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한국근대사 연구 (독서>책소개)/2.개항기.구한말

잃어버린 혁명 : 갑신정변 연구

동방박사님 2022. 8. 19.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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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한국의 근대 이행기에 일어난 갑신정변의 전말은 아직 미궁에 빠져 있다. 한국의 역사학계는 한국의 근대사 속에서 세계사적 의미를 지닌 ‘근대적 사건’으로 갑신정변을 조명하려 해왔다. 그동안 한국 학계는 물론 일본 학계와 북한 학계 등은 갑신정변을 접근하는 1차 사료로서『갑신일록甲申日錄』을 김옥균이 직접 쓴 일기로 규정, 이를 금과옥조의 사료로서 전제, 인용해왔다.
그러나『갑신일록』은 여러 단계와 정치적 음모 과정을 통해 ‘김옥균의 일기’로 위작(僞作), 둔갑되었다. 한일 역사학계는 물론이거니와, 이미 1960년대에 김일성의 ‘교시’에 따라 사회주의 혁명의 전단계로서 갑신정변을 부르주아 개혁 및 부르주아 혁명 단계로 규정지은 북학의 역사학계도 이 새로운 역사적 진실 규명으로 인해 ‘진실 게임’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한일 역사학계는 물론 북한 역사학계도『갑신일록』을 ‘김옥균 일기’라고 전제한 뒤 자신들의 사회주의 역사 안에서 갑신정변을 해석하고 규정하는 1차 사료로 신봉해왔기 때문이다.
한일 역사학계와 북한 학계는 바야흐로 한국 근대사의 가장 중대한 역사적 계기인 갑신정변을 둘러싸고 일대 논쟁의 폭풍 전야를 맞이하고 있다!

목차

책머리에

제1부 <갑신일록>은 김옥균 일기인가?
1장 | 우정총국 축하연좌석도
2장 | 수나가 문고와 <김옥균 석필일기>
3장 | 3편의 일록과 그 행간
4장 | 사직수호론에서 부르주아 혁명론까지

제2부 1880년대의 유라시아
5장 | 중국 중심의 아시아 질서의 붕괴
6장 | 한반도의 세도 이념 국가
7장 | 팩스 브리태니커와 거문도사건
8장 | 한러 밀약 사건의 허실

제3부 음모
9장 | <갑신일록>에 비친 청불전쟁
10장 | 일본 정치 동향과 오사카사건

제4부 갑신정변의 단면
11장 | 이동인의 궤적
12장 | 김옥균의 <의이조선책략정>
13장 | 한성조약 제1조

에필로그 하늘과 때는...


인용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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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 : 강범석 (姜範錫)
 
1934년 중국 단둥(丹東)에서 태어났다. 와세다대학 정치경제학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일보 기자(견습11기)로 활동했다. 문화공보부 해외공보관 해외부장, 주일대사관 공사, 히로시마(廣島)시립대학 명예교수로 활동했다. 오사카 시립대학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히로시마시립대학 국제학부 교수이다. 저서로 『정한론 정변-메이지 6년의 권력투쟁』(도쿄: 사이멀 출판회, 1990년), 『메이지 14년 정변-...
 

출판사 리뷰

― 한국 근현대사의 최대 쟁점인 ‘갑신정변’의 진실을 밝혀낸 역작
이 책에서 갑신정변에 관한 최초의 중대한 역사학적 도전이자 가장 민감한 부분이라 할 지점은 그동안 역사학계에서 김옥균이 손수 쓴 일기로 인정해온『갑신일록』이 사실상 김옥균의 일기가 아니라 일본인에 의해 위작된 일기임을 증명하는 부분이다(본문 제1장~제3장). 요약하면 이러하다.

1. 文士이자 대륙 낭인으로 민비 시해사건에 간접적으로 연루되기도 했던 수나가 하지메(須 永元)가 남긴 수많은 문헌(‘수나가 文庫’라 부른다) 속에는,
『조선 갑신사변 고본』(박영효 석필일기)와『갑신일록 약초』(일본에 전해지는 김옥균 일기, 즉『갑신일록』 사본 7개 가운데 하나) 그리고 메이지 유신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또 김옥균이 세 차례의 방일 때마다 늘 방문하여 도움을 청했던 입헌개진당(立憲改進黨) 경향의 온건파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가 쓴 것으로 전해지는『조선 경성변란 시말』등 3종의 조선 ‘갑신정변의 전말’이 전해지고 있는 바,
이 중『조선 갑신사변 고본』의 첫머리에『조선 갑신일기』가 기록되어 있는데, 이는 위의 후쿠자와의『조선 경성변란 시말』과 줄거리와 내용이 거의 같다.『조선 갑신일기』에는 김옥균의 말을 옮긴 ‘김옥균 석필일기’도 포함되어 있다. 이를 정리하면,
『조선 갑신사변 고본』(박영효 석필일기)과 ‘김옥균 석필일기’가 서로 더해져서, 후에『조선 갑신일기』가 만들어졌고, 이후 후쿠자와 유키치의『조선 경성변란 시말』로 발전하며, 다시 이후『조선 경성변란 시말』과 그 내용이나 문체, 기술 방식이 거의 대동소이한 문제의『갑신일록』이 나오고 이것이 바로 ‘김옥균 일기’로 둔갑하게 된다. 또 이 과정에서 중요한 사건인 이노우에 가코구로 밀서 사건(이토 히로부미와 이노우에 가오루, 후쿠자와 유키치 등이 갑신정변에 깊이 간여하였다는 내용을 담은 괴문서)이 발생하는 데, 이는 당시 일본 정국내의 계파간 알력관계에서 발생한 사건으로,『갑신일록』에서는 이들 3인이 빠지고 당시 주한 변리공사이자 이토와 이노우에의 심복인 다케조에 신이치로가 갑신정변의 모든 것을 간여한 것으로 서술되고 있다.

― 이제 한국 근현대사는 다시 써야 한다. 한국 역사학의 새로운 이정표
2.『갑신일록』이 위작된 김옥균 일기라는 결정적 단서 중의 하나는, ‘日使來衛’라는 고종의 의사 표시가 “일본 공사여 와서 지키라.”라고 일역되어 박영효의 석필일기로 추정되는『조선 갑신사변 고본』에 등장하는데, 이는 다시 김옥균 일기로 변장한『갑신일록』에 한문체로 “日本 公使 來護朕”으로 둔갑, 결국 이를 추적하면 김옥균 일기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나게 된다. 위의 박영효의 석필일기로 알려진『조선 갑신사변 고본』의 일본어투가 후에, 후쿠자와 유키치의『시말』에서는 “日本 公使 來護我”로 번역투로 그대로 나오는 바, 이 중요한 문구가 한문체『갑신일록』에서도 고스란히 전이되고 있는 것이다. 즉, 고종의 최측근이었던 김옥균이 이러한 일본어투를 그대로 쓸 수는 없는 것이다. 이는 한문체『갑신일록』을 마치 김옥균이 직접 쓴 일기로 위작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사실은 이 책에서 국내외 처음으로 지적되는 주요한 입증 사례라 할 수 있다.

3. 그 밖에도 일본은『갑신일록』을 왜 ‘김옥균 일기’로 둔갑시키고 내용을 왜곡했는가라는 원인(이유)을 밝히고 있는 부분도 중요한 부분인 바, 가령 일본 내의 정치적 혼란을 분석하고(이토 히로부미, 이노우에 가오루, 후쿠자와 유키치 등이 바로 왜곡의 주인공들. 다케조에 신이치로 당시 주한 변리공사는 이토와 이노우에의 심복으로『갑신일록』을 왜곡한 하수인), 특히 세계가 제국주의 시대로 각축하던 당시 일본은 아시아의 전통적인 맹주인 중국과의 일전을 벌여 주도권을 장악하려 하였고 특히 1886년의 청일전쟁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청일전쟁을 합리화하고 청일전쟁에 걸맞는 일본의 위상을 부각시키기 위해 기울인 노력 등등 당시의 국제 관계를 수많은 자료에 근거하여 분석하는 대목은 이 책이 지닌 보기 드문 역사학적 의미와 무게를 보여준다.
4. 이 책의 역사학적 가치는 놀라운 수준이고 그 문화사적 의의 또한 매우 크다. 아시아의 학계가 그동안 금과옥조로 받들어온 김옥균의 일기『갑신일록』이 사실 김옥균의 일기가 아니라는 충격적인 논리 전개는, 오히려 역설적으로 갑신정변에 대한 역사적 조명을 전혀 새롭고도 풍부하고 넓은 차원으로 옮겨 놓는다.『갑신일록』을 김옥균의 일기라는 사료의 감옥으로부터 해방을 시켰을 때 비로소 김옥균의 사상과 행동이, 한민족이 처한 주객관적인 조건들이, 정치?경제? 문화 및 세계사와 국가 관계사적으로 새로이 조명받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가령, 청일전쟁, 청불전쟁, 러일전쟁, 인도차이나, 거문도사건, 영국의 아시아 정책, 미국 등의 제국주의 시대의 정치적 역학관계에 대한 뛰어난 분석!)

― 일본인들에 의해 120여 년간 감춰져온 비밀을 찾아낸 역사서
그리고『갑신일록』을 그대로 따르거나 일본 학자의 야마베 키타로의『갑신일록』비판 수준에 머물고 있는 국내 학계 및 일본 학계는 앞서의 고본 갑신일기, 시말, 특히 갑신일록을 통해 마치 김옥균 및 갑신정변의 주도 세력이 일본의 꼭두각시거나 일본에 ‘의뢰’하는 사료만을 취하고 있는 바, 이 모든 입증 과정을 통해, 이러한 기존 학계의 입장이, 사료 취사(取捨) 관행이 잘못되었음을 동시에 입증하고 있다. 다시 말해 갑신정변의 주체적인 시각을『갑신일록』의 허구성을 입증하는 과정에서 되찾아주고 있는 것이다. 이 또한 국내 사학계의 전인미답의 경지를 보여준다. 아울러『갑신일록』을 ‘김옥균 일기’로 해석하여 갑신정변을 그저 부르주아 혁명 단계로 위치지우고 있는 북한 학계의 반성과 더불어 학계의 새로운 논쟁도 기대되는 바이다.
이 책의 제일 큰 장점과 미덕은 바로 이와 같이 한일합방과 민족 굴욕의 45년 그리고 분단으로 이어지는 한국 근대사에서 그 첫 시험대였던 ‘갑신정변’에 대한 포괄적이고도 심도 있는 시각을 보여주는 전인미답의 역사서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5. 이 책의 제4장 이후 갑신정변의 좌절의 배경을 살펴보는 시각은 기존 국내 학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높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거기엔 김옥균 개인만이 아니라 김옥균이 지목한 갑신정변의 핵심 멤버들(30명)의 계급성과 중인 계급의 계급의식만이 아니라, 당시 사대부들의 과두지배 체제로서의 구한말 정체(政體), 정변이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게 만든 당시 조선의 문화적 전통에 대한 고찰 등등 심도 있는 분석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