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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질서나 보호의 이름으로 정당화할 수 없는 ‘사회라는 수용소’ ‘우리 안의 수용소’에 대한 인류학적 탐구. 한국·일본·타이완 등지에서 저마다 이 문제를 고민해온 연구자·활동가 17인은 동아시아의 포로수용소에서 한센인 마을까지, 식민지 시대에서 코로나 팬데믹에 이르는 100년의 시공간을 아우르며 세계의 내부로 추방당한 존재들의 진술에 주목한다.
전쟁과 재해에 휘말려, 장애와 질병을 지녔다는 죄목으로, 국적이나 신분을 이유로 수용되고 격리되고 존엄을 박탈당한 이들의 삶은 동아시아 100년사의 가장 어둡고 긴 그림자다. 따라서 그들의 목소리를 채집해 복원하고 탐문하는 작업은 ‘최악의 일은 지나갔다’고 장담할 수 없는 우리의 현재를 수렁에서 밀어올리는 동력이자, 적의와 불신으로 바람 잘 날 없는 동아시아 시민사회를 공동체로 연결해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전쟁과 재해에 휘말려, 장애와 질병을 지녔다는 죄목으로, 국적이나 신분을 이유로 수용되고 격리되고 존엄을 박탈당한 이들의 삶은 동아시아 100년사의 가장 어둡고 긴 그림자다. 따라서 그들의 목소리를 채집해 복원하고 탐문하는 작업은 ‘최악의 일은 지나갔다’고 장담할 수 없는 우리의 현재를 수렁에서 밀어올리는 동력이자, 적의와 불신으로 바람 잘 날 없는 동아시아 시민사회를 공동체로 연결해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목차
●여는 글
피난과 수용 사이에서 - 신지영
I ‘사회’라는 수용소: 재해, 귀환, 피난
재해 속 빈곤의 비/가시화:
아시오광독사건의 환경사회적 재검토 - 김보람
1. ‘피해/민’상의 복원을 위한 하나의 관점
2. 광업정지청원운동과 제1차 광독조사위원회의 대응
3. ‘사회문제화’되는 빈곤과 제2차 광독조사위원회의 대응
4. 공해 사건 속 ‘피해’의 교차성
‘귀환’과 ‘정착’ 사이에서:
해방기 소설 속 전재민 서사를 둘러싼 역학 - 쉬징야
1. ‘귀환’ 뒤에 남은 것들
2. 정착의 ‘조건’과 그 불만: 전재민의 정착과 해방기 민족 담론과의 경합
3. 참을 수 없는 책임의 가벼움: 해방기 전재민 여성에 대한 방관자적 시선
4. 귀환에서 정착으로
박탈 혹은 국가와 사회 사이의 난민 :
전시 ‘가옥 상실’과 ‘가옥 파괴’의 자리에서 - 김예림
1. 전시 생명정치의 장과 난민 됨
2. 소유와 박탈 그리고 전쟁 빈곤 사회
3. 수용소 혹은 가옥을 둘러싼 정책과 그 한계
4. 사회의 파상과 ‘작은 사회적 공공성’에 대한 상상
II 수용소와 피난소의 경계: 질병, 젠더, 자활
격리와 단가:
식민지 타이완의 한센병 환자들 - 호시나 히로노부 / 김보람 옮김
1. 문제의 소재: ‘나단가’란 무엇인가
2. 근대 일본의 나병 인식
3. 식민지 타이완의 나병 정책과 낙생원 설립
4. 나병 환자에 대한 시선과 도주 문제
5. 호조 다미오와 나문학의 유행
6. 문예잡지 『만수과』
7. 시바야마 다케노리와 낙생원 가단
8. 식민지에서 나병을 앓다/나병을 읊다
오무라수용소를 둘러싼 젠더화된 기억 서사:
수용소의 공간, 피난소의 시간 - 조경희
1. 수용소 경험 서사화하기
2. 수용소asylum와 피난소asyl
3. 오무라수용소 피수용자의 일상성
4. 젠더화된 기억 서사
5. 수용소 내 피난소의 시간
1960~1970년대 한센인 정착촌의 형성과 ‘자활’의 한계 - 김아람
1. 정착촌, 수용소와 마을 사이
2. 1950년대 집단부락과 격리의 법제화
3. 1960~1970년대 정착 사업과 정착촌 형성
4. 자활과 정착의 한계
5. 한센인의 ‘사회 복귀’와 재이주
6. 정착촌의 안과 밖, 경계를 넘나드는 한센인
III 수용소와 인종화된 식민주의: 트라우마, 병역거부, 아카이브
수용소 이후의 수용소‘들’:
인도네시아의 조선인 포로감시원 수기 및 오키나와 작가 오타 료하쿠의 〈검은 다이아몬드〉에 표현된 ‘식민주의 속 인종주의’ - 신지영
1. 빼앗긴 의지 날조된 적대감
2. 수용소 이후의 수용소‘들’
3. 식민주의 속 인종주의의 경험: 피해를 내포한 가해의 위치에서
4. 식민주의 속 인종주의로부터의 해방: 두 민족의 독립은 공존 가능한가
5. 군사분계선 근처에 ‘수용’된 존재
강제수용과 병역거부:
닛케이진과 『노노 보이』의 세계 - 권혁태
1. 미국, 닛케이진에게 충성을 묻다
2. 강제수용과 인종주의
3. 『노노 보이』의 탄생과 닛케이진 1세 ‘모친’의 광기
4. 시민권자이면서 시민권자일 수 없었던 닛케이진
5. 『노노 보이』는 과연 ‘저항’했는가
아카이브 영화, 비/인종적 몽타주, 역사 쓰기:
일본군 점령하 인도네시아의 수용소 포로를 둘러싼 영화를 읽는 방법 - 김한상
1. 역사 쓰기로서의 파운드 푸티지 영화
2. 기이함
3. 비인종적 몽타주와 인종적 파열
4. 사마 와르나, 사마 방사
5. 아카이브, 카탈로깅, 역사 쓰기
IV 수용소, 식민에서 냉전으로: 포로감시원, 억류 민간인, 정치범
수용소 안에서의 언어와 권력관계:
타이완인 포로감시원과 통역의 수용소 경험 - 란스치 / 쉬징야·방수미 옮김
1. 제2차 세계대전 전장에서의 타이완인
2. 타이완인의 구체적인 수용소 근무 내용
3. 수용소 안에서 ‘언어’가 갖는 의미
4. 수용소 안에서의 ‘권력관계’
5. 결정적 요소로서의 ‘언어’
제국 각축 관계하의 타이완인:
인도수용소 경험을 중심으로 - 중수민 / 장수지·쉬징야 옮김
1. 잘 알려지지 않은 타이완인의 포로 경험
2. 인도수용소
3. 교전국 쌍방의 민간인 수용소
4. 다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다
일본제국 해체 과정에서 연동되는 동아시아 난민과 수용소:
타이완 보안사령부 군법처 간수소와 뤼다오 신생훈도처로부터의 문제 제기 - 현무암
1. ‘고립무원의 섬’ 타이완
2. ‘외래 권력의 중층화’ 속에서의 국가 폭력
3. 군법에 의한 재판: 보안사령부 군법처 간수소
4. 감옥섬, 뤼다오의 정치범수용소
5. 타이완과 한국의 이행기 정의와 과거 청산
6. 동아시아 난민과 수용소의 ‘공시적 리듬’
V 수용소의 현재: 입관수용소, 외국인보호소, 공중화장실
입관수용소란 무엇인가 - 다카야 사치 / 김보람 옮김
1. 입관수용소의 현재: 피수용자의 비인간화
2. 일본 입관수용소의 역사: 제국과 국민국가의 경첩
3. 통치의 영역: 주권과 법의 관계를 중심으로
4. 입관 행정: 주권을 만들어내는 통치의 영역
5. 입관수용소에서의 공방: 벌거벗겨지는 생명과 저항
6. 제국과 국민국가 사이에서: 벌어지는 공방
외국인보호소와 출입국관리 체제의 현재적 계보:
‘비국민’의 시간이 고여 있는 장소, 계류된 삶을 만나다/듣다 - 심아정
1. ‘보호’라는 이름의 ‘구금’
2. 이게 다 ‘출입국관리법’ 때문이다
3. ‘비국민’의 시간이 고여 있는 장소, 계류된 삶을 만나다/듣다
4. 화성외국인보호소 ‘새우꺾기’ 고문 사건 그리고 이후의 시간
5. 외국인보호소폐지운동, 그 파동의 지대에서
탈시설운동은 모두의 화장실운동과 어떻게 만나는가 - 나영정
1. 수용시설과 공중화장실의 마주침
2. ‘벽 없는 감금’을 통해 시설화의 양상 포착하기
3. 공중화장실은 어떻게 ‘시설사회’와 만나는가
4. 시설사회를 바꾸는 퀴어한 힘
●참고문헌
●주
피난과 수용 사이에서 - 신지영
I ‘사회’라는 수용소: 재해, 귀환, 피난
재해 속 빈곤의 비/가시화:
아시오광독사건의 환경사회적 재검토 - 김보람
1. ‘피해/민’상의 복원을 위한 하나의 관점
2. 광업정지청원운동과 제1차 광독조사위원회의 대응
3. ‘사회문제화’되는 빈곤과 제2차 광독조사위원회의 대응
4. 공해 사건 속 ‘피해’의 교차성
‘귀환’과 ‘정착’ 사이에서:
해방기 소설 속 전재민 서사를 둘러싼 역학 - 쉬징야
1. ‘귀환’ 뒤에 남은 것들
2. 정착의 ‘조건’과 그 불만: 전재민의 정착과 해방기 민족 담론과의 경합
3. 참을 수 없는 책임의 가벼움: 해방기 전재민 여성에 대한 방관자적 시선
4. 귀환에서 정착으로
박탈 혹은 국가와 사회 사이의 난민 :
전시 ‘가옥 상실’과 ‘가옥 파괴’의 자리에서 - 김예림
1. 전시 생명정치의 장과 난민 됨
2. 소유와 박탈 그리고 전쟁 빈곤 사회
3. 수용소 혹은 가옥을 둘러싼 정책과 그 한계
4. 사회의 파상과 ‘작은 사회적 공공성’에 대한 상상
II 수용소와 피난소의 경계: 질병, 젠더, 자활
격리와 단가:
식민지 타이완의 한센병 환자들 - 호시나 히로노부 / 김보람 옮김
1. 문제의 소재: ‘나단가’란 무엇인가
2. 근대 일본의 나병 인식
3. 식민지 타이완의 나병 정책과 낙생원 설립
4. 나병 환자에 대한 시선과 도주 문제
5. 호조 다미오와 나문학의 유행
6. 문예잡지 『만수과』
7. 시바야마 다케노리와 낙생원 가단
8. 식민지에서 나병을 앓다/나병을 읊다
오무라수용소를 둘러싼 젠더화된 기억 서사:
수용소의 공간, 피난소의 시간 - 조경희
1. 수용소 경험 서사화하기
2. 수용소asylum와 피난소asyl
3. 오무라수용소 피수용자의 일상성
4. 젠더화된 기억 서사
5. 수용소 내 피난소의 시간
1960~1970년대 한센인 정착촌의 형성과 ‘자활’의 한계 - 김아람
1. 정착촌, 수용소와 마을 사이
2. 1950년대 집단부락과 격리의 법제화
3. 1960~1970년대 정착 사업과 정착촌 형성
4. 자활과 정착의 한계
5. 한센인의 ‘사회 복귀’와 재이주
6. 정착촌의 안과 밖, 경계를 넘나드는 한센인
III 수용소와 인종화된 식민주의: 트라우마, 병역거부, 아카이브
수용소 이후의 수용소‘들’:
인도네시아의 조선인 포로감시원 수기 및 오키나와 작가 오타 료하쿠의 〈검은 다이아몬드〉에 표현된 ‘식민주의 속 인종주의’ - 신지영
1. 빼앗긴 의지 날조된 적대감
2. 수용소 이후의 수용소‘들’
3. 식민주의 속 인종주의의 경험: 피해를 내포한 가해의 위치에서
4. 식민주의 속 인종주의로부터의 해방: 두 민족의 독립은 공존 가능한가
5. 군사분계선 근처에 ‘수용’된 존재
강제수용과 병역거부:
닛케이진과 『노노 보이』의 세계 - 권혁태
1. 미국, 닛케이진에게 충성을 묻다
2. 강제수용과 인종주의
3. 『노노 보이』의 탄생과 닛케이진 1세 ‘모친’의 광기
4. 시민권자이면서 시민권자일 수 없었던 닛케이진
5. 『노노 보이』는 과연 ‘저항’했는가
아카이브 영화, 비/인종적 몽타주, 역사 쓰기:
일본군 점령하 인도네시아의 수용소 포로를 둘러싼 영화를 읽는 방법 - 김한상
1. 역사 쓰기로서의 파운드 푸티지 영화
2. 기이함
3. 비인종적 몽타주와 인종적 파열
4. 사마 와르나, 사마 방사
5. 아카이브, 카탈로깅, 역사 쓰기
IV 수용소, 식민에서 냉전으로: 포로감시원, 억류 민간인, 정치범
수용소 안에서의 언어와 권력관계:
타이완인 포로감시원과 통역의 수용소 경험 - 란스치 / 쉬징야·방수미 옮김
1. 제2차 세계대전 전장에서의 타이완인
2. 타이완인의 구체적인 수용소 근무 내용
3. 수용소 안에서 ‘언어’가 갖는 의미
4. 수용소 안에서의 ‘권력관계’
5. 결정적 요소로서의 ‘언어’
제국 각축 관계하의 타이완인:
인도수용소 경험을 중심으로 - 중수민 / 장수지·쉬징야 옮김
1. 잘 알려지지 않은 타이완인의 포로 경험
2. 인도수용소
3. 교전국 쌍방의 민간인 수용소
4. 다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다
일본제국 해체 과정에서 연동되는 동아시아 난민과 수용소:
타이완 보안사령부 군법처 간수소와 뤼다오 신생훈도처로부터의 문제 제기 - 현무암
1. ‘고립무원의 섬’ 타이완
2. ‘외래 권력의 중층화’ 속에서의 국가 폭력
3. 군법에 의한 재판: 보안사령부 군법처 간수소
4. 감옥섬, 뤼다오의 정치범수용소
5. 타이완과 한국의 이행기 정의와 과거 청산
6. 동아시아 난민과 수용소의 ‘공시적 리듬’
V 수용소의 현재: 입관수용소, 외국인보호소, 공중화장실
입관수용소란 무엇인가 - 다카야 사치 / 김보람 옮김
1. 입관수용소의 현재: 피수용자의 비인간화
2. 일본 입관수용소의 역사: 제국과 국민국가의 경첩
3. 통치의 영역: 주권과 법의 관계를 중심으로
4. 입관 행정: 주권을 만들어내는 통치의 영역
5. 입관수용소에서의 공방: 벌거벗겨지는 생명과 저항
6. 제국과 국민국가 사이에서: 벌어지는 공방
외국인보호소와 출입국관리 체제의 현재적 계보:
‘비국민’의 시간이 고여 있는 장소, 계류된 삶을 만나다/듣다 - 심아정
1. ‘보호’라는 이름의 ‘구금’
2. 이게 다 ‘출입국관리법’ 때문이다
3. ‘비국민’의 시간이 고여 있는 장소, 계류된 삶을 만나다/듣다
4. 화성외국인보호소 ‘새우꺾기’ 고문 사건 그리고 이후의 시간
5. 외국인보호소폐지운동, 그 파동의 지대에서
탈시설운동은 모두의 화장실운동과 어떻게 만나는가 - 나영정
1. 수용시설과 공중화장실의 마주침
2. ‘벽 없는 감금’을 통해 시설화의 양상 포착하기
3. 공중화장실은 어떻게 ‘시설사회’와 만나는가
4. 시설사회를 바꾸는 퀴어한 힘
●참고문헌
●주
출판사 리뷰
사회라는 수용소,
우리 안의 수용소에 관한 인류학 보고서
식민지 시대에서 코로나 팬데믹까지,
포로수용소에서 공중화장실까지,
한센인에서 이주노동자까지
수용소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전체주의-독재국가의 잔재다. 나치독일의 다하우와 아우슈비츠, 소련의 굴라크, 동아시아 전역에서 악명을 떨친 일본제국의 강제수용소, 한반도 남북의 요덕관리소와 삼청교육대…. 그곳을 향하는 동원열차 속 각국의 불령선인들. 하지만 눈을 조금만 크게 뜨면 엇비슷한 풍경을 2020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각종 감호시설, 폐쇄병동, 외국인보호소, 한센인 마을, 장애인 시설과 노숙인 쉼터. 대개 ‘질서’를 명분으로, 때로는 ‘보호’의 이름으로 존재하는 오늘의 수용소들이다. 여기에 수년간의 팬데믹을 통해 수천만 시민이 공유한 ‘자가격리’ 경험은 모두에게 수용과 격리가 언제든 닥칠 수 있는 현실임을 일깨웠다. 요컨대 수용소는 어디에나 있고, 우리 모두는 언제든 난민이 될 수 있다.
『수용, 격리, 박탈』은 질서나 보호의 이름으로 정당화할 수 없는 ‘사회라는 거대한 수용소’ ‘우리 안의 수용소’에 대한 인류학적 탐구다. 한국·일본·타이완 등지에서 저마다 이 문제를 고민해온 연구자·활동가 17인은 동아시아 각지의 포로수용소에서 한센인 마을까지, 식민지 시대에서 코로나 팬데믹에 이르는 100년의 시공간을 아우르며 세계의 내부로 추방당한 존재들의 진술에 주목한다. 전쟁과 재해에 휘말려, 장애와 질병을 지녔다는 죄목으로, 국적이나 신분을 이유로 수용되고 격리되고 끝끝내 존엄을 박탈당한 이들의 삶은 동아시아 100년사의 가장 어둡고 긴 그림자다. 따라서 그들의 목소리를 채집해 복원하고 탐문하는 작업은 ‘최악의 일은 지나갔다’고 장담할 수 없는 우리의 현재를 수렁에서 한 걸음 밀어내는 동력이자, 적의와 불신으로 바람 잘 날 없는 동아시아 시민사회를 공동체로 연결해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책은 5부 15개 장으로 구성된다. 1부 〈‘사회’라는 수용소: 재해, 귀환, 피난〉은 창살과 장벽으로 둘러싸인 특정 공간이 아닌 사회구조 전체가 수용소라는 관점에서 식민지배, 전쟁, 공해 등에 떠밀려 난민화된 삶을 조망한다. 2부 〈수용소와 피난소의 경계: 질병, 젠더, 자활〉에서는 한센병이나 자국 송환 등의 사유로 격리·배제된 생활을 강요받은 이들에게 수용과 피난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아이러니에 주목한다. 3부 〈수용소와 인종화된 식민주의: 트라우마, 병역거부, 아카이브〉에서는 제국-식민주의(태평양전쟁)가 냉전-국민국가(한국전쟁)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수용소 내부의 수용소’ ‘수용소 이후의 수용소’ 현상을 들여다본다. 4부 〈수용소, 식민에서 냉전으로: 포로감시원〉은 3부의 연장선상에서 식민 지배 및 전후 사회주의에 대한 억압에 초점을 맞춘다. 5부 〈수용소의 현재: 입관수용소, 외국인보호소, 공중화장실〉에서는 법과 보호의 논리로 폭력이 자행되는 오늘날 수용시설의 문제를 살핀다.
세계의 내부로 추방된 존재들에 대한
문학의 질문, 사회적 모색, 역사적 연결
(여는 글에서)
2023년 8월, 대구의 한 공단 통근버스를 출입국사무소 차량이 막아섰다. 미등록 이주노동자 기습 단속이었다. 10대 후반부터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일해왔고, 동고동락한 친구들이 구금·추방될 것이 안타까웠던 버스 운전자 김우주(40대, 가명)는 단속을 피해 운행을 계속했고, 버스 문을 열어 동료들이 도망가도록 도왔다. 그 과정에서 단속 공무원 열한 명이 부상을 입었고, 서른여섯 명의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붙잡혔으며, 김우주는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로 재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아 수감 중이다. 자신이 단속 대상도 아니고, 큰 손해와 책임이 따를 것이며, 성공할 가능성조차 희박한데도 김우주는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수없이 반복됐을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한다.
저랑 다를 바 없는 사람이잖아요. 같이 생활하던 사람이잖아요. 그때는 정말 머리가 새하얗게 돼서, 차가 주변에 있다고 생각도 못 했고, 버스에서 살려달라고, 도망가라고 외치는 그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습니다. / 타 지역에 혼자 있는 저는 외국인 근로자가 남 같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여기 오기 위해 브로커한테 얼마를 주는지, 3년은 일해야 빚이라도 갚는다는 걸 알아서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을 무시할 수 없었나 봅니다. ‘한 공간’에서 함께 생활한 그들이 ‘남 같지 않다’는 김우주의 말은 손쉬운 동정도, 안전한 자리에서 느끼는 공감도 아니다. 오히려 고되고 외로운 ‘그들’과 닮은 자신의 처지에 대한 두려움이 ‘그들’에 대한 차별과 혐오로 번지기 쉬운 순간에, 그는 ‘그들’의 도망을 돕고 ‘고용허가제’의 부정의를 짚어낸다.
김우주와 미등록 이주노동자 사이에는 국적이라는 선명한 차이가 있지만, 김우주가 그들과 함께 행동한 순간 그 또한 구금되거나 공동체에서 추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단속된 이들을 수용하는 ‘외국인보호소’는 이 자의적 경계를 합법적인 양 보이게 하고, 구금과 추방의 폭력을 묵인하는 장치다. 국적·제도·수용소의 경계를 넘어선 김우주의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과 행동은 이 책이 도달하고자 하는 관계를 표현한다. 하나의 책이 세상에 던지는 하나의 질문이라면, 그럼으로써 꿈꾸는 세계를 태어나게 하는 것이라면, 『수용, 격리, 박탈』은 김우주의 행동이나 마음과 같은 방향을 향해 있다.
우리 안의 수용소에 관한 인류학 보고서
식민지 시대에서 코로나 팬데믹까지,
포로수용소에서 공중화장실까지,
한센인에서 이주노동자까지
수용소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전체주의-독재국가의 잔재다. 나치독일의 다하우와 아우슈비츠, 소련의 굴라크, 동아시아 전역에서 악명을 떨친 일본제국의 강제수용소, 한반도 남북의 요덕관리소와 삼청교육대…. 그곳을 향하는 동원열차 속 각국의 불령선인들. 하지만 눈을 조금만 크게 뜨면 엇비슷한 풍경을 2020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각종 감호시설, 폐쇄병동, 외국인보호소, 한센인 마을, 장애인 시설과 노숙인 쉼터. 대개 ‘질서’를 명분으로, 때로는 ‘보호’의 이름으로 존재하는 오늘의 수용소들이다. 여기에 수년간의 팬데믹을 통해 수천만 시민이 공유한 ‘자가격리’ 경험은 모두에게 수용과 격리가 언제든 닥칠 수 있는 현실임을 일깨웠다. 요컨대 수용소는 어디에나 있고, 우리 모두는 언제든 난민이 될 수 있다.
『수용, 격리, 박탈』은 질서나 보호의 이름으로 정당화할 수 없는 ‘사회라는 거대한 수용소’ ‘우리 안의 수용소’에 대한 인류학적 탐구다. 한국·일본·타이완 등지에서 저마다 이 문제를 고민해온 연구자·활동가 17인은 동아시아 각지의 포로수용소에서 한센인 마을까지, 식민지 시대에서 코로나 팬데믹에 이르는 100년의 시공간을 아우르며 세계의 내부로 추방당한 존재들의 진술에 주목한다. 전쟁과 재해에 휘말려, 장애와 질병을 지녔다는 죄목으로, 국적이나 신분을 이유로 수용되고 격리되고 끝끝내 존엄을 박탈당한 이들의 삶은 동아시아 100년사의 가장 어둡고 긴 그림자다. 따라서 그들의 목소리를 채집해 복원하고 탐문하는 작업은 ‘최악의 일은 지나갔다’고 장담할 수 없는 우리의 현재를 수렁에서 한 걸음 밀어내는 동력이자, 적의와 불신으로 바람 잘 날 없는 동아시아 시민사회를 공동체로 연결해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책은 5부 15개 장으로 구성된다. 1부 〈‘사회’라는 수용소: 재해, 귀환, 피난〉은 창살과 장벽으로 둘러싸인 특정 공간이 아닌 사회구조 전체가 수용소라는 관점에서 식민지배, 전쟁, 공해 등에 떠밀려 난민화된 삶을 조망한다. 2부 〈수용소와 피난소의 경계: 질병, 젠더, 자활〉에서는 한센병이나 자국 송환 등의 사유로 격리·배제된 생활을 강요받은 이들에게 수용과 피난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아이러니에 주목한다. 3부 〈수용소와 인종화된 식민주의: 트라우마, 병역거부, 아카이브〉에서는 제국-식민주의(태평양전쟁)가 냉전-국민국가(한국전쟁)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수용소 내부의 수용소’ ‘수용소 이후의 수용소’ 현상을 들여다본다. 4부 〈수용소, 식민에서 냉전으로: 포로감시원〉은 3부의 연장선상에서 식민 지배 및 전후 사회주의에 대한 억압에 초점을 맞춘다. 5부 〈수용소의 현재: 입관수용소, 외국인보호소, 공중화장실〉에서는 법과 보호의 논리로 폭력이 자행되는 오늘날 수용시설의 문제를 살핀다.
세계의 내부로 추방된 존재들에 대한
문학의 질문, 사회적 모색, 역사적 연결
(여는 글에서)
2023년 8월, 대구의 한 공단 통근버스를 출입국사무소 차량이 막아섰다. 미등록 이주노동자 기습 단속이었다. 10대 후반부터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일해왔고, 동고동락한 친구들이 구금·추방될 것이 안타까웠던 버스 운전자 김우주(40대, 가명)는 단속을 피해 운행을 계속했고, 버스 문을 열어 동료들이 도망가도록 도왔다. 그 과정에서 단속 공무원 열한 명이 부상을 입었고, 서른여섯 명의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붙잡혔으며, 김우주는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로 재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아 수감 중이다. 자신이 단속 대상도 아니고, 큰 손해와 책임이 따를 것이며, 성공할 가능성조차 희박한데도 김우주는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수없이 반복됐을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한다.
저랑 다를 바 없는 사람이잖아요. 같이 생활하던 사람이잖아요. 그때는 정말 머리가 새하얗게 돼서, 차가 주변에 있다고 생각도 못 했고, 버스에서 살려달라고, 도망가라고 외치는 그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습니다. / 타 지역에 혼자 있는 저는 외국인 근로자가 남 같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여기 오기 위해 브로커한테 얼마를 주는지, 3년은 일해야 빚이라도 갚는다는 걸 알아서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을 무시할 수 없었나 봅니다. ‘한 공간’에서 함께 생활한 그들이 ‘남 같지 않다’는 김우주의 말은 손쉬운 동정도, 안전한 자리에서 느끼는 공감도 아니다. 오히려 고되고 외로운 ‘그들’과 닮은 자신의 처지에 대한 두려움이 ‘그들’에 대한 차별과 혐오로 번지기 쉬운 순간에, 그는 ‘그들’의 도망을 돕고 ‘고용허가제’의 부정의를 짚어낸다.
김우주와 미등록 이주노동자 사이에는 국적이라는 선명한 차이가 있지만, 김우주가 그들과 함께 행동한 순간 그 또한 구금되거나 공동체에서 추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단속된 이들을 수용하는 ‘외국인보호소’는 이 자의적 경계를 합법적인 양 보이게 하고, 구금과 추방의 폭력을 묵인하는 장치다. 국적·제도·수용소의 경계를 넘어선 김우주의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과 행동은 이 책이 도달하고자 하는 관계를 표현한다. 하나의 책이 세상에 던지는 하나의 질문이라면, 그럼으로써 꿈꾸는 세계를 태어나게 하는 것이라면, 『수용, 격리, 박탈』은 김우주의 행동이나 마음과 같은 방향을 향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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