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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우리가 알고 있는 제2차 세계대전은 과연 진실인가!
독소전쟁의 뒤틀린 전쟁 이미지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추적한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과 러시아가 싸웠던 동부전선은 20세기 후반 냉전이라는 강력한 자장을 받으며 그 실상이 심하게 뒤틀려버렸다. 사정은 복잡다단하지만, 넓고 크게 보면,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은 가해자였고, 소련/러시아는 피해자였는데 냉전 시대를 거치면서 제2차 세계대전의 피해자가 가해자로, 가해자가 피해자로 바뀌는 이미지의 역전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달리 말해서, 적어도 자본주의 진영에서는 소련/러시아가 가해자였고, 독일/독일인이 피해자였다는 집단기억이 강고하게 형성되어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최근에야 홀로코스트에 관한 인식이 널리 확산되고 나치친위대와 친위대 산하 특무기동대의 만행이 폭로되면서 근본적인 오해는 바로 잡히고 있지만, 미국의 우방이자 동맹으로 독일과 함께 악의 제국 소련과 싸운다는 냉전의 유산이 지금도 영향력을 발휘하는 상황에서 여전히 독일의 렌즈를 통해 제2차 세계대전을 바라보며, 독소전쟁의 뒤틀린 전쟁 이미지를 각종 매체를 통해 재생산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 크나큰 문제의식을 느끼고, 미국 유타주립대학 역사학과의 독일사 전공자인 로널드 스멜서와 미국사 전공자인 에드워드 데이비스 2세는 오랜 시간 각종 사료를 모으고 연구를 하여, 이 책 『제2차 세계대전의 신화와 진실』를 출간하게 되었다.
독소전쟁의 뒤틀린 전쟁 이미지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추적한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과 러시아가 싸웠던 동부전선은 20세기 후반 냉전이라는 강력한 자장을 받으며 그 실상이 심하게 뒤틀려버렸다. 사정은 복잡다단하지만, 넓고 크게 보면,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은 가해자였고, 소련/러시아는 피해자였는데 냉전 시대를 거치면서 제2차 세계대전의 피해자가 가해자로, 가해자가 피해자로 바뀌는 이미지의 역전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달리 말해서, 적어도 자본주의 진영에서는 소련/러시아가 가해자였고, 독일/독일인이 피해자였다는 집단기억이 강고하게 형성되어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최근에야 홀로코스트에 관한 인식이 널리 확산되고 나치친위대와 친위대 산하 특무기동대의 만행이 폭로되면서 근본적인 오해는 바로 잡히고 있지만, 미국의 우방이자 동맹으로 독일과 함께 악의 제국 소련과 싸운다는 냉전의 유산이 지금도 영향력을 발휘하는 상황에서 여전히 독일의 렌즈를 통해 제2차 세계대전을 바라보며, 독소전쟁의 뒤틀린 전쟁 이미지를 각종 매체를 통해 재생산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 크나큰 문제의식을 느끼고, 미국 유타주립대학 역사학과의 독일사 전공자인 로널드 스멜서와 미국사 전공자인 에드워드 데이비스 2세는 오랜 시간 각종 사료를 모으고 연구를 하여, 이 책 『제2차 세계대전의 신화와 진실』를 출간하게 되었다.
목차
책을 내면서
머리말
제1장 미국이 러시아의 전쟁을 겪다, 1941-1945년
제2장 냉전과 패배한 대의 신화의 대두
제3장 독일 장군들이 말을 하고 글을 쓰고 인맥을 쌓다
제4장 회고록, 소설, 대중 역사서
제5장 마음 얻기: 독일인이 독소전쟁을 미국 대중용으로 해석하다
제6장 본좌
제7장 전쟁게임과 인터넷, 그리고 낭만무협인의 대중문화
제8장 독소전쟁을 낭만무협화하기: 역사재연동호인과 ‘-더라면 어떠했을까 식 역사’
맺음말
미 주
참고문헌
옮긴이의 글
찾아보기
머리말
제1장 미국이 러시아의 전쟁을 겪다, 1941-1945년
제2장 냉전과 패배한 대의 신화의 대두
제3장 독일 장군들이 말을 하고 글을 쓰고 인맥을 쌓다
제4장 회고록, 소설, 대중 역사서
제5장 마음 얻기: 독일인이 독소전쟁을 미국 대중용으로 해석하다
제6장 본좌
제7장 전쟁게임과 인터넷, 그리고 낭만무협인의 대중문화
제8장 독소전쟁을 낭만무협화하기: 역사재연동호인과 ‘-더라면 어떠했을까 식 역사’
맺음말
미 주
참고문헌
옮긴이의 글
찾아보기
출판사 리뷰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통해서만
세계 역사를, 그리고 한반도 역사를 제대로 인식할 수 있으므로,
우리에게도 독일군에 대한 거짓 신화의 실체를 밝히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미국에서 냉전 기간 동안 소련군은 폄하되고 독일군이 미화되면서 제2차 세계대전의 진실을 가리는 신화가 만들어졌다. 이는 우리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 냉전기에 미국의 영향력이 너무나도 컸기에 미국인의 인식은 거의 예외 없이 곧 한국인의 인식이었다. 미국에서 만들어진 거짓 신화는 그대로 한국에 이식되었고 오히려 확대 강화되었다. 많은 한국인의 의식 속에서 소련군은 인명 피해를 무시하고 그저 병력 수로만 밀어붙여 싸운 무지막지하고 사악한 군대이고 독일군은 현대적 전략 전술을 구사하면서 고성능 무기로 싸웠지만 오로지 병력이 딸린 탓에 안타깝게 패배한 멋진 군대로 아로새겨져 있다. 게다가 제2차 세계대전 시기에 독일이 저지른 잔학 행위는 독일 정규군과는 거리가 먼 나치의 소행일 따름이라는 독일 장군들의 자기변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서 에리히 폰 만슈타인과 하인츠 구데리안 등 독일국방군 장군을 훌륭한 전문 군인의 표상으로 우러러보는 경향은 미국보다 한국에서 더 강하면 강했지 약하지 않았다. 독일국방군과 무장친위대의 전술, 무기, 군복, 기장, 상징에 열광하는 일부의 이른바 ‘취미’와 ‘기호’도 못지않다. 이러한 현상은 공산주의에 대한 반감만큼 파시즘에 대한 경각심이 강하지 않은 한국 사회의 경향과도 연계되어 있다.
이러한 뒤틀린 이미지와 평가는 지금도 무척 강고하다. 이 책의 저자 로널드 스멜서와 에드워드 데이비스 2세가 제2차 세계대전에 관한 미국의 거짓 신화를 깼다면, 그 연장선상에서 형성된 한국의 제2차 세계대전의 허상도 깨져야 한다. 제2차 세계대전의 과정과 결과가 한반도의 현대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한국 사회와 학계가 로널드 스멜서와 에드워드 데이비스 2세의 이 책을 눈여겨보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한국에서 쉬이 가시지 않는 냉전의 유산을 청산하는 작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데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 심혈을 기울인 두 학자의 작업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더 정교하고 신선한 시각에서 일본 제국주의의 패망, 한반도의 독립, 한국전쟁, 동북아시아의 냉전에 접근하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의 신화 깨기, 즉 독일은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 소련은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였다는 사실의 이해가 20세기 한반도 역사의 올바른 이해의 출발점이자 주춧돌이어야 한다. 요컨대, 로널드 스멜서와 에드워드 데이비스 2세가 추적한 동부전선의 ‘신화’들은 한국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 책의 구성과 내용은
[제1장 미국이 러시아의 전쟁을 겪다, 1941-1945년]에서는 냉전 동안에 역사의 기억이 극적으로 변하는 것을 살펴보기 위해, 미국인이 제2차 세계대전 기간 당시에 동부전선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얼마나 정통했는지를 먼저 검토한다. 따라서 러시아에서 벌어지던 전쟁에 관해 미국인에게 전달된 자료들을 매우 광범위하게 살펴보는데, 이는 신문, 잡지, 서적, 뉴스영화부터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 대중 집회와 모금까지 다양했다. 미국인은 1941년 6월 22일의 소련 침공부터 1945년 5월의 베를린 점령까지 동방의 여러 전역(戰役)에 꽤 정통했다. 요시프 스탈린과 소련군 최고위 장군들을 비롯한 소련의 지도자는 미국인에게 친숙한 사람들이었다. 전쟁이 끝날 무렵에 미국인은 거의 자국이 참전한 전쟁만큼이나 독소전쟁에 정통했다.
[제2장 냉전과 패배한 대의 신화의 대두]에서는 20세기의 냉전으로 말미암아 일어나는 역사관의 변화를 다룬다. 냉전이 일어나자 짧은 시간 안에 제2차 세계대전의 동부전선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러시아를 동맹국으로 보다가 (잠재적) 적국으로 보고, 독일을 적국으로 보다가 피보호국, 궁극적으로는 동맹국으로 보는 심리적 전환이 미국에서 일어나자, 미국 대중의 역사 기억을 바꾸려는, 즉 동부전선과 관련된 ‘패배한 대의’ 신화를 만들어내려는 시도가 의도적으로 이루어졌다. 그 신화는 획일적인 공산주의와 대결하는 영웅의 역할을 독일군에게 맡겼다. 독일 장군이었던 이들은 즐겁게 그 신화의 형성을 거들었다. 독일 육군의 참모총장이었던 프란츠 할더가 특히 그랬다.
[제3장 독일 장군들이 말을 하고 글을 쓰고 인맥을 쌓다]에서는 미국 육군의 의뢰를 받아서 연구서 수백 권을, 특히 독일의 시각에서 본 독소전쟁에 관한 연구서를 미국에 제공한 이른바 할더 작업단을 살펴본다. 소련과 지상전을 벌일 가능성에 직면하고 있었던 미국은 귀 기울여 이야기를 들었다. 나중에, 1950년대와 1960년대 내내 복합적 관계망, 특히 서독의 군대인 독일연방군과 독일에 주둔한 미군 사이의 관계망을 통해서 독일군 장교였던 이들과의 유대가 굳건해졌으며, 그 신화가 더 폭넓은 인기를 얻었다. 이 장에서는 미국에서 남부연합의 영웅적인 ‘패배한 대의’를 근거로 백인의 미국 남부를 미연방(19세기 초중엽 미국에서 노예제 폐지와 미합중국 유지를 지지한 20개 주)에 도로 재통합하기 위해 미국내전 뒤에 정치적인 이유로 착수된 신화 창조와 냉전 동안 이루어진 신화 창조 사이의 유사점을 제시하며 마무리한다.
[제4장 회고록, 소설, 대중 역사서]에서는 독일 장군들이 개발해낸 신화를 고찰해서 그 허상을 드러낸다. 독일 장군이었던 에리히 폰 만슈타인, 하인츠 구데리안, 한스 루델, 한스 폰 루크 등이 저술하여 지금도 널리 팔리고 있는 일련의 회고록이, 그리고 스벤 하셀의 소설책과 폴 카렐이 쓴 대중 역사서가 어떻게 미국의 일반 대중에게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독일 국방군이 동부전선에서 ‘결백’했다는 신화를 가져다주었는지를 살펴본다. 그리고 특히 베트남에서 낭패를 본 뒤 미국 군대에서 다시 일어난 독일국방군의 인기를 살펴본다. 또다시 미국인은 군대가 전시에 응집력을 유지하는 방법과 1980년대에 냉전이 되살아나면서 있을지 모를 러시아군의 공격을 막아내는 방법에 관해, 독일인의 조언이 중요해졌다. 이 새로운 독일국방군의 인기와 독일국방군에 대한 존경이 퍼져나가 광범위한 문화로 스며들었고 오늘날까지 전쟁게임, 역사재연동호활동, 인터넷 웹사이트, 채팅방 등 미국의 여러 하위문화를 매혹하는 대중 활동의 밑바탕을 만들어냈다.
[제5장 마음 얻기: 독일인이 독소전쟁을 미국 대중용으로 해석하다]에서는 독일 장군들이 예전에 펴낸 출판물에서, 그리고 하급 장교와 일반 독일 병사들이 최근에 써낸 회고록에서 도대체 어떤 메시지를 미국 독자들에게 전달하려고 애쓰고 있었는지를 더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독일국방군을 정당화하고, 그들이 고결한 성격의 소유자였다며 그들의 도덕적 입장을 만들어내며, 전쟁과 패전의 책임을 곧장 아돌프 히틀러와 나치당의 어깨에 걸머지우는 동부전선의 서사를 지어내고 있다.
[제6장 본좌]에서는 본좌(guru)를 살펴본다. 대다수가 미국인인 이 저자들은 독일이 러시아에서 벌인 싸움을 낭만화하는 다종다양한 대중용 출판물에서 독일국방군 신화를 얻어듣고서 퍼뜨렸다. 본좌, 즉 자기 저술에서 박진성(迫眞性)을 고집하는 마크 여거, 리하르트 란트베어, 마르크 리크만스포엘, 프란츠 쿠로프스키 같은 사람들은 차량부터 제복과 기장(記章)까지 다양한 독일국방군의 세부 사항에 관한 극도로 정확한 지식을, 잔혹한 공산주의에게서 유럽을 지키려고 싸우는 독일군의 낭만적 영웅화와 결합했다. 이 사람들의 글에는 역사적 맥락이 없다. 그들은 특히 무장친위대 군인들을 예우하면서 이 군인들이 동방에서 벌인 인종 노예화와 말살의 전쟁에 관해서는 침묵한다.
[제7장 전쟁게임과 인터넷, 그리고 낭만무협인의 대중문화]에서는 ‘낭만무협인(romancer)’이라고 이름 붙인 사람들의 대중문화를 살펴본다. 그 대중문화는, 달리 말해서, 본좌의 메시지를 받아들였고 전쟁게임과 인터넷 채팅에 푹 빠져 있으면서 제2차 세계대전의 독일 군인에게서 자기들이 발견한 용기, 명예, 자기희생의 가치를 동일시하는 미국인들의 광범위한 문화다. 낭만무협인은 지금 세상의 조야한 물질주의, 이기적 자기중심주의, 도덕적 불확실성으로 간주되는 것으로부터의 소외도 보여준다.
[제8장 독소전쟁을 낭만무협화하기: 역사재연동호인과 ‘-더라면 어떠했을까 식 역사’]에서는 역사재연동호활동에서 자기 영웅들의 제복을 입고 주말과 휴가를 보내면서 ‘결백한’ 독일국방군이라는 환상을 더 적극적으로 실행하기로 마음먹은 유형의 사람들을 탐구한다. 본좌나 다른 ‘낭만무협인’처럼 그들도 제복, 장비, 조직에서 박진성을 고집한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역사적 정확성이라는 박진성이 없다. 그들은 히틀러가 실수를 했지, 장군들은 결코 실수하지 않았으며 그 실수를 피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생각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의 다른 결과를 꿈꾼다. 이 장에서는 다른 상황이었다면 독일군이 동부전선에서 승리했을 것이라고 마음속에 그리는 스톨피의 책 같은 ‘-더라면 어떠했을까 식 역사(What-if-history)’를 논의하며 끝맺는다. ‘-더라면 어떠했을까’ 역사서는 모든 하위문화에서 낭만무협인의 상상을 부채질한다
세계 역사를, 그리고 한반도 역사를 제대로 인식할 수 있으므로,
우리에게도 독일군에 대한 거짓 신화의 실체를 밝히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미국에서 냉전 기간 동안 소련군은 폄하되고 독일군이 미화되면서 제2차 세계대전의 진실을 가리는 신화가 만들어졌다. 이는 우리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 냉전기에 미국의 영향력이 너무나도 컸기에 미국인의 인식은 거의 예외 없이 곧 한국인의 인식이었다. 미국에서 만들어진 거짓 신화는 그대로 한국에 이식되었고 오히려 확대 강화되었다. 많은 한국인의 의식 속에서 소련군은 인명 피해를 무시하고 그저 병력 수로만 밀어붙여 싸운 무지막지하고 사악한 군대이고 독일군은 현대적 전략 전술을 구사하면서 고성능 무기로 싸웠지만 오로지 병력이 딸린 탓에 안타깝게 패배한 멋진 군대로 아로새겨져 있다. 게다가 제2차 세계대전 시기에 독일이 저지른 잔학 행위는 독일 정규군과는 거리가 먼 나치의 소행일 따름이라는 독일 장군들의 자기변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서 에리히 폰 만슈타인과 하인츠 구데리안 등 독일국방군 장군을 훌륭한 전문 군인의 표상으로 우러러보는 경향은 미국보다 한국에서 더 강하면 강했지 약하지 않았다. 독일국방군과 무장친위대의 전술, 무기, 군복, 기장, 상징에 열광하는 일부의 이른바 ‘취미’와 ‘기호’도 못지않다. 이러한 현상은 공산주의에 대한 반감만큼 파시즘에 대한 경각심이 강하지 않은 한국 사회의 경향과도 연계되어 있다.
이러한 뒤틀린 이미지와 평가는 지금도 무척 강고하다. 이 책의 저자 로널드 스멜서와 에드워드 데이비스 2세가 제2차 세계대전에 관한 미국의 거짓 신화를 깼다면, 그 연장선상에서 형성된 한국의 제2차 세계대전의 허상도 깨져야 한다. 제2차 세계대전의 과정과 결과가 한반도의 현대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한국 사회와 학계가 로널드 스멜서와 에드워드 데이비스 2세의 이 책을 눈여겨보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한국에서 쉬이 가시지 않는 냉전의 유산을 청산하는 작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데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 심혈을 기울인 두 학자의 작업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더 정교하고 신선한 시각에서 일본 제국주의의 패망, 한반도의 독립, 한국전쟁, 동북아시아의 냉전에 접근하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의 신화 깨기, 즉 독일은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 소련은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였다는 사실의 이해가 20세기 한반도 역사의 올바른 이해의 출발점이자 주춧돌이어야 한다. 요컨대, 로널드 스멜서와 에드워드 데이비스 2세가 추적한 동부전선의 ‘신화’들은 한국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 책의 구성과 내용은
[제1장 미국이 러시아의 전쟁을 겪다, 1941-1945년]에서는 냉전 동안에 역사의 기억이 극적으로 변하는 것을 살펴보기 위해, 미국인이 제2차 세계대전 기간 당시에 동부전선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얼마나 정통했는지를 먼저 검토한다. 따라서 러시아에서 벌어지던 전쟁에 관해 미국인에게 전달된 자료들을 매우 광범위하게 살펴보는데, 이는 신문, 잡지, 서적, 뉴스영화부터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 대중 집회와 모금까지 다양했다. 미국인은 1941년 6월 22일의 소련 침공부터 1945년 5월의 베를린 점령까지 동방의 여러 전역(戰役)에 꽤 정통했다. 요시프 스탈린과 소련군 최고위 장군들을 비롯한 소련의 지도자는 미국인에게 친숙한 사람들이었다. 전쟁이 끝날 무렵에 미국인은 거의 자국이 참전한 전쟁만큼이나 독소전쟁에 정통했다.
[제2장 냉전과 패배한 대의 신화의 대두]에서는 20세기의 냉전으로 말미암아 일어나는 역사관의 변화를 다룬다. 냉전이 일어나자 짧은 시간 안에 제2차 세계대전의 동부전선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러시아를 동맹국으로 보다가 (잠재적) 적국으로 보고, 독일을 적국으로 보다가 피보호국, 궁극적으로는 동맹국으로 보는 심리적 전환이 미국에서 일어나자, 미국 대중의 역사 기억을 바꾸려는, 즉 동부전선과 관련된 ‘패배한 대의’ 신화를 만들어내려는 시도가 의도적으로 이루어졌다. 그 신화는 획일적인 공산주의와 대결하는 영웅의 역할을 독일군에게 맡겼다. 독일 장군이었던 이들은 즐겁게 그 신화의 형성을 거들었다. 독일 육군의 참모총장이었던 프란츠 할더가 특히 그랬다.
[제3장 독일 장군들이 말을 하고 글을 쓰고 인맥을 쌓다]에서는 미국 육군의 의뢰를 받아서 연구서 수백 권을, 특히 독일의 시각에서 본 독소전쟁에 관한 연구서를 미국에 제공한 이른바 할더 작업단을 살펴본다. 소련과 지상전을 벌일 가능성에 직면하고 있었던 미국은 귀 기울여 이야기를 들었다. 나중에, 1950년대와 1960년대 내내 복합적 관계망, 특히 서독의 군대인 독일연방군과 독일에 주둔한 미군 사이의 관계망을 통해서 독일군 장교였던 이들과의 유대가 굳건해졌으며, 그 신화가 더 폭넓은 인기를 얻었다. 이 장에서는 미국에서 남부연합의 영웅적인 ‘패배한 대의’를 근거로 백인의 미국 남부를 미연방(19세기 초중엽 미국에서 노예제 폐지와 미합중국 유지를 지지한 20개 주)에 도로 재통합하기 위해 미국내전 뒤에 정치적인 이유로 착수된 신화 창조와 냉전 동안 이루어진 신화 창조 사이의 유사점을 제시하며 마무리한다.
[제4장 회고록, 소설, 대중 역사서]에서는 독일 장군들이 개발해낸 신화를 고찰해서 그 허상을 드러낸다. 독일 장군이었던 에리히 폰 만슈타인, 하인츠 구데리안, 한스 루델, 한스 폰 루크 등이 저술하여 지금도 널리 팔리고 있는 일련의 회고록이, 그리고 스벤 하셀의 소설책과 폴 카렐이 쓴 대중 역사서가 어떻게 미국의 일반 대중에게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독일 국방군이 동부전선에서 ‘결백’했다는 신화를 가져다주었는지를 살펴본다. 그리고 특히 베트남에서 낭패를 본 뒤 미국 군대에서 다시 일어난 독일국방군의 인기를 살펴본다. 또다시 미국인은 군대가 전시에 응집력을 유지하는 방법과 1980년대에 냉전이 되살아나면서 있을지 모를 러시아군의 공격을 막아내는 방법에 관해, 독일인의 조언이 중요해졌다. 이 새로운 독일국방군의 인기와 독일국방군에 대한 존경이 퍼져나가 광범위한 문화로 스며들었고 오늘날까지 전쟁게임, 역사재연동호활동, 인터넷 웹사이트, 채팅방 등 미국의 여러 하위문화를 매혹하는 대중 활동의 밑바탕을 만들어냈다.
[제5장 마음 얻기: 독일인이 독소전쟁을 미국 대중용으로 해석하다]에서는 독일 장군들이 예전에 펴낸 출판물에서, 그리고 하급 장교와 일반 독일 병사들이 최근에 써낸 회고록에서 도대체 어떤 메시지를 미국 독자들에게 전달하려고 애쓰고 있었는지를 더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독일국방군을 정당화하고, 그들이 고결한 성격의 소유자였다며 그들의 도덕적 입장을 만들어내며, 전쟁과 패전의 책임을 곧장 아돌프 히틀러와 나치당의 어깨에 걸머지우는 동부전선의 서사를 지어내고 있다.
[제6장 본좌]에서는 본좌(guru)를 살펴본다. 대다수가 미국인인 이 저자들은 독일이 러시아에서 벌인 싸움을 낭만화하는 다종다양한 대중용 출판물에서 독일국방군 신화를 얻어듣고서 퍼뜨렸다. 본좌, 즉 자기 저술에서 박진성(迫眞性)을 고집하는 마크 여거, 리하르트 란트베어, 마르크 리크만스포엘, 프란츠 쿠로프스키 같은 사람들은 차량부터 제복과 기장(記章)까지 다양한 독일국방군의 세부 사항에 관한 극도로 정확한 지식을, 잔혹한 공산주의에게서 유럽을 지키려고 싸우는 독일군의 낭만적 영웅화와 결합했다. 이 사람들의 글에는 역사적 맥락이 없다. 그들은 특히 무장친위대 군인들을 예우하면서 이 군인들이 동방에서 벌인 인종 노예화와 말살의 전쟁에 관해서는 침묵한다.
[제7장 전쟁게임과 인터넷, 그리고 낭만무협인의 대중문화]에서는 ‘낭만무협인(romancer)’이라고 이름 붙인 사람들의 대중문화를 살펴본다. 그 대중문화는, 달리 말해서, 본좌의 메시지를 받아들였고 전쟁게임과 인터넷 채팅에 푹 빠져 있으면서 제2차 세계대전의 독일 군인에게서 자기들이 발견한 용기, 명예, 자기희생의 가치를 동일시하는 미국인들의 광범위한 문화다. 낭만무협인은 지금 세상의 조야한 물질주의, 이기적 자기중심주의, 도덕적 불확실성으로 간주되는 것으로부터의 소외도 보여준다.
[제8장 독소전쟁을 낭만무협화하기: 역사재연동호인과 ‘-더라면 어떠했을까 식 역사’]에서는 역사재연동호활동에서 자기 영웅들의 제복을 입고 주말과 휴가를 보내면서 ‘결백한’ 독일국방군이라는 환상을 더 적극적으로 실행하기로 마음먹은 유형의 사람들을 탐구한다. 본좌나 다른 ‘낭만무협인’처럼 그들도 제복, 장비, 조직에서 박진성을 고집한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역사적 정확성이라는 박진성이 없다. 그들은 히틀러가 실수를 했지, 장군들은 결코 실수하지 않았으며 그 실수를 피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생각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의 다른 결과를 꿈꾼다. 이 장에서는 다른 상황이었다면 독일군이 동부전선에서 승리했을 것이라고 마음속에 그리는 스톨피의 책 같은 ‘-더라면 어떠했을까 식 역사(What-if-history)’를 논의하며 끝맺는다. ‘-더라면 어떠했을까’ 역사서는 모든 하위문화에서 낭만무협인의 상상을 부채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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