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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북] 길가메시 서사시 (메소포타미아 신화)

동방박사님 2024. 8. 25.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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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메시 서사시

길가메시 서사시의 일부가 기록되어 있는 점토판. 대홍수와 방주의 건조에 관한 내용이 들어있다. 기원전 650년경의 것으로 확인된 아시리아의 점토판이 니네베에서 발견되어 현재 영국 런던의 영국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수메르어로 기록된 기원전 3세기 경의 길가메시 서사시의 원본 점토판은 인멸되었다

메소포타미아 신화 / Chaos Monster and Sun God

태초의 존재 / 일곱 지배신 / 그 외 주요신

반신 및 영웅 / 정령 및 괴물 /이야기

아트라하시스엔메르카르와 아라타의 지배자에누마 엘리시길가메시 서사시

관련 주제

고대 근동 종교수메르 종교바빌로니아 종교

길가메시 서사시 (Epic of Gilgamesh)는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서사시로 수메르 남부의 도시 국가 우루크의 전설적인 왕 길가메시(Gilgaméš)를 노래하였다. 19세기 서남아시아 지방을 탐사하던 고고학자들이 수메르의 고대 도시들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발견되었다. 길가메시 서사시는 호메로스의 서사시보다 1500년가량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출처 필요]

길가메시 서사시의 기원

"수메르 왕 명부"에 따르면 길가메시(수메르어 이름은 빌가메시 Bìl-ga-mèš)는 기원전 28세기경 우루크를 126년 동안 지배한 왕이었다고 한다. 기록을 보면 이때 이미 길가메시의 일생이 신비스럽게 꾸며진 것을 알 수 있다. 길가메시의 일생에 관한 전설은 시로 만들어져 구전되었는데, 기원전 21세기경 우르 왕이었던 슐기 때, 특히 길가메시에 대한 많은 시들이 지어진 듯하다. 그때까지 구전되던 시 몇 편이 이 무렵에 설형문자로 처음 기록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기원전 18세기 기록된 것으로 추정되는 길가메시(빌가메시)에 관한 시 다섯 편의 일부가 현재 전해지는데 모두 슐기 왕 시대에 기록된 시들의 사본일 가능성이 있다.

기원전 18세기에 함무라비 왕의 고대 바빌로니아 왕국이 메소포타미아의 지배자로 등장하며, 아카드어를 사용하는 바빌로니아인들도 길가메시에 대한 전설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주요 아카드어 판본 중 가장 오래된 것은 한 구절을 따서 "모든 다른 왕들을 능가하는 왕(Surpassing all other kings)"으로 불리는데 함무라비 왕의 재위 기간에 기록되었다.

기원전 1300년과 1000년 사이 신레케운니니(Sin-leqe-unnini)라는 시인이 그때까지 전해지던 길가메시 전설을 하나의 서사시로 편집했다고 하는 아카드어 판본을 오늘날 표준판이라 한다. 이 판본은 첫 행을 따 "깊은 곳을 본 이(He who saw the deep)"라고 불린다. 그 후에 발견되는 여러 판본은 어느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모두 표준판을 기초로 한 것으로 생각된다. 현존하는 가장 완전한 형태의 판본은 니네베에 있는 아시리아 왕 아슈르바니팔(재위 기원전 668-627)의 서고에서 발견된 12개의 점토판에 기록된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완전히 전하지 않아 학자들은 부분적으로 전해지는 여러 판본으로 전체 모습을 복원하고 있다.

길가메시(길가메쉬)라는 이름의 어원

길가메쉬가 히타이트어의 Bilgames(뒷뿌리 -mes: 영웅)에서 왔다고 일부 언어학자들이 주장하지만 가설에 불과하다.

수메르인들은 길가메쉬를 빌가메쉬(Bilgamesh)로 부른 것으로 보인다. 학자들 사이에서 길가메쉬를 역사적인 실존 인물로 보는 견해에 무게가 실렸다. 그에 따라서 길가메쉬 이름의 어원을 신의 권위를 지녔다는 의미로 해석하기보다는 영생을 갈구했지만 결국에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인간 운명의 본질을 지녔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견해가 있다. 히브리어(BC1000년 무렵에 기록)보다 더 오래된 기록 언어인 수메르어(BC3500~3000년 무렵에 기록)로 쓰인 빌가메쉬(Bilgamesh)는 의미상 '빌가(bil-ga)''메쉬(meš)'로 구성되어 있다. '빌가''늙은이, 조상'이라는 뜻이고 '메쉬'는 '젊은이, 영웅'이라는 뜻으로 '빌가메쉬'는 이 둘이 서로 합쳐진 이름이다.

'길가메쉬''길가미쉬(Gilgamish)' 로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는 본래 '--아가-미쉬(Gi-bil-aga-miš)'라고 한다. '기빌'은 불의 신을 의미한다. '--아가-미쉬'가 추후에 '기빌가미쉬(Gil-bil-ga-miš)'로 바뀌고 최종적으로는 'b''u'로 바뀌게 되어서 '길가미쉬(Gil-ga-miš)'가 되었다고 한다.

서사시의 내용

우루크의 지배자 길가메쉬는 지상에서 가장 강력한 왕으로 3분의 2는 신, 3분의 1은 인간인 초인(超人)이다. 그러나 백성들이 그의 압제에 불만을 터뜨리자 천신(天神) 아누(Anu)(수메르어로는 안)와 모신(母神) 아루루(Aruru)는 길가메쉬의 힘을 낮추기 위해 엔키두라는 힘센 야만인을 만든다. 길가메쉬와 엔키두가 싸우고 예상외로 길가메쉬가 이기자 둘은 친구가 된다. 둘은 삼나무 숲의 괴물 파수꾼 훔바바를 정벌하는 모험을 떠나 그를 죽이고 우루크로 돌아온다. 길가메쉬가 여신 이슈타르(Ishtar)(수메르어로는 이나나)의 유혹을 뿌리치자 이슈타르는 아버지인 아누에게 길가메시를 징벌하기 위해 하늘의 황소를 내릴 것을 요청한다. 길가메쉬와 엔키두는 하늘의 황소를 죽인다. 엔키두가 훔바바와 하늘의 황소를 죽인 데 분노한 신들이 엔키두를 죽인다. 친구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은 길가메쉬는 영생의 비밀을 듣기 위해 죽지 않는 유일한 인간인 우트나피시팀과 그의 아내를 찾아 나선다. 고생 끝에 우트나피시팀을 만나 대홍수에 대해 전해 듣고 영원히 살 수 있는 기회를 두 번 얻지만 모두 실패하고 우루크에 돌아온다.

"올라와서 그 산을 향하여 보아라[...]!

나는 나의 신성한 잠을 빼앗겼다.

나의 친구, 나는 오, 나는 얼마나 불편하고 얼마나... , 얼마나 방해하는 꿈을 보았다!

나는 그 대초원지대의 거친 황소를 붙잡았다.

그가 그 땅을 발로 차 올렸기 때문에 그 먼지는 하늘을 뿌옇게 했다.

나는 그 앞에서 물러났다.

그는 나의 옆구리를 강하게 덮칠 것이다.

그는 .... [...] ... 찢어버렸다.

그는 그는 음식을 주었다... 그는 음료를 주었고, 그는 나에게 그의 젖은 피부로부터 마시게

해주었다.

(그 꿈의 묘사는 마치고 엔키두로 추측되는 그밖에 누군가는 이제 그것을 설명한다.)

"그 신, 나의 친구에게 우리는 갔고

이런 형태가 이상하다 해도 거친 황소가 아닐까.

바로 보이는 그 거친 황소는 찬란한 샤마쉬이고,

비탄 속에서도 그는 그의 두 손을 잡을 것이다.

그의 젖은 피부로부터 그대에게 마시기 위해 주었던 그 사람,

그는 그대에게 명예를 주려는 너의 신이다.

우리는 그러므로, 루갈반다, 그에게 합하여야 하고,

우리는 죽음을 통해 불명예스럽게 되지 않도록 해야할지도 모른다.

— 길가메쉬 서사시 발췌

성경과의 유사성

홍수설화

길가메시 서사시의 일부가 기록되어 있는 점토판. 대홍수와 방주의 건조에 관한 내용이 들어있다. 기원전 650년경의 것으로 확인된 아시리아의 점토판이 니네베에서 발견되어 현재 영국 런던의 영국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수메르어로 기록된 기원전 3세기 경의 길가메시 서사시의 원본 점토판은 인멸되었다.

성경에서 신은 사악해진 인간들을 벌하기 위해 홍수를 일으킨다. 길가메시 서사시에 포함된 우트나피시팀의 이야기에서 신은 그 수가 너무 많아지고 소란스러워진 인간들을 벌하려 한다. 이 두 이야기는 많은 유사성을 보인다.

신(들)은 홍수를 일으켜 세상의 모든 남자들, 여자들, 아기들, 동물들을 멸망시키려 한다.

()은 정직한 인물 한 명을 선택한다.

()은 그 인물에게 여러 층으로 된 나무 방주를 만들도록 명한다.

방주는 피치로 틈이 봉해지고 많은 선실이 있었다.

그 인물은 방주를 만들고 다른 몇 명의 사람들과 각 종류의 동물들로 방주를 채운다.

거대한 홍수가 범람한다.

최초의 산들은 물에 잠긴다.

그 인물은 주기적으로 새를 보내 근처에 육지가 있는지 살핀다.

처음 보낸 두 마리의 새는 방주로 돌아 오고 세 번째 새는 육지를 찾았는지 방주로 돌아 오지 않는다.(성경에서 처음 보낸 까마귀는 돌아오지 않고(먹을 시체가 물위에 널렸기 때문에) 중간에 날려보낸 비둘기만 돌아오고 마지막 비둘기는 육지를 찾아서 돌아오지 않는다.)

그 인물과 그의 가족은 방주를 떠나 동물 한 마리를 살생하는 의식을 치르고 그 동물을 희생양으로 바친다.

()은 희생양을 구울 때 나는 냄새를 맡는다.

그 인물은 축복을 받는다.

()은 홍수에 대해서 유감을 표시한다.

기타

대홍수와 관련된 상징이나 서사 구조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이집트 신화가 보여주는 상징이나 서사 구조인, 인간 삶을 여정으로 보는 것, 사후 세계의 인정, 신적 인간의 유한한 생명과 부활, 동물혼의 묘사, 신적 존재와의 감응 - 그리스 신화도 그러하지만 - 등의 유사성은, 기독교 성경과의 비교를 도리어 무색하게 하므로, 여러 고대 종교들이 기록한 '대홍수기'를 별도의 주제로 설정하고 비교하는 것이 보다 유의미 할 것이다.

 [Sources Wikipedia]

책소개

길가메시, 폭군에서 지혜자로 우뚝 서다
인간의 자립과 성장에 관한 원형(原型)을 담은 이야기


『길가메시 서사시』는 폭군에 불과했던 한 인간이 고대에 지혜자요 신(神)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겪었던 모험과 실패, 성장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인류 최초의 서사시이자 영웅 신화이다.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서사시 원문의 초기 번역서를 접한 후 환희와 경이로움에 사로잡혀 만나는 사람 모두에게 “정말 굉장해요!”라고 외치고 다녔다. 4천 년 동안 잠자고 있었던 고대의 마법이 풀렸기 때문이다.

인생의 본질과 성장에 관한 인류의 고민은 그때나 지금이나 흡사했다. 이 서사시에는 영생을 향한 인간의 열망, 죽음을 앞둔 자의 고뇌와 분투, 인간의 한계를 경험한 후 들어선 깨달음의 길 등, 인문적인 사유가 박진감 넘치는 모험 이야기와 절묘하게 버무려진다. 인류 역사 초기에 신들이 인류를 멸하려고 일으킨 대홍수 이야기와 망자들의 음울한 세계에 대한 묘사도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길가메시는 세상 끝에서 대홍수의 생존자 우타나피쉬티에게서 얻은 지혜 덕분에 나라의 사원들과 홍수 이전의 이상적인 제례들을 복원한다. 그는 고대인들이 기록한 군왕 명부에도 있으므로, 아서 왕처럼 실존했을 가능성이 높다.

편역자 앤드류 조지는 이 책에서 아카드어 바빌로니아 표준판본 및 수메르어 시들을 집대성하여 거의 모든 연구를 한 권에 담아 가장 완벽한 형태로 소개하고 있다. 특히, 수메르어와 아카드어 원어를 문자적 번역에 기초해 영어로 한 줄 한 줄 번역하고, 그 번역어 순서까지 신경 썼다. 설형문자 원판의 훼손된 부분을 과도한 해석과 윤색이 담긴 글로 채우기보다는 그대로 두어 독자가 원판을 직접 보는 감동을 전하려고 애썼다. 한글판 옮긴이 역시 운문(韻文)으로 구성된 원글의 취지를 존중하여 되도록 원서의 어순을 따라 번역했다.

현대지성 클래식에서 소개하는 『길가메시 서사시』는 연구자 수십 명의 최신 연구 결과와 새로 알려진 점토판 해석 의견을 꼼꼼히 반영했으며, 신화·종교·지혜의 맥락에서 본 서사시,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학적 배경, 지금도 적용되는 인문학적 의의 등의 내용이 포함된 50여 쪽에 이르는 상세한 해제까지 담아 “독자가 접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형태의 번역본”으로 자신 있게 선보인다.

목차

이 책을 읽기 전에
개정판 서문
초판 서문
번역과 본문 형식에 대하여
지도

1부. 심연을 본 사람: 바빌로니아 길가메시 서사시 표준 판본

태블릿 I. 엔키두의 등장
태블릿 II. 엔키두 길들이기
태블릿 III. 삼나무 숲으로의 원정 준비
태블릿 IV. 삼나무 숲으로의 원정
태블릿 V. 훔바바와 벌인 싸움
태블릿 VI. 이쉬타르와 천상의 황소
태블릿 VII. 엔키두의 죽음
태블릿 VIII. 엔키두의 장례
태블릿 IX. 길가메시의 방랑
태블릿 X. 세상의 끄트머리에서
태블릿 XI. 거부당한 영생
태블릿 XII. 부록

2부. 수메르어 길가메시 시들

길가메시와 아카: ‘아카의 사절단’
길가메시와 후와와: ‘산 자의 산으로 가는 왕’과 ‘만만세!’
길가메시와 하늘의 황소: ‘전쟁 영웅’
길가메시와 저승: ‘그 시절 낮에, 먼 시절의 낮에’
길가메시의 죽음: ‘위대한 야생 황소가 누워 있네’

3부. 바빌로니아 길가메시 서사시의 구버전 파편들

프롤로그
엔키두의 창조
엔키두가 인간이 되다
길가메시가 엔키두의 꿈을 꾸다: 엔키두가 우루크에 도착하다
엔키두가 길가메시의 형제가 되다: 삼나무 숲으로의 원정 준비
삼나무 숲으로 가는 길에서 꾼 첫 번째와 두 번째 꿈
삼나무 숲으로 가는 길에서 꾼 세 번째와 네 번째 꿈
삼나무 숲에 가는 길에 꾼 다른 꿈
삼나무 숲지기를 베다
삼나무 숲에서 쓰러진 나무들
엔키두가 사냥꾼과 매춘부를 저주하다
길가메시, 세상의 끝에서

4부. 다양한 바빌로니아 파편들

우가리트 태블릿들
하투사 파편들
에마르 파편들
메기도 태블릿
시랜드 태블릿

해제 | 앤드류 조지
연표
이미지 출처 및 해설
고유 명사 해설
참고문헌
추가 연구를 위하여

저자 소개

저 : 앤드류 조지 (Andrew George)
1955년 영국 서리의 해슬미어에서 태어났다. 버밍엄 대학교에서 아시리아학을 공부한 후, 1983년부터 런던 대학교 산하 SOAS(School of Oriental and African Studies) 칼리지에서 아카드어와 수메르어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현재 이 대학교의 바빌로니아 전공 교수다. 2006년 영국 학술원 회원으로 선출되었고, 2011년에 ‘아메리카 오리엔탈 소사이어티’(American Orienta...
 
역 : 공경희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 번역TESOL대학원 겸임교수를 지냈으며 서울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 대학원에서 강의했습니다. 소설, 비소설, 아동서까지 다양한 장르의 좋은 책들을 번역하며 현재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시드니 쉘던의 『시간의 모래밭』으로 데뷔한 후, 『호밀밭의 파수꾼』, 『비밀의 화원』,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모리와 함께한 ...

책 속으로

심연을, 나라의 근간을 본 사람,
[그는 합당한 방도를 알았고,] 매사에 현명했지!
[그는] 만방에서 [권]좌를 탐색했네
그리고 모든 지혜를 [알았지]
그는 비밀스러운 것을 보았고, 감추어진 것을 발견했네
그는 대홍수 이전 이야기를 안고 돌아왔네.
--- p.25, 「1부. 심연을 본 사람: 태블릿1 엔키두의 등장」 중에서

[훔바바가] 사는 삼나무 숲에서,
그의 거처에서 [우리가] 그를 급습하세!
엔키두가 입을 열어
길가메시에게 말하기를
“고지대에서 동물 무리와 여기저기 쏘다니면서
나는 그를 알았네, 친구.
그 숲은 60리그 야생인데,
누가 그 속에서 모험을 하겠나
--- p.50, 「1부. 심연을 본 사람: 태블릿2 엔키두 길들이기」 중에서

엔키두가 말하려고 입을 열어
[길가메시에게] 이르기를
“친구여, [삼나무] 숲을 지키는 훔바바,
[그를 처치하게], 그를 베어버리게, [그의 힘을 없애게!]
존엄이신 [엔릴이] 우리 행위를 듣고
그리고 [위대한] 신들이 우리에게 화가 나 대적하기 전에
니푸르에서 엔릴, [라르사]에서 샤마쉬 …
무궁한 [명성을] 영원토록 세우도록
어떻게 길가메시가 [사나운] 훔바바를 베었는지!”
훔바바는 [엔키두가 그를 어떻게 험담하는지] 들었네
훔바바는 [샤마쉬 앞에서 흐느끼면서 고개를] 들었네
[햇발] 아래 [그의 눈물이 흘러내렸네.]
--- p.90, 「1부. 심연을 본 사람: 태블릿5 훔바바와 벌인 싸움」 중에서

마슈의 쌍둥이 산으로 그는 갔네
매일 떠오르는 [태양을] 지키는 산들,
그 꼭대기는 하늘의 구조를 [지탱하고]
그 바닥은 저승까지 내려가네.
그 문을 호위하는 전갈 인간들이 있었네
그들이 주는 공포는 극렬했네, 그들의 눈길은 죽음이었네
그들의 광휘는 두려웠고 산들을 압도했네
해돋이와 해넘이 때 그들은 태양을 호위했네.
길가메시는 그들을 보았고, 두렵고 공포스러워 얼굴을 가렸네
그러다가 지혜를 발휘해 그들의 면전에 더 다가갔네
전갈 인간이 그의 짝을 불렀네
“우리에게 온 자는 몸이 신들의 육신이군.”
--- p.128, 「1부. 심연을 본 사람: 태블릿9 길가메시의 방랑」 중에서

하루 동안 강풍이 [불어 나라를 초토화했네]
날쌘 바람이 불었고 [그러다가 대홍수가 왔네]
전투처럼 [대변동이] 사람들 위를 지나갔네
이 사람과 저 사람이 분간되지 않았네
대파괴 속에서 사람들이 구분되지 않았네.
신들조차도 대홍수에 겁을 먹고
떠나 아누의 하늘로 올라가
노천에서 웅크린 개들처럼 엎드렸네
여신들은 산고 중의 여인처럼 울부짖고
벨레트--- p.일리의 곡소리는 너무도 달콤했지. (…)
하지만 이레째 되는 날이 오자
강풍이 잦아들었네, 대홍수가 물러갔네
산고를 겪는 여인처럼 몸부림치던 바다가 잔잔해지고
돌풍이 잠잠했네, 대홍수가 물러갔네. (…)
이레째가 되었네
나는 비둘기를 꺼내, 놓아주었네
비둘기는 날아갔지만 그러다가 되돌아왔네
내려앉을 곳이 없어, 내게 되돌아왔네. (…)
길가메시가 그에게, 머나먼 자 우타나피쉬티에게 말하기를
“우타나피쉬티여, 제가 어찌해야 하고 어디로 가야 하리까
도둑이 내 [살]을 가져갔나니!
침실에 죽음이 거하고
[내가] 돌아보는 곳마다 거기에도 죽음이 있나이다.”
--- p.158, 166「1부. 심연을 본 사람: 태블릿11 거부당한 영생」 중에서

출판사 리뷰

폭군에서 지혜자로, 길가메시가 경험한 심연

『길가메시 서사시』는 한 마디로 망나니요 폭군에 불과했던 길가메시가 여러 과정을 거쳐 지혜자요, 신들의 반열에 오르기까지 성장한 이야기다.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던 길가메시는 난생처음 자신과 필적할 상대 엔키두를 만나 사투를 벌인다. 결국, 길가메시가 승리하지만 엔키두의 존재는 그에게 인생의 새로운 길을 열어준다. 따분하기 그지없었던 인생에 도전할 만한 목표가 생긴 것이다. 혼자서는 엄두가 나지 않았던 괴물 훔바바를 엔키두와 함께 물리치러 먼 길을 떠난다. 그리고 훔바바를 해치운 일로 신들의 노여움을 사서 영혼의 친구 엔키두를 잃게 되고, 이로써 길가메시는 영생의 길에 눈을 뜬다.

길가메시 서사시는 발생 배경에 대한 특별한 지식 없이도 읽고 즐길 수 있는, 흔치 않은 바빌로니아 문학 작품이다. 등장인물 이름이 낯설고 장소가 기묘하지만, 서사시가 다루는 주제 중에는 평범한 인생 경험도 있어 주인공의 포부와 슬픔, 절망도 쉽게 공감할 수 있다. 길가메시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놓았던 심연은 무엇이었을까? 망나니 왕에 불과했던 그가 신들의 반열에 오르기까지 경험했던 심경의 변화를 보면서 인류 최초의 서사시에 담긴 지혜의 길을 발견해보자.

신화의 옷을 입었지만,
인간의 자립과 성장에 관한 이야기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작품 전체를 흐르는 기본 주제이지만, 서사시는 그 이상을 다룬다. 영생을 향한 인간의 열망을 살피면서, 시는 한 인간의 죽음에 맞선 영웅적인 분투, 거대한 실패에 직면한 인간의 절망, 업적을 남겨 영원한 명성을 얻는 깨달음의 길을 웅장한 서사시에 녹여낸다. 영생을 향해 그토록 발버둥쳤지만, 결국 허무하게 빼앗겨버린 과정을 보여주면서 서사시는 인간이 처한 진실을 깨닫게 한다.

줄거리는 단순하지만, 길가메시가 경험했던 파란만장했던 서사는 히브리 성경에 등장하는 지혜의 왕 솔로몬이 평생의 경험을 거친 뒤 하고 싶은 말을 정리한 “전도서”의 주제와 무척 흡사하다. 인생의 목적 없이 헛돌던 길가메시가 영혼의 친구(soul mate)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변화되는 과정, 거기서 맞닥뜨린 흥미진진한 모험 이야기, 인간 한계 너머 새로운 열망을 품게 된 길가메시, 다른 세상(저승)에서의 모험 등이 박진감 넘치게 이어진다. 거기에 더해 인류 역사 초기에 신들이 인류를 멸하려고 일으킨 대홍수 이야기와 망자들의 음울한 세계에 대한 묘사도 예술적으로 엮인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학자인 소르킬드 야콥슨은 이 서사시를 “현실에 맞서는 법을 배우는 이야기, 성장에 관한 이야기”라고 정리했다. 길가메시는 미숙하고 어리석은 젊은이로 시작하지만, 결국 죽음의 힘과 현실을 받아들이고, 철든 성숙에 이른다. 영웅의 자취를 기록하면서 시인은 젊음과 늙음, 승리와 절망, 인간과 신, 삶과 죽음을 심오하게 반추한다. 길가메시의 영광스러운 행위뿐 아니라 가망 없는 탐구를 지속하게 하는 고통과 고생에도 주목한다.

가장 완벽한 형태의
길가메시 서사시 번역본


4000년 이상 긴 잠을 자던 『길가메시 서사시』가 전 세계에 그 얼굴을 드러낸 것은 길게 보더라도 150년 남짓이다. 쐐기문자를 해독하는 길이 열리면서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현재 이라크 지역 근방)에 광범위하게 흩어진 점토판 하나하나를 수백 명의 학자가 연구하면서 한 줄 한 줄 새로운 사실이 빛을 보고 있다. 고대 언어를 다루는 분야는 한 명의 천재성보다는 수많은 학자의 성실함과 전문성이 상호 보완하고 크로스 체크하며 모자라는 부분을 채워가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길가메시 서사시』는 서로 다른 서너 시기에 서너 개 언어로, 점토판의 형태로 현재도 활발하게 출토되고 있다. 이 책은 다양한 원전 텍스트를 구분했고, 총 4부로 서사시의 다양성을 충분히 소개하면서, 학계 최신 연구 성과도 반영했다.

1부 원 텍스트는 기원전 10세기에 바빌로니아와 아시리아의 표준어였던 아카드어로 되어 있고, 몇 군데의 공백(점토판의 훼손된 부분)은 더 오래된 자료를 참조하여 채워졌다. 이 책은 이 텍스트를 표준본으로 삼는다. 표준 판본은 현존하는 총 73매의 필사본으로 정리된 상황이다.

2부는 수메르어 시 다섯 편으로, 앤드류 조지는 이 책에서 세계 최초로 수메르어로 된 서사시 5편을 모두 영어로 번역해 한곳에 모아 출간했다. 1부와는 달리, 공통된 주제가 없는 개별적인 이야기로 구성된다. 기원전 18세기에 바빌로니아 필경 견습생들이 만든 필사본으로 알려졌다.

3부는 아카드어로 이루어져 있고, 1부보다 더 오래된 자료의 번역본이다.
4부는 3부에 없는 기원전 20세기의 아카드어 파편들이 실렸고, 고대 서쪽 지역(레반트와 아나톨리아)에서 나온 여러 개의 시 조각들이 포함되어 있다.

70년 전만 해도 40개 이하의 원고(필사본)로 텍스트를 재구성해야 해서 이야기에 큰 구멍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복구한 원고가 73개로 늘어나 구멍이 훨씬 줄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쓸 만한 출처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텍스트가 더 많이 파악되어 가면서, 어느 날 서사시는 먼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다시 완전해질 것이다.

1983년부터 런던대학교에서 아카드어와 수메르어를 가르치고 있으며, 2006년 영국 학술원 회원으로 선출된 저자 앤드류 조지는 2019년까지 수집된 최신 필사본을 수메르어와 아카드어 원어를 문자적 번역에 기초해 영어로 번역하고 상세한 해설을 달았다. 한글판 역자 역시 운문(韻文)으로 구성된 원글의 취지를 존중하여 한글 번역도 되도록 원서의 어순을 따랐다. 새 원고가 발굴되는 대로, 이 번역본도 새로운 역본으로 대체될 것이다. 그때까지는 출간, 미출간 불문하고 거의 모든 자료를 직접 연구한 이 번역본이 가장 완벽한 형태의 길가메시 서사시다.

30년 전의 글만 읽더라도 어색하고 민망한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닌데, 『길가메시 서사시』는 무려 4000년의 시공간을 훌쩍 뛰어넘어 우리에게 전달되었다. 하지만 지금 읽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어린이들에게는 모험과 재미를, 청장년에게는 삶의 의미와 도전을, 노년에게는 영원과 인생의 무상함에 대한 폭넓은 공감을 주는 이 작품은 앞으로 천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사랑받고 감동을 줄 것이다.

책소개

과거와 비교해 창조과학이 위력이 현저하게 약해진 것이 사실이지만 아직도 지역교회 현장에서 세계 신학계의 동향이나 과학계의 성취에 대해 눈과 귀를 꽉 막은 채 편협한 근본주의적 방식으로 ‘노아 홍수’ 사건을 이해하는 사람들이나, 이런 사람들을 설득해 더 나은 창세기 해석의 가능성을 제시하고픈 사람들에게 『노아 홍수의 잃어버린 세계』는 분명 가뭄의 단비와 같은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목차

서론

약어

1부 방법: 해석에 관한 관점
명제 1 창세기는 고대 문헌이다
명제 2 창세기 1-11장은 과거에 있었던 실제 사건에 대한 주장을 하고 있다
명제 3 창세기 1-11장은 수사적 장치를 사용한다
명제 4 성경은 역사적 사건을 묘사하기 위해 과장법을 사용한다
명제 5 창세기는 과장된 홍수 이야기를 적절히 제시한다
명제 6 창세기는 홍수를 전 세계적인 사건으로 묘사한다

2부 배경: 고대 근동 문헌
명제 7 고대 메소포타미아에도 전 세계적인 홍수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다
명제 8 성경의 홍수 기사는 고대 근동의 홍수 이야기들과 유사점과 차이점이 있다

3부 본문: 성경 본문에 대한 문학적·신학적 이해
명제 9 한 번의 국지적인 엄청난 대홍수가 수사적인 목적과 신학적인 이유로 의도적으로 전 지구적 홍수로 묘사되었다
명제 10 홍수 기사는 언약의 배경 역할을 하는 연속적인 죄와 심판 이야기의 일부다
명제 11 신학적 역사는 신적인 임재, 질서의 확립, 질서가 약화하는 방식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명제 12 ‘하나님의 아들들’ 에피소드는 홍수의 서곡일 뿐만 아니라 가인과 아벨 이야기의 후속편이다
명제 13 바벨탑(창 11:1-9)은 태고 시대 이야기에 대한 적절한 결론이다

4부 세상: 홍수의 증거에 대해 생각해보기
명제 14 홍수 이야기의 배후에는 실제 사건이 있다
명제 15 지질학은 전 세계적인 홍수를 뒷받침하지 않는다
명제 16 세계 곳곳의 홍수 이야기들은 한 번의 전 세계적인 홍수를 입증하지 않는다
명제 17 과학은 종교를 정화할 수 있고 종교는 과학을 우상숭배와 잘못된 절대적 원리로부터 정화할 수 있다

결론
 

저자 소개 

저 : 트렘퍼 롱맨 3세 (Tremper Longman III)
 
Ohio Weslyan University(B.A.), Westminster Theological Seminary(M.A.), Yale University(Ph.D.)를 졸업하고 Westmont College에서 성경학 교수로 섬기고 있으며 여러 저서가 있다. 『잠언 주석』(CLC, 2019), 『욥기 주석』(CLC, 2017), 『구약성경의 정수』(Old Testament Essentials, CLC, 2016...

저 : 존 H. 월튼 (John H. Walton)

미국 Muhlenberg College (A.B.), 미국 Wheaton Graduate School (M.A.), 이스라엘 Hebrew Union College-Jewish Institute of Religion (Ph.D.)를 거쳐 미국 Moody Bible Institute 구약학 교수를 역임하였다. 히브루유니언 칼리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무디 성경대학에서 20여 년간 가르쳤으며, 현재는 휘튼 칼리지에...

역 : 이용중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KBS 취재기자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으나, 이후 교회를 섬기는 종으로 부르심을 받고 기독교 서적 전문 번역가이자 개혁파 목사로 일하고 있다. 모순된 현실을 복음으로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예언자적인 신학에 관심이 많다. 『새 하늘과 새 땅』, 『인간의 타락과 진화』, 『초기 기독교와 축귀 사역』, 『왕이신 예수 따르기 프로젝트』(이상 새물결플러스), 『E...
 

책 속으로

과거에 대해 쓴 성경 저자들을 포함하여 역사가들은 단순히 사건(단지 사실들)을 기록만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사건의 의미를 해석한다. 게다가 성경 저자들은 사건을 순수하게 사실대로 재구성하여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를 주는 것이 아니라 사건을 이용하여 그들의 신학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관심이 있다. 하나님이 그들에게 부여하신 권위를 지닌 것은 바로 그들의 신학적 메시지다. 사건은 영감받은 것이 아니다. 사건에 대한 해석이 영감받은 것이다.
--- 「명제 3 - 창세기 1-11장은 수사적 장치를 사용한다」 중에서

물이 땅속 깊은 곳과 하늘에서 흘러나왔을 때 “물이 많아져 방주가 땅에서” 떠올랐다(창 7:11). 심지어 “높은 산”도 잠겼고(창 7:19) 단지 잠기기만 한 것이 아니라 물이 산 위로 15규빗(7m) 이상 솟아올랐다. 이런 묘사는 정말로 국지적인 홍수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홍수에 대한 묘사다. 현대의 일부 독자들은 인식하지 못했더라도 최초의 청중은 이와 같은 묘사가 과장법이라는 점을 이해했을 것이다.
--- 「명제 5 - 창세기는 과장된 홍수 이야기를 적절히 제시한다」 중에서

성경의 홍수 이야기와 메소포타미아의 홍수 이야기를 비교해보면 각각의 이야기는 의도한 수사적 효과를 반영하기 위해 전통적인 묘사를 차용했기 때문에 (홍수의 길이, 방주의 크기와 같은) 묘사 수준에서의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묘사들은 부수적이며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사건에 대한 해석의 차이다. 고대 근동의 이야기들 사이에는 주목할 만한 차이점이 있으며 성경의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들과 상당히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 「명제 8 - 성경의 홍수 기사는 고대 근동의 홍수 이야기들과 유사점과 차이점이 있다」 중에서

노아 홍수의 지질학과 수문학적 규모에 대한 일체의 주장은 자연 세계에 대한 관찰을 통해 검증될 수 있어야 한다. 보통 홍수 하면 강둑 위로 범람했다가 몇 시간, 며칠, 또는 몇 주 뒤에 원위치로 되돌아가는, 빠르게 움직이는 거친 물살을 연상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홍수는 흙과 무른 퇴적물인 지표면의 물질을 침식시켜 다른 곳에 퇴적시키기도 한다. 만일 창세기의 홍수가 온 땅을 덮어서 모든 지형이 물에 잠겼다면 침식과 퇴적의 중요한 증거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실제로 홍수 지질학을 옹호하는 이들은 복음주의 기독교인 대중을 겨냥한 여러 출판물, 비디오, 웹사이트, 관광지에서 홍보하듯이 그와 같은 증거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전 세계 과학계는 홍수 지질학자들의 지질학적 해석을 압도적으로 거부한다.
--- 「명제 15 - 지질학은 전 세계적인 홍수를 뒷받침하지 않는다」 중에서

과학에 영향을 끼치는 종교는 과학의 토대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주장하고 싶다. 과학은 우주에 일관성이 있다고 이해하는 성경적 토대를 바탕으로 작동된다. 하나님은 관찰을 통해 연구할 수 있는 질서 잡힌 우주를 창조하셨고 인간 피조물에게 그들의 관찰을 바탕으로 어떤 결론에 도달할 수 있도록 지능을 주셨다. 따라서 우리는 과학사가 테드 데이비스(Ted Davis)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 혁명은 본질적으로 기독교적 현상이 아니었지만 거의 전적으로 기독교인들에 의해 수행되었다”고 말할 때 놀라지 않아도 된다.
--- 「명제 17 - 과학은 종교를 정화할 수 있고 종교는 과학을 우상숭배와 잘못된 절대적 원리로부터 정화할 수 있다」 중에서

출판사 리뷰

20세기 들어 세계 지성계를 주도한 대표적 원리 하나는 ‘진화론’이었다. 비단 자연 과학계뿐 아니라 다양한 인문-사회학 분야도 진화론이란 원리에 빗대어 각종 현상을 분석하고 전망하는 방식에 깊이 침잠하였다.

이런 현실에 큰 위기의식을 느낀 미국의 보수 기독교계는 진화론에 맞서 자신들의 ‘성경적’ 신앙을 파수하기 위한 방편의 일환으로 소위 ‘젊은지구창조론’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진화론이 장구한 세월에 걸쳐 우주와 생명체가 형성되었다는 믿음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 젊은지구창조론은 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대로 단시간에 걸쳐 하나님이 직접 모든 사물과 생명체를 창조하셨다는 신앙을 기반으로 한다. 본래 우주의 역사가 6천-1만 년 내외라는 젊은지구창조론은 미국에서 안식교도들에 의해 처음 이론화되었으며 그 후 몰몬교, 여호와의 증인 같은 교파에서 신봉되었으나 점차 정통 교단 안에서도 그 추종자들을 다수 확보하기 시작하면서 결국 미국 보수 개신교인 상당수가 ‘창조과학’이란 미명하에 젊은지구창조론에 경도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젊은지구창조론자들은 우주와 지구의 역사가 매우 짧다는 자신들의 신념을 증명하기 위해 다양한 가설을 세웠는데 그중 하나가 창세기 6-9장에 나오는 ‘노아 홍수’가 실제로 전 지구적으로 발생한 사건이었다는 것이며, 이를 증명하기 위한 대표적 사례로 ‘그랜드캐니언’을 들면서, 이곳의 지질학적 구조야말로 노아 홍수의 역사성을 잘 증명한다고 강변하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 오늘날까지도 창조과학을 신봉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노아 홍수야말로 젊은지구창조론을 가장 잘 실증하는 대표적 사건으로 손꼽힌다. 실제로 어떤 이들은 노아 홍수의 잔해를 찾아냈다고 주장하거나, 노아의 방주와 똑같은 구조의 배를 제작하여 바다를 항해하겠다는 결기를 표명하는 식으로 이런 일련의 흐름에 가세하였다.

그렇다면 실제로 구약성경 창세기가 창조과학 측의 주장대로 독해되는 것이 맞는가? 또한 현대 과학이 무수한 관찰과 실험을 통해 확증한 증거들은 젊은지구창조론의 주장을 긍정하는가? 저명한 복음주의 구약학자인 트렘퍼 롱맨과 존 월튼이 의기투합하여 쓴 『노아 홍수의 잃어버린 세계』는 이 점을 정면으로 돌파하고 해명하기 위한 책이다.

먼저, 저자들은 현대의 그리스도인 독자들이 구약성경을 읽으면서 가장 손쉽게 범하는 오류, 즉 21세기의 눈으로 고대 문서인 성경을 해석하려는 나이브한 관성에 제동을 건다. 바꿔 말하면, 고대 근동 지역의 특수한 세계관이 짙게 배어 있는 구약성경을 올바로 해석하기 위해서는 그 당시의 ‘문화적 강’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고대 근동의 문화적 배경에 대한 이해가 선결될 때 비로소 구약성경의 세계에 안전하고 정확하게 접근할 수 있다. 특히 창세기 1-11장에 나오는 사건들의 경우 고대 근동의 유사 병행 문서인 아트라하시스, 길가메시 서사시 등을 적절히 참조할 때 오늘날의 문화적 강에 빠져 있는 현대인들이 잃어버린, 창세기를 기록한 성경 저자의 본래 의도를 정확히 간파할 수 있다.

다음으로, 이른바 ‘원역사’라 불리는 창세기 초반의 사건들을 올바로 해독하려면 창세기가 쓰인 문학 양식에 대한 이해가 필수다. 특별히 고대인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과장법’을 즐겨 사용했다는 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 점에서 ‘노아 홍수’ 이야기는 비유적 언어를 사용하여 실제 사건을 신학적으로 진술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노아 홍수 이야기는 인류의 타락 이후에 창조 세계를 새롭게 갱신하기 위해서 하나님이 주도하신, 신학적으로는 전 지구적이나 역사적으로는 국지적인 ‘어느’ 홍수 이야기에 대한 기록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란 게 저자들의 생각이다. 물론 노아 홍수가 어떤 홍수인지를 구체적으로 한정할 수는 없지만 그것이 실제로 일어난 사건임은 분명하다는 것이 저자들의 견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노아 홍수를 구체적인 홍수와 결부시켜 특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성전으로 창조한 세계를 새롭게 갱신하고자 하는 하나님의 구원 의지와 그 안에서 인간에게 부여된 책임과 같은 신학적 메시지다.

끝으로, 본서에는 저명한 미국 복음주의 지질학자 스티븐 모쉬어가 특별 기고를 통해서 기독교 신앙과 현대 과학이 조화 내지 양립할 수 있는지를 정밀하게 따져 묻는다. 과학자로서 스티븐 모쉬어는 현대 과학의 모든 성과들이 우주와 지구가 매우 오래되었다는 것을 지시하며, 지구의 기록을 살펴볼 때 전 지구적 홍수는 없었다는 것이 확실하다고 밝힘으로써 창조과학이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는 노아 홍수 사건이 전 지구적이었다는 주장을 반박하는 동시에, 노아 홍수가 과거 어느 때에 발생한 국지적 홍수에 대한 기억을 바탕으로 이를 전 지구적 홍수 사건으로 발전시켜 창조세계 전체를 구속하려는 하나님의 의지를 신학적으로 해명한 사건이라는 두 구약 신학자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저자들은 건전한 신학이 과학을 ‘구속’할 수 있는 것처럼 건전한 과학이 기독교 신앙을 ‘정화’해줄 수 있다고 말함으로써 결국 과학과 신앙이 적이 아니라 동반자적 관계임을 분명히 한다.

과거와 비교해 창조과학이 위력이 현저하게 약해진 것이 사실이지만 아직도 지역교회 현장에서 세계 신학계의 동향이나 과학계의 성취에 대해 눈과 귀를 꽉 막은 채 편협한 근본주의적 방식으로 ‘노아 홍수’ 사건을 이해하는 사람들이나, 이런 사람들을 설득해 더 나은 창세기 해석의 가능성을 제시하고픈 사람들에게 『노아 홍수의 잃어버린 세계』는 분명 가뭄의 단비와 같은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추천평

이 책의 저자들은 홍수 ‘사건’이 아니라 그에 대한 성경 ‘기록’이 영감된 것임을 주장하고, 그 영감된 기록이 입은 문학적 옷이 어떤 모양과 색깔인지 설명하고, 영감된 말씀을 통해 전달되는 신학적 메시지를 탐구한다. 홍수 이야기의 역사성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가진 사람들은 이 책에 제시된 접근과 통찰들을 통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 김구원 (서양고대문화사학회 연구 이사)

이 책은 창세기 6-9장을 고대 근동의 유사, 병행문서들이 그려내는 고대 근동인들의 세계 이해라는 큰 맥락에서 읽고 해석하려는 시도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창세기 노아 홍수 이야기가 얼마나 잘 교직된, 현대 독자들에게 여전히 적실성 있는 교훈을 제시하는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 김회권 (숭실대학교 기독교학과 구약학 교수)

이 책은 숨겨진 고대 왕국을 찾아 나선 노련한 탐험가의 보고서다. 신뢰할 만한 전문 학자의 주장이다. 재미있고 흥미진진하다. 전통적 사고를 뒤흔든다. 성경 해석의 진수를 보여준다. 사이비 과학에 찌든 영혼에 충격파가 클 것이다. 목회자와 신학도에게 정독해 볼 것을 권한다.
- 류호준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 은퇴 교수)

이 책은 ‘잃어버린 세계’ 시리즈에 속한, 또 하나의 걸작이다. 특히 근본주의적이고 문자적인 성서 읽기에 의해서 왜곡되고 상실되어버린 노아 홍수의 참된 모습과 의도에 근접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차준희 (한세대학교 구약학 교수)

이 책은 진지한 성경 독자들 앞에 본문 자체에 대한 일관된 고찰, 홍수 내러티브에 담긴 과장법에 대한 솔직한 태도, 홍수 이야기를 고대 근동의 배경 속에 멋지게 배치시켜 설명하는 모습, 본문의 신학적 가치에 대한 심오한 이해,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읽는 방법의 귀한 본보기를 제시한다. 멋지고 견실한 성과다.
- 스캇 맥나이트 (노던 신학교)

이 책에서 롱맨과 월튼은 빈약한 성경 해석과 그에 못지않게 빈약한 과학에 바탕을 둔 창세기 6-9장의 해석으로부터 성경의 권위를 되찾아오는 데서 장족의 발전을 이루었다. 저자들은 확고하지만 부드러운 손길로 독자들을 고대 이스라엘의 세계로 인도하며 성경의 권위를 높이고 지질학적인 문제에 대한 과학의 일치된 견해를 존중하는 성경의 홍수 이야기에 대한 해석을 내놓는다.
- 카일 그린우드 (콜로라도 기독교 대학)

월튼과 롱맨은 노아 내러티브에 대한 통찰력 있는 접근과 유익한 논의로 인해 많은 칭찬을 받아 마땅하다.
- 랠프 스털리 (칼빈 대학)

이 책은 이해를 추구하는 믿음의 본보기가 되는 모든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빌 T. 아놀드 (애즈베리 신학교)

『노아 홍수의 잃어버린 세계』는 ‘잃어버린 세계’ 시리즈의 모든 팬, 특히 창세기 1-11장을 현대 과학의 배경에서 이해하려 하는 모든 이에게 필독서다. 이 책은 창의적이고 생각을 자극하는 제안과 통찰의 보고이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 데이비스 A. 영 (칼빈 대학)

롱맨과 월튼은 과학과 역사에 관한 현대적인 질문에 주목하면서 홍수 이야기가 어떤 종류의 문학인지에 초점을 맞추고 이 이야기의 신학적 주장을 더 잘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 J. 리처드 미들턴 (로버츠 웨슬리안 대학 노스이스턴 신학교)

출처: https://japan114.tistory.com/13815 [동방박사의 여행견문록 since 2010:티스토리]

책소개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수메르어 판본과 악카드어 판본으로 구성된 점토서판 원문 모두를 음역하고 한역하여 소개하는 작품이다. 즉 악카드어인 셈어 판본, 약 4,000~3,600년 전의 고(古)바빌로니아 시기에 기록된 고바빌로니아 판본, 바빌로니아 카시트 왕조 때 기록된 씬-리키-운니니의 표준 바빌로니아 판본, 그리고 고바빌로니아 이전의 수메르어 판본을 거의 모두 해독하여 소개하는 첫 번째 시도다. 사어(死語)가 된 언어와 문자를 더듬거리고 풀어쓰며 완성된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는 30여 년간 지속된 저자의 힘겨운 수메르 여행길을 마감하는 역작임과 동시에 새로운 여정으로 나아가는 작품이다. 저자는 모든 판본을 깊이 연구하여 한국의 독자들이 읽기 쉽도록 재구성했으며 흥미진진한 해설도 더했다. 이 책의 2부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에서 모두 만나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는 길가메쉬 서사시가 빛을 발하기까지의 과정(1부)과 ‘죽음의 공포’를 최초로 사유한 수메르인과 길가메쉬의 서사를 써 내려가며 느꼈던 저자의 감상문(3부), 길가메쉬 이전 황금시대의 이야기를 288행으로 압축해놓은 수메르 신화의 귀중한 결정판과 수메르 도시국가 키쉬의 왕부터 우루크의 길가메쉬까지 이어지는 왕명록, 수메르를 뒤이어 등장한 최초의 셈족 국가 악카드의 시조 싸르곤 1세에 이르는 연대기(4부)까지 인류 최초의 문명 수메르에 관해 독자들이 궁금해할 모든 정보를 알차게 담았다

목차

책을 내면서
일러두기

1부 최초의 신화, 그 탄생의 비밀

1. 오직 수메르어뿐이었다
2. 조지 스미스와 길가메쉬 서사시
3. 길가메쉬 서사시의 연대기

2부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

주요 등장인물과 배경
1. 영웅 길가메쉬 왕
2. 엔키두의 창조
3. 엔키두의 개화
4. 길가메쉬의 꿈
5. 길가메쉬와 엔키두의 만남
6. 훔바바 살해 음모
7. 닌순의 기도
8. 삼목산 여행
9. 훔바바와의 싸움
10. 후와와의 죽음
11. 이쉬타르의 청혼
12. 길가메쉬와 하늘의 황소
13. 길가메쉬와 아가의 전쟁
14. 엔키두의 악몽
15. 엔키두의 죽음
16. 길가메쉬와 엔키두의 저승 여행
17. 길가메쉬의 방황과 전갈 부부
18. 씨두리의 충고
19. 뱃사공 우르샤나비의 도움
20. 우트나피쉬팀과의 조우
21. 우트나피쉬팀의 홍수 이야기
22. 왕의 귀환
23. 길가메쉬의 죽음

3부 비극의 전주곡, 죽음의 공포

1. 초야권
2. 여자
3. 죽음

4부 황금시대의 전설

1. 수메르 신들의 강림부터 인간 창조까지
2. 인간 창조 이후부터 대홍수까지
3. 대홍수 이후부터 길가메쉬까지
4. 길가메쉬 이후부터 싸르곤 1세까지

부록
참고 문헌
연표―길가메쉬, 수메르, 메소포타미아 문명

저자 소개 

저 : 김산해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신화와 인류학을 공부했다. 30여 년 동안 수메르의 신화·역사·문명 연구에 전념했고, 수메르어·악카드어 같은 고대어를 해독하며 인류의 ‘최초’를 찾아 나섰다. 지은 책으로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 『신화는 수메르에서 시작되었다』, 『청소년을 위한 길가메쉬 서사시』, 『수메르, 최초의 사랑을 외치다』 등이 있다.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는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

출판사 리뷰

위대하고도 찬란한 초고대 문명 수메르의 제왕
인류 최초의 히어로, 길가메쉬를 맞이하라!


19~20세기에 걸쳐 인류가 이루어낸 최대의 업적으로 꼽히는 사건은 ‘수메르의 발견과 부활’이다. 19세기 중엽부터 가속화된 메소포타미아 문명에 대한 고고학적 발굴 작업은 신화와 종교의 뿌리, 문명의 처음, 역사의 시작을 알리는 ‘수메르’라는 최고·최초의 국가를 고스란히 부활시켰다. 5,000여 년 전, 지구상에 그 어떤 문명도 존재하지 않던 선사시대에 수메르인들이 이룩한 위대하고도 찬란한 초고대(超古代) 문명이 2,000년 넘게 인간의 기억에서 완전히 사라졌다가 하나하나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신화·문명·역사의 발상지 수메르. 지금의 위치로 보면 북으로는 터키, 남으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동으로는 이란, 서로는 시리아와 요르단이 접하고 있는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 사이에 수메르의 도시 국가들이 늘어서 있었다.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 남쪽에 시원(始原)의 수메르가 존재하고 있었다. 대홍수 이전에도 그랬고, 대홍수 이후에도 그랬다. 수메르는 인간이 이룩한 ‘최초의 성숙한 문명’이었다. 인류가 추구해온 모든 가치와 규범, 신화, 종교, 역사, 언어, 문자, 철학, 윤리학, 법률, 정치, 행정, 경제, 국방, 의학, 과학, 천문학, 수학, 농업, 공업, 상업, 교육, 출판, 문학, 예술, 음악, 건축, 스포츠 등이 총망라된 위대한 문명의 기원이 그곳에 있었다.
― 〈책을 내면서〉(9쪽) 중에서
 
최초의 성숙한 문명이었던 수메르는 오랜 세월의 폐허 속으로 사라져 인간의 뇌리에서 잊혔다. 그러나 최초로 문자를 발명하고 언어를 사용한 수메르인들이 남긴 놀라운 흔적은 지금 우리가 누리는 문명화된 거의 모든 것의 처음이었다. 유사 이래 인류가 쌓았던 정신문명과 물질문명의 곳곳에 불과 150년 전까지도 전혀 몰랐던 ‘수메르의 염색체’가 숨어 있었다. 서구인들에게 ‘최초’라는 타이틀을 잘못 부여받은 그리스 신화와 히브리 신화는 수메르 신화에서 출발했다. 신화뿐 아니라 문명과 역사를 비롯한 모든 것이 마찬가지였다. 인간이 그토록 영생불멸을 갈구하면서 믿어왔던 종교와 철학의 뿌리가 수메르에 있었다. 수메르에 정의를 확립하기 위해 제정된 우르-남무 법전은 ‘최초의 법전’이라는 함무라비 법전보다 350년 전인 약 4,100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다. 다시 그보다 250년 앞선 약 4,350년 전, 수메르의 도시국가 라가쉬의 통치자 우르카기나는 부패한 사회를 돌이켜 정의를 구현하려는 칙령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인류에게 가장 강렬하고 깊숙이 뿌리내린 ‘수메르의 염색체’는 당대 가장 거대했던 도시국가 우루크의 영웅, 길가메쉬였다.
 
페르시아와 그리스가 전쟁을 벌였던 시기보다 약 2300년 전, 그렇게 오랜 옛날에 수메르의 거대한 도시국가 우루크에서 전쟁이 일어났다. 또 다른 도시국가였던 키쉬의 아가 왕이 군대를 이끌고 쳐들어왔던 것이다. 우루크 왕은 서둘러 도시의 연장자들을 불러 상의했고, 젊은이들을 불러 의견을 물었다. 오늘날의 양원제와 같은 제도가 시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시절 지상에서 가장 거대했고 위대했던 우루크를 통치한 왕은 영웅 길가메쉬였다. 그는 ‘최초의 국가’로, ‘최초의 신화’와 ‘최초의 문명’과 ‘최초의 역사’를 인류에게 안겨주었던 수메르의 왕들 중 한 명이었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4800년 전쯤부터 126년 동안 우루크를 통치한 왕이었다. 신화와 역사, 양쪽 모두에 속해 있었던 왕이었다. 사람들이 전설상의 존재로만 여겼던 왕이었다.
― 〈책을 내면서〉(10~11쪽) 중에서
 
위대한 영웅이자 악을 물리치는 독보적인 힘의 소유자이며, 가장 지혜로운 말을 구사한 자이자 드넓은 대지와 치솟은 산을 다스릴 줄 아는 우루크의 통치자. 동시에 밤낮없이 폭력과 횡포를 자행하고 새 신부들에게 초야권(初夜權)을 마구 휘두르는 폭군. 3분의 2는 신, 3분의 1은 인간의 피를 물려받아 5미터에 이르는 장대한 몸과 강력한 힘으로 악마 훔바바와 무시무시한 하늘의 황소를 제거하며 모험을 즐기는 영웅이자 죽음의 비극 앞에서 어쩔 줄 몰라 방황하는 겁쟁이. 위대함과 초라함, 선과 악, 용기와 두려움을 모두 지닌 그의 입체적인 발걸음을 좇다 보면 어느새 한평생을 다 살아버린 듯한 초월과 심연의 경지를 체험하게 된다.

모든 왕을 압도할 정도로 거대한 풍모를 지닌 그는 우루크의 영웅이며 사납게 머리 뿔로 받아버리는 황소로 앞쪽에서는 선봉장이며 뒤쪽에서는 동료들을 도와주며 행군한 자다. 강력한 방패막이로 병사들의 보호자다. (…) 바다를 건너 넓디넓은 대양을 횡단하여 태양이 뜨는 곳으로 여행한 자다. 영생을 찾기 위해 세상 끄트머리를 탐험한 자다. 오로지 그의 힘 하나만으로, ‘멀리 있는 자’ 우트나피쉬팀을 만난 자다. 홍수가 휩쓸어버린 신성한 곳들을 되돌려놓은 자다. 우글거리는 수많은 사람 중에 어느 누구를 그의 당당한 왕권과 비교할 것인가? 어느 누가 길가메쉬처럼 ‘짐이야말로 진정한 왕이다!’라고 말할 것인가? 이 세상에 태어난 바로 그날부터 그의 이름은 길가메쉬였다.
― 〈영웅 길가메쉬 왕〉(67~68쪽) 중에서

모든 젊은이는 길가메쉬에게 당하고 있었다. 아버지의 품으로 자유롭게 갈 수 있는 아들은 아무도 없었다. 길가메쉬 때문이었다. 그의 횡포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격해졌다. “길가메쉬는 분명 우루크의 목자(牧者)인데도! 용감하고, 고귀하고, 멋지고, 현명한데도! 그의 욕망이 워낙 크기 때문에 어머니의 품으로 자유롭게 갈 수 있는 딸은 아무도 없다. 전투 경험이 많은 군인의 딸이건, 젊은 사람의 신부이건 상관없이!”
― 〈엔키두의 창조〉(75쪽) 중에서

영웅들의 영웅, 신화들의 신화, 서사문학의 최고봉
‘길가메쉬 서사시’의 모든 것!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보다 1,700년이나 앞서 쓰이기 시작한 〈길가메쉬 서사시〉는 약 4,800년 전부터 126년 동안 지상에서 가장 거대하고 위대했던 우루크를 통치한 영웅 길가메쉬 왕의 일대기다. 신화와 역사 양쪽 모두에 속해 있는 존재, 전설상의 인물로만 여겼던 길가메쉬는 수메르인과 그 후손이 만들어놓은 점토서판에 문자로 기억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문자들이 해독되면서 그가 역사의 수레바퀴 속으로 등장하게 된다. 인류 최초의 영웅이 우리 앞에 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길가메쉬는 오디세우스, 페르세우스, 헤라클레스, 알렉산드로스 대왕 같은 영웅의 원형이었다.

훔바바가 수메르의 영웅 길가메쉬와 엔키두에게 목이 잘렸듯이 메두사도 그리스의 영웅 페르세우스(Perseus)에게 목이 잘렸다.
― 〈훔바바 살해 음모〉(113쪽) 중에서

히브리족장 아브라함의 손자 야곱이 돌베개를 베고 누워 잠이 들었을 때, 꿈속에 나타나 복을 내리겠다고 말한 이는 아브라함의 신 야붸였다. 그리스의 영웅 호메로스도 마찬가지로 꿈을 보내는 이는 제우스라고 생각했다. 꿈이라는 환상의 세계에서 신은 인간에게 다가선다. (…) 죽음의 여행길’로 나선 길가메쉬와 엔키두에게 유일한 ‘전망 밝은 메시지’는 태양의 신 샤마쉬가 안겨주는 길몽뿐이었다.
― 〈삼목산 여행〉(135쪽) 중에서

〈길가메쉬 서사시〉는 〈오디세이아〉뿐만 아니라 고대 영국의 영웅 서사시이며 게르만 민족 최고(最古)의 서사시인 〈베어울프(Beowulf)〉부터 톨킨의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에 이르기까지 영웅 문학의 출발점이자 최고 정점에 우뚝 서 있다. 또한 유대교를 비롯한 기독교, 천주교, 이슬람교에서 동일하게 믿고 있는 창세기 신화 〈베레쉬트〉와 서양 문화 전반에 원형적 토대를 제공해온 〈그리스·로마 신화〉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길가메쉬의 전승과 〈베레쉬트〉의 연결고리는 서사시의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된다. 신의 모습을 닮은 인간의 창조, 여자의 유혹과 성(性), 그리고 신들만이 갖고 있던 지혜의 습득, 신들의 정원 딜문,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불로초를 강탈한 뱀, 대홍수로 인간을 절멸시키려는 신들의 계획, 인간의 창조주 엔키의 구원, 대홍수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사람 우트나피쉬팀. 길가메쉬 서사시를 읽어가노라면 잠시 〈베레쉬트〉의 행간에 빠져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 그리고 영생을 찾아 나선 길가메쉬의 방황은 모세나 예수가 광야를 헤맨 이유를 돌이키게 하고, 죽음 앞에 선 그의 절규는 욥의 그것을 듣는 듯하다.
― 〈책을 내면서〉(14쪽) 중에서
 
그리스 신화의 포세이돈은 본래 엔키처럼 ‘대지의 소유자’였다. ‘땅의 신, 엔키’가 ‘바다의 신, 에아’로 전락했듯이 포세이돈 역시 바다의 신이 되었다. ‘인간의 창조주’라는 측면에서 보면 엔키는 프로메테우스였다. 프로메테우스는 ‘선견(先見)’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고, 제우스를 훨씬 능가하는 ‘지혜의 소유자’였다. 그는 엔키처럼 진흙을 이용해 인간을 만들어낸 ‘인간의 창조주’였다.
― 〈인간 창조 이후부터 대홍수까지〉(423~424쪽) 중에서

국내 최초 수메르어·악카드어 원전 통합 번역!
인간 문명의 시초를 향한 지적 탐험의 결정판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수메르어 판본과 악카드어 판본으로 구성된 점토서판 원문 모두를 음역하고 한역하여 소개하는 작품이다. 즉 악카드어인 셈어 판본, 약 4,000~3,600년 전의 고(古)바빌로니아 시기에 기록된 고바빌로니아 판본, 바빌로니아 카시트 왕조 때 기록된 씬-리키-운니니의 표준 바빌로니아 판본, 그리고 고바빌로니아 이전의 수메르어 판본을 거의 모두 해독하여 소개하는 첫 번째 시도다. 사어(死語)가 된 언어와 문자를 더듬거리고 풀어쓰며 완성된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는 30여 년간 지속된 저자의 힘겨운 수메르 여행길을 마감하는 역작임과 동시에 새로운 여정으로 나아가는 작품이다. 저자는 모든 판본을 깊이 연구하여 한국의 독자들이 읽기 쉽도록 재구성했으며 흥미진진한 해설도 더했다. 이 책의 2부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에서 모두 만나볼 수 있다.

히브리 신화와 그리스 신화에 앞서 악카드어로 기록된 원본들이 있었다! 악카드어로 기록되기 전에 수메르어로 기록된 진짜 원본들이 있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제 최초의 신화, 최초의 서사시를 접할 수 있는 시기에 태어난 행운을 잡은 것이다. 이것은 4000여 년 전 수메르가 지구상에서 사라진 뒤부터 부활하기까지 인류 역사상 그 누구도 누리지 못한 특혜인 셈이다!
― 〈최초의 신화, 그 탄생의 비밀〉(51쪽) 중에서

이와 함께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는 길가메쉬 서사시가 빛을 발하기까지의 과정(1부)과 ‘죽음의 공포’를 최초로 사유한 수메르인과 길가메쉬의 서사를 써 내려가며 느꼈던 저자의 감상문(3부), 길가메쉬 이전 황금시대의 이야기를 288행으로 압축해놓은 수메르 신화의 귀중한 결정판과 수메르 도시국가 키쉬의 왕부터 우루크의 길가메쉬까지 이어지는 왕명록, 수메르를 뒤이어 등장한 최초의 셈족 국가 악카드의 시조 싸르곤 1세에 이르는 연대기(4부)까지 인류 최초의 문명 수메르에 관해 독자들이 궁금해할 모든 정보를 알차게 담았다.

1872년 12월 3일 런던 성서 고고학회에서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영국박물관 연구원 조지 스미스가 앗씨리아 토판들 중에 들어 있는 대홍수의 내용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그해 가을 스미스가 박물관 수장고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던 점토판을 하나씩 들추다가 성서의 대홍수 이야기와 유사한 대목을 보고 흥미진진하게 읽게 된 것이었다. 영국의 수상 글래드스톤을 비롯한 모든 청중은 깜짝 놀랐다. 그때까지 사람들은 대홍수라면 당연히 성서에만 나오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 〈최초의 신화, 그 탄생의 비밀〉(35쪽) 중에서
 
추천평
“길가메쉬는 굉장하다! 길가메쉬를 만나는 것은 한 사람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사건이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
“길가메쉬 서사시는 영웅의 도전부터 죽음의 공포, 노아의 방주 이야기까지
전 인류의 거의 모든 비유를 담고 있다.”
- [워싱턴포스트]
“길가메쉬가 죽음을 이기기 위해 불멸성을 찾아 나서는 대목은 4,000년 전 서사시를 눈부시게 하는 현대적 주제다.”
- 도정일 (경희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