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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창조적 진실 (2024) - 마크 로스코의 그림을 완성한 생각들

동방박사님 2024. 9. 16.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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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마크 로스코의 예술에 관한 철학이 시작되는 책

우리는 왜 마크 로스코의 ‘아무것도 없는 그림’에 감동하는가. 그는 격렬한 색의 조화를 통해 무엇을 담고 싶었을까. 《예술가의 창조적 진실》은 최고의 현대 미술가로 꼽히는 마크 로스코가 1930년대 말에서 1940년대 초 사이에 쓴 원고를 수십 년이 지난 뒤 우연히 발견한 아들이 책으로 엮은 것이다. 로스코는 책에서 현대 미술과 미술사, 신화와 토착 미술, 예술가로서 살아가는 것, 진정한 의미의 예술, 아름다움에 대한 고찰 등 예술과 예술가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이야기한다. 그 안에서 우리는 예술가이면서 사색가였던 로스코의 자신만의 리얼리티, 진실을 찾기 위한 노력을 엿볼 수 있다.

목차

시작하는 글 _ 아버지 마크 로스코에 관하여 (크리스토퍼 로스코)
예술가의 딜레마
생물학적 기능으로서의 예술
행동으로서의 예술
조형 과정의 보전성
예술, 리얼리티, 감각성
개별화와 일반화
르네상스 이후의 일반화
정서적 인상주의와 극적 인상주의
객관적 인상주의
조형성
공간
아름다움
자연주의
주제와 제재
신화
오늘날의 신화
현대 미술과 원시 문명
현대 미술
원시주의
토착 미술
맺는 글 _ 사상을 지닌 화가, 마크 로스코 (마코토 후지무라)
 

저자 소개 

저 : 마크 로스코 (MARK ROTHKO)
20세기를 대표하는 추상 표현주의 화가. 1903년 9월 25일 러시아에서 태어나, 10세 때 미국으로 이주했다. 뉴욕을 기반으로 독보적인 예술가로서의 삶을 살았으며, 뉴욕 추상 표현주의를 이끌며 미술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고 동시대와 이후 세대 예술가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개인전을 열고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작품 활동을 하면서도 학생을 가르치고 대중과 소통하는 일도 멈추지 않았다. 심장 질환과 우울증...
 
역 : 김주영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서양미술사를 공부했다. 갤러리에서 큐레이터로 근무한 바 있으며, 이후 미술과 관련된 책을 쓰거나 번역하고 있다. 또 미술 작품 감상에 도움이 되는 강연을 하는 등 대중적으로 미술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현대미술이란 무엇일까?》 《세계 문양의 역사》 《명화로 보는 그림 이야기》 등을 번역했고, 《보이니? 명화 속 숨은 마음》 외 다수의 어린이 책을 썼다.

책 속으로

그는 닮게 그리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대신 그림에 현실적인 무게감, 그리고 실제로 존재한다는 감각을 불어넣고 싶었다. 예술 작품은 각각 그 자체의 리얼리티를 가진다. 다시 말해, 그림은 우리를 둘러싼, 우리 눈으로 인지할 수 있는 세계를 그저 모방하는 것이 아니다.
--- p.27~28

목소리를 높여 증명하기보다는 오히려 거짓이 여러 번 반복되다 보면 진실은 저절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의사나 배관공의 권위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지만, 사람은 누구나 예술 작품이 무엇이고,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는지 판단하는 훌륭한 심판이자 적절한 중재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p.65

예술가가 아닌 사람들은 인간이 빵만으로 살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예술가는 인간이 살기 위해서는 빵이 있어야 한다는 현실을 이해하고 있다.
--- p.79

예술가나 식물 모두 살아남기 위해서는 환경의 요구 조건을 극복해야 한다. 살아남는다는 것은 자기 정체성, 자기 의도와 고유의 역할을 해낸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예술은 자신을 둘러싼 독창적인 요소에 관한 것이며, 예술을 방해하는 사람들을 압도해버리는 이야기다. 때로 예술은 살아남기 위해서 자신이 아닌 다른 모습으로 보이도록 일시적으로 피하기도 한다. 자신을 위장하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기회가 생길 때마다 위장을 벗고 진짜 자신으로 나타날 것이다.
--- p.92

베토벤의 교향곡 6번 〈전원〉은 전원시를 읽거나, 숲과 들판, 여울목과 시냇물을 묘사하거나 새소리나 하모니의 법칙을 연구한다고 해서 이해할 수 없다. 법학 서적들은 라파엘로가 묘사한 〈아테네 학당〉을 재구성해 보여줄 수 없다. 그리고 전문 비평가들의 비평을 보고 어떤 그림이나 책에 관한 지식을 얻은 사람은 예술 그 자체에 대한 경험은 전혀 없는 것이다. 각각의 리얼리티인 진실은 그 자체의 영역 안에 제한되며, 고유한 수단을 통해 인식된다.
--- p.101

예술가의 리얼리티는 예술가가 자기 시대를 어떻게 이해했는지를 반영하며, 창작품은 그런 이해를 형상화해낸다.
--- p.103

시대마다 예술가는 저마다의 확고한 진실, 또는 그 진실의 변주된 모습을 다룬다. 그런 것에 쏟는 열정은 예술가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최대의 선물이다.
--- p.147

아름다움은 ‘정서적 고양’을 의미하며, 이것은 모든 위대한 예술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성이 만들어낸 결과물에 해당한다. 아름다움에 대한 이 정의를 조형성 개념에 적용한다면, 그림 속 모든 조형성의 총합은 아름다움의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힘이 되어야 한다.
--- p.181

미술가는 외관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기술을 이용해 내면의 진실을 묘사할 수도 있다. 이는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에서 심오하고 표현하기 어렵지만 미세한 것에 주의를 기울여 그것을 그리는 것으로써 가능하다. 그것은 심오할수록 더 좋다.
--- p.189

예술을 단순히 묘사적인 일화와 구별할 수 있는 것은 이런 영웅적인 문제 때문이다. 예술은 언제나 최종적으로는 일반화라는 문제를 다루기 때문이다. 예술은 어떤 상황에서도 무한성의 차원을 제공해야 한다.
--- p.241

출판사 리뷰

“모든 그림에서 자신만의 리얼리티,
진실을 구하기 위해 애쓰던 예술가가 여기 있다.”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고자 했던 예술가 마크 로스코
섬세하고 특별한 창의력의 근원

거대한 캔버스, 강렬한 컬러, 단순한 표현. 현대 미술의 거장 마크 로스코를 말하면 사람들은 그만의 고유한 화풍을 떠올리곤 한다. 개성과 천재성을 모두 갖춘 독보적인 화가가 되기 전 마크 로스코는 예술과 예술가로서의 자신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탐색하던 사람이었다. 《예술가의 창조적 진실》은 위대한 화가로 발돋움하기 직전에 로스코가 쓴 글로, 그가 죽은 후 창고에 박혀 있던 원고를 발견한 아들이 정리해 출간한 것이다.

각 장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로스코가 생전에 관심을 가졌던 예술과 관련된 다양한 생각들을 보여준다. 로스코는 예술가가 가진 고민을 비롯해, 주제, 조형성, 아름다움, 공간, 신화, 자연주의, 토착 미술 등 예술 작품의 외면과 내면을 완성하는 데 필요한 여러 요소들에 대해 솔직하게 쓰고 있다. 스티브 잡스, RM 등 많은 크리에이터가 영감을 받은 예술가로 꼽고 있는 마크 로스코. 그가 가진 창작자로서 철학과 치열한 사색은 긴 시간을 건너 우리에게 왔다.

“부서질 듯한 원고를 한 장 한 장 사진으로 찍었다”
소문만 무성하던 원고, 드디어 세상과 만나다

마크 로스코는 1970년 2월 25일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추악한 재산 분쟁이 시작됐고, 그 과정에서 ‘로스코가 쓴 원고가 있다’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소문은 있었으나 실제로 있는지 누구도 알지 못했던 원고는 갑자기 분쟁의 쟁점이 되었다. 그러나 분쟁이 지난하게 이어지면서 소문의 원고는 잊혔고, 아무도 찾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원고가 모습을 드러낸 건 1988년. 우연히 창고를 정리하다가 발견한 것이다. 그러나 이후로도 오랫동안 원고는 그대로 방치됐다.

마크 로스코의 아들인 크리스토퍼 로스코는 이 책의 원고를 발견하게 된 과정과 책으로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던 이유, 책의 출간에 대한 고민, 출간을 결심한 후 스스로 원고를 읽고 글의 순서를 정하면서 예술가인 아버지에 대해 가졌던 생각들을 밝힌다. 또 그는 마크 로스코가 생전에 지인과 나눈 편지, 그의 그림에서 다룬 주제 등을 살펴본 바에 따라 본문의 작성 시기를 추측한다. 그리고 자신이 알고 있는 아버지의 상황과 연결 지어 본문의 분위기와 맥락을 설명한다. 죽은 후로도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거장이 될지 몰랐던 뉴욕의 위대한 예술가가 집필한 80여 년 전 글은 그렇게 우리에게 한 걸음 다가선다.

“이것은 예술가이자 사상가로서의 로스코가 발전해가는 과정이다”
변화의 시기에 그는 붓 대신 펜을 잡았다

마크 로스코는 생전에도 크게 명성을 떨쳤다. 그는 ‘시그램 프로젝트’에 3만 5000달러라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금액의 의뢰를 받을 정도로 세상으로부터 작품의 가치를 인정받은 화가였다. 그러나 이 책의 원고를 쓸 때의 로스코는 달랐다. 슬럼프에 빠져 자신을 추스르지 못하고 있었다. 작품도 팔지 않고, 전시회도 열지 않았다. 결혼 생활을 온전히 유지할 수 없어 별거 중이었다. 로스코는 이런 상황에서 글을 썼다. 그래서 글에서 가끔 불평과 신경질이 느껴지기도 하고, 때로는 두려움이, 간혹은 후회가 보이기도 한다. 로스코는 당시 인기 있던 특정 미술가를 혹평하기도 한다. 우리는 이 책을 읽는 동안 로스코가 당시 처했던 상황과 심리적 근거를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큰 캔버스를 가득 채운 레드, 오렌지, 바이올렛 등 우리가 마크 로스코를 떠올릴 때 생각나는 작품들이 있다. 《예술가의 창조적 진실》은 로스코를 위대한 화가로 만들어준 그 명작들을 창작하기 이전에 그가 예술, 창조 등에 대해 생각한 것을 적은 것이다. 책의 본문에 수록된, 이 책을 집필하던 즈음에 그렸던 로스코의 작품들만 봐도 우리가 알고 있는 그의 대표작들과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그는 예술가로서 새로운 움직임을 겪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채 예술과 예술가에 대한 생각을 쓰고 있었다. 아마 이 책이 나오지 않았더라면 그것은 로스코만의 것으로 끝났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문장은 우여곡절 끝에 책이 되었고, 비로소 그는 자신의 생각을 미래의 우리와 공유한다.

“그는 그림으로 만족스럽게 표현할 수가 없어 책을 썼다”
‘마크 로스코’라는 신비한 도시로 가는 열쇠

마크 로스코의 이 원고들은 2006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책으로 출간되었고, 17년이 지나 개정판으로 재정비되었다. 아들 크리스토퍼 로스코는 개정판을 준비하며 마크 로스코에게 헌정하는 예술가 마코토 후지무라의 글을 추가한 것에 더해, 이 책의 원고가 쓰인 시기를 조금 앞당겨 추측한 근거 자료를 추가했다. 초판을 출간했을 당시에는 원고는 1940년에서 1941년 사이에 쓰였을 것이라고 했으나, 출간 이후 1930년대일 것이라는 증거 자료를 추가로 확인한 것이다. 그는 ‘메모 노트’라는 아버지 마크 로스코의 다른 글 내용과 이 책의 본문 내용을 꼼꼼히 비교하며 확신한다. 이 사실은 로스코의 팬들에게 그의 1930년대 작품과 글을 연결해 새로운 지적 흥미를 선사할 것이다.

로스코는 원고를 제대로 마무리하지 않았다. 알아보기 힘든 부분도 많고, 굉장히 늘어져서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도 있으며, 마침표가 제대로 없는 문장도 더러 있다. 아들 크리스토퍼가 ‘시작하는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글에는 “지적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방도로” 보이는 은유가 넘쳐나고 애매모호하고 혼란스러운 단어들이 방대하게 사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가 예술가로서 자신을 바라보는 시각을 살필 수 있어야 한다. 대중의 무관심 속에서도 로스코가 방관자가 아니라 예술에 대해 고민하고 창작에 끊임없이 몰두하는 참여자였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글을 읽어야 한다. 훗날 그는 위대한 침묵의 화가로 불리게 된다. 그의 시작이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