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기독교역사 (연구>책소개)/7.한국교회재조명

세속성자

동방박사님 2022. 9. 23.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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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대형교회들의 세습, 성추문, 비리 등으로 한국 기독교의 위상이 갈수록 추락하는 지금, 우리 시대 그리스도인의 모습을 새로운 담론으로 모색한 책이다. 이 책에서 양희송 청어람아카데미 대표는 성과 속의 이원론을 넘어 과감하게 성벽 밖의 신앙을 모색하는 성도들을 ‘세속성자’로 정의함으로써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을 새롭게 상상하는 귀한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세속성자』는 저자가 지난 2014년 출간해 한국 기독교계에 거센 파문을 일으킨 『가나안 성도, 교회 밖 신앙』에 대한 실천적 대안 모색의 성격을 띤다. 『가나안 성도』가 교회론의 입장에서 교회란 무엇이며 왜 성도들이 교회 밖으로 나가는지를 물었다면, 이 책은 저자가 ‘세속성자 수요모임’을 기획해 성도들과 함께하며 우리 시대 세속성자들이 찾아 나서게 될 지향을 모색한 실천적 탐구라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

 

목차

들어가는 말

1부 세속성자_A Secular Saint

1장. 성자의 행진─왜 세속성자인가?
2장. 성스러움의 역설─성수의 부패냐, 파리의 성화냐?
3장. 세속성의 두 기원─‘가나안 정복’ 패러다임에서 벗어나라
4장. 라이프스타일─영원이 아니라 찰나를 붙잡으라

2부 불가능한 것들_The Impossible

5장. 믿음─나는 믿지 못합니다
6장. 기도─마땅히 빌 바를 알지 못하나
7장. 예배─여기도 아니고 저기도 아니라면
8장. 전도─문밖에 서서 두드리노니

3부 남겨진 것들_The Remains of the Day

9장. ‘천당’ 말고 ‘하나님 나라
10장. 교회는 어디에 있는가?
11장. 일과 쉼이 있는 영성
12장. 절박한 가치, 공공선

후기
 

저자 소개 

저 : 양희송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브리스톨의 트리니티 칼리지(BA)와 런던 신학교(MA)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월간 『복음과상황』 편집장 및 편집위원장을 지냈고, 한동대학교에서 7년간 ‘기독교 세계관’을 가르쳤다. 다양한 기독교 및 일반 매체에 글을 기고하고 있으며, 랍 벨(Rob Bell)에서 존 스토트(John Stott)까지, 톰 라이트(Tom Wright)에서 유진 피터슨(Eugene H. Peter...
 

책 속으로

저는 이 책에서 기독교적 대안을 찾는 이들은 더 안쪽의 성벽으로 퇴각하는 것이 아니라 과감하게 성 바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엉뚱한 제안을 하려고 합니다. 현실세계에 성벽을 쌓아 안팎을 성과 속으로 구분하고, 이를 분할통치하는 것으로는 이런 문제를 결코 풀 수 없을 것이며, 그리고 원래 기독교는 그런 것을 대안으로 여기지도 않았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성벽 안쪽은 신앙이고, 성벽 바깥은 불신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거꾸로 저는 성벽 내의 불신 혹은 맹신을 드러내고, 성벽 바깥에서 성심으로 신앙하는 삶을 그려보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런 신앙인을 ‘세속성자’라는 개념으로 부르자고 제안합니다. ‘새장 속’에 갇혀 있는 삶을 ‘굴욕’이라고 느끼는 이들을 불러내고자 합니다.

‘세속성자’란 자신들이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 ‘거룩해진’(made holy) 것처럼 자신들을 둘러싼 세상을 ‘거룩하게 하는’(make holy) 이가 되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은 결코 낭만적이거나 이상적이지 않음을 잘 이해하는 이들입니다.

오늘의 밥을 먹는 행위는 그토록 거룩한 일이며, ‘신비스런 일상’이며, ‘지상에 내려온 하늘’입니다. 먹고 마시는 행위를 성스럽게 수행할 수 있는 이라야 세속성자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충실한 ‘하루치’ 삶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그런 사람이야말로 기독교 신앙의 중요한 핵심을 깨우친 사람이 분명합니다. 먹고 마십시다. 이로써 거룩을 노래합시다.

우리는 믿음을 성실성의 문제, 즉 얼마나 성실하게 수행하느냐에 달린 것처럼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믿음은 원래 불가능한 문제라고 봅니다. 믿음만 불가능한 게 아닙니다. 신앙의 핵심적 행위들은 원래 다 불가능합니다. 믿음, 기도, 예배, 전도… 어느 것 하나 자연적으로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신앙은 지속적이고 역동적인 구도(求道)의 과정입니다. 한 순간 완성되어서 더이상 새로움도 놀라움도 없는 화석이 아니고, 늘 새로운 도전과 탐구 앞으로 우리를 이끄는 ‘가보지 않은 길’입니다.

현재 존재하는 권력의 선악에 대해 묻지 않고, 자기 양심의 소리도 듣지 않고 그저 성실히만 행하던 수족 노릇을 멈춰야 합니다. 이것이 ‘노동의 영성’ 앞에 던져진 과제입니다. --- 밑줄긋기 중에서
---「들어가는 말」 중에서
 

출판사 리뷰

세속성자란 무엇인가?

이 책은 한국 기독교의 상황에 대한 흥미로운 비유로 시작된다. 일본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에서처럼 한국 기독교는 교회 밖 거인들의 공격에 더 안쪽의 성벽으로 퇴각을 거듭해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른바 더 헌신된 훈련과정, 더 굳센 신앙이라는 안쪽의 성벽으로 도망가는 대신, 과감하게 성 바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제안을 내놓는다. 성벽 안은 신앙이요 성벽 밖은 불신이라는 이원론을 깨고 오히려 성벽 내의 맹신을 드러내고 성벽 밖의 신앙을 그려보자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신앙을 꿈꾸고 직접 실천하는 자들을 일컬어 ‘세속성자’라고 부른다.
저자는 ‘세속성자’의 의미를 탐구하는 데 많은 공을 들인다. 얼핏 모순형용처럼 들리는 이 말 속에 저자의 새로운 주장이 고스란히 들어 있기 때문이다. 먼저 우리는 ‘성자’와 ‘세속’의 의미를 좀더 깊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왜 성자인가? 흔히 성자라 하면 세속을 등진 순례자나 순교자의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원래 성자(Saint)란 성도(Sanits)와 같은 말이되 그것이 복수의 집단이 아니라 개인이라는 차이가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여기에는 한국 교회에 만연한 집단주의를 벗어나 개인적 신앙양심의 회복을 강조하는 한 차원이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지적은, 그 집단주의 속에 도사린 한국 교회의 여러 실패 사례를 돌아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교회는 개인의 신앙생활에 도움을 주는가? 저자는 이 질문에 매우 회의적이다. 오히려 교회는 내부의 갈등, 신앙에 방해가 되는 가르침으로 만연해 있으며 특히 대형교회들의 세습, 재정비리, 성추문, 정치권력에의 야합 등으로 세상의 비난과 지탄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그럼에도 교회는 이런 위기를 이단, 종북, 이슬람, 동성애에 대한 혐오주의로 돌파하려 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저자는 세월호 참사와 촛불시위를 거치면서 등장한 자발적 시민으로서의 성도들이 이런 제도권 교회의 문제에 맞서 수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음을 주목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더이상 교회와 목회자의 권위에만 의존하지 않고 오로지 신앙적 양심에 호소하는 ‘세속성자’가 등장한다. 우리 시대의 세속성자란 교회의 집단적 실패에 맞서 스스로 정당한 질문을 던질 줄 아는 개인들이다(1장).
그렇다면 세속 안에서 성스럽다는 것은 이들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거룩함에 대한 교회의 가장 흔한 대답은 아마도 불결한 것을 쫓아내야 한다는 정결함의 추구일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예수가 추구한 거룩이란 안식일에 부정한 병자들을 고치고 밀밭을 터는가 하면 간음한 여인과 세리와 창녀들을 감싸는 것이었음을 항변한다. 세속성자의 거룩은 상식적 거룩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성문 밖에서 고난받기’를 자처한 바보 같은 삶에 가깝다.(2장).
저자는 이처럼 어디가 세속이고 어디가 거룩인지가 구별되지 않는 장면들에 주목한다. 가령 다윗의 증조할머니는 이방여인 룻이었고, 라합은 성판매 여성이었으며 욥 또한 이방인에 가까웠다. 이는 성과 속을 깨끗한 곳과 더러운 곳으로 구별하고 지상을 떠나 저세상으로 나아가자는 교회의 담론이 틀렸음을 말해준다. 오히려 성경은 이 공간을 시간의 흔적이 쌓인 공간으로 파악한다. 그래서 세상을 떠나 교회에서 사는 삶이 아니라, 이 세상 속에서 ‘오는 시대’의 가치를 따라 치열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삶이야말로 세속성자의 참된 삶이 되는 것이다.(3장) 결국 거룩이란 시간을 초월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늘 변하고 부패하고 결함에 노출된 상태를 인정하되 그것을 넘어설 가능성을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이 성육신과 부활을 제대로 담아내는 삶이자 ‘이 시대의 풍조를 본받지 않고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사는 세속성자의 라이프스타일이다.(4장)

세속성자의 믿음, 기도, 예배, 전도

이 책의 2부는 신자라면 누구나 부딪히는 본질적인 문제들, 즉 믿음과 기도, 예배와 전도를 세속성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새롭게 해석해볼 수 있는지를 다룬다. 주목해볼 것은, 저자가 이 문제들을 한결같이 불가능의 영역으로 규정한다는 점이다. 우선 믿음을 보자. 흔히 이야기되듯이 믿음은 자기확신의 문제가 아니며, 크다 작다로 구분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믿음은 자신조차 믿을 수 없는 사람들이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상황을 수용하는 일에 다름 아니다. 성경은 신앙의 주체가 자신의 한계를 처절히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음을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아브라함은 친족살해 미수범이며 야곱은 가정파탄의 피해자로서 착취에 시달리다가 결혼사기까지 당하는 인물이다. 이들은 어떤 교리를 수용하느냐 마느냐 하는 확신의 상황에 처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역동성 속에서 어떻게 싸워나갈 것이냐 하는 기로에 서 있었던 것이다.(5장) 기도 또한 불가능성에서 시작한다. 우리는 기도가 응답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신의 존재를 의심하면서도 다시 기도하는 모순에 처해 있다. 이렇듯 기도할 수 없는데 기도하고 있는 역설적 상황에서 우리를 건져주는 것은 ‘주님이 가르쳐준 기도’다. 기도는 하나님 나라의 임재를 기원하는 것이며 우리의 의지와 완전히 독립된 하나님의 의지 속에 거하는 것이다. 또한 ‘일용할 양식’을 구하는 구체적인 일상의 행위이다. 기도하면서 성실히 악을 수행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따라서 세속성자의 기도는 탄식을 전달하는 기도가 아니라, 성령의 탄식에 동조하는 기도여야 하며 응답받는 기도가 아니라 응답하는 기도로 나아가야 한다.(6장) 하나님을 만난다는 것은 인간의 노력이나 고투와 별개의 것이므로 예배 또한 원천적으로는 불가능한 것이다. 예배에서 중요한 것은 장소나 죽은 제물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리스도의 몸에 부끄럽지 않게 살자는 다짐이 동반되는 성찬이며 저 너머의 삶을 가리키는 이곳에서의 삶을 결단하는 것이다.(7장) 우리 시대 교회의 전도는 마케팅이 되었고 선교는 전투처럼 되었다. 강제와 회유가 판치는 전도/선교의 현실에서 예수처럼 그저 문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낮은 음성이 필요하다. 성 프란치스코는 “복음을 전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행하되 꼭 필요하면 말을 하라”고 권했다. 그처럼 지금은 현존의 전도, 말이 아니라 어떤 존재가 됨으로써 하는 전도가 필요한 때다.(8장)

창조적 긴장 속에서 살아가는 일상

3부의 핵심은 세속성자로서 어떻게 ‘창조적 긴장’을 유지하느냐 하는 실천적 과제다. 저자는 ‘죽어서 갈 저세상’이나 ‘천당’의 개념으로 쪼그라든 ‘하나님 나라’를 지금-이곳에서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의 나라는 종말을 맞아 한번에 휴거를 받는 게 아니라 날마다 ‘일용할 양식을 먹고, 죄 짓고 빚진 자를 용서하며, 시험에 들기보다는 악에서 건짐을 받는 삶’이다. 다시 말해 하나님 나라를 우리의 일상에서 살아내며 하나님의 통치(바실레이아)를 이뤄내는 것이다.(9장)

저자는 교회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자기성찰과 자기갱신을 통해 종말론적 이상을 향해 나아가는 영적 순례자이자, 세상 속의 거류민’으로서의 두 자의식을 창조적 긴장으로 견지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교회는 세상 저 안쪽에 거룩하게 존재한다는 나이브한 사고를 세속성자는 거부한다. 교회는 멋들어진 건물이 있는 곳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임재가 있는 곳에 존재한다. 성령의 운행이 이뤄지는 현장에 교회(에클레시아)는 존재하기에 저자는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가 교회의 출발점이라고 고백한다.(10장) 그렇다면 성령 안에 사는 삶은 도대체 어떤 삶인가? 우리 삶의 전반을 차지하는 노동과 쉼을 영성에서 제외하고 홀로 거룩하면 참된 그리스도인인가? 무조건 성실히만 일하면 만사해결인가? 저자는 ‘희년’을 꿈꾸는 안식과 해방의 길을 모든 그리스도인의 과제로 제시한다. 일하고 소비하고 욕망하는 자본주의 가치 속에서 ‘아무런 비판적 검토’도 없이 맹목적으로 살아간다면 우리는 결국 형제자매는 물론 스스로를 노예적 노동으로 내몰 수밖에 없다고 저자는 경고한다.(11장)

마지막으로 저자는 한국 사회의 현실과 교회의 존재 의미를 아프게 돌아본다. 세속성자 논의에서 ‘사회 내의 하위범주로 기능하는 기구’로 축소된 작금의 교회론에 상상력을 불어넣어 이제 고체교회를 넘어서 액체-기체 교회의 다양한 존재방식을 시도하자고 저자는 제안한다.(12장) 언제나 예상을 뛰어넘고 관습과 전통을 뒤집어엎는 예수의 삶을 통해 인생의 최대치를 살아낼 것을 권면하며 저자는 당부한다. 때를 놓치지 마라. CARPE DI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