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세계사 이해 (독서>책소개)/2.세계문화

세계사에 균열을 낸 결정적 사건들 (2024)

동방박사님 2024. 9. 27.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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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약자가 강자를 이길 때 역사는 새로 쓰인다!”
역사를 바꾼 언더독들의 처절하고 놀라운 재발견

역사를 들여다보면 ‘역사는 승자의 역사일 뿐이다’ 혹은 ‘강한 자만 살아남는다’라는 말이 통용되는 편이다. 살아남아 후세에 이야기를 전하고 역사를 기록하는 이들이 주로 강한 승자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역사의 방향성을 더욱 확고히 하는 한편 자신들의 정체성을 공고히 했다. 강해서 살아남았기에 자신들이 ‘옳다’는 논리의 일환이었다.

이 책 『세계사에 균열을 낸 결정적 사건들』은 강한 이의 위세와 승자의 기세가 역사를 움직이는 와중에도 굴하지 않은 이들의 이야기를 건넨다. 강한 승자가 반드시 옳진 않다는 걸 증명하고자 자기 한 몸을 내던지길 마다하지 않았다. 또는 강한 승자의 압도적인 힘에 굴복하지 않고자 전략적으로 지혜롭게 대처하려 했다. 그런가 하면 일개 개인으로서 투철한 신념을 갖고 거대 조직, 국가, 시대의 불합리에 맞서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거시적으로 보면 강한 승자에 저항한 이들, 즉 ‘언더독(underdog)’들의 처절하고 놀라운 이야기는 역사를 ‘재밌게’ 만든다. 당연한 듯 힘센 쪽만 이기고 이길 만한 이들만 이기는 심심한 역사의 흐름에 균열을 내야, 좌절과 패배를 딛고 일어서 드라마틱한 역전극을 펼쳐 보여야 흥미진진하지 않겠는가. 이 책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재발견해보자.

목차

들어가며_
균열을 내려는 시도가 끊인 적은 없다

1장 생존을 위해선 못할 게 없다 | 전략

골리앗 소련에 맞섰던 핀란드의 생존 비결
여론이라는 약점으로 거인의 손가락을 비틀다
‘선빵’을 날릴 줄 알았지만 엎드릴 줄도 알았다
거인 나폴레옹에 맞선 스페인 게릴라의 투쟁
기록은 빈약하지만 ‘한국인’을 만든 사람들
이순신이 조정을 속이고 임금을 능멸한 이유

2장 용기 있는 자만이 역사를 바꾼다 | 용기

사악하고 거대한 지옥으로 스스로 걸어간 용자
파멸 앞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은 ‘스파르타쿠스’처럼
작고 약할지라도 끝끝내 지킨 자존감의 원천
3만 대군을 상대한 600명 영국군의 ‘영국인다움’
“나의 기타는 총, 노래는 총알”이라고 외친 예술가
‘똥물’ 뒤집어쓴 처참한 몰골을 필름에 아로새긴 용기

3장 한목숨 바쳐 강자에 맞선 약자 | 결의

300년 송나라 문관 정치가 거둔 장렬한 유종의 미
“내가 쓰러진다 해도 여기서 본 걸 기억해 주시오”
세계사 최대 ‘빌런’에 저항한 이는 평범한 노동자
마피아 수백 명을 기소했지만 목숨을 잃은 법조인들
생을 걸고 민중을 격동시킨 열정의 혁명가
세월의 녹이 파고들지 못한 발광체를 향한 경의

4장 지혜롭게 대처할 줄 알아야 한다 | 지혜

재능의 천재가 아니라 ‘태도’의 천재였던 위인
수백 년 암흑기 이전, 짧은 평화를 누렸던 때
독립국으로 살아남은 에티오피아 리더십의 주인
영국을 뒤흔든 ‘매치 걸스 스트라이크’의 전말
“저는 이 부당함이 바로잡혀야 한다고 여깁니다”

5장 신념을 지니면 아무도 막을 수 없다 | 신념

종교의 자유를 위해 최강대국에 맞서다
‘한낱 공놀이’ 축구로도 억압에 맞설 수 있다
종교와 인간의 보편적 권리에 질문 던진 중죄인
일본인 경찰서장이 ‘조센징’을 지킨 이유
억눌린 채 지워진 이들을 위해 싸우는 고역
‘지역주의’라는 괴물에 맞선 이들을 기억하자
양심의 대들보를 일으키고 역사의 물줄기를 돌려놓다
 
저자 소개
저 : 김형민 (산하)
1988년 고려대학교 사학과에 입학해 서울로 돌아와 지금껏 살고 있다. 본명보다 필명 ‘산하’로 유명하다. 전공자도 놀라는 역사 지식에 더해 읽는 이들마다 울컥하게 만드는 글 솜씨로, 골수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글쟁이다. 6.25전쟁 당시 흥남 부두에서 극적으로 탈출한 할아버지 덕에 1970년 서울에서 출생했다. 이후 부산 양정동에서 자랐다. 당시 대한민국 최초 금메달리스트 양정모가 양정동에 살았을 거라 생각하며 ..

책 속으로

세계 역사에서 강성한 나라와 민족은 수도 없이 많았다. 그들의 칼날과 말발굽 아래 스러져 간, 그리고 사라져 간 민족과 나라의 수는 그보다 훨씬 더 많았다. 반면 용기를 떨치든 지혜를 발휘하든 압도적인 강자에 맞서 생존을 쟁취한 이들의 존재는 의외로 희귀하다. 핀란드의 경우가 그랬다. 굽힐 때는 굽히되 단단할 때는 충분히 단단하며, 나아갈 때는 골리앗을 향해서도 거침이 없되 항상 퇴로를 고민하고 장렬한 죽음보다 살아날 궁리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것이 1940년대 골리앗 소련에 맞섰던 다윗 핀란드의 생존 비결이었다.
--- p.23~24

수나라에 맞선 고구려는 강자를 상대할 줄 아는 지혜로운 약자의 교과서였다. 여차하면 ‘선빵’을 날릴 줄 아는 과감한 용기를 과시했지만 “저는 똥 덩어리일 뿐입니다”라고 바싹 엎드리며 강자의 비위를 맞추길 저어하지도 않았다. 강자 수나라가 자신이 지닌 강점을 총동원해 쳐들어왔을 때, 고구려는 상대의 약점을 들여다보았고 그 약점을 철저히 파고들고자 수뇌부들은 위험을 감수하며 솔선수범했다. 급기야 자신에게 몸을 의탁해 온 적의 반란자, 고구려에겐 은인일 수도 있는 곡사정을 송환하는 비열함까지도 서슴지 않았다. 수나라와의 전쟁에서 고구려는 강자에 대항하는 약자가 갖춰야 할 거의 모든 면모를 보여줬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 p.43

칼을 맞대고 싸우던 적이라도 돈만 더 주면 반대편으로 둔갑하기 십상이었고, 급료가 지급되지 않으면 순식간에 전의를 상실하고 전장 이탈을 다반사로 하던 용병의 시대였다. 그러나 스위스 용병들은 남다른 구석이 있었다. 용맹함도 용맹함이려니와 그 어떤 불리한 상황에서도 고용주를 배신하지 않았다. 스위스 용병에게 신의란 곧 스위스라는 모국의 국가적 신용도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스위스 최대의 수출품인 ‘용병’의 품질에 하자가 있어선 안 되었고, 용병 수입은 곧 스위스 본국의 생존 그리고 독립과 직결되는 문제였던 것이다.
--- p.107

거인을 쓰러뜨려야만 용사가 아니다. 거인 앞에서도 인간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고, 인간으로 해야 할 바를 지키는 용기를 낸다면 누구든 용사가 된다. 그리고 역사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다윗들의 하나로 등재되는 것이다. 역사는 ‘위대한 업적’과 ‘결정적 사건’으로 넘쳐난다. 하지만 누군가의 위대함은 결코 한 사람의 걸출함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물론 역사를 바꾸는 영웅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그들의 위대함은 그보다 훨씬 많은 누군가의 하찮은 손과 발에 의해 끌어 올려진 것이며, 더욱 많은 사람이 공들여 닦아놓은 길 위에서 돋보이게 마련이다.
--- p.139

역사 앞에 용감했던 이들을 돌아보면 중요한 건 얼마나 아느냐보다는 무엇을 느꼈느냐의 문제다. 엘저가 느낀 건 참혹한 전쟁을 다시 되풀이할 수 없으며, 그 전쟁을 불러올 사람을 나라도 죽여야 한다는 역사적 책임감이었다. 엘저는 교육을 받을 기회는 적었지만 나치의 폭력성에 분노했고, 고향 사람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오른팔 들어 내미는 나치식 경례를 할 때 혼자 팔짱을 꼈다. 그리고 다가오는 전쟁의 냄새를 누구보다 역겨워했다. 그 결과 이후 수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갈 전쟁의 책임자들을 정확하게 짚어냈다.
--- p.176

“서 있는 곳에 따라 풍경도 달라진다”라는 말처럼 상황의 변화는 사람들로 하여금 한때의 용기와 각오를 서슴없이 버리게 한다. 하다못해 골리앗 앞에서 그리도 용감하고 지혜로웠던 다윗이 늙어가면서 벌인 미련하고 어이없는 짓들은 성경에 적나라하게 기록되어 있다. 누구나 한때 용감할 수 있고 운 좋으면 한순간 역사의 한 페이지를 빛낼 기회를 얻는다. 그런데 일생 동안 스러지지 않는 발광체로 남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루이즈 미셸은 그런 사람이었다.
--- p.206

오늘날 은동고 왕국의 왕을 의미했던 ‘응골라’는 한 나라의 국명 앙골라로 남아있고, 그 나라 사람들은 은징가를 국민 영웅으로 추앙하고 있다. 수백 년 전 왕의 칭호를 근대적 국가 이름으로 정할 만큼, 후손들은 그녀를 열렬히 기억하는 것이다. 압도적인 적뿐만 아니라 동족 남자들 앞에서도 당당했고, 상대의 문화와 종교를 넉넉히 수용하되 그 탐욕스러운 발톱에 단호히 맞섰던 여왕의 역사는 수백 년 암흑기를 거쳐 그녀의 옛 땅에 살아 숨 쉬고 있다.
--- p.229

기나긴 역사 속에서 발견되는, 또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면서 만나는 골리앗들은 비단 사악하고 탐욕스러운 존재들만은 아니다. 부당하고 불의한 권력만도 아니고, 비인간적이고 폭력적인 제도와 이데올로기만도 아니다. 상대하기 어려운 거인은 한없이 ‘정의로운’ 여론일 수도 있고, 실로 ‘지당한’ 분노일 수도 있으며, 무엇으로도 위로되지 않는 슬픔의 에너지일 수도 있다. 그 정의와 슬픔과 분노의 불길은 너무 뜨거워 쉽사리 접근할 수도 없고 저항하기도 어렵다. 그런데 애시당초 이 불을 냈거나, 책임이 여실한 사람들이 불길 앞에서 자신의 안위를 지키고자 엄한 불쏘시개를 대신 던져 위기를 넘기는 꼼수도 드물지 않게 벌어진다.
--- p.259

오라녜공 빌럼은 곧 자유와 독립의 상징이었고, 지배자가 아닌 대표자였으며, 군주가 아닌 동지였다. 빌럼과 네덜란드인들은 세계사의 거대한 진전을 이뤄낼 시민혁명의 서막을 함께 열어젖힌 것이다. 미국 독립보다, 프랑스 대혁명보다 200년이나 앞선 일이었다. 오늘날 네덜란드 국가의 가사는 말 그대로 빌럼의 고백이자 네덜란드인들의 다짐이다. “나사우 가문의 빌럼, 나는 네덜란드인의 혈통이다. 조국에 충성을 다함을 죽을 때까지 계속할 것이다. 오라녜공으로서 나는 자유롭고 두려움이 없다.”
--- p.274

어떤 종교든 존중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인간의 보편적 권리를 짓밟고 자신의 율법에 따를 걸 강요한다면 종교의 신성함은 땅에 떨어지게 마련이다. 1977년 미샬 공주가 총을 맞고 쓰러진 순간, 1979년 이란 혁명수비대가 히잡을 거부하는 여성들을 타격한 순간, 2022년 이란 곳곳에서 히잡이 불타오르는 순간 그랬듯 말이다. 그때마다 신성의 장벽에는 미샬 공주처럼 용감한 이들의 돌멩이가 날아들게 마련이다.
--- p.293

출판사 리뷰

평범한 노동자가 히틀러에 저항해야 했던 이유?
사우디 공주가 죽음 앞에서 사랑을 택한 사연?

시대가 흘러도 사람들은 희망이 없다고 느낀다. 수많은 희생과 시련을 거쳐 만든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하지만 인류가 탄생한 이래 지금까지 답답하지 않은 시대는 단연코 없었다. 모든 시대의 모든 곳에선 한계가 존재했다. 그런 세상에 균열을 내려는 시도가 끊인 적은 없다. 세상을 뒤흔들고 바꿔 보려는 시도가 끊인 적도 없다.

이를테면 세계사 최대의 빌런 아돌프 히틀러 암살을 시도한 게오르크 엘저가 있다. 그는 명문에 엘리트는커녕 초등학교만 겨우 나와 평생 목수 일만 하며 산 사람이었는데, 조직도 동지도 없이 혼자서 히틀러와 그의 핵심 부하들을 암살하려 했다. ‘히틀러는 다시 전쟁을 일으킬 것이고 그를 죽여서라도 막아야 한다’는 확신 어린 신념으로 행동에 옮긴 것이다. 여기서 ‘얼마나 아는지’는 하등 중요하지 않다. ‘무엇을 느꼈는지’가 중요하다.

그런가 하면 사우디아라비아 왕국 태조의 손녀 미샬 공주의 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그녀는 할아버지의 힘으로 겨우 레바논 베이루트로 유학을 갔는데 그곳에서 레바논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대사의 조카와 사랑에 빠진다. 율법상 그녀에겐 정해진 배필이 있었고 결혼 전 다른 평민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건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였다. 결국 그녀는 명백한 죽음 앞에서도 사랑을 택하곤 사형당하고 말았다.

핀란드의 생존 비결부터 ‘조센징’을 지킨 일본인까지
작은 힘으로 세상을 뒤집은 승리의 순간들

이 책은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거인에 맞서 살아남으려는 생존 전략에 대해 논한다. 소련에 맞선 핀란드, 미국에 맞선 베트남, 수나라에 맞선 고구려 등이다. 2장은 역사를 바꾼 용기 있는 자들의 이야기다. 아우슈비츠로 자진 입소한 비톨트 필레츠키, 3만의 중공군을 상대한 600명의 영국 글로스터 대대, 똥물 뒤집어쓴 동일방직 여성 노동자를 촬영한 이기복 사진사 등이다. 3장은 한목숨 바쳐 강자에 맞선 약자가 주인공이다. 은혜를 갚으려 몽골과의 전투를 불사한 시씨 가문 사람들, 생을 걸고 민중을 격동시킨 혁명가 등이다. 4장은 지혜롭게 대처한 경우다. 재능도 재능이지만 태도의 천재였던 칭기스칸, 국방력을 강화하고자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은 에티오피아의 메넬리크 2세 등이다. 5장은 신념을 지닌 채 밀어붙인 자들의 이야기다. 나치 고위 관계자들 앞에서 세리머니를 한 오스트리아의 유대인 축구 스타, 간토 대학살 당시 ‘조센징’을 지키는 데 앞장섰던 일본인 경찰서장 등이다. 작은 힘으로 세상을 뒤집은 승리의 순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