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생각의 힘 (독서>책소개)/2.한국사회비평

증명과 변명 (2024) - 죽음을 계획한 어느 청년 남성이 남기는 질문들

동방박사님 2025. 1. 1.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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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대남’ 혹은 ‘잉여’… 동질적이고 단일적인 존재로 규정되었던 한국 청년 남성. 『난치의 상상력』 『망설이는 사랑』의 작가 안희제가 한국 사회에서 폭력과 차별의 주체로 기능할 뿐 서사를 갖지 못하는 청년 남성의 생애사를 다시 쓰고자 한다. 

『증명과 변명』은 오랫동안 우울과 강박에 시달리다 스스로에게 시한부 선고를 내리고 죽음을 계획한 20대 남성 우진과의 내밀한 대화를 통해 한국 사회가 구조화하는 전형적인 청년 남성의 삶을 그려내는 동시에 평범하게 살고자 했던 한 청년이 사회로 진입하며 어떻게 희망을 잃고 좌절해가는지 추적한 기록이다. 

문화인류학, 사회학, 철학, 정신분석학 이론에 기대어, 특히 퀴어 이론의 언어를 빌려 친구를 이해하고 분석하려 한 이 작업은 망설임과 고뇌로 가득하지만 저자는 절실한 마음으로 세계를 향해 질문을 던진다. 

이것은 이 사회에 대한 이야기이고 젠더, 계급, 세대에 대한 이야기이며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온전히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에 대한 이야기이다.

목차
망설이며
들어가며 살고 싶으면 싸우세요

1장에 앞서, 친구로서 친구에 대해 쓰기

1장. 여자, 보다는 자기 자신에 대한 실험
1장에 부쳐, 차이를 삭제하는 글쓰기

2장에 앞서, 뭔가 머릿속에서 와글거리는 기분

2장. 모든 것이어서 아무것도 아닌 마음
2장에 부쳐, 뭔가 목 속에서 걸리적거리는 기분

숨을 돌리며, 살고 싶으면 증명하세요

3장에 앞서, 벗어날 수 없는 증명의 굴레

3장. 패배와 정신 승리의 변증법
3장에 부쳐, 아버지들에 대하여

4장에 앞서, 미련

4장. 그럼에도 무너지고 있다
4장에 부쳐, 덫에 걸렸다

배웅하며
더듬거리며
나가며 살고 싶으면 질문하세요
기댄 이야기들

저자 소개 
저 : 안희제 
문화인류학을 공부하는 작가이자 칼럼니스트. 가벼운 공감보다는 정확한 통감이 더 나은 관계와 사회를 만드는 길이라고, 더 많은 사람과 더 많은 이야기를 깊이 느낄 때 비로소 더 나은 ‘우리’가 만들어진다고 믿는다. 

서로의 안팎을 조심스럽게 오가는 일을 잘하고 싶다. 

『비마이너』, 『시사IN』, 『홈리스뉴스』, 『기획회의』 등에 글을 썼고, 자신의 아픈 몸과 주변적 위치에서 대중문화를 더 나은 논의로 이어가기 위해 ...

책 속으로
나는 한국 청년 남성의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뻔하게 여겨지고, 동시에 청년 남성 본인들에게도 별다른 가치가 없다고 여겨진다는 바로 그 지점에 주목하고 싶다. 

많은 청년 남성들은 자신의 삶을 우진이 “K-타임라인”이라고 표현한 ‘학교-수능-연애(=섹스)-군대-취업-결혼’의 틀 안에서만 설명하며, 

그 이야기들은 기괴할 만큼 비슷해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남성들에게는 서사가 없다.
--- p.9

이것은 ‘우울과 강박을 경험한 90년대생 청년 남성’으로서 우진을 섭외하여 진행하는 인터뷰가 아니다. 

거꾸로, 이것은 우진과 대화를 나누며 지낸 10년 동안 그의 감정과 선택들을 이해하고자 내가 배운 것들을 동원하는 과정이다. 

사회를 이해하고 바꾸기 위해 우진의 이야기가 필요하다기보다,

 우진을 이해하고 그의 마음을 바꾸기 위해 사회가 필요했다.
--- p.22

‘번따’라는 실험의 전제에 있는 것은 자기 자신이 성적으로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는 인식이다. 

이는 우진이 자기 자신을 성적 매력이 없는 존재로 여기도록 함으로써 여성과 진정으로 친밀한 관계를 형성할 수 없는 존재로 여기도록 만든다. 

기묘하게도, 이 과정에서 인격적 존재로서의 여성은 삭제된다.

 우진 자신의 성적 매력에 대한 체념이 우울로, 이 우울을 통제하기 위한 ‘번따’라는 강박이 여성의 비인격화로 이어졌다.
--- p.66

시험 사회는 질문과 성찰을 차단하고, 실패를 개인의 탓으로 돌리게 만들며, 

시험 실패를 개인의 능력 자체에 대한 부정이나 망각으로 연결한다. 

고려하지 말아야 할 매몰 비용인 노력을 회수할 수 있는 투자금으로 여기게 만들어서 계속 스스로 희망고문을 하게 만든다. 나는 이것이 청년들을 ‘사회’로 못 나가게 한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 이것이 이미 사회다. ‘사회로 나오면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공허하다.
--- p.134

요동치는 숫자들의 패턴을 자신의 능력으로 파악하고 리듬을 타면 돈으로 시간을 살 수 있는 세계. 잘만 하면 90분으로 28,800분을 살 수 있는 세계. 

하지만 그것을 위해 매일같이 증명해야 하는 세계. 절대로 증명이 끝나지 않는 세계. 우진의 비유에서 드러나듯, 결국 주식도 수능의 연장선이었다.
--- p.187

나는 우리의 수치심으로부터 세계의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믿는다

. 성공이나 자긍심이 아니라 실패와 수치심으로 세계를 지을 수 있다면. 마음의 손상, 혹은 부서진 마음이 세계에 질문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면.
--- p.299

출판사 리뷰
한국 청년 남성의 삶에서 우울과 강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난치의 상상력』 『망설이는 사랑』 안희제 작가 신작
권김현영, 조문영 추천!

증명해야 살아남고 실패해도 변명할 수 없는 사회
소수자의 언어로 한국 청년 남성의 서사를 다시 쓰다

‘이대남’ 혹은 ‘잉여’… 동질적이고 단일적인 존재로 규정되었던 한국 청년 남성. 『난치의 상상력』 『망설이는 사랑』의 작가 안희제가 한국 사회에서 폭력과 차별의 주체로 기능할 뿐 서사를 갖지 못하는 청년 남성의 생애사를 다시 쓰고자 한다. 

『증명과 변명』은 오랫동안 우울과 강박에 시달리다 스스로에게 시한부 선고를 내리고 죽음을 계획한 20대 남성 우진과의 내밀한 대화를 통해 한국 사회가 구조화하는 전형적인 청년 남성의 삶을 그려내는 동시에 평범하게 살고자 했던 한 청년이 사회로 진입하며 어떻게 희망을 잃고 좌절해가는지 추적한 기록이다.

 문화인류학, 사회학, 철학, 정신분석학 이론에 기대어,

 특히 퀴어 이론의 언어를 빌려 친구를 이해하고 분석하려 한 이 작업은 망설임과 고뇌로 가득하지만 저자는 절실한 마음으로 세계를 향해 질문을 던진다. 

이것은 이 사회에 대한 이야기이고 젠더, 계급, 세대에 대한 이야기이며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온전히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에 대한 이야기이다.

죽음을 계획한 친구와 인터뷰를 시작하다
이대남 혹은 잉여… 한국 남성에게는 서사가 없다?

수능 준비 과정에서 시작된 우울과 강박으로 오랫동안 고통받다가 스스로 ‘K-타임라인’이라고 칭한 ‘대입-연애-군대-취업-결혼’의 생애 주기에서 벗어났다고 말하는 우진. 그는 좌절을 거듭하다 

결국 자신이 정한 시일 안에 특정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생을 끝내겠다고 결심하기에 이른다.

 십년지기인 우진의 폭탄선언을 듣고 저자는 친구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이 책을 쓰기로 한다.

 ‘이대남’, ‘여혐’, ‘청년’, ‘시민’… 한국 사회는 청년 남성을 여러 방식으로 호명한다.

 한국 청년 남성은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와 대척점에 놓이기도 하고, 때로는 ‘정상 시민’이라는 정체성을 떠맡기도 한다. 청년 남성들은 ‘학벌’, ‘군복무’, ‘취업’, ‘연애’ 같은 몇 가지 틀을 기준으로 스스로에게 점수를 매기고 남성중심적 사회에서 배제되었다고 느끼는 순간 ‘잉여’, ‘루저’ 같은 말로 자신을 명명한다. 

청년 남성들이 자신의 삶을 설명할 때,

 “그 이야기들은 기괴할 만큼 비슷해 보인다”. 저자는 한국 “남성들에게는 서사가 없다”고 말한다.

동질적이고 단일적인 존재로 규정되었던 한국 남성의 서사화를 시도하는 것에 대해 저자는 “너무 평범해서 책으로 만들어질 가치가 없다”는 걱정과 함께 “청년 남성들이 연루된 폭력을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았지만 청년 남성에 대한 다른 해석과 비판을 하기 위해 이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친구 우진과 장시간 나눈 대화를 통해 저자는 한국의 교육 정책, 성차별, 금융 자본주의, 신자유주의가 한 사람의 삶에 켜켜이 쌓여 초래하는 결과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는 연구를 위해 친구를 섭외한 인터뷰가 아니라 생각이 다른 친구를 이해하기 위해 저자가 “배운 것들을 동원”하는 과정이다.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 한 사람이 필요한 게 아니라 한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사회가 필요한 것이다.

끊임없이 증명을 요구하는 사회의 이면
‘보통의 삶’에 대한 낙관은 어떻게 고통이 되는가

우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증명’이다.

 자신의 매력을 증명해야 하는 연애, 학습 능력과 노력을 증명해야 하는 수능, 그리고 영원히 끝나지 않는 증명인 주식. 저자는 우진과 연애, 수능, 군대, 주식 등을 주제로 긴 시간 인터뷰를 진행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한 청년을 절망과 체념에 이르게 한 이 ‘증명 사회’의 모순적인 욕망이 모습을 드러낸다. 

여성에게는 순결을, 남성에게는 경험을 요구하면서도 이성 간의 연애를 종용하는 섹스중심사회에서 배제된 모태솔로 남성이 어떻게 여성을 비인격화하는 ‘이상한 놈들’이 되는지, 

단 한 명의 1등을 제외한 모두를 패배자로 만드는 시험 사회가 어떻게 개개인에게 자기책임론을 주입하며 학벌로 계급을 만드는 괴물들을 키워내는지, 

군대 내에서 ‘폐급 신병’을 선별하는 과정을 통해 군대가 어떻게 자신이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누군가를 피해자로 만들어야 하는 ‘소극적 가해자들’을 양산해내는지를 저자는 지적한다.

오직 ‘좋은 대학’이라는 환상을 좇으며 이어간 수험 생활은 우진에게 희망과 좌절을 동시에 안기며 평생 따라다닐 우울과 강박을 남겼다. 

구체적인 목표가 아니라 그저 ‘좋은 대학’에 진학하면 모든 고통이 끝날 거라는 막연한 낙관은 성공 혹은 실패만으로 삶을 정의하는 사회의 명령과 만나 우진이 여섯 번의 수능을 보게 만들었다. 

대입 실패와 그로 인한 정신적 고통은 거듭된 연애 실패로 이어졌고, 

만족스럽지 않았던 대학을 자퇴하고 시작한 주식에서 타고난 잠재력을 발휘하며 성공을 거두지만 매일 새로운 장이 열리는 주식은 그에게 ‘매일 치러야 하는 수능’일 뿐이었다.

좋은 대학에 가야 행복을 생각이라도 할 수 있다고 믿으며 수능을 준비했다는 우진의 말은,

 아직 의미를 생각할 때가 아니다, 의미는 돈을 번 뒤에 생각해도 된다, 하는 주식 투자에 대한 우진의 말과도 이어진다. 

‘정상적인 삶’, ‘보통의 삶’이라고 일컬어지는 삶들―연애하고 결혼한 사람들, 능력 있는 가장들, 수험 생활에 성공해 명문대에 진학한 친구―은 잡힐 듯 잡히지 않으며 막연하기만 한 ‘성공’에 대한 희망을 주입한다

. “‘정상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그럭저럭 괜찮은 실패, 

혹은 나만의 것이 아닌 실패에 대한 상상력을 차단한” 것이다. 

“한국에서 살아가는 청년 남성이 자신의 언어나 욕망을 발견, 혹은 발명할 기회 자체를 포착하지 못하거나 포기하는 이유다.”

경계에 서서 바라본 망설임의 기록
자긍심이 아닌 수치심으로 만들어갈 세계를 위해

저자는 친구의 삶을 기록하면서 “지금 한국에서 살아가는 청년, 특히 청년 남성의 삶 안에서 어떻게 우울과 강박이 만들어지는지, 그것을 극복하려는 시도가 어떻게 좌절되는지”를 이해하고자 했다.

 서울 한복판에 있는 자가에서 부모님과 함께 사는 이성애자 남성인 우진은 분명 소수자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타인의 눈에 안락해 보이는 조건을 갖춘 사람의 “마음이 오랜 시간에 걸쳐 마모되면서 실존적 빈곤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을 저자는 지적한다. 

또한 “사회가 그어둔 직선과 우진이 들어맞지 않는 지점”들을 분석하기 위해 저자는 퀴어 이론을 가져온다. 

소수자의 대척점에 있다고 여겨지는 한국 청년 남성의 삶을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해보기 위한 시도이며,

 “위태로움이나 취약성 혹은 ‘불행’을 포착”하는 데에는 퀴어 이론이 적절한 언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페미니스트이자 크론병 당사자이며 장애인권과 소수자 이슈에 발언해온 저자는 SKY를 졸업한 중산층 청년 남성이라는 정체성도 갖고 있기에 내부자도 제3자도 아닌 자신의 위치에 대해 고민한다. 

그러나 내부도 외부도 아닌 경계에서 발화한 질문이기에 그 깊이와 파장은 더욱 커진다. 

저자는 이 책이 ‘망설임’이라는 태도에서 출발하길 바란다. 

매 장 하나의 주제로 우진과 이야기를 나눈 글의 앞뒤에 ‘○장에 앞서’와 ‘○장에 부쳐’라는 거대한 각주를 붙인 이유다. 

특히 ‘○장에 부쳐’는 논리라는 무기로 무장한 글쓰기가 위험한 프레임을 만드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인터뷰이 우진에게 준 반박의 무대다.

 인터뷰어, 글쓴이로서 어쩔 수 없이 갖게 되는 권력을 방지하고자 함이며, 

더욱 ‘윤리적인 대상화’를 고민하기 위함이다.

 저자는 우진과 마찬가지로 한국 청년 남성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자신이, 자신과 우진을, 나아가 자신과 한국 청년 남성을 구분 짓기 하려는 욕망을 글에 드러내는 것을 경계하면서 ‘글쓰기에 대한 글쓰기’, ‘비판에 대한 비판’을 시도한다.

우진이 이 책의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내 잘못이다”이다.

 실패와 좌절을 거듭 겪으면서도 한순간도 사회를 원망하지 않고 모든 것을 자기 탓으로 돌리는 우진에게 저자는 끊임없이 말한다.

 너의 잘못이 아니라고, 자기 잘못이라고 착각하는 그 생각조차 이 사회가 주입한 것이라고. 

이 책의 기획은 저자가 2022년 발표한 「질병갓생」이라는 칼럼의 마지막 문장에서 시작되었다. 

“우리 안의 수치심을 직면할 때만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이 열린다고 나는 믿는다. 

자긍심이 아닌 수치심이 만들어갈 세계를 상상한다.

” 세대, 젠더, 빈부 갈등이 그 어느 때보다 첨예해진 시대에 개개인의 상처,

 그리고 이 사회의 손상과 균열을 똑바로 들여다보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세상은 조금씩 진보할 것이다. 

이 책이 그 변화의 실마리가 될 수 있기를, 그리고 이 세상의 우진들이 부디 ‘그럭저럭 괜찮은 실패자’로서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추천평
읽으면서 감상이 수시로 달라졌다. 불편했다.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다 깨달았다. 내가 여기 나오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을. 

작가는 그럼에도 이 이야기를 어떻게든 듣고자 했다.

 두 명의 남성은 적당하게 타협하지 않고 서로에게 받은 영향에 대해 솔직하게 인정하면서 대화를 이어간다.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며 아무것도 소통하지 않으면서 부정의한 의리를 우정으로 포장하는 기존 남자들의 우정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의 우정이 이 책에 있다.

 이 모습만으로도 드물게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다. 

여러모로 이상하고 예외적인, 그리고 아주 여러 가지 감정을 들게 하는 글이다. 글이라는 건 어쩌면 이래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 권김현영 (여성학자, 『여자들의 사회』 저자)


‘남성 청년’은 21세기 한국 사회의 불온한 이름이다. 

성적 착취와 폭력에 응답하는 과정에서 돌출됐다 해도, 

이 이름은 야바위 정치에 동원되고 판단 정지의 태그로 유통되면서 변화의 바람을 외려 좌절시키기도 한다. 

우리는 이 표상을 등장시킨 억압과 불평등의 실체를 외면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표상 너머로 전진할 수 있을까? 저자가 친구 우진을 ‘한국 남성 청년’의 전형으로 빚는 대신 그와의 대화를 결심한 배경이다.

 책이라는 형식, 저자의 고유성, 해석의 지향과 윤리가 서로 충돌하다 보니 대화는 울퉁불퉁하고 체기가 남는다.

 우울과 수치, 증명의 부담이 우진만을 결박한 게 아니니 더더욱. 고립과 외면 대신 불편한 대화를 이어가기로 한 저자와 친구 우진에게 감사와 응원을 보낸다.
- 조문영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빈곤 과정』 저자)

* 출처 : 예스24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403723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