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한반도평화 연구 (독서)/3.통일문제

어젯날 철천지원수의 땅에서 자유를 노래하다 (2020) 주성하와 탈북 청년들의 아메리카 방랑기

동방박사님 2024. 1. 17.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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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탈북 청년 3인방이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진짜 속내
미국에서 돌아본 북한과 한국, 인생과 공부 이야기


탈북 이후 북한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주성하 기자(동아일보)가, 자신처럼 탈북해서 살아가는 후배 2명과 함께 미국을 횡단 여행하며 나눈 경험과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과거에 북한에서 철천지원수라고 세뇌받았던 ‘미제’의 나라에 간 세 탈북 청년들은 초원과 사막과 숲속을 자동차로 달리며 음악을 듣고 수다를 떨고 자신들의 생각을 나눈다. 광활한 땅을 가로지르며, 탈북 이후 정착해서 살아오며 느끼고 겪은 고달팠던 이야기, 안타까운 이야기, 즐거운 이야기를 쉼 없이 풀어놓는다.

새로운 환경에서 친근한 형과 동생들이 나누는 이야기는 그 어디서도 들어볼 수 없었던 그들의 속내를 꾸밈없이 드러내고, 목숨까지도 내놓고 탈출하고자 했던 북한은 진짜 어떤 곳이며 그렇게 정착한 이 땅에서 그들은 무엇을 생각하는지도 있는 그대로 느끼게 한다. ‘북한’이라는 말만 나오면 입버릇처럼 너나없이 떠드는 ‘자유’라는 건 진짜 무엇일까? 죽고 사는 경계까지 경험한 그들에게 삶이란 무엇일까? 미국 대륙 한가운데서 펼쳐지는 그들의 여행과 대화 속에서 우리의 삶이 더 치열해지고 즐거워져야 할 이유를 듣는다.

목차

제1부 미국에서 대북방송을 하다
― 탈북 20년 베테랑 기자 주성하의 수다 여행


1. 휴스턴의 세 수다쟁이
오케이, 가보는 거지, 뭐 | 와, 이건 지주 집이잖아 | 하늘은 푸르고 내 마음 즐겁다 | 감개무량의 멕시코만과 바다 | 미국에서 대북방송을 하다 | 총 한번 원 없이 쏴보자 | 이 전함은 북한이 갖다 써도 되겠네 | 텍사스에서 생각해본 주체사상탑 | 왜 북한 고속도로는 직선으로 만들지 않을까?

2. 텍사스 지평선의 노을
아이비리그를 졸업한 북한 청년 | 알라모 요새에서 전동 킥보드를 타다 | 청계천의 모델 리버워크 | 승냥이 미제 침략군을 만나 변절자 되다 | 뉴멕시코 평야의 감동 | 추억이 같은 사람들끼리 | 바로 그 루트 66 | 밀수꾼 1명이 15명을 먹여 살리는 곳, 양강도 혜산

3. 그랜드캐니언과 라스베이거스를 지나
그랜드캐니언은 백만 년 후에도 거기 있을 거야 | 헬기를 타지 말 걸 그랬나? | 라스베이거스에 간 촌닭들 | LA를 향하여 | 미국은 뭐가 다를까? | 센트럴파크와 서울숲 | 진정성이 아니라 절박함을 본다 | 남자들 모이면 여자 이야기 | 미국에서 팔 만한 북한 상품?

4. 잊을 수 없는 요세미티 투어
할리우드의 노숙자 될 뻔 | 사막 캠핑과 해돋이 | 굿 바이 LA, 헬로 샌프란시스코 | 미국 살면 뭐가 좋아요? | 수억 년이 빚어낸 장엄함 | 김정은의 신년사 | 북한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 죽을 때까지 잊히지 않을 경치 | 애플과 구글, 디자인 감성과 공대 감성

제2부 삶이 여행 같아지기를
― 탈북 5년 열혈 청년 조의성의 감성 여행


1. 북한 청년이 처음 본 미국
삶의 밀도 | 신뢰를 쌓는다는 것 | 이 바보 같은 상황을 탈출하라 | 따뜻한 마음들은 어찌 그리 닮았는가

2. 아메리카 횡단 시작
오하이오강에서 LA까지 | 끝에 대한 동경 | 우주는 우리 모두의 고향 아닌가 | 두 명사수의 대결 | 온전치 못한 책의 매력

3. 살고 싶은 도시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방법 | 세뇌는 어떻게 무너지는가 | 고향 같은 도시 산타페

4. 여행이라는 공부
그랜드캐니언 헬기 투어 | 크리스마스 인 라스베이거스 | 사막의 하룻밤 | 요세미티 장학금 | 삶이 여행 같아지기를
 

저자 소개

저 : 주성하
 
북한에서 태어나 김일성종합대학 외국어문학부 영어문학과를 졸업한 뒤 세 번 탈북을 시도했다. 그 과정에서 6개 수감 시설을 옮겨다니며 북한의 인권 유린을 생생하게 경험하며 여러 차례 죽음의 고비를 넘겼다.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 국제관계안보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인제대학교 통일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2년 마침내 한국에 입국해 무역회사, 주간지 등을 거쳐 2003년 동아일보에 입사했다. 오늘은 남한에서, ...
 
저 : 조의성
 
북한 동해 기슭의 어촌 마을에서 자랐다. 북한의 대학에서는 전자공학을 전공했고 한국에서는 문화인류학을 공부하고 있다. 한국에 온 지 5년 차, 타고난 역마살로 인해 학업과 사회 적응을 함께 해나가는 와중에도 꾸준히 배낭여행을 다니고 있다. 다양한 글쓰기를 시도하면서 여러 매체에 투고하고 있으며, 프리랜서 기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책 속으로

“저는 그때 그 장면을 보면서 나도 한번 그렇게 살고 싶었어요. 그런데 4년 전만 해도 북한 시골에 갇혀 살았던 제가 이렇게 차를 몰고 미국을 달리다니 정말 꿈만 같아요.”
맞는 말이다. 북한에서 살면 미국은 아예 갈 수 있는 나라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운전을 배워서 차를 몰고 다닌다는 것 자체가 인생 최고의 출세로 꼽혔을 것이다.
--- p.22

“난 한국에서 고등학교 들어가서 처음 영어 공부를 시작했어. 한국 사람들이 영어를 못 하는 것은 귀가 뚫리지 않아서야. 나는 영어 배울 때 친구가 쓰던 MP3 플레이어를 얻어 와서 안에 있는 음악은 모두 지우고 영어 뉴스와 영어 성경을 집어넣었어. 그리고 그걸 음악 듣는 것처럼 계속 듣고 다녔던 거야. … 그리고 나중엔 라디오를 사다가 침대 밑에 놨어. 그냥 집에 들어왔다가 나갈 때까지, 잘 때도 영어가 계속 들리게 하는 거지. 그렇게 귀를 뚫었어.”
--- p.51

북한에선 미국 사람을 미국 놈이라고 배웠고, 미군은 승냥이 미제 침략군이라고 교육을 받았다. 그 논리에 따르면 오스틴의 양부는 남조선에 침략군 장교로 왔던 승냥이 미제가 되는 셈이고, 아들은 중동으로 파병되는 미제 악당인 셈이다. 하지만 직접 만난 이들은 그렇게 상냥할 수가 없었다. 그들은 정의와 평등을 이야기하고 있었고 남에게 베풀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었다.
--- p.66

“밀수꾼들은 북한이 어떤 곳인지 다 알아요. 서로 ‘김정은 저 새끼’라는 말도 해요. 밀수꾼 중에는 사고 치고 한국에 온 사람도 많아요.”
--- p.87

노트 정리가 잘 안 되어 마음 착한 친구들에게 노트를 빌리러 다니던 이야기, 20페이지 넘는 원서를 달달 외우고 들어가서야 처음 A 학점을 받았던 이야기 등도 기억에 남았다. 그의 말을 들으니 내가 살아온 삶에서 그렇게 치열했던 적이 있었는지를 돌아보게 됐다.
--- p.106

“북한이 지금 국제 사회로 나오겠다고 하는데, 형님은 그들의 말이 진정성이 있다고 보세요?” “나는 진정성을 안 믿어. 김정은의 절박함을 믿는 거지. 김정은이 자기 체제를 오랫동안 유지하고 싶다고 하면 저렇게 폐쇄적인 봉쇄 상태로 계속 가는 것은 낭떠러지로 가는 거야. 반전시키지 않으면 김정은에게도 그 자식들에게도 미래가 없다고 저들도 판단할 능력이 있다고 봐.”
--- p.120

만약 내가 북한을 탈출해서 15개월 후에는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갈 것을 예측할 수 있었더라면 탈북 시점이 조 금은 더 당겨졌을지도 모른다. 그때 그런 확신이 있었더라면 나의 탈북을 필사적으로 반대하던 부모님을 설득하는 데 그렇게 많은 시간을 허비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 p.185

만약 저것이 사실이라면? 그렇다면 엄청난 것이 아닌가. 버스가 몇 분 늦어지는 것마저도 뉴스거리가 되는 저 사회는 얼마나 면밀하게 구조화되어 있고 또 얼마나 발전된 것일까. 생각하면 할수록 저 뉴스는 사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쪽으로 판단이 기울어졌다. 그리고 처음으로 저런 곳에서 제대로 된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것이 내가 탈북을 처음 결심하게 된 시점이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로 진학하며 나는 언젠가는 꼭 탈북하리라는 결심을 다졌다. …그리고 그 ‘망상’은 9년 후에 현실이 되었다.
--- p.242

탈북한 지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던 나는 밤낮으로 자본주의의 동전을 굴리고 있었다. 그 동전은 성취감과 냉정함이라는 양면을 갖고 있었다. 뭐랄까, 낮에는 정신없이 공부하고 일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하면서 내가 노력하는 것의 보상을 받으며 그 성취감에 취해 있었고, 밤에는 절해고도와 같은 내 아파트에서 자기 자신밖에는 돌볼 겨를이 없는 이 사회의 냉정함에 적응해가고 있었다.
--- p.259

출판사 리뷰

북한에서 태어나 목숨 걸고 한국에 온 그들의 특별한 미국 여행
‘루트 66’을 질주하며 털어놓은 북한과 한국, 미국 이야기


“죽기 전에 이 세상에서 했던 일을 떠올릴 때 이 여행은 반드시 기억하게 될 거야.”

자유를 갈구하던 세 청년은 각자의 이유와 방식으로 북한을 탈출했다. 북을 나온 지 20년 넘은 동아일보의 주성하 기자, 미국의 투자회사에 자리 잡은 오스틴, 한국의 대학생 조의성. 형 동생 사이로 막역한 세 청년은 마음 한켠 꿈으로 남겨두었던 미 대륙 자동차 횡단 여행에 나선다.

그들은 ‘무한 자유’의 미국을 횡단하면서 자신들이 떠나온 북한을 회상하고 북한과 미국을 비교해본다. ‘미제 승냥이’라고 세뇌받았던 미국인들에게 그들은 어떻게 다가갔고 지금은 어떤 느낌을 갖고 있을까? 북한과 한국과 미국은 어떤 점이 다르고 어떤 점이 비슷할까? 자신들이 그려본 미래에 각자 얼마나 가까이 가 있다고 생각할까?

여행지에서의 수다 같은 가볍고 흥겨운 세 사람의 대화 속에서 북한의 현실과 미래, 한국 사회의 아쉬운 점 등 제법 묵직한 지식을 배우게 되고 그들이 말하는 인생과 내가 살고 있는 인생의 무게를 생각하게 된다.

탈북 청년에게 직접 듣는 진짜 북한 얘기

탈북을 마음먹은 사람들은 압록강 변의 국경도시 혜산으로 모인다. 혜산은 밀수로 먹고사는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밀수꾼 한 명 뒤에는 국경경비대, 보위지도원, 무슨 상무, 검찰 등 권력자 대여섯 명이 붙어 있고 짐꾼에, 짐 보관해주는 집주인들, 짐 쏘기꾼들까지 합치면 열댓 명이 밀수에 연루되어 돈을 번다고 한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 나오는 이야기가 영 허구인 것은 아니다.

또 북한 청년들이 받는 군사 훈련인 ‘붉은청년근위대’ 이야기나 ‘식모 아지매’의 커다란 누룽지, 남몰래 시청한 남한 TV 프로그램, 그동안 받았던 세뇌 교육이 내면에서 무너져간 과정 등을 통해 ‘진짜 북한’의 내밀한 모습을 더 가까이 들여다볼 수 있다.

그들이 보는 한국과 미국, 그리고 북한

여행 내내 세 여행자는 눈앞에 보이는 미국의 풍경과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에 비해 한국은 어떤지 생각해본 뒤 또 북한은 어땠는지를 끊임없이 비교하고 반추한다.

“미국 공원은 엄청나게 투자한 게 보여요. 한국은 화장을 하듯이 얍삽하게 발라놓은 것 같거든요. … 여기는 이민자들이 만든 나라잖아요. 그러니 모든 것을 다양하게 고려해 만들었고, 다양한 것이 추가가 되잖아요. 나와 달라도 인정하는 것, 저는 그게 좋았어요.” 이제는 거의 미국 청년이 된 오스틴의 미국 평이다.

의성은 1박 2일의 나 홀로 자전거 여행 이야기를 회상하며 미국의 신뢰 문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미국은 신뢰라는 억센 뿌리 위에 자라난 거목이며 그 신뢰를 바탕으로 시대의 비바람과 도전을 견뎌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가장 형님인 주성하는 한국의 치안과 저녁 문화에 손을 들어준다. 미국은 7시만 되면 식당들이 다 문을 닫아 놀란 적이 있는데, 서울에서는 사람들과 늦게까지 어울리고 택시 타고 금세 왔다 갔다 하는 문화가 좋다는 것이다.

북한과 남한의 비교, 한국과 미국의 비교, 그럼 북한과 미국은? 끝없을 것 같은 미국의 횡단도로 루트 66을 질주하는 세 청년들의 세 나라 비교평, 흥미롭지 않은가?

무심코 털어놓는 그들의 속마음

“의성아, 북에서 제일 거지처럼 살면서 세상에 부럼 없다고 노래 불렀던 걸 생각하면 웃기고 어이가 없어. 여기 와보니 이 노래는 미국에서 불러야 제맛이네.” 왕복 14차선의 미국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이들이 부르는 노래는 ‘북한의 불후의 명곡’이다. 경험과 추억은 그런 것이다. 다 던지고 버리고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나온 것 같지만, 가장 흥겨울 때 나오는 노래는 북에서 배운 노래인 것이다.

그렇게도 탈출을 원했고 그래서 결국 오게 된 남한에서의 삶에 대해 그들은 ‘대체로 만족’이라고 말할까? 탈북 뒤 초기 정착을 위해 그들이 치러온 육체적, 정신적 대가는 어떤 것들일까?

“탈북자들도 한국에서 말투부터 바꾸려고 하잖아. … 여전히 나를 이방인으로 바라보는 눈빛을 느끼면서 살고 있지.”
“사실 북한이 좋은 거 없는데도 우리는 때로 북한을 그리워하잖아요.”
“사실 부모와 나라는 선택할 수 없는 거잖아요. 북에서 태어난 것은 그 사람의 잘못이 아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는 출신지에 대한 책임을 지라고 하는 것 같아요. 마치 북에서 태어난 것이 태어난 이의 잘못인 듯이 말이죠.”

여행은 그런 것이다. 잘 단속해두었던 마음의 빗장이 풀어지고 깊은 곳에 들어 있던 무언가가 스르르 흘러나온다.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난 어떤 장면과 경험에서 무심코 털어놓는 그들의 속마음을 들어보자.

우리는 어디에 목숨을 걸어보았는가?

여행에 동참한 세 청년 중 오스틴은 미국의 아이비리그를 졸업하고 현재는 미국의 금융맨으로 일하고 있다. 영어라고 하면 남과 북을 막론하고 나이의 고하를 막론하고 막막한 우리들이다. 그런데 북에서 제대로 된 영어 교육을 받을 기회조차 없었던 오스틴은 도대체 어떻게 공부해서 미국인들과 농담 주고받는 영어 실력을 갖게 되었을까? 동행한 형과 동생이 동시에 귀를 쫑긋 세우며 물었다.

그러나 그가 들려준 공부법이란!! 미국인보다 더 미국인처럼 듣고 말하기 위해 애썼던 그의 고군분투를 들으면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마음이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이 사람들은 이렇게까지 치열하게 살았구나…. 목숨 걸고 나온 데서 끝이 아니구나….’

그리고 지금 여기 살고 있는 나와, 대한민국의 청년들을 돌아본다. 살면서 우리는 어디에 목숨을 걸어보았는가? 얼마만큼 치열하게 살아보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