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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도 이코노믹 스타일 (2024) - 기후가 걱정되는 이들을 위한 경제책

동방박사님 2024. 7. 20.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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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기후가 걱정되는가? 경제를 바꿔야 파국 막는다

모두 말한다. 텀블러를 들고 다니고 쓰레기를 분리수거하는 것만으로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겠냐고. 그러면 달리 뭘 더 해야 할까? 속 시원한 답을 찾기 어렵다. 화려한 물질문명을 누린 대가가 기후위기라면, 기후를 진정시킬 해법 역시 물질적 풍요를 누리게 해준 현대 경제에서 찾아야 한다. 기후변화를 일으킨 원인의 중심에 무한히 성장하며 막대한 자원을 추출하고 탄소를 배출해 온 경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상 고열(지구 가열)로 불안정해지는 지구와 그와 맞물려 혈압 상승(사회 불안)으로 치닫게 될 사회를 안정시키려면 최우선으로 인간의 경제를 바꿔야 한다. 그래야 탄소중립도 가능하다.

마지막 기회의 창을 여는 1.5도 경제 해법과 라이프스타일 제안

지구에서 안전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온도 상승 한계선인 1.5도를 넘기지 않아야 한다. 이 한계선은 인간의 힘으로 돌이킬 수 없는 티핑포인트를 넘어 자연의 연쇄반응이 일어나는 출발선이기도 하다. 한계선을 넘으면 경제활동에 의해 탄소가 추가로 배출되지 않아도 지구는 도미노 현상처럼 온도 상승을 증폭하게 된다. 자연은 인내하지 않고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을 것이다.

1.5도 상승으로 이미 넘어가고 있다는 다급한 경고가 부쩍 늘고 있는 지금, 이 한계선을 지킬 수 있는 가능성이 우리에게 남아 있을까? 하지만 아직은 의심하고 주저할 때가 아니다. 마지막 기회의 창이 완전히 닫히기 전에 당장 무엇을 할지 토론하고 실천함으로써 시급히 경제구조를 바꾸고, 도시를 바꾸고, 개인의 삶도 바꿔야 한다. 바로 그것이 이 책을 쓴 목적이다. 이 책은 1.5도 경제 스타일의 기초를 생태경제학의 관점에서 소개한다. 그리고 각 경제 주체들의 역할과 특히 기후시민으로서 1.5도 라이프스타일을 실천할 방안을 국가 정책과의 관계 아래에서 명쾌하게 풀어내며 마지막 기회의 창으로 향하는 길을 안내한다. 따라서 이 책은 기후시민을 위한 1.5도 라이프스타일 실천 가이드이기도 하다.

『기후를 위한 경제학』의 저자가 시민의 눈높이에서 들려주는 해법

이 책은 생태경제학의 불모지 한국에서 지구 생태계와 경제를 하나로 엮고 기후위기 해법을 공적 정책과 분배개혁으로 연결시킨 『기후를 위한 경제학』의 저자 김병권이 썼다. 『기후를 위한 경제학』은 사실상 국내 연구자가 집필한 첫 생태경제학 입문서이다. 그래서 2023년 출간하자마자 각계각층에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그에 힘입어 ‘일곡 유인호 학술상’, 서점인들이 뽑은 ‘올해의 경제경영서’, 전국 도서관 사서들이 뽑은 ‘사서 베스트 21선’, 국립중앙도서관 ‘8월 사서추천도서’, 환경정의의 ‘올해의 환경책’, 정부 출판진흥사업인 ‘세종도서’에 잇달아 선정되었다. 그리고 2023년 서울국제도서전 주제도서로 전시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저자는 2023년 한 해 동안 100회가 넘는 강의와 교육 프로그램에 초청되어 기후위기와 생태경제학 해법에 대해 시민, 정부 조직, 학계, 정당 등과 함께 고민을 나눴다. 그 추세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을 뿐 아니라 저자도 연구자로 함께한 ‘1.5도 라이프스타일 시민 실천 프로그램’을 녹색전환연구소와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 책 『1.5도 이코노믹 스타일』은 이러한 열띤 관심과 교감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이 책은 학술적 접근에서 완전히 벗어나 시민의 눈높이에서 이해를 돕고 다양한 삶의 현장에서 기후를 위한 전환의 해법과 실천 방안을 제안한다.

목차

머리말 기후가 걱정되는가? 경제에 답이 있다
들어가는 말 하나뿐인 지구에서 전환을 외치다

1부 뿔난 지구가 던지는 레드카드

1장 무한히 팽창하는 경제가 몰고 온 기후 비상사태


1. 북극곰만 위험에 빠진 것이 아니다
2. 1.5°C 이상 올리지 말아야 할 지구 체온
3. 인공지능조차 무력해지는 ‘미지의 세계’
4. 기후위기는 자본이 화석연료를 폭식한 결과
5. 기후 대응에 실패하고 있는 진짜 이유
6. 지구를 파괴하는 것보다 구하는 게 저렴하다

2장 경제사에 드리운 기후위기의 어두운 그림자

1. 왜 하필 1만 년 전에 농업이 시작되었을까?
2. 유럽 근대문명 개화의 숨은 그림
3. ‘꿀벌 우화’와 과소비 시대
4. 영국 산업혁명의 진짜 원인
5. 생태 재앙을 대가로 얻은 20세기 경제번영

3장 첨단기술이 우리를 구원할 수 있을까?

1. 에너지와 물질 사용이 폭발하다
2. ‘카우보이 경제’를 넘어 ‘우주인 경제’로
3. 지구를 탈출하려는 억만장자들의 판타지
4. 화성이라는 대안은 실제로 얼마나 가능할까?
5. 인공지능이 기후위기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나?

2부 1.5도 이코노믹 스타일을 향해

4장 기후와 경제를 모두 살리는 경제 스타일


1. 미래 경제는 무엇보다 ‘탈탄소 경제’다
2. 국가 경제력이 국민 행복을 결정하지 않는다
3. 더 커지는 대신에 더 좋아지는 ‘탈성장 경제’
4. 성장을 버리고 생태와 손잡은 ‘복지사회’
5. 복지와 생태가 있는 ‘도넛 도시’
6. 한국 경제는 탈탄소-탈성장 경로에서 얼마나 멀까?

5장 기후경제를 향한 기후시민의 발걸음

1. 막차를 놓치지 않으려면 전력 질주하라
2. ‘탄소세’는 버릴 수 없는 카드다
3. 일론 머스크 말고 완강을 아나요?
4. 공동체의 숨겨진 잠재력
5. 기후시민은 ‘1.5도 라이프스타일’로 간다
6. 라이프스타일 전환 실천에서 얻은 교훈
7. 시스템과 라이프스타일, 전부 바꿔라

6장 기후시민을 위한 생태경제학 강의

1. 시장은 지구를 구할 수 없다
2. 우리는 모두 태양의 아이들이다
3. 경제는 물리 세계에서 벗어날 수 없다
4. 가격표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알 수 없다
5. 경제에도 순환계와 소화계가 있다
6. 기술혁신만으로는 기후를 구할 수 없다
7. 자연은 언제나 경제보다 복잡하다
8. 공정한 분배는 자연도 요구한다

맺음말 ‘이기적 경제’를 넘어 ‘생태적 경제’를 향해
감사의 말
추천하는 책
 

저자 소개 

저 : 김병권
기후와 디지털경제 연구자이자 『기후를 위한 경제학』의 저자. 2019~2022년까지 정의당 부설 정의정책연구소장을 맡으면서 정의당의 기후정책과 디지털경제 정책 설계를 책임졌다. 연세대학교 화학과에 입학했지만, 졸업 후에는 소프트웨어 기획과 개발 등 디지털 분야에서 10여 년 일했다. 이후 (사)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부원장으로 사회경제정책을 연구했고, 서울시 혁신센터장과 협치자문관으로 혁신과 협치 현장에도 참여했다....

책 속으로

“모든 것이 변해야 합니다. 지금은 저항할 때입니다!” 2003년생인 스웨덴 청소년 그레타 툰베리의 외침이다. 툰베리는 232년 만에 가장 더운 폭염이 있었던 2018년 여름, ‘기후를 위한 학교파업’이라는 피켓을 들고 매주 금요일에 학교를 결석한 채 국회의사당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툰베리의 활동은 순식간에 전 세계 청소년과 청년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 2015년 겨울에 195개국이 기후위기를 막겠다며 했던 파리협약의 약속이 문서로만 남아 힘을 잃고 있을 때 이들을 깨운 것은 툰베리와 청소년들이었다.
--- p.13

만약 지금처럼 인공지능 붐이 계속되면, 앞으로 기후의 최대 빌런은 인공지능이 될지 모른다. 인공지능 투자에 매달리느라 마이크로소프트는 애초에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한참 벗어나 오히려 2023년 온실가스 배출이 늘었다. 인공지능이 해결책이 아니라 점점 더 문제 그 자체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 더 이상 챗GPT에게 기후위기를 어떻게 해결할지 묻지 말자. 온실가스만 더 발생하고 마니까.
--- p.29

여기서 우리가 주의할 점이 있다. 특정 지역이나 특정 시간대의 기온 변화가 아니라 지구 전체의 1년 또는 다년간의 ‘평균기온’ 변화를 봐야 한다는 점이다. 이해를 돕자면 지구의 평균기온을 우리 몸의 체온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 몸은 항상 36.5°C라는 체온을 변함없이 유지해야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다. 체온이 단 1°C 오르며 열이 나기 시작해도 건강에 이상 신호가 왔다고 느낀다. 만약 1.5°C가 넘게 올라 38°C 이상이 되면 어린아이는 곧 응급실로 데려갈 것이고 어른도 병원이나 약국을 찾아갈 것이다.
--- pp.37-38

우리는 지금 지구의 평균온도를 올리며 체온 이상을 일으키고 있을 뿐 아니라 불평등을 방치하면서 혈압도 정상 수치를 한참 벗어난 사회에 살고 있다. 그 결과 소득 상위계층은 과도한 온실가스를 배출하면서도 더 행복한 삶을 살지 못하며, 서민들은 온실가스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반면 물질적 결핍에 시달리면서 기후재난에도 취약한 삶을 살고 있다. 여기서 기후정의 문제가 등장한다. 기후정의는 기후위기 해결과 불평등 해결을 한꺼번에 하려는 기획이다. 지구의 체온과 사회의 혈압을 모두 정상치로 되돌리려는 기획이다.
--- pp.61-62

이런 차원에서 본다면 1960년대의 컴퓨터 활용을 3차 산업혁명, 최근의 인공지능 활용을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부르지만, 근본적인 에너지전환이 없는 이들 시점을 진정으로 산업혁명으로 부를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에너지의 관점에서 볼 때 진정한 세 번째 혁명,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고작 이제 막 시작되려 하는지도 모른다.
--- p.99

우리는 그동안 엄청난 문명을 이루면서 단지 우리들만의 세상을 바꾼 것이 아니다. 우리를 포함한 생물권 전체가 살아가는 지구 생태계 전체를 바꾼 것이다. 아니 우리들만의 세상은 결코 바꾸지 못하면서 기후와 자연을 바꿔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또는 우리들 사회를 바꾸는 것을 미룬 대가로 지구 시스템이 바뀌게 만들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수많은 기후활동가들이나 환경활동가들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제 기후와 지구 시스템을 더는 바꾸지 말자고. 대신에 우리 사회를 바꾸자고.
--- pp.104-105

이 인공 캡슐에서 살아남기 실험이 말해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이미 보유한 자원의 한계 안에서 살아야 하는 우주인 경제를 과감히 뛰어넘어, 첨단 우주기술의 도움으로 지구 밖의 행성으로 탈출하려는 억만장자들의 희망은 현실 가능성이 있을까? 영화에서 연출된 ‘화성에서 살아남기’는 실제 현실에서도 통할 수 있을까? 인공 캡슐 실험은 이런 기대가 허망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생생한 증거다. 미국의 저명한 기후운동가 빌 맥키번의 다음과 같은 지적은 지구의 대안을 찾아 우주로 가려는 억만장자들의 희망이 얼마나 헛된 판타지에 불과한지를 생생히 표현해주고 있다.
--- p.132

화석연료로 큰 돈벌이하는 기업들부터 관련 전문가들까지 나서서 탈탄소 경제를 비현실적이라고 공격한다. 한국처럼 재생에너지가 아니라 핵발전이 대안이라고 강변하는 이들도 많다. 그런데 세계적으로 가장 공신력 있는 기관인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까지 한 세대 안에 현재의 화석경제에서 재생에너지 기반 경제로 신속한 전환이 가능하다고 매우 낙관적인 견해를 펴면서 10가지 근거를 일목요연하게 제시한다.
--- pp.147-148

셋째로,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는 것은 과학적 지식, 정치적 행동, 그리고 사회적 변화가 모두 결합되어 작동할 때 비로소 현실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그는 “1.5도 라이프스타일로 바꾸는 것은 생태적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우리 이웃들도 그렇게 하기 때문에” 따라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기후 친화적 사회 규범을 만드는 것이 중요함을 역설한다.
이 대목에서 개인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와 사회의 시스템 변화가 서로 상호작용해야만 진정한 변화가 시작될 것임을 알 수 있다. 개인이나 가정의 행동과 사회 시스템의 변화가 결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p.246

문제는 오후에 가족들이 한꺼번에 요리를 하고, 컴퓨터 게임을 하고, 진공청소기를 돌리기 시작했을 때 발생했다. 전력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9개 그룹이 전속력으로 페달을 밟는 동안 한 그룹이 1분만 쉬는 비상 모드에 돌입했다. 일부 지원자는 다리에 경련이 일어나서 비명을 지르며 고통을 호소했다. 이런 사실을 모르던 콜린스 가족은 자전거로 공급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했고 결국 전기 공급이 끊겼다. 실험 후에 결과를 알게 된 콜린스 가족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에너지에 대한 관점이 완전히 바뀌었고 이후 일상생활에서 에너지 낭비를 극적으로 줄이게 되었다고 한다.
--- pp.263-264

이런 식으로 나와 너, 우리를 생각한다면 개인의 물질적 소비에 탐닉하는 것 대신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는 데 더 관용적인 태도를 갖고, 다른 생물종들과 공존을 위해 경제 규모 팽창에 한계를 두려는 움직임에 이전보다 훨씬 더 진지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만큼만 충분히’ 생산하고 소비하는 경제를 훨씬 포용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될 것이다.
--- pp.297-298

출판사 리뷰

경제사의 교훈, 무한성장 경제가 몰고 온 기후 비상사태

기후가 안전한 경계선을 넘어 위기로 치닫고 있다. 전 세계 195개국이 2015년 파리협약을 맺고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 제한 목표를 1.5°C로 하자고 약속한 후, ‘1.5°C 안전 경계선’은 인류가 안전한 미래를 살아갈 수 있는 경계선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023년 1년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이미 1.4~1.5°C까지 올라가면서 안전 경계선에 바짝 접근했다. 그 결과 인류가 농사를 짓기 시작하며 문명을 일군 지난 1만 년 동안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계, 과거의 어떤 역사적 경험도 참고가 되지 못하는 ‘미지의 영역’에 들어가게 되었다.

현대 자본주의는 국민경제에 더 많은 경제성장을 안겨주었고 거대한 물질적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했다. 하지만 이를 위해 막대한 에너지를 끌어와야만 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땅속에 있었고, 인류의 조상들이 간헐적으로 사용해왔던 화석연료를 자본주의 등장과 함께 대량으로 폭식하기 시작한 이유다. 하지만 화석연료에 의지해서 풍요로운 현대문명을 이룬 대가는 너무도 컸다. 고밀도 에너지가 압축된 화석연료를 태워서 열에너지나 운동에너지를 얻는 과정에서 대량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했고 이것이 대기 중에 쌓여서 지구를 가열하고 기후위기를 초래한 것이다.

기후위기를 막으려면 지금까지 발견된 화석연료의 84퍼센트를 더 이상 채굴해서 사용하지 말고 땅속에 그대로 두어야 한다. 화석연료를 계속 쓰면서 기후위기를 잠재울 온갖 플랜B를 고민하고 있지만 여전히 유일한 해답은 화석연료를 버리는 것이다. 특히 화석연료에 의존해온 현대 자본주의 무한 성장경제, ‘화석경제’에서 벗어나야 한다. 탈탄소 에너지 전환이 아무리 어려워도, 기후를 위해 경제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얼마나 큰 도전이라 해도, 기후와 지구 생태계를 위해 가야 할 길이다.

이 책은 경제사의 주요 마디들을 한 개의 장(2장)을 할애해 돌이켜 본다. 인간이 행해왔던 경제활동이 사실 처음부터 지구가 제공하는 자연환경과 깊게 연결되어 있을 뿐 아니라 지금의 위기를 향해 이어져오고 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농경사회의 시작, 대항해시대와 산업혁명, 그리고 1950년대 거대한 가속의 시대를 살펴보면 자연과 경제가 맺고 있는 상호 의존성을 잘 알게 된다. 또한 자연의 제약을 무시하고 생태 파괴적인 경제활동을 지속한 결과가 다시 경제와 사회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역사의 교훈을 얻게 된다.

화성 이주,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도 우리를 구할 수 없는 이유

20세기 중반 이후 경제 규모, 인구, 도시화, 에너지와 물질 처리량 등 모든 차원에서 급격한 팽창을 이룬 ‘거대한 가속’이 시작되었다. 그리하여 여전히 변함없는 지구 생태계에 비해 인간 경제 규모가 감당키 어려울 정도로 커진 결과 ‘카우보이 경제’ 시대는 전 지구적으로 막을 내린다. 카우보이들이 활동했던 대평원처럼 아직도 발견을 기다리는 드넓고 자유로운 미지의 땅이 더는 남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대신에 지구는 하나의 우주선처럼 추출할 끝없는 외부 자원은 없고 폐기물을 수용할 무한한 외부 저장고도 없다. 이제 외부에서 지속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태양에너지밖에 없는 상황이므로 에너지는 오직 태양이 공급해주는 만큼만 사용해야 하며, 물질은 외부에서 공급받을 수 없으므로 순환할 수 있는 수준에서 이용을 제한해야 한다. 바로 ‘우주인 경제’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그래도 첨단 우주공학 기술을 이용해 지구를 벗어나 우주의 자원을 채굴하거나 아예 화성 등으로 이주해서 살면 되지 않을까? 하지만 이미 보유한 자원의 한계 안에서 살아야 하는 우주인 경제를 뛰어넘어 첨단 우주기술의 도움을 받아 지구 밖 행성으로 탈출하려는 억만장자들의 희망은 현실 가능성이 없다. 이 불가능성은 1991년에 실행되었던 ‘바이오스피어2’라는 인공생태계 실험을 통해서 이미 30여 넌 전에 확인되었다. 따라서 인류는 지구 밖에서 살 곳을 찾지 말고, 지구를 온전히 보존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현명하다.

일부에서는 인공지능이 기후위기 해결에 결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기도 한다. 하지만 이 역시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것이다. 2016년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국에서 보듯이 이세돌은 밥 한 끼 20와트 정도의 에너지를 소모한 반면 알파고는 5만 배인 100만 와트의 전기를 썼던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인공지능은 많은 데이터를 처리할 데이터센터와 각종 장비가 필요한데 여기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된다. 현실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이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 계획은 인공지능에 투자한 탓에 반대로 배출이 크게 늘고 있는 실정이다. 인공지능은 오히려 ‘기후의 최대 빌런’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듯 다양한 첨단기술에 거는 기대의 한계에 대해서 3장에서 살펴보고 있다.

기후와 경제를 모두 살리는 1.5도 경제 스타일

미래에는 화석연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얻는 탈탄소 경제로 나아갈 것이다. 탈탄소 경제를 향한 발걸음은 이미 시작되었다. 태양광을 중심으로 한 재생에너지는 2022년 기준으로 신규 발전량의 83퍼센트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1.5도 상승 한계선 안에 머무르기 위해 2023년 국제사회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3배, 에너지 효율화 2배’라는 목표를 제시했고 한국을 포함해서 118개국이 동의했다.

하지만 탈탄소 경제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재생에너지 생산에 소요되는 자원은 물론 전기자동차, 스마트폰 등 일상의 재화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자원, 비행기나 선박 등 운송에 필요한 연료 등은 점점 더 커지는 경제에서는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구 생태계가 감당할 정도의 물질 처리량만을 투입하여 작동하는 탈성장 경제로도 나아가야 한다. 탈성장은 닥쳐올 재앙을 피하자는 것이지, 재앙을 자초하자는 것은 아니다. 탈성장이 아니라 무한성장의 경제가 위기를 몰고 오기 때문이다. 성장에 의존하는 경제가 경제성장에 실패하여 발생하는 혼란과 사회적 불안정, 즉 경기침체와 달리 탈성장은 경제를 안정시키고, 사회와 생태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의도적 전략이다. 세계의 과잉 개발된 경제 국가들은 이미 자원과 인구의 한계, 블록화되는 세계 등 성장이 불가능한 시대로 접어들었다.

복지도 이제는 경제성장이 아니라 생태전환과 손잡고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 미래의 복지 역시 지구 생태계의 재생 능력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경제성장과 무관하게 시민들에게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복지정책과 기후위기를 완화하는 생태정책을 동시에 추진함으로써, 시민의 삶을 사회적으로 정의롭고 생태적으로 안전한 공간에 머물도록 하는 현실의 경제 모델도 있다. 바로 생태경제학자 케이트 레이워스가 창안한 ‘도넛 경제’다. 도넛 경제는 이미 암스테르담을 필두로 세계 곳곳에서 추진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노원과 보령에서 모색의 움직임이 움트고 있다.

기후시민을 위한 1.5도 라이프스타일 실천 가이드

기후 대응을 위해 탈탄소 경제와 탈성장 경제를 향해 나가려면 주요 주체인 시장의 기업, 국가, 공동체, 그리고 시민들은 각각 무엇을 해야 할까? 미래로 향하는 길에서는 시장의 활동, 산업정책을 통한 국가의 산업전환, 거시경제의 방향전환을 통한 경제 시스템의 변화, 물질적 소비에 복지를 의존하지 않는 삶의 전환 등을 입체적으로 모두 고려해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5장에서 하나씩 살펴보고 있다.

특히 5장에서는 최종 소비의 관점에서 배출의 2/3 이상을 차지하는 가정의 소비에 주목하고, 이를 시민 실천과 연계하는 ‘1.5도 라이프스타일 실천’을 큰 비중으로 안내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시민 실천 과정에서 직면하는 장애들이 어떻게 기업과 정부의 무책임과 연결되는지 시민들이 직접 체감하며 찾아보는 데 목적이 있다. 이는 텀블러와 분리수거의 실천 담론을 넘어 최종적으로는 시민들이 자신도 모르게 20세기 탄소문명에 젖어 있음을 스스로 자각하고 생태문명을 향한 열망을 만들어내자는 전략이기도 하다.

1.5도 라이프스타일 시민 실천은 일본의 지구환경전략연구기관(IGES), 핀란드의 알토대학, 환경컨설팅 등을 수행하는 기업인 디매트(D-mat)가 2019년 공동으로 작업하여 출간한 관련 보고서(“1.5 Degree Lifestyle”)와 2021년 독일의 ‘핫오어쿨(Hot or Cool)’ 같은 연구소들이 가세하여 제안한 캠페인에 기원을 두고 있다. 이 실천은 직접적인 시스템 변화뿐 아니라 동시에 소비 패턴과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추구함으로써 둘의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연간 2.5톤의 탄소배출로 살아가는 1.5도 라이프스타일 실천을 하고 그 결과를 『1.5도 라이프스타일로 살아가기(Living the 1.5 Degree Lifestyle)』로 정리한 캐나다 건축가 로이드 알터의 경험에 기초하고 있다. 이 실천은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관심이 커지고 있고 실천 프로그램으로 시도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기후위기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시민 개개인의 책임으로 돌려서는 안 될 뿐 아니라 시스템과 라이프스타일 모두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저자는 강조한다. 또한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 책임이 부유층에 있고 서민 대부분은 오히려 복지의 사회적 기초 위로 올라오기 위해 ‘공정한 소비의 공간’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기후 불평등의 문제도 놓치지 않고 짚는다.

이처럼 기후시민의 실천을 위해 당장 필요한 내용들을 생생히 담고 있기에 『탄소 사회의 종말』의 저자인 성공회대 조효제 교수는 “생태경제학의 통찰과 시민행동의 다이내믹을 결합한 자상하고 매력적인 이 책은 모든 기후시민의 필독서”가 되어야 한다고 추천했고, 녹색전환연구소의 이유진 소장은 “생태경제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소개서이자 지침서가 될 것이고, 저자의 전작 『기후를 위한 경제학』을 읽은 독자들에게도 놓쳐서는 안 될 새롭고 실천적인 내용을 전하고 있다”고 추천했다.

추천평

인류가 처한 심각한 위기 상황을 걱정하면서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러한 고민을 풀기 위해 그간 많은 책들이 나왔다. 하지만 이론적이고 학술적인 도서나 아니면 착한 실천을 다룬 실용적 기후 책 사이에서 길을 잃기 다반사다.
《1.5도 이코노믹 스타일》은 이러한 공백 지점을 날카롭게 파고든다. 지적으로 탄탄한 바탕 위에서 논리적으로 일관된, 혁명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실행 방안을 제시한다. 더욱이 ‘1.5도 라이프스타일 시민 실천’을 다룬 내용은 오랜 가뭄 끝의 단비와 같은 독서 경험을 선사한다. 생태경제학의 통찰과 시민행동의 다이내믹을 결합한 자상하고 매력적인 이 책은 모든 기후시민의 필독서가 되어 마땅하다.
- 조효제 (성공회대 교수.『탄소 사회의 종말』,『침묵의 범죄 에코사이드』저자)
1.5도 온도 상승 한계선을 지키기 위해 생태경제학을 어떻게 현실 경제에 접목할지 방향을 제시한다. 국가 정책부터 기업과 공동체의 실천, 개인의 삶까지 1.5도 경제에 대한 이해는 물론이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방향을 담고 있다. 지금까지의 파괴적인 ‘카우보이 경제’를 성찰하게 하고 생태적이면서도 복지를 받쳐주는 새로운 경제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불러일으킨다.
쉽지만 묵직하게 다가오는 이 책은 생태 경제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소개서이자 지침서가 될 것이고, 저자의 전작 《기후를 위한 경제학》을 읽은 독자들에게도 놓쳐서는 안 될 새롭고 실천적인 내용을 전하고 있다.
-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