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한일관계사 연구 (전공분야>책소개)/8.일제강제동원

책임과 변명의 인질극 (2018) - 사할린한인 문제를 둘러싼 한·러·일 3국의 외교협상

동방박사님 2024. 8. 11.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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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한·러·일 3국의 폭주하는 욕망,
국가와 민족, 그리고 냉전의 논리로 자행된 희대의 집단인질극,
동원, 억류, 기민으로 얼룩진 동상이몽의 실체를 파헤치다!


일제강점기에 사할린으로 강제 동원되었다가 백발이 되어서야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한인문제를 다룬 연구서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출간되었다. 그동안 이에 관한 번역서, 르포르타주, 구술자료집, 소설 등은 간간히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러·일 3국에서 새로 발굴한 공문서 자료를 기초로 한 실증적인 연구는 좀처럼 접하기 어려웠다는 점에서 참으로 반가운 글이다. 특히 이 책은 본격적인 연구서를 표방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 독자들이 읽기에 부담 없는 문체로 조곤조곤 이야기를 풀어갈 뿐만 아니라, 책을 읽는 내내 ‘사람’과 ‘그들의 삶’을 향한 필자들의 한결같은 시선을 느낄 수가 있다.
이 책의 미덕 가운데 하나는 기밀 해제된 구 소련 정부의 내부자료를 통해 소련이 굳이 한인들을 붙잡아 두려고 한 이유를 집요하게 추적한 점이다. 특히 흥미로운 대목은 지금까지 아무런 비판도 없이 ‘정설’로 받아들여진 ‘노동력 부족설’ 내지 ‘점령지의 생산력 유지설’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이 책은 1946년 말 〈미소 간의 민간인 송환협정〉이 체결됨에 따라 무려 ‘30만 명’이나 되는 일본인들을 그 후 몇 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송환한 상태에서,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까지 감수해가며 ‘2만 5천 명’ 남짓한 한인들을 애써 붙잡아두려고 한 이유로서 이러한 가설들은 ‘필요충분조건’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즉 ‘노동력 부족’을 메우거나 점령지의 생산력을 유지하고자 했다면, 강제로 끌려가 탄광이나 군수시설 등지에서 단순노동에 종사한 한인을 억류할 것이 아니라, 설령 ‘인권문제’가 제기되어도 어떻게든 미소 간의 민간인 송환협정을 거부함으로써 수적으로 10배가 넘는 일본인, 그것도 ‘고급기술과 각종 산업정보를 독점’하고 있던 일본인 하이테크 인력을 어떻게든 붙잡아 두고자 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은 이렇듯 지극히 상식적인 물음을 기초로 기밀자료들을 하나씩 검토해 나간다. 만일 이러한 실험적 연구가 계속 축적된다면 사할린한인 문제의 실체적 진실을 밝혀냄으로써 국가와 민족이라는 거대담론 속에 사장된 ‘인간의 문제’라는 보다 본질적 측면이 더욱 풍부하게 드러나게 될 것이다.

목차

추천의 글
프롤로그

제1장 사할린한인 문제의 역사적 배경과 주요 쟁점들(이연식)
전후 일본사회에서 사할린이라는 시공간의 콘텍스트
2차세계대전의 종결과 전후 인구이동의 특징
미소 점령지구의 판이한 전후 귀환환경
소련 점령지구 거류민 송환을 위한 초기 교섭과정
종전 후 사할린 지역의 귀환환경
식민지 시기 사할린한인의 동원피해 실태
박노학의 일본 입국과 사할린재판
일본의 교묘한 ‘면책담론’
지난한 외교적 교섭과 영주귀국의 실현

제2장 소련: 점령지의 전후 복구와 한인의 송환 문제(방일권)
소련 측 자료의 검토조차 없이 되풀이된 무수한 억측들
잘못 끼운 첫 단추: 1946년 미소 간의 송환 협정
멀어진 귀향의 꿈
계획과 다른 일본인의 송환
노동력 부족 문제를 둘러싼 견해차: 사할린 민정국과 극동군
모스크바 중앙정부의 입장
목숨을 건 탈출과 고발
한인을 둘러싼 모스크바와 연합국총사령부·주한미군정의 고민
사할린한인의 북송계획
민정국의 송환지연 공작
고민의 해결사, 한국전쟁
송환지연 조치가 정주화 정책으로

제3장 한국: 한국의 외교적 책임과 시대적 한계(오일환)
사할린한인의 귀환을 둘러싼 책임 공방
사할린한인 귀환문제의 주요 쟁점과 한국정부의 입장
한국정부는 사할린한인의 귀국을 바라지 않았는가?
국제적십자위원회의 방한과 한국정부의 대응
한국이 일본 측에 제시한 요구사항은 무엇이었는가?
1960년대 한국정부의 대응
1968년 한국정부의 기본방침: 일본의 비용부담과 일본 정착
한일각료회의 공동성명
1970년대: 일소교섭의 진전과 귀환희망자의 정착지 문제
북한의 개입과 한일 교섭의 난항
한국 정착문제에 직면한 한국정부의 고민
소련·북한·국제적십자위원회에 대한 인식
한국정부 외교적 교섭전략의 문제점

제4장 일본: 사할린한인의 귀환문제를 마주해온 방식들(이연식)
영주귀국으로 끝나지 않은 전후책임
사할린한인 문제에 대한 전후 일본정부의 기본 인식틀(1945~1965)
선택과 배제의 논리: 혈통·치안·본토 우선주의
박노학의 일본 입국과 귀환촉진운동의 확산
초기 일본의 외교교섭 기조 및 방침: 일본 정주와 비용 부담의 거부 (1966~1975)
다나카 가쿠에이 수상의 모호한 책임문제 발언
일본 시민운동세력과 야당 의원의 역공
미야자와 외무상과 이나바 법무상의 ‘도의적 책임’ 표명
속절없는 소련의 외교교섭 거부(1976~1983)
대소교섭 정체기 일본정부 대응방식의 특징
의원간담회의 결성과정이 시사하는 교훈
사할린한인 문제에 대한 전후 일본정부 대응의 문제점
 

저자 소개

2014년 ‘사람 중심의 연구’를 표방하며 역사, 국제관계학, 교육사회학, 문화·예술 등을 전공한 연구자들이 함께 만든 글로벌 융복합 연구공동체로서 인간의 미래를 위한 지식생산에 매진하고 있다. 주요 연구성과로는 「사할린주역사기록보존소(GIASO) 소장 한인 관련 기록물 수집 및 분석」(2014~2015), 「일본 소재 한국전쟁 관련 기록물 수집 및 번역」(2015), 「1945년 종전 후 아시아태평양 지역 ...

저 : 이연식 (YI YEONSIK)

서울시립대학교 및 대학원을 졸업(한일관계사, 동아시아 인구이동)했고 문부성 초청 국비유학으로 국립도쿄가쿠게이대학교(?立東京?芸大?) 일본연구과를 나와 서울시립대학교, 고려대 행정대학원, 서울시인재개발원 등으로 출강했다. 교육부 한일역사공동위원회 제3분과(근현대사) 한국 측 간사를 역임했으며 국무총리실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원회 연구위원, 서울특별시사편찬위원회 전임연구원으로 활동했다. 현재 일본소피아대학교(...

저 : 방일권 (Bang ILKWON)

방일권은 한국외국어대학교 중앙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디지털인문한국학연구소 토대연구단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와 러시아 학술원 역사연구소에서 제정러시아사를 공부하였으며 2005년부터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사할린 지역에 대한 조사와 연구를 시작하였다. 러시아사와 고려인의 역사, 사할린 한인 관련 기록 조사 등에 참여하던 중 사할린에서 다양한 다국적 코리언을 만났다. 2016년부터...

책 속으로

(2005년도 사할린 1세 영주귀국 희망자 조사) 면담 항목 가운데는 “귀하의 국적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이 있었다. … 그 질문의 행간에는 ‘그 놈의 국적’으로 인해 이 동포들이 굳이 겪지 않아도 되었을 온갖 말 못할 애환과 고초에 대한 너그러운 이해나 존중, 그리고 자신의 뜻과 무관하게 마뜩찮은 선택의 기로에 내몰렸던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연민이나 배려 등은 조금도 담겨있지 않았다. … 이유를 막론하고 반세기가 넘도록 곁을 비웠던 비정한 ‘국가’가 염치도 없이 그들에게 ‘국적’을 물었던 것이다. … 증빙 자료로 제출한 일제 시기의 화태기류장, 소련 시절의 무국적자 거주증명서, 그리고 구 소련 붕괴 후 새로 발급 받은 러시아 국적취득증명서는 각기 그 나름대로 그들이 품어온 삶의 고민과 굴곡들을 오롯이 담아내고 있었다. 이 대한민국에서 이들에게 ‘기회주의자’라며 자신 있게 돌을 던질 수 있는 자는 과연 몇이나 될까. - 프롤로그, ‘조국의 섣부른 물음, 귀하의 국적은 어디신지요’ 중에서

종전 초기 소련 중앙정부는 유럽과 사할린 등 새로운 점령지에서 ‘적성 민족의 제거’를 통한 ‘지배 안정의 추구’라는 대원칙 아래 민간인의 본국 송환을 추진했다. 이러한 배경 하에 일본 국적자들이 본토로 돌아간 것이다. … 하지만 특이하게도 사할린한인에 대해서는 일단 송환을 보류했다. 소련 정부 안에서도 주로 군부는 사할린한인을 ‘북한’으로 송환하려고 했으나, 사할린 현지의 민정국은 이들을 최대한 늦게까지 붙잡아두고자 했다. … 이처럼 다양한 논리 위에서 전개된 ‘송환파’와 ‘송환지연파’ 양 측의 기싸움은 1950년 한국전쟁 발발을 계기로 논의 자체가 무기한 보류되었다. … 한국전쟁이 끝나자 한인들은 북한 국적자와 소련 국적자, 그리고 무국적자로 나뉘었고, 그로 인해 송환교섭은 더욱 더 복잡하게 꼬일 수밖에 없었다. - 제2장, ‘소련: 점령지의 전후복구와 한인의 송환문제’ 중에서

1980년대 초까지도 한국정부는 사할린한인을 ‘국내’가 아니라 ‘일본’에 정착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 한국정부는 이들을 ‘가급적’, ‘반드시’, ‘상당 기간’ 일본에 정착케 하고, 모든 비용은 일본정부가 부담하도록 한다는 원칙을 수립해 이를 일본정부 측에 일관되게 요구했다. 우리 외무차관은 1차적인 책임이 일본 측에 있으므로 이들 모두를 일단 일본으로 귀환·정착토록 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고, 주일대사관에는 ‘한국’으로 귀환하는 형식을 피하고 ‘일본’으로 귀환시키라고 지시했다. 자료의 흐름을 살펴볼 때 한국정부가 일본정부를 상대로 사할린한인에 대한 ‘일괄 보상’을 전제 조건으로 내건 이유는, 한국으로의 귀환을 사실상 ‘지연’시키거나 ‘무산’시키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었다.

--- 제3장, ‘한국 : 한국의 외교적 책임과 시대적 한계’ 중에서

출판사 리뷰

사할린한인의 삶과 진실이 동북아시아 근현대사의 허를 찌르다
이 책은 종전 직후부터 한국전쟁 전후 시기까지 소련 중앙정부와 사할린 지방당국 사이에 오간 내부 기밀문서를 분석한 뒤 소련 중앙정부와 군부는 ‘처음부터 한인을 억류’할 생각은 없었다고 주장한다. 기존의 가설을 뒤엎는 사뭇 다른 해석이다. 이와 동시에 필자는 ‘결과적으로’ 한인의 억류가 고착화된 요인들에 주목하고자 했다. 즉 소련 중앙정부·군부·사할린 지방 민정국의 견해 차이, 일본인의 송환과 러시아인의 사할린 이주 상황, 북한의 개입과 한인의 한반도 송환 논의, 한국전쟁의 발발 등의 대내외적 요인이 향후 ‘한인의 억류’를 기정사실화 하는 과정에 미친 영향을 세밀히 짚어내고 있다. 또한 “일본은 한인을 강제로 데려갔고, 소련은 그들의 고향 길을 막았다”는 명제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 뒤 이 문제의 책임을 모두 남에게만 돌릴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즉 “그렇다면 모국은 과연 반세기가 넘도록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하였는가?” 라는 다소 뼈아픈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 외교부 자료실에서 잠자고 있던 기밀문서를 열자마자 적잖이 ‘당혹스런’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식민지배와 전쟁, 그리고 냉전은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밖에도 이 책은 짧은 지면에도 불구하고 전후 일본정부가 사할린한인 문제를 마주해온 방식과 그것이 지닌 근본적인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내고 있다. 또한 사할린한인의 억류문제가 발생한 원인과 배경을 자기만족적인 ‘내셔널리즘’에서 탈피해 종전 후 지구 곳곳에서 벌어진 전후 인구이동의 맥락과 연계해 근거리와 원거리에서 동시에 조망함으로써 이 문제를 둘러싼 세계사적 외연과의 접점을 구체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각기 다른 계기로 사할린과 연을 맺게 된 3명의 저자가 약 10여 년 동안 열정 하나만으로 한국, 일본, 러시아를 오가며 어렵게 수집한 귀중한 사진자료와 아카이브 원사료들을 풍성하게 소개하고 있다. 일반 독자들은 물론이고 연구자들도 접하기 어려웠던 참신한 자료, 그리고 이 문제를 마주하는 다른 차원의 문제의식과 시선만으로도 이 책의 미덕은 충분할 듯하다. 우리는 지난 10년 동안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는 정권의 온갖 행태 속에서 ‘국가와 민족’의 이름으로 자행된 개인과 일상의 파괴를 도처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경험하였다. 이 책은 약 70여 년 전 극동의 외딴 섬 사할린과 그곳에 억류된 한인들을 소재로 삼고 있지만, 실상은 지금도 우리를 끊임없이 옥죄고 있는 ‘더 큰 이야기’를 화두로 던지고 있는 듯하다. 즉 근대 국민국가의 ‘욕망’이 개개인의 삶을 어디까지 파괴할 수 있는지, 국가는 어떠한 ‘변명’으로도 지울 수 없는 그 무거운 ‘책임’을 얼마나 비열한 방식으로 포장하며 회피하고 외면해 왔는지, 그리고 정작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은 가해 주체를 상대로 제대로 한 번 따져보지도 못한 채 그 상처를 고스란히 끌어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 문제의 불편한 민낯을 여지없이 드러내고자 한 것이다. 연구자는 물론이고 이러한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독자들이라면 기꺼이 일독을 권하고 싶다.

추천평

책장을 넘기는 내내 돌아가신 아버님의 모습이 어른거렸다. 사할린 한인의 귀환을 위해 평생을 바쳐 한국과 일본, 그리고 소련을 상대로 피땀을 흘리신 우리 아버님께서도 살아생전에 이런 책이 나오기를 바라셨으리라.
- 박창규 (고 박노학 ‘사할린귀환한국인회’ 회장의 유족)
사할린 한인들이 평생을 품어온 슬픔과 분노, 그리고 투쟁은 과연 무엇을 향한 것이었을까? 우리는 이제 새로 발굴한 자료를 통해 관계국들의 대응과 그 이면의 논리를 파헤친 이 실증적인 연구성과로부터 그 해답의 실마리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 도노무라 마사루 (外村大, 동경대 교수)
러시아와 일본, 그리고 한국 측 공문서에 기초한 사할린한인 문제에 대한 협업적 연구가 마땅히 지향해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지금까지 접한 글 가운데 가장 ‘냉철한 저작’으로 평가할 만하다. 한·러·일 모두의 관심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
- 미하일 브이소코프 (М.Высоков, 全러기록학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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