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사회학 연구 (독서>책소개)/2.여성젠더

다른 듯 다르지 않은 (2024) - 장애여성들이 오롯이 구성한 성과 사랑, 섹슈얼리티의 의미

동방박사님 2024. 4. 10.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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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낭만과 현실의 교차점에 선 장애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연애, 성범죄, 결혼, 섹스, 출산, 자위, 자녀양육까지 불평등한 무대 위에서 그녀들 개인의 사랑 이야기를 또렷한 목소리로 밝힌다. 이 책은 그동안 듣지 못했던 그녀들의 성과 사랑을 기꺼이 마주해야 하는 이유이자 계기가 될 것이다. 그녀들의 사랑은 결코 다르지도, 낯설지 않다.

목차

추천의 글

여는 글 - ‘다름’을 생각해 보다

제1부 장애여성의 몸과 성

1장. 장애를 가진 몸
2장. 여성성이란 통념에 갇힌 몸
3장. ‘보호’라는 명분에 가두어진 성
4장. ‘자율’이라는 이름의 성적 주체
5장. 한계에 대한 통찰과 횡단적 사유를 향해

제2부 장애여성이 구성한 성과 사랑

6장.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성적 주체
7장. 낭만과 현실의 교차점
8장. 폭력이라는 이름의 성

새로운 가능성을 열며 - 장애여성 성과 사랑의 횡단적 시선 확보하기
 

저자 소개 

저 : 임해영
 
성균관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예명대학원대학교 사회복지학 전공 교수로 석·박사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여성, 장애여성, 발달장애인, 질적연구방법 등에 관심을 두고 지속적으로 연구해 오고 있다. 최근 수행한 논문으로 「탈북 싱글맘들의 어머니 경험에 관한 연구-20대 성인자녀를 중심으로」, 「여성 마약중독자의 회복 체험에 관한 연구」, 「20대 지적장애인 여성의 성매매 경험에 관한 연구: Me...

책 속으로

이제 장애여성은 비정상적인, 열등한 몸을 지닌 여성으로서 비정상적 혹은 열등한 자신의 몸이 타인들의 구경거리가 되지 않기 위해 장애를 잘 숨기거나 혹은 장애가 드러나더라도 빤히 쳐다보는 타인의 눈길이 머물지 않도록 비장애 여성의 몸과 최대한 가깝게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장애여성들은 여성성에 대한 세상의 기준을 내면화하는 자기 검열의 과정에서 장애를 가진 자신의 몸을 수치스러워하기도 하고, 그 몸이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 p.57

장애여성들의 성적 욕망과 그 욕망을 실현해 가는 이야기들이 점점 풍부해졌을 때, 장애여성의 성과 사랑은 위험을 감수하는 참담한 현실 속 이야기의 위치에서 벗어날 수 있다. 비장애인들과는 다른 어떤 특수한 존재들의 특별한 이야기에서 벗어나 우리 여성들의 이야기가 되는 것이며, 일상적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 p.86

장애여성은 그녀들의 성적 욕구에 대해 욕망은 있지만, 그것을 함께 해소할 수 있는 상대가 없기 때문에, 성욕을 발산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고 하였다. N은 시각장애인으로서 외부 활동이 자유롭지 않다고 하더라고, 파트너와의 성관계를 통해 자신의 성적 욕구를 해갈하고 싶은 마음이 존재하였다. 하지만 몇 년 전 사귀기 시작한 그녀의 애인이 생기기 전까지는 성적 욕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풀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성적 파트너가 없었던 시절 그녀의 충족되지 못한 성적 욕망은 꿈속에서나 해소될 수 있는 몽상적 실현이기도 하였다.
--- p.109

서로 섹스할 때는 비장애인이건, 장애인이건 그건 별로 상관이 없어요. 다만 끝나고 났을 때 이게 약간 좀 뭐랄까… 그냥 저만 그렇게 느낄 수 있는데… 좀 더 ‘부끄럽다, 수치스럽다’는 생각을 했어요. 왜냐면 그 사람은 저를 보지만, 저는 그 사람을 보지 못하잖아요.
--- p.141

30살이 넘도록 제대로 된 연애를 경험해 보지 못한 장애여성 L은 30대 중반부터 최근까지 8년 가까이 만나온 비장애인 남자와의 연애 생활이 그녀 인생에 있어 가장 찬란한 봄날이었다는 것을 언급하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연애 경험을 연인관계에서 여성이 남성에게 욕망하는 극진한 사랑의 대우를 받았다는 것과, 사랑받는 여성으로서 실현해 보고 싶은 연애 로망을 최대치로 충족시켜주는 전율적 경험이기도 하였다.
--- p.158

제 마음에는 두 갈래의 마음이 있는 것 같긴 해요. 솔직히 제가 풀어야 할 숙제이긴 한데요. 한편으로는 좋은 사람이면 비장애인이랑 연애를 하면서 좋은 관계를 갖고 싶지만, 또 한편으로는 ‘나를 부담되게 생각하면 어떡하나’, ‘내가 짐이 되고 무거운 존재가 되는 게 싫다…’ 두 마음이 계속 저한테 섞여 있는 것 같아요. 막상 누구랑 (사귀는 걸) 경험해 보면 제 생각이 한쪽으로 좀 정리가 될 것 같은데, 아직까지 이 두 마음이 누구를 만나려고 하는 저를 방해하는 것 같긴 해요.
--- p.178

제 친구 뇌병변장애인데, 이 친구는 지하철 웬만하면 안 타요. 항상 장애인콜택시만 타요. 그러면 애가 왜 지하철을 안 타냐? 언젠가 지하철을 타고 가고 있는데… 어떤 할아버지가 애 보고 ‘열심히 살아’ 그러면서, 어깨부터 허리 옆으로 엉덩이까지 쭉 훑어 내려가더니… 근데 애가 언어장애가 있으니까 따지지도 못하고… 그 상황에서 소리를 좀 지르긴 지른다고… 그 상황이 너무 싫었던 거지. 진짜 이런 성(폭력)적 말들이 장애여성들한테 너무 쉽게 일어나요. 장애여성들은 이런 일상적 폭력을 너무 쉽게 경험한다는 거예요.
--- p.343

출판사 리뷰

무슨 이유로 장애여성의 성적 욕구와 실현은 부정되어야 하는가?
낯설지 않아야 할 장애여성의 사랑 이야기

낭만과 현실의 교차점에 선 장애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연애, 성범죄, 결혼, 섹스, 출산, 자위, 자녀양육까지 불평등한 무대 위에서 그들 개인의 사랑 이야기를 또렷한 목소리로 밝힌다. 여성이기에 앞서 장애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들에게 사랑은 고단하고 불필요한 것으로 치부되어진다. 그녀들이 의지와는 상관없이. 장애 없는 몸들의 복잡미묘한 시선과 때로는 숨쉬듯 저질러지는 차별이 일상을 함께한다. 그럼에도 사랑하고 관계를 맺고 경계를 걷는다. 불평등한 무대 위에서 그녀들 개인의 사랑 이야기를 또렷한 목소리로 밝혔다.

1부는 ‘장애여성’이란 호칭의 문제, 장애 정의 등에 대한 접근을 제시하면서, 이 정의 속에서 장애를 가진 몸이 어떻게 규정되고 있는지 검토한다. 이를 토대로 장애를 가진 여성의 몸이 사회적으로 부여받는 고정관념을 드러내고, 그녀들이 발화하는 목소리를 경청하기 앞서 '협소한 의미로 규정될 수 없는 복잡계로써의 개인'을 인식하는 토대를 마련했다.

오늘날 우리사회에서 ‘장애여성’은 자신에게 부여된 ‘장애’와 ‘여성’이라는 이중적 특성으로 인해 사회문화적 한계를 갖는 경우가 많다. “비정상적인, 열등한 몸을 지닌 여성으로서 비정상적 혹은 열등한 자신의 몸이 타인들의 구경거리가 되지 않기위해 장애를 잘 숨기거나 혹은 장애가 드러나더라도 빤히 쳐다보는 타인의 눈길이 머물지 않도록 비장애 여성의 몸과 최대한 가깝게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으로서 어머니로서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기 위해 분투하는 여성들이 있다. 저자는 이 여성들이 “무성적 존재이기를 거부” 하며, “연애와 결혼할 수 없는 존재, 자녀 출산과 양육은 할 수 없거나 하기 어려운 존재라는 세상 사람들의 부정적 시선에 저항하며, 그녀들을 섣부른 연민과 동정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세상 사람들의 편협한 인식과 태도에 저항하는 목소리를 냈다고”고 했다. 그런 그녀들을 만나서 현장의 목소리를 담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2부는 익명으로 표기한 장애여성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담고 이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함께 기술했다. 성적 욕구, 이성애와 동성애, 섹스하기, 자위행위, 연애, 동거, 결혼, 임신과 출산, 자녀양육, 성매매와 성폭력에 이르는 다양한 주제를 중심으로 장애여성의 성과 사랑에 대한 경험을 들을 수 있다. 장애여성들이 자신들의 몸과 성에 대해 어떻게 발화하며, 이것은 어떤 의미로 드러나 기존의 통념을 뒤흔들 수 있는지 그 가능성에 귀 기울여보자.

이 책은 우리가 장애 여성들의 사랑과 성을 바라보는 시선을 넓히기 위해 기획되었다. 그녀들의 목소리는 그동안 우리 사회가 관심을 두지 않았던 장애여성의 성과 사랑에 대한 이해와 새로운 시각을 얻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불평등과 차별 속에서도 사랑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는 모두에게 감동과 용기를 전할 것이다. 저자 임해영 박사는 사회복지학 전문 연구자로서 장애 여성, 가족, 질적 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이 책은 그동안 듣을 수 없어 알지 못했던 장애여성들의 성과 사랑을 기꺼이 마주해야 하는 이유이자 계기가 될 것이다. 그들의 사랑은 결코 다르지도 낯설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