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폭력연구 (책소개)/2.테러리즘

거룩한 테러

동방박사님 2022. 10. 2.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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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부시와 빈 라덴이 종교의 이름으로 무지막지한 전쟁과 끔찍한 테러를 어떻게 정당화했는지를 보여준다. 저자는 9.11 당시 비행기 납치범들이 소지했던 지령서, 부시와 빈 라덴의 연설, 미국 개신교 지도자들의 논평의 텍스트를 연구하면서, 서로를 적대시하는 두 세력이 얼마나 유사한 방식으로 폭력을 정당화했는지를 분석한다. 그리고 역사적 사례들을 검토하면서 종교와 정치, 종교와 폭력이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 규명하고 있다.

9.11 테러와 이라크 전쟁 이후, 미국의 요구에 파병국이 된 우리에게 미국과 이슬람 세력의 갈등은 남의 일이 아닌 현실이 되어 버렸다. 이 책은 독자들이 9.11 테러의 근본 원인과 종교 세력의 갈등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부록으로 ‘9.11 비행기 납치범들에게 내려진 최후 지령’과 ‘부시의 대국민 연설’ 등의 각종 연설문과 텍스트 자료 전문이 수록되어 있다.

목차

한국어판 서문
책머리에

1. 현대 정치상황 속의 종교 이해
2. 대칭적인 이원론들: 부시와 빈 라덴의 연설
3. 지하드, 탄식, 그리고 내부의 적
4. 종교와 문화의 관계에 대하여
5. 종교적 갈등과 후기식민 국가
6. 종교, 반란, 혁명

부록A 9/11 비행기 납치범들에게 내려진 최후 지령
부록B 조지 W. 부시의 대국민 연설
부록C 오사마 빈 라덴의 비디오테이프 연설
부록D 팻로버트슨과 제리 팔웰의 <700 클럽> 인터뷰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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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 : W. 브루스 링컨 (William Bruce Lincoln )
 
브루스 링컨은 미국 시카고대학교 종교학과 교수로, 북미의 대표적인 종교학자 중 한 사람이다. 그는 20세기 후반 세계 종교학계와 신화학계를 이끌었던 미르체아 엘리아데의 제자이지만, 스승의 거시적이고 낭만적인 학문과는 성격이 전혀 다른 학문을 추구해왔다. 태생적으로 유대인이고, 사상적으로 맑스주의자이자 프로이트주의자인 그는 탄탄한 사회-문화 관련 이론을 토대로 다양한 시대와 지역을 넘나들면서 역사와 현재 속의 종교...

역 : 김윤성

서울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종교학과 동대학원 종교학과에서 「조선후기 천주교 성인공경에 나타난 몸의 영성」이라는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신대 종교문화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저서로 『종교전쟁: 종교에 미래는 있는가』(공저), 『종교 읽기의 자유』(공저) 등이 있으며, 논문으로 「젠더의 렌즈로 신화 읽기」, 「신화와 에로티즘의 유형학」 등이, 역...
 
 

책 속으로

이런 배경 하에서 나는 종교를 , 다양한 구성요소와 복잡한 측면을 갖고 또 잔인한 폭력을 성스러운 의무로 둔갑시키는 능력을 비롯한 무한한 가능성을 갖는, 역동적이고 모호한 실체로 다루고자 했다. 아주 대략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성스럽다고 여겨지지만 그 자체로는 순수하거나 성스럽기는커녕 다른 모든 것과 똑같이 실패한 한계와 모순을 지닐 수밖에 없는 인간적 시도로 종교를 다루고자 했다.
--- p.7 '한국어판 서문' 중에서
미국 대통령이 연설을 (다소 근엄한 연설일 경우는 특히) “신이여 미국을 축복하소서”라는 말로 마치는 것은 오래된 관행이지만, 이것은 별 의미 없는 사소한 언사가 아니다. 오히려 그 말은 근본적인 두 가지 모순을 해소하려는 시도다. 첫 번째 모순은 한편으로 세속 국가와(세속 헌법 아래서 종교적 문제들은 배제된다) 다른 한편으로 종교적 헌신에 중대한 가치를 부여하는 국민, 이 둘 사이의 불가피하고 해소되지 않은 긴장이다. 두 번째는 종교적인 국민 내부에서, 국민을 위한 기독교적 모델과 다원주의적 모델 사이에, 그리고 국민의 종교성에 대한 최소주의적 입장과 최대주의적 입장 사이에 존재하는 더 뿌리 깊고 해결하기 힘든 긴장이다.
--- p.75 '2. 대칭적인 이원론들 : 부시와 빈 라덴의 연설' 중에서

출판사 리뷰

■ 부시와 빈 라덴은 어떻게 종교의 이름으로 폭력을 정당화했나?

9·11 이후 미국에서 이 엄청난 사건을 설명하는 ‘지배적인’ 태도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이를 야만적 이슬람 집단의 적의에 가득 찬 공격 행위라 보며 종교적 측면을 지나치게 과장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를 몇몇 정신이상자가 저지른, ‘참된’ 종교와는 무관한 행위라고 보며 종교적 측면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탄탄한 역사적 이해를 바탕으로 현실에 대해 발언해온 미국의 비판적 지식인 브루스 링컨은 (물론 전자가 더 위험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이 두 관점을 모두 비판한다. 9·11은 명백하게 종교와 연관성을 갖지만, 이때 ‘종교’란 이슬람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폭력성과 맹목성, 전근대성을 이슬람이라는 종교의 일반적 특성으로 해석해서도 안 되지만, 또 한편으로 ‘종교’를 단순히 숭고하고 도덕적인 것, 어떤 사회적 갈등이나 모순과도 무관한 것으로 해석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9·11로 표상되는 현대 세계의 중요한 전지구적 갈등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안에서 ‘종교’가 담당하는 역할들을 충분히 파악해야 하며, 그러려면 한층 예민한 성찰성이 요구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책의 전반부에서 저자는 비행기 납치범들이 소지했던 지령서, 부시와 빈 라덴의 연설, 미국 개신교 지도자들의 9·11에 관한 해석 등 흥미로운 텍스트들을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아프가니스탄 공격이 시작된 직후 방송된 부시의 연설은 모든 이질적인 구성원들을 ‘국민’으로 호명하기 위해 종교적인 외연은 피하면서도, 자신의 주요 지지층인 보수적 기독교 신도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주기 위해 곳곳에서 암호와도 같은 성경의 비유들을 사용한다. 또 이 분석에서는 미국의 개신교 지도자들이 지향하는 사회가 이슬람 최대주의(저자는 ‘근본주의’라는 말이 갖는 이데올로기적 편향성을 지적하고, 그 대신 좀더 가치 중립적인 용어인 ‘최대주의’라는 말을 쓸 것을 제안한다)가 상상하는 사회만큼이나 혹은 그보다 더 종교에 뿌리를 둔 국가라는 것도 분명해진다. 또 모하메드 아타의 지령서와 빈 라덴의 연설에서는 미국을 세계를 불신앙과 세속화의 물결 속으로 몰아넣은 거대한 사탄의 우두머리 국가로 의미화하기 위해 오랜 이슬람 경전 속 역사를 끌어들이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빈 라덴의 연설은 정치적 불만에 종교적 수사를 입혀 더 큰 지지 효과를 이끌어내려는 치밀한 담론적 실천으로 봐야 한다.
이러한 분석을 위해 저자는 책의 후반부에서 ‘현상 유지 종교’, ‘저항 종교’, ‘혁명 종교’, ‘반혁명 종교’ 등의 역사적 사례들을 검토하면서 종교와 정치, 종교와 폭력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규명해낸다. 저자가 보기에 종교는 긍정적 차원뿐만 아니라 잔인한 폭력을 성스러운 의무로 둔갑시키는 부정적 가능성들을 지닌, 역동적이고 모호한 실체다. 종교는, 성스럽다고 여겨지지만 실은 실패와 한계와 모순을 지닐 수밖에 없는 엄연한 인간적 시도라는 것이다.
이 책은, 정치와 종교, 혹은 권력(폭력)과 종교라는 오랜 주제에 대한 엄밀한 학문적 탐구의 결과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지식인의 사회적 책임을 통감하는 한 비판적 학자의 진지한 정치적 실천이기도 하다. 곧 헌법이 아닌 성경에 손을 올리고 대통령 선서를 하는 ‘다원주의’ 국가 미국의 모순과 점차 심화되는 전지구적 갈등의 경향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작업이기도 하다. 또 한국어판 서문에 요약된 브루스 링컨의 ‘종교에 관한 테제’와 부록으로 실은 각종 연설문 및 텍스트 자료 전문은 그 자체로 아주 중요한 자료를 제공한다.

■ 본문 주요 내용

1. 현대 정치 상황 속의 종교 이해
링컨은 칸트 이래 주요한 학자들이 내린 정의들을 비판적으로 살펴보면서, 기존의 종교 정의가 얼마나 서구 중심적이었는지 지적한다. 그는 보편적인 하나의 정의가 존재한다는 믿음을 거부하며 종교를 역사적 산물로, 담론적 투쟁의 결과물로 보는 비판적 태도를 받아들인다. 하지만 모든 종교에 대한 정의가 불가능하다는 해체론적 결론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본질론과 해체론적 극단을 피해 비판적 현실 분석에 시사점을 제공해줄 수 있는 새로운 개념 규정을 시도한다. 그리하여 종교를, 초월성과 권위를 구축하는 담론, 그 담론에 근거하여 세계를 형성해가는 실천, 이 담론과 실천을 통해 개인과 집단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공동체, 그리고 이런 담론·실천·공동체가 만들어낸 전통을 감독하고 규제하며 지켜가는 제도 등 네 가지 차원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으로 바라볼 것은 제안한다.
이런 잠정적 정의에 근거하여 링컨은 9.11 사건의 핵심 인물인 모하메드 아타가 소지했던 ‘지침서’의 내용 및 구조를 면밀히 분석한다. 그는 9·11을 야비한 비밀 공격이라며 진주만 공격과 연결 짓는 미국인들의 인식을 비판하고 공격자들의 의도에 더 관심을 기울인다. 진주만 공격과 달리 9·11 공격자들은 사람들을 죽이고 건물을 파괴함으로써 최후의 일격을 가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적과는 완전히 다르면서도 그보다 우월한 질서를 갖고 있음을 증명하려 했던 것이다. 그것은 ‘진주만’보다는 오히려 ‘히로시마’를 염두에 둔 행위였다. 곧 자신들의 힘을 상징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적이 항복하고 그 문화와 질서를 받아들이도록 하기 위해 기획된 스펙터클한 사건이었다.

2. 대칭적인 이원론들: 부시와 빈 라덴의 연설
이 장에서 링컨은 10월 7일에 부시가 아프가니스탄 공격을 시작하면서 행한 연설과, 부시의 연설이 끝난 몇 직후 알-자지라를 통해 방송되도록 미리 준비해두었던 빈 라덴의 연설을 서로 비교·대조한다. 빈 라덴의 연설은 그를 “터번을 두른 채 눈알을 부라리는 수염 난 광신도” 이미지 속에 가두어두려는 부시의 시도를 남감하게 할 만큼 분명한 논점과 일관된 논리를 보여주었다. 결국 미국에서 이 연설은 전체 방송이 금지되었고, 미국인들을 그에 대한 피상적 오해들을 교정하고 진정한 문제가 무엇인지 이해할 기회마저 빼앗기게 되었다.
링컨은 두 사람이 얼핏 달라 보이지만 사실상 서로 똑같은 마니교적 이원론(선과 악이 대립하는 세계)에 기대고 있음을 보여준다. 빈 라덴은 지지층이 이슬람이라는 기호 속에서 가장 크게 집결될 수 있음을 알고 있기에 자신의 기획에서 정치가 중요한 것이 아님을, 종교가 가장 우선시되고 있음을 과장된 몸짓으로 보여주고자 한다. 반면, 부시는 자신이 미국이라는 다원주의를 표방하는 세속국가의 대표로서 종교와 정치를 혼동하지 않음을 보여주려고 애쓰면서도 자신의 지지층인 개신교 보수주의자들의 종교적 비전에 대한 지지를 암시하고자 한다.
가령 미국의 대통령이 “신이여 미국을 축복하소서”라는 말로 연설을 마치는 것은 오랜 관행이지만, 부시는 그 표현이 단순한 관행으로 읽히지 않도록 더 강력하면서도 신중한 어조로 말한다. “하나님께서 미국을 ‘계속’ 축복하시기를.” 미국 국가 대신 흔히 불리고 있는 <신이여 미국을 축복하소서> 역시 그와 비슷한 시도를 보여준다. 이는 미국의 종교적 지향을 보여주기 위해 활용되는 동시에, 세속주의자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모순을 봉합하기에 적절한 부드러운 언어들로 치장된다. 또 빈 라덴이 자기 연설에서 9·11에 가담한 인물들을 종교적 영웅으로 만들 때와 유사한 효과를 기대하며, 부시는 자기 연설에 “아버지가 군인인 한 4학년 소녀”에게서 받은 편지를 인용한 후 그 소녀를 영웅적 국민상으로 제시한다. “저는 제 아빠가 전쟁에 나가시는 게 싫어요. 하지만 그런 만큼 제 아빠를 기꺼이 대통령 아저씨에게 바치겠어요.”(61쪽)

3. 지하드, 탄식, 그리고 내부의 적
이 장에서는 미국의 유명한 개신교 지도자들이 행한 TV 대담 프로를 분석한다. 바로 미국 복음주의 개신교 진영의 대표 방송국인 CBS 사장 제리 팔웰과 미국 근본주의 개신교의 핵심 교단이며 부시가 속해 있는 교단이기도 한 남침례교의 지도자 팻 로버트슨 목사의 대담 프로이다. 이들의 언어는 때로 격렬한 사회적 논쟁과 비난을 야기할 만큼 극단적이지만, 강력한 정치적 영향력을 자랑하며 건재하게 자신들의 신앙과 비전을 TV로 송출하고 있다. 이들은 9·11 직후 나눈 대담에서 빈 라덴과 이슬람이라는 외부의 적에 대해서 뿐 아니라, 유색인종, 여권운동, 시민자유연합, 동성애자들 등 미국을 세속화하고 교란시키는 내부의 적들에 대한 적개심을 분명히 표명했다.

“연방 법원 체제 때문에 사람들이 하나님을 완전히 떠나고 하나님을 공공장소와 학교에서 쫓아내버렸습니다. 낙태주의자들도 이번 일에 책임을 져야만 할 겁니다. 하나님은 조롱만 당하고 계실 분이 아니시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4천만이나 되는 아무 죄 없는 아이들이 죽도록 내버려두었을 때, 우리는 하나님을 격분시킨 겁니다. 이교도들, 낙태주의자들, 페미니스트들, 게이들과 레즈비언들처럼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려는 사람들이나, ‘미국 시민자유 연맹’과 ‘미국 방식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모임’ 같은 단체들은, 모두 미국을 세속화하려 해온 사람들입니다. 저는 그들의 얼굴에 손가락을 들이대고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들이 이런 일이 생기게 만들었소!’ 라고요.”(86~87쪽)

이러한 ‘내부의 적’에 대한 불만과 그에 대한 책임 전가는 빈 라덴이나 최대주의를 지향하는 이슬람 지도자들이 서구 세계에 협력하는 중동 국가 수장들이나 그러한 가치를 받아들이고자 하는 구성원들을 ‘위선자’라 부르며 주된 적으로 공격하는 것과 유사하다. 이들 개신교 복음주의자들의 종교적 이상 역시 교회와 국민과 국가를 하나로 만들고자 한다는 점에서 알 카에다의 최대주의와 다르지 않다.


4. 종교와 문화의 관계에 대하여
이 장에서 링컨은 미학(즐거운 것)과 윤리학(선한 것)이 문화의 내용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요소라 보고 그것이 한 공동체의 가치관과 판단을 구성하는 과정을 설명한다. 그리고 거의 모든 역사에서 종교가 그러한 가치와 판단을 두고 벌어지는 구성원들 간의 이견과 갈등을 봉합하는 제3의 요소로 나타남을 보여준다. 종교란 특정한 가치와 판단에 계시된 진리, 오랜 전통 따위가 덧씌워져 초월적 위상을 부여받은 것이다.
하지만 종교전쟁은 종교가 때로는 갈등을 해소하는 기능을 넘어 얼마나 사회를 불안하고 위험하게 몰고갈 수 있는지 분명히 보여주었다. 그후 계몽주의는 이러한 종교의 특권적 위상에 도전했고 다른 문화적 영역들에 자율성을 부여했다. 세속적인 민족-국가들 역시 이러한 과정에서 탄생한 역사적 산물이다. 여기서 최소주의 모델과 최대주의 모델을 구분해볼 수 있는데, 계몽주의로 대표되는 최소주의 모델에서 중요한 것은 모든 문화의 영역들이 동등한 듯하면서도 경제가 특권화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여기서 또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선교가 침략의 명분이 되기도 했듯, 최소주의 역시 스스로를 근대성과 진보의 필수 전제로 가치화하면서 그러한 가치를 확산시키려는 팽창주의적 경향을 보였다는 점이다.

5. 종교적 갈등과 후기식민 국가
계몽주의의 기획이 유럽의 세계정복 프로젝트에 복무하면서 전세계로 뻗어나간 후, 그리고 특히 유럽이 자신의 군대를 철수시킨 후에, 식민지에 남은 그 계몽주의적(최소주의적) 유산은 후기식민 사회에서 갈등의 소지를 양산해왔다. 후기식민지 엘리트들은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서양의 모델과 이상을 내면화하고 서구적인 민족-국가를 확립하고자 한다. 하지만 그들이 지배해하고자 하는 민족 구성원들은 대체로 종교적인 가치와 판단을 존중하며 그 이질적인 조합을 ‘강압’으로 느낀다. 외부에서 끼어든 이 민족-국가라는 제도가 시민들에게 약속했던 물질적 복지를 제공했더라면, 아마 열렬히 환영받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많은 지역에서 민족-국가는 주로 국가 엘리트 구성원들의 배를 불리고 그들에게 권력을 쥐어주는 역할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불만이 생기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였고, 역사적으로 그 불만은 이란의 이슬람 공화국,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 북부 나이지리아의 샤리아 법 제정 등 다양한 형태로 표출되었다.
마지막으로 링컨은 민족-국가라는 틀 안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종교 공동체 내의 가장 신실한 전위부대를 자처하는 알 카에다의 세계성에 주목한다. 이들은 이교도인 서구 열강들과 신앙이 부족한 후기식민 엘리트들뿐 아니라, 종교적 최소주의와 세속국가를 조장하는 계몽주의 프로젝트 자체를 적으로 삼는다. 이는 마치 중세 때나 있었을 법한 낡은 발상에 불과해 보일 수도 있지만 거기에는 명백히 포스트모던한 요소도 있다. 다국적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알 카에다는 요원 모집 및 훈련, 자금 조달 등 모든 활동에서 출신 지역, 민족 정체성, 국적 따위를 상관하지 않는다. 사실 이런 기획은 이제 곧 다가올 미래에 국가와 민족 모두를 대체하게 될 제도들을 창출하려는 시도로 볼 수도 있다.

6. 종교, 반란, 혁명
링컨은 종교, 문화, 정치가 복잡하게 뒤엉킨 역사와 현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낭만적인’ 종교 이해와 ‘유물론적’ 종교 이해를 넘어서는 네 가지 유형론을 제안한다. 먼저 중국 전통 사회에서의 유교, 찰스 1세 하에서의 성공회, 식민지 국가들에서 선교를 벌이는 기독교 등으로 나타나는 현상 유지 종교를 들 수 있다. 다음으로 지배 이데올로기를 선전하는 이러한 현상 유지 종교에 반대하며 현상 유지 종교에 의해 이설이라는 딱지가 붙어온 유형의 종교에 저항 종교라는 이름을 붙인다. 중국의 도교와 불교, 인도의 자이나교와 불교, 유대인과 프리메이슨, 아랍국의 시아파, 미국의 흑인교회들, 오순절파 집단들과 신종교들 등이 이에 속한다.
또 저항 종교와 달리 현상 유지 종교에 맞설 뿐 아니라 지배 집단 자체를 반대하고 지배 집단의 통제에 직적접인 행동으로 저항하는 종교로 혁명 종교의 사례들을 살펴본다. 여기에는 영국의 식민 지배에 저항한 키쿠유족의 마우마우 봉기, 황건의 난, 태평천국의 난, 청교도혁명 당시의 청교도파, 프랑스혁명 당시의 자코뱅파 등을 살펴본다. 혁명이 성공하면 기존의 현상 유지 종교는 반혁명 종교로 전락한다. 스페인에서 반혁명운동을 펼친 가톨릭 세력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추천평

“브루스 링컨은 예리하고 엄밀한 눈으로 종교에 대한 기존의 생각들을 비판하고 그것을 새롭게 규정한다. 그리고 이것을 9·11이라는 충격적 사건에서부터 시작해 부시와 빈 라덴이 한 연설의 의미, 역사상 모든 정치적 갈등에서 종교가 담당했던 역할들 등 더 폭넓은 주제와 연결시킨다. 이 거장의 대담한 저작은 우리로 하여금 종교, 정치, 문화에 대한 관습적 인식을 근본적으로 반성하게 만든다.”
듀크대학 브루스 로렌스
“종교적인 현상에 과한 고전적 저작이 될 만하다. 브루스 링컨은 9·11 사건의 흔적을 좇으며 종교의 본성에 관한 근본적인 물음을 제기하고, 역사적으로 종교가 문화의 다른 측면들과 맺었던 다양한 관계들을 살핀다. 전지구적 갈등이 심화되는 세계에서 종교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독보적인 저작이다.”
산타바바라 캘리포니아대학 리처드 헤크트
“보석과도 같은 통찰을 담고 있는 책이다. 브루스 링컨은 종교, 정치, 문화에 관한 폭넓은 지식을 활용하여 9·11과 그것이 남긴 유산을 해석한다. 강력하고 고무적이며 신선한 책..”
웰슬리 컬리지 록산 유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