명했다. 막시미아누스는 라벤나 산비탈레 성당 모자이크 벽화를 황제와 황후 모자이크가 서로 바라보도록 배치해 둘의 사랑을 멋지게 극화했다. 주교는 황제의 뜻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 p.29

오늘날 런던 시민과 방문객들은 서머싯 하우스 안에 있는 코톨드(Courtauld) 갤러리에서 마네(Manet)와 반고흐(Van Gogh)의 인상파 명화들을 감상한다. 미술관 관람객들은 서머싯 하우스의 ‘서머싯’이 어떤 인물이었는지 크게 개의치 않는다. 가난한 이들을 구제하던 수도원을 무참히 파괴해서 그 돌로 자기 사저를 지었던 서머싯, 그의 이름은 예술품의 신전 노릇을 하는 이 말쑥한 석조 건물 덕에 말끔히 세탁됐다.
--- p.47

홍수가 건드린 가장 소중한 작품은 산타크로체 성당 전시관에 걸려 있던 치마부에(Cimabue)의 〈십자가상〉. 십자가 모양 나무에 템페라로 못 박힌 그리스도의 모습을 그린 이 조형물은 고통으로 휘어진 예수의 신체를 사실적으로 표현한 명작으로, 1265년경부터 산타크로체 성당에 걸려 있었다. 산타 크로체에서 아르노 홍수는 최고 수위에 도달했다. 홍수가 몰고 온 물과 진흙, 기름과 쓰레기는 십자가에 달린 예수의 얼굴에 침을 뱉고 조롱했다. 2,000년 전 예루살렘의 로마 병사들이 그랬던 것처럼.
--- p.108

날이 밝자 시민들은 운명의 시간이 찾아왔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서슴없이 자유를 위해 피를 흘렸다. 화염병과 소총을 들고 맞선 남녀노소 부다페스트 시민들을 향해 소련 탱크는 기관총을 난사했다. 그리고 무차별 포격했다. 민가와 상가, 학교와 병원, 교회와 고아원, 모든 건물이 표적이었다. 1956년 11월 4일, 하루 동안 탱크가 죽인 부다페스트 시민의 수는 1,569명이었다. 무너진 콘크리트와 철근 사이마다 시민들의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 p.149

그러나 ‘몬테’는 무조건 돈을 나눠주는 기관은 아니었다. 돈을 빌릴 때 담보로 소유물을 맡기는 것은 필수였고, 대출 시 요구하는 게 두 가지 더 있었다. 첫째, 해당 돈은 자기가 쓰려고 빌린다는 서약. 둘째, 이 돈을 부도덕한 곳에 사용하지 않겠다는 약속. 빌린 돈을 액수에 따라 원금 또는 일정 이자를 합해서 1년 후에 갚으면, 담보로 맡긴 물건을 되찾을 수 있었다.
--- p.186

출판사 리뷰

“그곳에 오래 남아 스스로 역사가 되다”
밀라노 두오모 대성당에 새겨진 2020년의 기억

하늘 위에서 카메라로 내려다본 도시의 골목, 광장, 도로에서 사람의 모습을 찾기 어렵다. 평소라면 인파로 가득 차 생기 넘쳤을 테지만, 지금은 어딜 둘러보아도 정적만 흐른다. 이제 카메라는 밀라노 두오모 대성당을 비추다가 점점 멀어지면서 성당 내부로 화면을 전환한다. 텅 빈 성당에서 [생명의 양식]이 오르간 연주와 함께 흘러나온다.

2020년 4월 12일 부활절을 맞이해 이탈리아 출신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가 진행한 ‘희망을 위한 음악’ 공연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 세계 사람들을 위로했다. 특히 [어메이징 그레이스]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화면을 가득 채운 웅장하고 화려한 자태의 두오모 대성당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앞으로 사람들은 밀라노 두오모 대성당을 보면 2020년 한 해의 모습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돌·물·피·돈·불·발·꿈 7코드 × 7갈래로 풀어낸
유럽 도시 역사 속 49가지 결정적 장면들


사람들은 죽고 사라져도 그 자리에 남아 스스로 역사를 증명하는 도시들이 있다. 사람들이 유럽 도시를 사랑하는 이유는 아마 이 때문일 것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는 곳에서는 도시의 이야기도 단절된다. 하지만 오래된 유럽 도시에는 그 위, 아래, 곁을 떠돌며 과거의 기억을 불러오는 흔적들이 남아 이야기를 전한다. 이 책은 과거의 역사를 밝혀줄 흔적들을 찾아 기원전 5세기부터 2020년 현재까지 시대와 공간을 넘나들며 유럽 도시를 여행한다. 이 여행길에서 독자는 영광과 수치, 쾌락과 고통, 아름다움과 추함, 건설과 파괴, 문명과 야만이 만들어낸 49가지의 유럽 도시 풍경과 마주친다.

여행의 발길은 한 시대 한 공간씩 머문다. 특정 장소를 찾아가 현재의 모습을 바라보며 과거의 모습을 떠올린다. 이 책의 저자 윤혜준은 이것을 ‘유럽 도시 시간여행’이라 부른다. 독자들은 지금 눈앞에 있는 성당, 교회, 다리, 강물과 거리에서 과거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우리의 여행을 이끌어줄 ‘가이드의 깃발’은 불·불·피·돈·불·발·꿈의 7개 코드다. 영문학자인 저자는 유럽 도시 역사의 결정적 장면들을 한 편 한 편의 짧은 이야기로 담아냈고, 그 이야기를 풀어낼 열쇠로 7개 코드를 설정했다. 유럽 도시를 읽는 방법은 수도 없이 많겠지만, 이처럼 독창적이고 흥미로운 방식은 지금껏 없었다.

유럽 도시에서는 발걸음의 속도를 늦춰야 한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다는 아닐 테니!


[CODE1 돌] 유럽 도시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석조 건물의 우아한 자태다. 철근 콘크리트의 고층 건물에서는 느낄 수 없는 역사와 전통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한때 로마의 신들이 주인이었으나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쫓겨 자리를 내주어야 했던 로마 판테온, 신분을 초월한 황제와 황후의 사랑이 모자이크에 새겨져 1,500여 년간 이어져오고 있는 라벤나 산비타레 성당, 바르셀로나 시민에게 치욕이었으나 지금은 관광 명소로 변신한 스위터델러 공원 등 유럽 도시의 석조 건물들은 수없이 주인과 용도는 바뀔지언정 그 자리에 남아 역사를 기억하게 한다.

[CODE2 물] 물 없이는 그 어떤 것도 살아남기 어렵듯 도시 또한 그러하다. 물 하면 떠올릴 수밖에 없는 도시 베네치아에서 상업과 종교의 상관관계, 로마에 그토록 아름다운 분수가 많은 이유, 당쟁으로 망명생활을 떠나 평생 피렌체로 돌아올 수 없었던 단테에게 산조반니 세례당이 갖는 의미를 물과 함께 도시들을 돌며 찾아본다.

[CODE3 피] 산 자들의 몸에는 피가 흐르고 살기 위해 피를 흘리며, 자유와 정의를 위해, 분노와 욕망으로 피를 낸다. 물은 제공할 수 없으니 피로써 민심을 달래려 한 로마의 콜로세움, 가축들의 피비린내가 진동하고 오물로 가득 찬 런던 시민의 필요악이었던 스미스필드 축산시장, 국가의 폭력에 맞서 싸운 부다페스트 시민들의 피가 스며들어 있는 벰 광장까지 도시의 역사에는 언제나 피의 기억이 존재한다.

[CODE4 돈] 돈과 도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도시에서는 구원조차 돈으로 살 수 있다. 돈을 따라 가면 역사 속 수많은 죄와 벌의 장면들을 엿볼 수 있다. 수도자이자 르네상스 화가였던 프라 안젤리코는 후원자 코시모 데 메디치의 빈곤한 영혼을 위해 피렌체 산마르코 수도원 기도실에 그만을 위한 벽화를 그려놓았다. 15세기 베네치아 귀족 가문들은 엄격한 규율로 뇌물과 사치, 부패와 권한 남용을 금했으나 도시를 아름답게 장식해줄 화려한 저택 건축만은 허용했다. 콘타리니 가문의 ‘카도로’ 역시 한때 황금빛으로 찬란하게 빛났으며 지금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아있다.

[CODE5 불] 물이 그렇듯 불도 인간의 생과 사를 좌우한다. 유럽 도시의 역사에서 불은 ‘죽음’에 좀더 깊이 관여했다. 프라하 베틀렘스카 예배당에 가면 교회의 타락을 비판하다가 불길 속에서 한줌의 재로 변한 얀 후스의 흔적을 쫓을 수 있고, 런던 블룸스버리의 거리에서는 19세기에 버려지는 석탄재로 만든 벽돌로 지은 집들을 만날 수 있다. 물론 석탄재를 마셔가며 벽돌을 만들어야 했던 건 가난한 노동자들이었다.

[CODE6 발] 유럽 도시에서는 발걸음의 속도를 늦춰야 한다. 바르셀로나의 바리 고틱, 파리 퐁 뇌프 다리, 로마 아피아 가도는 천천히 걸으며 과거 그 거리에서 들려오던 소음, 풍기던 냄새까지 떠올릴 수 있는 산책자를 위한 여행지다.

[CODE7 꿈] 도시에서 사람들은 꿈을 꾼다. 산미니아토 알 몬테에서 내려다본 피렌체처럼 소박한 정의가 살아있는 도시를 꿈꾼 단테, 인간 최후의 그날을 바티칸 시스티나 경당 천장에 그려놓은 미켈란젤로, 빈 케른트너토에 극장에서 [합창]을 초연하며 화평한 이상사회의 꿈이 유효함을 선포한 베토벤, 그리고 마지막으로 2020년 4월 12일 부활절에 밀라노 두오모 대성당에서 전 세계를 향해 희망을 노래한 안드레아 보첼리까지. 사람들은 도시에서 꿈을 꾸고, 도시는 그 꿈을 품는다.

코로나 19로 전 세계의 발이 묶인 지금,
도시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어야 할 때


이 책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니다. 도시 그 자체다. 오랜 세월 인간의 삶을 지켜보며 간직해둔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도시의 역사에는 수치와 영광, 추함과 아름다움이 공존하지만 좋은 것만 보여주지 않는다. 있었던 사실 그대로를 담담하지만 묵직하게 들려준다.

최근 들어 1년 가까이 발이 묶여버린 사람들이 이맘때 나는 어디에 있었는지를 추억하며 개인 SNS에 여행 사진을 올리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여행에서 내가 무얼 먹었고, 어디에 갔고, 무엇을 했는지를 이야기한다. 우리는 앞으로도 당분간 멀리 떠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차분히 앉아 유럽 도시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어보는 건 어떨까? 언젠가 다시 그곳을 찾게 될 때 더 많이 반가워할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