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조선시대사 이해 (독서>책소개)/1.조선왕실

백성 편에서 본 조선왕조실록

동방박사님 2022. 1. 2.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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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동서양의 역사에 정통한 재미 역사가가 쓴 독특하고 기발한 새로운 개념의 조선사 책이다. 우리가 학교 교육에 의해 잘못된 역사를 배웠다고 주장하는 저자는, 조선 역사에 관한 폭넓은 연구를 토대로 기존의 사가들이 감히 꺼내기 어려웠던 조선사의 숨겨진 치부들을 밝혀내고 있다. 이 책은 두 가지 점에서 기존의 조선사 책들과는 분명히 대별되는데, 조선의 역사를 왕과 양반 계급으로 대표되는 지배층의 관점이 아니라, 신분과 출신이 천하다는 이유로 핍박을 받아온 피지배층의 관점에서 조선을 바라본다는 점과 딱딱한 문어체가 아니라 구어체로 역사를 서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책의 전체에 걸쳐 해학과 풍자가 그칠 줄을 모르며, 특히 조선 지배층의 상징인 왕들에 대한 설명이나 소위 양반 사대부들의 한심한 작태들에 대해서는 비어와 속어를 이용한 원색적인 표현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는 조선 백성의 입으로 내뱉는 지배층에 대한 비판과 야유 그리고 분노의 표현이기도 하다. 저자는 조선 27명의 왕들 가운데 명군 세종(4대)과 정조(22대)를 제외한 다른 왕들 가운데 그나마 ‘밥값이라도 한 왕’은 5~7명에 불과하다고 얘기하며, 왕을 위시한 조선의 지배층이 책임을 일관되게 따지고 있다.

목차 상권

1. 조선이라는 나라의 국체와 사회제도 그리고 문물
2. 조선의 개국과 조선의 왕들
3. 제1대, 콩가루 집안의 태조 이성계와 소설 함흥차사
4. 여말선초의 인물
5. 그냥 잠깐 앉아 계시다가 내려온 제2대 정종과 꼬마 동생들을 패대기쳐 죽인 제3대 태종 이방원
6. 동양 역사상 최고의 명군 제4대 세종
7. 우리 민족의 위대한 문화유산 훈민정음 창제
8. 요절한 제5대 문종, 제6대 비운의 소년 단종과 제7대 야심 덩어리 수양대군 세조
9. 명이 짧았던 제8대 예종과 잘 먹고 잘 살다 간 제9대 성종
10. 철딱서니 없이 황제를 흉내 낸 제10대 연산군과 사화의 시작
11. 제11대 얼뜨기 중종과 조광조의 좌절
12. 독살당한 제12대 인종과 제13대 마마보이 명종, 그리고 부패한 암탉 문정왕후
13. 비겁하고 간교한 소인배 제14대 선조와 망국의 당쟁 시작
14. 세계 최강 육군 국 일본과 세계 최강 해군국 조선의 격돌, 조일전쟁의 진상
15. 개혁의 좌절, 아까운 제15대 광해군
16. 무능하고 잔인한 제16대 인조와 소현세자의 독살
17. 세계 전쟁사에서 가장 쪽팔리는 조청전쟁
 

목차 하권

18. 북벌을 꿈꾼 미남 군주 제17대 효종과 별 볼일 없었던 제18대 현종
19. 사생결단의 당쟁을 즐기며 왕권을 강화한 제19대 숙종과 당쟁에 희생된 장희빈
20. 독살설의 한가운데 있었던 장희빈의 아들 제20대 경종
21. 원죄를 가지고 즉위한 제21대 영조와 당쟁에 희생된 사도세자
22. 조선의 마지막 불꽃 제22대 정조의 미완의 개혁
23. 조선의 천주교와 실학
24. 천재들의 시대
25. 제23대 허수아비 순조, 그리고 조선의 숨통을 막아버린 요망한 암탉 정순왕후와 안동 김씨의 세도정치
26. 세월만 축낸 제24대 헌종과 제25대 강화 촌놈 철종
27. 반란과 격변에 휩싸인 청나라
28. 격동의 시대를 산 제26대 고종과 풍운아 대원군
29. 실패한 혁명가 김옥균의 삼일천하, 갑신정변
30. 미완의 혁명 동학농민전쟁과 녹두장군 전봉준
31. 청일전쟁
32. 조선의 마지막 몸부림과 대한제국
33. 러일전쟁과 일본의 동양 제패
34. 옥새가 없던 제27대 순종과 500년 왕조 조선의 멸망
 
 

저자 소개 

재미사학자로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를 졸업한 후 남미로 이민을 갔다가 현재는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 그는 강단에 서는 역사학자가 아니다. 그래서 그의 연구 영역에는 경계가 없다. 첫 저서 『왕을 참하라』에서 보여준 파격과 동서고금의 역사를 넘나드는 폭넓은 지식은 경계 없는 연구 활동과 동호인들과의 격식 없는 토론 그리고 외국에서의 다양한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학창시절에 바둑, 당구, 노름의 세계에 빠지는...
 

책 속으로

조선 왕조 500년 동안 일어난 사건 중 가장 큰 사건은 무엇일까요? 조일전쟁(임진왜란)입니다! 땡, 틀렸습니다. 명의 멸망입니다. 조선보다 그저 몇십 년 먼저 개국한 명은 조선에게 아비요, 할아비였다. 조선은 문화, 학문, 법률, 격식, 복식 등 전 분야에 걸쳐 명을 그대로 모방했다. 아무리 아비를 꼭 빼닮은 자식이라도 조선 같을 수는 없었다. 그대로 붕어빵이었던 것이다. 명에 대해 알고 싶으면 차비 들여 멀리 갈 것 없이 조선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된다. 말만 달랐다. 조선은 명이 망한 뒤, 멸망할 때까지 200여 년간이나 명을 잊지 못했으며, 명 대신 소중화라고 부르며 명의 계승국임을 자처했다.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조선은 개국하자마자 정통성의 필요 때문에 명을 상국으로 모시기로 스스로 맹세한 나라였다. 그래서 외교권과 군사권을 바치고 평화를 살 수는 있었으나 이후 명의 무수한 횡포에 시달려야 했으며, 이는 조선이 안일과 나태에 빠지는 계기가 되었다. --- p.18

조선은 전체 인구의 10퍼센트도 채 안 되는 양반만을 위한 나라였다. 양민은 양반의 수탈 대상에 지나지 않았고, 모든 군역과 노역, 세금의 원천이었다. 또 노비와 천민은 마소 대신 부려먹고 상속이 가능한 말하는 짐승들이었으며, 서얼은 근본적으로 사회 진출이 막혀 아무것도 해 먹을 게 없었다. 인구 대부분을 차지하는 양민들과 천민들 그리고 서얼들에게 조선은 참으로 개 같은 나라였던 것이다. --- p.28

양반의 나라 조선을 망친 것이 바로 이런 양반들이었다. 양반이라는 것들은 위선과 허풍 그리고 쓸데없는 자구에 묶여 사실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쉽게 말하자면 무위도식하면서 백성들을 뜯어먹고 사는 기생충들이었던 것이다.
양반은 일을 하면 안 되었다. ‘불친서사’라 하여 자기 밭에 난 잡초 한 포기도 자신이 뽑으면 안 되고 꼭 사람을 불러 뽑아야 했다. 또한 ‘절기비사’라 하여 농업, 상업, 공업 등의 천한 일을 하면 절대 안 되었다. 이것이 바로 조선을 세계에서 가장 낙후된 나라로 만든 주범이었다.
조선에서 불상놈인 백정은 청나라에 가면 기능인으로 대접받았고, 역시 상놈인 도기장이도 일본에서는 스승 대우를 받았다. 그러나 조선에서는 양반 빼면 나머지는 사람이 아니었다. 뿐만 아니라 ‘수모집전’이라 하여 양반은 손으로 돈을 만지거나 세면 안 되었다. ‘불문미가’도 있었다. 즉 하루 세 끼 먹는 쌀값도 물어서는 안 되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세상 돌아가는 물정은 아무것도 모르는 채 허구헌날 공자 왈 맹자 왈만 읊고 있거나, 잘난 조상들의 족보 혹은 돈을 질러 만든 위조 족보의 조상들 이름과 직위를 달달 암기하던 것이 바로 조선 양반들의 일이었다. 게다가 ‘인기내한’이라 하여 가세가 기울어 밥을 제때 못 먹고 냉수로 배를 채워도 이를 쑤셔야 했으며, 추워도 곁불을 쬐면 안 되었다. 양반이란 위선의 표본이었던 것이다.
--- p.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