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역사이야기 (책소개)/2.서울이야기

서울 특별시

동방박사님 2022. 7. 30.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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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서울의 다양한 장소, 그것이 갖고 있는 의미와 아름다움
서울 100곳을 직접 찾아다닌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상상력이 풍부한 신화로 탄생한 도시 『서울특별詩』는 어떤 시집인가? “서울은 많은 이야기가 있는, 상상력이 풍부한 신화로 탄생한 도시다. 그래서 오래된 이야기뿐만 아니라 현대의 새로운 이야기도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다.” 2008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프랑스 소설가 르 클레지오는 서울을 이렇게 표현했다. 수많은 역사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서울은 문학예술 창작의 소재와 주제를 풍부하게 제공하고 있다는 말이다.

저자 홍찬선 시인은 시집 『서울특별詩』에서 “서울은 양파”라고 시작보고서에 적었다. 양파를 까도, 까도 비슷한 모양이 계속 이어지는 것처럼, 안다고 가보면 전혀 새로운 것들이 쑥쑥 불거져 나오고,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게 많아지는 서울의 모습을 적절하게 표현한 것이다. 저자는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는 서울 100곳을 직접 찾아다니며 과거에서 현재를 찾고, 현재에서 미래를 가늠해보는 ‘특별한 취재작업’을 했다. 서울의 다양한 장소와 그것이 갖고 있는 의미를 시로 소개하는 일이다. 그래서 시집 제목도『서울특별詩』다.

목차

시인의 말
발시

제1부, 기쁨을 찾아
서울광장 | 어린이대공원 | 하늘공원 | 세 빛 섬 | 양재천 | 서울 숲 | 뚝도시장 | 청계천 | 비밀의 정원 | 인사동 | 인왕산 부부나무 | 어린이와 방정환 | 잠수교에 부는 바람 | 박치기 대왕 김일의 공간 | 반포주공3단지 | 회현시범아파트 | 서촌 대오서점 | 학림다방 | 짚풀생활사박물관 | 미아리예술극장 | 국립중앙박물관 | 천호동 동명대장간 | 1조 달러 탑 | 시시해진 지하철 | 판사는 서울에 있다

제2부, 삶의 향기를 타고
중림시장 | 낙원상가 | 세운상가 | 삼일문 | 서울약령시장 | 컵밥거리 | 집안아부 | 472번 버스 | 마로니에공원 | 사도세자 회화나무 | 윤○○미용실 | 대한의원 | 해방촌에 뜨는 해 | 윤동주 하숙집 | 문학의집 서울 | 동부구치소 코로나 | 테헤란로 | 서울에 온 베를린장벽 | 창덕궁 향나무 | 백운동천 | 양재시민의 숲 | 위안부 할머니들의 절규 |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 | 이회영기념관

제3부, 그날 이곳에선
무향민 | 한용운의 심우장 | 종로3가 쪽방 | 창신동 회오리고개 | 삼청동 수제비 | 통의동 백송 | 통곡의 미루나무 | 북촌 왕짱구식당 | 원서동 빨래터 | 충정아파트 | 이 상 일기 | 은성주점 | 훈민정음 부활한 곳 | 심훈 시공원 | 홍난파 가옥 | 수송공원 | 파고다극장 | 송해 길 | 최규식과 정종수 | 5.16과 문래공원 | 천일백화점 | 효자로 | 양화진 외국인묘역 | 4.19 국립묘지에서 | 동작동의 시간

제4부, 아픔을 스승 삼아
광화문광장 | 제헌회관 | 안중근 초혼묘 | 한미호텔을 아시나요 | 손기정공원 | YH여공들의 죽음 | 신정동 ○○-98번지 | 해방촌 108계단 | 중앙청 | 종각의 전봉준 | 창덕궁 후원 | 숭례문 | 선유도 | 천상병 시인의 수락산 | 옛 러시아공사관 | 롯데호텔 앞에서 | 창덕궁 흥복헌 | 대한조국주권수호일념비 | 운수 좋은 날 | 도봉지구선열유족회사무소 | 서울대병원 무명 자유전사비 | 연희104고지 | 김구의 최후 | 여의도의 광복군 비행기 | 압구정

[시작詩作보고서] ‘서울특별詩’는 머리로 쓰지 않고 발로 주웠습니다 - 홍찬선
 

저자 소개 

저 : 홍찬선 (덕산德山 洪讚善)
 
자유기고가, 시인. 충청남도 아산 음봉에서 태어났다. [한국경제신문], [동아일보]의 기자와 [머니투데이] 북경특파원, 편집국장, 상무를 역임하였다. 월랑초와 음봉중, 천안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동국대 정치학과 박사과정 수료하였으며 서강대 MBA를 졸업하였다. 서강대 경영학과와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하였으며 일본 中央大 기업연구소 객원연구원, 중국 청화대 경제관리학원 고급금융연수과정을 수료했다. [시세계...
 

책 속으로

가을에는 시인이 되자
풀벌레 귀뚜라미 세레나데에
며느리 얼굴 고추잠자리처럼 붉히고
한가위 보름달 두둥실 두리둥실
노란 국화 쿠린 은행과 사귀는 속에

겨울에도 시인이 되자
새하얀 고드름에 시래기 삭히고
모진 눈보라에도 씨종자 굳게 지키며
꽉 찬 사랑 들꽃으로 흐드러지게 피는
봄에는 젊음의 시를 쓰자

코로나 속에서도 아이는 태어나고
거센 비바람에도 어둠이 물러가듯
사는 게 힘들고 어려울수록
천 길 낭떠러지에서 한 발 내딛는 용기로
여름에도 믿음의 시를 노래하자

봄 여름 가을 겨울 가리지 말고
따듯한 마음 푸근한 살림 전하는
사시사철 시인이 되자
거짓과 탐욕에 휘둘리는 가짜가 아니라
참과 양심에 우러나는 진짜 시인이 되자
--- p.4, 「시인의 말」 중에서

서울광장에는 삶이 있다
널찍한 대청마루에 두둥실 떠오른
파란 보름달을 맛보며 어슬렁거리는
느긋한 자유로움으로
사랑의 삶이 퐁퐁 솟고

서울광장에는 문화가 숨 쉰다
121개 분수 사이로 아이들이 무더위를 식히고
하얀 스케이트장에선 추위를 뜨겁게 달구며
고향장터가 열리고 록, 드럼 페스티벌과
공연예술제를 즐기는 문화가 꽃 피어

서울광장에는 역사가 살아 있다
고종이 대안문大安門 앞에 만든 도로와 광장이
3.1대한독립만세운동과 6.10민주항쟁으로
2002 월드컵 붉은악마 응원함성으로 이어져
배달겨레를 한 마음으로 만든 역사가 서리고

서울광장은 미래를 꿈꾼다
자동차에게 교통광장으로 내주고
사람은 땅 밑으로만 다니던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려 문화와 역사가 어우러지고
삶이 아름다워지는 멋진 미래가 다가온다
--- p.16, 「서울광장」 중에서

인사동의 시간은
들쭉날쭉 흐른다
별 볼 일 있는 사람은 느긋하게
별 볼 일 없는 사람은 종종걸음으로
아인슈타인에 앞서 걷는다

인사동의 나이는
제 멋대로 먹는다
삶 맛 아는 사람은 맛갈스럽게
삶 맛 모르는 놈은 퍽퍽하게
갈지자 맘대로 오고간다

올 때마다 다른 모습 보이는
인사동은 인생판,
어떤 극본을 짜는지
별 볼지 못 볼지
삶 맛 알지 모를지

그 사람이 그리는 대로
숨김없이 보여준다
빠짐없이 드러낸다
--- p.28, 「인사동」 중에서

오늘도 해방촌에는 달이 뜬다
해방의 고통을 안고 태어나서
해방의 꿈을 바라며 살아가는 곳

목멱산木覓山 남쪽 기슭 해방촌은
아픈 역사를 기쁜 미래로 만들어 간다

고려 때 원元과
조선 때 왜倭와
대한제국을 강탈한 일제와
6.25 전쟁 후 미국의 군대가 주둔했던 곳

해방 후 북한에서 내려온 사람들과
전쟁을 피해 온 피난민들과
농어촌 고향을 떠나 온 사람들이
사연을 벽돌 삼고 고통을 흙벽 삼아
비탈에 눈물로 일군 삶의 터전!

지금은 그 사람들 대부분 떠났고
해방촌교회와 보성여중고와 신흥시장이
그날의 사연을 말없음표로 이야기하고
108계단이 경성호국신사를 증거하고 있는 곳!

역사의 때를 벗고
젊은 예술문화의 옷을 입고 있는
해방촌에 오늘도 해가 발갛게 뜬다
--- p.66, 「해방촌에 뜨는 해」 중에서

올바른 마음을 지키며 사는 게
물 밖으로 나온 물고기처럼 헐떡이게 힘든 것은
시대가 잘못됐기 때문이라는 것을

창의문 밖 인왕산 오르는 길,
부암동 무계원武溪園 부근에
보일 듯 말 듯 어처구니없게 놓여 있는
현진건 집 터, 표지석이
시인의 아픔과 함께 알려주고 있다

광복을 보지 못하고 죽은 것보다
일제에 항거했던 처절한 삶이
친일의 떵떵거림 속에서
나날이 잊히는 게 더욱 고통이라는 것을

빈처 술 권하는 사회 운수 좋은 날
무영탑 흑치상지로 대한사람의 얼을
일깨우려다 불쑥불쑥 치미는 울화통에
마흔 셋에 요절했다는 것을

이육사 한용운 윤동주와 함께
죽을 때까지 일제에 항거했던 그가
손기정 선수의 가슴에 달린 일장기를 지웠던 그가
그토록 힘들게 살았다는 것을

부암付岩동 목인박물관 목석원 부근의
현진건 집 터라는 표지석이
시인의 외로웠던 삶처럼
잘못된 시대의 아픔을 전해주고 있다
--- p.138~139, 「운수 좋은 날」 중에서
 

출판사 리뷰

상상력이 풍부한 신화로 탄생한 도시 〈서울특별詩〉는 어떤 시집인가?
〈서울특별詩〉는 역사와 문화의 귀한 자료이자 문학적 결과물이다


저자 홍찬선 시인은 “시는 머리로 생각하는 것도, 시는 손으로 쓰는 것도 아니다. 시는 발로 줍는 것”이라는 독특한 시론(詩論)을 편다. “발품을 팔아야 보지 못하던 것을 보고, 몸품을 팔아야 알 수 없었던 맛을 볼 수 있다”는 믿음으로 “시가 고플 때마다 불쑥 떠나 자연과 사람이 만들어 놓은 시를 발로 주었다”고 설명하면서, 꽃 피는 봄에는 설레는 마음으로, 장마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는 이열치열로, 울긋불긋 단풍비가 내리는 가을에는 넓고 깊은 혜윰으로, 함박눈 펑펑 내릴 때는 푸근한 엄마 품을 그리워하며 서울의 골목을 누비며 시를 주웠다.”고 했다.

이충재 문학평론가는 시집 〈서울특별詩〉가 ‘서울’이라는 거대도시를 시로 쓴 최초의 시집이라는 점에서 역사적인 시집이라고 평했다. 따라서 이 시집은 서울특별시의 문화사업에 관계하는 모든 분들에게도 귀한 자료가 되는 문학적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책소개

시로 만나는 서울, 홍찬선의 『서울특별詩』 제2탄!
상상력이 풍부한 신화로 탄생한 도시 『서울특별詩』
역사문화의 현장을 직접 발로 뛴 문학적 결과물


서울특별시는 시인의 도시다. 서울은 시인의 도시이기도 하다. 조선과 대한제국 및 대한민국의 수도로서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중심지에 걸맞게 수많은 시인들의 숨결을 간직하고 있다. 종로 서촌에는 윤동주가 하숙했던 집터와 이 상이 살았던 집이 남아 있다. 연세대학교 핀슨홀 앞 조용한 숲에는 윤동주 시비가 서 있다. 대학로 흥사단 앞에는 「성북동 비둘기」로 유명한 김광섭 시인의 시비가 있고, 마로니에공원에는 윤선도의 「오우가」 시비가 있다.

탑골공원 건너편 횡단보도 신호등에는 김수영 시인이 살았던 집터가 있었음을 알리는 표지석이 있고, 방학동 은행나무 부근에는 ‘김수영 문학관’이 있다. 종로3가 ‘송해거리’ 입구에는 박인환이 운영했던 서점 ‘마리서사’가 있었던 곳이 표지석도 없이 눈 밝은 시인들을 기다리고 있다. 성북동에는 항일민족시인 한용운이 살았던 심우장이 있고, 흑석동 중앙대병원 부근에서 태어난 심훈의 시비공원이 효사정 옆 한강변에 조성돼 있다. 또한 서울시에는 조선시대 기우제를 지내던 우장산에는 노천명의 「사슴」, 조지훈의 「낙화」,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서시)」, 김소월의 「먼 후일」, 김춘수의 「꽃」이 등산객들을 맞이한다. 수유동 빨래골에는 공초(空超) 오상순 시인의 묘소와 시비가 있고, 망우리공원에는 한용운과 박인환 방정환, 그리고 김상용(金尙鎔) 시인의 묘가 있다. 『서울특별詩』에는 수많은 서울의 역사문화와 풍부한 상상력과 신화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재미를 더한다.

목차

시인의 말
서시-서울특별詩

제1부, 용산의 꿈

북한산의 하소연 | 하늘공원은 사랑 선생님 | 봄바람 부는 노들섬 | 정독도서관의 주인들 | 교동초등학교 | 운현궁 노락당 | 고려 골목길 | 탑골공원에서 | 다시 봄 윤중로 | 낙성대공원에서 봄 | 자하연의 추억 | 연주대의 사랑 | 신림동 순대골목 | 돌말, 돌마리에서 | 성수동 수제화 거리 | 황학동 풍물시장 | 방산을 아시나요 | 낙산별곡 | 동망봉의 눈물 | 살곶이다리 | 응봉산에 올라보니 | 아차산성 | 목멱산 해돋이 | 용산의 꿈

제2부, 용이 치솟고 봉황이 날아오른다고?

이순신과 유성룡의 대화 | 세 남자의 삼전역 | 봉원사 역사의 역사 | 철도건널목의 주문 | 부렴마을을 아시나요 | 신당동 62-43 | 북한산 산딸기 | 영천시장 노각 | 도곡초등학교 호두 | 도산공원 | 김수영 생가 터에서 | 반달할아버지 | 아침이슬비 | 삼각지 노래비 | 고속터미널에 비 내리고 | 석촌호수의 나이 | 차관아파트 | 신림동 굴참나무 | 수출의 다리 | 청담근린공원 | 가리봉시장 | 앰배서더호텔의 원산폭격 | 성균관 새김질 | 망우리공원 | 용이 치솟고 봉황이 날아오른다고? | 전쟁을 기념하는 전쟁기념관

제3부, 웨딩드레스를 그리며

윤동주 시비에서 | 상동교회의 발견 | 웨딩드레스를 그리며 | 길상사의 만남 | 서울생활사박물관 | 경춘선숲길을 걸으며 | 장면 가옥 | 궁정동 무궁화동산 | 덕수궁 돌담길 | 단군성전의 눈물 | 단성사의 최시형 | 회현동 은행나무 | 그해 여름 동묘 | 안중근기념관에서의 참회 | 쓸쓸한 세종대왕기념관 | 한남대교 전망카페 | 289번 시내버스 | 선정릉의 숲속음악회 | 봉은사 판전 | 일원에코파크 | 개화산 사우 | 광주바위의 사연 | 보라매공원 | 한국의 집

제4부, 청파동 골목길에 첫눈이 내리고

하늘샘 | 숙정문의 울음 | 인왕산 치마바위 | 개미마을엔 개미가 없다 | 효종 그네나무 | 박수근, 덕수궁에서 만나다 | 광장시장의 인연 | 높고도 낮은 명동성당 | 남산1호터널을 지나며 | 청파동 골목길에 첫눈이 내리고 | 심원정 왜명강화지처 | 와우아파트의 역설 | 밤섬이 울고 있네요 | 당산 은행나무 | 한국거래소의 경고 | 우장산 맨발걷기 | 돼지슈퍼 | 학도 의용병 현충비 | 청계산 옥녀봉 | 서울의 밤과 낮 | 사육신묘를 거닐며 | 서래섬의 비밀 | 화랑대역 시간여행 | 영원히 사는 사람 | 종시-꿈꾸는 한가람 | 시작詩作 보고서
 

저자 소개

저 : 홍찬선 (덕산德山 洪讚善)
 
자유기고가, 시인. 충청남도 아산 음봉에서 태어났다. [한국경제신문], [동아일보]의 기자와 [머니투데이] 북경특파원, 편집국장, 상무를 역임하였다. 월랑초와 음봉중, 천안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동국대 정치학과 박사과정 수료하였으며 서강대 MBA를 졸업하였다. 서강대 경영학과와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하였으며 일본 中央大 기업연구소 객원연구원, 중국 청화대 경제관리학원 고급금융연수과정을 수료했다. [시세계...
 

책 속으로

사랑은 이렇게
너무 눈부시지도 않고
너무 뜨겁지도 않으며
너무 가라앉지 않아야
제 맛이라며 속삭이고 있었다

안경 벗고 처음
하늘공원에서 만나는 해
살포시 구름 뚫고
빛 다스리며
나처럼 사랑하라고 알려주자

백운 인수 만경이 고개 끄덕이고
안산과 인왕의 개나리가 꽃 봄 펼치며
부지런한 꿩이 추임새 넣었다
어둠 사르며 깨어나는 아침,
가슴으로 맞이하는 다시 봄!
--- p.18, 「하늘공원은 사랑 선생님」

사람이 가고
사람이 다시 오니
골목이 다른 모습으로 맞이한다

뒷물이 앞 물을 밀어
세월을 만들 듯이

발목 부여잡는
염천교의 두 손을 뿌리치고
부푼 꿈 가득 안고 찾아 온
연무장길도
시대의 흐름을 벗어날 수 없었다

골목 두 쪽을 가득 메웠던
수제화 집들이 하나 둘 셋…
첫사랑의 추억을 찾아 떠난 자리엔
젊은이 취향의 카페와 식당이 들어서고

MZ세대 디자이너들이
1세대 장인들과 숨을 맞춰
아슬아슬한 촛불에
바람막이를 만들고 있다
--- p.34, 「성수동 수제화 거리」

사십 년을 살아도 늘 새롭다
오고 가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은
사연들이 생겼다 사라지고 쌓이며
사람과 사연이 쌓인 자리엔 시간이 흐른다
한 순간도 끊이지 않는 한강처럼

임진왜란 때 왜군이 진을 쳤을 때부터
병자호란 때 호군이 차지하고
청일 러일전쟁 때 일제군대가 무단 점령한 뒤
6.25전쟁 후 미군이 주둔하는 오랫동안에도
시간은 야속하게 똑같이 흘렀다

아세안게임이 열렸던 그해 가을부터
서울올림픽이 마무리된 그해 가을까지
숙소가 있는 메인 포스트, 북에서
병원이 있는 사우스 포스트, 남까지
눈물 삭히며 오갈 때도 시간은 흘렀고

미군이 평택으로 떠나고
육군본부도 계룡대로 이전한 뒤
한갓진 전쟁기념관으로 남았던
용산이 명실상부한 서울의 중심,
대한의 용이 사는 곳으로 꿈틀대고 있다
--- p.45, 「용산의 꿈」

하루하루가 괴로웠을 것이다
우리말, 한글을 쓰면 잡혀가는
일제강점기에 구차한 삶 살아야 하는
감수성 넘치는 젊은 시인에게
잎새에 이는 바람은, 일제수탈에 고통 받는
동포의 신음으로 가슴을 휘저었을 것이다

그 괴로움을 견디고 견디다
이리 잡으러 늑대 굴에 뛰어들었다가
더럽고 치사하고 잔악스런 승냥이에게
목덜미 잡혀 생체실험이란 국가폭력에
스물여덟 인생을 강탈당했어도
그것 자체는 아프지 않았을 것이다

몸은 빼앗겼어도
얼은 오롯이 지켜
영원한 청년 시인으로 살아있는 시인에게

괴로움은
별이 스치우는 밤에
주어진 길을 걸어가지 못한 것보다

일찍 철든 젊음을 보낸 핀슨관 앞
고즈넉한 숲에 아담하게 자리 잡은
윤동주 시비를 뒤늦게 찾은 게으름을,

입학한 지 얼마 안 된 새내기라서
국문학과에 다니지 않아서 모르겠다는
어린 후배들을 아마도 더 아파할 것이다
--- p.84, 「윤동주 시비에서」

후둑 후드득
도토리가 말을 걸자
투둑 투탁탁
땅이 화답을 하고
얼씨구 절씨구
풀벌레가 추임새를 넣으며

가을이 익어간다
생각마당인 선정릉에 어둠이 내리고
코로나로 발길이 일찍 끊기자
제철 만난 도토리가 땅 문을 두드리고
청개구리가 비 오지 말라고 하소연한다

성종과 중중도 흐뭇했을 것이다
가을 저녁 숲속 작은 음악회가 열리고
아스팔트와 콘크리트에 허덕이던 도인(都人)이
짐과 잡념을 흙길에 잠시 내려놓고
무덤에서 새 힘 얻는 것을 보고
이곳에 머물러 허파 된 보람에 미소 지었을 것이다
--- p.111, 「선정릉의 숲속음악회」

숙정문이 운다
문은 문이되 문이 아니어서
꽉 막힌 가슴 옹이 되어 운다

숙정문은 문이 되고자 운다
안과 밖을 이어주는 살림 문,
많이 묻고 많이 듣고 열고 닫아
사람과 사람 소통하도록 도와주는 문,
그런 문 못돼 가슴앓이 하다 끝내 운다

할 말 많았을 나그네
따듯하게 보듬어 살리지 못하고
꽉 메인 가슴 열어 털어내지 못하고
끝내 마지막 가는 길동무도 되지 못했다

나무도 울고 새도 숨 죽였다
돌멩이 구르고 구름도 주춤거렸다
숙정문이 울며 하는 말이 눈물 되어 내렸다
--- p.124,「숙정문의 울음」
 

출판사 리뷰

서울특별시는 시인의 도시다
서울은 시인의 도시이기도 하다. 조선과 대한제국 및 대한민국의 수도로서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중심지에 걸맞게 수많은 시인들의 숨결을 간직하고 있다. 종로 서촌에는 윤동주가 하숙했던 집터와 이 상이 살았던 집이 남아 있다. 연세대학교 핀슨홀 앞 조용한 숲에는 윤동주 시비가 서 있다. 대학로 흥사단 앞에는 「성북동 비둘기」로 유명한 김광섭 시인의 시비가 있고, 마로니에공원에는 윤선도의 「오우가」 시비가 있다.
탑골공원 건너편 횡단보도 신호등에는 김수영 시인이 살았던 집터가 있었음을 알리는 표지석이 있고, 방학동 은행나무 부근에는 ‘김수영 문학관’이 있다. 종로 3가 ‘송해거리’ 입구에는 박인환이 운영했던 서점 ‘마리서사’가 있었던 곳이 표지석도 없이 눈 밝은 시인들을 기다리고 있다. 성북동에는 항일민족시인 한용운이 살았던 심우장이 있고, 흑석동 중앙대병원 부근에서 태어난 심 훈의 시비공원이 효사정 옆 한강변에 조성돼 있다.
또한 서울시에는 조선시대 기우제를 지내던 우장산에는 노천명의 〈사슴〉, 조지훈의 〈낙화〉,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서시)〉, 김소월의 〈먼 후일〉, 김춘수의 〈꽃〉이 등산객들을 맞이한다. 수유동 빨래골에는 공초(空超) 오상순 시인의 묘소와 시비가 있고, 망우리공원에는 한용운과 박인환 방정환, 그리고 김상용(金尙鎔) 시인의 묘가 있다.

상상력이 꼬리를 무는 도시 〈서울특별詩〉는 어떤 시집인가?

“서울은 많은 이야기가 있는, 상상력이 풍부한 신화로 탄생한 도시다. 그래서 오래된 이야기뿐만 아니라 현대의 새로운 이야기도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다.” 2008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프랑스 소설가 르 클레지오는 서울을 이렇게 표현했다. 수많은 역사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서울은 문학예술 창작의 소재와 주제를 풍부하게 제공하고 있다는 말이다. 홍찬선 시인은 시집 〈서울특별詩〉에서 “서울은 양파”라고 시작보고서에 적었다. 양파를 까도, 까도 비슷한 모양이 계속 이어지는 것처럼, 안다고 가보면 전혀 새로운 것들이 쑥쑥 불거져 나오고,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게 많아지는 서울의 모습을 적절하게 표현한 것이다.

서울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든다

서울은 죽은 과거의 도시가 아니다. 서울은 정체된 현재의 도시만도 아니다. 서울은 멋진 미래를 만들어내는 꿈틀대는 도시다. 2천년 이상 쌓아온 역사의 무늬와 한강의 기적과 민주화를 이룩한 현재의 터 위에, 한국은 물론 세계로 뻗어가는 미래를 만들어 내고 있다. 용산이 미래를 만드는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제강점기 때 대한제국의 기상을 억제하기 위해 경복궁 근정전 앞에 조선총독부를 짓고, 경복궁 후원에 조선총독 관저인 경무대를 지었던 것을, ‘현실’을 이유로 이어받았던 답습에서 이제야 벗어났다. 구중궁궐의 군림하는 권력에서 나와 대한민국의 주인인 국민과 함께 소통하는 새로운 리더십이 살아나고 있다.

용산은 그동안 아픈 땅이었다. 임진왜란 때는 왜군이, 병자호란 때는 호군이, 청일전쟁 노일전쟁과 일제강점기 때는 일제군대가, 6.25전쟁 이후 최근까지는 미군이 주둔하던, 이름만 우리 땅이었고 실제로는 남의 나라 땅이었다. 그런 아픈 땅에 대통령 집무실과 대통령실이 들어서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땅으로서,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분야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역할을 하게 됐다. 성수동 수제화 거리도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서울역 북쪽 염천교로부터 수제화 거리의 영예를 이어받아 신사화 숙녀화 댄스화 발레화 등 모든 구두를 만들어왔던 명장들의 거리. 그 거리도 시대의 흐름을 어쩌지 못하고 사라지고 있지만, 죽은 것은 아니다. MZ세대들의 디자이너들이 1세대 장인들과 호흡을 맞춰 새로운 감각의 거리를 만드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되돌아보면 금방이라도 “밥 먹으라”는 엄마의 목소리가 튀어나올 것 같은 청파동 골목도 앞날을 준비하고 있다. 콘크리트 속도에도 여전히 흙담 길의 느긋한 시간이 흐르는 골목에 첫눈이 함박눈으로 펑펑 내리자, “눈을 쓸라”는 확성기의 쨍쨍한 소리가 없어도 스스로 빗자루와 밀개를 들고 나와 골목길에 쌓인 눈을 치웠다. 함께 당하는 공동의 어려움에 함께 대응하는 두레정신이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함께 하는 ‘두레정신’은 명동과 성수역, 그리고 동호대교 남단에서 영원히 살고 있는 의인 이근석 최성규 최원욱의 넋에서도 알 수 있었다. 이근석은 1997년 1월10일 명동 한복판에서, 최성규는 1996년 8월10일 성수역 3번 출구 부근에서, 최원욱은 2007년 7월7일 동호대교 남단 한강에서, 위험에 빠진 사람을 돕고 구하려다 하나뿐인 목숨을 잃고 말았다. 그들은 비록 꽃다운 젊은 나이에 죽었지만 영원히 살면서, 살았지만 영원히 죽는 파렴치한들의 가슴에 방망이질을 하고 있다. ‘서울특별詩’에는 이렇게 수많은 서울의 역사문화와 풍부한 상상력과 신화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재미를 더한다.