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한국역사의 이해 (책소개)/4.한국학연구

우리역사 속 부정부패 스캔들

동방박사님 2022. 7. 8.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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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재물과 권력으로 얼룩진 우리 역사 속의 인간상을 추적!

재물과 권력은 서로 한통속이다. 하나만 충족하면 다른 하나도 쉽게 취할 수 있기에 그렇다. 우리 역사에서 재물과 권력을 쥐고 사회와 나라를 좌지우지하거나 급기야 망국으로 몰고 간 인물을 더러 찾을 수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아홉 명의 공통점은 이처럼 재물과 권력에 대한 욕망이 다른 누구보다 강했던 인물들이다. 이들 중에는 권력을 위해 아내를 바꾼 자도 있으며, 어떤 이는 자신의 주군을 몰아낸 이도 있다. 고려의 이인임이나 조선의 박종신, 구한말의 민영휘 등은 나라를 망국으로 이르게 한 부정부패의 전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사료에 나타난 이들의 면면을 이야기함과 동시에 그들의 모습에서 보이는 고려시대부터 구한말까지의 시대상을 투영한다.

 

목차

글쓴이의 말

1장 부귀를 좇아 아내까지 바꾼 무인권세가 _ 송유인
무신정변과 정중부 | 재물과 처가를 발판으로 도약
권세를 악용한 착취와 호화판 생활 | 정중부와 송유인의 몰락
깊이 읽기 1 _ 이자겸의 부정축재법
깊이 읽기 2 _ 고려시대 포청천 손변의 조강지처 사랑

2장 희대의 부랑군주 _ 충혜왕
안하무인 '폐행'들의 파행 | 상인의 딸, 은천옹주
신궁 건설 프로젝트
깊이 읽기 3 _ 국제무역의 시대, 고려

3장 고려의 몰락을 부추긴 3인방 _ 이인임, 염흥방, 지윤
개혁과 보수 사이 | 고려판 권력형 비리, '물푸레 공문'
환관의 화려한 여성 편력 | 깃털만 뽑은 부패권력 척결
깊이 읽기 4 _ 현덕수와 노극청의 '의'

4장 그들 사이의 뇌물 _ 조말생
태종과 조말생 | 조정을 뒤흔든 뇌물사건
드러나는 부정부패, 변함없는 국왕의 지지 | 지루한 사건의 최종 판결
사건의 의미와 세종의 정치
깊이 읽기 5 _ 조선 초 노비의 가치

5장 왕을 바꾸고 얻은 권세와 재물 _ 박원종
연산군, 그리고 반정의 서막 | 유혈 거사와 반정의 성공
의정부와 육조를 주도 | 공신의 특권 남용과 호화판 생활
깊이 읽기 6 _ 개꼬리가 잇는다!
깊이 읽기 7 _ 흥청망청의 기원

6장 역관, 그들의 재물과 정치 _ 장현
기술직 중인의 부상 | 역관의 명과 암
역관 장현?장형의 무역 활동과 정치 로비
왕비가 된 희빈 장씨와 남인의 집권

7장 시골 수령의 가렴주구 _ 박종신
황해도 곡산의 농민봉기 | 박종신의 탐학 행태
깊이 읽기 8 _ 민중항쟁을 야기한 부정부패

8장 구한말 탐관오리의 대명사 _ 민영휘
조선 제일의 부자 | 권력을 이용한 수탈과 기업 경영
누구보다 화려한 친일행각 | 그가 남긴 막대한 재산
깊이 읽기 9 _ 고종의 매관매직

9장 친일백작, 도박귀족 _ 이지용
을사오적이 된 왕실 종친 | 훈장과 바꾼 한일의정서 서명
도박에 빠진 백작
깊이 읽기 10 _ 유유정승 이최응
깊이 읽기 11 _ 조병세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부록_친일반민족 행위자 재산에 대한 조사는 어떻게 되었는가?
주석 | 참고문헌
 

저자 소개

저자 : 변광석
부산대학교 사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부산대와 울산대 등에서 강의했다. 지금은 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 HK전임연구원으로 있으며, 부산경남사학회와 부경역사연구소 등 여러 학회와 연구소에서 활동 중이다. 저서로 『조선후기 시전상인 연구』를 비롯하여 『한국사와 한국인』(공저)과 『양산의 임진항쟁사』(공저)가 있으며 『동행일록?해은일록東行日錄?海隱日錄』(I)을 우리말로 옮겼다.
 
 

책 속으로

ooo 단순히 뇌물만으로 정치적 출세를 모두 보장할 수는 없었다. 송유인은 정치적 상황이 바뀌자 돈 많은 아내를 버리고, 정중부의 딸과 혼인함으로써 본격적으로 무신권력에 편승하기 시작했다. '문신들과 자주 교류하여 무신들이 늘 그를 미워하자 화가 미칠까 두려워 아내를 쫓아내고 정중부의 딸과 결혼했다'고 하지만 실상은 그와 다르다. 돈 때문에 이혼한 경력이 있는 여인과 결혼한 그는 이번에는 권세를 위해 아내를 외딴 섬으로 내쫒고 그 당시 무인의 핵심이었던 정중부의 사위가 된 것이다. 이는 재빠른 기회주의자 송유인과, 이의방 등의 반대파 무인 세력에 대한 견제가 필요한 정중부, 양쪽의 이해관계가 일치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정략결혼이었다.---p.35「부귀를 좇아 아내까지 바꾼 무인권세가_송유인」 중에서

ooo 이처럼 그들이 토지와 노비 등의 탈점을 아무렇게나 자행할 수 있었던 것은 이미 고려의 공권력이 마비되어 그 기능을 제대로 이행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그들의 권세가 최고로 달했을 때는 국왕인 우왕 대신, 염흥방이 그의 아우 염정수, 우현보(禹玄寶) 등과 함께 국사를 독단으로 처리하기까지 했다. 나랏일에 대해 처리할 안건은 국왕에 보고하지도 않고 구두(口頭)로 결재하는 일이 예사였다. 돈을 받고 관직을 주는 세상이라 이들 권문세가의 집 앞은 늘 그들에게 잘 보이고자 하는 사람들로 넘쳤다. 뇌물을 가지고 부탁하는 자는 현명한 인재가 되고 절조와 염치 있는 사람은 못난이로 취급받았다. 이인임이나 염흥방이 한 번 웃으면 대관이 생기고 한 번 찡그리면 목이 떨어졌다고 했으니 참으로 그들의 권력은 무소불위, 그 자체였다.---p.73「고려의 몰락을 부추긴 3인방_이인임, 염흥방, 지윤」 중에서

ooo 결과적으로 조말생은 태종과 세종 두 임금에 걸쳐 김도련의 노비소송을 노골적으로 도와주었고, 그 대가로 모두 서른여섯 명의 노비를 불법으로 증여받았다. 더구나 사헌부에서 조사할 때마다 조말생이 뇌물수수 외에도 관직을 함부로 매매한 행위들이 추가로 발각되었다. 사헌부와 사간원에서 조말생의 처벌을 요구하는 상소가 끊이지 않은 것은 당연했다. 조말생이 불법으로 증여받은 전답과 노비를 장물로 계산하면 합계 780관貫이나 되므로 이는 극형에 해당되고 장물은 관청에서 마땅히 몰수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세종의 마음은 변함이 없었다.---p.97「그들 사이의 뇌물_조말생」 중에서

ooo 중종을 옹립했던 이른바 킹메이커 세 사람 모두가 한때 명망이 높고 정계를 좌지우지했으나, 이후 뇌물과 정욕(情慾) 등에 방탕하며 잇따라 죽었다. 그중 성희안은 평양기생을 사랑하여 정욕을 지나치게 강행하다가 죽었다고 한다. 복상하던 날, 기생이 머리를 풀고 맨발로 집에 몰래 숨어 들어갔다가 다시 법사에 체포되었다. 이때 세상 사람들이 "성희안의 밝은 지혜로는 족히 한 계집의 정상을 알아볼 것인데, 미혹됨이 심하여 죽던 날도 이 기생을 자신의 아들에게 부탁하였으니, 아, 그 괴이함이여"라 했다고 한다.---p.120 「왕을 바꾸고 얻은 권세와 재물_박원종」 중에서

ooo 이와 같이 박종신의 수탈은 당시의 탐관오리들이 흔히 자행하는 유형이었지만, 그는 여기서 더 나아가 부자와 상인층만이 아니라 가난한 빈민과 영세민에게도 예외 없이 수탈을 했다. 그래서 탐욕을 채우기 위해 형벌과 옥사를 남발하는 악행을 저질렀다. 조선은 법으로 곤장의 등급을 구분했지만 박종신은 이를 모두 무시하고 무거운 곤장[重杖重棍]을 별도로 제작해 백성을 가혹하게 징벌하는 것만을 능사로 삼았다. 그가 수령으로 있는 동안 가혹한 장독杖毒으로 무고하게 사망한 자가 다섯이나 되었으며, 형옥에 관련되어 죽은 자까지 합하면 그에 의해 남살당한 사람이 무려 100명이나 되었다고 한다. 부자든 가난한 자든 모두 희생자들이었다. 고을 수령 한 사람의 무자비한 폭력과 탐학에 곡산 백성 모두가 공포에 떤 것이다.
---p.164「시골 수령의 가렴주구_박종신」 중에서
 

출판사 리뷰

망국에 이르는 병, 부정과 부패
권력의 획득과 부의 축적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특히 국가가 국가다운 체제를 유지하지 못할 때 자연히 각종 비리와 불법이 판을 친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고려의 송유인은 무신정권기의 혼란함을 설명하는 수단이 되며, 권세가 이인임과 염흥방, 환관 지윤은 원나라에 의해 국왕의 거취까지 결정되던 고려 말 암흑기를 표현할 수 있는 하나의 전형이 된다. 또한 조선의 시골 수령 박종신은 세도정권에 의해 국정이 좌지우지되던 구한말 모습의 여러 단면들 중 하나다. 저자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부정한 재물과 권력의 추구는 시대와 사회의 여건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하나의 사회현상이자 그 시대의 자화상이며 또한 현대를 사는 우리가 경계해야할 하나의 지표로 이야기한다.

돈과 권력의 결합
철저한 신분제 사회였던 조선에서 사대부가 아닌 중인이 권력의 중심에 접근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 책은 숙종 대 역관가문으로 조선에서 이름난 부자였던 인동 장씨가 자신들의 재물을 이용해 남인 세력의 권력과 결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인동 장씨의 재물을 통한 '로비'의 결과 그들 가문의 여식인 희빈 장씨가 숙종의 왕비가 되지만, 정상적인 과정을 거치지 않고 획득한 권력은 그 뿌리가 단단하지 않은 법이다. 갑술환국으로 남인에서 서인으로 정권이 교체되던 시기, 인동 장씨 가문은 "역관 활동으로 모은 재물로 대저택과 호화로운 의복 등 사치가 극에 달했으며 정계의 정승, 판서들과 서로 결탁해 음흉한 모의를 기도"한 죄목으로 정계에서 축출을 당한다.

나라를 팔아 얻은 재물과 권세
저자는 이 책에서 민영휘와 이지용을 통해, 구한말 일제 초 재물 축적을 위한 경제 활동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나선 전현직 고위 관료들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한일병합 이전 이미 백성들의 토지와 금전 등을 수탈하고 매관매직을 통해 엄청난 재산을 소유한 이들이 그렇게 모은 재산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쩌면 일제에 봉사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을지 모른다. 물론 그렇게 지킨 재산이 온전히 보존되지는 않았다. 왕실 종친이기도 한 이지용은 한일병합 후 한동안 도박에 빠져 일제에 의해 받은 귀족 작위가 몰수되기도 한 사실이나, 민영휘에게 토지와 재산을 수탈당한 이들이 제기한 소송의 사례를 확인하는 것은 이 책이 독자들에게 주는 또 하나의 재미다.

역사가 외면한 과거, 새로운 의미 찾기의 여정
그리고 그 여정의 즐거움!


지금의 우리가 읽는 '역사'는 과거의 '사실'임과 동시에 누군가가 그것에 의미를 부여한 흔적이다. 그렇게 '의미 부여'에서 소외된 과거의 사실은 단지 '기록'으로만 남아 후세에 전한다. 이에 '틈새 한국사'는 그 동안 '의미 부여'에서 소외된 과거의 기록들을 찾고자 한다. 그 기록들은 '인물'일 수 있으며, '문화'나 '사회'의 모습일 수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지금까지 우리가 간과한 과거의 기록들이 이 시리즈에서 의미를 가진 또 하나의 역사로 그 모습을 드러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