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사회학 연구 (독서>책소개)/3.불평등

평등의 짧은 역사 (2024)

동방박사님 2024. 11. 8.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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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세계의 평등을 향한 전진

피케티의 이번 ‘평등의 짧은 역사’는 기존 그의 책들이 가지고 있던 약 1000쪽에 달하는 3권의 책들을 읽기 힘들다는 독자들의 요청에 대한 답으로 그것에 대한 간결한 요약과 그동안 그의 연구가 촉발한 다양한 논의들을 되짚고, 불평등의 역사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기 위해 쓰인 것이다. 그는 평등을 향한 여정은 오래전에 시작된 투쟁의 역사이고, 이 투쟁은 21세기에도 여전히 계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불평등의 역사적 비교를 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역사적으로 사회적·경제적·정치적 평등의 확대를 향한 장기적인 흐름이 있어왔음을 논증하고 있다. 18세기 말부터는 평등을 향한 역사적 움직임이 있었으며, 그 후로 지금까지 세계는 꾸준히 평등을 향해 전진해 왔다는 것이 피케티의 견해이다. 평등을 향해 전진해 왔다고 해서 이 세계의 모순과 불평등이 사라졌다는 것은 아니다. 이 책에서 그는 불평등의 내용과 기원을 밝히고 평등을 향해 어떠한 방향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하는지 밝히고 있다.

그는 교육과 의료 부분에서의 진보적 성과를 살피면서도 세계의 인구, 생산, 소득의 전반적인 증가가 지속 가능한지 살피자고 제안하고, 그러한 측면에서 거시 경제 지표로 ‘국내 총생산(GDP)’보다는 ‘국민 소득(National Income)’ 개념을 사용하는 게 훨씬 바람직하다고 제시한다. 그의 두드러진 특징은 소유를 일련의 규칙들과 사회 집단들 간 특수한 권력 관계가 존재하는 특정 사회 내에서만 온전한 의미를 가지므로 사회적 관계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소유를 역사적 맥락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소유는 상위 1%의 점유율이 낮아지는 추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평등을 향한 장기적인 움직임으로 해석하지만, 하위 50%의 소유는 거의 늘어나는 변화가 없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본다. 그는 불평등의 완화를 위해서 누진세와 상속세의 확대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목차
감사의 말
들어가며
새로운 경제·사회사
불공정에 맞선 반란들과 공정한 제도들에 대한 학습
권력관계와 그것의 한계

제1장 평등을 향한 여정 : 첫 번째 지표들

인류의 진보 : 모두를 위한 교육과 의료
세계 인구와 평균 소득 : 성장의 한계
사회-경제적 지표의 선택 : 정치적 문제
복수의 사회적·환경적 지표를 위하여
불평등의 측정 없이 지속 가능한 발전은 불가능하다

제2장 서서히 일어난 권력과 소유의 탈집중화

18세기 이후 나타난 소유 집중의 변화
소유와 권력 : 권력의 다발
생산 수단, 주택, 국가, 그리고 나머지 세계의 소유
중위 자산 계급의 힘겨운 등장
소득 평등의 확대를 향한 긴 여정

제3장 노예제와 식민주의의 유산

산업 혁명, 식민주의, 그리고 자연 생태계
대분기의 기원 : 유럽의 군사적 지배
면화 제국 : 세계 섬유 산업의 장악
보호 무역주의, 중심부-주변부 관계, 세계체제
유럽을 하나의 지방의 관점에서 바라보기, 서구의 특수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
경제·사회사와 국가 건설의 역사

제4장 배상의 문제

노예제의 종말 : 노예 소유주들에게 이루어진 금전적 보상
아이티가 갚은 부채를 프랑스 국가가 되돌려줘야 하나?
1833년과 1848년 노예제 폐지에 따른 영국과 프랑스의 배상 방식
미국: 노예제 공화국의 긴 여정
노예제 이후의 식민주의와 강제 노동 문제
스스로는 식민 공화국임을 모르는 프랑스
배상의 문제 : 초국적 정의를 다시 생각하기

제5장 혁명, 지위, 계급

특권과 지위의 불평등은 사라졌는가?
지난한 과정을 거쳐 사라진 강제 노동과 반강제 노동
1900년 스웨덴 : 한 명이 100표
특권의 변신 : 금권 민주주의
납세 유권자 투표의 존속 : 경제 분야의 금권 정치
참여적 사회주의와 권력의 분유

제6장 ‘대규모 재분배’, 1914~1980년

사회적 국가의 창안 : 교육, 의료, 사회 보장
조세 재정 국가의 두 번째 도약 : 인류학적 혁명
누진 소득세와 누진 상속세의 탄생
실질적 누진성과 사회 계약 : 세금 수용성의 문제
세전 불평등을 감소시키는 도구로서의 누진세
식민 자산과 국채의 청산
국채 탕감을 통한 유럽의 재건

제7장 민주주의, 사회주의, 누진세

평등의 한계 : 소유의 극단적 집중
사회적 국가와 누진세 : 자본주의의 체제적 변화
소유와 사회주의 : 분권화의 문제
민주적·자주 관리적·분권적 사회주의를 위하여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 : 새로운 납세 유권자 권력

제8장 차별에 반대하는 실질적 평등

늘 부르짖지만 한 번도 실현된 적 없는 교육 평등
사회적 기준에 바탕을 둔 적극적 우대 조치를 위하여
가부장제와 생산주의의 존속에 대하여
정체성을 고착화시키지 않고 차별을 철폐할 방법은 무엇인가
사회적 동수(同數)와 부의 재분배의 절충
인종 차별의 측정 : 종족-인종 범주의 문제
종교적 중립성과 프랑스식 세속주의의 위선

제9장 신식민주의의 극복

영광의 30년과 후진국 : 사회적-민족 국가가 지닌 한계
신식민주의, 무역 자유화, 조세 피난처
허울뿐인 국제 원조와 기후 정책
가난한 국가들의 권리 : 중심부-주변부 논리에서 벗어나기
사회적-민족 국가에서 사회적-연방제 국가로
사회 민주적 연방제를 위하여

제10장 민주적·환경적·다문화적 사회주의를 향하여

변화의 요인들 : 온난화와 이데올로기 간 각축
중국식 사회주의 : 완벽한 디지털 독재의 단점들
자본주의 간 전쟁에서 사회주의 간 전투로
화폐가 우리를 구원해줄까?
보편주의적 주권주의를 위하여

저자 소개
저 : 토마 피케티 (Thomas Piketty) 
파리경제대학교 및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 교수. 런던정경대학교LSE에서 부의 재분배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에서 경제학을 가르쳤으며,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연구원을 지냈다. 지난 250년간 부의 집중과 재분배, 자본주의에 내재한 경제적 불평등에 관해 분석하고 글로벌 자본세를 그 대안으로 제시한 책 《21세기 자본》으로 전 세계 경제학계의 찬사를 받으며 ‘21세기의 마르크스’로...

역 : 전미연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불과를 졸업했다. 파리 제3대학 통번역대학원(ESIT) 번역 과정과 오타와 통번역대학원(STI) 번역학 박사 과정을 마쳤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며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겸임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기욤 뮈소의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사랑하기 때문에』, 『그 후에』, 『천사의 부름』, 『종이 여자』, 베르나르 베르베르...

책 속으로
이 책은 여러 인간 사회에서 나타난 사회 계급 간의 불평등을 역사적으로 비교한 책이다. 아니, 불평등이 아니라 평등의 역사를 다룬다고 하는 편이 좀 더 정확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역사적으로 사회적?경제적?정치적 평등의 확대를 향한 장기적인 흐름이 있어왔음을 우리가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당연히 평화로운 역사가 아니었으며, 연속적인 과정은 더더욱 아니었다. 반란과 혁명, 온갖 형태의 사회적 투쟁과 위기들은 앞으로 우리가 다룰 평등의 역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게다가 이 역사는 무수한 과거로의 회귀와 정체성주의적 퇴행으로 점철돼 있기도 하다.
--- p.11

오늘날 인류는 그 어느 시대보다 건강한 삶을 누리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전에는 없었던 교육과 문화의 혜택을 누린다. 여러 설문과 조사를 통해 수집한 자료에 따르면, 15세 이상 세계 인구의 문해율은 19세기 초에 겨우 10%였던 것이 현재는 85% 이상으로 증가했다. 좀 더 상세한 지표들이 이 결과를 또 한 번 확인시켜준다. 두 세기 전에는 고작 1년에 불과했던 평균 취학 기간이 오늘날에는 전 세계 평균 8년 이상으로 늘어났고, 선진국에서는 12년 이상으로 증가했다.

1820년만 해도 전 세계 인구의 10% 미만이 초등학교에 진학했었다면, 2020년에는 부유한 나라들에서 젊은 세대의 절반 이상이 대학에 진학한다. 오랫동안 계급적 특권이었던 일이 점차 다수에게 개방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비약적 발전이 불평등이 나타나는 시기를 뒤로 늦춰 놓았을 뿐이라는 점은 지적해야 한다. 교육과 의료 접근에서의 차이는 선진국과 개도국 간에 여전히 크게 나타난다. 특히 교육과 의료 체계의 상위, 가령 대학 교육에서는 이 간극이 어마어마하다.
--- p.31

소득 같은 지표의 경우, 평균이나 총합 대신 사회 계급 간 실질적 부의 분배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한 국가 내의 분배뿐만 아니라 세계적 차원의 분배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가용 데이터에 따르면, 2020년 초반을 기준으로 전 세계 평균 소득이 1인당 월평균 약 1,000유로에 이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가난한 국가에 사는 사람들의 월평균 소득은 100~200유로인 반면, 부유한 국가에 사는 사람들의 월평균 소득은 3,000~4,000유로를 상회한다. 그뿐만 아니라 같은 국가 내에서도 빈국과 부국을 막론하고 소득 불평등이 여전히 극심하게 나타난다.
--- p.34

하지만 주의해야 한다. 소득과 관련된 사회-경제적 지표를 모두 배제하고 순전히 환경 지표에만 집중하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인간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야 하지만, 의식주를 해결하고 문화생활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에게는 정의(正義)가 필요하다. 그런데 소득, 소득 분배의 불평등, 그리고 시간에 따른 불평등의 변화를 측정하지 못한다면, 부자들에게 집중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정의의 규범을 마련하는 것도, 가난한 사람들이 수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세계 경제 질서를 재편하기 위해 정의의 기준을 수립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획기적으로 축소하려는 결단력과 행동없이는 환경과 기후 위기도 해결할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 환경과 경제의 다양한 지표를 결합해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령 한편으로 탄소 배출과 생물 다양성에 관한 목표를 수립하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 소득 불평등 감소, 세금과 사회 보장 분담금, 공공 지출 분배에 관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여러 공공 정책을 비교해 환경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가장 적합한 것을 선택하면 된다.
--- p.41~42

이러한 불평등의 감소는 전쟁과 경제 위기들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내내 실행된 새로운 사회 정책과 조세 정책의 결과다. 사회적 국가, 교육과 의료를 비롯한 기초적 재화의 접근에서 실현된 일정 정도의 평등, 그리고 상위 소득과 자산에 대한 강력한 누진세 적용이 바로 그 내용이다. 강력한 사회적·정치적 투쟁들이 이끌어낸 이 같은 근본적인 변화들이 앞서 언급한 법 제도 및 소유권에 일어난 커다란 변화들은 물론 평등의 확대 또한 이루어냈다. 이 여정을 앞으로 계속하는 게 바람직한가? 바람직하다면, 어떤 방법으로 해나가야 할까?

나는 (여전히 불충분하지만) 이 평등을 향한 여정이 여러 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더 많은 사람이 사회적·경제적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얻어진 생산성 증대와 집단의 번영도 당연히 그 효과 중 하나일 것이다. 전체 소유에서 차지하는 몫이 대폭 줄었기 때문에 지배 계급의 지출과 투자 능력은 19세기 이후 급격히 감소했다. 하지만 이 감소분은 부상한 중위 계급과, 이들만큼은 아니지만 민중 계급에 의해 상쇄되고도 남았다. 현재의 불평등 수준에 만족해야 하며, 하위 50%가 전체 부에서 차지하는 몫이 5%에 불과한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은 결코 견고한 역사적 경험에 기반한 생각이 아니다. 평등을 향한 여정은 앞으로 계속되는 게 바람직할 뿐만 아니라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국가와 누진세를 좀 더 확대 강화해야 할 것이다.
--- p.64~65

이 책에서 다루는 평등을 향한 긴 여정에서 핵심적인 단계인 노예제와 식민주의의 종말은 충돌과 투쟁, 해방과 불공정으로 점철된다. 여기서 불공정이라 함은 가령 (노예가 아니라) 노예 소유주에게 지급된 금전적 보상을 말하는데, 이는 사안의 중대성에도 불구하고 잘 알려지지 않았으며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배상의 문제를 제기한다. 아무리 복잡해도 이 문제를 영원히 피해 갈 수만은 없다. 뿌리 깊은 불공정이 계속 존속하게 하지 않으려면 지금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노예제와 식민주의의 유산은 우리에게 배상을 통한 정의와 보편적 정의의 관계를 세계적 차원에서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 p.93

1914~1980년 사이 서구 대부분의 국가에서 조세 재정 국가와 사회적 국가의 중요성은 전례 없이 커지게 된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만 해도 모든 종류의 세금과 분담금, 징수금을 합한 총세수는 유럽과 미국에서 국민 소득의 10% 이하에 불과했다. 그런데 1914~1980년 동안 이 비중이 미국에서는 3배, 유럽에서는 4배 증가하게 된다. 1980~1990년대부터 영국과 독일, 프랑스, 스웨덴은 국민 소득에서 세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40~50%에 육박한다.

여러 연구를 통해 조세 재정 국가의 부상이 경제 발전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바 있다. 새로운 세수가 불평등 완화뿐만 아니라 성장 확대에 필수적이라고 입증된 지출에 재원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이 돈으로 특히 교육과 의료 분야에 대대적이고 상대적으로 평등한(최소한 예전보다는 대대적이고 평등해졌다는 뜻이다) 투자가 이루어졌고, 교통과 공동체 인프라에도 많은 재정이 투입될 수 있었다. 증대된 세수는 노후 생활에 필수 불가결한 퇴직 연금이나, 불황기에 경제와 사회를 안정시키기 위한 고용 보험과 같은 필수 불가결한 대체 소득으로도 쓰였다.
--- p.162

따라서 지금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그런 서사를 다시 만들어내고, 사회적 국가와 누진세가 어떻게 자본주의의 체제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 보여 주는 것이다. 이 제도들의 완결된 형태는 바로 민주적 사회주의라고 할 수 있다. 분권화, 자주 관리, 환경주의, 다문화에 기반한 민주적 사회주의는 지금의 세계보다 더 해방되고 평등한 새로운 세계를 구축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운동은 이와는 확연히 다른 강령을 중심으로 펼쳐졌다. 국가에 의한 생산 수단의 소유와 중앙 집권화된 계획 체제가 핵심이었던 그 강령은 실패했고, 그 이후로 새로운 대안적 강령이 진정한 의미에서 그것을 대체한 적이 없었다. 이에 비해 사회적 국가, 특히 누진세는 종종 자본주의의 근본적 논리를 전복할 수 없는, ‘소프트한’ 사회주의의 형태로 인식되어왔다.
제1차 세계 대전 발발 전, 프랑스 급진당은 누진세 도입을 주장하면서 ‘사적 소유를 존중하는 사회 개혁’을 부르짖었다.

당시 사회주의자들은 자본주의 시스템에 의해 만들어진 불평등을 사후에 축소하는 것에 불과한 이 개혁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사회주의자들은 이런 방식의 개혁이 생산 과정의 핵심을 제대로 건드리지 못하고, 그 속에서 형성되는 사회적 관계를 변화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향한 노동자들의 발목을 잡을 위험이 크다고 본 것이었다. 누진세의 이 같은 역사적 유래와 논쟁은 여전히 민주적 사회주의를 둘러싼 표상들에 광범위하게 스며들고 있다. 나는 다음과 같은 여러 이유 때문에 이것들을 바로잡는 게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 p.204

사회적 국가와 누진세가 소득 불평등 감소와 특히 자산 불평등 감소에서 이룬 성과의 한계를 짚어보고 그것을 극복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앞서 우리는 1980년 이후 소득 격차가 확대된 원인 중 하나가 누진세의 고전에 있었음을 확인했다. 인센티브나 효율성을 이유로 내세워 이런 소득 격차를 정당화기는 힘들다(불평등이 확대되는 동안 오히려 성장률은 절반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앞으로 좀 더 강력한 누진세가 다시 도입돼야 임금 격차가 다시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 p.207

변화를 되돌릴 수 없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 새로운 규칙들의 핵심은 바로 공동 규제나 조세 같은 반대급부 없이 이루어지는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각국은 경제 주체들에게 자기 나라의 공적 인프라와 사회적 제도(교육과 의료 체계 등)를 이용해 돈을 번 다음, 이 자산을 사인 한 번, 클릭 한 번에 다른 사법 관할권으로 옮길 수 있는, 거의 신성화된 권리를 부여하는 법 제도를 만들었다.

반면에 그 부를 추적해 다른 조세 제도와의 형평성과 법률적 일관성에 맞게 과세할 수 있는 조치는 전혀 마련하지 않았다. 이러한 내용의 조약에 서명한 국가는, 전임 정부가 과거에 한 약속을 번복하지 않는 한, 세계 통합의 최대 수혜자들(억만장자, 다국적 기업, 고소득자)에게 세금을 물리는 것은 엄밀히 말해 불가능하므로, 이동하지 않고 조용히 한곳에 머물러 사는 민중 계급과 중위 계급에게서 세금을 걷을 수밖에 없다고 국민들에게 말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 p.222

식민주의 시대의 종언으로 평등을 위한 여정이 시작됐지만, 경제계(economie-monde)는 여전히 극도로 위계적이고 불평등한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 자본이 사회적?환경적 목표를 갖지 않은 채 통제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동하는 현재의 경제 체제는 부자들을 위한 신식민주의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런 발전 모델은 정치적으로나 환경적으로나 용납할 수가 없다. 현 체제의 극복은 민족 단위의 사회적 국가에서 개도국들을 향해 열려 있는 연방 단위의 사회적 국가로 전환할 때만, 현재 세계화를 좌지우지하는 각종 규정과 조약들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있을 때만, 가능해질 것이다.
--- p.263

이 난관에서 벗어나려면 다음과 같은 원칙에서 출발해야 한다. 모든 국가는 평등하게 발전의 권리를 누려야 하며, 세계적으로 생산된 부의 분배는 전적으로 우리가 만드는 규칙과 제도에 의해 결정되는 지극히 정치적인 문제라는 원칙 말이다. 특히 가난한 국가들은 다국적 기업과 세계 억만장자들에게 부과되는 세금의 일부를 받을 권리를 가져야 한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인간이라면 누구나 동등하게 의료, 교육, 발전에 대한 최소한의 권리를 누려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부유한 경제 행위자들이 이룬 번영은 전적으로 세계 경제 시스템과 국제 노동 분업 덕분이기 때문이다.
--- p.278

이 책에서 나는 민주적이고, 연방제적인, 분권화되고 참여적인, 환경적이고 다문화적인 사회주의의 가능성을 주장했다. 이 사회주의는 사회적 국가와 누진세의 확대, 기업 내 권력 분유, 포스트식민주의 배상, 차별 철폐, 교육 평등, 개인 탄소 카드 도입, 점진적인 경제의 탈상품화, 고용 보장, 모두를 위한 상속, 화폐적 불평등의 대폭 축소, 그리고 마침내 금권의 영향에서 벗어난 선거와 미디어 시스템의 기반 위에서 작동하게 될 것이다.
--- p.307

출판사 리뷰
피케티의 새 책을 한국에 소개한다. 프랑스에서 2021년에 출간된 책인데, 출판사 사정으로 한국에서는 이제야 출간이 된다. 독자들의 너그러운 용서를 바란다. 소득불평등의 문제를 인지한 경제학자들은 많았겠지만,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여 소득불평등의 문제를 실증적으로 연구해서 인정받은 학자는 토마 피케티이다. 그의 원고를 읽으며 여러 가지가 인상적이었지만, 그가 ‘소유’를 신성불가침의 권리로 보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 속에서 바라본다는 것이었다. ‘소유’를 ‘사회적 관계’ 속에서 바라본다면 ‘상속세’ 폐지와 같은 주장은 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의 ‘소유’에 대한 태도는 마이클 샌델의 주장을 연상케 했고, 관점의 공통점도 찾을 수 있을듯 했다. 마이클 샌델의 주장은 정교한 논리적 추론의 결과였지만, 피케티는 그러한 논리에 엄밀한 사회과학적 통계로 그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누진세가 역사적으로 불평등의 완화를 이루게 했다는 논증도 흥미로웠다. 그리고 지금의 서구 사회의 부가 세계 경제 시스템과 국제 노동 분업의 효과 때문이라며 다국적 기업과 세계 억만장자들에게 세금을 부과해 가난한 나라에 줘야 한다는 주장도 역시 흥미로웠다. 진보적인 측면에서의 주장이 때로는 논리의 완성도는 높으나, 통계적 수치의 뒷받침 부족으로 ‘단순한 주장’으로만 치부되기가 쉬운데, 그러한 주장에 정당성의 데이터적 근거를 제시하는 학자라서 반가웠다.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논리적 근거를 갖게하는 책이 되기를 바란다.

민족적 주권주의에서 보편주의적 주권주의로

꽤 많은 부분을 피케티는 노예제와 식민주의의 유산에 대해서 다룬다. 노예제와 식민주의가 서구의 부의 축적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부분을 논증하고 그에 따른 배상의 문제에서의 불공정의 문제를 다룬다. 그러한 식민주의에 의해 만들어진 불공정을 해결하는 방법에 대한 해법도 그는 제기한다. 그리고 그는 현대의 신자유주의에 의해 형성된 자본의 자유로운 국가 간 이동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이러한 오늘날의 경제시스템은 부자들을 위한 신식민주의에 불과하다는 것이 피케티의 결론이다. 이러한 신식민주의의 유산을 극복하고 우리가 어떻게 평등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지 그는 다양한 층위에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피케티는 이 책에서 민주적이고, 연방제적이며, 분권화되고, 참여적이며, 환경적이고 다문화적인 사회주의의 가능성을 주장하였다. 그는 역사적으로 무수하고 다양한 경제 모델이 전 세계에 존재해왔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피케티는 평등을 향한 여정이 결과가 불확실한 투쟁이며 미리 정해져 있는 길은 아니라며, 지구 구성원들이 사회적 화합과 지구의 생존에 관련된 문제에서 이제 민족적 주권주의가 아닌 보편주의적 주권주의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결론을 맺고 있다.

추천평
“행동과 숙고에 대한 의미심장하면서도 낙관적인 요구. 피케티의 눈에 평등을 향한 역사의 여정은 길지만 평등은 반드시 오게 돼 있다. 하지만 이는 결코 자동적인 과정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는 시민으로서 평등을 쟁취하기 위해 싸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며, 평등을 만들어낼 수많은 제도들을 부단히 (다시) 만들어내야 한다. 이 책이 도움을 줄 것이다.”
- 에스테르 뒤플로 (2019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지난 40년간 벌어진 ‘불평등 폭발’의 고발자로 인식되는 경제학자가 이 클리셰를 뒤집으며 역설적인 주장을 펼친다. 긴 역사적 흐름 속에서 불평등은 감소해왔으며,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되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 앙투안 르베르숑


“토마 피케티는 불평등을 정치적 논쟁의 중심에 놓는 데 일조한 바 있다. 이제 그는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한 야심 찬 계획을 내놓고 있다. (…) 이는 거대한 차원의 정치경제학이자, 진보정치의 미래에 관한 논쟁의 출발점이다.”
- 마이클 샌델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불평등의 기원에 대한 좀 더 폭넓은 논거와, 불평등과 싸우기 위한 자신의 프로그램을 선명하게 제시하는 피케티를 독자들이 볼 수 있는 기회.”
- 니콜라스 레만


“[피케티는] 우리가 더 적은 평등이 아니라 더 많은 평등을 향한 과정 속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현재의 폐해적 부의 불평등을 치료하기 위한 자신의 처방전을 제시한다.”
- 데이비드 마르체스


“왜 우리가 인류의 진보를 낙관적으로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일관된 논지. (…) [피케티는] 영리하고, 사려 깊으며, 대단한 정치적 신념에 바탕을 둔 계획을 설계해 보여주었다.”
- 게리 거슬

* 출처 : 예스24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301559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