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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적이란 무엇인가 (2023) - 트랜스내셔널의 관점에서

동방박사님 2024. 7. 5.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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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조선적(朝鮮籍)이란 일본 내에서 식민지 조선 출신자들이 갖고 있는 법적 지위로, 이들은 일본 국적이나 한국 국적을 선택하지 않은 이들이다. 이들은 일본과 한국 정부로부터 차별과 배제를 당하며, 특히 한국 정부는 이들을 북한 지지자로 여겨 입국을 제한하고 있다. 이 책은 조선적의 역사와 현재 상황을 살펴보고, 이들의 인권과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트랜스내셔널한 관점이 필요함을 주장한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조선적 문제가 단순히 일본 내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과 일본, 그리고 세계적인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할 문제임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목차

한국어판 간행사

서문/ 왜 조선적인가? | 이리카

제1장/ 조선적 재일조선인의 ‘국적’이란?-법학의 관점에서 | 고희려

1. 들어가며
2. 일본에서 외국인인 재일조선인-조선적의 기원
3. 한반도의 재외동포로서의 재일조선인-국민의 범위
4. 국적 미확인으로서의 조선적자-국민국가의 틈바구니에서
5. 나가며-누락되는 존재에의 병주(幷走)
칼럼 1_ 분단과 통일 조선적을 통해 보이는 것 | 곽진웅

제2장/ 조선적의 제도적 존속과 처우 문제-일본 정부에 의한 한국 한정승인과 재일조선인 문제에의 적용 | 최사화

1. 들어가며
2. 전사(前史)-조선적의 탄생과 일본국적 상실
3. 일본 정부에 의한 한정승인론과 조선적의 제도적 존속
4. 일본 정부에 의한 한정승인론과 재일조선인 처우 문제
5. 나가며
칼럼 2_ 전 프로축구선수 안영학 인터뷰 | 이진환

제3장/ 일본 정부에 의한 ‘조선’적 코리안 배제-2000년대 백래시(backlash) 속에서 | 한동현

1. 들어가며
2. 체류외국인통계에서 ‘조선·한국’ 분리
3. 해외여행 시 ‘서약서’를 강요
4. 한국 도항을 둘러싼 ‘간소화된 재입국허가’제도 운용상의 혼란
5. 분리집계의 향방과 조선학교 처우
6. 나가며
칼럼 3_ 사상으로서의 조선적을 찾아서 | 나카무라 일성

제4장/ 한국 입국 문제를 통해 보는 조선적자의 정치적 다양성 간과 | 김웅기

1. 들어가며
2. 일본에 의한 조선적자 처우를 둘러싼 역사적 변천
3. 남북한과의 관계성으로 드러나는 조선적자의 정치적 다양성
4. 한국은 조선적자를 어떻게 처우해 왔는가?
5. ‘비(非)북’ 조선적자의 남한 사회를 향한 정치적 주장
6. 나가며
칼럼 4_ 해외에 있는 ‘무국적자’ 한인 | 이리카

제5장/ 제주도, 미카와시마(三河島) 그리고 조선적 | 문경수

1. 1세와 2세
2. 미카와시마의 제주인-이즈미 세이치(泉靖一)의 조사에서
3. 조선적을 살며
4. ‘한국’으로
칼럼 5_ UN과 무국적의 해소 #I Belong 캠페인을 통하여 | 아키야마 하지메

제6장/ 왜 무국적의 ‘조선’적을 살아가는가? | 정장

칼럼 6_ 국적 없는, 국적을 넘어서는 사회로 | 첸티엔시

제7장/ 글로벌시대의 조선적-인터뷰에서 보는 아이덴티티 제상(諸相) | 이리카

1. 들어가며
2. 글로벌화, 혐한과 혐오, 그리고 한류
3. 인터뷰를 통해 본 조선적의 정체성 제상
4. 나가며

저자 소개

저 : 이리카 (Lee Rika,李里花)
일본 주오(中央)대학 종합정책학부 교수. 사회학 박사. 전공은 역사사회학, 이민연구, 환태평양지역연구. 재일코리안 어머니와 코리안 아메리칸 아버지 사이에서 일본과 미국을 오가며 성장했다. 최근에는 ‘자국민/외국인’의 틀을 넘어서는 연구와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 : 김웅기
한림대학교 일본학연구소 HK교수. 정치학 박사. 대한민국의 재외동포로서의 재일코리안 연구를 펼치고 있다. 한국에 정착한 후, 40대가 돼서야 재일코리안을 비로소 만나기 시작했을 정도로 민족이나 동포 사회와 인연이 없었다. ‘일제 후’에 탄생한 동아시아 국민국가들의 틈새에서 신음하는 재일코리안의 일상과 강고한 국민국가 논리 간의 관계성을 탐구하고 있다.

역 : 김웅기

한림대학교 일본학연구소 HK교수. 정치학 박사. 대한민국의 재외동포로서의 재일코리안 연구를 펼치고 있다. 한국에 정착한 후, 40대가 돼서야 재일코리안을 비로소 만나기 시작했을 정도로 민족이나 동포 사회와 인연이 없었다. ‘일제 후’에 탄생한 동아시아 국민국가들의 틈새에서 신음하는 재일코리안의 일상과 강고한 국민국가 논리 간의 관계성을 탐구하고 있다..

출판사 리뷰

‘외국인’이라고 꼭 국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의 주제인 조선적(朝鮮籍)이란 식민지 조선에서 일본으로 ‘이주한’ 조선인이 패전 후에 타의에 의해 갖게 된 일본 내 법적지위다. 이는 패전국 일본이 ‘창조’한 외국인등록상의 분류이며, 제국 시기의 조선인 차별을 ‘국민이 아님’을 제도화함으로써 유지하기 위한 근거로 기능하고 있다. 따라서 조선적이 북한 국적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이리하여 패전 후 일본에서 모든 조선인이 조선적자가 되었다. 1948년에 성립한 대한민국에 귀속하기를 원했던 이들은 조선적에서 한국적으로 등록을 변경했다. 다만 1965년 한일수교까지 한국적 또한 외국국적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즉 해방민족 조선인은 일본 법제도상 그 모두가 어느 국가에 귀속하지 않았고, 할 수도 없었다.

주민도 재외동포도 아닌, 고향 방문조차 어려운 대한민국 국민

1965년 한일수교로 한국국적을 선택한 조선인은 ‘국적이 있는 외국인’으로서 일본 정주를 위한 법적지위를 갖게 되었다. 이때 대한민국을 선택하지 않았던 이들이 오늘날 조선적자다. 한국정부에 동조한 일본정부는 이들의 거주권을 제도로서 인정하지 않았다. 이렇게 재일코리안사회는 남북 분단과 냉전 논리가 깊숙이 개입하여 분단되었다. 한국정부는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조선적자를 획일적으로 북한 지지자로 여겨 이를 제도화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이들에게 부여한 법적지위란 주민도 재외동포도 아닌, 고향 방문조차 어려운 대한민국 국민인 ‘외국 거주 동포’라는 것이다. 재일코리안 중 약 98%가 남한 출신자임에도 조선적자는 고향 방문조차 쉽지 않다. 남북교류협력법으로 ‘북측 인사’에게 발급되는 여행증명서로 입국이 가능하지만, 역대 정권의 정치적 재량에 따라 입국 허용과 불허가 반복되었다.

‘빨갱이’보다 더 무거운 국민국가에 귀속하지 않는 죄

조선적자 중에는 확실히 북한/조총련과 친화성을 갖는 이들이 다수를 차지하며, 국가로서의 북한에 대한 귀속의식을 갖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여러 명의 필자가 지적하듯 조선적자 중에는 이들과 다른 정치적 성향을 지닌 이들도 존재한다. 이처럼 정치적 다양성이 존재함에도 ‘민단-조총련’이라는 이분법적 접근으로 재일코리안사회를 포착해온 것이 그동안의 한국 정부 그리고 사회 일반의 인식이다. 지극히 현실과 괴리되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 ‘비북’ 조선적자는 일제강점 이전의 통일된 고향으로서의 조선을 희구하기에 분단국가 어느 한쪽에 귀속될 것을 거부한다. 이들에게 조선적이란 ‘국적미선택’을 능동적으로 선택하는 의지의 표징이다. 현실적으로 분단국가 양측의 존재를 부정하기는 어렵지만, 분단국가의 존재 자체가 이미 이들의 통일과 모순적이다. 이러한 맥락으로 ‘비북’ 조선적자 중에는 남북교류협력법에 근거한 여행증명서에 의한 한국 입국을 거부하는 이가 있으며, 이 책에서는 그의 주장이 논의되고 있다.

한편, 국적이 있어야 대한민국의 재외동포가 될 수 있음을 규정하는 현행 재외동포법은 조선적자를 ‘모조리 ‘북’’으로 간주하여 배제하기 위해 교묘하게 설계된 제도로 비추어질 수 있다. 혈통에 근거한 대한민국의 재외동포 개념과 모순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누가 대한민국의 ‘우리’인가를 규정하는 제도는 재일코리안사회의 실태를 외면한 채 국가의 독점적 권력에 의해 이분법으로 누군가를 배제함으로써 성립된다. 심지어 국민국가 대한민국의 독점적 통치를 일시적으로라도 받아들여 ‘북측 인사’에게 발급되는 여행증명서 사용을 마다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그나마 한국 입국이 허용되지만, 국가에의 귀속 자체를 거부하는 ‘비북’ 조선적자에게는 정국이 어떻게 기울든 고향을 관광하는 일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이런 일이 반공을 국시로 하는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으니 여간 아이러니한 일이 아니다. 이는 분단 이전에 국민국가라는 틀 자체의 한계다.

왜 트랜스내셔널한 관점이 필요한가?

이 책의 부제 ‘트랜스내셔널의 관점’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사고 틀로 유용하다. 국가보다도 사람이나 문화, 정보 등을 주체로 포착하는 이러한 논의는 국민국가 논리에 강하게 구속된 남쪽 분단국가 구성원들의 사고 폭을 넓히는 데 다음 세 가지 측면에서 도움을 줄 것이다. 첫째, 누구나가 통일은 물론 사회 전반의 문제에 대해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높이는 일이며, 둘째, 재외동포를 비롯한 나와 다른 존재도 더 널리 포용하기 위한 사고의 유연성을 갖추게 될 것이다. 그리고 셋째, 타자와 ‘우리’ 사이의 관계성 구축에 있어 수평적 사고에 입각한 평등의식이 전제되어야 함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냉전과 국가 논리가 강하게 지배하는 동아시아에서는 인간 개개인의 소통조차 쉽사리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국가로 국한되지 않은 다양한 경로가 마련되어야 비로소 이 지역의 대화가 끊임없이 지속될 것이며 화해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글로벌화된 사회가 무색해질 정도로 국민국가 논리로 삶을 지배받는 조선적자가 놓인 현실을 이들을 둘러싼 법과 정치 그리고 당사자들의 삶을 직시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접함으로써 일본 제국의 해체와 냉전 그리고 분단이라는 ‘제국 후’ 현상이 조선적자와 재일코리안을 둘러싼 ‘남의 일’로 그칠 것이 아니라 여전히 ‘우리’의 일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재인식할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