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사회학 연구 (독서)/2.여성젠더

금기, 무슬림 여성을 엿보다 이슬람 문화 연구가, 엄익란이 전하는 무슬림 여성 이야기

동방박사님 2024. 3. 29.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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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음지 속 그녀들을 만나다
엄익란 교수의 다섯 번째 책, 이번에는 무슬림 여성이다!

[이슬람의 결혼문화와 젠더](2007), [무슬림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을까](2009), [할랄, 신이 허락한 음식 만 먹는다](2011), [이슬람 마케팅과 할랄 비즈니스](2014)를 잇는 엄익란 교수의 다섯 번째 책이다. 무슬림 여성의 범주에는 다양한 여성들이 존재하는데 이 책에서 다루는 무슬림 여성은 주로 아랍 여성이다. 무슬림은 전 세계 약 57개국에 거주하며, 오늘날 세계화로 인해 북미와 남미, 유럽에도 상당수가 퍼져 있다. 문화적·민족적·언어적으로 다양한 수많은 무슬림 여성들을 다 다룰 수 없기에, 이 책은 주로 아랍 지역 여성의 삶을 중심으로 다루었다. 사실 아랍 문화는 여성에게 보수적이다. 여기에는 이슬람의 종교적 영향도 있으나 부족 문화와 가부장 문화권의 전통과 관습도 한몫을 하고 있다. 저자는 아랍 여성에 대한 문화적 인식의 뿌리를 설명하기 위해 멀게는 7세기, 그리고 가깝게는 20~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또한 오늘을 사는 무슬림 여성의 모습도 담아냈다.

저자 엄익란 교수는 그동안 숨겨져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의 상상력만 강하게 자극했던 아랍 세계 무슬림 여성의 일상적인 모습을 솔직 담백하게 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사회적으로 터부시되어왔던, 그러나 항상 논쟁의 중심에 서 있던 그녀들의 음지 속 이야기를 양지로 끌어내고자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 책이 일반 독자들의 아랍 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고착화하는 데 일조할까 봐 걱정하기도 한다. 본문에 묘사된 내용은 수많은 무슬림 여성의 한 단면을 소개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이 책이 양 문화 여성들이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목차

01 성과 순결에 대한 이슬람 사회의 집착, 그 심리를 파헤치다
02 무슬림 여성에게 가해지는 성기 훼손, 할례 문화의 뿌리는 어디인가
03 여성의 처녀막에 대한 이슬람 사회의 집착, 그 대가는 무엇인가
04 명예라는 이름의 살인, 과연 정당화될 수 있는가
05 무슬림 여성의 사회적 지위, 오로지 이슬람 탓인가
06 코란, 여성의 시각으로 해석하면 어떻게 달라질까
07 사도 무함마드의 아내, ‘믿는 자들의 어머니’, 그들은 누구인가
08 무슬림 여성에게 청결이란 어떤 의미인가
09 무슬림 사회, 왜 베일에 집착하는가
10 현대 사회의 무슬림 여성과 일,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11 무슬림 여성 리더십, 그 지향점은 어디인가
12 무슬림 신부의 웨딩 전야 파티, 헤나의 밤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13 합법적인 이슬람식 결혼, 어떤 조건이 필요한가
14 무슬림의 동거혼, 무엇이 문제인가
15 이슬람 사회에 상승하는 이혼율, 그 원인은 무엇인가
16 매춘·입양·피임·불임, 그늘 속의 무슬림 여성
17 IS, 여성, 성전, 그리고 ‘섹슈얼 지하드’
18 가부장 사회에 대한 무슬림 여성의 저항운동, 그 시작은 남성
19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 운전 허용 운동, 과연 성공할까
20 서서히 드러나는, 베일 속에 감춰진 무슬림 여성의 욕망
21 보수적인 사회의 무슬림 여성, 여가 문화를 어떻게 즐기나

저자 소개

저 : 엄익란
 
2004년 영국 엑서터 대학(University of Exeter)에서 중동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국내에서 왕성한 연구 활동을 해왔다. 현재는 단국대학교 GCC국가연구소에 소속되어 이슬람과 소비, 무슬림 젊은 세대, 걸프 지역과 중동 지역, 아랍의 여성 문제 등을 연구하고 있다. 중동 지역의 정치, 경제, 사회문제를 문화의 틀에서 분석하고 있으며, 연구뿐만 아니라 대중 강연을 통해 이 지역 문화를 올바로 알리...

책 속으로

이집트에서는 ‘다야’로 불리는 산파가 결혼식 날 피비린내 나는 의식을 수행한다. 결혼식 첫날밤 다야의 임무는 신부의 처녀막과 질 벽을 할퀴어 피를 흘리게 하는 것이다. 다야는 더 많은 피를 내기 위해 손톱 하나를 항상 길고 날카롭게 길러둔다. 흰 이불에 신부의 피가 묻으면 아버지는 그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딸의 순결을 대중에게 공표한다. _ 38쪽(3장 여성의 처녀막에 대한 이슬람 사회의 집착, 그 대가는 무엇인가)

요즘은 영화 [카라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단 30분이면 간단한 시술을 통해 자신의 명예를 다시 회복할 수 있다. 즉 여성은 의학의 힘으로, 그리고 경제력으로 자신의 명예를 사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처녀막 재생 수술은 처녀막을 숭배하며 명예를 왜곡된 방식으로 지키려는 가부장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 그런데 여기에는 부유한 여성은 돈으로 명예를 살 수 있지만 가난한 여성은 사회적 비난과 명예 실추를 감당해야 하는 모순이 있다. _ 38~39쪽(3장 여성의 처녀막에 대한 이슬람 사회의 집착, 그 대가는 무엇인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여성은 남성의 허락 없이 외출할 수 없다. 자국 내에서 운전도 불가능하다. 그리고 참정권도 부여되지 않으며(고(故) 압둘라 국왕 치하에서는 2015년 여성에게 참정권이 부여될 예정이었으나 현재 살만 정부에서는 불투명한 상황) 경제활동도 제한된 범위(가령 밤 근무가 없는 직종과 남녀가 분리된 직장에서만 근무를 허용) 내에서만 가능하다._ 51쪽(5장 무슬림 여성의사회적 지위, 오로지 이슬람 탓인가)

자힐리야 시대가 부권 중심 사회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당시 만연했던 여아 살해의 관습을 예로 든다. 집안에 여아가 태어나면 아버지의 얼굴빛은 근심과 실망으로 검어지고 갓 태어난 여아는 골짜기에 버려지거나 생매장되었다. 노동력이나 군사력을 제공하는 남아에 비해 여아는 경제적 효용성이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언제 급습할지 모를 타 부족의 공격에 전전긍긍하던 아랍 부족에게 여아는 명예의 관점에서 항상 부담스러운 존재였다._ 53쪽(5장 무슬림 여성의사회적 지위, 오로지 이슬람 탓인가)

2015년 1월 27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부인 미셸 여사는 타계한 압둘라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의 조문차 리야드를 방문했다. 이 방문을 두고 여러 언론에서는 미셸 여사의 외교적 결례에 대해 두 가지 사항을 지적하고 있다. 외국 여성에게도 자국의 전통 의상을 강제하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일국의 영부인이 히잡을 쓰지 않고 조문에 참석했다는 것과 관습법에 의해 남녀가 철저히 분리된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하지 않고 신임 살만 국왕과 악수를 한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 인권 문제를 도발하기 위한 미셸 여사의 계산된 행위라고 분석하기도 한다._ 117쪽(9장 무슬림 사회, 왜 베일에 집착하는가)

오늘날 이집트에는 일부 젊은이들 사이에 우르피(’urfi)라는 동거 형태의 결혼이 성행하고 있다. … 우르피 결혼은 부부가 결혼 계약서를 법원에 등록하지 않는다는 점과 결혼 후 신랑과 신부가 그들만의 신혼집을 따로 마련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통적이고 합법적인 이슬람식 결혼과는 구별된다. 결혼 후 한 지붕 아래에서 살지 않는 이들을 부부로서 묶어주는 유일한 끈은 부부가 임의로 작성한 그리고 정부에 등록되지 않은 결혼 계약서와 간간히 맺는 부부관계뿐이다. 이집트에서 젊은이들 사이에서 행해지는 우르피 결혼을 연구한 모나 아바(Mona Abaza)에 따르면 우르피 결혼은 다음의 두 가지 이유에서 관습적으로 행해졌다고 한다. 첫째, 우르피 결혼은 미망인이 정부로부터 지급받는 연금 혜택을 재혼 후에도 누리기 위한 저소득층 여성들의 생존 전략으로 이용되었다. 둘째, 우르피 결혼은 계층을 초월한 결혼의 한 형태로 이용되기도 했는데, 주로 상류층 남성들이 저소득층 여성들과 일부다처혼의 수단으로 이용해왔다. _ 157쪽(14장 무슬림의 동거혼, 무엇이 문제인가)

이슬람 도래 전후 산아제한과 관련된 자료가 전무한 것과 달리 중세 무슬림 의사들의 기록에는 피임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피임은 주로 비합법적인 남녀 관계에서 행해졌다. 나왈 알 사으다위는 그녀의 책 ??이브의 숨겨진 얼굴??(1980)에서 중세 이슬람 지역에서 행해졌던 피임 방법에 대해 소개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피임의 기원을 유럽으로 알고 있으나 실상 그 기원은 이슬람 의학에서 나온 것이다. 예를 들면 이맘 알 가자리는 서구에서 고무 콘돔이 발명되기 이전에 동물의 내장으로 만들어진 자루나 보정 장치가 이슬람에서 피임 도구로 사용되었음을 소개한다. _ 179쪽(16장 매춘·입양·피임·불임, 그늘 속의 무슬림 여성)

충격적인 사실은 IS가 여성을 성전의 도구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IS는 주둔지 주변 여성들을 납치해 성노예로 삼고, 마을 사람들에게 결혼하지 않은 여성을 공물로 바치도록 강요하고 있다. 원치 않는 강간에 대한 수치심을 견디지 못한 여성들은 자살을 택한다. 간혹 여성이 강간에 대해 증언하면 집으로 찾아가 복수라는 명분 아래 남성들은 학살하고 여성들에게는 다시 성범죄를 저지른다. IS 대원들의 여성에 대한 무자비한 만행은 이슬람 국가 설립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남성 대원들의 사기 진작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런데 무고한 여성에 대한 성폭력은 이슬람의 성전 ‘지하드(Jihad)’라는 이름을 빌려 ‘섹슈얼 지하드(Sexual Jihad)’라는 이름으로 숭고하게 포장되어 재탄생했다. 놀라운 것은 영국, 호주, 말레이시아 여성들의 자발적인 ‘섹슈얼 지하드’ 참여도 종종 보도되고 있다는 점이다. _ 185쪽(17장 IS, 여성, 성전, 그리고 ‘섹슈얼 지하드’)

성문법이 없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여성의 운전을 금지하는 법 조항이 실질적으로 없다. 다만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 운전 금지는 관습법에 의해 규제받는 상황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당국은 여성에게는 운전면허증을 발급하지 않기 때문에 면허증을 소지하지 못한 여성의 운전은 위법 사항이다. …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인권 운동가인 히샴 파기라는 청년은 노래 「노 우먼, 노 크라이(No Women, No Cry)」를 개사해 ‘No Women, No Drive’라는 제목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 운전 금지의 이유를 익살스럽게 비난하기도 했다.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에 유포된 이 영상의 조회 수는 700만 건(2013년 기준)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_ 192~194쪽(19장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 운전 허용 운동, 과연 성공할까)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무슬림 여성에게 가해지는 성기 훼손, 할례 문화
“ 그 고통은 내 몸을 지글지글 태우는 불꽃과 같았다”


저자는 여성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할례가 근절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여성의 성 억압을 통한 사회질서의 유지’를 든다. 가부장 문화 관점에서 여성의 성적 욕구는 어떠한 방법으로든 통제되거나 종속되지 않으면 치명적인 위험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여성이 자신의 생식능력을 남성 중심의 권력 구조에 치명적인 무기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성의 섹슈얼리티는 항상 남성(결혼 전에는 아버지, 결혼 후에는 남편)에 의해 통제되어야 했다는 것이다.

자고 있던 그녀는 투박한 손에 의해 억압당한 채 무력한 존재가 된다. 그리고 그녀의 허벅지 안으로 날카로운 칼날이 들어와 신체 일부를 떼어내 버렸다. … 그러나 무엇보다 절망적이었던 것은 자신이 가장 믿고 의지하던, 그래서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줘야 마땅했던 어머니가 이 모든 일을 계획하고 주도했다는 사실이다. _ 21~22쪽

여성의 처녀막에 대한 이슬람 사회의 집착
무슬림 여성으로 산다는 것


이슬람 사회의 여성에게는 평생 동안 지켜야 할 임무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처녀막 보호이다. 처녀막은 여성의 순결을 세상에 말해줄 유일한 증거이기 때문이다. 처녀막 파열과 함께 동반되는 출혈은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여성의 가치를 입증한다. 만일 여성이 혈흔으로서 자신의 순결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그 여성은 이혼을 당할 수 있다. 가족에게 불명예를 안긴 그 여성은 극단적인 경우 명예 살인의 희생자가 될 수도 있다.

16세 어린 신부의 배가 자꾸 불러오자 남편은 그녀의 임신 여부를 확인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검사 결과 그녀의 복부 팽만은 임신 때문이 아니라 몸 안으로 쌓인 생리혈 때문이었다. 간단한 시술로 처녀막은 파열되고 생리혈도 몸 밖으로 배출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남편의 비난을 감내해야 했다. … 만일 이 일이 결혼 전에 일어났다면 그녀는 분명히 누군가의 손에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다. 그녀의 부른 배만 보고 혼전 임신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켰을 것이기 때문이다. _ 34~35쪽

히잡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
“같이 타드릴게요(I’ll ride with you)”


이슬람 사회 외부에서 히잡을 바라보는 시각은 그리 좋지 않다. 이는 9·11 사태 이후 알카에다(Al-Qaeda), 보코하람(Boko Haram), 최근에는 IS 등 이슬람과 관련된 테러가 증가하면서 반(反)이슬람 정서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무슬림 여성이 반이슬람 정서의 표적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2014년 영국 테시드(Teesside) 대학교에서 행해진 연구 결과에 의하면 무슬림 여성은 의상 때문에 무슬림 남성보다 더 자주 이슬람 혐오주의 관련 범죄에 노출된다고 한다. 이 연구는 낯선 이국땅에 살고 있는 무슬림 여성이 이민자, 여성, 그리고 무슬림이라는 삼중 고통에 노출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2014년 12월 호주 시드니 마틴 플레이스 린트 초콜릿 카페에서 발생한 인질극을 계기로 호주에서는 반이슬람 정서가 표면화되었다. … 이와 함께 호주에서는 종교적인 복장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데 불안을 느끼는 무슬림을 위해 버스·전철 등을 함께 타주겠다고 자청하는 호주인이 늘고 있다고 한다. 일명 “같이 타드릴게요(I’ll ride with you)”라고 불리는 이 운동은 페이스북에 올라온 한 글에서 시작되었다. 전철 옆자리에 앉은 무슬림 여성이 슬그머니 히잡을 벗는 모습을 본 레이첼 제이콥스는 그 여성을 쫓아가 “다시 쓰세요. 제가 옆에서 같이 걸을게요”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자 무슬림 여성은 울음을 터트리면서 제이콥스를 포옹한 뒤 혼자 걸어갔다. 이후 이 사연을 접한 테사 쿰은 트위터를 통해 이 사실을 알렸으며, 무슬림 여성을 도우려는 움직임은 삽시간에 전 호주로 퍼졌다. _ 121~122쪽

합법적인 이슬람식 결혼의 조건
결혼 계약서는 ‘차가운 계산서’


이슬람교의 결혼에서는 계약서 작성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안이며, 양가는 결혼 전 계약을 맺기 위해 구체적인 협상을 진행한다. 계약서에는 계약 당사자의 서명, 그리고 양가의 결혼 사실을 증명해줄 증인과 중재자의 서명도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결혼 계약서에 날인이 없거나, 정부에 결혼 사실이 등록되지 않은 결혼은 무효로 간주되어 법적 효력이 발휘되지 않는다. 결혼 계약서에는 신랑과 신부, 그리고 이들의 결혼 관계를 증명해줄 증인들의 인적 사항이 명시되어 있다. 또한 선불 혼납금의 액수와 결혼 관계가 해체될 경우 남편이 아내에게 지불해야 하는 후불 혼납금의 액수도 정확히 기입되어 있다.

이슬람에서 결혼이 성립되기 위한 필수 조건에는 ‘마흐르(mahr)’라고 불리는 신부 대금이 있어야 한다. 마흐르는 신랑 측에서 신부 측으로 이동하는 재화이다. … 마흐르의 전통이 유지되는 이유는 남성 중심의 이혼제도 때문이다. 이슬람 율법 샤리아에 의하면 이혼은 남편의 공개적인 선언으로 가능하다. 이것이 신부의 집안에서 높은 액수의 마흐르를 책정하는 원인으로, 남편이 이혼 선언을 쉽게 하지 못하게 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즉 신부 가족은 이혼 시 남편이 아내에게 주어야 할 후불 혼납금을 높게 책정함으로써 딸의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보장하려는 것이다. 또한 마흐르는 남편의 사망이나 이혼 요구 시 경제적으로 심한 타격을 입는 여성들에게 일종의 보험 역할을 한다. _ 151쪽

이슬람 사회에 상승하는 이혼율
매 6분마다 이혼이 발생하는 이집트, 하루 평균 이혼 건수가 96건에 달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최근 아랍 국가에서 이혼 관련 사회문제가 가장 빈번히 발생하는 지역이 바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바레인, 카타르를 포함한 걸프 지역이다. 여성의 교육률 상승과 그로 인한 그녀들의 노동시장 진출로 이 지역 여성들은 내적 변화를 겪고 있다. 걸프 지역의 보수적인 가부장 문화는 이러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데서 이혼 문제가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독특한 이슬람 문화권의 결혼제도도 이혼율 상승에 한몫하고 있다.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남녀 간의 교제를 약혼이나 결혼 이후에 허락한다. 그 결과 대부분의 젊은 이혼 커플들은 상대가 자기와 맞지 않다는 점을 결혼 계약서 작성 이후에나 파악할 수 있으며, 신혼집에서 본격적인 부부 관계를 시작하기 이전에 이혼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는 급속도로 상승하는 이혼율을 잡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결혼 훈련과 재건 프로그램’이라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새로 도입된 사우디아라비아의 결혼 프로젝트에서는 결혼 후 닥칠 부부의 의무와 책임에 대해 교육한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이 결혼 컨설팅 과정을 밟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이 과정을 이수하지 않을 경우 공식적인 결혼 계약서 발급을 제한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 곧 예비부부들은 건강 증명서와 함께 소위 ‘결혼 훈련 증명서’를 제출해야 비로소 부부로 공식적인 인정을 받을 수 있다. _ 167~16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