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문학의 이해 (독서>책소개)/9.장르테마소설

악연 (2022) - 추리 / 미스테리

동방박사님 2024. 7. 22.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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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에도가와 란포 상 수상 작가가 풀어내는
대반전의 범죄 미스터리


정당한 복수인가, 아니면 비열한 범죄인가

현실을 묘사하고 감정의 흐름을 관찰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 제56회 에도가와 란포 상 심사 위원, 히가시노 게이고

요코제키 다이는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의 극찬을 받고 에도가와 란포 상을 수상하면서 일본 추리 소설계에 등단했다. 이후에 《루팡의 딸》 시리즈가 연달아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하고 텔레비전 드라마로까지 제작되면서 명실공히 장르 소설의 대가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이 작품은 흠잡을 데 없는 플롯과 군더더기 없는 문체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작가가 데뷔 10주년을 맞이해 야심 차게 내놓은 범죄 미스터리 소설이다. 작가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사건의 퍼즐을 맞추어 나가는 독특하고 눈을 뗄 수 없는 구성을 통해 독자들을 자신이 구축해 놓은 환상적인 미스터리의 세계로 초대하고 있다. 

목차

2020년 - 1
2017년 - 1
2020년 - 2
2017년 - 2
2020년 - 3
2017년 - 3
2020년 - 4
2011년 - 1
2020년 - 5
2017년 - 4
2020년 - 6
2011년 - 2
2020년 - 7
 

저자 소개

저 : 요코제키 다이 (Dai Yokozeki,よこぜき だい,橫關 大)
제56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 작가. 1975년 시즈오카 현 출생. 무사시 대학 인문학부를 졸업한 뒤, 『재회』라는 작품을 통해 일본 추리소설 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최고 영예의 등용문이라 할 수 있는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등단하였다. 이 작품은 2012년에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하였다. 에도가와 란포상 제31회 수상자이면서 제56회 심사위원이었던 히가시노 게이고는 요코제키 다이의 작품에 대해 현실에...

역 : 김은모일본 문학 번역가. 1982년 대구에서 태어나 경북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일본어를 공부하던 도중 일본 미스터리의 깊은 바다에 빠져들어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직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테후테후장에 어서 오세요』,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별 내리는 산장의 살인』, 『여자 친구』를 비롯하여 아시베 다쿠의 고바야시 히로키의 『Q&A』, 미치오 ...

책 속으로

“구라타 씨, 부탁드립니다. 부디 도와주세요. 세상 사람들은 사건이 다 해결됐다고 여기는 모양이지만, 제 생각에는 아무래도 그렇지가 않습니다. 그 사건에는 우리가 알던 것과 전혀 다른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 p.14

바바 히토미는 3년 전 9월 3일 밤에 죽었다. 그로부터 이틀 전, 9월 1일 금요일 낮에 유미가 일하던 무사시다이라 시청 수납과에 전화가 왔다. 점심시간 업무 당번이었던 유미가 그 전화를 받았다. 내내 우연일 것이라 여겨 왔고, 그 외의 가능성은 전혀 고려해 보지 않았다.
“어떠세요, 구라타 씨? 정말로 우연이었다고 생각하세요?”
--- p.71

“아, 구라타 씨, 전화 받았네. 다행이야.”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 주변의 소음이 사라지고 수화기에서 들리는 소리만 선명해진 것 같았다. 마치 자신만 다른 세계로 이동한 듯하다. 남자가 말을 이었다.
“그때는 고마웠어. 당신이 히토미의 주소를 알려 준 덕분이야. 정말 큰 도움이 됐어.”
--- p.153

“범행 시각에 현장 부근에서 당신의 스쿠터가 감시 카메라에 찍혔어. 그리고 어제 가택 수색 때 당신 집에서 바바 히토미의 휴대 전화가 발견됐고. 덧붙여 휴대 전화에는 바바 히토미의 지문이 남아 있었어. 그리고 결정타는 이거야.”
형사가 품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 책상에 내려놓았다. 식칼이 찍혀 있었다. 하지만 노가미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물건이었다.
--- p.284

“스토커? 정말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군.”
기무라가 한탄하듯 내뱉었다. 얼마 전에 히토미가 기무라에게 털어놓은 모양이다. 올해 들어서부터 스토킹을 당했고, 지난달에는 무서워서 이사까지 했단다. 기무라에게는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다고 한다.
“누가 히토미를 스토킹하는 건지 어디 짚이는 구석은 없는 거야?”
“저도 잘 몰라요.”
--- p.373
 

출판사 리뷰

3년 전 스토킹 살인 사건의 재검증, 그리고 마침내 밝혀진 비극의 연결 고리

시청 직원 유미는 가출한 연인을 찾는다는 한 남자의 전화를 받는다. 유미는 남자의 끈질긴 유도 신문에 의도치 않게 개인 정보를 유출하고 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끔찍한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사건의 피해자와 남자가 찾던 여자가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에 유미는 큰 충격을 받는다. 자책감과 주변의 시선으로 괴로워하던 유미는 결국 퇴직을 결심한다. 그로부터 3년 후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유미에게 호시야라는 수수께끼의 남자가 찾아와 느닷없이 그 사건을 재검증하고 싶다고 하는데…….

돌이킬 수 없는 ‘만약에……’의 굴레, 작가는 다 계획이 있었다

‘만약에 전화를 받지 않았다면? 만약에 아이돌이 되지 않았다면? 만약에 트위터 메시지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면? 만약에 교통사고가 없었다면? 만약에 공연을 보러 가지 않았다면?’ 등등 이 작품에는 수많은 가정이 등장한다. 별개의 사연인 것만 같던 이러한 가정들은 요코제키 다이가 짜놓은 플롯에 걸리는 순간 ‘악연’이라는 하나의 대전제 속으로 줄줄이 엮여 들어간다.

작가는 작품의 도입부에 밑도 끝도 없이 ‘사건의 재검증’이란 단서를 던져 놓은 채,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과거와 현재를 쉴 새 없이 오가기 시작한다. 게다가 분명히 살인 사건이 벌어졌으나 그것에 대해서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듯 계속해서 등장인물들의 크고 작은 개인사에만 집중한다. 이 과정에서 독자들은 어느 순간 소설 속 인물들의 세계로 빠져들고 그들과 함께하게 되는데, 바로 이런 자연스럽고 강력한 흡입력이 요코제키 다이의 필력이자 시그니처라 할 수 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자극적인 요소가 없더라도 충분히 흥미로운 범죄 미스터리 세계관을 구축할 수 있다는 자신의 능력을 가감 없이 발휘한다.

『루팡의 딸』 요코제키 다이가 선사하는 또 하나의 미스터리 역작

이 작품의 원제는 『죄의 인과성』이다. 원제에서 알 수 있듯, 작가는 현재에 벌어지는 시련이나 비극이 실은 과거에 자신이 저지른 업보와 관련이 있을 수 있으며, 전혀 무관해 보이는 일들의 이면에 생각지도 못한 인과 관계가 숨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인과응보식 줄거리는 범죄 미스터리 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제이나, 요코제키 다이는 아주 독특한 방식으로 자신만의 미스터리를 완성한다. 일단 범죄를 해결하는 주체로 형사나 탐정이 아닌 평범한 직장인이자 아이돌 그룹의 팬을 설정해 추리 소설의 전형성을 깨 버림으로써 독자들에게 일차적인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런 다음 드라마틱한 추리나 쫄깃한 서스펜스 등의 장치 없이 오로지 등장인물들의 대과거 및 과거 내러티브를 통해 사건 해결의 실마리에 도달함으로써 다시 한번 추리 소설의 전형성을 깨 버린다.

요컨대 『악연』은 작가의 데뷔 10주년 기념작이라는 타이틀답게 요코제키 다이 특유의 치밀한 구성력과 냉철한 문장력이 한껏 응축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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