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동양철학의 이해 (책소개)/2.한국철학사상

환재 박규수 연구 (2008) - 실학

동방박사님 2024. 6. 22.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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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연암 박지원의 손자인 환재 박규수의 사상과 정치, 문학적 업적을 집대성한 연구 서적. 19세기 조선의 역사적 격변 한가운데에서 다방면에 걸쳐 그가 보여준 폭넓은 활동이 담겨져 있으며, 자주적 근대화의 길을 찾기 위해 분투했던 그 시대의 총체적 진실에 접근하고자 한다. 연암 박지원 연구의 권위자인 저자가 십수년에 걸친 자료 발굴과 학제간 연구를 통해 개화사상의 선구자로 평가되는 박규수의 본모습을 완벽히 복원했다.

목차

책머리에
서론

제1부 수학기

제1장 가문과 성장과정
1. 연암 박지원의 손자
2. 외종조 유화의 영향
3. 척숙 이정리ㆍ이정관의 지도

제2장 북학파의 후예들
1. 담헌 손자 홍양후와의 만남
2. 홍양후의 연행과 그 영향

제3장 효명세자의 지우(知遇)
1. 순조 말의 정국과 효명세자
2. 효명세자 승하 후의 은둔 결심

제4장 조숙한 천재 시인
1. 「성동시」와 「석경루 잡절」
2. 「강양죽지사」와 「도봉기유」
3. 「봉소여향」
4. 「숙수념행」

제5장 첫 저작 『상고도 회문의례』
1. 저술의 체제와 전거
2. 실학적 학풍과 지원지동설
3. 성리학 사상과 존명 의식
4. 빼어난 예술적 산문

제2부 은둔기

제1장 예학 연구와 『거가잡복고』
1. 고례의 연구와 실천
2. 『거가잡복고』의 집필
3. 『거가잡복고』의 사상사적 의의

제2장 교유와 창작
1. 은둔시절의 벗들
2. 풍석 서유구와의 만남
3. 1840년 전후의 창작 활동

제3장 척숙 이정리 형제의 연행
1. 연행의 경위
2. 해외 정세의 견문

제4장 경세학으로의 학문적 전환
1. 『경세문편』과 청조 경세학
2. 윤종의의 『벽위신편』과 천주교 대책
3. 박규수의 「벽위신편 평어」와 『해국도지』 수용
4. 은둔기의 여타 저술

제3부 철종시대의 개혁적 관료

제1장 처음 벼슬길에 오르다
1. 헌종 말의 정국과 과거 급제
2. 용강 현령과 부안 현감 시절

제2장 중앙 관직에 복귀하여
1. 철종 초의 정국과 진종 천묘(遷廟) 논쟁
2. 경상좌도 암행어사 활동과 『수계』

제3장 박규수의 제1차 연행
1. 1860년 북경사변과 열하 문안사 파견
2. 김영작ㆍ신석우의 연행과 그 영향
3. 열하 문안사행의 경위
4. 연행의 성과와 한계
5. 귀국 후 중국 문사와의 교신

제4장 진주농민항쟁과 박규수의 안핵사 활동
1. 진주농민항쟁의 발발
2. 안핵사 활동의 전말
3. 박규수의 진상 조사 보고
4. 항쟁 주도층에 대한 분석
5. 삼정 개혁안의 제시

제4부 북학을 계승한 진보적 문인 학자

제1장 천문지리적 관심과 지세의 제작
1. 천문 관측과 천문의기 제작
2. 지세의의 구조와 기능
3. 「지세의명」의 사상사적 의의

제2장 철종시대의 문예 창작
1. 박규수의 문학관
2. 1860년대 초의 한시
3. 다양한 양식의 산문들

제3장 철종시대의 학술 활동
1. 박규수의 학문관
2. 금석 고증에 대한 관심
3. 실사구시적 서화론

결론
참고문헌
박규수 연보

저자 소개

저자 : 김명호
1953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한학의 대가인 고(故) 우전(雨田) 신호열(辛鎬烈) 선생 문하에서 수학했다. 덕성여대 국문과 교수를 거쳐, 현재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 『열하일기 연구』『박지원 문학 연구』『초기 한미관계의 재조명』이 있으며, 역서로 『연암집』『전 3권(신호열 공역)』과 『지금 조선의 시를 쓰라』가 있다. 우경...

책 속으로

이 책은 환재 박규수의 삶을 통해 19세기를 다시 성찰하려는 시도이다. 21세기로 들어선 현시점에서 새삼스레 박규수와 그의 시대를 돌아보려는 까닭은 무엇인가. 그것은 무엇보다도 19세기에 시작된 거대한 변화가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삶을 근본적으로 틀 지우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 거대한 변화를 범박하게 말해 '근대화'라고 한다면, 현대 우리는 여전히 근대화를 추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극에 달한 근대화의 폐해에서 벗어날 방도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렇게 볼 때 19세기에 대한 연구는 학문적 관심사에 그치지 않고 우리 시대를 근원적으로 성찰하는 작업으로서 중대한 의의를 지닌다. 선인들은 근대의 '새벽'을 어떻게 맞이했던가. 그들의 고뇌와 고투를 진지하게 이해하고자 노력함으로써 오늘날 우리 자신의 삶에 대해서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이 근대화를 그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가 성찰하는 작업은 나아가 우리 시대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전망을 모색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 「서론」중에서

출판사 리뷰

잊혀진 세기, 살아오는 거인(巨人)
한국사에서 19세기는 대개 망국으로 가는 암흑기로 기억된다. 최근 18세기 조선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세간의 관심에 비추어보면 그 대비가 더 뚜렷하다. 19세기가 일제 식민사관의 영향으로 부정적으로 각인된 탓에 세계사의 변화 속에서 자주적 근대화를 위해 악전고투한 흔적까지 망각돼왔다. 하지만 좌절과 실패로 끝났다 해도 근대 이행기의 최전선에서 소명을 다한 선인들의 고뇌와 고투를 이해할 때 지금의 시대를 보다 근원적이고 주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박규수는 그러한 19세기 소용돌이의 중심에서 활동한 인물이다. 정치가, 사상가, 문학가, 과학자로서 다방면에 걸쳐 폭넓은 활동을 펼쳤기에 한국 근대사를 들여다보자면 그 존재와 마주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박규수의 생애와 사상과 문학에 관한 종합적 연구는 바로 19세기의 총체적 진실에 접근하는 하나의 지름길이다.

비로소 밝혀지는 선각자의 진면모
이제까지 박규수에 대한 연구는 제한된 사료에 기대어 사상적 · 정치적 행적에 편중되었다. 본서는 지난 1996년 간행된 『환재총서』에 수록되며 세상에 알려진 초기 저술부터 학문적 방향전환을 보여주는 문헌과 조정의 고위관료로서 작성한 보고서를 비롯해 친지와 벗들과 주고받은 서신까지 다룸으로써 그의 내면과 사상적 동기에 한층 접근한다. 또한 그동안 간과돼왔던 국내외 인물들과의 교유를 추적함으로써 박규수의 사상과 문학이 형성된 과정을 구체적으로 밝힌다. 특히 그의 생애에 큰 영향을 미친 두 차례의 연행(燕行)을 통해 두터운 교분을 맺었던 중국 인사들의 면면이 다수 포함되어 한중 문화교류의 생생한 현장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이 그려내는 박규수의 여러 모습은 개항기의 정치가, 개화파의 사상가라는 단편에 그치지 않는다. 천문 관측에 힘쓰고 지세의(地勢儀)를 제작한 과학자, 예학과 청나라의 학술에 조예 깊은 학자, 빼어난 글씨를 남긴 서화가, 그리고 무엇보다 조숙한 문학적 천재를 보여준 문장가로서의 다층적인 면을 되살린다. 특히 문인으로서의 면모에 집중 조명을 가해 그가 연암의 문학적 계승자임을 부각함으로써 19세기 문화사의 공백을 메우고 그 지형도를 바로잡는다. 다수의 희귀한 화보와 함께 상세한 연보, 참고문헌이 수록되어 좀더 깊은 논의를 원하는 독자와 연구자 들에게 요긴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조숙한 천재에서 갑작스런 은둔과 사상적 성숙까지
본서 1부는 연암 후손들과의 구체적인 인간관계를 통해 박규수의 학문적 성장과정을 밝히고 첫 저작 『상고도 회문의례』와 초기 시편들을 중심으로 때이르게 무르익은 사상과 문학을 고찰한다. 여기에서 저자는 선비론과 문학론 등에서 조부 연암의 깊은 사상적 영향을 발견하며, 문체 면에서도 연암의 산문정신이 깃들어 있음을 세세히 가려낸다. 그리고 세도정치에 맞서 왕권강화를 추진하던 효명세자와의 특별한 관계가 그의 정치적 장래를 결정한 사실과 아울러, 북학파의 후예로서 선대의 우의와 연행 전통을 이어간 사실을 논한다. 젊은 인재의 발탁에 힘쓰며 그를 친애한 효명세자가 안동 김씨 외척 세력과 심한 갈등을 빚다가 급작스럽게 승하하자 큰 충격을 받은 박규수는 과거 공부를 거두고 오랜 은둔생활로 접어든다.

2부는 박규수가 장장 18년에 걸쳐 은거하며 학문 탐구에 힘쓴 은둔기를 다룬다. 전반기에 몰두하던 예학 연구의 일환으로 의관제도 개혁을 논한 『거가잡복고』와 후반기 예학에서 경세학으로 전환하면서 쓴 「벽위신편 평어」를 중심으로 새로운 시대상황에서 사상적 모색을 해명한다. 그의 의관제도 개혁론은 존명배청(尊明排淸)의 주장과 연암을 비롯한 북학파의 지론을 이어받은 것이다. 은둔기 후반에는 1차 아편전쟁의 전황과 해외정세, 청조 경세학의 성과를 접하면서 해양 방어책과 척사론에 관심을 두었으며 동양의 문화적 우월성을 바탕으로 서양과의 교섭에 진취적으로 대처하고자 했다. 저자는 연암의 실학에서 출발한 박규수가 시대적 여건에 변화에 맞추어 이를 발전적으로 극복하려 했다고 평가한다.

개혁적 관료로서의 활약과 북학의 계승 발전
3부는 오랜 은둔기를 청산하고 마흔두 살의 나이로 처음 벼슬길에 나간 뒤로 지역과 중앙의 요직을 거치면서 국가 중대사에 관여한 박규수의 정치적 활동을 소상히 담고 있다. 특히 경상좌도 암행어사와 진주농민항쟁 당시 안핵사로서의 활동을 규명하는 데 치중하여 그가 올린 보고서를 비롯해 수많은 문서들을 치밀하게 분석하여 국정상 각종 폐단을 바로잡으려 한 개혁적 성향을 입증한다. 또한 1860년 ‘북경사변’이 일어나자 위험을 무릅쓰고 정부의 문안사행에 자원하여 서양인들의 동향과 정세를 탐문하는 한편 여러 청나라 관료들과 적극적으로 교유한 사정므 밝힌다. 저자는 당시까지 박규수의 대외인식이 기독교 배척과 유교 보존으로 난국을 극복할 수 있다는 주장에서 보이듯 동도서기론의 발상에 머물러 있었지만 중국 인사들과의 학술적 교류를 통해 동아시아 지식인으로서의 연대를 도모했다고 덧붙인다.

4부는 천문지리와 경세치용적 문학, 청조의 고증학과 서화에 두루 통달한 학자로서의 박규수에 초점을 맞춘다. 그는 천문지리 분야에 남다른 관심을 기울이고 고대 중국의 천문학설이나 송대 성리학자들의 이론에 의거해 지도와 천문의기 제작에 힘썼다. 과학기술에 대한 그의 열의의 바탕에는 화이사상이나 척사론과 달리 동양의 문화적 우월성을 바탕으로 서양의 과학기술을 비판적으로 수용하려는 주체적?합리적 동도서기론이 깔려 있음을 저자는 강조한다. 이 시기부터 경세문자(經世文字) 이외의 문예 창작을 점차 등한시하여 시 창작에서는 소수의 명편만이 전해지지만 대신 다양한 양식의 뛰어난 산문을 많이 남겨 연암 산문의 계승자로서 손색이 없다. 이같은 문학정신은 학문관에도 여일하여 경세제민에 기여하는 실용적 학문에 주력했으며 서화에 대한 관심에서도 비사실적 화풍을 비판하고 엄밀한 고증과 박학에 입각한 사실적이고 실용적인 그림을 그릴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거시적 접근과 정밀한 분석으로 그려낸 19세기 지성사의 단면
『환재총서』의 편찬자로서 저자가 본서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은 문학연구를 기반으로 하되 사회사와 사상사의 영역까지 넘나들며 우리 근대문학과 근대사상의 거대한 원류를 규명하고자 한 점이다. 19세기 문학사에서 한중 문화교류, 양반사대부의 복식제도와 예론, 천문 수학 등 과학사, 농민항쟁과 삼정 개혁책까지 당대의 첨예한 테마들이 망라되어 있는 본서는 척박한 우리 근대 지성사 연구에 내리는 단비와 같다. 본서에서 비로소 그 거인적 전모가 드러나는 박규수의 생애와 사상을 통해 오늘날 우리의 삶을 틀 지운 19세기의 총체적 진실에 성큼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