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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의 전쟁 (2024) - 전통주의의 복귀와 우파 포퓰리즘

동방박사님 2024. 8. 22.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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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가장 근거리에서 영혼까지 들여다보고 담아낸 극우파와 대안우파에 대한 기록
인류학자의 집요한 인터뷰가 극우 논리의 의식적 패턴을 밝혀내다
심도 있는 분석과 르포 정신이 빛나는 책

벤저민 타이텔바움의 『영원의 전쟁: 전통주의의 복귀와 우파 포퓰리즘』은 두 명의 거물급 인물의 정신세계를 탐구해 오늘날 급부상하는 전통주의·우파 포퓰리즘의 사상지도를 그려낸 인류학적 르포르타주다. 이 책이 쓰인 과정은 비밀공작을 방불케 했다. 저자는 녹음기를 들고 럭셔리한 호텔에 드나들면서 암호를 대고 인터뷰를 진행한다. 위험하고도 비밀스러운 사상을 지닌 두 사람은 만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일단 마주 앉자 저자의 질문에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쏟아냈다. 저자를 의심할 법도 한데 특별한 방어 기제도 없이 자기 사상, 기획, 비전을 털어놓는다. 저자는 콜로라도대학 민족음악학 교수로 인류학자이자 극우 정치 전문 연구자다. 그가 콜로라도에서 비행기를 타고 뉴욕과 워싱턴 DC로 날아가 만난 사람은 스티브 배넌이다. 바로 트럼프 선거 캠페인의 수석 전략가다. 그리고 다른 한 명은 푸틴의 배후 사상가로 알려진 알렉산드르 두긴이다.

저자는 연구 대상을 만나 묻는다. “당신은 전통주의자인가요?” 전통주의Traditionalism는 프랑스혁명에 대한 반동으로 일어난 중세의 종교적 전통을 고집하는 사상적 흐름으로 18~19세기에 태동해 100여 년간 지하에서 겨우 명맥을 이어온 철학적·영적 입장이다. 이것이 오늘날 미국과 유럽 등에서 반이민주의적 내셔널리즘과 결합해 이데올로기적 급진주의로 흐르고 있다. 저자는 바로 이것을 쫓는다.

학자이지만 그는 곳곳에 연락책을 두고 있다. 여러 인맥을 통해 1년 넘게 공들인 결과 배넌과의 첫 인터뷰를 따낼 수 있었다. 두긴은 저자가 다년간 유럽 급진 극우파에 대한 민족지학적 연구를 하면서 쌓은 인맥으로 만날 수 있었다. 북유럽 음악을 연구했더니 이들이 극우파와 연이 닿는다는 것을 알게 됐고, 거기엔 전통주의 사상이 흐르고 있다는 것도 알아차렸다. 때마침 세계는 극우의 흐름에 휩쓸리고 있었는데, 그 아이콘이자 핵심 권력의 가장 꼭대기에 있는 미국의 트럼프와 러시아의 푸틴에게서도 전통주의의 낌새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저자는 잘 듣는 귀를 가졌다. 음악을 전공하면서 얻은 가장 큰 자원이다. 잘 듣는다 함은 상대에게 공감해 이야기를 끌어낼 줄 안다는 것이다. 그는 이 능력으로 미국과 러시아를 움직이는 두 거물의 머릿속 생각을 캐내, 전 지구적 극우 포퓰리즘의 반란을 작동시키고 있는 협력관계를 밝혀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목차

저자의 말
프롤로그

1. 전통의 기둥
2. 토착 올챙이: 1980년 1월 홍콩
3. 제다이 마스터
4. 킬링 타임: 2008년 7월 츠힌발리 근교
5. 태양의 유럽
6. 민중의 형이상학
7. 호랑이 목을 조르다
8. 영혼의 인종: 2009년 8월, 인도 뭄바이
9. 시간을 거스르는 사람
10. 비밀의 회합
11. 현대성을 초월합시다
12. 정상회담
13. 대사관 만찬
14. 글로벌 대안 세력
15. 마법의 국경
16. 세상을 갈기갈기 찢다
17. 대안우파기업
18. 배넌, 세상에 맞서다
19. 우파 대연합 궐기대회
20. 딥 스테이트
21. 최후의 심판
22. 영원의 전쟁

저자 소개

콜로라도대학 볼더 캠퍼스 민족음악학 교수이자 전 노르딕 연구 책임자. 인류학자이자 정치평론가 및 극우 정치·극우 운동권 전문가다. 인류학자로서 전통주의자들을 다년간 인터뷰하다가 이들의 이야기가 공적 정치권력과 연결돼 있음을 알게 됐다. 즉 민족음악학 박사 논문을 쓰기 위해 스칸디나비아 내셔널리즘 운동권 활동가들을 취재하던 중 극우 포퓰리즘 정당이나 북유럽 네오나치 무장 운동까지 폭넓게 연구해나갔다. 첫 저서인 『...

책 속으로

두긴은 배넌의 권력 획득을 현대 문명을 전복해낼 반란의 서막으로 여겼다. 고대 현자들이 예언했으며 20세기 지하 영성주의자들이 상술했던 바로 그 반란. 배넌은 일개 개인이 아니다. 바로 종말론적 징조인 것이다. 두 사람의 지정학적 견해는 엇갈렸다. 두 사람의 정치적 여정도 굴곡을 앞두고 있었다. 어쨌든 상관없다. 두 사람은 차별화된 인간이다. 영혼의 인간, 시간을 거스르는 인간이다. 초월적 동일체의 일부인 인간들이다. 우리는 전통주의자야. 두긴은 생각했다. 이제 우리 시대다.
--- p.19~20

나는 콜로라도대학의 부교수이며 전공 분야는 현대 극우 운동이다. 지난 10여 년간 현대 극우 운동의 주요 인물들, 그들의 인생사, 이데올로기, 문화적 표현 양상을 연구해왔다. 주로 몸소 관찰하고 직접적인 인적 교류를 하는 방법으로 연구를 수행한다. 기술적으로나 지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꽤 까다로운 작업이다. 내 주변의 친구와 지인들은 나에게 끝없이 질문하며 미심쩍어한다. 어떻게 그런 작업을 계속할 수 있고 심지어 즐기기까지 하느냐고들 묻는다. 내가 이 주제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일단은 두렵고도 놀라운 영역이라서 그렇다. 그리고 얼핏 따분하기 그지없어 보이는 일에서 의외의 심층적 복잡성을 발굴할 때 얻는 짜릿한 성취감과 깨달음이 있다. 이 주제가 지니는 보편성 역시 예상치 못한 보람을 안겨준다. 우리 시대의 극우 극단주의를 연구하는 작업은 21세기 초반의 격변하는 정치적 움직임을 연구한다는 의미다. 역사를 목격하는 것이다.
--- p.22~23

앞으로 펼쳐질 내용은 전 지구적 극우 포퓰리즘 반란을 작동시키고 있는 은밀한 사상과 협력관계에 관한 이야기다. 인류와 역사에 대한 기이한 사상이 급격하고도 비밀스럽게 그리고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세계 곳곳의 사회 외곽으로부터 튀어나와 어떻게 권력의 중심부를 차지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이들은 일찍이 유례없던 정치질서를 창조하고자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다수의 지정학적 투쟁이 싹트고 있다. 허구보다 실화가 더 황당할 지경인 지하 극우 지식인들이 이합집산하며 상황을 이용하려든다.
--- p.35

나는 대화를 통해 깨달은 게 있다. 스티브의 말은 종종 장황하기도 하고 노골적이다. 출처를 엉망으로 인용한다. 분석이 황당할 때도 있고 표현이 혼란스럽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는 자신만의 고유한 전통주의 체계를 세웠으며 이론적 갈등을 잘 완화해 녹여냈다. 내가 가끔 자문을 구하는 동료 학자는 내 설명을 듣고 ‘포스트 전통주의’라는 개념을 제시해주었다. 이해 가능하고 일관성이 있으며 나름대로는 세련된 고유의 형태를 갖춘 사상이다.
--- p.99

스티브는 이상적 가치를 추구하고 진정성 있는 삶을 살아가는 일에 특정 유형의 사람들이 남들보다 더 적합한 자질을 갖췄다고 믿었다. 게다가 이들은 에볼라와 그농이 생각했던 사람들과 정반대 유형이었다. 스티브는 이들을 ‘노예’라고 일컫지 않는다. 이들은 사회의 대중이다. 경제적 부와 제도적 특권이라는 기준으로 보면 위계질서의 맨 아래에 자리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음란과 폭식에 사로잡혀 있지 않다. 그럼에도 육체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삶을 살아간다.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노동자 계층이다. 혹은 민중이다. 에볼라가 아리안 성직자들에게만 허락했던 형이상학적 사명은 사실 이들의 몫이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나는 간단하게 메모하곤 했다. 스티브가 이런 주제를 언급할 때마다 나는 ‘민중의 형이상학’이라는 단어를 적었다.
--- p.105~106

이러한 사고방식에 따르면 폭력도 풀뿌리 조직도 프로파간다도 소용없다. 전통주의자의 무기는 오직 시간이다. 침묵과 방관. 아무 말도 하지 말자. 책잡힐 행동도 하지 말자. 그냥 시간에 올라타자. 위험을 자초하지 않을수록 더 많은 시간을 벌 수 있다.
--- p.117

두 사람의 커넥션에 대한 내 의심이 옳았다. 그 증거가 내 앞에서 펼쳐지는 중이었다. 스티브에게 좀더 캐묻고 싶었지만 나중을 기약하기로 마음먹었다. 지금으로서는 스티브가 두긴의 책을 읽었다고 인정한 것이 중요하다. 두긴의 저작은 공식 경로로 유통된 적이 없다. 저서의 영어 번역본은 모두 지하에서 떠도는 해적판이다. 스티브가 저작을 접한 게 사실이라면 스티브의 전통주의가 특정 극단주의 운동권과 연루되어 있다는 증거인 셈이다.
--- p.122~123

나는 전통주의자 운동권을 안다. 직접 방문한 적도 있다. 또한 주요 참여자들을 다년간 인터뷰해 이들에 대한 글을 쓰기도 했다. 내가 수행한 것은 보존 연구다. 극우 활동주의 중에서도 고립계의 사상을 소멸하기 전에 기록해두는 연구 방법론이다. 이들의 이야기가 장차 공적인 정치권력과 연결되리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다. 스티브 배넌이 율리우스 에볼라 그리고 알렉산드르 두긴의 책을 읽었다고 말해준 순간, 나는 그동안 연구 대상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했다는 점을 반성했다. 특히 출판업자들의 잠재력은 놀라웠다. 이들이 만든 책이 적어도 한 명의 주요 세계 지도자에게 영향을 끼친 것이다.
--- p.124

배넌은 전통주의적 동기 때문에 또 다른 파워 브로커인 알렉산드르 두긴과의 연합을 시도했다. 이제 이야기는 더 복잡해진다. 또 한 명의 주요 글로벌 전통주의자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나는 올라부와 연결 좀 해달라고 여러 번 스티브에게 부탁했다. 여럿이 한꺼번에 만나는 자리라도 괜찮다고 말이다. 스티브는 늘 핑계를 대다가 오늘에야 내 부탁을 들어주었다.
--- p.198

출판사 리뷰

극우 포퓰리즘을 작동시키는 은밀한 협력관계

배넌은 저명인사다. 그는 트럼프를 권좌에 올린 배후의 인물이다. 트럼프의 3대 공약(해외에서 일자리 되찾아오기, 이민자 줄이기, 해외 참전 중단)은 그가 조합해낸 메시지다. 트럼프 재임 기간에 배넌은 미국과 러시아의 입장이 하나가 되도록 만들었다. 또한 전 세계의 내셔널리즘 정당들을 힘껏 지원하는 한편, 유럽연합과 중국공산당에 대해서는 견제책을 폈다. 저자는 배넌의 행동 동기와 사상을 추적하다가 그의 배경이 실로 복잡하고 은밀한 것을 깨닫고 오래전의 샌디에이고와 홍콩의 뒷골목에까지 들어서게 된다.

배넌은 원래부터 진지하고 무언가를 갈구하는 사람이었다. 해군 엘리트 출신인 그는 동료들이 밤 문화를 즐기러 쏘다닐 때 인근의 형이상학 서점을 찾았다. 그는 육체·정신·영혼의 발전소가 되고 싶다는 목마름으로 불교와 힌두교 주변을 기웃댔다. 월가의 골드만삭스에서 일할 때도 금융 분석을 하는 와중에 혼자 역사, 철학, 영성 등의 지식을 익혔다. 본인 회사를 창업하고서도 독서와 영성 추구는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가 태어난 집안은 좌파 노동계급 쪽이었지만 배넌은 점점 우익 정치에 대한 신념이 강해진다. 2012년 그는 우익 언론 매체 브라이트바스뉴스의 CEO가 된다(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의 부사장도 겸하고 있었다). 그는 자본주의를 끔찍해한다. 인간을 상품으로 대하는 이 사회는 너무 천박하다. 그러니 영성에 복종해야 한다.

알렉산드르 두긴. 그는 한 번도 직접적·공식적으로 푸틴의 조언자였던 적이 없다. 하지만 정치인들에게 화법을 제공한 사람, 일방적 외교 협정을 주선한 사람, 민병대에 자금을 지원한 사람 모두 그였다. 두긴은 1980년에 유진스키 서클이라는 지하 지식인 운동에 가담했다. 이들은 파시즘, 나치즘, 내셔널리즘, 오컬트주의, 신비주의에 관심을 가지며 영적 세계로 입문했다. 두긴은 야성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며 지적이었다. 그는 낮에는 허드렛일을 했지만, 밤이면 등불 밑에서 대출받아온 책을 탐독했다. 우리가 주목할 주요 인물은 두 명 더 있다. 바로 그농과 에볼라다. 그농은 전통주의의 창시자이고 에볼라는 거기에 우파정치적 방향성을 부여한 계승자다. 에볼라를 알게 된 두긴은 그의 저작을 번역하기 위해 이탈리아어까지 배웠다.

그 책들이 러시아에 도움이 될 거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두긴은 원래 러시아의 공산주의에 반대했다. 하지만 현대 서구를 점점 더 접할수록 소련을 향한 공감과 동경이 생겨났다. 진짜 적수는 미국이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그는 국가볼셰비키당을 창설했고, 이후 붉은 군대 안에 있는 오컬트주의자를 매개로 고위층에까지 연줄이 닿았다. 두긴은 『지정학의 기초』를 집필하면서 러시아가 유라시아 영역을 지배할 운명이라고 말한다. 그는 푸틴의 집권 아래서도 여당인 통합 러시아당에 들어가지 않고 친정부 성향의 정당을 만들어 지정학적 영적 비전을 주장하는 편이 더 유리하리라 판단했다. 그래서 다시 유라시아당을 창당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푸틴의 말이 누군가의 발언과 닮았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물론 두긴이었고, 그는 언론을 통해 발언 강도를 높여갔다. ‘세계는 다극성이어야 한다. 미국의 헤게모니에 맞서기 위해 러시아가 역사의 무대에 재등장해야 한다!’

배넌과 두긴, 두 인물은 트럼프와 푸틴이 이끄는 우익 정치의 중심에 들어섰다. 얼핏 보면 미국과 러시아는 적대관계일 것 같지만, 저자의 눈에는 그렇지 않았다. 이 두 사람은 과연 어떤 관계일까? 그들은 서로를 존경하며, 뭔가로 엮여 있을까? 둘의 공통점은 많다. 소프트파워를 행사하고, 문화와 지성주의를 통해 영향력을 끼치려 한다. 둘 다 정부를 위해 일하고, 공통된 목적은 이민 축소와 유럽연합의 파괴다. 물론 차이점도 있는데 배넌은 서구 유럽의 온건한 우익 정당에 침투하려는 반면, 두긴은 더 급진적인 반페미니즘·반민주주의 우익에 손을 뻗으려 한다. 두 사람은 각자 저자 타이텔바움과 인터뷰한다. 하지만 오히려 저자를 가교 삼아 둘이서 대화를 이어가는 분위기다. 저자는 어느새 전통주의의 내부자가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리고 이런 결론을 내린다. “배넌은 미국의 두긴이고, 두긴은 러시아의 배넌이다. 두 사람 모두 전근대 사회의 가치를 부활시키기 위해 싸우고 있다.”

정치에 침투한 영성, 하층계급 구원을 말하다

배넌은 트럼프의 대선 캠페인을 펼칠 때 다른 어떤 곳보다 구좌파의 핵심 강세 지역인 미국 중서부 위쪽을 공략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유는 그곳이 영적이며 형이상학적인 힘을 지닌다고 봤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고유한 전통주의 체계를 세운 배넌은 포퓰리즘과 내셔널리즘을 대담하게 융합했다. 그에 따르면 전통주의의 기본 개념은 “현대성, 계몽주의, 물질주의를 거부하는 것”이다. 그리고 “진정한 문화는 내재성과 초월성에 근거한다”.

배넌이 자신의 영적 스승들과 입장 차이를 보이는 곳이 한 군데 있다. 그는 스승들이 귀족 계급을 상위 레벨에 둔 것과 달리, 진정성을 추구하는 데 더 적합한 유형은 노동자 계층이라고 주장했다. 바로 이들이 현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삶을 진실되게 한다면서 ‘민중의 형이상학’이라는 개념을 썼다. 배넌은 물질보다 영성이 중요하다고 했지만, 그럼에도 노동계급을 구하기 위해서는 경제에 중점을 둘 계획이라고 밝혔다. 즉 실용적인 경제 계획으로 이들을 악순환에서 구원할 텐데, 이는 곧 상속세 인상이라는 구체적인 정책으로 제안된다. 배넌은 종종 거대한 ‘행정 국가’를 해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트럼프의 이 표어는 영원성을 다시 획득하려는 시도이고, 여기에 순환적 시간관의 역설이 있다. 배넌은 이것을 가장 즐겼다. 진보와 미래가 중요한 게 아니다. 영원은 손자 세대와 선조들을 이어주는 신비한 통찰이고, 시대 순환은 다시 중앙의 영원한 진실로 돌아오는 움직임이다.

저자는 배넌의 이 주장에서 1930년대의 전통주의자 에볼라를 떠올리고, 당시가 무솔리니의 통치가 시작됐던 시점임을 되새긴다. 배넌은 이렇게 말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면, 먼저 혼란에 빠뜨려야 재건할 수가 있어.” 배넌이 보기에는 트럼프가 “혼란을 일으키는 자”다. 게다가 트럼프의 파괴 행위에는 질서, 방향, 목적이 있다. 두긴의 영향력도 날로 커졌다. 그가 오컬트주의, 신비주의, 전통주의를 교묘하게 숨긴 것이 영향력에 보탬이 됐다. 두긴이 러시아의 교육 시스템과 정책 입안 자문에 끼워넣은 텍스트는 지정학에 집중돼 있었다. 물론 그 이면에는 패권에 대한 광신적 야망이 감춰져 있었지만, 그는 실용적 어휘로 지정학을 서술했다.

그는 서구 정치에서 떠오르는 극우 정치 세력의 진면목을 포용하는 동시에 영향을 확대해나가려던 참이었다. 공산주의와 급진적 내셔널리즘이 전 지구적으로 판치는 게 그의 바람이었다. “자유주의자들이 현대성을 손아귀에 넣었습니다. 계속 가지라지요. 우리는 현대성을 초월합시다. 전통주의적 사회에 살아 숨 쉬던 영원성을 위해 투쟁해야 합니다!” 두긴은 하이데거의 ‘현존재’와 문화인류학적 개념을 동원해 자신의 정치학을 설명했다. 처음에 저자는 두긴의 이런 말에 누가 귀를 기울일까, 과연 러시아 바깥에도 그의 말을 듣는 사람이 있을까 의심했다.

하지만 두긴의 독자는 국경 너머에도 있었고, 심지어 거물급 인사였다. 핵심 독자는 바로 배넌이었다. 배넌은 두긴의 저서 『제4차 정치이론』을 너무나 좋아했다. 둘은 2018년 11월에 만나 하루 종일 시간을 함께했다. 두긴이 말했다. “우리는 무無 와중에 태어났소이다, 배넌 씨.” 배넌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래도 용케 길을 찾아냈지요. 바로 전통입니다.” 둘은 사실 그날 견해차가 커 설전을 벌였다. 이때 미국에는 뿌리가 없다는 두긴의 말에 맞서며 배넌은 두긴을 설득했다. “오늘날 목도하고 계신 트럼프 운동이 뿌리입니다. 그리고 우리 둘 다 유대 기독교 서방 세력이니 함께해야 합니다. 내셔널리즘과 포퓰리즘, 전통주의를 향해서요. 바로 영성과 물질성의 투쟁입니다. 본질적으로 우리는 똑같습니다.”

배넌은 미국과 러시아가 손잡고 서방 전통을 대표해 중국, 튀르키예, 이란 무리에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영적 철학의 급진적 추종자인 이 두 사람은 호랑이 등에 올라타더니 지정학적 질서를 조정하려 했다. 저자는 둘의 커넥션을 눈앞에서 목격하고 있었다.

헝가리의 맨 오른쪽과 멕시코의 트럼프

저자의 이동 반경은 넓어진다. 그는 택시를 잡아타고 헝가리의 도나우강 다리로 향했다. 헝가리의 우익 정당인 요비크의 전직 당 대표 보너 가보르를 만나기로 한 것이다. 그는 주요 정치인 중 전통주의자임을 드러낸 거의 유일한 인물이고, 배넌·두긴과 교류했다고 인정한 극우 정치인이다. 보너는 전통주의에 심취했고, 2014년경 두긴과 만났다. 2012년 보너가 영적 조언자로서 자문역에 임명한 인물은 버러니 티보르였다. 저자의 연락책에 따르면 버러니는 세계에서 가장 진지한 전통주의자다. 이로써 헝가리는 보수 정당보다 더 오른쪽에서 들어오는 압력을 수용해야 했다. 요비크당 배후에는 두긴이 있었고, 헝가리 총리는 스티브 배넌과 손잡게 된다. 두긴은 극우 지하세계의 가장 궁벽한 곳에서 공감의 파도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두긴의 철학적 가르침은 유럽의 행동가들에게 이데올로기를 제공했다. 한편 배넌은 새로운 미디어와 광고로 혁신을 도모해 유럽연합을 공략했고 이 두 사람의 노력은 하나가 돼 유럽 우익 내셔널리즘을 성공으로 이끈다.

우익의 큰손은 다른 데서도 나타났다. 보우소나루, 즉 ‘열대의 트럼프’가 브라질 대통령으로 선출된 것이다. 주목할 것은 보우소나루의 조언자가 올라부 지 카르발류라는 사이비 철학자라는 점이다. 올라부는 버지니아주 시골에 거주하면서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정치와 문화에 대해 잡담하며 전통주의를 몸소 실천하는 사람이었다. 연금술과 점성술에 심취한 그는 오컬트 전문지인 『플라네트』의 필진이었으며, 밀교에 탐닉했다. 올라부도 물론 그농의 저작을 독파했다. 밀교에 입문한 그는 사이비 종파를 접한 뒤 이를 열대 지방으로 퍼뜨리며 훗날 브라질 대통령의 조언자가 되고, 전 세계의 유력한 전통주의자들과 힘을 합친다.

저자는 2018년 하반기를 최고 권력층에 연결된 전통주의자 두긴, 배넌, 올라부 사이의 인맥과 커뮤니케이션을 추적하는 데 보냈다. 이들에게는 몇몇 공통점이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반자유주의적이며 독재적인 지도자와 손을 잡고 권력을 수중에 넣었다. 모두 전통주의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행동주의 형식도 유사했다. 이들은 모두 정치인이 아니며, 자문역이자 전략가이면서 인기를 얻었다. 이들은 특정 지도자의 당선을 넘어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거대한 변화를 구상했다. 또 목적 추구를 위해 정치적·메타 정치적 도구를 정비했다. 시간이 갈수록 저자는 은밀한 소통의 내부로 얽혀들어갔고, 마침내 미국의 배넌과 러시아의 두긴이 인터뷰어인 저자를 가운데에 두고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저자를 돕던 연락책들은 언젠가부터 저자를 의심하기까지 했다.

전통주의가 정치계에 스며들면 언제나 예외 없이 인종 이데올로기와 반유대주의를 동반했다. 이 현상의 원인은 생각보다 뿌리 깊다. 전통주의를 탄생시킨 개념적 연원 자체에 이러한 병리적 현상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저자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전통주의를 관통하는 ‘시간 순환론’이다. 이들은 영원을 대리하여 싸우고자 한다. 이 점이 전통주의자가 보수주의자와 뚜렷이 구분되는 지점이다. 그리고 현대성에서 가장 먼저 떨어진 사람들은 바로 노동계급, 민중이다. 이들의 행복을 보장하는 것이 국가의 임무다.

그럼에도 저자가 인터뷰를 하고 관찰 연구를 수행하면서 느낀 것은, 새로운 전통주의자들은 실천적 혁신을 전혀 이뤄내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이것은 포퓰리즘 시위대의 조악한 구호와 꽤 유사한 울림을 지녔을 뿐이라는 것이다. 우리 시대의 수많은 스티브 배넌은 남들이 패배하는 곳에서 승리를 모색한다. 그들이 쓰는 무기와 군대는 가끔은 겉으로 드러나기도 하고 가끔은 뒤로 숨겨지기도 한다. 그들은 급진적으로 다른 시각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구조 속에서 혼란을 목격하고, 폐허에서 질서를 찾아낸다. 그들은 미래에서 과거를 본다.

미국인 학자가 글로벌 극우 인사들과 소통했다. 이들이 일종의 괴이한 철학 사조와 연루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바로 전통주의다. 헛소리처럼 들린다. 그러나 우리는 곧 트럼프가 미국의 행정부를 박살 내는 대목에 이른다. 환경보호국, 국무부, 교육부. 이 모든 것이 파괴를 작정한 자들의 수중에 들어갔다. 이 책은 새롭게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는 철학과 글로벌 극우파 주요 인물들 사이의 연관성을 추적한다._『가디언』

숨 막히는 전개. 도발적인 책._『커커스리뷰』

그 어떤 비평가보다 더 명민하고 공정하다._『크로니클스』

추천평

경악스럽다. 절박하고도 적절한 중요성을 지닌 책이다. 우리 모두를 두려움에 떨게 만들 책이다. 우리의 민주주의가 버텨낼 만한 힘이 있기를 바랄 뿐이다.
- 줄리아 랭든 (『태블릿』)
시의적절하다. 통찰력 있다. 동시에 우려스럽다. 이 책은 배넌 및 기타 대안우파 주요 인사들의 이데올로기를 이해하려는 중요한 시도다. 저자는 그들에게 놀랍도록 가깝게 접근한다. 그리고 현재 극우계에 대한 자신의 배경 지식을 활용해 여백을 채워내고 연결선을 그려낸다. 그렇게 해서 더 큰 그림을 완성해낸다.
- 키이런 펜더 (『리터러리리뷰』)
훌륭하다. 이 책은 일종의 인류학적 연구서인 동시에 훌륭하게 저술된 탐사 저널리즘 작품이다. 저자는 장시간의 심층 취재를 통해 흥미로운 논지를 구성해낸다. 세심하게 듣지 못하는 청자라면 지나쳤을 내용에서 그는 극우 논리의 의식 패턴을 짚어낸다. 이로써 러시아, 미국, 브라질 등에서 극우 운동이 득세한 이유가 설명된다.
- 가브리엘 트리게이루 (『우 글로부』)
아주 상세하고 논증이 잘 되었다. 우파 운동의 토대를 폭로한 중요한 작품이다.
- 미켈란젤로 시뇨린 (『시뇨린리포트』)
서양 우파에 대한 흥미진진한 새로운 연구. 전통주의는 그러므로 오컬트주의이면서 신비주의다. 심지어는 니체의 권력의지 정치학을 초월한다. 저자는 전통주의의 영향력을 명백하게 밝혀냈다.
- 가이 런들 (『크라이키』)
이들의 전통주의적 뿌리를 추적하려는 저자의 여정은 집요하다. 극우 포퓰리즘 반란 이면에서 작동하는 은밀한 사상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다.
- 마틴 아이벤스 (『타임스』)
놀랍고 공포스럽다.
- 데이몬 링커 (『위크』)
훌륭한 성과다.
- 톰 하트먼 (「톰 하트먼 쇼」)
필독서.
- 할리 캐서-제인
저자는 이 책을 민족지학과 탐사 저널리즘의 혼합물이라고 말한다. 두 방면 모두에서 성공을 거뒀다. 이 책에서는 급진 극우파에 대한 저자의 해박한 지식이 돋보인다. 온갖 이데올로기적 조류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 담겨 있다. 대부분의 민족지학적 연구서와는 달리 가독성이 예외적으로 높다.
- 조지 호울리 (『법과 자유』)
딱딱한 학술 서적이 아니다. 저자는 저널리스트처럼 글을 쓴다. 그의 문체에는 집중력과 호소력이 넘치면서도 날카로운 비판이 살아 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이 놀라운 책이다. 정보가 풍부하고 집중력이 있으며 통찰이 가득하다.
- 에오인 오 브로인 (『아이리시타임스』)
탄탄한 연구 성과.
- 제럴딘 두그 (「내셔널라디오」)
배울 게 많고 무척 흥미롭다. 스티브 배넌 및 그가 목표하는 바를 적나라한 방식으로 그려냈다.
- 마이클 패트릭 리히 (『테네시스타』)
배넌의 득세와 브라질 및 러시아 등에서 극우 협력 세력의 득세가 전통주의에 연원을 두었다는 사실을 논한 책이다. 전통주의는 현대성과 관련된 모든 것을 혐오하는 괴이한 사상적 학파다. 오늘날 포퓰리즘의 발흥을 뒷받침하는 지성사적 전통을 탐구하고자 한다면 이 책이 유용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 매슈 굿윈 (『선데이타임스』)
댄 브라운의 소설을 읽는 듯 빠른 속도감으로 술술 읽히는 책이다. 영화 같은 풍부한 묘사를 따라서 화려한 장식이 가득한 호텔 로비, 캅카스의 전쟁터, 스티브 배넌의 소파, 뭄바이의 하레 카리슈나 아슈람을 누비는 기분이다. 동방에서 시작된 사상이 어떻게 우파 사상가들에게 영향을 주게 되었는지를 흥미진진하고 신빙성 있게 설명해낸다.
- 에릭 카우프먼 (『파이낸셜타임스』)
일반인 관찰자가 현시대 탈자유주의 정치계에 난무하는 온갖 괴이하고 신비주의적인 입장을 다 이해하는 것은 버거운 일이다. 통합주의자와 오컬트주의자, 백인 우월주의적 신파가니즘과 대안우파의 종교적 신념가 사이의 미묘한 차이점은 이해하기 힘들다. 이 책은 극우 사상 중에서도 독특한 일파인 19세기 오컬트 학파의 전통주의를 다룬 필독서다. 심도 있는 분석서이자 르포문학이다.
- 타라 버튼 (『워싱턴이그재미너』)
이런 책이라면 할리우드 영화 대본으로 만들어도 좋겠다.
- 앤드루 모라브시크 (『포린어페어스』)
정말이지 철저하게 즐거운 독서였다. 일단 읽기 시작하자 도저히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완전히 놀라웠다.
- 토니오 엡스타인 (「버몬트 퍼블릭 라디오」)
계몽적이다.
- 그레그 버그 (「위스콘신 퍼블릭 라디오」)
꽤 흥미진진한 책이다.
- 아이작 와이샬프트 (『일루미나티 왓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