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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의 과학 (2024) - 세상을 움직이는 인간 행동의 법칙 (관계)

동방박사님 2024. 7. 11.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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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마인드 마이너 송길영, KT 부사장 신수정 강력 추천!
“무엇이 신뢰를 결정하는가?”

마셜경영대학원 조직심리학 교수가
20년 동안 연구한 신뢰의 모든 것!

우리가 누군가를 믿거나 믿지 않는 선택은 과연 자의에 의해서 이루어질까? 신뢰는 어떻게 쌓이며, 어떤 방식으로 무너지고, 무엇으로 인해 다시 회복되는 것인가? 신뢰 문제를 둘러싼 신뢰의 메커니즘을 담은 책, 《신뢰의 과학(원제: How Trust Works: The Science of How Relationships are Built, Broken, and Repaired, 심심刊)》이 출간되었다.

이 책에는 저자가 직접 실험한 연구 사례부터 시작해 스티브 잡스와 워즈니악 사이의 신뢰 위반, 빌 클린턴의 불륜 스캔들과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성범죄를 둘러싼 프레이밍과 리프레이밍, 그리고 나치의 전쟁범죄 판결과 르완다 집단학살 등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다양한 신뢰 위반 사건을 통해 경영학자이자 조직행동학자의 관점으로 신뢰의 작동 방식과 신뢰 회복을 위한 해결책을 담았다.

“이 책을 끝까지 읽는다면 개인적인 관계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계에서도 신뢰를 쌓고, 유지하고, 회복하는 방법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는 저자의 말처럼 서로를 믿고자 하는 사람들, 신뢰를 얻고자 하는 기업인, 특히 리더들을 위한 필독서가 될 것이다.

목차

한국어판 서문 07
저자의 말: 우리의 삶은 신뢰를 얻기 위한 도전이다 09
들어가며: 신뢰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15

1장 신뢰의 출발

신뢰는 실망시키지 않을 거란 믿음이다 37 ┃ 우리에겐 일단 믿는 경향이 있다 43 ┃ 친밀하지 않은 관계의 영향력 48 ┃ 초기 신뢰도에 영향을 미치는 세 가지 요소 52 ┃ 타인에 대한 신리를 언제 확신할 수 있는가 57 ┃ 기꺼이 믿어줄 때의 장점 60

2장 신뢰는 언제, 어떻께 깨지는가

신뢰 위반의 표적이 되는 사람들 71 ┃ 터스키기 실험, 한 번의 불신이 불러온 여파 76 ┃ 무너진 신뢰가 상처로 남는 이유 81 ┃ 불신을 가리는 관계의 늪 85 ┃ 파블로프의 개와 스키너의 비둘기 90 ┃ 신뢰 회복의 열쇠는 누가 쥐고 있는가 93

3장 사과가 신뢰에 미치는 영향

타이레놀 사건과 폭탄 테러 사건 대응의 차이 104 ┃ 사과가 먼저인가, 해결이 먼저인가 108 ┃ 도덕성 문제는 사과로 해결되지 않는다 114 ┃ 테라노스 사례로 본 범죄의 기준 121 ┃ 행위와 의도 구분하기 125

4장 우리가 거짓말을 참을 수 없는 이유

돌체앤가바나가 중국에서 퇴출된 이유 138 ┃ 페이스북은 왜 사과하지 않을까? 142 ┃ 거짓말이 더 깊은 배신감을 남긴다 145 ┃ 의심도 믿어야 생긴다 151 ┃ 대기실의 갈색 엠앤엠즈 금지 조항 157 ┃ 우선순위의 중요성 161

5장 보여주고 싶은 것과 보고 싶은 것이 다를 때

상황을 바꾸는 프레이밍과 리프레이밍 175 ┃ 대입 비리 사건이 향한 화살 184 ┃ 도덕성보다 강력한 상황의 힘 188 ┃ 우리는 언제 실수를 과소평가하는가 192 ┃ 핵심은 가릴수록 더 잘 드러난다 196 ┃ 보이는 것 너머를 볼 때 202

6장 신뢰 회복을 위한 좋은 행동과 나쁜 행동의 딜레마

눈에는 눈, 이에는 이 212 ┃ 관용은 ‘인간적’인가 218 ┃ 진심이 신뢰 회복의 청신호가 되려면 224 ┃ 좋은 행동은 적립될 수 있을까 229

7장 리더와 신뢰의 상관관계

우리는 리더를 믿고 싶어 한다 243 ┃ 리더의 신뢰 회복이 어려운 이유 247 ┃ 리더의 우상화를 경계하라 255

8장 다른 집단의 사람을 믿는다는 것

집단 간에 신뢰 문제가 생기는 이유 269 ┃ 선량한 내집단과 사악한 외집단 272 ┃ 조지 플로이드 사건과 경찰의 ‘썩은 사과’ 전략 276 ┃ 집단 획일화의 위험성 282 ┃ 강한 집단 결속력은 위선을 낳는다 288 ┃ 집단 자체가 아니라 집단을 관리하는 방식이 문제다 294

9장 신뢰 권장하는 사회

미국과 일본의 사과가 근본적으로 다른 이유 306 ┃ 신뢰를 결정하는 다섯 가지 도덕 원칙 314 ┃ 옳음과 옳음의 문제가 부딪힐 때 317 ┃ 각자의 우선순위를 양보할 때 생기는 일 322

10장 사회적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법

법정 정의는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되는가 334 ┃ 진실화해위원회와 가차차 법정 338 ┃ 말하고, 기억하며, 용서를 구해야 하는 이유 343 ┃ 모두가 원하는 정의는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다 351 ┃ 화해에는 사회적 정의가 필요하다 359

11장 인생에서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 묻는다면

신뢰 회복과 위기 대처 능력 369 ┃ 도덕적 판단에도 조율은 필요하다 373 ┃ 처벌만이 해결 방법일까 375 ┃ 겸손과 관용이라는 노력 378 ┃ 신뢰 사회로 가는 네 가지 조건 382

나가며: 함께 신뢰 사회로 가는 현명한 길 모색하기 393
감사의 말 399
참고 문헌 401
 

저자 소개 

저 : 피터 H. 킴 (Peter H. Kim)
조직행동학자.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마셜경영대학원 경영 및 조직학 교수, 노스웨턴대학교에서 조직행동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워싱턴대학교 올린경영대학원과 노스웨스턴대학교 켈로그경영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의 강의는 현재 마셜경영대학원에서 가장 높은 평점을 받고 있다. 20년 넘게 사회적 오해의 역학 관계와 신뢰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의 연구는 〈실험심리학저널〉,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조직행동과...
 
역 : 강유리
성균관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외국계 기업의 인사부서 근무 중 번역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현재는 펍헙번역그룹에서 좋은 책을 발굴하고 우리말로 옮기는 일에 즐겁게 매진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딸아, 너는 생각보다 강하단다』, 『굿바이 스트레스』, 『스타벅스 웨이』, 『탁월한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나는 퇴근 후 사장이 된다』, 『크리에이터의 생각법』 등 다수가 있다. 베란다라는 작은 생태계에서 ...

책 속으로

당신은 신뢰성을 의심받는 것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지도 알 것이다. 당신이 하지 못한 일 때문에, 아니면 했다는 오해 때문에 인간관계, 평판, 미래의 희망이 무너지는 쓰라림을 겪었을 수도 있다. 죄책감을 느끼고 그 죗값을 치르려고 노력하는 것 또한 인생이라는 여정에서 만나는 일 중 하나다. 이러한 이야기에서 어떤 역할을 맡게 되든, 우리는 모두 상실감과 배신감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 왜나하면 사실은 누구나 언제든 이러한 경험으로 상처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신뢰한다는 건 그런 의미다.
--- p.11

뒤따를 위험을 알면서도 취약함을 감수하려는 것과 연관된 위험이나 약점이 사라졌기 때문에 취약함을 감수하려는 것 사이에는 크나큰 차이가 있다. 거래비용 경제학자들이 탐구한 바와 같이 위험을 줄여 협력을 이루려고 노력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누군가를 신뢰할 필요성 자체를 없애기 위한 조치나 다름없다. 십 대 딸아이를 데이트에 내보내면서 그 자리에 동행하는 것은 딸아이의 남자친구를 신뢰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진정한 신뢰에는 남이 나를 실망시킬 수도 있지만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취약함을 감수하고자 하는 의지가 필요하다. 신뢰에 대한 전통적인 사고의 관점에서 후자는 전혀 말이 안 되는 행동이다. 왜 그런 종류의 위험에서 자신을 보호하려고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 p.42~43

이러한 연구 결과는 타인에 대한 초기 신뢰가 근거 없거나 무작위인 것처럼 보이더라도, 그렇게 신뢰한 덕분에 결국 그 신뢰가 정당화될 조건이 만들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우리는 신뢰하는 사람에게 더 잘 대해주며, 이는 상대방이 그 행동에 보답하도록 격려한다. 신뢰받는 사람은 그 신뢰를 착취의 기회로 보지 않고 미래를 위해 보존해야 할 귀중한 자산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요컨대 높은 초기 신뢰도를 보이는 게 비이성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이성적인 행동이 될 수 있다. 초반에 타인의 신뢰도에 대해 과할 만큼 긍정적인 믿음을 품을 경우, 그 사람이 자기실현적 예언을 현실화하는 방향으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 p.63~64

트라우마 사건의 이러한 영향은 앞서 이야기한 신뢰 위반에서 생길 수 있는 일들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우리는 특정 경험을 지나치게 일반화해 외견상 비슷한 상황이나 사람만 보고도 똑같이 반응할 때가 많다. 확인되지 않은 사건에 무턱대고 불신을 드러냄으로써 해당 사건으로 인한 피해를 악화시키는 쪽으로 행동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험은 자기 자신과 타인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근본적으로 영향을 끼쳐 결국 우리 모두에게 피해를 준다.
--- p.83

우리는 여전히 중요한 퍼즐 조각 하나를 놓치고 있었다. 이것은 우리 연구팀이 이 주제에 관한 초장치 연구에서 해결하고자 했던 문제였다. 이 연구를 시작한 계기는 잘못을 사과하고 모든 비난을 전적으로 수용하려는 태도가 상반된 신호를 전달해, 궁극적으로 양날의 검이 된다는 관찰 때문이었다. 사과는 반성의 마음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도움이 된다. 저지른 잘못에 대한 후회를 표현하고, 앞으로는 비슷한 잘못을 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암묵적으로나마 전달하는 것이다. 이는 위반자의 향후 행동으로 또 상처를 입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불식시켜 그 사람을 다시 신뢰하도록 유도한다. 그러나 사과는 잘못을 확정한다는 점에서 해로울 수 있다. 사과하는 사람이 신뢰를 잃을 만한 짓을 저질렀고, 따라서 이후에도 신뢰하기 어렵다는 생각에 힘을 실어주기 때문이다.
--- p.108

이제 사법 시스템의 이 복합적인 접근법과 우리가 각자의 삶에서의 고의성을 판단하는 방식을 비교해보자. 우리는 그만큼 체계적이고 신중한가? 사건의 경위에 대한 다른 설명도 동등하게 참작하려고 노력하는가? 사건을 바라보는 방식에 과거의 경험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는가? 독특한 의견 차이를 통합해서 좀 더 견고하고 방어 가능한 판단으로 수렴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논의하려고 노력하는가? 그 모든 노력 후에도 추론이 여전히 잘못될 가능성을 받아들이는가? / 모든 잘못을 형사 소송처럼 다뤄야 한다거나, 형사 사법 시스템이 완벽하다는 뜻으로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이 아니다. 모든 신뢰 위반 가능성에 대해 그렇게 체계적인 평가를 수행한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또한 형사상 유죄 판단은 신뢰 위반의 잘못을 저지른 경우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 형사 사건에서 유죄가 성립하려면 피고인에게 범죄의 책임이 있는가와 피고인이 범죄의 발생을 의도했는가라는 두 가지 질문 모두에 ‘그렇다’라는 답이 나와야 한다. 이에 반해 신뢰 회복에 관한 연구에서는 단순하게 신뢰 위반을 저질렀다면 잘못이 있다고 보고, 의도는 완전히 다른 문제로 취급해 위반이 왜 발생했는지를 평가한다(향후 위반자를 어느 정도까지 신뢰해야 하는지 가늠하기 위해). 6장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형사 사법 시스템이 신뢰 회복 방법을 결정짓기에 적절하지 않고, 오히려 신뢰 회복을 방해하는 일도 많은 이유가 이 때문이다.
--- p.130~131

우리가 바라는 것이 진정 사과라면 내 연구에서 나온 결과는 대단히 우려할 만하다. 사람들은 대개 도덕성 기반의 신뢰를 위반한 다음 사과하는 사람을 다시 신뢰하기 어렵다고 여긴다. 그리고 앞으로 그 사람과 어떠한 일도 함께 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위반자에게 굳이 사과해봤자 아무 소용도 없다고 말해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는 이러한 반응을 보임으로써 상대방에게 지은 죄를 부인하는 편이 더 낫다는 숨은 메시지를 크고 또렷하게 보내는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신뢰 위반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자멸을 불러올 수 있다.
--- p.146

대중들은 그 개인 메시지를 보고 가바나가 중국과 중국인들에게 부정적인 감정이 있음을 명확하게 알아버렸고, 그러한 감정을 품은 것을 도덕성 기반의 위반으로 여겼다. 중요한 건 진짜 속마음이었기 때문에 그가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에서 ‘실수’를 저질렀는지 아닌지는 무관한 사안으로 받아들였다. 즉, 돌체앤가바나의 사과 영상이 실패한 것은 페이스북의 경우처럼 이 회사가 대중의 핵심 우려를 해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바나의 인스타그램 개인 메시지 유출로 그가 정말로 악감정을 품고 있다는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났는데도 회사 측은 그 부분을 해결하는 일에 소홀했다. 그것은 사과가 소용없을 가능성이 큰 도덕성의 문제였다.
--- p.200~201

실혐 결과, 표면적인 차이는 있지만 각각의 신뢰 회복 노력이 작동하는 방식은 똑같았다. 그 효과는 모두 얼마나 깊이 뉘우친 것처럼 비춰지느냐에 달려 있었다. 뉘우침은 도덕성보다 역량 문제와 관련된 위반일 때 더 쉽게 전달됐다. 이것은 도덕성 기반의 위반일수록 해결하기가 훨씬 더 어려울 수 있다는 이 책 앞부분의 내용과 일치했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는 특히 실질적 대응이 불성실하거나 너무 전략적으로 보이는 경우에 진심 어린 사과가 실질적 대응 못지않게 효과적일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해주기도 한다. / 이 결과는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 중요한 건 위반자가 감당해야 하는 대가가 아니라 뉘우침의 정도임을 보여준다. 뉘우침이라는 감정은 향후 문제가 시정될 것인지에 대한 판단에 더 직접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최고경영자가 신뢰 위반을 진심으로 미안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면 어떻게 표현됐든 참가자들은 그 제스처를 다시 신뢰해도 좋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뉘우침을 인식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보는 사람의 마음에 달렸기 때문에, 범죄자의 실제 뉘우침이나 속죄 가능성과는 아무 상관없는 요소들로 신뢰 회복에 대한 인식이 형성될 수 있다. 무엇이 신뢰 회복이 진정으로 도움이 될지 생각하기보다 좀 더 가혹한 처벌에 의지하고 응당한 대가를 요구하기 쉬운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 p.227~228

하지만 주목해야 할 사실은 권력자들이 전반적으로 감정 조절에 능숙할 뿐만 아니라 진정성도 더 높은 경향이 있음이 다른 연구들을 통해 드러났다는 것이다. 권력자가 그렇게 진정성을 보일 수 있는 이유는 그만큼 원하는 대로 할 자유도가 크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 대부분이 권력자에게 이러한 감정적 역량이 있음을 알고, 그들의 감정 표현을 지나치게 깎아내리려고 한다는 데에 있다. 따라서 신뢰의 여러 다른 측면과 마찬가지로, 감정의 진정성에 대한 이러한 믿음이 정당한지 아닌지는 궁극적으로 인식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 감각을 유지하면서 판단해야 한다.
--- p.258

집단을 활성화하고 결속력을 다지기에 외부자를 괴물로 묘사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 그들이 우리의 소중한 자산(예: 종교적 신념, 권리, 이념)을 해치려 한다고 생각하든, 경쟁을 통해 우리의 소중한 것(예: 자산, 특권, 정치적 힘)을 빼앗아간다고 생각하든 똑같은 곤경에 처한 사람들은 그 위험에 맞서 함께 싸워야 할 이유를 얻고 공통된 대의를 통해 자부심과 동지 의식, 명분을 갖게 된다. 하지만 그러려면 저들이 우리의 편이 될 수 없는 이유를 분명히 밝히고, 우리와 외부자 사이에 있을 수도 있는 공통점을 축소하며, 우리가 더 합당하다는 확신을 얻기 위해 상대방을 폄훼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 p.275

하지만 이 집단 극화 현상 속에서도 우리는 해결의 씨앗을 찾을 수 있다. 바로 이러한 해석의 거품을 깨고 밖으로 나와서 의견이 다른 사람들과 진짜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상당 부분 이미 흑백으로 양극화되어 있고, 사람들은 자신의 이데올로기적 신념에서 벗어나 생각하기를 거부한다. 그렇지만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과 이런 종류의 대화를 나눌 경우, 적어도 기꺼이 참여하고 경청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다.
--- p.298

우리는 앞서 살펴본 다섯 가지 도덕 원칙, 즉 돌봄, 공정, 충성, 권위, 신성의 원칙에서 이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람에 따라 이 가운데 한두 가지 원칙이 나머지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다섯 가지 원칙 전체가 아무 의미도 없다고 주정할 사람은 드물다. 우리는 개인·문화적 경험에 따라 이들 원칙에 다른 우선순위를 부여할 뿐이다. 따라서 이 원칙들 사이에서 명쾌한 선택을 내리기가 만만치 않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의견 차이를 좁힐 수 있다. 신성하기까지 한 우선적인 원칙을 지키려다 우리가 보유한 또 다른 원칙이 손상될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뜻이다.
--- p.323

각각의 사례에서 전환기 정의를 추구한 것은 해당 범죄를 낱낱이 드러내는 중대한 역할을 했다. 뉘른베르크와 그 밖의 지역에서 진행된 나치 전범 재판으로 히틀러 정권의 간부들은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사법적으로 명백히 인정했다. 르완다에서는 가차차 재판에 참석한 가해자, 피해자, 목격자의 증언으로 증거와 정보의 양이 늘어났다. 또한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피해자와 가해자 양쪽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 덕분에 부당 행위에 대한 책임 수준이 저마다 다른 가해자들이 골고루 포함되도록 유책성의 그물을 넓힐 수 있었다. 이것은 누구의 죄가 가장 큰지, 누구에게 일부 잘못이 있는지, 그리고 비록 잔혹 행위를 수행한 집단과 시스템에 소속되어 있었지만 누가 무고한지를 차등적으로 설명하는 데에 도움이 됐다.
--- p.344

하지만 기존의 방향을 바꾸지 않음으로써 사회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계속 커질수록, 좀 더 현명한 경로를 모색하는 대열에 합류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더욱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방법을 위해 애쓸 것이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잃은 뒤에야 비로소 무엇이 우리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지를 떠올리곤 한다. 우리는 정직과 진실의 중요성, 독재와 억압으로부터의 자유, 인간의 신성함이라는 제1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 원칙들을 기반으로 부서진 잔해를 살펴보면서 무엇을 복구할 수 있을지 파악하고 망가진 부분을 고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 p.397

출판사 리뷰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 집단, 사회에서 신뢰를 관리할 방법을 찾는 사람들의 필독서다”
_신수정 《거인의 리더십》 저자, KT 부사장

신뢰를 쌓고, 유지하고, 회복하는 방법에 대한 가장 과학적인 접근!


『신뢰의 과학』에 따르면, 우리는 최대 10가지 특성을 고려해 신뢰도를 판단하는데, 바로 시간적 여유, 역량, 일관성, 신중함, 공정함, 도덕성, 신의, 열린 마음, 약속 이행, 수용력이다. 각각의 판단 요소는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상대와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그 우선순위가 달라진다. 문제는 우리가 타인을 이렇게 쉽게 믿는 데에 있지 않다. 당연하게도 이 신뢰가 무너졌을 때, 즉 신뢰가 위반됐을 때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신뢰가 위반되는 원인이 다양한 만큼 이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 또한 천차만별이다.

『신뢰의 과학』에서는 두 가지를 중심으로 신뢰의 메커니즘을 풀어간다. 바로 역랑과 도덕성이다. 보통 이 두 가지 원인에 따라 신뢰 문제를 보는 시선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불신이 벌어진 상황이 개인 간인지, 개인과 집단 간인지, 집단과 집단 간인지, 그리고 각자의 사회적 위치에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에 따라 신뢰를 회복할 방법을 각각 달리 모색해야 한다. 마셜경영대학 경영 및 조직학 교수인 저자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어렸을 적에 미국으로 이민을 가 평생을 외부인으로 살아왔다. 그는 살면서 인종, 지역, 머리카락 색깔, 부모의 직업, 심지어 취향까지도 서로를 신뢰하는 척도가 되며 그렇게 하나의 집단으로 뭉쳐 ‘자신의 집단’과 다른 집단은 불신하며 배척하는 지경에 이르는 과정을 경험하고 목격했다. 이 모든 과정은 그가 신뢰라는 주제를 탐구하도록 만들었다. 신뢰에 대한 연구만 20년 넘게 해왔고, 이 책으로 미국경영학회의 ‘책임 있는 경영 연구상’을 수상하는 등 높은 성과를 냈다.

신뢰는 어디에서부터 시작될까?
신뢰가 무너졌을 때 회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경영학, 조직심리학, 사회학 연구를 통해 밝힌 인간 행동의 법칙


최근 연구 보고에 따르면 입사 지원자의 30~78퍼센트는 입사 지원서 및 면접 시 거짓말을 한 적이 있다는 결과가 있다. 상당히 많은 수의 입사 지원자와 입사자가 거짓말을 함에도 면접관들은 아무 의심 없이 이들 중 가장 믿음직스럽고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을 채용한다. 이는 신뢰도라는 게 아예 없는 상태에서 시작해 서서히 쌓여간다고 생각하는 일반적인 관점과 다르게 초반부터 타인에 대해 어느 정도의 신뢰가 있음을 보여주는 반증이기도 한데, 이 책의 저자인 피터 H. 킴이 진행한 면접 실험을 통해 이 사실을 밝힌 바 있다. 우리가 타인을 쉽게 믿는다는 새삼스럽게 놀랄 필요는 없다. 저자가 진행한 면접 실험처럼 우리는 서로 제대로 알지 못하는 낯선 사람을 믿고 일하며, 인터넷 쇼핑을 할 수 있으며, 호신 용품 없이 밖을 돌아다닐 수 있는 것은 타인에 대한 신뢰가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우리는 타인을 쉽게 믿는 것일까? 『신뢰의 과학』은 그 이유를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 번째는 상황이다. 당장의 경제적 이익, 평판에 대한 우려, 사회적 비난이나 배척 등 ‘사회적’ 요인들이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서로 이익을 얻기 위해 협업을 하고, 좋은 평판을 유지하고 싶어 하며, 사회에서 배척당하지 않기 위해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리라는 맹목적인 약속이 이뤄진 환경적 요소인 것이다. 두 번째는 개인적인 성향이다. 연구에 따르면 많은 사람이 성격적 특성 때문에 타인을 곧잘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무모하고 바보 같아 보일 수 있는 이 성격은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타인을 불신하는 것보다 훨씬 더 행복하고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마지막은 신뢰가 형성되는 방식에 있다. 우리는 최대 열 가지 특성을 고려해 낯선 이를 신뢰할지 말지 결정하는데, 이 결정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빠르게 이뤄진다. 즉, 누군가에 대한 신뢰도를 결정할 수 있는 절대적으로 많은 시간이 있지 않는 한 우리는 그 자리에서 타인에 대한 신뢰도를 즉각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 모든 단서는 낯선 사람을 만난 후 처음 몇 분 안에 혹은 심지어 만나기도 전에 얻을 수 있으며, 그 사람이 실제로 얼마나 믿을 만한 사람인지에 대한 지표 역할을 하기에는 너무 부정확한 정보가 많다. 따라서 상대방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가 모이기 전까지만이라도 그 사람을 신뢰하지 않는 것이 현명한 행동이라는 결론을 내리기가 쉽다. 하지만 신뢰는 그런 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면접 실험의 참가자들은 지원자에 대한 첫인상과 지원자가 얼마든지 위조했을 수도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잘 모르는 지원자에게 기꺼이 높은 신뢰를 드러냈다. 게다가 이러한 결과는 신뢰에 대한 다른 연구 결과와 일맥상통한다. 간단하고 구조화되지 않은 면접은 면접관의 편향되고 주관적인 판단에 쉽게 영향을 받을 수 있어, 평가 도구로서 무의미하다는 사실이 많은 연구를 통해 증명됐다. (58쪽)

사과가 먼저인가, 해결이 먼저인가
위기관리부터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는 방법까지,
신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 구조를 파헤친 책!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이 초반 신뢰도는 빠르게 형성되는 만큼 무너지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저자는 『신뢰의 과학』에서 이와 관련된 실험을 개발하고 점진적으로 발전시키면서 진행해, 우리가 낯선 이를 믿게 되는 과정, 역량과 도덕성 관련 문제 발생 시 그 신뢰도가 얼마나 무너지는지, 그리고 각 상황에 따라 어떻게 대처해야 신뢰 회복이 가능한지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진심을 담은 사과가 신뢰 회복에 가장 좋은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신뢰 회복 방법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예를 들어, 업무적으로 얽힌 역량의 문제에 있어서는 사과가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된다. 이는 사람들이 역량에 있어서는 부정적인 생각보다 긍정적인 생각에 더 무게를 두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열 번 잘하던 사람이 한두 번 실수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일을 못한다거나 아예 아무것도 할 줄 몰라서 그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로 여긴다. 반대로 열 번 못하던 사람이 한두 번 성과를 내면 아무도 몰랐던 그 사람의 능력이 발휘된 것으로 여긴다.

이런 이유로 역량 문제로 인한 신뢰 위반에 있어서 사과는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도덕성 문제에서 발생한 신뢰 위반은 이와 반대의 관계가 된다. 역량과는 반대로 사람들은 도덕성에 있어서는 아주 빡빡한 잣대를 들이민다.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에 더 무게를 두고, 도덕적인 사람은 언제든 도덕적으로 행동해야 하며 이 기준을 한 번이라도 벗어나면 비도덕적인 사람으로 낙인찍는다. 반대로 비도덕적인 사람은 자신의 이익에 따라 행동하기 쉬우므로 자신이 얻는 이득이 없다면 대부분 비도덕적인 선택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 쉽게 말하자면 기대치가 너무 높거나 혹은 낮아서 오히려 부정적인 면을 더욱 두드러지게 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역량 위반에 있어 사과는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길 수 있는 문제이지만 도덕성 위반에 있어서 사과는 ‘절대적인 잘못’을 저지르고 이를 인정한 사람이 되어버린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신뢰의 기본적인 작동 방식이 바로 이것이다. 기존 연구와 달리 우리가 타인에게 갖는 신뢰도는 0에서 시작하지 않으며, 우리는 의외로 낯선 이에게 바로 높은 신뢰도를 보인다. 그리고 서로 신뢰하는 사이에서 그 신뢰가 무너지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역량 혹은 도덕성 문제이며, 어떤 유형으로 문제가 발생했느냐에 따라 그에 맞는 회복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아놀드 슈워제네거, 도널드 트럼프,
그리고 페이스북과 돌체앤가바나…
이들의 신뢰 회복 여부에 영향을 끼친 결정적 요소는 무엇인가?


아놀드 슈워제네거는 2003년, 과거 영화배우 시절부터 행했던 성추행 고발에도 불구하고 미국 캘리포니아주 주지사로 당선됐다. 캘리포니아주 사람들이 성범죄에 대해 가볍게 생각해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그들의 도덕적 기준이 달라서 그랬던 것일까? 바로 슈워제네거가 이 사건을 리프레이밍해 대중들에게 정확하게 자신의 보여주고 싶은 면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명백한 도덕성 문제였던 그의 범죄는 ‘영화판’에 오랫동안 있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었던 ‘실수’였고, 당시 그 영화판에서는 모두가 장난이라고 여긴 어리숙한 행동이었다며 사과했다. 이에 대중은 그의 성추행 사건을 도덕성 문제에서 역량 문제로 바라보게 되었다.

도널드 트럼프도 마찬가지였다. 대선 기간 중 그가 배우들을 대상으로 성희롱을 저질렀음에도 그의 지지도에는 큰 금이 가지 않았다. 사람들은 늘 말을 바꾸는 도널드 트럼프를 어리숙하다고 생각했으며, 게다가 아직 정계에 발을 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있지도 않은 권력을 휘둘러 나쁜 짓을 저질렀다고 여기지 않았다. 게다가 그의 부인인 멜라니아가 그의 편을 들면서 슈워제네거 사건처럼 완벽한 리프레이밍에 성공했다. 『신뢰의 과학』에서는 이 둘의 사례를 신뢰 회복의 모범적이라고는 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사건이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레이밍과 리프레이밍으로써 대중들의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방법으로는 완벽하게 성공한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리프레이밍은 항상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될까? 『신뢰의 과학』에서는 페이스북과 돌체앤가바나 사건을 통해 처참하게 신뢰 회복에 실패한 사례도 함께 보여준다. 이를 통해 그만큼 리프레이밍을 이용한 신뢰 회복은 어려우며, 다시금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본질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알려준다.

2021년 가을, 페이스북은 내부고발자로 인해 발칵 뒤집혔다. 페이스북의 자회사인 인스타그램이 십 대 소녀들의 정신건강에 해를 끼치며, 개발도상국에서는 인신매매를 비롯해 마약 거래, 인종 폭력 조장에 활용되고 있으며, 페이스북은 이를 알면서도 선정적인 콘텐츠를 계속해서 노출시키고 있다는 내부 문건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이에 마크 저커버크는 곧바로 기업이 사람들에게 해를 가하는 콘텐츠를 만들 리가 없으며 페이스북은 안정적이고 투명한 회사라고 주장했다. 내부 문건 내용을 부정하며 기업의 이미지를 내세워 도덕성의 문제에서 역량의 문제로 리프레이밍을 시도한 것이었지만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다. 2018년에 돌체앤가바나는 중국에서 영영 퇴출당했다. 상하이 패션쇼를 앞두고 게시한 홍보 영상이 인종차별이라는 도마 위에 오름과 동시에 돌체앤가바나의 공동창립자 겸 디자이너인 스테파노 가바나의 인스타그램 개인 메시지가 유출되면서 문제가 더욱 커졌다. 그의 개인 메시지에는 중국을 비하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는데, 이에 분개한 중국인들은 돌체앤가바나의 물건을 불매하고 이미 구매한 물건을 불태우는 영상을 SNS에 게재했으며 결국 패션쇼는 취소되고 말았다. 도미니코 돌체와 스테파노 가바나는 중국을 비하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는 사과 영상을 공식 계정에 게재했지만 오히려 분노만 더 사는 꼴이 되었다.

아놀드 슈워제네거와 도널드 트럼프, 그리고 페이스북과 돌체앤가바나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왜 한쪽은 신뢰 회복에 성공했으며 다른 쪽은 신뢰가 회복되기는커녕 더 무너진 것일까? 답은 바로 핵심 문제 파악에 있다. 페이스북과 돌체앤가바나는 대중이 핵심 문제로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데에서 신뢰 회복에 실패했다. 책에서는 리프레이밍을 통한 신뢰 회복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분석하면서 대중이 핵심적으로 여기는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언급한다. 물론 슈워제네거와 트럼프의 성범죄라는 본질적인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가 알아야 할 신뢰의 작동 원칙 중 한 가지는 바로 핵심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게 가장 우선이라는 것이다. 신뢰가 무너진 본질적인 문제가 역량 때문인지 아니면 도덕성 때문인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판도를 바꾸기 위해 아무리 노력해도 절대 신뢰 회복으로 가는 문을 열 수가 없다.

“신뢰 회복의 열쇠는 우리 모두에게 있다”

불신의 시대를 넘어 신뢰 사회로 향하는 실마리를 제공하는 책!


신뢰 문제는 개인과 개인 사이에서만 벌어지지 않는다. 집단 차원, 더 나아가 사회나 국가 차원에서 벌어지는 신뢰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왜냐하면 나치 독일의 홀로코스트나 르완다 집단학살, 현재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처럼 전 세계를 경악하게 만든 사건들뿐만 아니라 개인 간의 신뢰 위반도 전염병처럼 사회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신뢰의 과학』에서는 가정폭력 사례를 그 예시로 들고 있다. 결혼해 가정을 꾸려 두세 명의 자녀를 둔, 누가 봐도 평범한 가족이었다. 하지만 남편은 조금이라도 화가 나면 폭력을 휘둘렀고 결국 아내는 목숨을 위협받는 지경이 된다. 여러 번의 시도 끝에 거기서 벗어나긴 했지만 가정폭력은 그녀에게 영영 트라우마로 남는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는커녕 자신의 목을 조르던 남편의 손이 생각나 스카프나 목도리, 목걸이는 하지 못하는 사람이 됐다.

매우 특정성이 높고 대상이 분명한 피해 사례도 더 넓은 사회 전체를 옭아맬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그러한 과정은 마치 전염병처럼 피해자들이 세상에 대해 (주변 사람들, 공동체, 도움을 청할 기관과 더 광범위한 사회에 대해) 품었을 긍정적인 기대치를 무너뜨린다. 해당 사건으로 직접적인 해를 입었든 아니든 훼손된 기대치는 궁극적으로 신뢰 위반을 의미한다. (73쪽)

이런 사건이 왜 사회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번진다는 것일까? 남편의 폭력 때문에 신고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돌아간 경찰관, 여건이 되지 않아 도와주지 못한 친구들이나 관련 기관들, 그리고 남편과 외형적으로 비슷한 사람들까지 개인에게 생긴 불신의 트라우마는 앞으로 이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 이 책에서 보여준 사례뿐만 아니라 기사화조차 되지 않은 가정폭력 사건은 굉장히 많다. 이런 지극히 개인적인 사건만이 아니라 전쟁이나 학살 같은 사건도 개인과 사회에 트라우마를 남겨 사회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뻗어나간다. 이렇게 개인에서부터 시작해 사회 전체로 퍼지는 불신은 어떤 식으로 해결해야 할까? 개인에게 남은 트라우마는 신체에 생리적인 작용으로 형태를 남겨 상대적으로 눈에 잘 띄어 비교적 어렵지 않게 해결이 가능하다.

하지만 개인적 사건에서 발전된 사회적 트라우마든, 사회적인 사건, 즉 전쟁,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집단과의 충돌 혹은 사회적 억압에서 발생한 일들은 생리적인 각인을 남기지 않아 가랑비에 옷 젖듯이 어느 순간 불신의 깊은 곳까지 다다라 있다. 사회 전체의 불신과 그 회복으로 가는 적합한 사례는 로스엔젤레스의 비영리 단체 홈보이 인더스트리즈에서 찾을 수 있다. 그레고리 보일 신부가 부임했을 당시, 그곳은 범죄가 끊이지 않았고, 붙잡힌 사람들은 풀려나면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악순환이 계속 벌어졌다. 그레고리 신부는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해 홈보이 인더스트리즈를 설립했다. 이 기관은 범죄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세계 최대 규모의 갱생, 교화, 사회 복귀 프로그램으로 성장해 전국적으로 뻗어나갔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홈보이 인더스트리즈는 7천 명에 가까운 로스앤젤레스 인근 지역민에게 갖가지 서비스를 제공했고, 400명 이상의 남녀를 대상으로 18개월 동안의 고용을 보장하면서 범죄자의 교화를 도왔다.

『신뢰의 과학』에서는 홈보이 인더스트리즈의 성공적인 사례임과 동시에 사회적으로는 실패담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그 이유는 바로 우리가 사회로 다시 복귀하려고 하는 범죄자들을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거부하기 때문이다. 다시 범죄를 저질러 피해를 입힐 것이라는 우려와 결국 신뢰가 또 무너질 것이라는 걱정이 있기에 기꺼운 마음 없이 무언가의 도움이 있어야만 신뢰가 다시금 조금씩 작용하게 되는 사회 시스템을 지적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아예 없지는 않다. 2016년에 있었던 전국피해자견해조사에서 범죄 피해자 가족들은 보복보다 교화에 초점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개인적 혹은 사회적인 신뢰를 위반한 가해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처벌보다 서로를 좀 더 믿을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는 회복적 정의에 초점을 맞추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폭력 범죄 피해자를 포함해 실제 범죄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한 2016년 전국지해자견해조사 결과에서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가장 드높았다. 주차장 총격 사건으로 스물네 살 된 아들을 잃은 오하이오주에 사는 여성 주디 마틴은 그 설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현재 마련되어 있는 형사 사법 시스템에서는 속죄가 허용되지 않습니다. (…) 우리는 좀 더 인간적으로 대해야 합니다. 그것이 앞으로 나아가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220쪽)

물론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언제든 다시 신뢰가 위반될 것이라는 걱정이 끊임없이 올라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보다 심사숙고해서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는 데에도 문제가 있다. 머리로는 처벌보다 교화를 우선으로 두어야 상황 악화를 막고 좀 더 나은 사회로 갈 수 있다고 여기지만 막상 특정한 사건과 마주하게 되면 교화는 잊고 처벌에만 몰두하게 된다. 이 책에서는 그 지점 또한 짚고 넘어간다. 교화와 갱생, 그리고 서로를 믿고 어우러져 가는 사회를 만드는 일은 절대 한쪽에만 그 책임이 있지 않다. 신뢰를 위반한 가해자는 끼친 피해를 바로잡으려는 노력과 진심 어린 속죄, 앞으로의 책임이, 그리고 신뢰를 위반당한 피해자는 가해자를 용서하고 받아들일 용기가 필요하다. 이는 앞으로 계속해서 벌어질 신뢰 문제에서 풀리지 않는 숙제가 될 것이다. 저자는 신뢰에 대한 연구는 이제 시작일 뿐이며 이 모든 현상을 풀기 위해서는 한 세대의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책이 그 첫 번째 퍼즐을 풀고 신뢰 사회로 향해 가는 아주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추천평

미디어에서 떠들썩하게 회자되는 수많은 사건을 보노라면, 오랫동안 함께 시간을 보낸 가족과 어릴 적 친구만 믿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불신의 시대, “우리는 신뢰하는 사람에데 더 잘 대해주는 경향이 있으며, 이것은 상대방이 그 행동에 보답하도록 격려한다. 신뢰받는 사람 또한 그 신뢰를 착취의 기회로 보지 않고 미래를 위해 보존해야 할 귀중한 자산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라는 책 속 문장이 위안을 준다. 더 넓어진 세상, 신뢰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싶은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 송길영 (『시대예보』 저자, 마인드 마이너)
신뢰는 개인의 관계나 사회 안에서 엄청나게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타인의 신뢰성을 판단하는 데 매우 서툴다. 이 책은 ‘신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 구조를 파헤친 놀라운 책이다. 대인관계뿐만 아니라 집단, 문화, 국가까지 확대하면서 신뢰 유지와 회복애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밝힌다. 저자는 신뢰 문제가 단순하지 않으며, 문제의 근원이 역략이냐 도덕성이냐에 따라 신뢰 판단이 달라질 수 있음을 밝힌다. 이 책은 신뢰 문제로 이슈에 처한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 집단, 사회에서 신뢰를 높이거나 관리할 방법을 찾는 사람들, 특히 리더들의 필독서다.
- 신수정 (『거인의 리더십』 저자, KT 부사장)
우리는 어떻게 하면 타인을 신뢰할 수 있고, 또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 깨진 신뢰는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우리가 서로 좋은 사람이 되게끔 도와주면 직면한 신뢰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보낸다. 우리는 모두 신뢰를 배워야 한다. 이 책에는 불신 사회를 넘어 신뢰 삿회를 향한 저자의 깊은 열망이 흐른다. 타인을 신뢰하기 힘든 독자들, 타인의 배신으로 힘든 독자들, 신뢰를 넘어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찾는 독자들, 좀 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들, 서로에 대한 배려에 목마른 독자들에게 이 책은 오아시스가 될 것이다.
- 이수진 (카이스트 경영대학 기술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