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문학의 이해 (책소개)/4.한국고전문학

금오신화

동방박사님 2023. 1. 20.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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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우리나라 최초의 소설로 알려진 『금오신화』를 다시 만난다. 조선시대의 뛰어난 문인이자 사상가로 평가받는 김시습의 작품이다. 우리나라의 역사적 사실들을 바탕으로 한,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다섯 편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도 충분히 재미있지만 그 속에 담긴 당시 사회에 대한 비판, 통쾌한 일침이 작품을 더 의미 있게 한다.

각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그들이 경험하는 꿈같은 이야기는 실제 같지 않은 부조리를 느끼게 하지만 이는 현실의 부조리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모습으로, 당시의 현실에 대한 작가의 인식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또, 그런 당시 사회의 모습은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 되어 지금까지도 의미 있는 화두를 던지고 있다. 이 책에는 번역본 외에도 한시 원문이 그대로 수록되어 있고, 작가와 작품에 대한 해설이 함께 담겨있어 『금오신화』의 서정성과 그 의미를 더 깊이 느껴볼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목차

만복사에서 저포놀이를 하다
-만복사저포기

이생이 담 너머를 엿보다
-이생규장전

부벽정에서 취하여 놀다
-취유부벽정기

남염부주에 가다
-남염부주지

용궁 잔치에 초대받다
-용궁부연록

주석
작품 해설
작가 연보
 

저자 소개 

저 : 김시습 (金時習, 열경, 매월당/동봉/벽산)
 
조선 전기의 학자. 본관 강릉. 자는 열경. 호는 매월당, 동봉, 벽산 등을 사용하였다. 선덕(宣德) 10년 을묘(乙卯: 세종 17년, 1435)에 서울 성균관 뒤에서 태어났다. 유년 시절 문자 이해 및 구사에서 특별한 능력을 보여 장안의 화제였다. 태어나서 8개월 만에 글을 알았고, 세 살에 시를 지을 줄 알았다. 다섯 살 적에 세종이 궁궐 안으로 불러들이어 운자(韻字)를 불러 주고 삼각산시(三角山詩)를 짓게 ...

역 : 이지하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였고, 동 대학원에서 고전문학으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논문으로 「옥원재합기연 연작 연구」, 「여성주체적 소설과 모성이데올로기의 파기」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장화홍련전』, 『홍계월전』 등이 있다.
 
 

출판사 리뷰

한국 소설문학의 여명을 알린 기념비적인 작품
『금오신화』는 우리나라 최초의 소설이다. 김시습은 이 소설에서 평면적인 인물과 권선징악의 일변도에서 탈피하여 인간적인 고통에 아파하고, 자신의 가치를 찾기 위해 고뇌하는 인물을 창조해 우리나라 소설 문학의 여명을 알렸다. 『금오신화』에서 작가는 흔히 중국을 무대로 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다른 많은 고전 소설들과는 달리 길에서 만난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자연과 풍속, 민초들에 대한 애정을 담아서 자주적인 역사 인식을 보여준다. 남원, 송도, 평양, 경주 등 조선의 각 곳의 지명과 조선 사람들, 조선의 역사적 사건들이 등장하는데 당시 지식인들의 세계 인식이 중국을 기반으로 하고 있던 것을 생각해볼 때 혁명적인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수양대군의 왕위 찬탈에 분개하며 붓을 꺾고 전국을 떠돌던 김시습은 삼십 대에 금오산에 정착하는데 『금오신화』는 이 시기에 씌었다고 추정된다. 『금오신화』를 쓰고 나서 저자는 “조정의 옥당에서 붓을 놀리는 일에는 이미 무심해져서(玉堂揮翰已無心)”, “한가롭게 인간 세상에서 보지 못하던 책을 지었노라.(閑著人間不見書)”라고 덧붙였다. 오랜 방랑 생활 끝에 세상을 관조하게 되었다는 고백이지만, 『금오신화』에는 직설적인 분노보다 날카롭고 통렬한 비판 의식이 담겨 있어 처연한 심사를 불러일으킨다.

순결한 자기완성을 추구하는 숭고한 인간 정신
『금오신화』에는 현실 세계에서 결핍감을 느끼고 살아가는 인물들이 나온다. 재능은 있지만 자신이 속한 세계에 온전히 뿌리내리지 못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어느 날 우연히 환상 세계에 가서 별계의 인물을 만나게 된다. 「만복사저포기」의 양생은 귀신과 사랑에 빠지고, 「이생규장전」의 이생은 천상배필인 아내가 죽어서도 남은 인연을 다하기 위해 이승으로 돌아온다. 「취유부벽정기」의 홍생은 선녀와 시를 지으며 밤을 지새우고, 「남염부주지」의 박생은 염라대왕을 만나 정치 토론을 하며, 「용궁부연록」의 한생은 용왕에게 글을 지어 주고 잔치를 즐긴다. 이 비일상적인 경험은 한때의 해프닝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현실과 비현실, 삶과 죽음, 운명과 의지, 이승과 저승을 오간 이들은 존재의 근원적인 비극과 현실의 무게감을 직시하고 그것에 감내할 용기를 낸다.

이들은 영웅이 아니다. 세상에서 조금 비껴 서 있는 범부일 뿐이다. 남들에게 인정받길 갈구하고, 사랑에 눈이 멀기도 한다. 하지만 세상에 빠르게 영합하거나, 투정하기보다 비뚤어진 세상일지라도 똑바로 살기 위해 부단히 애쓴다. 삶의 본원적인 가치를 감지하면서 갈등 없이 그 세계로 나아가는 순결한 존재다. 작가는 혼란스러운 시대의 지식인에게 요구되는 무거운 질문들을 꿈의 형식을 빌려 에두르면서 자신의 상상의 세계를 펼친다. 세상을 설득하지는 못해도 자기 자신만은 설득해야 하는 삶에 대한 순결한 태도가 현실 세계에서도 초월적 경지를 가능하게 한다는 역설은 오늘날의 우리들에게도 시간을 뛰어 넘어 깊은 울림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