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사회학 연구 (책소개)/2.여성젠더

젠더를 바꾼다는 것 (2024) - 트랜스젠더 모델 먼로 버그도프의 목소리

동방박사님 2024. 6. 25. 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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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타임지로부터 “차세대 리더, 선구적인 모델이자 활동가”라는 찬사를 받은 흑인 여성 트랜스젠더 모델 먼로 버그도프의 자전적 에세이. ‘트랜지션’에 대한 사회의 편견과 오해를 깨트리고, 트랜지션을 극적인 변화가 아닌 자기 자신의 삶을 되찾아가는 성장의 과정으로 바라볼 수 있게끔 만든다. 영원히 변하지 않는 사람은 없고, 누구나 크고 작은 성장을 통해 변화하듯이 저자는 트랜지션 또한 그런 변화 중 하나임을 설파한다. 이 트랜지션을 자연스러운 변화로 받아들이고 이해한다면, 우리는 혐오와 차별을 해체하고, 인생이라는 이름의 나를 찾아 떠나는 긴 모험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목차

들어가며 11
사춘기 19
섹스 59
젠더 93
사랑 145
인종 179
목적 221
 

저자 소개

저 : 먼로 버그도프 (Munroe Bergdorf)
영국의 모델이자 활동가, 작가, 방송인이다. 영국판 ?보그?객원 편집자로 임명되었고, 그 외에 ?가디언?, ?이브닝 스탠더드?, ?그라치아?, ?i-D?, ?엘르?, ?틴보그?, ?페이퍼? 등의 지면에 글을 기고했다. 2018년 코스모폴리탄 어워드에서 ‘올해의 체인지메이커’로 선정되었다. 트랜스젠더 권리를 널리 알린 공로를 인정받아 2019년 브라이튼대학에서 명예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유엔여성기구 영국 지부의 ...
 
역 : 송섬별
다른 사람을 더 잘 이해하고 싶어서 읽고 쓰고 번역한다. 여성, 성소수자, 노인, 청소년이 등장하는 책을 좋아한다. 옮긴 책으로는 『서평의 언어』, 『벼랑 위의 집』, 『그녀가 말했다』, 『불태워라』, 『사라지지 않는 여름』, 『당신 엄마 맞아?』 등이 있다.

책 속으로

내게 트랜지션이라는 결정은 삶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잡는 것이었다. 우리는 우리가 트랜스라는 사실을 알아차리자마자 별안간 딴사람으로 변해버리는 게 아니다. 내면의 나와 일치하는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내기 시작하자마자 딴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남들이 처음 우리를 인식하던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우리를 바라보게 된다는 것만으로 변하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나의 트랜지션을 둘러싼 생각들을 숙고하다 보니, 트랜지션은 인간의 경험에 깊이 각인된 것임을 알게 됐다. 트랜지션, 곧 전환은 오로지 트랜스젠더만 겪는 것이 아니다. 트랜지션은 보편적이다. 우리 모두가 하는 일이다.
--- p.12~13

자신을 어떻게 정체화하더라도,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사람도, 영영 똑같은 모습으로 머무르는 사람도 없다. 우리 모두 트랜지션한다. 트랜지션은 우리를 분리하는 대신 하나로 묶는다. 여기서 말하는 트랜지션이 어린이가 청소년이 되는 변화건, 우리의 섹슈얼리티, 젠더, 우리가 사랑과 맺는 관계, 인종 정체성, 개인적 목적에서 일어나는 변화건, 우리 삶의 모든 측면은 전환을 겪는다. 만약 우리가 이 전환적 사고를 삶에 적용할 수 있다면 자기 안에 있는 내적 장벽은 물론 서로를 가르는 외적 장벽 역시도 무너뜨리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 차원에서도, 세계적 의식을 구축하기 위해서도 이는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다.
--- p.13~14

비자발적 정체성이란 우리의 삶이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에 대한 타인의 추측, 즉 부모, 가족, 공동체의 기대로 이루어지는 정체성이다.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아이가 어떤 방식으로건 소수자가 되리라고 추측하는 경우는 절대 없다는 것이리라. 곧 아이를 낳을 부모가 각양각색의 손님을 초대해놓고 아이가 태어날 때 지정받을 성별을 밝히는 성별 공개 파티를 열기도 한다. 성별 공개 파티는 결국 아기의 생식기에 바탕을 두고 한 사람의 비자발적 정체성, 추측된 젠더, 그리고 그것이 지닌 의미와 이에 수반될 일들에 관한 사람들의 인식을 축하하는 자리 아닐까? 이런 부모들이 아이가 시스젠더 이성애자가 아닐 수도 있다고 추측하는 경우는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내 비자발적 정체성에는 자신의 아이가 이성애자 아들이라 믿고 품었던 아버지의 기대가 포함된다. 그 아들과 자신의 열정, 그리고 삶에 대한 전반적인 전망을 공유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말이다.
--- p.25~26

이성애 규범적 서사를 우선하는 세계에서 기쁨, 로맨스, 그리고 행복은 오로지 이성애자들에게만 허락되곤 한다. 이성애자가 아닌 사람들이 하는 것은 성행위에 불과하다. 이성애 사회는 전반적으로 사물의 물성 너머를 생각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성적인 파트너를 찾기 시작하기 전 성장기에 나는 단 한 명의 동성애자도 알지 못했는데, 이보다 더 최악이었던 건 퀴어도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없었다는 점이다.
--- p.61

트랜지션 하기 전 나는 나를 게이로 정체화했는데, 그 시절에는 이 몸, 이 사회 속에 이성애자나 동성애자가 아닌 다른 무엇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다. 나는 속수무책으로 남성에게 끌렸으며 사회는 이런 감정이 잘못된 것이라 했다. 나는 내가 남성일 것이라 추측했고, 태어날 때의 지정 성별이 남성이었으니 내가 게이일 것이라 추측했다. 모두들 남성이라 지칭하는 몸 속에 살면서, 남성의 몸에 성적으로 끌리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젠더 트랜지션 과정에서 내 몸이 점차 제자리를 찾으면서 섹스와 섹슈얼리티를 바라보는 관점 역시 자리를 찾아갔다.
--- p.65

커밍아웃이라는 행위, 또는 LGBTQIA+의 커밍아웃을 기대하는 행위가 실제로 어떤 의미인지 비판적으로 생각해보자. 궁극적으로 커밍아웃은 자신이 이성애자/시스젠더가 아니라는 사실을 밝히는 행위다. 즉 자신이 같은 성별의 사람이나 다양한 성별의 사람들에게 성적으로 끌린다는 사실, 트랜스젠더인 경우 태어날 때 지정된 성별로 자신을 정체화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히는 행위다. 그러나 커밍아웃을 둘러싼 대화가 여기서 끝나는 일은 드물다. 이 대화는 커밍아웃을 하는 사람이 성생활, 성적 욕망, 연애 상태에 관해 이야기해야 한다는, 이성애자에게는 하지 않는 기대로 이어진다. 섹스와 연애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 자체는 문제없지만, LGBTQIA+가 이성애자의 경우 요구받지 않는 성적 정체성의 세부 사항을 밝히라는 기대를 받게 되는 것은 문제다. LGBTQIA+의 커밍아웃을 기대하는 사회는 퀴어의 감정을 ‘타자화할’ 뿐 아니라, 이들이 준비되고 안전해지고 지지받기 전에, 때로는 자신조차 확신하기 전에 감정을 밝히라고 압박을 가한다. Z세대 중 자신을 오로지 이성애자로만 정체화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66퍼센트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퀴어는 점점 사회의 변칙적 존재라는 이전 세대들의 관념으로부터 벗어나고 있다.
--- p.79~80

종종 “그러면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처음 깨달은 건 언제예요?”라는 질문을 받곤 한다. 하지만 유레카의 순간, 즉각 알아차릴 수 있는 자각의 순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사춘기가 되자 내 몸이 내게 맞지 않는다고 느꼈고, 내가 살면서 행한 모든 변화가 맹목적으로, 또 유기적으로 일어났다. 자신이 트랜스젠더라 사실을 깨닫는 결정적 순간을 겪은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보통은 아주 오랫동안 하나씩 떠오른 단서들이 전부 합쳐져서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 식이다. 나는 그저 내게 가깝고 내가 자유로울 수 있는 방향을 향해 중력처럼 이끌렸을 뿐이다.
--- p.95

길거리 성희롱을 당할 때면 나는 이 사람들이 내가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알까 궁금하다. 만약 그 사실을 모른다면 밝혀졌을 때 굉장히 화를 내게 될 테니까. 그리고 트랜스 여성, 특히 많은 흑인 트랜스 여성들이 이런 식으로 살해당하는 결말을 맞는다. 외모가 점점 더 ‘여성적’이 되어가자 나조차도 성적 대상화와 인정을 혼동하기 시작했다. 성적 대상화는 내가 욕망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내가 마음에 든다는 의미였다. 그것은 내가 받고자 하는 인정의 부스러기에 불과했지만 그럼에도 여태까지 내게 주어진 것보다는 많았다. 페티시로 대상화되는 것이 마치 순수한 애정인 양 느껴졌다. 심지어 예전만큼 고통받지 않고도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게 된 지금까지도, 길거리에서 성희롱을 당할 때마다 나는 얼어붙어 버린다. 그리고 생각한다. 이 남자는 내가 트랜스라는 사실을 알면 태도가 달라질까? 자신이 트랜스 여성에게 매력을 느꼈다는 사실을 알고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니면 내가 트랜스라는 사실을 알고, 그 사실 때문에 나를 대상화하는 걸까?
--- p.139~140

아무도 여러분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면, 여러분 스스로 그 이야기들을 찾아나서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어딘가 존재하는 그 이야기를 찾는다면 여러분의 고립감이 훨씬 줄어들 거라 약속할 수 있다. 여러분이 처음부터 쭉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었음을, 애초부터 외부인이 아니었음을 깨달으면 더는 도망치지 않아도 된다. 우리의 인종주의 경험은 보편적인 것이기에, 때로 좀 더 부지런해지고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드러낼 수 있다. 지식은 우리가 고립에서 빠져나와 공동체로 전환할 수 있게 해준다. 지식은 왜 어떤 일이 이런 식으로 일어나는지에 대한 맥락을 파악하고 진정한 변화를 불러오게 해준다.
--- p.218

내 삶의 운전석에 앉은 사람이 바로 나라는 걸, 운전대는 내 눈앞에 있으며, 양손으로 운전대를 움켜쥐고 무언가에 대한 반응이 아닌 나만의 의도를 품은 채로 원하는 곳으로 가는 데는 어느 누구의 허락도 필요없다는 걸 깨닫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다.
--- p.246

나는 나 자신과 더욱더 깊이 연결되어 지금의 나 자신이 누구인지, 내가 우리의 담론을 어떻게 앞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는지 알고 싶다. 내게는 충만하게 살고 싶은 의지가, 나 같은 여성이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온 세상에 보여주고 싶은 의욕이 넘친다. 내가 가진 행동주의란 결국 내가 누구인지 깨닫고 내가 이루고 싶은 것들의 경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분명한 게 있다면, 그건 모든 건 변한다는 것이다. 영영 변치 않는 사람은 없다. 어떤 방식으로건, 우리는 모두 트랜지션한다.
--- p.247

출판사 리뷰

“자신을 어떻게 정체화하더라도,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사람도,
영영 똑같은 모습으로 머무르는 사람도 없다.
우리 모두 트랜지션한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트랜스젠더 모델이자 운동가, 먼로 버그도프
사회적 차별과 억압에 맞서 싸우며
진정한 ‘나’로 살기 위한 변화를 담은 대담한 여정

2017년 글로벌 화장품 기업 로레알은 흑인 트랜스젠더 모델인 먼로 버그도프를 자신의 SNS에서 백인의 인종 차별과 폭력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해고했다. 9000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한국 언론에서도 이 뉴스를 보도하며 SNS상에서는 로레알의 부당한 조치에 반발하는 불매 운동의 해시태그가 확산되고 있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그렇게 먼로 버그도프는 한국에 ‘로레알로부터 해고당한 트랜스젠더 모델’로 알려졌다. 그로부터 3년 후인 2020년, 다시 한국 언론에는 이런 기사가 보도된다. ‘로레알로부터 해고당한 트랜스젠더 모델 3년 만에 복직’.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며 투쟁해온 그녀는 명예를 회복한 것이다. 그 3년 동안 그녀는 유엔여성기구 영국지부의 체인지메이커로 임명되었고, 영국판 〈코스모폴리탄〉의 표지를 장식한 최초의 트랜스젠더 모델이자 〈타임〉지의 표지를 장식하며 다음 세대를 이끌 리더로 선정되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성공한 트랜스젠더 모델이자 운동가 먼로 버그도프가 처음부터 비범하며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녀 또한 많은 성소수자들이 호소하듯이 롤 모델이 부재한 어린 시절을 통과하며, 가족과의 갈등과 또래들로부터의 괴롭힘 받으며 위태롭고 아슬아슬한 청소년기를 지냈다. 트랜지션을 결심하고, 트랜스젠더 여성이 되면서부터 그녀의 삶은 마침내 궤도에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젠더를 바꾼다는 것』에는 먼로 버그도프가 살아온 여정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사춘기 시절 겪은 혼란과 혼자라는 고독감, 대학생이 되어 성적으로 자유로웠지만 여전히 스스로를 사랑할 수 없어 느끼던 불안과 우울감, 트랜지션을 결심하면서 느낀 의료 체계와 사법 체계에 느낀 분노, 트랜지션 이후 트랜스젠더 여성으로 살면서 이전보다 몇 배로 돌아오는 억압과 차별까지. 그러나 이 책에는 오직 고통과 괴로움만으로 가득 차 있지 않다. 그녀는 슬프고 괴로울지언정 진정한 자신을 찾아 계속 변화해나갔으며, 결국엔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 삶에 대한 유일무이한 진리를 찾았다는 뜻이 아니다. 그녀는 불안정하고 혼란스러운 삶을 인정하면서 그 과정에서 언제든 더 행복한 쪽으로 변화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이 책은 당신이 갖고 있는 질문에 대해 한 사람이 자신의 인생을 걸고 들려주는 대답이다. ‘젠더를 바꾼다는 것’은 무엇인지, 그런 삶은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에 대해 먼로 버그도프는 이렇게 말한다. “트랜지션은 내가 감히 상상할 수 있었던, 유일하면서도 가장 용감한 자기 사랑의 행위였다.”

한 사람이 자기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기까지 걸린
37년의 시간

『젠더를 바꾼다는 것』은 흑인 소년이라는 사회적으로 지정된 정체성으로부터 벗어나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정체성을 만들기까지의 과정을, 그녀의 평생을 담고 있는 회고록이다. 어린 시절 또래 아이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언제나 외롭고 고독했던 그녀는 가족에게까지 진정한 이해를 받지 못하는 고통스러운 청소년기를 보낸다. 그녀는 소년일 때부터 다른 소년을 사랑했기에 자신을 ‘게이’로 정체화했지만, 자라나면서 뚜렷한 성인 남성의 신체적 특징을 갖는 자신의 몸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성인이 되어 도시의 대학에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그녀는 마침내 진정한 자유를 찾았다고 생각했다. 밤새도록 자유롭게 클럽을 다니며 줄곧 억압되었던 자신의 성향을 마음껏 표출했지만, 마음속 깊은 곳의 공허는 채워지지 않고 있었다.

그녀는 남성으로서 같은 성별인 남성을 사랑하는 게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차차 깨달았고, 자신을 ‘게이’가 아닌 ‘트랜스젠더’로 정체화했다. 스물세 살에 호르몬 요법을 시작했고 스물네 살에 성별 확정 수술을 받으며 ‘여성’으로서 살기 시작한 먼로 버그도프는 진정한 자기 자신에는 더 가까워졌지만, 그녀를 둘러싼 사회적 차별과 편견 그리고 억압은 더욱 강력하게 그녀를 옭아맸다.

그녀는 여성으로서 겪는 차별과 트랜스젠더로서 겪는 차별의 이중고에 시달렸고, 폭력적이고 유독한 연애를 반복하며 고통받았다. 그런 그녀에게 진정으로 사랑받는 것을 알려준 사람은 다름 아닌 같은 트랜스젠더 여성이었다. 먼로 버그도프는 트랜스젠더가 된 후 자신이 오직 남성만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님을 깨달으며 스스로 ‘범성애자’였음을 자각한다.

『젠더를 바꾼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사랑하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하기를 멈추지 않았던 한 사람의 평생이 녹아들어 있는 기록이다. 바닥으로 추락한 순간까지 남김없이 솔직하게 써 내려간 이 기록은 우리가 ‘일반적’이라 여기며 시스젠더로 스스로를 정체화하고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삶과는 다른 층위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 사회의 고정 관념과 성 역할, 인종적 편견의 렌즈 때문에 생긴 착시에 불과하다. 그녀는 그저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삶을 쟁취해내기 위해 사회와 싸우는 우리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사람이다. 그리고 같은 싸움을 벌이고 있는 누군가에게는 먼로 버그도프의 삶이, 그녀가 겪은 고통과 고립감이 마치 자신의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양쪽 모두를 위한 책이다.

추천평

누구나 그러하듯 트랜스젠더의 삶은 다채롭다. 모든 트랜스젠더는 각자의 삶의 여정에서 들려줄 고유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젠더 트랜지션은 트랜스젠더에게 있어 하나의 중요한 사건이지만 그 과정은 한순간에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며, 당사자의 삶이 전환 이전과 이후로 분리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왜, 언제부터 자신을 남성/여성으로 생각하는지를 묻는 사회를 향해 먼로 버그도프는 반대로 질문한다. 우리는 한 개인의 진솔한 삶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지, 그리고 우리 각자는 스스로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젠더, 섹슈얼리티, 사랑, 인종 등 정체성과 관계를 둘러싼 구조적 억압 속에서 자신을 찾아나가고 변화를 위해 행동해온 먼로 버그도프의 이야기는,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퀴어들에게는 위로와 자긍심을, 퀴어의 삶을 더욱 이해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이정표를 건네준다.
- 박한희 (변호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게이에서 드래그, 트랜스젠더로. 동성애, 이성애에서 범성애로. 이 책에서 먼로는 모호함 속에서 유영한다. 먼로에게 트랜지션이란 비자발적 정체성을 끊어내고 진화하는 자기 발견의 여정이다. 또한 그녀의 트랜지션은 성별 정체성이나 성적지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책장이 넘어가며 그녀는 술과 마약, 불안과 우울에 둘러싸인 어두운 방 안의 은둔자에서 대기업을 정면 비판하며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활동가로 변화한다. 이 책은 트랜지션이 우리 모두에게 일어나는 보편적인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꼭 성별 정체성이 아니라도 지금 당신 또한 삶의 모호함에 압도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무한한 변화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 모호함을 품고 세상 그리고 나 자신과의 진실한 교감을 멈추지 말자. 우리에게는 끊임없는 자기발견, 트랜지션이 필요하다. 변하지 않는 유일한 것은 ‘변한다’는 사실뿐이기에.
- 김결희 (성형외과 전문의, 강동성심병원 LGBTQ+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