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본 큐슈지방 (여행지)/7.남규슈지방

아오시마신궁

동방박사님 2011. 2. 10.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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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스캔들: 아오시마신사와 우도신궁

 

그가 말하는 '다카치호에 있는 다마요리히메의 성역'은 니치낭시의 우도에 있는 도요타마히메의 성역에 대한 잘못된 기억이고 니니기는 야마사치(히코호호데미 혹은 호오리)로 고쳐야 맞다. 어쨌거나 그는 아메리카 인디언 신화나 인도네시아 신화와 마찬가지로 일본의 휴가[日向] 신화 또한 원초적 신화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그는 야마사치와 우미사치(호데리) 신화를 종합적이고 수미일관된 신화의 전형으로 보면서, 외래문화를 받아들여 그것을 멋지게 통일시켜 독자적인 문화를 만들어내는 일본인 특유의 섬세한 감성을 잘 보여준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아마도 기기신화가 얼마나 교묘하게 조작된 정치적 신화인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던 듯싶다. 기본적으로 일본신화가 천황가의 정통성과 신성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데올로기적으로 치밀하게 재조직된 신화라는 점은 많은 일본 연구자들 스스로 일찍부터 인정한 사실이다.

 

그러나 여행자는 이데올로기의 번잡하고도 좁은 길에서 벗어나 있는 자를 뜻한다. 그에게는 오히려 길가에서 그리고 숲 속에서 벌어지는 스캔들이 더욱 친숙하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니니기의 스캔들이라……. 다카치호에 천강한 니니기는 그 지방의 여인과 결혼한다. 그때 니니기는 가사사에서 만난 꽃처럼 아름다운 미인 고노하나노사쿠야히메에게 홀딱 반해, 여인의 부친인 산신 오호야마츠미에게 딸을 아내로 맞이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에 오호야마츠미는 언니인 이와나가히메와 함께 고노하나노사쿠야히메를 니니기의 방에 들여보낸다.

 

그러나 니니기는 바위같이 못생기고 투박한 이와나가히메는 소박 놓고 고노하나노사쿠야히메만을 취하여 하룻밤 정을 통한다. 그 후 고노하나노사쿠야히메가 출산을 하게 되자 니니기는 "딱 하룻밤 같이 잤을 뿐인데 어떻게 아이가 생겼단 말인가? 그 아이는 내 아이가 아닐 것"이라고 잡아뗀다.

 

그러자 이를 억울하게 여긴 고노하나노사쿠야히메는 산실(産室)을 짓고 그 안에 들어가 모든 출구를 다 흙으로 막게 하고 바깥에서 불을 지르게 한다. 만일 그 아이가 니니기의 아이라면 무사히 출산하여 자신의 결백을 증명해 줄 거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결과는 그녀의 결백으로 판명이 난다. 야마사치와 우미사치 형제는 바로 이 불구덩이 속에서 태어난 아이들이다.

 

야마사치와 우미사치 형제의 스캔들도 만만치 않다. 형 우미사치는 바다의 물고기를 잡았고 동생 야마사치는 산에서 사냥을 하며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동생이 형에게 서로 도구를 교환해서 잡아보자고 제안한다. 형은 마지못해 이를 승낙했지만, 동생이 자기 낚싯바늘을 잃어버리자 이를 찾아 올 것을 막무가내로 주장한다. 동생은 고민 끝에 바닷길의 신인 시오츠치[鹽椎]의 도움을 받아 해궁으로 간다.

 

거기서 야마사치는 해신의 딸인 도요타마히메와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다가 3년 뒤에 잃어버린 낚싯바늘을 찾아 지상으로 돌아온다. 이때 함께 가져온 주술적인 구슬 두 개와 주문으로 야마사치는 형 우미사치를 제압한 후에 지상의 통치권을 확보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해산일이 다 된 도요타마히메가 야마사치를 찾아와 말한다. "제 본래의 모습으로 아이를 낳고자 하오니 부디 제 모습을 보지 말아 주십시오." 하지만 야마사치는 이 금기를 어겨 아내의 해산 장면을 훔쳐보고는 놀라 자빠진다.

 

도요타마히메는 큰 상어로 변하여 엉금엉금 기며 몸을 틀고 있었던 것이다. 남편이 엿본 것을 알게 된 아내는 동생인 다마요리히메에게 아이를 키워 줄 것을 당부하고 수치심에 친정으로 돌아가 버렸다. 이때 태어난 아이가 바로 우카야후키아에즈인데, 그는 자기를 키워준 이모와 결혼하여 그 사이에서 신화적인 초대 진무 천황을 낳았다.

 

그리스 신화의 신들과 마찬가지로 휴가 신화의 신들 또한 이런저런 스캔들로 가득 차 있다. 미색, 음모, 시기, 질투, 배반, 의심, 저주, 근친상간……. 천황을 신격화하고 천황제 신화를 절대적인 이데올로기이자 역사적인 사실로 강요했던 근대 일본은 당연히 이런 신들의 스캔들에 대해서는 철저히 함구함으로써 스스로가 진짜 스캔들로 만들어버린 셈이 되어버렸다.

 

이제 여행자의 발길은 남국의 향취가 물씬 풍겨나는 아오시마신사와 우도신궁으로 향한다. 그중 미야자키시 남쪽의 작은 아오시마 섬에 위치한 아오시마신사의 제신은 야마사치(히코호호데미 혹은 호오리)와 도요타마히메 및 시오츠치이다. 이곳은 매년 음력 12월 17일에 참가자들 전원이 완전히 알몸으로 참배하는 일본 유일의 하다카 축제로도 유명하다.

 

알몸이 된다는 것은 보여주고 엿보는 관음증의 소재를 제공하는 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반대로 알몸은 '더 이상 보여줄 것 없음'의 미학으로서 모든 것을 비울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하지만 길을 잃은 여행자는 아직도 옷을 벗지 못한 채, 레비 스트로스가 감동했다는 우도신궁의 성역을 찾아 길을 재촉한다.

 

아름다운 우도 신궁은 도요타마히메가 우가야후키아에즈를 낳은 곳으로 전해진다. 이 신궁의 주재신이 바로 이 우가야후키아에즈이며, 그 밖에도 아마테라스 및 니니기 왕조의 역대 신들을 섬기고 있다. 전망 좋은 바닷가에 면한 동굴 속에 세워진 단아한 본전 뒤로 돌아가 보니, 오치치이와[お乳岩]라 불리는 젖무덤 모양의 돌이 눈에 들어온다.

 

전설에 의하면, 도요타마히메는 자신의 아이들을 남겨두고 해궁으로 돌아갈 때 바위에다 유방을 떼어놓고 갔다고 한다. 영원한 해원의 저 밑바닥에서 영원토록 밋밋한 가슴으로 살망정 모정(母情)만은 포기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일본인들은 그런 모정까지도 주술적으로 신격화해 버린다. 그래서 우도 신궁에서는 이 바위에서 떨어지는 물로 사탕을 만들어 판매한다. 그걸 아이한테 먹이면 잘 자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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