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정치의 이해 (독서>책소개)/6.보수주의

보수주의자의 삶과 죽음

동방박사님 2023. 1. 1.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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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한국사 속 보수주의자의 모습

한국사회에서 진보와 보수 논의는 다소 알맹이 없는 담론이다. 특히 보수는 친일파, 군사독재 등과 연관된 역사적 흔적과 각종 부정부패와 연루되면서 도덕성에 심각한 훼손을 당했다. 병역과 납세의 의무를 저버리고 유전무죄를 가치관으로 생각하는 특권층에게 건전한 보수를 기대할 수 있을까. 이 책은 한국사 속의 진정한 보수주의자를 발굴하여 소개함으로써 우리사회에 건전한 보수가 자리잡을 수 있기를 염원한 것이다.

박정희와 날선 대립을 보인 장준하, 이승만 정권과 타협하지 않은 김병로, 가산을 모두 바쳐 독립운동에 헌신한 이회영, 대한제국의 쇠락을 보며 조선의 선비로서의 소명을 다하기 위해 죽어간 황현, 선비와 농민과 노비가 자신의 직분에 충실하게 사는 사회를 꿈꾼 유형원, 망국의 책임자이자 구국의 영웅으로 남은 최영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진정한 보수에 대해 논한다. 불의에 타협하지 않았다는 점, 멸사봉공의 자세를 취했다는 점, 념을 저버리지 않고 온몸으로 저항하며 비굴하게 살아가지 않았다는 점이 이들을 보수주의자로 칭하는 이유다.
 

목차

들어가는 글_우리 역사에도 참된 보수주의자가 있는가

1. 장준하_근대 민족 국가를 향한 ‘야곱’의 길
식민지 기독교 민족주의자, 반공을 넘어서서 민주통일의 투사가 되다. (윤상현)
무외의 목소리를 가진 청년 장준하 |장준하, 어떤 민족주의인가 |사상계, 반공의 뜻을 들고 문화운동을 이끌다 |중립화 통일론에 반대하고 국토건설단에 온 힘을 쏟다 |모든 통일은 선하다 |근대 국가 형성의 돌베개가 되다.

2. 김병로_대한민국 초대 대법원장, 법 정신을 바로 세우다
민주주의 상식에 충실했던 민족주의자, 한국 보수주의의 모범이 되다(오제연)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한 반공주의자 |조선 왕조 명문가의 후예, 인권변호사로 나서다 |청렴할 자신이 없으면 법원을 떠나라 |사법부 수장, 국부를 비판하다 ― 이승만과의 충돌 |국민은 악법의 폐지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

3. 이회영_‘삼한갑족’의 후예, 아나키스트가 되다
민족의 근심을 함께한 6형제, 항일무장투쟁을 선도하다(김도훈)
한국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전형 |망명 ― 만주 지역 항일무장투쟁의 효시가 되다 |민족의 자유를 위하여 ― 아나키스트가 되다 |계속된 항일운동, 암살 계획 그리고 체포 |망명 생활 그리고 가족들

4. 황현_망국에 대처하는 선비의 자세
정신 문명을 토대로 국가의 자존심을 생각하다(민회수)
유작이 된 절명시 |구한말의 3대 시인 | 도깨비 나라의 미치광이들과는 어울리지 않겠다 |조선 땅의 ‘보수주의자’ 황현 |매천필하무완인 ― 매천의 붓 아래 완전한 사람은 없다 |을사늑약의 충격과 호양학교의 설립|선비의 소명

5. 유형원_조정을 등지고 개혁을 구상한 사대부
1만 권 책 속에 살며, 조선 왕조 지배층에 새로운 참고서를 저술하다
궁벽한 시골에서 성리학적 사회를 세우다 |과거를 포기하다 |1만 권의 책 속에 살다 |토지 제도 개혁으로 나라의 살림을 계획하다 |노비제, 호적 제도, 화폐 유통 정비 ― 사후에 주목받은 반계의 개혁사상

6. 최영_황금 보기를 돌같이 한 구국의 장수, 백성의 존경을 한몸에 받다
망국의 책임을 딛고 구국의 영웅으로 남다(홍영의)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 ― 부친의 유훈을 가슴에 새기다 |타고난 무재를 세상에 선보이다 |백성에게 폐를 끼치는 관리는 매질로 다스리다 |그대와 함께 사방을 평정하기를 |누구와 더불어 정치를 논할 것인가 |공은 온 나라를 덮고 죄는 천하에 가득 |내가 탐욕하지 않았다면 내 무덤에는 풀이 나지 않을 것이다

이 책 속의 사람들
 

저자 소개

저자소개
김도훈(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 조사3과장)
민회수(서울대학교 국사학과 강사)
양택관(서울 현대고등학교 교시)
오제연(서울대학교 국사학과 강사)
윤상현(서울대학교 국사학과 강사)
홍영의(숙명여자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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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여기 장준하 · 김병로 · 이회영 · 황현 · 유형원 · 최영 여섯 인물은 그런 면에서 자기 시대를 지키며 살아간 사람들이다. 비록 시대를 달리 하지만, 그들의 생각과 실천이 불의와 타협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나보다는 모두를 위해 행동했다는 점에서, 신념을 저버리지 않고 온몸으로 저항하며 비굴하게 살아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들을 ‘진정한 보수주의자’라고 칭하는 것은 당연하다 할 수 있다. 선택의 순간에, 누군가가 먼저 걸어가야 한다면 가장 먼저 앞장서 나간 이들이기에 지금 우리는 이 사람들을 통해 진정한 보수의 양심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 p.7

모든 통일은 좋은가? 그렇다. 통일 이상의 지상 명령은 없다. 통일로 갈라진 민족이 하나가 되는 것이며, 그것이 민족사의 전진이라면 당연히 모든 가치 있는 것들은 그 속에 실현될 것이다. 공산주의는 물론 민주주의, 평등, 자유, 번영, 복지 이 모든 것에 이르기까지 통일과 대립하는 개념인 동안은 진정한 실체를 획득할 수 없다. 모든 진리, 모든 도덕, 모든 선이 통일과 대립하는 것일 때는 그것은 거짓 명분이지 진실이 아니다. --- p.61

한국전쟁으로 인해 남북 상호 간의 증오와 갈등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던 그 시절, 대한민국 대법원장 김병로는 철저한 반공주의 신념에도 불구하고 국가 보안법을 폐지하고 형법으로 대체할 것을 주장했다. 반공주의자 김병로는 50여 년이 지나 냉전이 해체되고 남북 화해가 진전된 오늘날에도 빨갱이로 내몰릴 만한 이런 주장을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 바로 그 이유를 찾는 과정에서 우리는 한국 보수주의의 모범을 발견할 수 있다. --- p.73

세상 사람들이 우리 가족에 대하여 말하기를, 대한 공신의 후예여서 나라의 은혜와 대대로 쌓아온 미덕이 이 시대의 으뜸이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 6형제는 나라와 더불어 안락과 근심을 같이 할 위치에 있습니다. 이제 한일합병의 괴변을 당하여 한반도 산하의 판도가 왜적에 속하였습니다. 우리 형제가 당당한 명문 호족으로서 차라리 대의가 있는 곳에 죽을지언정 왜적 치하에서 노예가 되어 생명을 구차히 도모한다면 어찌 짐승과 다르겠습니까. 이때에 우리 형제는 당연히 생사를 막론하고 식구들을 인솔하고 중국으로 망명하여 차라리 중국인이 되는 것이 좋을까 하오이다. --- pp.123~124

鳥獸哀鳴海岳嚬 새와 짐승들이 슬피 울고 강산도 찡그리네.
槿花世界已沈淪 무궁화 온 세상이 이젠 망해 버렸구나.
秋燈掩卷懷千古 가을 등불 아래 책 덮고 지난 날 생각하니
難作人間識字人 인간 세상에 글 아는 사람 노릇하기 어렵기만 하구나. --- p. 154

반계는 집안일을 엄격하게 단속했으며, 노비와 하인에게도 각기 그 일을 나누어 분담시켜 처리함으로써 항상 깨끗하게 정리된 생활을 했다. 나아가 아이들에게도 노비를 대할 때 항상 조심하라고 일러두기도 했다. 단순히 노주와 노비의 관계가 아니라 군자와 소인의 관계로서 직분에 맞추어 처신하라는 의미였다. 그렇지만 동네 사람들을 대할 적에는 귀천과 빈부를 따지지 않고 어울렸으며, 어려운 이웃을 만나면 서슴지 않고 도왔다. 천성이 그럴 뿐 아니라 향촌사회의 소인들을 이끌어 가야 하는 군자의 모습이기도 했다. --- p. 208

경성에 물가가 폭등하여 상인들이 털끝만 한 이득을 다투는 형편이었다. 최영이 이것을 증오하여 일체 매매하는 물품은 우선 경시서에서 가격을 사정하여 세를 받은 표식이 있은 연후에 비로소 매매할 수 있게 하였다. 그리고 그 표식이 없는 자는 쇠갈고리로 등심을 뽑아 죽인다고 공포하고 커다란 쇠갈고리를 시장에 내어 걸었다. 시인들이 이것을 보고 벌벌 떨었다.
--- p.208
 

출판사 리뷰

자신을 버리고 나라를 지켜낸 사람들, 그들이 바로 진짜 보수주의자!”
이 시대가 원하는 보수주의의 모습은 어떤 것이며 지도층의 의무는 무엇인가?


한 개인의 역사를 통해 읽는 한국사 시리즈 05권― 새로 쓰는 한국 보수주의의 전형

진보는 무엇이며 보수는 무엇인가. 병역과 납세의 의무를 저버리고, 사회 상위 계층을 빗대서는 ‘유전무죄’라는 말이 나도는 대한민국에서 과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찾을 수 있을까. 건전 보수라는 말은 모순이 아닌가. ‘우리 역사 속에도 지도층의 의무를 다한 참된 보수주의자가 있는가?’ 이 책 《보수주의자의 삶과 죽음》의 저자들은 그런 고민 속에서 한국 보수주의의 전형을 새로 쓰고자 노력했다.

이 책은 박정희와 날선 대립을 보인 장준하, 이승만 정권과 타협하지 않은 김병로, 가산을 모두 바쳐 독립운동에 헌신한 이회영, 대한제국의 쇠락을 보며 조선의 선비로서의 소명을 다하기 위해 죽어간 황현, 선비와 농민과 노비가 자신의 직분에 충실하게 사는 사회를 꿈꾼 유형원, 망국의 책임자이자 구국의 영웅으로 남은 최영의 행적을 통해 이 시대가 원하는 보수의 길이 무엇인지 말하려 한다. 생각과 실천이 불의와 타협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나보다는 모두를 위해 행동했다는 점에서, 신념을 저버리지 않고 온몸으로 저항하며 비굴하게 살아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사람들을 ‘진정한 보수주의자’라고 칭하는 것은 마땅하다. 선택의 칼날 앞에서 인과 의를 앞세우며 선비의 삶과 지식인의 행동 그리고 장수로서의 의연함을 보여준 이 사람들을 통해서 우리는 진정한 보수의 양심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한국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찾다 ― 우리 역사 속 진짜 보수주의자들
이 책은 오직 원칙을 지키며 민족의 자존심과 나아갈 길만을 생각한 여섯 인물의 삶과 죽음을 통해 한국 보수주의의 의미와 역사 그리고 보수주의자들이 나아갈 길을 찾으려 한다.

가장 먼저 1장 〈장준하_근대 민족 국가를 향한 ‘야곱’의 길〉에서는 현대사를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장준하의 사상에 집중하고 있다. 장준하는 이십대에는 강제 징집으로 학병으로 끌려갔다가 탈출한 뒤, 광복군에 참여해 항일 독립운동을 했고, 자유당 때는 《사상계》를 창간해 민주주의와 통일에 대한 열망을 일깨웠다. 또 군사독재 시절에는 거리에 나가 반독재 민주화 투쟁의 선봉에 섰다가 몇 차례 장기간의 옥고를 겪었지만 의지를 꺾지 않고 투쟁하다 끝내 의문사했다. 민족주의의 영향을 받아 해방 이후 그 이상을 지키고 실현하기 위해 이승만 정권기에는 독재의 감시자로, 박정희 정권기에는 독재의 비판자로 활동한 장준하라는 인물이 있었기에 우리 현대사는 통일민족주의를 성장시키며 대립과 갈등을 넘어 희망의 역사를 그려올 수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장 〈김병로_대한민국 초대 대법원장, 법 정신을 바로 세우다〉에서는 일제 치하에서는 무료 변론을 통해 민족주의적 변호사로 활동했고, 민군정에서는 사법부장관을, 반공을 국시로 하는 이승만 정권 때는 초대 대법원장으로 사법부의 기초를 닦은 김병로를 다룬다. 철저한 반공주의 신념에도 독립에 뜻을 둔 독립 투사라면 좌익이냐 우익이냐를 가리지 않고 변호했으며, 정권 수립 이후에도 ‘국민은 악법의 폐지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며 민주주의 법 정신을 일깨워 준 김병로를 통해 우리는 한국 보수주의의 전형을 찾게 된다. ‘정의를 위하다가 굶어죽으면 그것을 곧 영광으로 알라’며 ‘그것은 부정을 범하는 것보다는 수만 배 명예롭다’고 말한 김병로를 보면서 지금 우리 시대에게 필요한 지도층의 그림을 새로 그릴 수 있다.

3장 〈이회영_‘삼한갑족’의 후예, 아나키스트가 되다〉에서는 경술국치 이후 왜적 치하에서 구차하게 생명을 도모할 수 없다며 만주로 활동무대를 옮겨 조직적인 항일무장투쟁을 실시한 이회영 일가와 6형제 이야기를 전한다. 이회영 형제들은 이상룡, 이동녕과 함께 1911년 만주 이주 한인의 정착과 단결을 이끈 조직 경학사와 신흥강습소를 세워, 독립군 3000여 명을 배출해 독립운동사에 빛나는 봉오동전투와 청산리전투의 핵심전력을 길러냈다. 대대로 높은 벼슬을 한 명문가의 여섯 형제와 전 가족은 한평생 호의호식 할 수 있는 전 재산을 독립운동에 바치고 죽을 때까지 가난과 생명의 위협 속에서 고단하게 살아야 했다. 해방 후 살아 돌아온 사람은 오직 이시영뿐이었다. 이처럼 가문의 대가 끊기고 집안이 쑥대밭이 될 정도로 한 가문 전체가 독립운동에 헌신한 것은 ‘내 것을 버리고 모두를 구하려’는 전통 명가의 선비정신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런 모습은 곧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의미를 분명하게 해 줄 것이다.

4장 〈황현_망국에 대처하는 선비의 자세〉에서는 경술릱치의 치욕스런 소식을 듣자 식음을 전폐하고 언저리를 정리한 뒤 ‘글 아는 사람 구실 하기 어렵구나(難作人間識字人)’라며 죽음을 택한 구한말의 3대 시인 중 한 명인 황현의 삶과 죽음을 다룬다. 고종 23년 생원시에 장원급제했으나 조정의 부패를 개탄하고 귀향해 글공부에 매진한 황현은 유서와 절명시 네 수를 남기고 자결한 지방의 선비였다. ‘내가 가히 죽어 의를 지켜야 할 까닭은 없으나, 다만 국가에서 선비를 키워온 지 500년에 나라가 망하는 날을 당하여 한 사람도 책임을 지고 죽는 사람이 없다. 어찌 가슴이 아프지 아니한가?’라며 선비의 소명을 다하기 위해, 그리고 황천에서 받은 올바른 마음씨와 평생 읽던 좋은 글들에서 깨우친 가치들을 져버리지 않기 위해서 목숨을 버린 조선의 마지막 선비 황현을 보면서, 오늘날의 지식인과 학자들은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가를 깨닫게 될 것이다.

5장 〈유형원_조정을 등지고 개혁을 구상한 사대부〉에서는 실학을 체계화해 실학의 비조로 일컬어지는 유형원의 개혁사상을 다룬다. 반계는 뛰어난 경륜에도 불구하고 평생 초야에 묻혀 지낸 인물이었다. 유형원은 당쟁으로 인해 참화를 입은 부친을 보고 벼슬길을 멀리하고 1만여 권의 서적에 묻혀 학문 연구에 몰두했다. 궁벽한 시골에서 성리학의 체계를 세우는 한 편 전국을 유람하며 민초들의 삶을 눈여겨보았으며, 서울에 올라가 나라를 유린한 청을 치기 위해 군민을 단련시키기도 했다. 현종 6년 묘당의 추천으로 관직에 천거되었지만 붕당 간 세력 다툼에 휩쓸려 있는 중앙 정치례를 떠나 농촌의 현실 속에서 ‘선비’로서의 자신에게 맡겨진 임무를 다하려고 노력했다. 나라 재정에 기반이 되는 농촌 살림을 개혁하기 위한 새로운 토지제도를 구상하고, 노비제·호적제 등의 정비를 꾀하며 지은 《반계수록》은 1세기가 지난 이후에 알려지면서 각종 실세 정사에 참고되었다.

6장 〈최영_황금 보기를 돌같이 한 구국의 장수, 백성의 존경을 한몸에 받다〉에서는 전장에 나가서는 패함이 없고 ‘황금 보기를 돌 보는 것같이’하며 부패한 정치인들을 매질로 다스린 최영은 고려 백성들 사이에서는 최고의 영웅이었다. 전투의 승리를 위해서는 피도 눈물도 없을 만큼 철저했으며, 공과 사의 구분이 분명하고 원리원칙에 충실하려 했다는 점은 당시의 권문세족이나, 개혁파 사대부하고는 사뭇 다르게 이해된다.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정치적 좌절과 영욕 속에서도 일반 백성들에게 오래도록 추앙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정치적 목적 아래서 수많은 인물들을 제거하는 데 압장섰기 때문에 훗날 온당한 평가를 받기에는 어려움이 뒤따랐지만, ‘내가 탐욕하지 않았다면 내 무덤에는 풀이 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뇌물과 청탁을 받지 않고 청렴을 지킨 장수 최영은 오늘날까지도 무덤을 덮고 있는 무덤과 함께 ‘구국의 영웅’으로 남아 있다.

이 시대가 원하는 보수의 길은 무엇인가 ― 새로운 지도층의 모습을 그려내야 할 때!
당대 문제를 한 권의 책으로 담아낸 《도선비기》, 《토정비결》, 《열하일기》, 《서유견문》, 〈동명왕편〉의 저자 도선, 이규보, 이지함, 박지원, 유길준의 이야기를 담은 첫 번째 책 《베스트셀러의 저자들》, 고대 신라에서 근세 조선에 이르기까지 한국사의 대표적인 이방인 처용, 쌍기, 인후, 이지란, 박연을 통해 단일민족과 순혈주의의 신화에 가려진 우리 역사 속의 이방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두 번째 책 《이미 우리가 된 이방인들》, 그리고 혼돈의 시대에 마지막 왕이 되어 극적인 삶을 살다간 왕들과 그 시대를 읽어내는 데 주목한 《왕조의 마지막 풍경》, 특정한 역사적 시점에서 자신만의 특출한 능력으로 시대를 디자인한 ‘영웅’들을 보며 국가 경영의 본질이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책 《시대의 디자이너들》에 이은 ‘사람으로 읽는 한국사’ 다섯 번째 권인 이 책은 그동안 우리가 잘못 생각하고 있거나 판단을 유보하고 있던 ‘보수주의’의 그림을 새롭게 그리려고 한다. 어쩌면 독자들은 시대에 대항하며 엄격한 비판자의 역할을 했던 장준하·김병로·이회영·유형원·최영을 보수주의자라 명명하는 데 의아해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사람들은 자신이 살던 시대를 가장 희망의 시선으로 바라보았기 때문에 고민하고 좌절하면서 고군분투했을 것이다. 이 책은 자신의 시대를 지켜내고자 애쓴 이 사람들을 통해 한국 보수주의의 전형을 새로 그리기 위한 희망의 시도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