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국제평화 연구 (책소개)/5.미국정치

미국은 왜 (2024) - 역사, 세계전략, 동맹, 트럼프까지 미국을 현실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18가지 질문

동방박사님 2024. 6. 20.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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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갈팡질팡하는 초강대국의 속내를 알려 주는
최소한의 미국 입문서!

전 세계 질서를 좌우하는 초강대국 미국. 미국은 한국의 가장 가까운동맹국이지만 동북아 질서나 국제 외교 상황에서 미국의 선택과 행동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이 책은 한국의 입장에서 미국의 속내와 외교 전략을 파악하기 위한 기초 안내서다.

미국은 어떻게 ‘천조국’ 반열에 올라섰을까, 미국은 어떻게 중요할 때마다 신의 한 수를 선택했을까, 미국은 왜 일본만 편애할까, 미국은 왜 하루가 멀다 하고 전쟁을 벌였을까…. JTBC에서 20여 년 동안 국제 외교 안보 분야를 취재해 온 저자는 이런 의문에서 출발해 불과 250년도 되지 않은 짧은 역사를 가진 신생국 미국이 전 세계를 호령하는 초강대국 지위를 확보하기까지의 과정과 현 국제 질서에 대한 미국의 전략을 저널한 감각으로 알기 쉽게 설명한다.

저자는 미국의 정치, 역사, 문화, 제도, 국제 관계 등 다방면에 걸쳐 누구나 한 번쯤 궁금하게 여겼을 법한 질문을 경쾌한 스타일로 풀어낸다. 가깝게는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누가 당선될지 지켜보며 미국의 독특한 선거 제도와 트럼프에 열광하는 미국민의 의식을 이해할 수 있고, 멀게는 미국 독립 후 비옥한 영토를 넓혀 간 과정과 2차 대전 후 세계 곳곳에서 끊임없이 전쟁을 이어 가는 이유, 프런티어 정신 등 미국만의 독특한 가치를 다양한 각도에서 이모저모 알 수 있도록 구성했다.

목차

추천사
머리말

1부 · 둘 때마다 신의 한 수! … 미국의 탄생

01 왜 미국에서는 사극보다 정치 드라마가 인기일까
02 왜 미국은 부동산 투자에 올인했을까
03 왜 미국에서는 풋볼이 제일 인기 스포츠일까
04 왜 미국 10달러 지폐의 주인공이 해밀턴일까

2부 · 알고 보면 이상한 초강대국 … 국제 표준과 동떨어진 미국

05 왜 미국에서는 투표에서 지고도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06 왜 미국은 트럼프를 선택했을까
07 왜 바이든이든 트럼프든 미국 밖에서는 하는 게 비슷할까
08 왜 미국은 하루가 멀다 하고 전쟁을 벌였을까

3부 ·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 갈팡질팡 미국

09 왜 미국은 툭하면 고립의 유혹에 넘어갈까
10 왜 미국은 ‘함정’에 자주 빠질까
11 왜 미국은 중동에서 갈팡질팡할까
12 왜 미국은 중국이 배신할 줄 몰랐을까

4부 · 판짜기는 성공할까 … 다 계획이 있는 미국?

13 왜 미국은 중국과 ‘헤어질 결심’을 포기했을까
14 왜 미국은 나토를 파투 내려 할까
15 왜 미국은 ‘한미일’ 매직에 꽂혔을까

5부 · 동맹인 듯 동맹 아닌 동맹 같은 … 미국에게 한국이란?

16 왜 미국과 싸운 나라 중 지금도 ‘철천지 원쑤’는 북한뿐일까
17 왜 미국은 일본 대신 한반도 분단을 선택했을까
18 왜 미국은 과거사 문제에서 우리 편을 들지 않을까
 

저자 소개

저 : 이성대
JTBC 기자다. 2004년 세계일보 기자로 시작해 2011년 JTBC 개국 멤버로 합류했다. 기자 생활 20여 년 대부분을 국내 정치와 국제 관계 분야를 취재했다. 정치부에서 세 번의 대선과 네 번의 총선을 지켜봤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입 기자로 두 번의 북미 정상회담과 세 번의 남북 정상회담을 보도했다. 국제외교안보부장으로 미중 경쟁,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다뤘다. JTBC의 대....

책 속으로

170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통치자에게 임기가 있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뮤지컬 속 조지 3세가 “지도자를 계속 교체할 생각이냐”며 의아해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비단 영국 왕만 그랬을까. 당시 미국민들 대다수는 워싱턴이 ‘프레지던트’란 이름의 왕으로 군림할 줄 알았을 것이다. 그런데 워싱턴은 스스로 임기를 제한함으로써 선출된 권력의 한계를 분명히 하는 게 바로 대통령제의 본질임을 증명했다.
--- p.28

특히 미국의 선거조사를 통해 정부 개입의 적정한 수준에 대해 물어보면 미국민의 인식은 진보, 보수의 견해가 35 대 65 정도로 보수에 훨씬 가깝다. 하지만 거시경제 정책은 진보, 보수가 60 대 40, 교육 정책은 70 대 30, 환경 정책은 75 대 25로 진보에 더 가깝다. 결국 평균적인 미국인은 추상적 수준에서는 보수적이고 구체적 정책 수준에서는 진보적이라고 할 수 있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이를 토대로 각각의 포인트를 공략해 왔던 것이다.
--- p.35

우리나라 사람들은 ‘국경’이란 말의 어감에서 단절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남북 분단으로 국경을 넘나들기는커녕 접근조차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미국인에게 국경은 정반대의 의미다. 미국 역사에서 국경은 닫힌 경계가 아닌 열린 공간의 성격이 컸다. 신대륙에 정착한 뒤 땅이 계속 넓어지다 보니 국경은 나라의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점이었고, 변두리가 아닌 역동성의 중심이었다.
--- p.60

해밀턴이 아니었다면 미국은 지금 같은 자본주의 끝판왕이 아니라 농업 국가에 머물렀을지 모른다. 기껏해야 선진 농업 국가 수준, 이를테면 땅덩어리가 큰 덴마크를 상상하면 될 듯하다. 건국 초기만 해도 신생국 미국이 장차 나아갈 발전 경로를 놓고 대립하는 두 진영이 있었다. 산업 근대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쪽과 노예제를 바탕으로 한 농업 사회를 목표로 하는 세력이 그것이다.
--- p.74

남북전쟁 이후 미국 경제는 ‘통계학을 놀라게 할 속도’로 비약 적으로 발전했다. 미국은 1865년부터 1895년까지 30년 동안 미국 역사뿐 아니라 세계 자본주의 역사상 보기 힘든 경제 성장률을 기록했다. 우리나라가 ‘한강의 기적’을 만든 1961년부터 1981년까지 20년 동안의 연평균 경제 성장률은 대략 10퍼센트 정도였다. 독일의 ‘라인강의 기적’도 1950년대 8퍼센트의 성장률을 보인 것이 최고 수준이었다. 그런데 남북전쟁 직후 30년 동안 미국의 경제 성장률은 무려 연평균 15퍼센트를 찍었으니 세계사에서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 p.78

전국 득표에서는 앞섰으나 선거인단 수에서 뒤져 패배한 경우는 2000년 선거를 포함해 지금까지 총 다섯 차례나 나왔다. 1824년 앤드루 잭슨, 1876년 새뮤얼 틸든, 1888년 스티븐 그로버 클리블랜드가 이러한 제도적 모순에 발목이 잡혔다. 가장 최근에 나온 비운의 주인공은 2016년 대선의 힐러리 클린턴이다. 힐러리는 트럼프보다 약 300만 표를 더 얻었지만 선거인단 수에서는 무려 74명이나 뒤졌다.
--- p.94

실제로 《워싱턴포스트》와 에디슨리서치의 2020년 대선 출구 조사 분석에 따르면, 가구 소득 10만 달러 미만 계층에서는 바이든이 55~57퍼센트로 42~44퍼센트의 트럼프를 앞섰지만, 10만 달러 이상 가구에서는 트럼프가 54퍼센트를 받아 42퍼센트의 바이든을 이겼다. 트럼프는 이제 저소득 백인 계층만의 영웅이 아니라 전통 공화당 주류 지지층인 중산층 이상 부자들까지 완전히 흡수한 셈이다. 기적에 가까운 정치력이다.
--- p.105

그래서 2020년 11월, 바이든이 트럼프를 꺾고 백악관을 탈환했을 때 국제 사회는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취임식에서 “미국이 돌아왔다”라고 말했을 때는 감격스러울 정도였다. 트럼프 시절 생긴 동맹의 틈을 다시 메우고 일말의 불안을 해소해 이전의 국제 질서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바이든은 전임자의 여러 정책을 뒤집으면서도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대외 정책 기조는 거의 건드리지 않았다.
--- p.126

실제 퓨 리서치 센터의 2016년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57퍼센트는 미국 정부가 국내 문제에 신경 써야 하고 다른 나라가 자기네 문제는 스스로 해결하도록 내버려 둬야 한다고 응답했다. 15년 전에는 이런 생각을 하는 미국인이 30퍼센트에 불과했다. 또 국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미국의 역할이 더 필요하다고 본 이들은 27퍼센트에 그쳤다. 2000년대를 사는 미국인은 ‘오지랖 넓은’ 미국이 아니라 ‘자국민한테만 잘해 주는’ 미국을 원하고 있다.
--- p.131

그런데 미국이 지금처럼 전쟁을 멈춘 평화 시절이 왠지 낯설다. 미국은 전체 역사의 4분의 1 정도 기간 동안 전쟁을 해왔기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로 좁히면 2분의 1의 기간을, 다시 21세기로 좁히면 거의 매일 전쟁을 해왔다. 사실상 전쟁이 일상이었던 나라였기에 지금이 또 다른 전쟁을 앞둔 전간기(戰間期)인지 영구 휴지기인지 알 수 없다.
--- p.135

미국은 전쟁의 시대가 끝나자 오히려 본격적으로 전쟁의 늪에 빠졌다. 1945년 9월 2일 2차 세계대전 종료 후 지금까지 78여 년 동안 전쟁 기간은 44여 년(한국전 1950~1953년, 베트남전 1955~1975년, 걸프전 1990~1991년, 아프간전 2001~2021년)으로 무려 57퍼센트에 달한다. 2년에 한 번꼴로 전쟁을 치른 셈이다. 세계대전이 끝났지만 정작 미국의 전쟁은 더 격화되는 아이러니의 시대가 도래했다.
--- p.141

결국 미국식 가치를 전파하려는 역사적 소명이 깊어질수록 전쟁 빈도는 급증했고, 이는 다시 세계 곳곳에서 인류의 생명과 자유를 빼앗는 결과를 낳았다. 자유와 인권을 지키기 위한 전쟁으로 정작 자유를 억압하는 건 마치 자녀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때리고 학대한다는 것처럼 말이 되지 않는다.
--- p.149

실제 미국은 제국에 가깝다. 지난 반세기 넘게 전 세계 구석 구석에 미군을 보냈고 미국식 자유주의 질서를 국제 표준으로 만들었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중 타국을 상대하는 행정 조직의 이름을 외교나 외무가 아니라 국무라고 사용하는 곳은 미국밖에 없다.
--- p.154

‘투키디데스 함정’만 알면 미중 패권 다툼을 전망할 때 말 그대로 함정에 빠질 수 있다. 비슷한 듯 다른 함정이 이란성 쌍둥이처럼 존재하는데, 바로 ‘킨들버거 함정(Kindleberger Trap)’이다. 한마디로 기존 패권국의 역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급부상하는 신흥국이 패권국의 지위를 차지할 의지가 없는 경우 오히려 국제 체제가 불안 정해진다는 시각이다.
--- p.179

전체주의 정권은 왜 미국 함정에 빠질까. 일찍이 케넌이 소련의 본질에 대해 간파했듯이 전체주의 국가의 성격상 미국의 정치와 문화를 자신들의 체제에 기반한 왜곡된 이념의 렌즈를 통해 입맛대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자유주의 체제의 다양성과 사회적 진보 및 정치적 양극화를 재생이 아닌 쇠퇴로 인식하는 경향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 p.181

이후부터 사건의 연속이었다. 미국은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이라크의 후세인을 지원해 이란--- p.이라크전이 발발했고, 8년 전쟁으로 피폐해진 후세인이 본전 생각에 쿠웨이트를 침공하자 미국은 걸프전을 일으켰다. 걸프전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오사마 빈 라덴을 탄생시켜 9.11 테러가 일어나게 했고, 9.11은 다시 미국의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낳았다. 이는 다시 이슬람 국가(IS)를 탄생시켰고, IS는 미국이 시리아 내전에 발을 담그는 결과를 초래했다.
--- p.188

미국이 중국에 대해 느끼는 심정이 모욕감일지 모른다. 믿었던 중국이 어느 순간 미국이 만들어 놓은 국제 질서에 계속 토를 달면서 미국의 가오에 흠집을 낸다. 중국이 이만큼 먹고 살도록 전폭적으로 밀어줬던 미국 입장에서는 배신감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이 아무리 인류사 이래 ‘역대 최강 패권국’이라 해도 가오에 흠집이 나면 국제 질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장애가 생긴다. 오야가 누군가에게 실수했다고 하면 실수한 일이 없어도 실수한 사람이 나와야 하는 법. 중국이 정말 실수를 했는지 아닌지는 큰 변수가 되지 않는다. 이미 그 단계는 넘어갔다.
--- p.198

그러다가 중동에서 테러와의 전쟁이 정체기를 맞자 오바마 정부는 본격적으로 중국으로 눈을 돌렸다. 중국을 상대로 정책을 변경하기 시작한 건 대체로 오바마 정권 1기 중반인 2011년 전후를 기점으로 본다. 그해 10월 힐러리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은 외교 잡지 《포린 폴리시》에 “미국의 태평양 세기”라는 글을 기고한다. 힐러리는 “지난 10년 동안 미국의 대외 정책은 냉전 이후의 평화 배당금 문제를 다루는 것에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공약을 이행하는 것으로 전환됐다”라며 “이제 이러한 전쟁이 종식됨에 따 라 새로운 국제 현실로 선회하기 위한 노력을 가속화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른바 ‘아시아로의 회귀’ 전략이 공표된 것이다.
--- p.208

설리번은 디리스킹을 추구한다면서도 반도체 등 핵심 기술의 공급망 다변화, 군사 안보용 첨단 기술의 중국 이전 제한, 미국 산업 육성 우선 등 세 가지 조건을 달았다. 여기에 해당되는 분야는 디리스킹 예외 대상이다. 그런데 구체적인 적용 가능 여부를 따지기 시작하면 예외 품목 리스트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이런저런 조건만 지켜지면 헤어지진 않겠다”는 이혼 유예 양해각서 느낌이랄까.
--- p.223

진창룽 중국 인민대학교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미국의 패권에 도전한 소련, 독일, 일본이 모두 미국 GDP의 70퍼센트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체제 경쟁에서 이탈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중국은 이미 미국 GDP의 70퍼센트 수준을 넘어섰고 2025년에는 따라잡는다고 전망한다. 중국은 소련, 독일, 일본과 다른 길을 걷고 있다는 자신감이다.

중국의 목표는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인 2049년 부강한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달성해 미국에 맞서는 세계 패권국이 되는 것이다. 이게 바로 중국몽이다.
--- p.226

바이든은 실제 서울과 도쿄의 ‘역사적인 화해’ 장면에 끼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던지 그해 8월 18일 한일 정상을 미국 대통령 휴양지인 캠프 데이비드로 초청했다. 내친김에 미국을 사이에 두고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으로 나뉜 안보 협력 구조를 하나의 한미일 삼각 협력체로 전환하기 위한 닻을 올린 것이다. 한가운데에서 한일 양국 정상과 노타이 차림으로 산책을 하며 환하게 웃는 바이든은 속으로 ‘한미일 한미일~’ 하며 읊조렸을지 모른다. 잘하면 70년 숙원이 해결될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 p.247

동맹 네트워크 확대는 미국의 군사 자산을 통합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미국의 국방 예산 부담을 감소시킬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일본에 더 많은 재량권을 제공하여 상대적으로 미국의 전략적 부담도 덜게 된다. 나아가 동북아 한미일 3각 구도는 남중국해, 서아시아 등을 거쳐 유럽으로도 확장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미국은 전 지구적으로 새로운 안보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 결국 냉전 시기에는 첨단을 달리던 허브 앤드 스포크 체제는 이제 몸에도 안 맞고 유행도 지난 올드 패션이 됐다. 그래서 고안된 게 이른바 격자형 안보 틀이다.
--- p.254

북미 관계는 마치 서로 다른 주기로 공전하는 행성과 같다. 각자 크기가 다른 타원형의 궤도를 돌다 보니 만날 기회 자체가 굉장히 드물다.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것보다, 화성에서 온 남자 와 금성에서 온 여자가 만나는 것보다 북미가 진지하게 마주 앉는 게 훨씬 더 어려웠다. 미국이 우호적일 때 북한이 마음을 닫거나, 반대로 북한이 마음을 열 준비가 됐을 때 미국은 관심 없는 식이다. 이 주기는 냉전이 끝난 후 대략 20년에 한 번꼴이다. 가장 최근은 앞서 말한 2018~2019년의 북미 정상회담 시기이고, 그 직전은 2000년대 초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 p.269

왜 미국은 일본에 친절할까. 일본은 세계 전쟁을 일으킨 침략국이자 간 크게도 미국과 한판 붙겠다며 하와이를 공습했다. 이 때문에 세계 최초로 원자폭탄까지 얻어맞았다. 그런데도 80년 가까이 미국의 ‘베프’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지정학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 p.280

이후는 우리가 아는 대로다. 소련이 한반도로 파죽지세로 내려오자 깜짝 놀란 미국은 《내셔널지오그래픽》 벽지도를 펼쳐 놓고 한반도 가운데에 부랴부랴 선을 그었다. 1945년 8월 13일 트루먼이 이를 승인했다. 일본이 무조건 항복 선언을 하기 이틀 전 한반도가 먼저 분단됐다. 미국과 소련이 한반도를 분할 점령하도록 유도하는 일본의 ‘가스라이팅’ 전략이 먹힌 것이다.
--- p.288

2023년 3월 6일 한국 정부가 발표한 일제 강제 동원 피해자 배상 해법은 2015년의 위안부 합의와 여러모로 닮았다. 여덟 살 터울의 형제 같은 해법인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위안부 합의가 오바마 집권 2기 3년 차에 나왔고, 강제 동원 배상 해법도 바이든 정권 3년 차에 나왔다는 점이다.

한일 관계의 최대 쟁점인 과거사 이슈가 공교롭게도 미국에서 차기 대선을 1년 앞둔 시기에 전격적으로 봉합된 것이었다. 다시 말해 오바마, 바이든 행정부 모두 다음 선거를 위해 외교적 성과가 필요한 시점에 한일 관계가 ‘급작스럽게’ 개선됐다고 볼 수 있다.
--- p.292

부부싸움은 ‘가해-피해/책임-배상’이 명확히 구분되는 공적 영역이 아니다. 집안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 잘못이 없어도 먼저 접고 들어가거나 적당히 타협하는 ‘사과-용서’가 가능한 사적 영역이다.

한일 간 첨예하고 민감한 과거사 문제를 부부싸움에 비유하고, 스스로를 ‘이혼 상담사’로 규정한 것은 미국 정부가 이 문제를 어떻게 접근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다시 말해 당시 오바마 정부는 ‘위안부’ 합의가 아니라 위안부 ‘합의’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실토한 것이었다.

미국은 이때부터 한일 과거사 갈등을 제대로 해결하기보다 빠르게 해결하는 데 더 관심을 보였다. 부부싸움은 누가 잘못했는지 따지는 것보다 서둘러 화해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은 형사재판소 역할을 포기하고 부부싸움을 중재하는 가정법원 역할로 스스로를 규정했다.
--- p.296

마침 미국의 고민을 덜어 준 게 바로 아베 정권이었다. 아베는 첫 번째 총리 임기였던 2007년 처음으로 인도를 방문해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인도양과 태평양이 자유롭게 이어지려면 그 사이에 있는 남중국해가 열려야 하는데, 이곳은 중국이 점차 세력을 넓혀 가는 앞마당과 같은 곳이다. 이 때문에 인도태평양 개념은 중국의 해양 진출을 막는 그럴듯한 개념으로 부각됐다. 미국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그럴듯한 명분이 없었다. 한마디로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유레카’였다.
--- p.300

출판사 리뷰

소용돌이치는 한미 관계의 핵심을 꿰뚫는
‘최일선 리포트’이자 ‘최소한의 미국 입문서’

JTBC 국제외교안보부장을 역임한 20년 경력의 현직 기자가 쓴 《미국은 왜》는 한국 독자들이 가장 궁금할 법한 18가지 질문을 통해 미국의 본질과 미국이 새로이 짜고 있는 국제질서의 실체를 파헤친다.

‘왜 미국은 부동산 투자에 올인했을까’, ‘왜 미국에서는 투표에서 지고도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와 같이 미국을 형성한 DNA를 알려 주는 역사와 정치문화 사안부터 ‘왜 미국은 중국이 배신 때릴 줄 몰랐을까’, ‘왜 바이든이든 트럼프든 미국 밖에서는 다 거기서 거기일까’, ‘왜 미국과 싸운 나라 중 지금도 철천지 원쑤는 북한뿐일까’, ‘왜 미국은 과거사 문제에서 우리 편을 들지 않을까’, ‘왜 미국은 ‘한미일’ 매직에 꽂혔을까’ 등 우리 국익과 평화에 민감한 주제를 하나씩 풀어가면서 21세기 들어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미국의 ‘아메리카 퍼스트’(국익 우선주의) 전략의 냉정한 면모를 살핀다.

미국 대선을 앞둔 지금 이 시기에 꼭 필요한 최소한의 미국 입문서이자, 현직 기자가 들려주는 한반도 주변 정세를 냉정하게 파악하기 위한 최일선 현장 리포트이다.

역사, 세계전략, 트럼프까지
미국을 현실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18가지 질문

‘베프인 듯 베프 아닌 베프 같은...’

우리에게 일본이 ‘가깝지만 가장 먼 나라’라면 미국은 어떤 나라일까? 전쟁을 함께 치르고 어려울 때 원조를 제공해 주었으며 긴밀한 정치 외교적 동반 관계를 맺어 온 ‘베프’(베스트 프렌드)인 듯도 하다. 그런데 동맹에게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전가하고, 대중국 봉쇄 전략에 동참하라는 압박을 수시로 가하고, 껄끄러운 한일 과거사 문제에서 점점 더 노골적으로 일본의 손을 들어주는 모습을 보면 손익계산서를 펼쳐 들고 자기 잇속만 차리는 냉정한 비즈니스 상대 같기도 하다. 한마디로 ‘베프인 듯 베프 아닌 베프 같은’ 나라.

JTBC 국제외교안보부장을 역임한 20년 경력의 현직 기자가 쓴 이 책은 우리가 미국에 대해 갖는 이와 같은 궁금증에서 출발한다.

너무 커서 지금 만지고 있는 부위가 다리인지 코인지 자각하기도 힘든, 거대한 코끼리 같은 세계 최강대국 미국을 다룬 서적은 많다. 하지만 이런 책들은 대개 미국의 여러 면모 중 일부만을 집중적으로 파고들거나, 외교 안보 전문가 수준의 분석이어서 일반 독자가 가장 궁금한 미국의 세계 전략, 한반도를 대하는 미국의 진정한 속내 등 급박한 현안을 파헤치기가 쉽지만은 않다.

독자들의 궁금증에서 출발한다고 해서 저자의 분석과 관찰이 ‘한국 중심의 아전인수’는 결코 아니다. 《미국은 왜》는 오늘의 미국을 형성한 주요 역사와 정치 시스템, 세계 최강대국으로 발돋움하는 과정에서 DNA에 새겨진 기질, 외부 세계를 대하는 국제 관계의 본질을 조합하여 미국의 행동과 속내를 쉽고 간결하게 설명해 주기 때문이다.

우리 시각에서는 ‘도대체 미국은 왜 저렇게 행동하지?’ 하며 의아하지만, 미국 내적으로는 그럴만한 필연적 이유와 역사 속에서 쌓아 온 경로 의존성이 존재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철저히 실용적 관점에 입각해 한국 독자들이 미국을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미국 입문서’이자 미국이 짜는 새로운 국제 질서와 한반도 정책을 파헤치는 ‘최일선 현장 리포트’이기도 하다.

부동산 투자의 귀재 미국?
18가지 질문으로 들여다본 초강대국 DNA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저자는 각 부마다 3~4개씩 모두 18가지 질문을 던지며 독자를 미국이라는 나라의 표층과 심층으로 안내한다. 국제관계서이자 최근의 현안을 다룬 사회과학서라고 하면 어렵고 복잡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현직 저널리스트답게 독자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핵심을 짚어 내고 명쾌한 비유로 적절하게 설명하는 것이 책의 큰 미덕이다.

예컨대 2장 ‘미국은 왜 부동산 투자에 올인했을까’에서는 부동산 투자 개념을 끌어와 미국의 영토 확장 과정부터 냉전 시기 대소련 봉쇄 정책까지 단박에 이해하도록 돕는다.

오늘날 미국이 세계 최강의 패권적 지위를 차지한 데에는 광활한 북미 대륙의 영토와 자원이 큰 역할을 했는데 저자는 미국이 선택한 두 번의 부동산 대박 투자가 아주 중요했다고 요약한다. 1776년 독립 선언 당시만 해도 영토가 북아메리카 대륙 동북부 대서양 연안 일부에 국한되어 있던 미국은 1803년 프랑스로부터 지금의 루이지애나주를 비롯해 아칸소, 오클라호마, 미주리, 캔자스, 네브래스카는 물론 캐나다와 맞닿은 미네소타를 거쳐 서쪽의 로키산맥과 연결된 몬태나까지 아우르는 방대한 땅인 루이지애나를 매입한다.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그리고 독일을 다 합친 넓이와 비슷하다.

제퍼슨은 이 광활한 영토를 단돈 1500만 달러에 매입했다. 지금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평당 겨우 0.7원을 지불한 셈이라고 한다. 불과 1500만 달러로 당시 미국 영토를 두 배로 늘리고 서유럽 전체와 맞먹는 땅을 얻게 된 것이다. 인디언이든 프랑스든 스페인이든 그 누구도 북미에서 이런 부동산 투자에 성공한 적이 없다. -40쪽

서부 개척과 루이지애나 매입으로 미국은 독립 후 70여 년 만에 대륙 반대편 태평양 연안까지 4828킬로미터나 되는 거대한 대륙 국가를 완성했다. 이러한 영토 확장의 경험은 이후 소련과의 냉전 시기 대외 정책에도 반영된다. 북미 대륙에서의 영토 확장이 끝난 뒤 미국에게 남은 것은 강력한 적인 소련의 진출을 봉쇄하는 일. 루이지애나 투자로 전략적 요충지의 가치를 충분히 인식한 미국은 소련이 나올 수 있는 전 세계 주요 길목을 선점하는 전략을 썼다. 해당 지역에 마셜 플랜으로 대규모 원조를 하여 미국의 영향권으로 만든 것이다. 즉 루이지애나 매입이 부동산 ‘직접 투자’였다면, 소련 봉쇄 전략은 ‘부동산 리츠 투자’와도 같이 우량 부동산에 일부 지분을 선점하는 ‘간접 투자’였다. 냉전 시기 국제 지리학을 한마디로 압축하는 명쾌하고 흥미로운 설명이다.

결국 미국은 두 번의 부동산 투자에서 대박을 터트리면서 지금의 패권국에 올라섰다. 한 번은 루이지애나 매입으로 평생 먹고 살 것을 마련했고, 다른 한 번은 소련 봉쇄로 냉전을 끝내고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따라서 일찍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스파이크먼이 내놓은 진단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역사는 미국을 친절하게 대우했고 지리는 미국에 상당한 혜택을 주었으며 기회는 잘 활용됐다. 그 결과 오늘날 미국은 신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체가 됐다. -53쪽

‘왜 미국에서는 사극보다 정치 드라마가 인기일까’, ‘왜 미국에서는 풋볼이 제일 인기 스포츠일까’, ‘왜 미국에서는 투표에서 지고도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왜 미국은 하루가 멀다 하고 전쟁을 벌였을까’ 등의 장은 그 자체로 미국의 역사와 미국인들의 DNA에 새겨진 기질과 문화, 정치사회 시스템을 살펴보기 위한 질문들이다. 이렇게 역사와 문화를 살펴봄으로써 미국이라는 나라의 내적 동력을 하나하나 해부한 뒤 저자는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당면 현안인 한미 관계의 본질과 한반도 주변 정세의 변화로 옮겨 간다.

18개의 질문 중 미국의 역사, 문화, 정치를 다룬 전반부의 질문은 이 주제를 본격적으로 파헤치기 위한 워밍업이자 빌드업이었던 셈이다. 이제 책에서 가장 중요한 4부 ‘판짜기는 성공할까?’, 5부 ‘동맹인 듯 동맹 아닌 동맹 같은’의 내용을 살펴보자.

왜 미국은 과거사 문제에서 우리 편을 들지 않을까?
정의보다 실리를 택한, 이혼 전담 판사 미국

많은 한국인이 과거사 문제에서 일본을 두둔하는 미국의 태도 변화에 놀라고 당혹해한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미국은 한일 과거사 문제를 인권 문제와 미국식 자유민주주의 가치로 접근했다. 그래서 위안부 문제도 공개적으로 한국의 입장을 지지했다. 그런데 2010년대 중반으로 넘어가며 미국 주류의 기류가 변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2015년 2월 말, 미국 국무부 웬디 셔먼 정무차관이 ”(한국의) 민족주의 감정은 악용될 수 있고 지역 협력의 마비를 초래한다”라며 과거사 지우기에 몰두한 일본을 사실상 두둔하고 나섰다.

결국 미국은 형사재판소 역할을 포기하고 부부싸움을 중재하는 가정법원 역할로 스스로를 규정했다. 이 때문에 일제의 파렴치한 전쟁 범죄인 ‘강제 성노예’ 배상 문제는 어느 순간 이혼 사유도 되지 않는 ‘칼로 물 베기’ 수준의 다툼 정도로 중요도나 관심도가 낮아졌다. (...) 그동안 한국 편에 서서 2 대 1로 일본을 지적하던 미국이 어느새 일본 쪽으로 기울면서 이제 우리나라가 1 대 2로 밀리는 형국으로 바뀌었다. 그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이 바로 8년 전 위안부 합의였다. -297쪽

이는 물론 단순한 변심이 아니었다. 급부상한 중국을 본격적으로 견제할 필요에 따라 오바마 정부의 외교 정책 노선이 변화한 것이었다. 중국의 위험성을 심각하게 느끼지 않았던 이전까지는 미국이라는 축을 중심으로 한미, 미일 등 개별 국가와의 동맹이면 충분해 한일 관계가 굳이 긴밀하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그러나 남중국해와 인도태평양으로 팽창하려는 중국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거점 국가들과의 개별적 동맹만으로는 부족하고 좀 더 촘촘한 그물을 짜야 했다. 미국은 지역 단위의 다양한 소그룹별 안보 체제를 구축하고 이들이 상호 교차하는 방식으로 중국을 좀 더 압박해 견제하는 전략을 구상했다. 미국, 인도, 일본, 호주가 참여하는 쿼드, 미·일·필리핀 3국 회의, 한미일 삼각동맹 등 지역별 소그룹을 형성하고 이들 소그룹끼리 서로서로 중첩되면서 단단히 맞물린 ‘격자 구조’를 짠다는 미국의 대중국 봉쇄 전략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이 급부상하면서 미국은 위협 체크 리스트를 전반적으로 다시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아시아 지중해 즉 지금의 남중국해가 핵심 지역인 초크 포인트(Choke Point)임을 재확인한 것이다. 미국은 이후 중국을 체크 리스트 맨 위로 올렸다. 실제로 이곳은 2010년대 들어 미중 해양 갈등의 핵심 지역으로 급부상했다. (...) 결국 ‘피벗 투 아시아(Pivot to Asia)’는 아시아 전략 재편성으로 이어지고, 아시아 전략 재편성은 인도태평양 개념을 잉태했으며, 이는 다시 쿼드를 낳았으니 이 모든 것이 한곳을 가리킨다. 바로 중국이다. 그리고 이 전략을 더 튼튼히 하기 위해 한미일 3각 블록화는 필수적이다. -250쪽

오바마 정부 시절의 기조 변화는 트럼프, 바이든 정부를 거치며 그대로 계승될 뿐만 아니라 점점 더 구체화되었다. 트럼프의 주한미군 일부 철수와 군사비 부담 요구는 이런 중대한 전략 변화의 일부일 뿐이었다. 이 같은 흐름을 인지하지 못한 한국만 ‘장사꾼 같은 트럼프니까 그렇지, 민주당이 집권하면 달라질 거야’라며 안이한 낙관론에 젖어 있었던 셈이다.

키워드는 ‘아메리카 퍼스트’
오바마, 트럼프, 바이든이 한국 입장에서는 동일한 이유

결국 우리에게 낯설어 보였던 미국의 최근 모습은 중국을 강력히 봉쇄하고 세계 최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하려는 미국의 냉철한 국제 전략에서 나온 것이다. 이를 한마디로 표현하기에 적합한 용어가 ‘아메리카 퍼스트’다. 아메리카 퍼스트는 건국 이래 때로는 천운을 만나고 때로는 고립과 진출 사이에서 방황하기도 했지만 결국 슈퍼파워의 자리를 차지한 미국이 그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또다시 전 세계를 대상으로 새로이 판을 짜는 국제 정치와 외교 안보 노선의 근간이다. 이전에 맺어진 모든 동맹 관계를 철저하게 미국의 국익을 우선에 놓고 재편하는 거대한 흐름이 우리가 인지하든 인지하지 못하든 지난 10여 년 동안 꾸준히 추진되고 있었던 것이다.

트럼프는 “오바마만 아니면 무엇이든 상관없다”라는 ‘ABO(Anything But Obama)’ 기조를 내세웠으나 오바마의 ‘아시아로의 회귀’를 구체적으로 다듬어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내놓았다. (...)

바이든은 한발 더 나아갔다. “트럼프만 아니면 무엇이든 상관없다”는 ‘ABT(Anything But Trump)’를 외쳤음에도 트럼프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계승해 QUAD(Quadrilateral Security Ddialogue)(미국, 인도, 일본, 호주 4자 안보대화체)라는 결사체를 만들어 냈다. 게다가 NSS에서는 중국을 ‘유일 경쟁자’로 규정했다. 사실상 주적 개념을 공식화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219쪽

《미국은 왜》의 18가지 질문 중 한반도 주변 정세의 변화와 관련해 던진 저자의 주요한 질문은 다음과 같다. ‘왜 미국은 중국이 배신 때릴 줄 몰랐을까’, ‘왜 바이든이든 트럼프든 미국 밖에서는 다 거기서 거기일까’, ‘왜 미국과 싸운 나라 중 지금도 ‘철천지 원쑤’는 북한뿐일까‘, ‘왜 미국은 과거사 문제에서 우리 편을 들지 않을까’, ‘왜 미국은 ‘한미일’ 매직에 꽂혔을까’...

모두가 한국인들이 의아해하는 문제이자 우리 국익과 한반도 평화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질문인데, 저자의 명쾌한 설명을 따라 읽다 보면 이제 이 질문이 모두 하나의 지점으로 모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냉전이 끝나고 일극 체제가 형성되는 듯했지만, 중국몽을 꾸는 중국의 급부상으로 미국은 21세기에 들어서 다시 한 번 전 세계를 무대로 새로운 판짜기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우리에게 우리의 입장이 있다면, 미국에게도 미국의 사정이 충분히 있었던 것이다.

한반도는 다시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이 급물살을 헤치고 나아가기 위해서는 ‘아메리카 퍼스트’를 기치로 국제 체제의 판을 완전히 다시 짜고 있는 미국을 냉철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관성에 안주하기에는 변화의 흐름이 너무도 빠르고 무자비하다. 올해는 특히 한미 관계와 국제 정세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미국 대선이 치러지는 해이기도 하다. 냉엄한 국제 질서 속에서 미국을 제대로 파악하여 한국의 국익과 실리를 챙기자는 저자의 조언에 진중하게 귀 기울여야 할 시점이 아닐까.

추천평

고차방정식처럼 복잡해지는 오늘날 국제 관계 속에서도 미국은 여전히 강력한 패권을 유지하고 있다. 알다가도 모를 나라, 미국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지만 그만큼 중요하고 또 필요한 일이다. 수십 년간 경험해 온 미국의 다층적이고 복잡한 면모를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저자의 질문과 분석에는 위트와 통찰력이 함께 담겨 있다.
- 김동연 (경기도지사)
미국은 국경과 시장을 열어 동맹의 성장을 돕고 안보 결속을 강화하는 전략을 구사하며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구축했다. 그러나 그런 미국은 사라진 지 오래다. 지금의 미국은 자국 중심주의로 이행하면서 미중 경쟁, 미러 대립을 이끌어 가고 있다. 2024년 11월 미국 대선은 더 큰 변화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
- 위성락 (국회의원·전 러시아 대사)
미국이 어떻게 최강대국 지위에 올라섰는지, 그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어떤 외교를 펼치고 있는지, 미국의 외교가 때때로 어떻게 흔들리는지를 설명하는 수준 높은 해설서다. 복잡하고 전문적일 수 있는 주제들을 일반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 스타일로 재미있게 풀어냈다.
-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서울대 명예교수)
토머스 제퍼슨 vs 알렉산더 해밀턴.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이다. 2달러와 10달러 지폐의 주인공들로 미국 역사를 이렇게 쉽고도 재미있게 풀어내다니… 책 속의 소제목들만 봐도 미국에 대해 정말 궁금했던 것들을 잘도 짚어 냈다. 오랜만에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책이다.
- 손석희 (전 JTBC 뉴스룸 앵커·일본 리츠메이칸 대학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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