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문학의 이해 (책소개)/5.역사대하소설

이산 정조대왕 세트 (2008)

동방박사님 2024. 5. 30.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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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산 정조대왕 5권』, 드디어 완간

이 책은 『이산 정조대왕』이 5권으로 완간되면서 구성된 세트이다. 총 5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산 정조대왕』은 MBC 창사 500년 MBC 창사 46주년 특별 기획 드라마 <이산>의 원작소설이다. 조선 왕조사에서 가장 파란만장하고 굴곡진 삶을 살았던 제22대 임금 정조대왕의 일대기를 다루었다. 드라마의 재미를 살리면서도 소설적 흥미 또한 놓치지 않기 위해 대본에 충실한 작업과 아울러 소설적 상상력을 한껏 발휘한 팩션 작품이다. 평생을 암살 위협 속에 살아야 했던 비운 속에서도 많은 치적을 남긴 정조대왕. 그리고 천민 출신 의빈 성씨와의 동화 같은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다.

소설은 11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 나이의 산(정조대왕)이 아버지 사도세자가 갇혀 있는 뒤주를 찾아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할아버지 영조가 금한 행동을 세손이 어기고 만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를 향한 지극한 효심이 남달랐던 이산에게 어명은 부당하고 부당할 뿐이라고 느껴졌다. 하지만 이 때문에 오히려 사도세자가 죽음을 맞게 되고, 그러한 아비의 죽음이 자식을 살리는 이 비극적인 아이러니가 이산 앞에 놓인 운명을 암시한다.

파란만장한 정조대왕의 일생을 놓고 보자면, 아버지 사도세자의 죽음은 단지 서막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아버지 사도세자와 마찬가지로 할아버지 영조로부터 끊임없이 성군의 자질을 시험받는가 하면, 외척의 모략과 암살 위협 속에서 우여곡절 끝에 임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그가 겪어야 할 고통은 끝이 없다. 그러한 가운데서도 왕조를 파국으로 몰아 간 파당정치를 해소하고, 경제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루어 냈는가 하면, 부국강병으로 앞날을 도모한 성군 중의 성군. 그거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 정조대왕이다.

평생을 암살 위협 속에 살아야 했던 비운 속에서도 이처럼 많은 치적을 남긴 것은 어쩌면 성송연(의빈 성씨)이라는 운명의 여인에게서 기인한 것인지도 모른다. 아버지를 잃은 열한 살 나이에 찾아온 운명적 사랑, 삶의 주춧돌이 된 여인을 통해 이산은 성군이 되었을 것이라는 설정이 소설 『이산 정조대왕』과 드라마 <이산>의 가장 큰 배경이 된다.

목차

<1권>
운명의 뒤주 / 깊은 밤의 만남 / 무덕이라는 아이 / 화각함 / 궁궐 밖으로 / 내 이름은 산이다 / 전하지 못한 그림 / 환궁 / 세자 아닌 세자 / 세손궁의 무기고 / 천보총 /
사라진 자객

<2권>
화완옹주 / 도화서 / 주검이 남긴 단서 / 폭풍 전야 / 재회, 그 가슴 시린 순간 / 정후겸 / 백색 안료 호분 / 한밤중의 난투극 / 몰아치는 검은 바람 / 무사 조직 박초 / 의궤의 진실 / 역풍

<3권>
홍국영 / 강목 사건 / 두 여인 / 숙적 / 능행에 드리워진 그림자 / 파란 / 돌아온 채제공 / 가슴에 새긴 이름, 남사초 / 전황의 문제 / 구리를 찾아서 / 왜선과 뱃길지도 / 예상치 못한 복병 / 돈 없는 돈 거래

<4권>
어둠 속의 움직임 / 한낮의 비명소리 / 상처 / 다시 시작되는 음모 / 어진이 불러온 시련 / 단단한 벽 / 함정 / 궐 안의 세손, 궐 밖의 세손 / 밝혀지는 비밀 / 사도세자의 그림 / 가장 무서운 적 / 과인은 사도세자의 아들이다

<5권>
자객의 최후 / 반란 / 발악 / 변절자 / 위임신僞姙娠 사건 / 위험한 복수 / 연이은 흉사 / 끝나지 않은 음모 / 화성의 꿈 / 정조, 큰 별이 지다

작가 후기 / 참고 문헌

저자 소개 

저 : 류은경 (Yoo Eun-Gyeong)
1971년 충남 출생,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졸업했다. 1998년 작가세계 신인소설상 데뷔, 2002년 국민카드 사이버문학상 수상, 200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등단, 2006년‘2006 젊은 소설’선정, 2007년 장편소설 『이산 정조대왕』, 2009년 장편소설 『선덕여왕』(MBC프로덕션 刊) 등을 집필했다.

원저 : 김이영

방송작가이다.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성균관대 역사교육과를 졸업했다. 2001년 SBS 단막극으로 데뷔했으며, 주요 작품으로 드라마 '우리 집', '내 사랑 팥쥐', '백만장자와 결혼하기', 등이 있다. 작가가 집필한『이산 정조대왕』의 시나리오는 드라마의 인기와 더불어 소설화되어 대중의 관심을 모았다.

책 속으로

“아바마마, 어찌 이리 야위셨습니까? 아바마마의 손이 어찌 이리 되셨습니까?”
“……괜찮으냐? 너는…… 무사하더냐?”
“예……. 예, 아바마마.”
“그래 됐다. 그럼 됐어. 가거라. 넌 여기 있으면 안 돼. 위험하니…… 어서 돌아가라…….”
애타는 장헌세자의 목소리가 뒤주에서 새어나왔다. 들릴 듯 말 듯 힘이 없는 목소리가 장헌세자의 고통을 대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산의 눈물이 제 손을 움켜쥐고 있는 장헌세자의 손등으로 뚝뚝 떨어져 내렸다.
“소자가 드실 것을 조금 가져왔습니다, 아바마마.”
산은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안 된다. 어서 가…….”
“아닙니다. 뭐라도 드셔야 합니다. 나인들이 보고 있어 얼마 가져오지 못했습니다. 우선 이걸 자시고 기력을 찾으시오소서.”
흙이 묻은 경단을 주워 든 산은 그 흙 때문에 다시 눈물을 뿌렸다. 울음이 묻은 손으로 경단의 흙을 턴 산은 그것을 장헌세자의 손으로 가져갔다.
“가라니까!!”
장헌세자가 경단을 뿌리치며 절규했다.
“제발, 제발……. 너까지 잃을 순 없다. 넌 살아야 해…….”
“아바마마…….”
바닥에 나뒹구는 경단을 집어 드는 산의 어깨가 흐느낌으로 출렁거렸다.
“……잘 들어라, 산아. 화각함華角函에 아비의 그림이 있다. 그걸 할바마마께 전하거라……. 허면 할바마마께서 나를 만나 주실 게다.”
“!!”
“그리고 만에 하나,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나로 인해 가슴에 어떤 원망도 담지 말거라……. 미움과 분노로 자신을 망쳐서도 안 돼. 알겠느냐, 산아……. 이 아비의 말을 알아듣겠느냐…….”
몰아치듯 많은 말을 해서인지 기운을 다한 장헌세자의 손이 경련을 일으키며 산의 손에서 툭 떨어졌다.
“아바마마!”
그때였다.
급하게 달려오는 발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산은 눈물범벅인 채 소스라치게 놀라 뒤를 돌아봤다.
“무덕아! 빨리 피해! 사람들이 오고 있어!”
송연이 다급하게 뛰어오며 외치고 있었다. 그 소리가 뒤주 안에까지 가 닿은 모양이었다.
“가거라…… 산아…….”
“아바마마…….”
“어서…… 가……. 살아서, 살아서…… 꼭 성군이 되어라…….”
--- p.64 (1권)

“……네 아비가 너한테 성군이 되라 하더냐?”
“…….”
“좋다. 그럼 성군은 무엇이냐?”
간신히 안전한 땅에 내려섰던 산의 발이 살얼음판 위로 도로 올라갔다.
“……백성의 마음을 살피는 임금이 성군이옵니다.”
“백성의 마음은 무엇이냐?”
“그, 그것은…….”
영조의 따가운 시선이 얼음판 위에 작렬했다. 얼음이 쩍쩍 소리를 내며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가난 없이 배불리 먹는 것입니다.”
“허면, 그것을 위해 임금이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이 무엇이냐?”
“과도한 세금을 줄이고 제도를 정비하는 것입니다.”
“틀렸다.”
“…….”
산은 얼음 조각을 아슬아슬하게 밟고 있는 기분이었다. 산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파리해진 산의 얼굴을 보았으면서도 영조는 계속해서 산을 몰아붙였다.
“무엇이냐?”
“……백성을 수탈하는 수령을 감시하고 형벌을 가볍게…….”
“틀렸다.”
“……과도한 국역 징발을 줄여 생업에 전념하도록…….”
“다 틀렸다. 임금이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이 뭔지도 모르면서 세손의 자격을 보이겠다 떠들었더냐!”
영조는 책상을 세게 내리쳤다. 책상의 서책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알아오너라.”
“예?”
“사흘을 줄 것이니 답을 찾아오너라. 찾지 못하면 네 놈이 떠벌린 허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 p.177 (1권)

“동궁은 고개를 들어 대신들의 얼굴을 보라.”
대전으로 들라는 영조의 명을 받은 산이 집무실에 들어섰을 때였다. 느닷없는 영조의 하명이 산은 당혹스러웠다.
“뭣 하는 게냐? 어서!”
병상에서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영조의 목소리는 범의 울음소리보다도 쩌렁쩌렁했다.
“…….”
산은 대신들을 한 명씩 바라보았다.
“어떠냐? 저들의 생각을 알겠느냐?”
영조의 질문은 갈수록 오리무중이었다.
“송구하오나 전하, 무슨 말씀이시온지…….”
산이 말끝을 흐리자 영조는 용안을 종잇장처럼 구겼다.
“아직 멀었구나. 네가 장차 어좌에 앉으려면 저들의 얼굴만 보고도 속내를 읽을 수 있어야 해.”
“…….”
“좋다. 허면 이번엔 내가 알려주마. 저들은 모두 네가 미쳤다고 생각한다.”
영조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
“…….”
산의 낯빛이 용포의 흑색보다 무겁게 가라앉았다. 주먹을 꾹 움켜쥔 산은 무너져 내리려는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서늘한 눈으로 대신들을 보았다. 산의 도전적인 눈빛에 대신들이 슬슬 시선을 피하며 술렁거렸다.
그때였다.
“망극하오나, 전하! 소신들은 그런 불손한 생각을 품은 적이 없사옵니다. 천부당만부당하옵니다. 통촉하여 주시오소서!”
잠자코 영조의 기색을 살피던 최석주는 소리를 높이며 부복했다.
“통촉하여 주시오소서!”
대신들이 일제히 외쳤다. 그들을 차갑게 외면한 영조는 산에게 다시 물었다.
“저들의 생각을 알려줬으니 저들의 생각에 답을 주거라. 정녕 네가 미쳤더냐?”
담담히 묻기는 했으나 영조의 속은 그리 편치 않았다. 죽은 사도세자가 광증을 처음으로 보인 것이 지금 세손의 나이인 20살 무렵이었다. 대신들도 그 사실을 잊지 않고 있었다. 그들은 궐 내에 전염병처럼 떠도는 흉흉한 소문을 짐짓 모른 척하고 있었다. 그러나 영조는 대신들의 눈썹 움직임 하나로도 그 소문을 소문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려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말해보아라. 너도 네 아비처럼 미쳤느냐?”
미친 자가 자신이 미쳤다고 말할 리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영조는 산에게 물었다. 영조는 믿고 싶었다. 세손만큼은 절대 제 아비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라 믿고 싶었다. 하지만 일단의 상황이 자꾸만 영조의 믿음을 흔들고 있었다.
“아니옵니다.”
산은 단호히 대답했다.
“그래, 좋다. 허면, 동궁은 네 정신이 온전함을 저들에게 보여 주거라. 나는 이달에 있을 청국 사신단의 접견을 너에게 일임토록 할 것이다.”
--- p.34 (2권)

“……그 일을 판의금부사 혼자서 획책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분명 다른 놈들이 뒤에 있어. 어떤 놈들이냐?”
폭약처럼 터지려는 노기를 간신히 억누른 영조는 무언가 꺼내야 할 말이 있음에도 망설이는 기색이 확연한 산에게 물었다.
“말하라!”
천지를 뒤흔드는 천둥이 편전 밖에서 연거푸 울렸다.
“청지기가 바뀐 것을 알아차린 판의금부사는…… 고모님의 사저로 찾아갔습니다.”
번쩍!
번개가 내리꽂혔다. 시커멓던 영조의 용안이 하얗게 변했다.
“무어라? 누구의 사저로 갔다고?”
“…….”
“다시 말해보아라. 누구라 하였느냐?”
믿을 수 없다는 듯 영조가 재차 물었다.
“고모님의…….”
그때였다.
우르르 쾅!
“아바마마!”
엄청난 천둥이 울리는 것과 동시에 화완옹주가 편전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
영조와 산의 눈동자가 화완옹주에게로 향했다. 촌각을 다투는 일이 있는 듯 급하게 들어서던 화완옹주는 산이 먼저 와 있는 것을 보고 흠칫 놀라며 발을 멈췄다.
“……그렇잖아도 너를 부르려 했다.”
얼음보다 차갑고 냉정한 음성이었다. 영조의 냉랭한 음색에 움찔한 화완옹주가 갑자기 편전 마루에 무릎을 꿇었다.
“아바마마! 이 여식이 아바마마께 고변할 일이 있어 이리 왔습니다!”
편전을 쟁쟁 울리는 화완옹주의 말에 영조와 산의 안색이 일순간 혼란스럽게 변했다.
“……지금, 고변이라고 했느냐?”
--- p.272 (2권)

잠시 호흡을 가눈 영조는 초헌례를 하기 위해 용작을 집어들었다. 용이 자루의 끝에 조각된 용작은 자루를 들고 작爵에 부으면 용두에 있는 용구龍口에서 울창이라는 술이 흘러나오게 되어 있는 제례용 긴 국자였다.
휘이익!
어느 찰나였을까. 용작을 든 영조의 옥수를 바람 한 줄기가 때리고 지나갔다. 그 순간, 겨울 제사에 쓰이는 잔인 황이黃彛로 향하던 용작이 후들거리는가 싶더니 울창이 잔 밖으로 비켜 부어졌다.
“전하……!”
산의 심장이 다시금 바닥을 쳤다. 산은 황급히 몇 발짝 나아갔다. 능에 도착하기 전보다 왕은 눈에 띄게 힘들어보였다.
“괜찮다…….”
영조는 힘겹게 손을 들어 산을 제지했다. 눈만 감으면 오래 전에 죽은 시체처럼 여겨질 정도로 핏기 하나 없는 용안이었다. 그 용안에서 식은땀이 빗물처럼 줄줄 흘렀다.
차마 재차 만류의 말을 건네지 못하고 마지못해 물러나는 산의 심장이 누군가 꽉 움켜쥔 것처럼 답답했다. 축축하게 땀이 번진 영조의 면복 겨드랑이와 후들후들 떨고 있는 옥수를 바라보는 산의 눈동자가 영조의 옥수처럼 불안하게 흔들렸다.
“하아…… 하아……. 걱정 마라……. 계속할 수…… 있다…….”
영조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술잔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그때였다.
쨍그랑!
미끄러지듯 옥수에서 떨어진 술잔이 바닥에 부딪치며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그와 동시에 영조가 썩은 고목처럼 푹 쓰러졌다.
“전하!”
무덤 속처럼 고요하던 신전에 신하들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할바마마!!”
하얗게 질린 산은 번개처럼 빠르게 달려가 쓰러진 영조를 안았다. 순간 산의 얼굴이 백짓장보다도 창백하게 변했다. 영조의 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어, 어의……! 어의는 어디 있느냐?”
--- p.106 (3권)

출판사 리뷰

▶ 한류 드라마의 바람을 몰고 온 이병훈 스타일
사극의 대가 이병훈 PD는 사극 전문 작가들을 쓰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얼핏 보면 비합리적인 듯하지만, 얘기를 듣고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사극 전문 작가로는 기존 사극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가 없다는 게 그 이유다. 기존 사극을 뛰어넘어야 할 이유는 자명하다. 시청자를 끌어모으기 위해서다.
이병훈 PD가 연출한 드라마 <허준> <상도>에 이어 한류 드라마의 원조 <대장금>이 시청자들을 끌어모은 이후 ‘퓨전 사극’은 유행처럼 번졌다. 역사적 사실(팩트)을 새롭게 해석(픽션)한 팩션이 퓨전 사극의 모체라면 사극 전문 작가들보다는 새로운 성격의 작가들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이병훈 스타일이 빛을 발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허준> <상도>의 최완규 작가에 이어 <이산>의 대본 집필을 책임지고 있는 김이영 작가는 <백만장자와 결혼하기>로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감각을 선보인 바 있다. 작가가 <이산>에서 풀어놓을 이야기들이 기대되는 것은 바로 이병훈 스타일에 대한 무한한 신뢰 때문이다. 드라마 <이산>에서 영조로 열연하는 이순재 선생은 한 일간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특히 이병훈 감독과 작가에게 큰 믿음이 간다. 반드시 훌륭한 작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기대하고 있다.”

▶ <대장금>의 아기자기함과 <주몽>의 스케일
<이산>은 드라마로 제작되기 이전부터 이미 많은 관심을 받아 왔다. 초기 단계부터 기획을 함께한 이병훈 PD와 최완규 작가, 그리고 김이영 작가라는 조합은 그 자체만으로도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한류 드라마 바람을 몰고 온 <대장금>의 이병훈 PD,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국민 드라마 <주몽>의 최완규 작가,
<백만장자와 결혼하기>로 새로운 감각을 선보인 김이영 작가!

이들이 모여 무슨 일을 벌일지 기대를 모은 진정한 이유는 따로 있다.

<허준>에서는 의술을, <대장금>에서는 음식을 숨은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바 있는 이병훈 PD가 정조대왕 <이산>에서는 과연 어떤 아이템을 숨은 주인공으로 등장시킬까 하는 것이 최대의 관심사였다. 수백 가지 아이템 가운데서 이들이 고르고 고른 것이 바로 정조대왕 ‘이산’이다. 그리고 드라마 <이산>의 숨은 주인공은 ‘그림’이다. 이산의 운명적 사랑 성송연이 도화서 출신 다모로 설정된 것도 그 때문이다. 영?정조 시대, 국가 행사는 물론 다양한 장비의 설계도까지 그림으로 기록하여 남긴 도화서는 ‘수원성’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기관이다.
아기자기한 내용에 현대적 감각을 더하면서 여성스러운 감각을 자랑하는 이병훈 PD와 스케일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완규 작가, 그리고 이를 능히 소화해낼 것으로 배우들의 신뢰를 한몸에 받고 있는 김이영 작가라는 조합은 ‘퓨전 사극의 인큐베이터’라고 하기에 손색이 없다.

▶ 그려낼 수 없는 세계까지 그려낸 소설
‘퓨전 사극의 인큐베이터’라는 별칭이 아깝지 않은 조합에 소설가 류은경이 합세하며 그 힘을 응축해 놓은 것이 바로 소설 <이산 정조대왕>이다. 200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데뷔하며 기대를 받고 있는 신예 소설가 류은경의 등단작 <가위>는 빠른 전개와 정밀한 묘사라는 양날의 칼이 진한 감동을 선사하며 독자들의 가슴을 후벼 파는 듯 여운을 남긴 역작이다.
소설 <이산 정조대왕>에서도 그 솜씨가 여지없이 발휘된다. 한 땀 한 땀 수를 놓아 가다 문득 바늘 끝에 찔린 듯 아려 오는 심금을 견디어낼 독자들이 얼마나 될까. 정밀한 묘사를 넘나들 듯 빠른 전개가 양날의 칼을 휘두르며 목을 조여 올 때 눈물을 참아낼 독자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소설 <이산 정조대왕>은 10분마다 한 번씩 독자들의 눈물을 자아내고, 매순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든다.
드라마 <이산>은 이렇듯 <이산 정조대왕>으로 글자 한 자 한 자가 새롭게 태어났다. 도화서의 성송연이 그림을 그려 이산을 도왔다면 소설가 류은경은 글자로 그림을 그리듯 열정을 아끼지 않았다. ‘동화처럼 아름답고 무협지처럼 흥미진진한 작품’을 만들겠다던 이병훈 PD의 드라마 <이산>이 숨은 주인공으로 ‘그림’을 선택했다면 소설 <이산 정조대왕>은 드라마가 그려낼 수 없는 세계까지 그려냈다.

추천평

<이산>은 정조의 일대기를 담은 작품이다. 500년 조선 왕조사에서 가장 파란만장하고 굴곡진 삶을 살았던 제22대 임금. 드라마를 해오는 동안 내가 늘 하고 싶었던 이야기이다. 이번에 그 꿈이 이루어진다. 드라마 <이산>에서 나는 정조대왕을 새롭게 조명해 보고자 한다. 끊임없는 당파 싸움 속에서 죽을 때까지 서바이벌 게임을 한 극적인 사람, 뛰어난 통치력과 포용력으로 수백 년 이어온 파당 정치를 해소한 사람, 실물 경제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18세기 조선 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룩한 천재 군주, 부국강병책을 뒷받침한 명재상과 실학파 인재들을 보듬은 성군, 글씨,그림,과학기술,무예 등에 뛰어난 만능인……. 그런가 하면 천민 출신 의빈 성씨와의 동화 같은 사랑 이야기를 남긴 한 인간으로서의 정조대왕! 이것만으로도 저절로 훌륭한 드라마 한 편이 탄생하게 돼 있다고 나는 자신해 왔고, 또한 지금도 그러하다. ‘동화처럼 아름답고 무협지처럼 흥미진진’하리라는 기대는, 이처럼 인간 이산의 삶에 근거하기에 가장 먼저 나를 매료시켰다.
이병훈 (드라마 이산 감독)
소설로 먼저 만나본 <이산>은 기대를 뛰어넘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그동안 내가 써온 드라마 <주몽> <허준> <상도>가 텔레비전에서 시청자를 만났듯 이번에는 역할을 바꾸어 내가 독자의 입장이 되어 소설로 먼저 <이산>을 읽었다. 드라마를 쓰고 보는 동안에는 몰랐던 재미를 소설 <이산> 속에서 발견한 체험은 신선했다. 소설가의 필력이 유감없이 발휘되어서도 그렇거니와 애초부터 기대를 모았던 이산의 드라마틱한 삶이 제대로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소설 <이산>이 특히 재미있는 까닭은, 드라마와는 다른 소설 고유의 영역에 있다. 구태여 그것을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만, 드라마를 사랑하는 많은 시청자들에게 소설 <이산>이 ‘드라마에서 미처 담지 못했던 풍부한 이야기들로 색다른 재미’를 줄 것이라는 확신만큼은 말해둘 수 있다.
최완규 (드라마 주몽, 상도의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